[오계이야기] 5. 불음주(不飮酒) – 술을 팔지 말라

불음주계를 마무리 하면서 한 가지 더 이야기 할 것은 ‘술을 팔지 말라(不酤酒)’는 것이다.

불자의 근본 5계에서는 불음주계를 중요시 하지만, 보살계에서는 불음주를 가벼운 계(輕戒)로 삼고 불고주계를 중한 계율(重戒)로 삼고 있다. 그 까닭이 무엇인가?

부처님께서 계를 제정하신 본래의 뜻은 중생들로 하여금 탐ㆍ진ㆍ치의 삼독을 제거하여 맑고 자재한 깨달음과 해탈을 성취시키고자 함에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보살이 술을 판다면 곧 부처님의 본의를 어기는 것이 되기 때문에 엄히 금하신 것이다.

대저 보살은 중생을 제도하는 것을 본의로 삼고 있는 만큼, 자신이 악율의(惡律儀)을 행하지 않는 것도 중요하지만, 다른 사람으로 하여금 나쁜데 떨어지지 않도록 하는 것도 역시 중요한 일인 것이다.

한 걸음 더 나아가, 보살은 마땅히 가지가지 착하고 묘(妙)한 방편을 베풀어 중생으로 하여금 오묘한 지혜를 내도록 해야 한다. 그런데도 삿되고 바른 길을 분별하지 못하여 중생들로 하여금 미혹과 망령된 길을 쫓도록 한다면, 이는 독약을 주는 것이나 다를 바가 없다. 곧 술을 팔아 술을 먹게 하는 것은 중생의 지혜를 길러주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마음을 무명으로 뒤덮어 버리는 행위인 것이다.

이 때문에 부처님께서는 술을 팔지 말 것을 중계(重戒)로써 금하신 것이다. 그런데 여기에서 한 가지 의문을 제기할 수가 이다. 술이 사람에게 해로운 것이기 때문에 술 파는 행위를 중계로 규정한다면, 살생의 기구인 칼이나 총 같은 무기를 파는 행위는 더더욱 중계로 규정해야 할 것이 아닌가 하는 것이다.

맞는 이야기이다. 계율에 있어서의 중계는 세속의 극형에 해당하는 최후의 벌칙이 따르는 계이다. 만일 칼 등의 무기를 소지한다든가 그것을 판매하는 생업 자체를 경계(輕戒)가 아닌 중계로 다룬다면, 보통 사람의 3분의 1 이상이 중계를 범하는 경우에 처하게 될 것이다. 그것은 중생을 해탈의 길로 이끌기 위해 제정한 계율의 근본 도리에도 꼭 계합한다고 할 수 없다.

이런 점에서 술을 파는 고주계도 나쁜 의미로 술을 먹게 하고 판 경우에 국한시켜 생각할 필요가 있다. 예컨대 상대방은 어떻게 되든지 술을 먹으라고 권해서 팔고, 심지어는 술 속에 약 같은 것을 넣어 그 사람의 돈을 약탈하고, 술과 여자를 함께 팔아서 유혹하고 갈취하여 남의 살림을 파산시키는 등, 사람을 사경(死境)으로 몰아넣으면서까지 술을 파는 이가 있다. 이와 같은 고주계라면 마땅히 중지가 되는 것이다.

직업을 선택하는 데에 있어 술을 파는 것을 고주계로서 특별히 금하게 된 까닭은, 술집이 자칫하면 범죄를 저지르는 온상이 되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술장사를 하다 보면 술을 팔기 위해 자꾸 술을 먹도록 권하게 되고, 스스로의 뜻과는 달리 술을 먹은 사람들이 이성을 잃고 싸움도 하고 다치거나 죽게 되는 인연도 맺게 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될 수 있는 한 술장사는 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부산 동래 온천장에는 내가 아는 보살이 몇 사람 있다. 그 중에서 나이가 제일 어리다고 하여 ‘막내보살’로 불리는 이에게 있었던 일이다.

막내보살은 오래 전부터 진로소주 도매업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나에게 보살계(菩薩戒)를 받고부터는 자꾸만 자신의 직업이 마음에 걸린다고 하였다.

“술장사를 하지 말라.”는 것이 보살의 십중대계(十重大戒) 중 제5계로 제정되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가끔씩 절에 갈 때마다 부처님 전에 엎드려 기도를 드렸다.

“부처님! 술 도매업 대신 다른 직업을 갖게 해 주십시오.”

이렇게 절을 찾을 때마다 빌기를 3년, 하루는 아는 사람이 와서 자꾸만 땅을 사라고 권하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별 생각 없이, “한번 구경이나 해볼까?” 하였는데, 거듭거듭 재촉하는 바람에 갖고 있던 여유 돈으로 땅을 사게 되었다.

그녀는 빈 땅을 그냥 놀리기가 아깝다는 생각이 들어, 그 땅에 울타리를 치고 조그마한 움막 한 채를 마련하였고, 땅을 돌볼 사람을 고용했다. 그렇게 사람이 살게 되다 보니 자연 식수가 필요해져서 우물을 파게 되었다.

인부를 사서 땅을 꽤 깊이까지 파 들어갔을 즈음, 아주 큼지막한 바위 하나가 걸려 좀처럼 진척을 보지 못하였다. 그렇다고 새로이 다른 곳을 뚫자니 그 동안의 공이 아까웠다.

“어렵더라도 바위를 부숩시다.”

이렇게 하여 바위를 쪼개었더니, 놀랍게도 그 사이로 뜨거운 온천수가 솟아나오는 것이었다. 그 바람에 땅 값이 수십 배나 뛰어올라 막내보살은 큰 부자가 되었고, 그 땅에다 몇 채의 호텔을 지어 경영하게 되었으며, 그 동안 마음에 걸렸던 술 도매업은 자연스럽게 그만둘 수 있게 되었던 것이다.

우리 불자들은 스스로 술을 즐겨 미혹과 타락의 길로 빠져들어서는 안 된다. 아울러 다른 사람의 밝은 지혜를 미혹되게 하거나 맑고 깨끗한 마음을 번뇌롭고 탁하게 만들어서도 안 된다. 이것이 불음주와 불고주 속에 깃든 뜻이니, 한 잔의 술을 우습게 여기지 말고 진중 하게 살기를 당부 드린다. 마지막으로 이 山僧이 지은 오계의 노래를 수록하면서 끝맺고자 한다.

살생하지 아니하고 자비심을 가지리다
투도하지 아니하고 복덕을 지으리다
사음간음 하지 않고 청정행을 지키리다
망어를 하지 않고 진실을 말하리다
음주를 아니하고 지혜를 키우라

日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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