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계이야기] 4. 불망어(不妄語) – 망어의 여러 가지 유형

불망어는 범어로 무사바다(musavada)라고 한다.

무사바다는 ‘진실한 언어’라는 뜻으로, 한문으로 번역하면 ‘정어(正語)’가 된다. 이 정어와 반대가 되는 ‘그릇된 언어’는 크게 네 종류로 나뉘어진다.

첫째는 망언(妄言)이다. 실제로 있는 것을 없다고 하고 없는 것을 있다고 말하는 것으로부터, 바른 법을 그른 법이라 하고 그른 법을 바른 법이라고 설법하는 등, 마음을 어겨서 하는 말은 다 망언인 것이다. 이 망언을 거짓말 또는 망어(妄語)라고 한다.

둘째는 비단결처럼 발라 붙이는 말인 기어(綺語)이다. 화사하고 아첨하는 말로써 뜻도 없고 이익도 없는 말 또는 무용한 정치적 논란이나 모략 등이 여기에 속한다.

셋째는 두 가지 말로 이간하는 말인 양설(兩舌)이다. 이 사람에게는 이렇게 말하고 저 사람에게는 저렇게 말함으로써 둘 사이를 이간시키고 서로 다투게 만드는 말이다.

넷째는 악담인 악구(惡口)이다. 추악한 말로써 남을 욕하고 분노케 하며, 저주하는 말로써 상대로 하여금 견디기 어렵게 하는 등의 폭언이 여기에 속한다.

이와 같은 네 가지 종류의 망어는 모두가 삼독심(三毒心)인 탐욕과 분노와 어리석음 때문에 생겨나는 것이다. 그러므로 진실되고 평화롭게 부드럽고 도움을 줄 수 있은 말을 하면 능히 삼독을 잠재우고 깨달음의 문을 열 수가 있다.

이상의 마음가짐에 따른 망어의 유형 외에도, 망어의 무겁고 가벼운 정도에 따라 소망어(小妄語)와 대망어(大妄語)로 분류하기도 한다.

소망어는 우리가 보고 듣고 알게되는 견(見) ·문(聞)·지(知)의 세 가지에 대하여 사실과 반대되게 말하는 것을 가리킨다. 곧 본 것을 보지 않았다고 하고 보지 않을 것을 보았다고 하며, 들은 것을 듣지 않았다고 하고 듣지 않은 것을 들었다고 하며, 아는 것을 알지 못한다고 하고 알지 못하는 것을 안다고 하는 것으로, 세상에서 흔히 말하는 거짓말이 여기에 해당한다.

불가에서는 이러한 소망어를 범하게 되면 바일제죄(波逸提罪)를 적용시켜 처벌한다. 바일제죄는 참회를 함으로써 그 죄가 소멸되는 가벼운 죄이다. 그렇지만 참회를 하지 않으면 지옥에 떨어지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고 한다.

그리고 소망어로 말미암아 제 3자의 재산에 손해를 끼칠 목적으로 소망어를 하였다면 제 2계인 투도계와 관련되는 죄를 범한 것이 된다. 또 비록 아무리 작은 거짓말이라 할지라도 그 거짓말로 인해 무고한 사람이 죽게 되는 경우라면 곧 살생계와 관련되므로 중죄를 범한 것을 취급하게 되는 것이다.

소망어가 스스로의 이익 또는 습관성에 의해 아닌 것을 그렇다고 하거나 맞는 것을 아니라고 하는 소소한 거짓말인데 비해, 대망어는 많은 사람의 공경을 받기 위해 ‘나는 도를 깨달았다.’, ‘ 나는 부처의 후신이다.’, ‘나는 보살의 후신이다.’라고 하면서 성인을 자처하는 거짓말이다. 이러한 대망어를 범하면 바라이죄(波羅夷罪)를 적용하여 불교교단에서 영원히 추방하도록 되어 있다. 곧, 자신이 참선을 하다가 조금 식견이 열린 것을 가지고 오도(悟道)하였다고 하거나, 불도를 닦아 높은 수행 경지에 이르지 못하였으면서도, 다른 사람들로부터 보시를 받고 명예를 얻고 존경을 받기 위해 그와 같은 자격을 얻은 것처럼 공언하는 것을 대망어라고 하며, 그 죄를 바라이죄로 규정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불자라면 절대로 대망어계를 범하여서는 안 된다. 이제 부처님께서 최초로 대망어계를 제정하시게 된 동기를 살펴보면서 망어를 범하여서는 안 되는 까닭을 새겨보도록 하자.

대망어계를 제정하신 것은 부처님께서 비사리성(毘舍離城)에 계실 때였다. 이 비사리성은 부처님께서 유마거사(維摩居士)·보적장자(寶積長子)·암몰라녀(菴沒羅女) 등을 교화한 것으로도 유명하지만, 특히 부처님께서 입멸하신 1백 년 뒤 계율에 관한 문제로 제 2결집(第二結集)을 한 곳으로 널리 알려진 곳이다.

부처님께서 이 비사리성에서 많은 제자들을 거느리고 계셨던 어느 때, 몇 해 동안 계속 큰 흉년이 들었다. 흉년으로 인해 백성들이 모두 굶주리게 되었기 때문에 비구들도 걸식하기가 여간 힘들지 않았다.

마침내 부처님께서는 비구들에게 각각 흩어져서 아는 사람이 있는 곳을 찾아 안거정진(安居精進)할 것을 명하였고, 비구들은 부처님의 곁을 떠나 마갈타국이나 바구말하(波救末河)부근의 인연 있는 곳을 찾아 몇몇씩 무리를 지어 떠나갔다.

그런데 바구말하 강가에서 안거를 하게 된 일단의 노비구들은 음식을 쉽게 구할 수 있는 하나의 묘책을 강구해내었다. 주민들에게 자신들이 많은 수행을 하여 성인의 과를 얻은 도인들이라는 소문을 퍼뜨리자는 것이었다. 갑비구는 을비구를, 을비구는 병비구를, 또 병비구는 갑비구를 ‘아라한과를 얻은 성자’라고 주민들에게 전파하는 방편을 쓰기로 한 것이다. 그들은 각각 다른 마을로 나아가 이렇게 말하였다.

“여러분들은 이제 큰복을 지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청정한 성자의 수행을 닦아 거룩한 도과(道果)를 성취한 대복사문(大福沙門)이 여러분의 마을에 계십니다.”

“이렇게 복된 인연을 어찌 쉽게 구할 수 있으랴. 지금 흉년이 들어 모진 고통을 당하고 있는 우리들을 구해 주시고자 성자들이 출현하셨구나.”

마을 사람들은 이렇게 생각하고 많은 보시를 하였다. 뿐만 아니라 이 소문이 이 마을 저 마을로 퍼지자 인근의 주민들까지 노부모와 처자에게 줄 음식을 절약하거나 조상에게 제사를 지낼 때 쓸 음식을 가져오기도 하였다. 덕분에 그 일단의 노비구들은 음식 걱정 없이 편안히 지낼 수가 있었다.

안거를 마치고 다시 부처님께서 계신 처소로 돌아온 제자들은 그 동안의 공부한 경위를 자세히 아뢰었다. 대부분의 비구들은 파리하게 몸이 마르고 얼굴이 창백하였지만, 오직 바구말하 강변으로 갔던 비구들만은 몸에 살이 찌고 얼굴에 기름이 흐르고 있는 것이었다. 부처님은 그들로부터, ‘걸식에는 전혀 어려움이 없었고 안거를 아무 고생 없이 잘 할 수 있었다’는 말을 들으시고 물었다.

“참으로 알 수 없는 일이로구나. 이 흉년에 걸식이 쉽지 않았을 터인데 너희들은 어찌하여 살이 쪄서 돌아왔느냐?”
의기양양해진 그들은 자신들의 연구하여 성공한 묘책을 말씀드렸다.

“참으로 어리석도다. 너희들은 바르지 않은 법(非法)을 행한 것이고 해탈도에 위배되는 짓을 했으니, 도저히 용서할 수 없느니라. 차라리 돌을 구워 먹고 구리를 녹여 마실지언정, 거짓말을 하여 신심으로 보시를 하게 하는 탐욕을 부린단 말이냐? 출가자가 가장 존중해야 할 신통성과(新通聖果)를 경솔하게 거짓말하는 것을 도저히 용서받을 수 없는 일이다. 대저 이 세상에는 다섯 가지 큰 도둑이 있다.

첫째, 수천 명의 도둑의 두목이 되어 사람을 죽이고 재물을 약탈하는 무리들이고
둘째, 많은 비구들을 이끌고 다니면서 삿된 법을 말하면서 의기양양해 하는 나쁜 비구들이며
셋째, 남의 여러 설법을 훔쳐 자기의 가르침인 것처럼 거짓말하는 악사문(惡沙門)이며
넷째, 청정행을 닦지 않으면서 청정수행을 사칭하는 악비구들이며
다섯째, 도과(道果)를 얻지 못했으면서 오로지 이득을 위해 신통묘력이 있다고 거짓말을 하는 악비구들이니라.

이러한 다섯 도둑은 모든 중생 가운데 최대의 도둑이니라. 만일 비구로서 인간을 초월한 신령한 신통력을 보지도 않았고 알지도 못하면서, ‘나는 이런 것을 보고, 이런 것을 안다.’고 하는 비구는 바라이죄이니 승단에 함께 있을 수 없느니라.”

부처님께서는 삿된 법을 말하거나, 남의 가르침을 자신의 가르침인양 하거나, 청정수행승을 사칭하거나, 이득을 위해 도를 이루었다고 하는 이들을 사람을 죽이고 재물을 약탈하는 도둑의 두목과 같은 자라고 하셨다. 불자라면 적어도 진리와 도에 관한 한 절대로 거짓말을 해서는 안된다.

스스로가 그렇지 않을 줄을 알면서도 ‘나는 법을 깨달아 도를 얻었다.’고 하거나, 남을 시켜 글을 쓰는 등의 간접적인 방법을 동원하여 자신이 깨달음을 얻은 것처럼 선전하여서도 안 된다.

공부를 하는 사람은 그 무엇보다 스스로가 이룬 공부의 경지에 대해 담백하여야 한다. 명리를 도모하기 위해 사람을 시켜 나의 미덕을 드날리게 하거나 남을 부추겨 스스로 성인이라고 자처하게 만드는 처사만은 그만두어야 한다.

정녕 대망어를 범하여 ‘나’의 바른 공부의 길을 막고 다른 사람까지 미혹에 빠뜨리는 일만은 그만두어야 한다. 어디에서나 어느 때에나 진실만이 도를 자라게 한다는 것을 명심하고, 스스로의 작은 욕심에 속아 대망어를 범하는 일이 없도록 하기 바란다.

日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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