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계이야기] 3. 불사음(不邪淫) – 불사음계란?

근본 5계 중 세 번째인 불사음계는 남녀의 순결과 삶의 청정을 강조한 계율이다.

비구 250계를 보면 거의 반은 남녀관계에 관한 것이고, 비구니 348계도 특히 남녀관계에 관한 규정이 많다. 곧 구족계의 과반수가 남녀의 정욕에 관한 계율이라는 사실 하나만 보더라도 이 음계(淫戒)의 비중이 얼마나 큰 것인가를 짐작할 수 잇다. 특히 재가계·보살계에서 세 번째 자리에 놓인 이 불사음계가 구족계에서는 제 1중계의 자리를 차지하고 잇다. 왜 그렇게 자리를 바꾸어 놓은 것일까? 그 까닭은 출가한 승려가 되어 음계를 끊지 못하면 비구·비구니가 될 수 없다는 첫째도 둘째도 강조하기 위한 것이다.

대승·소승의 모든 계율에서는 청정한 범행(梵行)이 아닌 것을 ‘음(淫)’으로 규정하고 있다. 깨끗하지 못한 그 음행이 스스로의 본성을 더럽힐 뿐 아니라 다른 이의 마음자리[心地]까지도 더럽힌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청정한 법과 함께 다른 사람의 삶까지도 더럽히는 음행을 철저히 금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 불사음계를 범하는 한계를 어디까지로 두고 있는가? 천태 지자대사는 다음과 같이 정의하고 있다.

“출가 5중(五衆 : 비구·비구니·사미·사미니·식차마나니)은 모든 음행을 제지한다. 재가 2중은 다만 사음(邪淫)만을 제지하나니, 자신의 처와 첩을 제외한 일체의 여인을 범하는 것, 자기 남편을 제외한 모든 남자와의 음행을 일컫는다.”

곧 출가한 스님들에게는 어떠한 경우의 음행도 있어서는 안된다는 강한 제지를 담고 있지만, 재가의 불자에게는 남녀관계 자체를 금한 것이 아니라 사음만을 금하고 있다.

이 음행은 크게 자음(自淫)과 교인음(敎人淫)의 두가지로 분류된다. 자음은 자신이 스스로 음행을 범하는 것이고, 교인음은 다른 사람에게 권하여 자신을 음행하도록 가르치거나 남을 음행하도록 가르치는 것이다.

우리는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을 제기할 수 있다. 자음이 중죄에 해당한다는 것은 이해할 수 있으나 교인음까지 왜 중죄로 취급하고 있느냐 하는 것이다. 그 까닭은 마땅히 청정하고 거룩한 법에 의지하여 깨달음의 길로 나아가야 할 불자가 청정법(淸淨法)을 가르치지는 못할지언정 염오(染汚)의 업을 짓도록 인도하는 것은 스스로 음행한 것이나 다를 바가 없다는 이유에서이다.

“스스로 청정을 유지하고 다른 이도 청정의 길을 걷도록 하라.”

이것이 바로 부처님께서 불사음계를 제정하신 까닭이다. 그러나 혹 피하기 어려운 액연(厄緣)을 만나서 억지로 핍박을 받거나, 나쁜 사람들에 의해 강제로 추행을 당하였을 경우에는 음계를 범한 것이 아니다. 다만 추행을 당하면서도 즐거움으로 받아들이면 음계를 범한 것이 된다.

그런데 즐거움으로 받아들인다 함은 어떤 경우를 말하는가? 허기진 사람이 밥을 얻은 것처럼 하고 목마른 사람이 물을 만난 것처럼 하는 경우를 가리킨다. 또 어떤 것이 즐거움으로 받아들이지 않는 것인가?

똥처럼 더러운 것을 먹는 듯이 하고 뜨거운 쇠가 몸속에 들어오는 것처럼 느끼는 것을 가리킨다. 아무쪼록 계를 받은 불자는 음행과 관련된 인(因)을 심지도 말고 연(緣)을 짓지도 말아야 한다.

처음 음심에 대한 한 생각을 일으키면 그것이 음행의 인이 되고, 한 번 일으킨 음심을 잠재우지 못한 채 음행을 이루기 위한 갖가지 생각과 행위를 하는 것이 음행의 연(緣)이다. 곧 어떠한 대상과의 음행을 생각하면서 몰래 훔쳐보고 좋아하며, 잘 보이기 위해 몸치장을 하고 따라 다니는 등이 음행의 연에 속하는 것이다.

이렇게 계속하다가 애정을 호소하거나 몸을 마찰하는 등 음행을 이루기 위한 방법[淫法]을 동원하게 되며, 마침내는 성행위를 통하여 음행의 업을 짓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모든 불자들은 음행에 대한 처음의 한 생각부터 잘 단속하여야 하고, 생각이 일어나면 자비심으로 이를 승화시켜 나아가야만 한다.

日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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