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루가(奇歌)

고루가(奇歌)

이 마른 해골이여
지금 이것이 마른 해골임을 모르면
어느 겁에도 삼계를 벗어나지 못하리
이 물건이 뜬 허공 같음을 알아야 하네
몇천 생(生)이나
생사에 윤회하면서 잠깐도 머물지 않고
사생육도(四生六道) 쉼 없는 곳을
돌아왔다 다시 가면서 몇 번이나 몸을 받았나
축생이나 인천(人天)으로 허망하게 허덕였던가
먹이 구해 허덕이나 마음에 차지 않아
이기면 남을 해쳐 제 몸을 살찌우다가
엄연한 그 과보로 업을 따라 태어나네
지금은 진흙 구덩이 속에 떨어져 있으니
내 뼈는 어디에 흩어져 있는가
이 세계나 다른 세계에 남김이 없이
오며 가며 흩으면서 그치지 않았으리
반드시 전생에 마음 잘못 썼으리라
권하노니 그대는 머리 돌려 빨리 행을 닦아라
전생의 과보가 무슨 장애되리오
원명(圓明)한 본 바탕 성품바다는 맑으니라

한량없는 겁토록
3아승지를 지나
처음도 끝도 없는 공겁으로부터
이 자체는 원래 모자람이 없었건만
가엾어라, 떠도는 사람들 스스로 미혹하구나
성왕(性王)에 어두워
취해서 깨지 못했으니
어리석음과 애증이 인정(人情)과 더불어 있었네
지금까지 함께 살던 것 다른 물건 아니건만
탐욕과 어리석음에 취한 듯 자기 영혼 몰랐었네
6근(六根)은 이러저리 흩어져 치달리고
검고 희며 누렇고 푸름이 저마다 도량이네
모든 것이 분수대로 제 자리에 편안하거니
어찌하여 제 심왕(心王)을 깨치지 못하는가
탐욕과 애욕만을 가까이할 줄 알았으니
먼 과거로부터 가까이해 온 것들을 떠나지 못해
어리석음과 애증이 공덕을 없애건만
지금도 또 그것들을 가까이하는 줄 모르네
어찌 머리 돌려 바른 광명 보호할꼬
머리 돌려 생각생각에 무상(無常)을 생각하라
머리 돌려 생각하고 생각하여 생각이 다하면
갑자기 터지는 한 소리에 제 성품이 꽃다우리

이 마른 해골이여
스스로 고향을 잊어버려
오랫동안 고향으로 가는 길이 거칠어 있네
만일 누구나 탐욕과 분노로 벗을 삼으면
그 때문에 수행하는 이들 제 고향을 잃으리라
매우 미련하고 깜깜하여
자비 없나니
가여워라, 떠돌이 아들은 스스로 길을 잃었네
세 가지 신업과 네 가지 구업, 세 가지의 의업으로
끝없이 죄를 지어 다시 슬픔 더하네
그 때문에 천만 가지 악을 지었네
끝없이 지은 죄 태산같이 무거워
세상마다 만나는 사람들 모두 좋아하지 않나니
원래 그 과보는 무간지옥에 있네
하루 아침에 공하여 있지 않음을 확실히 본다면
황학루(黃鶴樓)를 지을 때 누가 기둥 세웠던가
황학이 한 번 떠나 다시는 오지 않고
지금은 온 세상이 텅 비어 있네
한 걸음도 떼지 않고 서늘히 몸을 벗으리
이 뜻을 어찌하면 자세히 볼꼬
어떤 물건이나 인연을 만나도 별것 아니요
봄꽃이나 가을달이 똑같이 싸늘하리

그 때를 놓쳤으니
어느덧 머리에는 눈 서리 올랐는데
세상의 탐욕은 늙는 줄 모르지만
늙거나 젊거나 죽는 일은 먼저와 나중이 없네
가장 좋은 시절이라
평생에 사람으로 태어나기는 참으로 드물거니
종자 심고 도를 닦되 미진한 구석없게 하고
한가히 노닐면서 좋은 시절 잃지 말라
이리저리 허덕이며 바람 따라 나는구나
힘쓰고 애태우며 오욕에 미혹되네
빛깔과 소리를 탐해 벌이 술잔에 떨어지듯
몸과 목숨 잃는 것 부처님이 슬퍼하네
권하노니 그대는 지금 빨리 머리를 돌이키라
삼계는 편치 않거니 왜 그리 오래 머무는가
빨리 윤회의 화택 속에서 나와
열반의 참 즐거움에 언제까지나 살아라
진공(眞空)을 굳게 밟고 바른 길에 돌아가라
진공에 돌아가기는 진실로 어렵나니
고금의 납자들은 어떤 것을 의지했던가
지금부터는 조계(曹溪)의 한마디에 의지하여라

모였다 흩어지고
항상 모였다 흩어지는 뜬구름같이
감도 없고 옴도 없는 것에 서로 미혹되어
여기저기 모였다 다시 흩어진다
오르고 빠짐이여
둥우리에 올라 살고 구멍에 빠져도 살아
차별된 여러가지 중생은 오직 마음이 지은 것이니
생사는 아득한데 업의 바다는 깊어라
이 세계도 저 세계도 마음 편치 않구나
아무데도 편치 않아 고해에 잠겼을 때
부처님은 세 수레로 문 앞에 서서
화택에서 끌어내어 여여한 마음에 앉게 한다
그러나 한 생각에 빛을 돌이킬 수 있다면
마지막 의지처인 자기 부처 찾으리
허공 같은 그 자체에 부처가 있나니
자연 그대로인 부처를 어디 가서 찾는가
단박에 뼛속 깊이 생사를 벗어나리라
본래 얕은 것도 아니요 깊은 것도 아니라
서로 만났어도 분간하기는 어려운 일이니
분간하기 어려움은 본래 깊기 때문이네

머리에 뿔이 있거나
머리에 뿔이 있거나 머리에 뿔이 없거나
무거운 남의 물건 진 것은 없느니만 못하나니
괴롭고 쓰라린 인연을 어떻게 하면 깨달을까
머리에 뿔이 없거나
머리에 뿔이 없거나 머리에 뿔이 있거나
있고 없는 머리의 뿔은 그 바탕이 같나니
갖가지의 형상은 마음이 지은 것이라
3도를 기어다니며 어찌 깨닫겠는가
세세생생에 자꾸 씨앗을 그르치면
처음도 끝도 없는 괴로운 곳에 나리리
3도의 괴로운 과보를 어떻게 떠나리
갑자기 선각의 가르침 만나
육조는 경전 읽는 소리 듣고 도를 깨쳤으니
3장(三藏)의 부처님 말씀 왜 뒤에 남았는가
중생들 인도할 때에 입이 먼저 열렸네
여기서 비로소 잘못된 줄 분명히 알았나니
축생이나 귀신의 세계도 마음이 지은 것이요
천당도 지옥도 마음에서 생긴 것이라
옛 성인들은 본래 마음을 크게 깨달은 사람이다

혹은 어리석음과 애욕으로
어리석은 마음을 익혀 삼독(三毒)이 일어났지만
삼독이 공(空)함을 익혀 안다면
보리의 제 성품은 저절로 삼매(三昧)이리
혹은 탐욕과 분노로
망령되이 허덕거려 번뇌가 새로운데
번뇌와 보리가 하나임을 알 때는
그 자리를 떠나지 않고 공겁(空劫)의 몸이리라
곳곳에서 혼미하여 허망한 티끌 뒤집어써서
어리석음과 애욕으로 자기 몸 괴롭히는 줄 알지 못하네
사람마다 물욕으로 사랑과 미움 생기거니
무슨 일로 지금에 성내는 마음을 일으키려 하는가
머리뼈가 바람에 날려 이리저리 흩어졌는데
본래의 그 면목은 어디 있다 하겠는가
어찌하여 불조(佛祖)는 자취를 감췄는가
눈만 뜨면 모두가 본래 주인인 것을
어디서 참사람을 볼 수 있을지 모르겠네
청정 본연의 참 법신을 볼 수 있을까
모두 비어 한 물건도 없다고 말하지 말라
삼라만상이 다 본래 그 사람이네

나기 전에 잘못되었고
전생의 인(因)에서
엄연한 전생에 수행하지 않은 사람
잘못된 그 과보가 엄연히 이 생에 있나니
이 생에 닦지 않는 사람 후생에 괴로우리
죽은 뒤에 잘못 되어
금생에 지은 연(緣)에서
선업이나 악업의 인은 먼저와 나중이 없으니
부디 금생에 악업을 짓지 말라
금생에 지은 업으로 후생에 과보 받으리
세세생생 거듭거듭 잘못되었으나
생사에 윤회하는 것 그 악법 때문이니
생사에 윤회하면서 그 괴로움 계속되리
원하건대 머리 돌이켜 정각(正覺)으로 돌아가라
한 생각에 무생(無生)을 깨달아내면
마음도 법도 무생(無生)이라 본래 나지 않으니
본래 나지 않는 것 어디 있는가
봄이 오니 온 누리에 풀이 청정하구나
잘못되고 잘못됨도 원래 잘못 아니리
당당히 깨친 뒤에는 끝내 잘못이 없고
고금의 성현들은 찾아도 그 자취 없나니
이것이 이른바 진실한 깨달음이네

거칠은 것에도 집착하고
애정에 떨어져
눈으로는 빛깔 탐하고 귀로는 소리 찾네
괴로움인 줄 알지 못하고 쾌락에 얽매여
물욕에 끌려다니면서 한 평생을 보낸다
미세한 데에도 집착하여
구하는 마음 있어
세상의 이름과 이익에 무심하지 못하나니
금과 은과 옥과 비단에 번뇌를 내어
물욕으로 탐내면서 괴로움 더욱 깊어진다
집착하고 집착하면서 전연 깨닫지 못하다가
집착함이 어째서 잘못인 줄 알지 못하나니
마치 경솔한 부나비가 불을 탐하고
꽃술 찾는 벌이 향기와 맛에 집착하는 것 같네
갑작스런 외마디소리에 후딱 몸을 뒤집으면
지금까지의 허깨비는 바로 빈 몸이었네
본래의 면목은 어디 있는가
물건마다 일마다 새롭고 또 새롭네
눈에 가득한 허공이 다 부숴지리라
여여해서 흔들리지 않는 무위(無爲)의 즐거움
마음이나 법도 본래 그와 같아서
눈에 가득한 허공이 다 부숴지는구나

혹은 그르다 하여
좋지 않은 마음이 생겨 눈썹을 찌푸리고
갑자기 나쁜 말로 그를 나무라노니
그런 사람은 원래 선(善)이 아주 적었으리
혹은 옳다 하여
애정과 탐욕을 자주 일으켰다가
이별하는 고통 속에 빠져 있나니
삼현십성도 구제하기 어렵네
시비의 구덩이 속에서 항상 기뻐하고 근심하다가
좋다 기뻐하고 싫다 근심하는 것이 어찌 다르랴
눈썹을 치켜뜨고 자세히 보라
셋도 아니요 하나도 아니며, 그렇다고 둘도 아니니라
어느 새 몸이 죽어 백골무더기뿐이니
마음도 비고 경계도 고요한데 이 무슨 무더기인고
세간의 어떤 물건이 죽음으로 돌아가지 않으랴
불과 바람은 먼저 떠나고 백골무더기뿐이네
당당한 데 이르러도 자재하지 못하네
온갖 것으로 장엄된 보배는 고향에 있었나니
중생들은 탐애(貪肯)로 허덕거리지마는
오직 부처님은 6화(六和)로 자재를 행하셨네

이 마른 해골이
이것을 어찌할까
한 무더기 마른 뼈를 어떻게 보호할까
전생에 수행하지 않았거늘 지금 누가 보호하랴
혹은 진흙 구덩이에 있고 혹은 모래밭에 있네
한번 깨치면
큰 문이 열리고
깨친 사람의 뼈는 여섯 신통 트인다
예전에는 비싼 값으로 그 뼈를 사서
높은 누대(樓臺) 위에 부도를 세웠다
광겁의 무명도 당장 재가 되어서
원래 밝고 어두움과 번갯불 천둥은
큰 허공 속에서 숨었다 나타나지만
큰 법이야 원래 무슨 차별 있으랴
그로부터는 항하사 불조의
끝없는 지혜의 해가 허공에 가득 비치리니
삼라만상에 아무 의심 없어지고
큰 도는 여여하여 모자람이 없으리라
백천삼매라 해도 부러워하지 않으리
부러워하지도 않거니 다시 무엇을 의심하리
부처와 중생이 다 같은 무리니
여러분은 여기서 조금도 의심 말라

부러워하지도 않는데
자세히 보아라
신령한 광명은 홀로 두루 비추어 빈틈없나니
본래의 참성품은 모든 반연 끊었고
참지혜는 끝없고도 무심하니라
무슨 허물 있는가
지극히 영롱하여
한 점의 티도 없이 모든 것에 통하나니
어리석은 사람들 앞에서는 경계가 되고
지혜로운 사람 곁에서는 모두 다 순종하네
생각하고 헤아림이 곧 허물 되나니
물건마다 일마다 그 자리이며
티끌마다 세계마다 내 고향이라
라라리리 한마디에 태평하네
쟁반에 구슬 굴리듯 운용할 수 있다면
생사는 끊임없이 업의 바다로 흐르는데
떠돌이 아들은 고향떠난 지 얼마나 되었던가
생각하는 업의 바다 아직도 흐르는구나
겁석(劫石)도 그저 손가락 퉁길 사이에 지나가리
돌아올 겁석도 그 수가 항하사 같거니
고향 떠난 떠돌이 아들 오래됨을 어떻게 알리
앞뒤가 아득하고 한참 아득하구나

법도 없고
무엇으로 통할까
고요하고 아득하여 무지(無智)에 싸여 있네
적멸(寂滅)한 성품 안에서는 어떤 맛도 보기 어렵지만
어려운 중에도 이치와 일 두 가지는 공(空)하기 어렵네
부처도 없고
무엇으로 음미(吟味)할까
본래부터 성인도 없고 또 범부도 없고
원래 큰 바탕에는 더하고 덜함 없어
부처와 중생이 모두 똑같네
마음도 없고 물질도 없네
경계도 비고 마음도 고요하면 본래 아무 것도 없나니
경계와 마음, 마음과 경계를 어떻게 말할까
마음과 경계, 경계와 마음, 마음도 경계도 없네
여기에 이르러 분명한 이것은 무엇인가
이렇지 않은 것은 이런 것 가운데 이렇지 않은 것이요
이런 것은 이렇지 않은 것 가운데 이런 것이다
이런 것 가운데 이렇지 않은 것은 그대로가 이치인 것이요
이렇지 않은 가운데 이런 것은 이치 그대로가 일인 것이다
그러나 이치 그대로가 일이요, 일 그대로가 이치라 하지마는
거기에는 아무런 관계가 없나니
봄이 오면 여전히 온갖 꽃피고 오가는 새들은 갖가지로 지저귀며
풀이 푸른 언덕에는 소치는 아이 노래하네
추울 때는 불 앞에서 나무조각 태운다
더울 때는 그늘로 가 음지에서 쉰다
세상의 모든 일은 그대로가 진실이라
일마다 물건마다 부처의 참뼈이네
懶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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