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탑(入塔)

스님께서 영골을 받들고 말씀하셨다.

“서천의 108대 조사 지공대화상은 3천 가지 몸가짐을 돌아보지 않았는데 8만 가지 미세한 행에 무슨 신경을 썼는가. 몸에는 언제나 순금을 입고 입으로는 불조를 몹시 꾸짖었으니, 평소의 그 기운은 사방을 눌렀고 송골매 같은 눈은 가까이하기 어려웠다. 원나라에서 여러 해를 잠자코 앉아 인천(人天)의 공양을 받다가 하루 아침에 고향으로 돌아간다는 말을 전하매 천룡팔부가 돌아오지 못함을 한탄하였다.

그러므로 나는 오늘 아침에 정성스레 탑을 세우고 삼한(三韓) 땅에 모시어 항상 편안하게 하려는 것이나 그 법신은 법계에 두루해 있다. 말해 보라. 과연 이 탑 안에 거두어 넣을 수 있겠는가. 만일 거두어 넣을 수 없으면 이 영골은 어디 가서 편안히 머물겠는가. 말할 수 있는 이는 나와서 말해 보라. 나와서 말해 보라. 없다면 산승이 스스로 말하겠다.”

할을 한 번 한 뒤에 한참을 잠자코 있다가 말씀하셨다.

“수미산을 겨자씨 속에 넣기는 오히려 쉽지만, 겨자씨를 수미산에 넣기는 매우 어렵다.”
懶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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