發心修行章 9

四大忽散 不保久住 今日夕矣 頗行朝哉
世樂後苦 何貪着哉 一忍長樂 何不修哉

사대는 홀연히 흩어져 오래 보전할 수 없어서, 오늘 저녁일지 내일 아침에 올지 모르는 것.
세상의 즐거움은 고통이 뒤따라 탐 낼만한 것 못되며, 한 번 참으면 영원히 즐거운데 어찌 닦지 않겠는가.

사대(四大 : 地, 水, 火, 風)란 불교에서 사람의 인체의 구성요소로서 통상 일컫는 말이다.

흔히 사람이 어디서 왔는가를 알려면 어디로 가는가를 보면 알 수 있다 하여, 죽음의 문에 이른 육신의 뼈는 땅의 기운인 흙(地)으로, 피와 땀은 물(水)로, 체온의 따뜻함은 불(火)로, 힘이 있어 움직이던 기운(氣)은 바람(風)으로 돌아간다는 사대설을 주장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사대는 그 실다운 체성, 즉 본질이 없어서 서로의 인연으로 해서 거짓으로 만들어 졌다는 것이다. 따라서 인연이 다 하면 흩어져 본래의 자리로 돌아갈 수밖에 없는 것! 오늘저녁 일지 내일아침 일지라는 말은 육신의 마지막이 언제 끝날지 몰라 그저 인연에 맡길 수밖에 없는 가련한 몸뚱이가 바로 내 자신인 것을 깊이 명심하라는 말이다.

세상의 즐거움에 탐착하면 고통이 뒤 따르나 그것을 참아내면 영원한 쾌락 속에 안주할 수 있다고 하는 말씀은 『제석소문경(帝釋所問經)』에도 비슷한 이야기가 나온다. 즉, “사람이 일심과 성심으로 부처님께 귀의하고, 부처님 법에 귀의하며, 일심으로 승가에 귀의하면 그 사람은 큰 쾌락(즐거움)을 반드시 얻게 된다. 왜냐하면 부처님께서는 밤낮없이 중생을 생각해 잊지 않으시며, 또한 달마의 힘은 밤낮없이 중생을 불가사의한 힘으로 지키며, 승가의 힘은 밤낮없이 중생을 보호하기 때문이다”라고 하여 고통이 따르는 세상의 즐거움을 접고, 불·법·승 삼보께 귀의하여 법(法)속에서의 즐거움을 얻을 것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道人貪 是行者羞恥 出家富 是君者所笑
遮言不盡 貪着不己 第二無盡 不斷愛着

도인의 탐욕은 수행자의 수치요, 출가자가 부(富)를 탐함은 군자들의 웃음거리네.
요것만 하는 말이 한정 없건만 탐착을 버리지 못하며, 이번만 하는 것이 끝이 없건만 애착을 끊지 못하네.

부처佛자를 생각해 보면 사람 人변에 떨칠 弗자의 합성어로 되어있다. 즉 중생에게서 무엇인가 떨쳐버린 이가 바로 부처님인데 그 무엇은 다름 아닌 탐욕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때문에 삼독(三毒 : 욕심, 성냄, 어리석음)을 이야기 할 때도 제일 먼저 탐심을 거론하는 것은 그 만큼 탐욕을 제거하기가 힘들다 는 말이다.

『법구경(法句經)』에 유익한 이야기가 전해온다.

“탐욕의 그물로 저를 가리고 애집(愛執)의 덮개로 저를 씌워 감옥에 스스로 묶어 놓으면, 고기가 통발 속에 들어간 것과 같아 노사(老死)의 엿보는 바가 된다. 송아지가 어미소의 젖을 찾는 것같이 탐욕을 떠나고 애집(愛執)의 발자취를 없앤다면 그물에서 벗어나 가린 것이 없어질 것이며 수도를 다하여 감옥의 결박을 제거한다면 모든 것들이 풀릴 것이다.”

만일 송아지가 어미소의 젖에 너무 집착한다면, 영원히 자신의 풀을 뜯어먹는 자유를 누리지는 못 할 것이다. 사람 또한 마찬가지로, 탐욕을 부리는 그것이 윤회하는 길일임 자각할 때, 지혜 광명의 빛이 비출 것이다. 때문에 부처님의 마지막 유언인 『유교경』에서도 제자들에게 하신 “자등명, 법등명(스스로 진리를 깨닫고 그 진리를 의지하여 법답게 살라)”의 말씀이나, “마땅히 부지런히 빨리 해탈을 구함으로써, 지혜의 광명으로 온갖 우치의 어둠을 없애도록 하라”고 하신 것은, 모두 탐욕의 근절을 당부하신 말씀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불자들의 신행활동은 불타의 정신이나 참된 진실을 담은 불타의 가르침(敎)을 통해 스스로 깨달아야 한다. 그러므로 『능가경』에서는, “경전은 달을 가르키는 손가락과 같은 것일 뿐, 달(진실)을 각자 스스로 직접 봐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선을 위주로 하는 선불교에서는 진실을 체득한 뒤에는 교주인 불타나 경전까지도 초월하여 틀에 박힌 언설, 개념을 떠나 자유 자재한 자기의 종교를 전개하는 경지를 이룰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법공 스님/동국대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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