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에 있어서 궁극의 이상적 인간상인 불타(佛陀 : 깨달은 사람)의 특성은 무엇일까? 그것은 깨달음으로 본질적이며 자주적으로 깨닫는‘자각’을 의미 하는 것이며, 그 내용에 있어서는 무엇보다 먼저 연기의 도리를 들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이러한 연기사상은 무아(無我)사상을 확립하게 되는데, 여기에 없어서는 안 되는 것이 바로 구도를 향한 마음의 발로, 즉 발심(發心)인 것이다.
원효(617~686)의 『발심수행장(發心修行章)』은 총 706자의 짧은 문장으로, 그 형식은 운문체로 되어있다. 내용은 욕심을 버리어 수행을 완성하는 것을 그 특징으로 하고 있으며, 방법적인 면에 있어서는 계와 염불을 제시하고 있는데, 이는 무지한 이들에게도 노래와 춤을 추어 불타의 칭호를 알려‘南無(나무)’를 칭념하게 한 그의 교화를 연상하게 하는 것이다. 또한『발심수행장』은 현대에 와서 불교를 알려고 하는 이의 주요 교육과정중의 하나로서, 주로 입산초심자에게 구도의 정열을 격발시키며, 출가 승려들에 있어서는 출가의 근본정신을 철저히 지니도록 강조하려는 ‘발보리심’의 권장문으로 유명하다.
발보리심이란 보리심(菩提心 = 求道心 : 도를 구하는 마음)으로 성불의 원력을 굳게 세워 구도에 정진하는 것이다. 이러한 발심에 대해서는 여러 경론에서 논하고 있는데, 즉『대승의장』에서는, “보리심을 일으키는 보리는, 번역하면 도라 할 것이니 도과(道果)와 그 덕이 원만하게 통성(通成)함을 보리라 한다. 큰 보리를 구하고자 간절한 뜻을 일으킨 것을 보리심을 일으켰다 이름 한다.”라 했으며,『유마경혜원소』에는 “바르고 참된 도를 구하고자 함을 발심이라 한다.”고 하였다. 또 ‘발심과 수행’에 대해서『기신론』의「분별발취도상(分別發趣道相)」조를 보아 이해를 돕기로 하면, 보살의 발심은 셋, 그리고 수행은 다섯으로 나누고 있다.
발심은 ① 믿음을 성취하는 신성취발심(信成就發心 : 십신(十信)의 단계에서 신심(信心)을 닦고 십주(十住)의 단계에 들어감), ② 알고 행하는 해행발심(解行發心 : 십행(十行)가운데 법이 공함을 알아 육바라밀을 닦아 십회향(十回向)에 듦), ③ 도를 증득하는 증발심(證發心 : 보살의 초지(初地)) 이상 십지(十地)의 지위에 이르는 진여(眞如)의 경계를 증득하는 발심으로 나뉘는데, 이 세 가지 마음을 발하여 어떠한 악(惡)에도 물들지 않고, 선(善)을 닦아, 중생을 구제할 때 그것을 무상(無上)의 보리심(菩提心)이라고 한다.
또한 도를 닦는 수행의 다섯 가지라 함은 ①베풀어 주는 시문(施門:구하는 중생에게는 힘대로 베풀어 기쁘게 해주고, 힘껏 가르쳐 주는 것), ②계를 지키는 계문(戒門:십계(十戒)와 구족계(具足戒)를 지키며, 부처님의 계율을 가볍게 여기지 않는 것), ③참고 견디는 인문(仁門:다른 이가 나를 욕하고 멸시하더라도 마음 움직임 없이 견디어 참는 것), ④게으름이나 뒤로 물러남 없는 진문(進門:몸뚱이와 생각이 하나도 이익 됨이 없음을 알고, 대승의 행으로 뭇 고통을 여의는 것), ⑤선정을 닦는 지관문(止觀門: 밖으로 일체경계의 분별상을 그치는 것, 즉 정(定)에 들어가는 수행) 등을 이른다.
이렇게 발심의 양상과 정도는 많은 경론에서 말하고 있으나 그것이 어느 정도 진척되어도 나아가 성취하는 바가 다 같을 수가 없다. 마치 원효의 “부처님의 뛰어난 몸을 보고 그 마음을 발심하고, 혹은 스님들을 공양하다가 발심을 하고, 혹은 이승 사람들의 가르침을 받아 발심을 하고, 혹은 다른 사람들을 가르치다가 발심을 하기도 한다”(『대승기신론소』별기)는 초발심(初發心)의 지적과도 같이『발심수행장』은, 크게 세부분의 내용으로 나누어 볼 수가 있다.
즉 ‘夫諸佛~不修放逸’의 부분에서는 수행자의 신심을 촉구하며, ‘離心中愛~善神捨離’의 부분에서는 계행의 철저함을 강조하였으며, 끝의 ‘四大忽散~寞速急乎’에서는 제행(諸行)이 무상(無常)함을 일러 간곡히 정진하기를 경책하고 있다. 본 논고에서는 4(5)字의 단어의 여덟 묶음을 한 번호로 하여 1)에서 22)까지의 내용을 살펴보기로 한다.
법공 스님/동국대 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