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 법다운 보시

라자가하에 바드리카라는 부호가 있었다. 그는 재산이 주체할 수 없이 많으면서도 인색하고 욕심이 많아 남에게 조금도 베풀려고 하지 않았다. 과거에 지은 공덕을 까먹기만 하고 새로운 공덕을 쌓을 줄 몰랐다. 그는 어찌나 인색했던지 일곱 개의 문을 겹겹이 닫아 얻으러 오는 사람을 막았고, 그물을 쳐 새들이 뜰에 내려와 모이를 쪼아먹는 것까지 막았다.
어느 날 목갈라나, 카샤파, 아니룻다들이 모여 바드리카를 교화하기로 의논하고 그의 집으로 갔다. 이때 바드리카는 자기 방에서 혼자 맛있는 떡을 먹고 있었다. 그런데 뜻밖에 바루를 들고 나타난 아니룻다를 보고 놀랐다. 마음으로는 아주 못마땅했지만 아니룻다에게 남은 떡을 조금 주었다. 아니룻다가 돌아간 후에 그는 문지기를 불러 왜 사문을 들여 놓았느냐고 꾸짖었다. 그러나 문지기는 문이 굳게 잠긴 것을 보고 그럴 리가 없다고 대답했다.
바드리카가 이번에는 구운 떡을 먹고 있을 때였다. 그때 불쑥 카샤파가 그 앞에 나타났다. 그는 또 하는 수 없이 먹던 떡을 조금 떼어 주었다. 카샤파가 돌아간 후 다시 문지기를 불러 꾸짖었지만 대답은 한결같았다. 어디로 들어왔는지 몰라 잔뜩 화가 난 그는 사문들이 요술을 부려 사람을 놀리는 것이라고 욕지거리를 했다.
그의 아내는 칫타 비구의 누이동생인데, 남편의 욕설을 듣고 말했다.
“그렇게 욕설을 마세요. 당신은 두 스님이 누구인지 아십니까? 먼저 분은 카필라의 드로노다나왕(斛飯王)의 아들 아니룻다 스님입니다. 그분은 깨달음을 얻어 부처님 제자 중에서도 천안통(天眼通)이 으뜸이라고 합니다. 또 한 스님은 카필라의 부호의 외아들 카샤파입니다. 그분은 뛰어난 미인을 아내로 맞았다가 함께 출가하여 검소한 생활을 함으로써 부처님께 두타(頭陀)제일이라고 칭찬받는 스님입니다. 그와 같은 두 스님이 우리 집에 오신 것은 다시 없는 영광입니다”
“그 말을 들으니 언젠가 그 이름을 들은 것 같군.” 하고 바드리카는 말했다.
이때 목갈라나는 쇠그물을 뚫고 공중에 뜬 채 가부좌를 하고 있었다. 바드리카는 놀랍고 두려워 이렇게 소리쳤다.
“너는 천신이냐, 귀신이냐, 간다르바냐, 야차냐!”
“천신도 아니요, 귀신도 간다르바도 야차도 아니오. 나는 부처님의 제자 목갈라나, 법을 설하기 위해 당신 앞에 나타난 것이오.”
바드리카는 그가 사문이라는 말을 듣고 보시를 청하는 거지로 생각했다. 그리고 어떤 요구가 있더라도 거절하리라고 마음 먹었다.
목갈라나는 법을 설했다.
“부처님은 법과 재물 두 가지 보시(布施)를 말씀하십니다. 정신 차려 잘 들으시오. 내 이제 법의 보시를 말하리다. 부처님은 다섯 가지로 이 법 보시를 말씀하십니다. 첫째는 산 목숨을 죽이지 않는 것, 둘째는 주지 않는 남의 물건을 갖지 않는 것, 셋째는 남의 아내를 범하지 않는 것, 넷째는 거짓을 말하지 않는 것, 다섯째는 술을 마시지 않는 것, 이 다섯 가지가 법의 보시입니다. 당신은 한평생 이 큰 보시를 지켜야 합니다”
바드리카는 이 다섯 가지 법 보시가 아무 손해될 것 없음에 우선 마음이 놓였다. 살생하지 않는 것은 쉬운 일이고, 자기는 부자이니 남의 것을 가질 필요가 없으며, 남의 아내를 범하지 않고 거짓말을 않는 것은 좋은 일이며, 더구나 술 마시지 말라니 그것은 돈을 모으는 요긴한 방법이라 더욱 좋은 일이라고 생각되었다. 부처님의 가르침이 이런 것이라면 즐겨 따르겠다고 맹세했다.
그래서 목갈라나를 청해 처음으로 공양을 내밀었다. 공양을 마친 뒤 다시 옷을 공양하기 위해 창고에 들어가 가장 허름한 천을 고르려고 했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손이 저절로 좋은 천으로만 옮겨져 집었다가 놓기를 수 십 번 되풀이했다.
이때 문득 목갈라나의 말소리가 들려왔다.
“남에게 베풀면서 마음과 싸우는 것은 어질고 착한 이로서는 차마 못할 일, 보시란 원래 싸움이 아니니 당신의 마음이 내키는 대로 하시오.”
바드리카는 이 소리를 듣자 자기 마음이 환히 드러나 보인 것을 부끄러워하며 좋은 천을 가져다 목갈라나에게 공양하였다. 목갈라나는 옷감을 받고 그를 위해 다시 보시의 공덕에 대한 법을 설했다. 설법을 들은 바드리카는 비로소 마음의 눈이 띄어 기뻐하면서 한평생 부처님의 신도가 되기를 맹세했다.

댓글 달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항목은 *(으)로 표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