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치병을 고치다
지극한 기도는 종종 문수나 관음보살을 감동시켜 현세의 복락과 행복을 누릴수 있는 지복의 인연을 맺게 한다.
중국 오나라왕 양륭때의 일이다. 왕자 부는 타고난 총기로 부왕의 사랑을 한몸에 받으며 건강하게 자랐다. 그러나 나이 스물이 갓 넘자 고열에 사지가 뒤틀리며 뼈마디가 녹아내리는 병명을 알 수 없는 이상한 병에 걸렸다.
그러던 어느날, 우연히 접한 불경을 통해 차츰 불법을 알게 되었다. 깊고 오묘한 불법의 세계는 모든 만물의 원인이 마음에서 비롯됨을 일깨워주었고 마침내 불치병마저 자신의 한 분신처럼 껴안는 도력을 갖추게 됐다.
<화엄경>을 접한 왕자는 문수보살의 지혜와 신통에 크게 감탄해 일생에 단한번이라도 문수보살을 친견하기를 간절히 기원했다. 그래서 스님들에게 문수보살을 친견할 수 있는 방법을 물었다. “1만 문수보살님이 머문 영산으로 알려진 오대산에 가셔서 지극 정성으로 기도하면 문수보살을 틀림없이 친견하실수 있을 것입니다.”
스님의 얘기가 끝나자마자 왕자는 만류하는 부왕과 아내를 뒤로 하고 표연히 오대산을 향했다. 그는 오대산에서 불도(佛道)를 향한 무서운 집념으로 수행했다. 하루종일 염불하고 스님의 법문도 들으며 한 가지 원을 세웠다.
“문수보살님, 이 박복한 중생이 보살님을 친견하기 위해 먼길을 찾아왔습니다. 이 몸, 죽기 전에 단 한번만이라도 보살님을 친견하게 해주십시오” 기도를 시작한지 한달 남짓 지났을때다. 왕자는 기도후 뒤산으로 올라갔다가 큰 나무밑에서 쉬는 한 소년을 만났다. 10세 가량된 소년은 큰 망태기를 들고 있었다.
“어디사는 누구냐?” “오대산에서 살고 있는 만수사리(曼殊舍利)입니다” “무엇을 하러 다니느냐?” “약초를 캐러 다닙니다” ” 어떤 약초를 캐느냐?” “산삼도 캐고 백복령도 캡니다” “산삼? 산삼 캐기가 10년 공부하여 도 통하기보다 어렵다는데, 그래 자주 발견되느냐?” “예 이 오대산은 다른 곳과 달라서 산삼을 캐기가 더덕 캐기보다 더 쉽습니다.” 소년은 대답과 함께 망태기를 열어 보였다.
과연 그 속에는 팔뚝 크기만한 산삼이 여러개 들어 있었다. “처사님, 드시고 싶으면 아무거나 한 개 골라 잡수세요.” “돈은 천천히 받아도 되니 먼저 잡수시기나 하세요. 산삼은 산에서 먹는 것이 좋습니다”
“그래? 그렇다면 한 개 먹어볼까?” 왕자는 소년이 골라주는 사람 형상같은 동자삼(童子蔘) 한뿌리를 정신없이 씹어 삼켰다. 동자삼을 먹고난 왕자는 은혜를 값기위해 소년과 함께 절로 내려왔다. 그런데 함께 내려온 소년은 절문에 이르렀을 때 흔적도 없이 자취를 감추고 만게 아닌가.
“만수사리야. 만수사리야” 그 소리에 놀라 스님들이 뛰쳐나와 말했다. “왕자님 그 소년은 사람이 아니라 문수보살님이요, 만수사리는 문수사리의 다른 이름입니다.”
문수보살을 친견하고 성약(聖藥)을 얻은 왕자는 문수보살의 한량없는 가피로 완전히 건강을 회복해 인왕(仁王)의 정치를 펼쳤다. 이렇듯 불법은 중생들에게 감로수 역할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