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사문의 과보

부처님이 많은 제자들과 함께 라자라하의 신의(神醫)인 지바카 소유의 암라 동산에 계실 때였다. 마가다의 아자타삿투왕은 사월 보름날 밤에 재계(齋戒)하고 궁전 누각에서 밝게 떠오르는 달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는 곁에 있는 신하들을 돌아보며, 이 밤에 덕이 높은 사문이나 바라문을 모시고 설법을 들었으면 좋겠다고 하였다. 이때 지바카는 마침 부처님이 천 이 백 오십 명의 제자들과 함께 암라 동산에 와 계시니 부처님을 모시고 법을 들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왕은 지바카의 말을 듣고 곧 암라 동산으로 갔다. 왕은 부처님께 공손히 예배드린 후 이렇게 물었다.
“부처님, 이 세상 사람들은 여러 가지 기술과 직업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들은 그 보수로써 부모 처자를 부양하고 자기도 안락을 누립니다. 그런데 출가 수행하는 사문이나 바라문은 현세에서 어떤 과보를 받게 됩니까?”
부처님은 말씀하셨다.
“여기 왕을 섬기는 한 사람의 종이 있다고 합시다. 그는 왕을 위해 부지런히 일을 할 것이오. 아침 일찍 일어나 밤늦게 자며 얼굴빛을 부드럽게 하고 말씨도 공손히 하여, 왕의 비위를 거스르지 않으려고 항상 애를 쓸 것이오. 그러다가 어느 날 문득 생각을 돌이켜 출가를 합니다. 머리를 깎고 가사를 걸치고 몸과 말과 생각을 조심하고 변변치 않은 음식과 의복에 만족하며 세속을 떠나 고요한 숲에서 살게 될 것이오. 이때 어떤 신하가 숲에서 수행하고 있는 예전의 종을 보았다고 왕께 전하는 말을 듣는다면, 그 사람에게 예전처럼 돌아와 시중을 들으라 하겠소?”
“그렇게 할 수는 없습니다. 내가 먼저 그에게 절하고 그를 맞아 가사와 음식과 숙소를 제공하며, 병이 나면 약과 필요한 물건을 대주면서 그를 보호하겠습니다.”
“그렇다면 그것이 곧 눈앞에 보이는 사문의 과보가 아니겠소?”
“그렇습니다. 그것은 분명히 눈에 보이는 사문의 과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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