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이 많은 제자들과 함께 라자라하의 신의(神醫)인 지바카 소유의 암라 동산에 계실 때였다. 마가다의 아자타삿투왕은 사월 보름날 밤에 재계(齋戒)하고 궁전 누각에서 밝게 떠오르는 달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는 곁에 있는 신하들을 돌아보며, 이 밤에 덕이 높은 사문이나 바라문을 모시고 설법을 들었으면 좋겠다고 하였다. 이때 지바카는 마침 부처님이 천 이 백 오십 명의 제자들과 함께 암라 동산에 와 계시니 부처님을 모시고 법을 들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왕은 지바카의 말을 듣고 곧 암라 동산으로 갔다. 왕은 부처님께 공손히 예배드린 후 이렇게 물었다.
“부처님, 이 세상 사람들은 여러 가지 기술과 직업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들은 그 보수로써 부모 처자를 부양하고 자기도 안락을 누립니다. 그런데 출가 수행하는 사문이나 바라문은 현세에서 어떤 과보를 받게 됩니까?”
부처님은 말씀하셨다.
“여기 왕을 섬기는 한 사람의 종이 있다고 합시다. 그는 왕을 위해 부지런히 일을 할 것이오. 아침 일찍 일어나 밤늦게 자며 얼굴빛을 부드럽게 하고 말씨도 공손히 하여, 왕의 비위를 거스르지 않으려고 항상 애를 쓸 것이오. 그러다가 어느 날 문득 생각을 돌이켜 출가를 합니다. 머리를 깎고 가사를 걸치고 몸과 말과 생각을 조심하고 변변치 않은 음식과 의복에 만족하며 세속을 떠나 고요한 숲에서 살게 될 것이오. 이때 어떤 신하가 숲에서 수행하고 있는 예전의 종을 보았다고 왕께 전하는 말을 듣는다면, 그 사람에게 예전처럼 돌아와 시중을 들으라 하겠소?”
“그렇게 할 수는 없습니다. 내가 먼저 그에게 절하고 그를 맞아 가사와 음식과 숙소를 제공하며, 병이 나면 약과 필요한 물건을 대주면서 그를 보호하겠습니다.”
“그렇다면 그것이 곧 눈앞에 보이는 사문의 과보가 아니겠소?”
“그렇습니다. 그것은 분명히 눈에 보이는 사문의 과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