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이 사위국의 제타 숲 ‘외로운 이 돕는 동산’에 계실 때였다
그 당시 사위국의 바사닉 왕과 마다가국의 아사세왕은 서로 적국사이로 교전 상태에 있었다.
각국이 상병, 마병, 거병, 보병 등의 군사를 동원하여 전투를 계속했으나 바사닉왕의 군사가 게 번이나 패전을 하고 말았다.
왕은 분노심과 수치심 때문에 침식도 잊으며 복수할 기회만을 노리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억만 장자인 한 바라문이 찾아왔다.
“대왕님 저의 집에 금은 보배가 많으니 왕께서 이것을 마음대로 이용하여 코끼리와 말을 사들이고 상금을 걸고 군사를 모집하여 적군을 반격한다면 승리를 거둘 수 있을 것입니다.
이제 왕께선 너무 근심하거나 괴로워하지 마십시오.”
왕은 쾌히 허락하였다 장자는 약속대로 많은 보물을 가져와 왕에게 바쳤다.
왕은 즉시 온 나라 안에 영을 내려 군사와 전술가를 모집하였다.
이때 모집에 응해 온 어떤 사람이 기원문에 이르러 감시 쉬고 있다가 문을 지키는 군사들이 주고 받는 말을 듣게 되었다 즉 매우 날쌔고 용맹한 군사를 앞줄에 세우고 그 다음 보통 군사를 맨 뒤엔 저열한 군사를 배치해야만 승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사람이 군사들의 말을 그대로 왕에게 아뢰자 왕은 그 전법이 좋겠다 하고 받아들였다.
그래서 많은 군사를 모집하여 훈련시킨 다음 가장 날쌘 군사를 선두에, 보통 군사를 다음에, 지리멸렬한 군사를 맨 뒤에 배치하는 전법을 써서 마가다국의 군사를 쳐부수고 많은 코끼리와 말을 노획하고 아사세왕을 사로잡았다.
그리고 많은 전리품을 수레에 싣고 승리가를 부르며 돌아왔다.
바사닉왕은 즉시 부처님께 나아가 이렇게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로서는 아사세왕에세 아무런 원한도 없었는데, 아사세왕이 저를 원수처럼 여겨 왔습니다.
그러나 아사세왕의 부왕이 바로 저와는 친한 사이인지라 차마 그의 아들을 죽일 수는 없으니 본국으로 돌려보내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참으로 좋은 일이오. 친한 사이건 친하지 않은 사이건 간에 생명은 해치기 말아야 하오.”
부처님께서 바사닉왕을 칭찬하신 다음 다음 계송을 읊으셨다
싸워서 진 자는 두려움에 떨고
이긴 자는 기뻐한다
만약 저 왕을 해방시킨다면
한꺼번에 두 사람의 즐거움을 얻는 것이네
그러나 그보다 더욱 즐거운 것은
이기고 지는 것을 초월하는 것이네
바사닉왕은 부처님의 게송을 듣고 곧 아사세왕을 그의 본국으로 돌려보낸 다음 궁궐로 돌아와 다음과 같은 생각을 했다.
‘이번 전투에 승리를 거둔 것은 저 장자가 희사한 많은 보물로 상금을 걸고 군사를 모집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왕은 장자를 불러 이렇게 말했다.
“이번 전투는 그대가 희사한 값진 보물로써 상금을 걸고 군사를 모집하였기에 승리를 거두게 된 것이다.
그대의 은혜를 갚고자 하니 소원이 있으면 말하라.”
이에 장자는 무릎을 꿇고 왕에게 아뢰었다.
“제 말의 허물을 용서하신다면 감히 사뢰겠습니다.”
왕이 그렇게 하겠다고 하자 장자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말하였다.
“제 소원을 말씀드리자면, 왕을 대신해서 7일 동안만 이 나라를 통치하는 것입니다.”
이에 왕은 약속대로 허락하였다. 왕의 즉위식과 똑같이 성대한 의식을 올리며 국왕으로 모신 다음 온 백성들에게 이 사실을 알렸다.
새로 왕이 된 그는 사위국의 속국인 여러 군소국가의 왕들에게 사신을 보내어 앞으로 7일 동안 모든 정사를 중단하고 자신에게 배알하도록 한 다음 함께 삼보에 귀의해 부처님을 7일 동안 공양하였다.
그리고 부처님 앞에 엎드려 예배드린 다음 큰 서원을 세웠다.
“원하옵건대 이 7일 동안 왕 노릇한 공덕으로 미래세에는 눈 어두운 중생에겐 밝은 눈을 얻게 하고, 구호 받지 못한 중생에겐 구호를 받게 하고, 해탈하지 못한 중생에겐 해탈하게 하고, 평안하지 못한 중생에겐 평안을 얻게 하고, 열반에 들지 못한 중생에겐 열반의 경지에 들어가게 하옵소서.”
장자의 이러한 발원을 들으시고 부처님은 빙그레 웃으셨다.
이때 아난다가 부처님 앞에 나아가 물었다.
“부처님께서는 함부로 웃음을 나타내지 않으셨는데,
지금 빙그레 웃으신 까닭은 무엇입니까? 말씀해 주십시오.”
“아난다야, 너는 저 장자가 7일 동안 내게 공양하는 것을 보았느냐?”
“예 보았습니다”
“자 정자는 나를 청하여 공양한 공덕으로 미래세에는 최승이라는 명호로 성불하여 많은 중생을 제도하게 될 것이다. 그래서 나는 웃은 것뿐이다”
그리고 부처님은 이어서 이 장자가 국왕 노릇을 하게 된 전생의 인연을 하나하나 들려주셨다.
(찬집백연경)
무엇이 진정한 승리인가에 대한 부처님의 사상이 잘 드러나 있다.
진정한 승리는 남을 무너뜨린 위에 깃발을 세우는 것이 아니라 어느 쪽이든 패배를 가져오지 않는 승리, 이것이 진정한 승리이다.
병법에 ‘적국을 온전한 채로 두고 굴복시키는 것이 최상의 방법이고 적국을 깨뜨려서 굴복시키는 것은 그 다음의 방법’ 이라고 하는 것도 부처님의 사상과 상통한다.
그리고 원수를 용서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언제까지라도 아픔의 상처를 스스로 안고 살아가는 사람이다.
이는 인생을 즐겁게 사는 태도라고 볼 수 없다.
다른 사람의 잘못과 실수를 언제나 꽁하고 살아가는 사람은 자기 자신부터 괴로움에 시달리는 사람이다.
그 사람은 손해를 볼 뿐이다. 또한 용서할 수 없는사람을 한 명이라도 갖는 다는 것은 자기 마음에 씻을 수 없는 상처를 간직하는 것과 같아. 공자는 “관대하면 사람을 얻는다”고 했고 와일드는 “증오는 사람을 눈멀게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