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마귀와 올빼미의 싸움
옛날에 까마귀 떼와 올빼미 떼가 있었는데 그들은 서로 원수
사이였다. 낮에는 앞을 보지 못하는 올빼미들을 까마귀들이 공
격하였고, 밤이면 까마귀들이 앞을 보지 못하는 것을 알고 올
빼미들이 공격하여 죽였다. 이렇게 밤과 낮을 서로 두려워하면
서 살고 있었다. 이때 까마귀 중에서 지혜 있는 놈이 나와서
이렇게 말했다.
“이렇게 죽이고 죽고 하다가는 결국 양쪽이 다 살아남을 수
없다. 무슨 방법을 쓰든지 올빼미들을 몽땅 없애 버려야만이
우리가 편하게 살 수 있다. 이렇게 길게 끌다간 결국 우리 쪽
이 먼저 망하고 말 것이다.”
이 말을 듣고 다른 까마귀들도 동조를 했다.
“네 말이 옳다. 그렇다면 저 올빼미들을 소탕할 수 있는 어
떤 방법이 있는가?”
지혜 있는 까마귀가 말했다.
“내 몸을 털을 쪼아서 뽑아라. 그리고 머리도 쪼아서 상처를
내어라. 그 다음에는 내가 알아서 저놈들을 완전히 없애 버리
겠다.”
마침내 털이 다 뽑힌 까마귀는 올빼미들이 사는 굴 앞에 가
서 구슬프게 울었다. 그 소리를 듣고 올빼미들이 나와서 물었
다.
“너는 무슨 이유로 털리 뽑히고 머리에 피를 흘리면서 울고
있는가. 할말이 있으면 해보라.”
“여러 까마귀들이 나를 죽이려 하기 때문에 그들과 도저히
같이 살 수가 없다. 저 원수놈들을 피해 이곳으로 온 것이다.”
까마귀의 말을 듣고 올빼미들은 의견이 갈렸다.
” 저 족속들은 우리의 원수다. 가까이 할 수 없다. 무엇 때
문에 원수를 보호하려 하는가?”
“지금 그는 우리를 믿고 죽음 직전에 피해 왔다. 저 가엾은
신세를 그냥 넘길 수는 없지 않은가?”
올빼미들은 결국 까마귀를 보호해 주자는 쪽으로 의견을 모
았다. 그래서 까마귀는 올빼미들의 보호 아래 일정한 시간이
지나자 뽑혔던 털이 자라나게 되었다. 까마귀는 이 고마운 은
혜를 갚는 체하면서 마른 나뭇가지들을 올빼미들의 굴 앞에
쌓기 시작했다.
올빼미가 물었다.
“무엇하러 나뭇가지를 쌓는가?”
” 이 굴속은 순전히 바위로 되어 있기 때문에 겨울의 찬바
람을 막으려면 굴 앞에 나무를 쌓아야 한다.”
올빼미들은 까마귀의 말이 그럴듯해서 속으로 고맙다는 생
각까지 했다. 까마귀는 굴을 지키는 척하며 열심히 나뭇가지를
쌓아올렸다.
어느덧 겨울이 오고 심한 눈보라가 몰아치던 날이었다. 올빼
미들은 까마귀에게 고맙다는 생각을 하며 모두 굴속으로 들어
갔다. 까마귀는 올빼미들이 다 굴속으로 들어가자 목동들이 피
워 놓았던 불씨를 물어다가 나뭇가지에 불을 질렀다. 올빼미들
은 한꺼번에 모두 타 죽고 말았다.
이때 하늘의 천신들이 이러한 게송을 읊었다.
서로 의심이 가는 사이에서는
너무 상대방을 믿지 말라.
까마귀가 거짓으로 착한 체하여
올빼미를 태워 죽이는 것과 같은
행동을 할 수 있으리라.
<<잡보장경>>
남을 의심한다는 것은 결코 좋은 태도가 아니다. 믿는다는
것은 의심하는 것보다 낫다. 그러나 의심하지 않고서는 깊이
믿을 수가 없다. 회의는 신앙을 위해서도 필요하다. 그러므로
회의는 지혜의 종말이 아니라 시작이라고 했다.
인간의 가장 가치 있는 특징은 믿어야 할 것과 믿지 말아야
할 것에 대한 분별 있는 지혜와 감각에 있다. 그러므로 어리석
음으로 인해 남에게 속는 것은 믿음이 아니라 바보에 가깝다.
그러므로 셰익스피어도 “적당한 의구심은 현자들의 표시이다.”
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