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마도 화가 김명국
최소한의 붓질로 대상의 본질을 표현하는 減筆法의 대가 김명국은 조선 중기(17세기) 달마도로 유명하다.
연담(蓮潭 연을 심은 못)이란 그의 호가 말해주듯 천민으로 태어나 신 들린 듯한 붓 하나로 從六品 도화서 교수직에까지 올랐는데,
타고난 성품이 대범하고 호방하며, 해학적이었다. 또 다른 호는, 말술도 마다 않는다는 취옹(醉翁)이다.
취하지 않으면 그림을 그리지 않았다는데,어느 스님이 큰 폭의 비단을 가지고 와 지옥도를 그려 달라며, 예물로 삼베 수십 필을 놓고 갔다.
예물을 부인에게 주며 몇달 술이나 실컷 마시게 해달라고 했다.
얼마 후에 스님이 그림을 찾으러 왔으나, 그릴 뜻이 생길 때까지 기다려 달라고 하고는 돌려보냈다.
하루는 술이 취해 한 달음에 ‘지옥도’를 풀어냈다.
무간 지옥의 고통스런 모습이 생생하게 드러났다.
스님이 와서 보고는 깜짝 놀랐다,
지옥에 떨어진 인물들은 전부 스님의 모습 이였다.
스님은 숨을 몰아쉬며 佛事를 그르쳐 놓았다고 버럭 화를 내니, “혹세무민(惑世誣民)의 악업을 쌓아 지옥으로 가야 하는 건 너희들 중이 아니냐!!”며 되려 호통을 쳤다.
그림을 포기할 생각으로 예물이나 돌려 달라고 하자,
그림은 완전하게 해 줄 테니 술이나 더 받아오라고 했다.
거나하게 취흥이 돌자, 붓을 들어 머리카락을 그려 넣고 옷에 채색을 하며, 신들린 듯한 빠른 손놀림으로 순식간에 감쪽같이 새 그림처럼 바꾸어 놓았다.
스님이 그걸 보고는 감탄을 하며, “참으로 천하의 神筆이로다” 하고는 대 만족하며, 거듭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떠났다 한다.
달마가 갈대를 타고 강을 건너는 그림인 ,달마 절로 도강도, 에도 김명국 특유의 전광석화 같은 놀라운 필법은, 갈대 한 가지에 몸을 싣고 홀연히 바람처럼 강을 건너는 禪師의 전설적인 모습이 筆力만큼이나 神妙하다. 어쩌면 달마대사의 깨달음을 말하는데 가장 적절한 것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