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팔이 선승
선종의 제2조 혜가는 여행 도중 도적을 만나 팔을 잘리웠다.
그러나 마음을 다스림으로써 고통을 느끼지 않고팔이 잘린 부분을 불로 지져서 흐르는 피를 막고보자기로 싼 다음 걸식하기를 전과 같이 하였다.
그러면서도 자신의 부상을 사람들에게는 말하지 않았다.
역시 달마의 제자였던 담림(曇林) 또한 도적을 만나서 팔을 잘리웠다.
담림은 고통으로 밤새 울부짖었다.
혜가는 그를 치료해 주고 밥을 빌어다 담림을 공양했다.
담림은 혜가가 팔을 보자기로 싼 것을 보고 팔이 없는 자신을 흉내내는 줄 알고 화를 냈다.
어느날 걸식에서 돌아온 혜가가 음식을 담림에게 주자 담림은 먹지 않고 있었다.
혜가가 물었다.
“음식이 앞에 있는데 왜 스스로 먹지 않는가?”
담림이 말했다.
“나는 팔이 없다. 그대는 모르는가?”
혜가가 말했다.
“나 또한 팔이 없거늘 무엇 때문에 화를 내는가?”
담림은 혜가의 팔을 살펴보고 혜가의 공력(功力)이 큰 것을 알았다.
그 후 사람들은 담림을 “팔없는 담림[無臂林]”이라고 불렀다.
여기서의 적이란 불교박해자의 무리이거나 무법자들이었을 것이다.
혜가의 시대는 북주(北周)의 고조 무제(武帝)가 574년에 단행한 폐불(廢佛 : 불교박해)의 시기였다.
초기의 선종을 개척한 선승들은 참담한 사회적 환경 속에서 굴하지 않고 이렇게 꿋꿋이 살아가면서 가르침을 폈다.
그들은 결코 종교적 권위를 누리거나 신도들의 예우를 받으며 살아가지 않았던 것이다.
이 이야기는 그들의 강인한 정신력과 인품을 살필 수 있는 서늘한 이야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