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 선법(禪法)이 없어지면
우리나라 선불교의 효시를 이룬 신라 구산선문(九山禪門) 중 성주산문(聖主山門),즉 숭엄산 성주사를 세운 무염국사는 신라 무열왕의 8대손으로 그의 선조들은 대대로 정승과 장수를 역임한 명문이었다.
무염은 12세에 설악산 오색석사(五色石寺)로 출가하여 법성선사에게 능가경의 가르침을 받았다.
그 후 당나라로 유학을 떠나 시인 백락천의 스승이기도 한 여만선사에게 도를 묻고 배웠다. 여만선사는 마조도일선사의 선법을 무염에게 전수하면서 말했다.
“내가 많은 사람을 만났지만 동국인(東國人)을 만난 적은 드물다.
뒷날 중국에 선법이 없어지면 동쪽나라 사람들에게 물어야 될 것이다.”
무염은 또한 마곡보철선사의 회상에 가서 일을 보되 매우 성실하고 능숙하게 맡은 일을 해냈으며, 남들이 어렵게 여기는 일을 반드시 맡아서 쉽게 해내자 마곡보철선사가 말했다.
“나의 스승 마조선사께서는 일찍이 내게, ‘만일 동쪽나라 사람으로서 눈에 띄게 뛰어난 이를 만나거든 그를 가르쳐 길거리로 내보내라.
지혜의 강물이 사해(四海)에 넘치게 될지니 그 공덕이 적지 않으리라’라고 말씀하셨는데,
그대를 보니 스승의 말씀이 진실함을 알겠다.
나는 그대가 온 것을 기뻐하나니 다시 동쪽으로 돌아가거든 으뜸가는 선문을 세우기 바란다. 부디 잘가기 바란다.”
무염이 귀국하여 성주산문을 세우고 가르침을 펴니 모여든 스님이 천 명, 그 이름이 시방(十方)에 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