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룻배에서 생긴 일

나룻배에서 생긴 일

조선 중엽의 한 스님이 제자와 함께 한강을 건너기 위해 작은 나룻배를 타고 있었다.

그때 한 남자가 “어이, 기다려”라고 소리치며 달려오고 있었다.

꽤 취한 듯 보이는 그 사람이 마구 비틀거리며 배에 올라타자 배는 좌우로 요동치기 시작했다. 사공도 그 사람이 무서워서 아무 말도 못하고 승객들은 겁에 질려 있었다.

이를 지켜보고 있던 스님이 조용히 타일렀다.

“여보시오. 조금만 참고 가만히 자리에 앉아 계시오.

배가 흔들리니까 모두 위험하지 않습니까.”

사나이는 난폭하게 말했다.

“아니, 이 까까중이 지금 뭐라고 하는거야.

위험하면 모두 내리면 될 거 아냐.

나는 이래라 저래라 얘기하는 소리를 들으면 그냥 있지 못하는 사람이란 말이야.”

말을 마친 사나이는 주먹으로 스님의 얼굴을 때렸다.

스님의 얼굴에서는 주루룩 피가 흘러 내렸다.

이때 조용히 있던 제자가 “이 나쁜 놈”이라고 소리치며 사나이를 붙잡기 위해 일어났다.

이 제자는 원래 훈련원의 무인으로서 출가하여 불도를 닦는 몸이었다.

스님은 화가 난 제자의 소매를 잡아끌며 말했다.

“너는 아직도 옛날의 사나운 습성을 못버렸구나.

인욕수행은 말만으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철없는 불량배에게 맞는 것쯤을 참지 못한다면 부처님의 제자라고 할 수 없다.”

말을 마친 스님이 붓을 꺼내어 무엇인가 적어서 제자를 보여주자 제자는 고개를 숙이고 조용히 앉아 있었다.

배가 나루에 도착하자 난폭했던 사나이는 스님에게 다가와서 아까의 무례를 용서해 달라고 빌었다.

사나이는 스승과 제자의 의연함에서 자신으로서는 도저히 범접할 수 없는 기개와 자비심을 보았던 것이다.

이때 제자가 말했다.

“여보시오. 나는 출가하기 전에 훈련원에서 무술을 가르치고 있었소.

아까 당신이 하도 무례하게 굴어서 그만 그만 참지 못하고 내가 승려의 몸이라는 것도 잊어버리고 당신을 강물에 내던지려고 했소.

그런데 스승님의 가르침을 받고 겨우 살생의 죄를 면하게 되었소.

자, 스님이 내게 내리신 가르침을 보시오.”

그 종이에는 단 한 줄의 시가 씌여 있었다.

이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다

때린 사람도 맞은 사람도

모두 한 순간 꿈 속의 유희일 뿐

부디 미움을 이기고 자비로운

마음으로 살아갈 지니라

사나이의 두 눈에서는 굵은 눈물이 쏟아져 내렸다.

그리고 자신의 허망한 삶을 뉘우치고 그 길로 스님을 따라가 불도에 전념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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