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사자 이야기
불교에서 사용하는 가사(袈裟)는 옛날부터 모든 선인이 수도복으로 애용하였던 것을 불교에서 응용한 것이다.
가사는 자비복전의 상징으로 아무리 나쁜 마음을 가진 사람이라도 가사를 입은 사람은 해치지 못했다. 이러한 사상은 오랜 세월을 두고 인도전역에 깊이 물든 사상이 있으므로 사나운 맹수도 그것을 보면 해칠 생각을 안 해 때론 사냥꾼들이 그것을 방패의 무기로 응용하기도 하였다.
그래서 어느 날 사나운 사냥꾼이 가사를 입고 산에 올랐는데 금사자 한 마리가 그것을 보고
「저는 수행자라 결코 나를 해치지 않으리라.」
하고 태연히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화살이 날아왔다. 사자는 비호처럼 날아 그의 옆에 이르렀다. 분명 그가 입은 옷은 가사임에 틀림없었다.
얼마든지 그를 물고 뜯어 복수코자 하였으나 이 사자는 가사 때문에 마음을 돌리고 어슬렁어슬렁 걸어갔다. 사냥꾼은 다시 활을 재어 그의 목에 쏘았다. 사자는 펄펄 뛰면서
「야라라 바사사 사바하.」
하고 세 번 주문을 외운 뒤 쓰러졌다. 사냥꾼은 비로소 안심한 듯 그의 가죽을 벗겨 왕궁에 바쳤다.
왕은 그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원래 금빛 사자는 보살의 화현이기 때문에 잡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미 죽은 것이라 퍽 주저하면서도 불쌍한 사냥꾼에게 약간의 돈을 지불했다. 그러고 물었다.
「이 사자가 죽을 때 무슨 이상한 일이 있었느냐?」
「있었습니다. 사자가 죽으면서『야라라 바사사 사바하』란 주문을 외우고 또 목숨이 끊어지자 갑자기 천지가 진동하고 청천하늘에서 꽃비가 약간 내렸습니다.」
옆에 있던 선인이 물었다.
「야라라 바사사 사바하는, 삭발 염의한 사람은 열반에 가까운 사람으로 인천의 존경을 받는다는 말이 아닌가?」
「그렇습니다. 제가 그 옷을 입고 있었기 때문에 그런 주문을 외운 듯합니다.」
「그렇다면 이는 보통 사자가 아니다. 모든 사람들에게 본이 되게 하리라.」
하고 왕은 곧 금수레를 만든 그 수레 위에 금사자의 가죽을 쳐 놓고 주위 시민들로 하여금 공양케 하였다. 그리고 그 때부터는 진짜 수도인이 아닌 사람은 가사를 입지 못하게 하였다.
그러나 지금도 탐욕에 이 어두운 사람들은 가사를 뒤집어쓰고 많은 보살들을 괴롭히고 있는 것이다.
부처님은, 이 사자는 복전의(福田衣)를 공경한 공덕으로 십억만겁동안 전륜성왕의 몸을 받고 마침내 불과를 증독하였는데, 그 때의 사자는 오늘 석가모니며 국왕 다이비는 미륵보살, 옆에 서서 다라니를 해석한 선인은 사리불이고 사냥꾼은 데바닷다라 하였다.
<賢愚經 十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