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덟가지 소리를 알아낸 수행자
이 이야기는 부처님이 기원정사에 계실 때 밤중에 들은 분별할 수 없는 소리에 대해 말씀하신 것이다.
『옛날 범여왕이 바라나시에서 나라를 다스리고 있을 때, 보살은 8백만의 재산을 가진 부유한 바라문 가정에 태어났다.
그는 성인이 되자 득차시라에 가서 온갖 학예를 배우고 돌아와 부모가 죽은 뒤에는 그 재산을 조사하여 보시하는 형식으로 두루 흩어버리고는 설산에 들어가 선인(仙人)이 되었다.
그리하여 신통과 선정을 얻은 뒤에 소금과 식초를 얻기 위해 사람들의 집을 따라 바라나시로 들어가 왕의 동산에 머물고 있었다.
그 때 바라나시왕은 큰 방에 앉아 밤중에 여덟 가지 소리를 들었다.
첫째는 왕궁 가까운 동산에서 두루미 한마리가 소리를 질렀다.
둘째는 그 소리 뒤를 이어 코끼리 집 입구에 있던 암까마귀가 소리를 질렀다.
셋째는 왕궁 꼭대기에 사는 어떤 생물이 소리를 질렀다.
넷째는 왕궁에서 키우는 집비둘기가 소리를 질렀다.
다섯째는 거기서 먹이는 사슴이 소리를 질렀다.
여섯째는 다 같이 거기서 기르는 원숭이가 소리를 질렀다.
일곱째는 거기서 기르는 긴나라가 소리를 질렀다.
여덟째는 그 소리를 뒤이어 왕궁 꼭대기를 지나 동산에 가서 사는 어떤 독각승이 한 가지 게송 읊는 소리를 질렀던 것이다.
바라나시왕은 이 여덟 가지 소리를 듣고는 놀라고 두려워하여 그 이튿날 바라문들에게 물었다. 그들은
「대왕님, 대왕님께 위험이 닥칩니다. 네 가지 짐승을 잡아 공양해야 합니다.」
하고 왕의 승낙을 얻어 기뻐 뛰면서 왕궁에서 물러나와 공양할 준비를 시작했다.
그런데 그들 가운데서 우두머리 되는 공양행의 바라문의 안제자로서 지혜 있고 방술을 가진 이가
그 스승에게 말하였다.
「스승님, 그 많은 생물들을 그렇게 잔인하게 죽여서 되겠습니까.」고 하였다.
「여보게 자네는 아무 것도 모르네. 비록 겉으로야 아무 것도 없지마는 생선과 고기만이라도 많이 먹을 수 있지 않는가.」
「스승님, 배를 두드리기 위해 지옥에 떨어질 일은 해서는 안 됩니다.」
이 말을 듣고 다른 바라문들은
「저 녀석은 우리 벌이를 방해한다.」
하고 모두 그를 나무랐다. 그는 그들을 두려워하여
「그러면 여러분은 그런 수단으로 많은 생선과 고기를 자십시오.」
하고 거기서 떠나 성 밖으로 나왔다.
그리하여 왕의 저런 일을 못하게 할 만한 법다운 사문을 찾아다니다가 왕의 동산으로 가서 보살을 발견하고 그에게 인사한 뒤에
「당신은 왜 저 생물들에 대해 가엾이 여기는 생각을 일으키지 않습니까. 왕은 많은 생물을 잡아 공양하려 하고 있습니다. 왜 당신은 저 생물들의 속박을 풀어 주려는 생각을 내지 않습니까.」
고 하였다.
「청년이여, 지금 왕은 내 일을 모르고 나도 왕의 일을 모르고 있습니다.」
「존자님, 그러나 당신은 왕이 들었다는 그 소리들의 결과를 알고 계시겠지요.」
「물론 알고 있습니다.」
「아신다면 왜 왕에게 알려 드리지 않습니까」
「청년이여, 내가 어떻게 나는 그것을 알고 있다고 이마에 써 붙이고 다닐 수 있겠습니까.
만일 저쪽에서 내게 와서 물으면 나는 이야기해 드리지요.」
청년은 급히 왕궁으로 갔다. 왕은 무슨 일 이냐고 물었다. 청년은
「대왕님, 대왕님이 들으신 그 소리의 결과를 알고 있는 어떤 수행자가, 지금 대왕님 동산의 훌륭한 돌 위에 앉아 <만일 내게 물으면 다 말해 드리겠다.> 하고 있습니다.
대왕님은 가셔서 물어보시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하였다.
왕은 빨리 거기 가서 그 수행자(보살)에게 경례하고 자기도 정중한 마중을 받은 뒤에 자리에 앉아
「존자님, 당신은 참으로 내가 들은 그 소리들의 결과를 알고 있습니까.」
고 물었다.
「그렇습니다. 대왕님.」
「그러면 거기 대해 내게 말해 주시오.」
「대왕님, 그런 소리를 들었다 해서 그 인연으로 어떤 위험이 있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대왕님 동산에 옛날부터 한 마리 두루미가 있습니다.
그는 지금 먹이를 얻지 못하고 배고픔을 못 견뎌 첫째 소리를 지른 것입니다.
대왕님, 이렇게 그 두루미는 배고픈 괴로움에 소리를 지른 것입니다.
만일 그 배고픔을 면하게 해주려면 그 동산을 깨끗이 하고 그 못에도 물을 채워 주십시오.」
보살은 또
「대왕님, 대왕님 코끼리 집 입구에 암까마귀 한 마리가 있는데 그것이 제 새끼를 슬퍼해 둘째 소리를 질렀습니다. 그러므로 그 때문에 대왕님이 두려워하실 것은 없습니다.」
보살은 이렇게 하고 또
「대왕님 어떤 사내가 대왕님의 그 코끼리 집을 지키고 있습니까.」고 물었다.
「존자여, 반두자라는 사내입니다.」
「대왕님, 그 사내는 애꾸눈입니까.」
「존자님, 그렇습니다.」
「대왕님, 대왕님의 코끼리 집 입구에 암까마귀 한 마리가 집을 짓고 알을 낳았습니다.
그것이 알을 까고 나와 새끼들이 되었는데, 그 사내가 코끼리를 타고 그 집을 드나들면서 암까마귀와 새끼들과 그 집을 두들겨 부수었습니다.
암까마귀는 그 상처로 괴로워하면서 그 사내 애꾸눈을 원망하며 그렇게 소리를 지른 것입니다.
만일 대왕님이 그 까마귀를 가엾이 여기신다면 그 반두자에게 그 집을 부수지 말게 하십시오.」
왕은 그 사내를 불러 꾸짖고 또 그 자리를 바꾸어 다른 사람을 두었다. 보살은 또
「대왕님, 대왕님 궁전 꼭대기에 나무벌레 한 마리가 살고 있습니다.
그는 나무 속 껍질을 파먹고 있었는데 그것이 다 없어졌으나 나무 심은 먹을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그는 먹이를 얻을 수 없었지마는 그렇다고 떠날 수도 없었으므로 슬퍼한 나머지 셋째소리를 지른 것입니다. 따라서 그 때문에 대왕에게는 아무런 두려울 것이 없다는 것입니다.」
하고 그 벌레의 행위를 그의 지혜로 해부하여 주었다.
왕은 한 사내에게 명령하여 수단을 써서 그 벌레를 잡아내었다. 그리고 또 보살은 물었다.
「대왕님, 그 왕궁에서 기르는 비둘기 한마리가 있지요.」
「존자님, 있습니다.」
「대왕님, 그 암비둘기는 이전에 제가 살던 숲을 생각하고 그것을 그리워하여(나는 언제나 이 새장을 벗어나 저 즐거운 숲으로 갈까) 하고, 그 넷째 소리를 지른 것입니다.
그 때문에 대왕님은 두려워하실 것은 없습니다.」
보살은 이렇게 말하고
「대왕님, 그 비둘기는 못내 그리워하고 있습니다. 그것을 놓아 주십시오.」
하였다. 왕은 그대로 하였다.
그리고 보살은 또 물었다.
「대왕님, 그 왕궁에 사슴 한 마리를 기르고 있지요.」
「존자님, 있습니다.」
「대왕님, 그것은 사슴 무리의 왕으로 그 암사슴을 생각하고 그리워 고민하면서 그 다섯째 소리를 지른 것입니다. 그러므로 그 때문에 대왕님은 두려워하실 것은 없습니다.」
보살은 이렇게 말하여 그 사슴을 놓아 주게 하고는 다시
「대왕님, 그 왕궁에서 기르는 원숭이 한마리가 있지요.」
하고 물었다.
「존자님, 그렇습니다.」
「그것도 저 설산 지방에 있던 원숭이 무리들의 왕으로, 모든 암원숭이들과 향락하면서 돌아다니다가 바라타라는 사냥꾼에게 잡히어 여기까지 오게 되었으므로 이제 본 그 곳이 그리워 가고 싶다 생각하고 그 여섯째 소리를 지른 것입니다.
그러므로 그 때문에 대왕에게 두려움이 생길 일은 없습니다.」
그리고 보살은 또
「대왕님, 그 궁전에 기르는 긴나라가 있지요.」
하고 물었다.
「존자님, 있습니다.」
「대왕님, 그것도 그 암컷과 놀던 일을 생각하고 고민하면서 일곱째 소리를 질렀습니다.
왜그러냐 하면, 그는 어느 날 그녀와 함께 어떤 높은 산꼭대기에 올라갔습니다.
그리고 그는 거기서 빛깔과 향기를 갖춘 갖가지 꽃을 따 그것으로 몸을 꾸미며 해 지는 줄을 몰랐습니다.」
그들이 내려왔을 때는 해는 지고 날은 완전히 어두워졌습니다.
그래서 그녀는 그에게(여보시오, 깜깜해졌습니다. 미끄러지지 않도록 주의하십시오.) 하며 그의 손을 잡고 내려왔습니다. 그는 그 암컷의 이 말을 생각하고 소리를 지른 것입니다.
그러므로 그 때문에 당신에게 두려움이 생길 일은 없습니다.
이렇게 보살은 원숭이와 긴나라가 지른 소리의 원인을 말하고 그들을 놓아주게 하였다. 그리고 다시
「대왕님, 그 여덟째 소리는 감흥의 게송이었습니다.
즉 난다무라라는 동굴에 어떤 독각(獨覺)이 있습니다. 그는 그의 수명이다 한 것을 알고 사람들이 다니는 길을 따라 내려오면서(나는 바라나시왕의 동산에서열반하자. 거기 사람들은 내 뼈를 묻어 주고 제사를 지내고는 사지를 공양하여 내가 하늘에 날 길을 장엄하게 주리라) 하고 신통의 위신력으로 여기까지 와서 대왕님 궁전 꼭대기에 도착했을 때, 그 어깨의 짐을 내려놓으면서 열반의 성에 들었다는 소식을 감흥의 게송으로 알렸습니다.」
하고 그 독각이 읊은 다음 게송을 외웠다.
「의심 없이 이 생(生)의 그 끝을 보았거니
나는 결코 다시 태(胎)에 들지 않으리라.
이것은 대개 내 최후의 생이오니
다시 태어날 윤회(輪廻) 내게는 다하였네.」
「이 감흥의 게송을 이렇게 외우고 그는 왕의 동산에 와서 많은 꽃이 활짝 핀 사라나무 밑에서 열반에 들었습니다. 대왕님, 거기 가셔서 그를 위해 사리 공양을 올리십시오.」
보살은 왕과 함께 그 독각이 열반한 곳으로 가서 사리를 보이었다.
왕은 그 사리를 보고 군대와 함께 가서 향과 화만을 바쳐 경의를 표하였다.
그리하여 보살의 말을 따라 공양을 올리고 모든 중생들 생명을 살리기 위해 살생을 금하도록 성내에 포고령을 내렸다.
그리고 이레 동안 제사를 엄수(嚴修)하고 향료(香料)로 장엄한 퇴적(堆積)을 만든 뒤에 절대의 경의를 표하면서 그 독각의 사리를 화장하고 네거리에 탑을 세우게 했다.
보살도 왕에게 설명하되 부디 방종하지 말라 훈계한 뒤에 설산에 들어가 범행을 행하고 부단히 선정을 닦아 범천세계에 날 몸이 되었다.』
부처님은 이 이야기를 마치고『그 때의 그 왕은 지금의 저 아난다요, 그 청년은 저 사리불이며, 그 수행자는 바로 나였다.』고 말씀하셨다.
<본생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