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제공양(次第供養)의 전생 이야기
이 이야기는 부처님이 기원정사에 계실 때, 어떤 지주(地主)에 대해 말씀하신 것이다.
그는 신심이 깊은 선량한 사람으로 항상 부처님과 비구들을 매우 공경하고 존중하였다.
어느 날 그는 생각하였다.
「나는 불보(佛資)와 승보(僧寶)에 대해서는 훌륭한 음식과 부드러운 의복을 보시하고 늘 크게 공경하고 존중하고 있다. 이제는 법보(法寶)에 대해 하자. 어떻게 하면 좋을까.」
그래서 그는 많은 향과 화환 등을 가지고 기원정사로 가서 부처님께 여쭈었다.
『부처님, 저는 법보를 공경하고 존중하고 싶습니다. 어떻게 하면 좋겠습니까』
『만일 법보를 숭경하고 싶으면 법보의 보지자(保持者)인 아난다를 숭경하오.』
하셨다. 그래서 그는 분부를 받고 이튿날 아난다 장로를 초대하여 크게 숭경하였다.
즉 그를 집에 안내하여 크고 조용한 자리에 앉히고 향과 화만을 올린 뒤에 갖가지 맛난 음식으로 공양하고, 늙어서 입을 삼의(三衣)를 만들기에 충분한 값진 옷감을 보시하였다.
아난다 장로는 생각했다.
「이런 공경 존중은 법보를 위한 것이다. 그러므로 내게는 적당하지 않고 저 제일의 법장(法將)에게 적당한 것이다.」
그리하여 공양식이 담긴 바루와 웃을 정사로 운반하여 사리불 장로에게 주었다.
그러자 그도 또
「이 숭경은 법보를 위한 것이다. 그러므로 이것은 모든 법의 주인 부처님께 적당한 것이다.」
생각하고 그것을 부처님께 바쳤다.
부처님은 자기 이상의 지상자(至上者)가 없음을 아시므로 바루에 담긴 공양을 드시고 또 그 옷의 보시를 받으셨다. 부처님은
『비구들이여, 지금 비로소 바루의 공양이 적당하게 차례로 내게 온 것이 아니다.
전생에 내가 세상에 나오기 전에도 그런 일이 있었다.』하고 그 과거의 일을 말씀하셨다.
『옛날 범여왕이 바라나시에서 악을 행하지 않고 열 가지 왕법을 지켜 나라를 다스리고 있었다.
그렇게 하는 동안에 그 법정(法廷)에는 일이 없었다.
왕은 자신의 부덕을 발견하기 위해 가까이 사는 사람을 비롯해 어떤 사람이라도 붙잡고 물어 보았지만, 궁중의 여자들에게서도 성내에서도 성문 가까이 마을에서도 자신의 부덕을 말하는 사람은 발견하지 못했다.
그래서 지방으로 나가 찾아보려고 국정을 대신들에게 맡긴 그는 그 사제(司祭)와 함께 변장하고 가시국을 두루 돌아 다녔다. 그러나 그 부덕을 말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는 국경의 어느 거리에 와서 창문이 없는 어떤 강당에 앉아 있었다.
그 때 그 거리에 사는 사람으로, 80 구지의 재산을 가진 부자 지주가 큰 행렬을 지어 목욕하러 와서 강당에 앉아 있는 금빛으로 우아한 풍채를 가진 이 왕을 보았다.
그는 왕에게 애정을 느껴 강당에 들어와 왕에게
「잠깐 여기 계십시오.」
하고 그 집으로 돌아가 갖가지 매우 맛난 음식을 만들고 큰 행렬로 식기(食器)를 함께 가지고 왔다.
그 때 설산에 사는 다섯 가지 신통을 가진 고행자가 와서 거기 앉았다.
또 난다무라 동굴에서도 벽지불이 와서 거기 앉았다.
지주는 장에게 손 씻을 물을 주고는 온갖 맛이 뛰어난 카레 요리를 식기에 담아 왕에게 주었다.
왕은 그것을 받아 그 사제 바라문에게 주었다. 바라문은 그것을 받아 고행자에게 주었다.
고행자는 벽지불 앞에 가서 왼손에는 식기를, 오른손에는 물병을 들어 보시의 물을 주고는 바루에 음식을 담았다. 벽지불은 아무도 부르지 않고 누구에게도 실례한다는 말없이 그것을 먹었다.
그가 식사를 끝내자 지주는
「나는 왕에게 음식을 주었다. 왕은 바라문에게, 바라문은 고행자에게, 고행자는 벽지불에게 주었다. 벽지불은 누구의 승낙도 없이 먹었다. 이런 보시의 이유는 무엇인가. 그 누구의 승낙도 없이 먹는 것은 무슨 이유인가 나는 차례로 물어 보리라.」
하고 그들에게 가까이 가서 물었다. 그들은 그에게 설명했다.
나는 보았다 그 모습 우아한 사람이
저 왕국에서 이 황야(荒野)로 온 것을
그는 훌륭한 높은 누각에 살면서
커다란 평상에 누워 있었다.
나는 그에게 애정이 생겨
검은 쌀 가려낸 깨끗한 쌀
그 쌀로 지은 훌륭한 밥
거기에 고기를 곁들어 주었나니
당신은 그것을 받았으나
스스로는 그것을 먹지 않고
저 바라문에게 돌려주었네.
바라문은 다시 선인에게
선인은 다시 비구에게
소유자가 무 소유자에게
취득자가 무 취득자에게
그 음식은 마땅히 이렇게 돌아갔네.
당신은 그 때 그것을 받았으나
보시의 목격한바 알지 못하고
저 고행 선인에게 그것을 주었나니.
나는 한 가정에 얽매여
처자를 기르고
인간의 애욕을 즐기면서
우리 왕을 가르친다.
저이는 오랜동안 숲에 사는 선인으로
나이는 늙고 수행 많이 쌓았다
그는 그러한 고행자이매
나는 그에게 음식 주어야 한다.
그러면 가죽 밑에 정맥(靜脈) 보이고
손톱·머리털 길어 자란 풀 같으며
이빨은 더럽고 몸에는 때 끼인
여윈 선인 당신에게 나는 묻노니.
당신은 혼자 숲에 살면서
인생에 가진 희망 아무것도 없나니
당신이 음식 준 저 비구에게는
어떤 뛰어난 점이 있는가.
나는 구근(球根) 아루와 또 카란바와
또 구근·구상(球狀)의 식물을 파고
기장과 벼를 까부러 찧고
또 그것을 널어 말리네.
야채·연뿌리·꿀·
고기·바다라·아마륵 열매
그것들을 가져다 나는 먹나니
그것들은 모두 내 재산이네.』
부처님은 이 이야기를 마치고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다.
『그 때의 그 법보를 숭경하려던 지주는 지금의 이 지주요, 그 왕은 저 아난다, 그 사제는 저 사리불, 그 설산에 사는 고행자는 바로 나였다.』
<본생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