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자의 전생이야기
이 이야기는 부처님이 기원정사에 계실 때, 여자 때문에 고민하는 어떤 비구에 대해 말씀하신 것이다.
『옛날 범여왕이 바라나시에서 나라를 다스리고 있을 때, 보살은 애욕을 버리고 설산에 들어가 숨어 살면서 신통과 선정을 얻고 야생의 과일을 먹으며 살아가고 있었다.
그런데 이 선인(보살)의 초막 가까운 곳에 한 아수라가 살고 있었는데 그는 가끔이 선인 대덕에게 와서 법을 들었다.
그리고 그는 또 사람들이 왕래하는 어느 숲 속의 큰 길에 서서 사람을 잡아서 그것을 먹었다.
그 때 가시국의 문벌이 좋은 어떤 집에 처녀가 있었는데 그녀는 뛰어난 미모로서 국경의 어떤 촌에 시집갔었다.
어느 날 그녀는 친정을 갔다 돌아오는 길이었는데 아수라는 그녀를 호위하는 사람들을 보다 무서운 형상을 나타내어 달려들었다.
그러자 그들은 가졌던 무기를 버리고 달아났다.
아수라는 수레 안에 앉아 있는 그녀를 보고 애착하는 마음을 일으켜 제 집으로 데리고 돌아가 아내로 삼았다.
그 뒤로 아수라는 타락·백미·생선·맛난 과일들을 가져다 그녀에게 주고 아름다운 옷과 보석으로 그녀를 꾸몄다.
그리고 그녀를 보호하기 위해 상자에 넣어 그것을 삼키고는 배 안에다 그녀를 보호하였다.
그런데 어느 날 아수라는 목욕이 하고 싶어 어느 호수로 갔다.
거기서 상자를 토해 그녀를 내어 목욕시켜 기름을 바르고 잘 장식 시킨 뒤에
「잠깐 동안 그대는 이 야외의 공기를 쐬라.」
하고 그녀를 상자 곁에 세워 두고는 자기는 욕장으로 내려갔다.
그리하여 그는 그녀를 의심하지 않고 조금 떨어진 곳에 가서 목욕하고 있었다.
그 때 바람의 신(神) 바유의 아들이 공중에서 날아왔다.
그는 마술사(魔術師)로 칼을 차고 있었다.
그녀는 그를 보자 손을 흔들면서 내려오라 불렀다. 바유의 아들은 곧 내려왔다.
그녀는 그를 상자에 넣고 아수라가 오지나 않나 하고 땅을 보며 상자 위에 앉아 있었다.
조금 있다가 아수라가 오는 것을 보고 제 몸이 보이지 않게 한 뒤에, 아수라가 미처 상자 결에 오기 전에 상자를 열고 그 안에 들어가 여자의 위에 모로 누워서는 그 위에 외투를 덮었다.
아수라는 거기 왔으나 상자를 조사해 보지 않고 그녀만이 들어 있는 줄 알고는 상자를 삼키고 자기 집으로 돌아갔다.
돌아오는 도중에 갑자기 그는
「아, 나는 오랫동안 선인을 찾아가지 못했다. 지금 그리 가서 인사하자.」
생각하고 선인에게로 갔다.
선인은 멀리서 아수라가 오는 것을 보고 그 배 속에 두 사람이 들어 있음을 알고는 다음 게송으로 그에게 말하였다.
「오오, 세 사람의 벗이여, 어디서 오는가
잘왔구나 이 자리에 앉아라.
벗이여, 그대들 무사하고 건강한가
아주 오랫동안 여기 오지 않았었다.」
이 말을 들고 아수라는
「나는 나 혼자 여기 왔다. 그런데 선인은 세 사람의 벗이라 한다. 대체 그것은 무슨 말인가.
사실을 알고 이런 말을 하는 것인가, 아니면 미쳐서 이런 말을 하는 것인가.」
생각하고 선인 가까이 가서 공손히 경례하고 한쪽에 앉아 다음 게송으로 말하였다.
「나는 지금 나 혼자 여기에 왔고
나 밖에는 다른 사람 없나니
거룩한 선인은 왜 이렇게 말하는가―
<오오, 세 사람의 벗이여, 어디서 오느냐>고.」
선인은 아수라에게 물었다.
「벗이여, 그대는 참으로 그 사실을 듣고 싶어 하는가.」
「거룩한 선인이여, 부디 들려 주시기 바랍니다.」
「그러면 이야기하리라.」하며 다음 게송을 읊었다.
「그대와 그대의 사랑하는 아내 각각 한 사람인데
그녀는 상자에 담겨 그 속에 숨어 있다
그대에 의해 언제나 배 속에서 보호받고 있지만
그녀는 거기서 바유의 아들과 즐기며 있다.」
이 말을 듣고 아수라는 생각하였다.
「그 마술사는 큰 마술을 지니고 있다. 만일 그가 칼이라도 갖고 있다면 그는 그것으로 내 배를 찌르고 달아날 것이다.」
그는 이렇게 생각하고 두려워 떨면서 곧 상자를 토해 놓았다.
부처님은 부처로서 다음 게송으로 이 사실을 밝히셨다.
「그는 이 말을 듣고 칼을 두려워해
곧 그 상자를 토해 내 보았나니
아름다운 화환을 찬 그 아내는
바유의 아들과 거기 같이 있었다.」
상자가 열리자 그 마술사는 주문을 외우며 칼을 든 채 공중으로 날아갔다.
이것을 보자 아수라는 만족하고 기뻐하면서 보살을 찬미하기 위해 다음 게송을 읊었다.
「그대의 밝게 관찰하는 힘은
그러한 사실을 잘 간파하였다.
여자들에 빠진 모든 사람들
그 성질의 비열한 것을
또 목숨처럼 소중히 보호하던
그녀가 거기서 남과 즐기는 것을.
숲에 사는 선인(仙人)의 불과 같이
밤이나 낮이나 가까이 모시었는데
그녀는 법을 버리고 비법을 행했나니
여자란 친하기를 피해야 하네.
그의 음탕한 것을 조금도 모르고
<그녀는 내 몸 안에 있다 그녀는 내 것>이라 생각했는데
그녀는 법을 버리고 비법을 행했나니
여자란 친하기를 피해야 하네.
<나는 이 여자를 잘 지킨다>고
현자라면 어떻게 이것을 장담하랴
다정한 사람을 지킬 힘은 없나니
여자는 사람을 파멸에 떨어뜨리는 것
그것은 저 절벽 같나니
그것에 미혹하면 재앙에 쓰러지네.
그러므로 여자를 잘 피할 때
행복하고 슬픔을 떠난 저 선정의 즐거움은
가장 복되고 최상의 것으로
그것은 더욱 바람직한 것이므로
여자 친하는 것 피해야 하네.」
이렇게 말하고 아수라는 보살의 발 앞에 엎드려
「거룩한 선인님, 당신 때문에, 내 목숨은 구제 되었습니다.
나는 저 간사한 여자 때문에, 또는 저 마술사 때문에 죽을 뻔 했습니다.」
보살은 그를 위해 다시 설법하고
「그러나 그 여자를 죽여서는 안 된다. 계율을 잘 지켜라.」
하고는 그에게 5계를 주었다. 아수라는
「나는 그녀를 뱃속에 넣어 보호했으나 끝내 지키지 못했다. 그런데 누가 여자를 지킬 수 있겠는가.」
하고 그녀를 버리고 숲 속으로 들어갔다.』
부처님은 이 이야기를 마치고
『그 때의 그 천안통(天眼通)을 얻은 선인은 바로 나였다.』고 말씀하셨다.
<본생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