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무기 태자 본생
이 이야기는 부처님이 기원정사에 계실 때 큰 지주(地主)가 부처님 계실 때, 노력을 계속하지 않는 오무기 태자에 대해 말씀하신 것이다.
『옛날 부라후맛타왕이 바라나시에서 나라를 다스리고 있을 때 왕비는 보살을 낳았다.
그 아들의 이름을 짓는 날에 그 양친은 8백명의 바라문을 초대하여, 그들이 좋아하는 것을 다 주어 만족시킨 뒤에 그 태자의 상을 보게 하였다. 바라문들은 태자의 원만한 상을 보고
「대왕이여, 이 태자님은 좋은 상호를 갖추어 있습니다.
대왕이 돌아가신 뒤에 이 태자가 왕위에 오르면 다섯 가지 무기를 쓰는 명인으로서 이름을 날리고
이<잠부디이파>에서 일인자가 될 것입니다.」
그리하여 양친은 이 바라문들의 말을 따라 태자의 이름을 오무기(五武器)라 하였다.
이 태자가 차츰 자라 열여섯 살이 되었을 때 왕은 태자를 보고
「태자여, 너는 지금부터 학예(學藝)를 공부해야 한다.」
「아바마마, 누구한테 가서 배우면 좋겠습니까.」
「태자여, <간다아라>국의 <탁카실라이>에 있는 저 유명한 교수에게 가서 배워라.
이것은 그 선생에게 주는 사례다.」
하고 천금을 주어 태자를 보냈다.
태자는 그 스승에게 가서 학예를 배웠다. 스승은 그에게 다섯 가지 무기를 주었다.
태자는 그 무기를 받고는 스승을 하직하고 득차실라면 떠나 바라나시로 향하였다.
그런데 중간에 어떤 사람이 말했다.
「젊은이여, 이 숲에는 들어가지 말라. 거기 들어간 사람은 한사람도 살아남은 사람이 없다.」
그러나 보살(태자)은 자신이 있으므로 아무 것도 두려워하지 않는 사자의 기상으로 숲 속으로 들어갔다.
그 때에 과연 야차가 나타났다.
키는 크기가 타알라 나무와 같고 머리 크기는 원탑루(圓塔據)와 같았으며 눈은 쟁반과 같고 드러낸 두 이빨은 무우와 같고 입은 매의 부리와 같고 배는 잡색이며 손·발은 짙은 갈색 이었다.
야차는 보살 앞에 나타나
「어디로 가느냐. 거기 섰거라. 너는 내밥이다.」
하고 달려들었다. 보살은
「나는 자신이 있어서 여기 왔다. 주의하라. 그러지 않고 내게 가까이 오면 독한 화살을 쏘아 그 자리에 거구려 뜨릴 것이다.」
위협하고 곧 <할라아할라=독>에 담근 화살을 쏘았는데 화살은 곧 야차의 털에만 붙고 말았다.
야차는 그 화살을 다 제 발 아래 떨어뜨리고 보살을 향해 왔다.
보살은 꾸짖으며 칼을 빼어 달려들었으나 서른 세 개의칼도 다 털에 붙고 말았다.
또 창을 들고 달려들었으나 창도 그 털에 붙고 말았다.
몸뚱이로 때렸으나 몸둥이도 붙고 말았다. 그리하여 보살은
「오오, 야차여, 나는 오무기 태자다. 너는 지금까지 내 이름을 듣지 못했는가.
나는 네가 사는 이 숲 속으로 들어 올 때 활 따위의 무기를 믿은 것이 아니다.
내 몸을 믿은 것이다. 나는 지금 너를 때려 부수어 가루를 만들 것이다.」
하고 잔뜩 벼려 외치면서 오른 손을 들어 야차를 쳤으나 오른 손도 털에 붙고 말았다.
다시 왼손으로 쳤으나 그것도 붙고 말았다.
그래서 오른 발로 차면 그것도 붙고 말며 왼 발로 차면 그것도 붙고 말았다.
이번에는 머리로 힘껏 쳤으나 머리마저 털에 붙고 말았다.
그리하여 보살은 사지와 머리가 다 야차털에 불어 달려 있었으나 조금도 두려워하는 기색이 없었다.
그래서 야차는 마음속으로
「이 사내는 인간의 사자요. 비범한 사람이다. 결코 보통 사람이 아니다.
나 같은 야차한테 붙잡혀 있으면서도 움찍 않는다. 내가 이 길에서 많은 사람을 죽여 왔지마는 이런 사람은 처음 보았다. 대체 어째서 두려워하는 기색조차 없는가.」
생각하고는 덮어 놓고 잡아먹을 수도 없어 보살에게 물었다.
「젊은이여, 대체 너는 어째서 죽음도 두려워하지 않는가.」
「야차여, 내가 왜 너를 두려워하겠는가. 이 하나의 몸에는 한 번의 죽음이 있을 뿐이다.
더구나 내 배 속에는 예리한 금강검(金剛劒)이 있다.
네가 나를 잡아먹더라도 그 칼은 소화시키지 못할 것이니, 그것은 네 장부를 총총 썰어 틀림없이 너를 죽일 것이니, 너와 내가 한꺼번에 죽게 될 것이다. 그 때문에 나는 너를 두려워하지 않는 것이다.」
고 하였다. 그 칼이란 보살의 몸 안에 있는 지혜의 칼을 말한 것이라 한다.
보살의 이 말을 들고 야차는 생각하였다.
「이 젊은이의 말은 진리다. 이 인간 사자의 살 조각은 조그만한 것이라도 내 창자는 소화시키지 못할 것이다. 이를 놓아 주자.」
그리하여 겁을 낸 야차는 죽음의 보살을 놓아 주면서 말했다.
「젊은이여, 그대는 인간의 사자다. 나는 그대를 잡아먹지 않으리라.
그대는 지금 그 이후 구름을 벗어난 달처럼 내 손에서 벗어났다. 집에 돌아가 친족과 벗들을 기쁘게 하라.」
그리하여 보살은 야차를 보고 훈계하였다.
「야차여, 나는 지금 가겠다. 그런데 너는 전생에 나쁜 일을 저질렀기 때문에 금생에, 남의 피와 살을 먹고 사는 잔인하고 사나운 야차의 몸을 받은 것이다.
만일 금생에도 또 계속해 죄를 지으면 어두움이서 어두움으로 헤매 다닐 것이다.
나를 만난 지금부터는 너는 다시 죄를 지어서는 안 된다.
살생하는 죄를 범하면 지옥이나 축생·아귀 혹은 아수라의 세계에 난다.
혹 인간에 나더라도 그 수명이 짧다.」
이런 방편으로 오악(五惡)의 나쁜 과보와 오계(五戒)의 좋은 과보를 말하고, 갖가지 방편으로 위협하면서 설법하였다.
그리하여 그를 참회시켜 욕심을 억제하고 5계를 지키게 한 뒤에,정법을 지키는 신(神)으로 공양을 받을 권리를 주고, 다시 간절히 훈계한 뒤에 그 숲을 떠났다.
그는 숲 어구에 나와 사람들에게 야차의 참회한 사실을 알리고는 다섯 가지 무기를 가지고
<바아라아나시이)로 돌아와 부모를 만났다.
그러고 그 뒤에 왕이 되어 바른 법으로 나라를 다스리며 보시 등 선업을 쌓은 뒤에, 그 업보에 알맞는 곳에 태어났느니라.
부처님은 이렇게 설법하고 바로 깨달은 자로서 다음 게송을 읊었다.
애착하는 그 마음 버리고
애착이 없는 사람이 되어
저 열반을 얻기 위해 선법 닦으면
마침내 일체의 그 번뇌 없어지리.
이와 같이 부처님은 아라한 자리를 목적으로 하여 마지막까지 설법을 발전시켜 네 가지 진리를 설법하셨다.
<본생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