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늘세공의 딸과 장자의 아들

바늘세공의 딸과 장자의 아들

『옛날 옛적 바라나성에 유명한 바늘세공의 딸이 하나 있어 뭇 사람들의 존경과 사랑을 한 몸에 받고 있었다.

그 때 그 성 가운데 한 장자의 아들이 있었는데 하루는 거리에 나갔다가 그 철세공의 딸을 보고 반하였다.

당장에라도 뛰어 들어가 그 여자를 안고 나오고 싶었으나 가문의 위신이 있고 또 자신의 체면이 있어 억지로 참고 집으로 돌아와 부모님께 여쭈었다.

그러나 아버지는 바늘세공의 딸이라는 말을 듣고,

「아무리 인물이 잘 났기로서니 세공쟁이의 딸을 어떻게 데려온다는 말이냐.」

하고 거절했다. 그러나 아들은지지 않고,

「바라문의 딸도 잘못 날 수가 있고 세공쟁이 딸도 잘날 수가 있지 않습니까?

직업은 낮고도 천할 수 있지만 사람이야 높고 낮음이 있겠습니까?」

「그래, 꼭 그 여자가 아니면 장가를 들지 않겠다는 말이냐?」

「예, 장가드는 것은 고사하고 그 여자를 제가 취하지 않고는 세상을 살 것 같지가 않습니다.」

「좋다. 그렇다면 네 그를 불러 직접 청혼해 보리라.」

하고 그의 아버지는 곧 세공장이를 불러 결혼에 응해 줄 것을 간청했다.

그런데 뜻밖에도 그 사람은,

「나는 이제 세공쟁이가 아니면 내 딸을 결혼시키지 않겠습니다.」

하였다. 바라문은 웃으며,

「어진 사람아. 왜 하필이면 세공쟁이가 세공쟁이를 구한다는 말인가.그대의 딸이 기한에 떨고 의식이 풍족하지 않을까 걱정해서인가? 나는 이 바라나성에서도 몇째 가지 않는 큰 부자다.」

「저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저는 같은 무리의 남편을 구해주고 싶을 뿐입니다.

돈이 많고 적고는 상관하지 않습니다.」

참으로 기가 막힐 일이었다.

대부분의 세상 사람들이 돈만 있으면 사람이야 잘났던건 못났건 논하지 않는데 이 사람은 별난 가운데도 또 별났다.

아버지는 혹 아들이 들으면 잘못 되지나 않을까 걱정하면서도 집에 돌아와 사실대로 이야기하였다.

「아무래도 너와는 인연이 없는 모양이니 아예 단념하고 다른 여자를 구하라.」

그러나 아들은 이 말을 듣고 펄쩍 뛰었다.

「아닙니다. 아버지, 그 사람이 정히 그렇게 고집한다면 제가 그 기술을 배우면 되지 않겠습니까?」

하고 그는 그날부터 밤잠을 자지 않고 바늘을 만들기 시작하였다.

몇날 며칠을 거친 끝에 여러 개의 바늘을 만들어 기름으로 닦고 씻어 묶음을 지어 대통에 넣고 그 집앞을 지나며 외쳤다.

『깔끄럽지 않고 빛이 있는 쇠라 윤택하게 빛나고 매끄럽게 들어가 고운 옷을 만드네.

교묘한 이의 손으로 만든 물건 누가 이것을 사 원앙금침을 만들려나.그 때 마침 바늘세공의 딸이 그의 소리를 듣고 나와,

「에라. 이 미친 바늘 장사야. 철세공의 집 앞에 와서 바늘을 팔겠다 외치는가?

어서 빨리 다른 곳으로 건너가서 그대의 목소리 수고롭지 않게 하려무나.」

장자의 아들은 그 소리만 들어도 좋았다. 그는 더욱 신이 나 외쳤다.

「어여쁘고 단정한 아가씨여, 나는 참으로 미친게 아니라. 본래 교묘하고 지혜 있는 사람

능히 바늘을 잘 조각하노라. 너희 아버지가 만약 나의 이 묘한 바늘을 알아주면 반드시 너를 내 아내로 줄 것이요, 겸하여 너는 한량없는 재물을 얻으리라.」

처녀는 그 소리를 듣고 별로 싫은 마음이 없었으므로 곧 그의 부모 앞에 나아가

「밖에 어떤 바늘 장사가 왔는데 이같이 외치며 바늘을 사라 합니다.」

그 때 철세공은 곧 그 청년을 불러 집에 앉히고 바늘을 내놓으라 하였다.

청년이 옷섶에 꽂힌 바늘을 하나 꺼내 보이니,

「참으로 교묘하다. 어떻게 이렇게 정미롭게 만들었을까?」

하고 찬탄하였다. 그는 다시 더 잘 갈아진 바늘을 대통 속에서 내어 보였다.

그랬더니 그 세공쟁이는 곧 바늘을 들어 물위에 뛰어 보고 바늘이 가라않지 않고 둥둥 떠다니자,

「나는 아직까지 이런 일을 듣고 보지 못했다.

이런 바늘은 스승이 없나니 오직 그 마음 가운데서 우러난 기술이기 때문이다.

원한다면 그대에게 나의 딸을 주리니 기쁜 마음으로 평생을 받들어 살겠는가.」

청년은 기뻐 그 여자를 데리고 집으로 돌아와 평생을 싫어함이 없이 사랑을 속삭였다.』

이 또한 바늘세공의 딸은 야수다라의 전생이고 바라문 장자의 아들은 부처님 전생이다.

사랑엔 국경이 없다. 직업, 성별, 계급, 종교는 물론 재산의 빈부에 이르기까지, 부처님은 일찍이 4성계급을 타파하고 전에 없는 평등관을 주장했다.

따라서 결혼도 직업 성별 계급 종교 등 빈부귀천을 지나치게 논할 것이 아니라

첫째는 사람이 됨됨을 보고

둘째는 사람의 실태를 점검하여 실행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사실 이것은 불타 자신의 본생담에 불과하지만 좀더 자세히 관찰해 보면 불타의 결혼관 여성관에 대한 문제가 제시될 수도 있다.

<불본행집경>

댓글 달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항목은 *(으)로 표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