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랫자루의 전생 이야기
이 전생 이야기는 부처님이 기원정사에 계실 때 다루다이 장로에 대해 말씀하신 것이다.
전하는 바에 의하면 그는 설법할 때에
「이런 경우에는 이렇게 말하고 이런 경우에는 이렇게 말해서는 안 된다.」
는, 일의 적당하고 적당하지 않음을 모르고, 축하할 때에 불길한 말을 썼다. 즉 부처님은
「비구들이여, 다루다이가 미련하여 이야기할 때에 그 전부를 모른 것은 지금만이 아니요,
전생에도 그러하였다 그는 실로 항상 미련한 사람이다.」
하고 그 과거의 일을 말씀하셨다.
『옛날 범여왕이 바라나시에서 나라를 다스리고 있을 때 보살은 어떤 바라문족의 부호의 집에 태어났다. 그는 성년이 되어 득차시라로 가서 모든 학예를 배우고, 바라나시에서 유명한 아사리가 되어 5백명의 범지(梵志)들에게 학예를 가르치고 있었다.
그 때에 그 병지들 중에는 한 사람의 우둔한 범지가 있었는데 그는 그들 중의 맨 아우가 되어 학예를 배웠으나 그 우둔한 성질 때문에 그것을 이해하지 못하고 보살의 시자가 되어 노예처럼 모든 일만 하고 있었다. 어느 날 보살은 저녁을 마치고 침대에 누워 있었다.
그 범지가 보살의 손발과 등을 씻고 향을 바른 뒤에 떠나려 하였다.
보살은 그에게
「이 침대 다리에 무엇을 받쳐 두고 가거라.」
고 하였다.
그는 한 다리에는 무엇을 받치고 다른 다리에는 적당한 것이 없어 제 다리로 받치고 하룻밤을 지냈다.
보살은 아침에 일어나 그를 보고 물었다.
「너는 왜 그렇게 앉아 있는가.」
「스승님, 침대 다리를 받칠 적당한 물건을 얻지 못해 내 다리로 받치고 앉아 있었습니다.」
보살은 놀라면서
「저는 특별한 내 시자로서의 제자다. 많은 범지들 중에서 저것이 제일 우둔하여 학예를 성취하지 못하고 있다. 나는 어떻게 하면 저것을 학자로 만들 수 있을까.」
하고 생각하였다.
그 때에 다음과 같은 생각이 떠올랐다.
「하나의 방편이 있다. 나는 저 범지를 시켜 나무며 나뭇잎을 주워 오게 하여 그가 돌아오면
「너는 오늘 무엇을 보고 무슨 일을 했는가.」
고 물어 보자. 그는
「나는 오늘 이런 것을 보고 이런 일을 했는가.」
고 대답하리라. 그때에 나는 다시
「그러면 네가 본 것과 네가 한 일은 어떤 것이었는가.」
고 물어 보리라. 이렇게 차츰 새로운 비유와 까닭을 이야기 하면 이런 방편으로 그를 학자로 만들 수 있을 것이다.」
그러하여 보살은 그를 불러
「범지여, 너는 오늘부터 나무며 나뭇잎을 주우러 가라. 그리하여 돌아와서는 네가 오늘 무엇을 보고 무엇을 받았으며 무엇을 먹고 마셨는가를 사실 그대로 내게 말하라.」
고 하였다. 그는 분부를 받고, 어느 날 범지들과 함께 나무와 나뭇잎을 주우러 숲으로 갔다.
그는 뱀을 보고 돌아와
「스승님, 나는 오늘 뱀을 보았습니다.」
하고 보고하였다.
「그 뱀은 모양이 어떻던가.」
「비유하면 그것은 마치 가랫자루와 같았습니다.」
「됐다. 됐다. 네가 든 비유는 꼭 맞다 그렇지, 뱀 모양은 가랫자루와 같다.」
그리하여 보살은
「저 범지는 용한 비유를 말했다. 저는 학자로 만들 수 있다.」
고 생각하였다. 또 어느 날 범지는 숲 속에 갔다가 코끼리를 보고 돌아와 보고했다.
「스승님, 나는 오늘 코끼리를 보았습니다.」
「그 코끼리 모양은 어떻던가.」
「비유하면 그것은 가랫자루와 같습니다.」
「코끼리의 코는 가랫자루와 같다. 그 어금니도 가랫자루와 같다.
저이는 우둔하여 낱낱이 분석해 말할 줄 모르고 그 어금니만보고 말한 것이리라.」
생각하고 잠자코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 그는 남의 초대를 받아갔다가 얼음사탕을 먹고 돌아와 하였다.
「스승님, 나는 오늘 얼음사탕을 먹었습니다.」
「그 얼음사탕 모양은 어떻던가.」
「비유해 말하면 그것은 가랫자루와 같았습니다.」
보살은
「어느 정도 비슷하게 말했다.」
생각하고 잠자코 있었다.
또 어느 날 그는 남의 초대를 받아 갔다가 검은 사탕과 타락을 얼마만큼의 우유를 먹고 돌아와 보고했다.
「스승님, 나는 오늘 타락과 우유를 먹었습니다.」
「그 타락과 우유 모양은 어떻던가.」
「비유해서 말하면 그것은 가랫자루와 같았습니다.」
보살은
「저 범지가 뱀 모양을 가랫자루와 같다고 비유한 것은 맞는 말이다.
코끼리 모양을 가랫자루와 같다고 말했어도 그 어금니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맞다.
얼음사탕을 가랫자루에 비유한 것은 아주 조금은 맞다.
그러나 타락과 우유는 언제나 빛깔이 희고 담는 그릇에 따라 모양이 변한다. 이것은 전연 비유가 안 된다. 저런 바보는 도저히 가르칠 수 없다.」
부처님은 이 설법을 마치시고
「그 때의 그 우둔한 범지는 지금의 저 난두다이요, 그 아사리는 바로 나였다.」고 말씀하셨다.
<본생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