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망비구의 본생
이 전생 이야기는 부처님이 기원정사에 계실 때 많은 늙은 비구들에 대해 말씀하신 것이다.
그들은 모두 출가하기 이전에 모두 부호의 가장(家長)으로서 서로 친한 벗으로 사귀어 있었다.
그들은 서로 선한 일을 하자고 격려하고 있는 동안에 부처님의 설법을 듣고 출가하였다.
그들은 출가는 했다고 하나 사문의 범도 지키지 못하고 또 늙었기 때문에 여실히 법을 수행하지도 못하였다. 집을 떠났으면서도 집에 있을 때처럼 절 안에 작은 방을 따로 만들어 혼자 살고 있었다.
걸식하러 갈 때에도 다른 집에는 가지 않고 거의 처자의 집에만 가서 가만히 즐기며 있었다.
그런데 그들 중의 어떤 장로의 선처(先妻)가 있었는데 그녀는 그들의 일을 다 돌보아 주었다.
그 때문에 그들은 빌어 얻은 음식을 그 집에 가지고 가서 한데 모여 마음껏 즐기었다.
그녀도 또 준비해 둔 간장·된장·기름등을 내어 그들에게 주었다.
그러다가 그녀는 우연히 병을 만나 갑자기 죽었다.
그 때문에 그들은 절에 돌아와 서로 목을 안고, 상냥하고 친절한 우바이가 죽었다 하면서 절 부근을 큰 소리로 외치며 돌아다녔다.
그 우는 소리를 듣고 여기저기서 비구들은 모여들어 당신들은 왜 그렇게 우느냐고 물었다.
그들은
『우리의 벗도 되고 또 이전의 아내로서,
참으로 상냥스럽고 친절한 사람이 죽었소.
그녀는 실로 우리 일을 잘 돌보아 주었소.
우리는 지금부터 어떻게 하면 또 그런 사람을 만날런지 모르오.
그 때문에 우리는 울며 슬퍼하는 것이오.』
하며 대답하였다.
그들의 추태를 보고 비구들은 법당에 모여 이야기하자 부처님은
『비구들이여, 그 여자가 죽었다 하여 그들이 슬피 울며 부르짖고 다니는 것은 지금만이 아니다.
전생에도 그 여자가 암까마귀로 있다가 바다에 빠져 죽었을 때에 그 동무 까마귀들은 바닷물을 다 퍼내어 그를 구해 내겠다고 부질없이 노력하고 있다가, 어떤 현인의 말에 의해 그 은 살아난 일이 있었다.』하고 그 과거의 일을 말씀하셨다.
『옛날 범여왕이 바라나시에서 나라를 다스리고 있을 때 모살은 해신(海神)으로 있었다.
그 때에 까마귀 한 마리가 그 아내와 함께 먹이를 찾아 어떤 바닷가에 갔다.
마침 그 때에 그 지방에는 용신제(龍神祭)가 있어서 사람들은 바닷가에 제단(祭壇)을 베풀고 거기에 우유·타락·밥·쌀·생선·고기·술 등을 차려 용신을 제사한 뒤에 각기 집으로 돌아갔다.
까마귀들은 모두 그 제단에 가서 우유·타락·고기 등 제물을 한껏 먹고 또 술까지 잔뜩 마셨다.
그들 부부는 매우 취하여 바다에 들어가 놀고 싶다 생각하고는 물가에서 목욕하기 시작했다.
그 때 한 때의 물결이 밀려와 암까마귀를 휩싸서는 바다 복판으로 들어갔다.
그러자 큰 고기가 한 마리 나타나 그것을 쪼아 삼켜 먹어 버렸다.
그는 아내가 죽었으니 이 일을 어쩔고 하며 소리를 높여 슬피 울었다.
그 슬피 우는 소리를 듣고 많은 까마귀들은 몰려와 왜 우는가하고 모두들 물었다. 그는
「여러분, 내 아내가 목욕하다가 물결에 휩쓸려 들어갔습니다.」
고 하였다.이 말을 듣고 그들도 다 소리를 내어 슬피 울었다. 그들 중에 누가 이렇게 말했다.
「이 물을 다 퍼내고 바다를 말려 우리 친구의 아내를 구출하지 않겠는가.」
그들은 모두 찬성하고 각기 바닷물을 한입씩 머금고 밖에 나와 토했다.
그러나 그것은 짠물이기 때문에 차츰 목이 말라왔으므로 일어서서는 밖에 나와 쉬었다.
그러는 동안에 볼다구니에는 힘이 빠지고 목은 마르며 눈에는 핏발이 서면서 졸리고 피로하였다.
그리하여 그들은
「아아, 우리는 힘이 자라는 데까지 물을 머금어서 밖에 내뱉었다.
그러나 길어낼수록 물은 불어났다. 우리는 이 바다를 말릴 수 없다.」
하며 다음 게송을 읊었다.
우리 볼다구니는 피로해졌고
우리들 입 안은 바짝 말랐다
그러나 바닷물은 조금도 줄지 않고
갈수록 자꾸 불어만 간다.」
이렇게 말하고 그들은 또
「그 암까마귀는 참으로 아름다움 부리를 가지고 있었다. 못내 사랑스러운 눈을 가지고 있었다.
그 얼굴은 아름다웠고 그 소리는 부드러웠다. 그런데 이 원수의 바다에 죽고 말았다.」
하면서 못내 슬퍼하고 탄식하였다.
그들이 이렇게 비탄하고만 있었으므로 해신은 무서운 모양으로 나타나 그들을 쫓아버렸다.
그리하여 그들은 비로소 행복하게 되었다.
부처님은 이 설법을 마치시고
「그 때의 그 암까마귀는 지금의 저 장로의 전처요, 그 수까마귀는 저 장로이며 그 밖의 다른 까마귀들은 저 장로들이요, 그 해신은 바로 나였다.」고 말씀하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