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우경(賢愚經) 제12권

현우경(賢愚經) 제12권

47.사질자마두라세질품(師質子驀羅世質品)

나는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의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 때 그 나라에 한 바라문이 있었는데, 이름이 사질(師質)이었다. 그는 집이 큰 부자였으나 아들이 없었다. 그래서 여섯 스승의 외도들에게 가서 그 이유를 물었다.

여섯 스승은 대답하였다.

“너의 상에는 아들이 없다.”

그러자 사질은 집에 돌아와 때 묻은 옷을 입고, 근심에 잠겨 가만히 생각하였다.

‘나는 자식이 없다. 만일 하루 아침에 목숨을 미치면 우리 집 재산은 모두 나라에 들어간다.’

이렇게 생각하자 번민은 더욱 더하였다.

그 바라문의 아내는 어떤 비구니와 친한 사이였다. 마침 비구니가 그 집에 왔다가 그 집 주인이 근심하고 번민하는 것을 보고, 그 아내에게 물었다.

“바깥 주인은 왜 저처럼 근심하며 번민하고 계십니까?”

부인은 대답하였다.

“집에 자식이 없어서 여섯 스승들에게 가서 물었더니 여섯 스승들은 아이가 없을 것이라고 점쳤답니다. 그래서 근심하는 것입니다.”

그러자 비구니는 말하였다.

“저 여섯 스승들은 일체를 아는 지혜가 없습니다. 어떻게 사람의 업행(業行)의 인연을 알 수 있겠습니까? 지금 부처님께서 세상에 계셔서 모든 법을 밝게 아시고, 과거와 미래에 막힘이 없습니다. 거기 가서 여쭈어 보시면 반드시 다 아실 것입니다.”

비구니가 떠난 뒤에 그 아내는 바라문에게 아까 들은 대로 다 이야기하였다. 남편은 그 말을 듣고 곧 마음이 열려 다시 새 옷을 갈아 입고 부처님께 나아가 머리를 조아려 발 아래 예배하고 아뢰었다.

“제 상(相)에 아이가 있겠습니까?”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너는 아이를 두되 복덕을 두루 갖추고, 자라서는 집 떠나기를 좋아할 것이다.”

바라문은 이 말씀을 듣고 한량없이 기뻐하면서 “아이가 있기만 하다면 도를 배우는 것이야 무엇이 해롭겠습니까?”

곧 부처님과 스님들을 청하여 다음날 집에서 공양하려 하였다. 부처님께서는 잠자코 승낙하셨다.

이튿 날 때가 되어, 부처님께서는 스님들과 함께 그 집으로 가셨다. 모두 좌정하자, 바라문 부부는 정성을 다하여 음식을 올렸다. 대중이 공양을 마치자, 부처님과 스님들은 절로 돌아오셨다.

어느 늪을 지날 때, 그 가운데 아주 맑고 시원한 샘물이 있었다. 부처님께서는 비구들과 함께 거기서 쉬셨다. 비구들은 각각 발우를 씻고 있었다. 어떤 원숭이 한 마리가 아난에게 와서 발우를 청하였다.

아난은 깨뜨릴까 염려하여 주려 하지 않았는데 부처님께서는 그걸 보시고 말씀하셨다.

“염려 말고 어서 주어라.”

아난은 분부를 받고 발우를 주었다. 원숭이는 발우를 가지고 벌꿀이 달린 나무에 가서 벌꿀을 가득 담아다가 부처님께 올렸다.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그 가운데 있는 더러운 것은 버려라.”

원숭이는 곧 거기 섞인 죽은 벌들을 집어내어 버리고 아주 깨끗하게 만들었다. 부처님께서는 다시 말씀하셨다.

“거기 물을 타라.”

원숭이는 말씀대로 물을 타고 잘 저어서는 부처님께 올렸다. 부처님께서는 그것을 받아 대중들에게 나누어 주어, 모두 고루고루 마시게 하였다. 원숭이는 기뻐 날뛰며 일어나 춤을 추다가 큰 구덩이에 떨어져 그만 죽었다. 그 혼은 사질 바라문 집에 태어났다.

그 때 사질의 아내는 태기가 있어 열 달을 채우고 아들을 낳았다. 아기는 얼굴이 단정하여 세상에 드물었다. 아기가 날 때에는 온 집안의 그릇마다 저절로 꿀이 가득가득 담겨 있었다. 사질 부부는 기쁨을 이기지 못하고 여러 관상쟁이들을 청하여 그 길흉을 점치게 하였다. 관상쟁이들은 점을 치고는 말하였다.

“이 아기는 덕이 있고 매우 좋아 비할 데가 없습니다.”

그래서 이름을 마두라슬질(驀羅瑟質)[진(晉)나라 말로 밀승(蜜勝)이라는 뜻이다]이라 했는데, 처음 나던 날 꿀의 상서가 있었기 때문에 그렇게 이름한 것이다.

아이는 성장하여 집 떠나기를 청하였다. 부모는 사랑하고 아껴 놓아 주지 않았다. 아이는 다시 간절히 그 부모에게 아뢰었다.

“만일 기어코 제 원을 들어 주지 않고 어기시면 저는 세상에 있지 않고 죽고 말겠습니다.”

부모는 의논하였다.

“옛날 부처님께서도 이미 집을 떠나리라고 예언하셨다. 만일 굳이 만류하면 혹 죽을지도 모른다. 들어 주자.”

이렇게 결정하고 아이에게 말하였다.

“네 마음 대로 하라.”

아이는 매우 기뻐하며, 부처님께 나아가 머리를 조아려 예배하고 중 되기를 청하였다. 부처님께서는 곧 “잘 왔구나, 비구여”라고 하셨다. 그의 수염과 머리털은 저절로 떨어지고 법복은 몸에 입혀져 이내 사문이 되었다.

부처님께서는 그를 위해 4제의 미묘한 법과 갖가지 이치를 자세히 설명하셨다. 그는 마음이 열리고 번뇌가 다하여 아라한이 되었다.

그는 매양 여러 비구들과 함께 세간에 나가 노닐었다. 만일 목이 마르거나 배가 고플 때에는 그가 발우를 공중에 던지면, 저절로 꿀이 가득 담겨 여러 사람들이 같이 마시고 모두 배를 채웠다.

그 때 아난은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마두라슬은 어떤 공덕을 쌓았기에 집을 떠난 지 오래지 않아 아라한이 되었으며, 또 필요한 것이 있으면 모두 마음대로 얻어집니까?”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너는 옛날 사질의 공양을 받은 일을 기억하느냐?” “기억합니다.” “아난이여, 거기서 공양하고 돌아오다가 빈 늪에 이르렀을 때, 어떤 원숭이가 너에게 발우를 청하여 꿀을 담아다 여래에게 올릴 때, 여래는 그것을 받았다. 원숭이는 기뻐서 일어나 춤을 추다가 구덩이에 떨어져 그만 죽었다. 너는 그것도 기억하느냐?” “기억합니다.”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아난이여, 그 원숭이가 바로 지금의 저 마두라슬질이다. 그는 여래를 보자 기뻐하여 꿀을 공양하였기 때문에 그 집에 태어나 얼굴이 단정하고, 집을 떠나 도를 배워서는 빨리 아라한이 된 것이다.”

아난은 꿇어앉아 거듭 부처님께 아뢰었다.

“그는 어떤 인연으로 원숭이로 태어났습니까?”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먼 옛날 가섭부처 때에 어떤 젊은 비구가 있었다. 그는 다른 사문이 개울물을 뛰어 건너는 것을 보고 말하였다.

‘저 사람 날쌘 것이 마치 원숭이 같구나.’

그러자 그 사문은 이 말을 듣고 곧 물었다.

‘너는 나를 아는가?’ ‘알지요. 당신은 가섭부처님 제자인데, 왜 내가 모르겠소?’

그러자 그 사문은 다시 말하였다.

‘너는 나를 거짓 이름만의 사문이라고 생각하지 말라. 나는 사문의 모든 도를 다 갖추었다.’

젊은 비구는 이 말을 듣고 온몸의 털이 일어섰다. 곧 땅에 엎드려 애걸하면서 참회하였다. 그렇게 참회함으로 말미암아 지옥에 떨어지지는 않았으나 아라한을 원숭이 같다고 비방하였기 때문에 5백 세상 동안 늘 원숭이가 되었으며, 일찍 집을 떠나 계율을 지켰기 때문에 지금 나를 만나 맑은 교화에 목욕하고 온갖 고통에서 벗어났느니라.”

부처님께서는 이어 말씀하셨다.

“그 때의 그 젊은 비구는 바로 지금의 저 마두라슬질이니라.”

그 때 아난과 대중들은 부처님 말씀을 듣고, 슬픔과 기쁨이 한데 뒤섞여 모두 이렇게 말하였다.

“몸과 말과 뜻의 업은 단속하지 않으면 안 되겠구나. 그 비구도 그 단속을 못하였기 때문에 그런 과보를 받은 것이다.”

부처님께서는 아난에게 “네 말과 같다” 하시고, 이어 네 무리들을 위하여 온갖 법을 말씀하시어 그들의 몸과 말과 뜻을 깨끗이 하셨다.

그들은 마음의 때가 없어지고 각기 도의 자취를 얻어 수다원을 얻는 이도 있었고, 사다함·아나함이나 아라한까지 얻는 이도 있었으며, 위없는 바르고 참된 도의 뜻을 내는 이도 있었고, 혹은 물러나지 않는 자리에 머무르는 이도 있었다.

대중들은 부처님 법을 듣고 모두 기뻐하면서 정성껏 받들어 행하였다.

48.단미리품(檀彌離品)

나는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왕사성의 죽원동산에 계셨다.

그 때 구살라국(拘薩羅國)에 한 장자가 있었는데, 이름이 담마관질(曇摩貫質)이었다. 그는 귀하고 큰 부자였지만 자식이 없었다. 그래서 나라 안의 천지 신명에게 빌어 아들을 구하였다. 그 정성이 신을 감동시켜 그 아내는 아이를 배었다. 달이 차서 한 사내를 낳았는데, 몸이 단정하여 세상에 드물었다. 장자는 관상쟁이를 불러 길흉을 점치게 하였다. 관상쟁이는 점을 치고 그의 덕이 있음을 알아 그로 인해 이름을 단미리(檀彌離)라 하였다.

단미리가 장성하여 그 아버지가 죽었다. 그러자 파사닉왕은 그 아버지의 벼슬을 그에게 봉(封)하였다. 그 때 아버지 집은 모두 일곱 가지 보배로 변하고 여러 창고에는 온갖 물건이 가득 찼다.

왕자 유리(琉離)는 열병에 걸려 매우 위중하였다. 여러 의사들은 처방을 내되 붉은 우두전단(牛頭栴檀)을 구해 그 몸에 바르면 병이 나을 수가 있다 하였다. 왕은 영을 내려 온 나라에 알렸다.

“누구나 붉은 우두전단을 가지고 왕가에 오면 그 값으로 천 냥 금을 주리라.”

이렇게 두루 알렸으나 가져 오는 이가 없었다. 그 때 어떤 사람이 왕에게 아뢰었다.

“구살라국의 단미리 장자 집에 그것이 많이 있습니다.”

왕은 그 말을 듣고, 수레와 말과 가마를 타고 몸소 구하러 떠났다. 단미리 장자네집 문 앞에 이르자 문지기는 들어가 아뢰었다.

“파사닉왕이 문 밖에 계십니다.”

장자는 기뻐하며 곧 나와 맞이하고, 왕을 맞아 궁중으로 들어갔다. 먼저 바깥문을 보니 순전히 흰 은으로 되었고, 그 안에는 여자가 있는데 얼굴이 단정하여 세상에 둘도 없었다. 여자는 은평상에 걸터앉아 은실을 뽑고 있는데 소녀 10명이 좌우에 모시고 있었다. 왕은 물었다.

“저 이가 그대 부인인가?”

장자는 대답하였다.

“아닙니다. 문지기 종입니다.”

왕은 계속하여 물었다.

“저 소녀들은 무슨 일을 하는가?” “말 심부름하는 종입니다.”

다음에는 중문에 들어갔다. 순전히 보랏빛 유리로 되었고, 문 안에는 여자가 있는데 앞의 여자보다 얼굴이 더 단정하였다. 좌우의 시녀 수도 앞에서 보다 더 많았다.

다시 안문으로 들어갔다. 황금으로 되었고, 문 안에 있는 여자는 얼굴도 단정하기 앞의 여자보다 더 훌륭하였다. 그는 금평상에 앉아 금실을 뽑고 있었으며, 좌우의 시녀 수도 앞에서보다 더 많았다. 왕은 또 물었다.

“저 여자가 그대 부인인가?” “아닙니다.”

집 안에 들어갔다. 유리로 된 땅은 물처럼 맑고 트이었으며, 집과 집 사이에는 갖가지 짐승 모양과 물벌레 모양을 새겼다. 바람이 불면 그것이 흔들리면서 그림자가 땅 속에 나타나 구물구물 움직였다. 왕은 그것을 보자 무섭기도 하고 의심도 생겨 이것이 참으로 물인가 생각하고 그에게 물었다.

“다른 데 땅이 없어 이 궁 앞에다 못을 팠는가?”

담미리는 대답하였다.

“이것은 물이 아니요, 보랏빛 유리입니다.”

그리고는 곧 손가락에서 일곱 가지 보배로 된 가락지를 벗겨 땅에 던졌다. 가락지는 저쪽으로 굴러가다가 벽에 부딪혀 멈추었다.

왕은 그것을 보고 함께 안으로 들어가 일곱 가지 보배로 된 궁전에 올라갔다. 단미리 부인은 칠보전 위에 앉아 있는데 앉은 평상도 보랏빛 유리요, 따로 묘한 평상이 있어 왕에게 앉기를 청하였다. 단미리 부인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 왕은 물었다.

“왜 눈물을 흘리는가. 무엇이 불쾌한가?”

부인은 대답하였다.

“왕께서 오시니 매우 반갑습니다. 다만 대왕님의 옷에 연기 기운이 있어서 눈물을 나게 합니다. 불쾌하여서가 아닙니다.” “지금 네 집 안에서 불을 때는 것이 아닌가?” “아닙니다.” “그러면 무엇으로 음식을 만드는가?” “무엇이 먹고 싶을 때에는 온갖 맛있는 음식이 저절로 앞에 놓입니다.” “어두울 때에는, 무엇으로 밝히는가?” “마니주(摩尼珠)를 씁니다.”

곧 문과 여러 창을 닫고 마니주를 내다 놓자, 한낮보다 더 밝았다.

그 때 단미리는 꿇어앉아 왕에게 아뢰었다.

“대왕께서는 무슨 일로 여기까지 왕림하셨습니까?”

왕은 말하였다.

“내 아들 유리가 병에 걸려 위중한데, 우두전단을 써야 한다기에 그것을 구하러 일부러 왔네.”

단미리는 기뻐하며 왕을 인도하여 여러 창고에 들어가 그 물건들을 가리켰다. 진기한 일곱 가지 보물은 맑고 깨끗하여 햇빛에 빛나며, 우두전단은 쌓여 헤아릴 수 없었다. 그는 왕에게 말하였다.

“필요한 대로 가지십시오.” “나는 두 냥이 필요하네.”

그는 곧 꺾어 주면서 말하였다.

“얼마든지 쓰십시오.”

곧 시종을 시켜 그것을 가지고 나라로 먼저 돌려보내었다.

그 때 왕은 그를 공경하고 생각하여 말하였다.

“그대는 부처님을 뵈어야 한다.”

단미리는 물었다.

“어떤 이를 부처라 합니까?”

왕은 말하였다.

“그대는 듣지 못하였는가. 가유라위(迦維羅衛) 정반왕의 아들로 늙음·병·죽음을 싫어하여 집을 떠나 도를 배워 이루었는데, 그를 부처라 한다. 그는 서른두 가지 거룩한 모습과 여든 가지 특별한 모양을 갖추었고, 신통과 지혜가 뛰어나 견줄 데가 없으며, 천상과 인간에서 가장 높기 때문에 부처라고 이름한다.”

단미리는 이 말을 듣고 매우 공경하는 마음이 생겨 왕에게 물었다.

“부처님께서는 지금 어디 계십니까?” “왕사성의 죽원동산에 계신다.”

왕이 떠난 뒤에 그는 곧 가서 부처님을 뵈었다. 부처님의 위엄스런 모습이, 왕의 찬탄하던 것보다 만 곱이나 되는 것을 보고 마음으로 기뻐하며 땅에 엎드려 예배하고 문안 드렸다. 부처님께서는 그를 위해 설법하셨다.

그는 수다원의 도를 얻고는 꿇어앉아 합장하고 승려가 되기를 원하였다. 부처님께서는 곧 허락하시고, “잘 왔구나, 비구여” 하시자, 그의 수염과 머리털은 저절로 떨어지고 법복은 몸에 입혀졌다. 부처님께서는 그를 위해 괴로움과 그 원인과 그것이 사라짐과 그 사라지는 길의 4제를 설명하셨다. 그는 마음의 때가 아주 없어지고 아라한이 되었다.

그 때 아난의 여러 비구들은 합장하고 부처님께 여쭈었다.

“단미리 비구는 어떤 공덕이 있었기에 인간에 태어나 천상의 복을 받으면서도, 속세의 쾌락을 즐겨 하지 않고 집을 떠난 지 오래지 않아 도를 얻었습니까?”

부처님께서는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다 잘 들으라. 설명하리라. 먼 옛날 91겁 전에 비바시(毘婆尸)라는 부처님이 세상에 계시다가 돌아가시고, 상법(像法) 때 세상에 다섯 비구가 있었다. 그들은 서로 맹세하고 고요한 곳을 구해 같이 도를 닦기로 하였다. 마침 숲이 있는 어떤 늪에 맑고 깨끗하며 아름다운 샘물이 있어 즐길 만하였다.

그 때 그 중 네 비구들은 똑 같은 말로 한 비구에게 권하였다.

‘여기서 성까지는 길이 멀어 걸식하기는 매우 괴롭소. 그대는 복을 짓기 위해 우리를 공양하시오.’

그러자 그 한 비구는 곧 승낙하고 세간에 나가 여러 시주들을 권하여 날마다 음식을 보내었다.

네 비구는 몸이 편안하자 부지런히 도를 닦아 90일 동안에 도를 얻었다. 그들은 같은 마음으로 그 한 비구에게 말하였다.

‘그대로 말미암아 우리는 편안히 본래 소원을 이제 이루었소. 그대는 무엇을 원하는지 마음대로 구하시오.’

그 때 그 비구는 마음으로 기뻐하며 말하였다.

‘나로 하여금 장래에는 천상이나 인간에서 저절로 부귀하여, 무엇이나 원하는 것은 공력을 들이지 않고 모두 생기게 하소서. 그리고 당신들보다 백천만 배나 뛰어난 거룩한 스승을 만나 법을 듣고 마음이 깨끗해져 빨리 도를 얻게 하소서.'”

부처님께서는 이어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그 때의 그 한 비구가 바로 지금의 저 단미리니라. 그는 네 비구를 이바지하였기 때문에 91겁 동안 천상이나 인간에 나되 부귀하고 존엄하여 빈궁하고 비천한 집에 살지 않았고, 또 지금 나를 만나 도를 얻어 세상을 구하느니라.”

그 때 아난과 여러 비구들은 부처님 말씀을 듣고, 제각기 권하고 독려하면서 부지런히 도를 닦아 초과(初果)를 얻는 이도 있었고, 나아가서는 4과(果)까지 얻는 이도 있었으며, 널리 구제할 마음을 내어 물러나지 않는 이도 있었다. 그리고 모두 기뻐하며 정성껏 받들어 행하였다.

49.상호품(象護品)

이와 같이 내가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의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 때 마갈국의 어떤 장자는 아들을 낳았다는데, 얼굴이 원만하여 매우 사랑스러웠다. 아기가 나던 날, 창고 안에서 한 마리의 금 코끼리가 저절로 나왔다. 부모는 매우 기뻐하여 곧 관상쟁이를 청하고 그 아들 이름을 지으라 하였다. 관상쟁이는 그 아이 얼굴의 복덕을 보고 그 부모에게 물었다.

“이 아기가 날 때에 어떤 상서로운 징조가 있었습니까?”

부모는 대답하였다.

“금 코끼리 한 마리가 저 아기와 같이 났다.”

그래서 이름을 상호(象護)라 하였다.

아이가 차츰 자라나자 코끼리도 따라 자랐다. 아이가 걸음을 걸으면 코끼리도 걸음을 걸었다.

그래서 나거나 들거나 코끼리는 항상 그 아이 곁을 떠나지 않았고, 아이가 귀찮아 하면 곧, 가만히 들어앉아 있었다. 그의 대소변은 오직 좋은 금뿐이었다.

상호는 항상 여러 5백 장자의 아들과 함께 다니며 놀았다. 그들은 제각기 자기 집안의 이상한 일을 이야기하였다. 어떤 이는 말하였다.

“우리 집은 집이나 평상이나 앉을 자리가 모두 일곱 가지 보배로 되어 있다.”

어떤 이는 말하였다.

“우리 집은 집이나 동산 숲이 다 온갖 보배로 되어 있다.”

또 어떤 이는 말하였다.

“우리 집 창고에는 묘한 보배가 늘 가득 차 있다.”

이렇게 여러 사람들은 제각기 갖가지로 말하였다.

그 때 상호도 말하였다.

“내가 처음 나던 날, 집에서 금 코끼리 한 마리가 저절로 났는데, 내가 자라서 걸음을 걷게 되자 그 코끼리도 또한 그러하여 나와 틀리지 않았다. 나는 늘 그것을 타고 사방으로 놀러 다니는데, 더디고 빠르기가 뜻대로 되어 내 마음에 꼭 맞는다. 그리고 그 대소변은 순전히 좋은 금이다.”

왕자 아사세(阿闍貰)도 그들 속에 있었다. 그는 상호의 말을 듣고 가만히 생각하였다.

‘만일 내가 왕이 되면 저 코끼리를 빼앗으리라.’

그는 왕이 되자 곧 상호를 불러 코끼리를 데리고 궁중으로 같이 들어오라 하였다. 그 때 상호 아버지는 그 아들에게 말하였다.

아사세왕은 포악하고 무도하며 탐욕 많고 인색하다. 자기 아버지까지도 해쳤는데 하물며 다른 사람이겠느냐? 지금 너를 부르는 것은 네 코끼리를 탐낸 것이니 반드시 빼앗길 것이다.

아들은 대답하였다.

“제 코끼리는 빼앗을 사람이 없습니다.”

부자는 그 코끼리를 같이 타고 왕에게로 갔다. 문지기는 곧 들어가 왕에게 아뢰었다.

“상호 부자가 코끼리를 타고 문안에 와 있습니다.”

왕은 말하였다.

“코끼리를 탄 채 들어오라 하라.”

문지기는 도로 나가 그대로 전하였다.

상호 부자는 코끼리를 탄 채 들어가, 궁내에 이르러서야 코끼리에서 내려 꿇어앉아 절하고 문안드렸다. 왕은 매우 기뻐하여 자리에 앉으라 하고 음식을 내어 왔다. 몇 마디 이야기가 있은 뒤에 그들은 이내 왕에게 하직하고 떠나려 하였다. 왕은 상호에게 말하였다.

“코끼리는 여기 두고 데리고 나가지 말라.”

상호는 기꺼이 시키는 대로 코끼리는 두고 걸어서 궁을 나왔다. 오래지 않아 코끼리는 땅 속으로 사라져 궁문 밖에서 솟아나왔다. 상호는 그것을 타고 집으로 돌아왔다.

조금 있다가 상호는 생각하였다.

‘국왕은 무도하여 함부로 벌을 준다. 나는 이 코끼리 때문에 혹 해를 당할지도 모른다. 지금 부처님께서 세상에 계시면서 중생들에게 은혜를 베푸신다. 나는 차라리 집을 떠나 범행(梵行)을 깨끗이 닦으리라.’

그는 이내 부모에게 아뢰어 도에 들어가기를 청하였다. 부모는 허락하였다. 그는 부모에게 하직하고 그 코끼리를 타고 기원동산으로 갔다. 그는 부처님을 뵙자 머리를 조아려 예배하고 제 본뜻을 아뢰었다. 부처님께서는 곧 허락하시고, “잘 왔구나, 비구여” 하시자, 그의 수염과 머리털은 저절로 떨어지고 가사는 몸에 입혀져, 이내 사문이 되었다. 부처님께서는 그를 위해 4제요법(諦要法)을 말씀하셨다. 그는 마음이 열려 곧 아라한이 되었다.

그는 매양 비구들과 함께 숲 속이나 나무 밑에서 생각에 잠겨 도를 닦았다. 그 코끼리도 늘 그 앞에 있었다.

사위국 사람들은 금 코끼리가 있다는 말을 듣고 다투어 모여 그것을 구경하였다. 그래서 시끄럽고 조용하지 못해 도를 닦는 데 방해가 되었다.

그 때 비구들은 그 사정을 부처님께 아뢰었다. 부처님께서는 상호에게 말씀하셨다.

“그 코끼리 때문에 번잡스럽게 되었다. 너는 빨리 코끼리를 보내도록 하라.”

상호는 부처님께 아뢰었다.

“오래 전부터 보내고자 하였사오나 저것이 가려고 하지 않습니다.”

부처님께서는 다시 말씀하셨다.

“너는 그를 보고 말하기를, ‘이제 우리는 인연이 다하였다. 내게는 네가 필요 없다’고 하라. 이렇게 세 번만 말하면 코끼리는 반드시 사라질 것이다.”

상호는 부처님 분부대로 코끼리를 향하여 세 번 말하였다.

“내게는 네가 필요 없다.”

그러자 금 코끼리는 곧 땅 속으로 사라졌다.

그 때 비구들은 모두 괴이하게 여겨 부처님께 여쭈었다.

“상호 비구는 전생에 어떤 덕을 닦았고, 어떤 복밭에 그런 선근(善根)을 심었기에 저처럼 뛰어난 과보를 얻었습니까?”

부처님께서는 아난과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만일 어떤 중생이 삼보의 복밭에 조그만 선근이라도 심으면, 끝없는 과보를 얻게 되느니라. 옛날 가섭부처님 때에는 세상 사람의 수명은 2만 세였다. 그 부처님께서는 널리 교화하기를 마치시고 세상을 떠나 열반에 드셨다. 그리하여 그 영골(靈骨)을 널리 펴 많은 탑을 일으켰다.

그 때 어떤 탑 속에는, 보살이 본래 도솔천에서 코끼리를 타고 내려와 어머니 태에 들 때의 모형이 있었는데, 그 코끼리는 껍질이 조금 벗겨져 있었다. 마침 어떤 사람이 가서 탑을 돌다가 코끼리 몸이 부숴진 것을 보고 생각하였다.

‘이것은 보살이 탄 코끼리인데 지금 부숴졌으니 내가 수리하리라.’

그리고는 진흙으로 때우되, 자황(雌黃)을 섞어서 발랐다. 그리고 곧 서원을 세웠다.

‘나로 하여금 장래 세상에서는 항상 부귀하게 살면서 재물이 모자람이 없게 하소서.’

그는 목숨을 마치고 천상에 났다가 천상의 수명을 마치고는 다시 인간에 태어나되, 늘 부귀한 집에 태어나 얼굴이 단정하여 세상에 뛰어났고, 언제나 금 코끼리가 따라다니면서 호위하였으니라.”

부처님께서는 이어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알고 싶으냐? 그 때에 코끼리를 수리하던 사람이 바로 저 상호이니라. 그는 그 세상에서 코끼리를 수리하였기 때문에 그 뒤로는 천상이나 인간에서 저절로 복을 받았고, 공경하는 마음으로 3보(寶)를 받들었기 때문에 지금 나를 만나 묘한 교화를 받고, 마음의 때가 아주 다해 아라한이 되었느니라.”

혜명(慧命) 아난과 대중들은 부처님 말씀을 듣고 모두 마음이 열리고 이해하여 제각기 제자리를 얻었다. 그리하여 수다원을 얻는 이도 있었고, 사다함·아나함이나 아라한까지 얻는 이도 있었으며, 위없는 바르고 참된 도의 마음을 내는 이도 있었고, 물러나지 않는 자리를 증득하는 이도 있었다. 그리하여 모두 기뻐하고 공경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50.파바리품(波婆離品)

나는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왕사성의 취두산(鷲頭山)에서 큰 제자 1천 2백50인과 함께 계셨다.

그 때 바라내국의 왕은 이름이 바라마달(波羅摩達)이었다. 그 왕의 재상이 아들을 낳았는데, 서른두 가지 거룩한 모습과 온갖 좋은 모양을 모두 갖추었으며, 몸은 붉은 금빛이요 얼굴은 빼어났다.

재상은 아들을 보고 더욱 기뻐하여 곧 관상쟁이를 불러 그 상을 점치게 하였다. 관상쟁이는 자세히 살펴보고 찬탄하면서 말하였다.

“기이합니다. 온갖 좋은 상이 모두 원만합니다. 공덕을 두루 갖추었으며 지혜와 변재를 통달하여 사람 가운데서 뛰어날 것입니다.”

재상은 더욱 기뻐하여 이름을 지으라 하였다. 관상쟁이는 다시 물었다.

“이 아기가 생긴 뒤로 어떤 이상한 일이 있었습니까?”

재상은 대답하였다.

“참으로 이상하였다. 그 어미는 본래 성질이 선량하지 않았는데 아기를 밴 뒤로는 남의 불행을 가엾이 여기고 중생을 사랑하여 평등한 마음으로 보호하고 도우려 하였다.”

관상쟁이는 기뻐하며 말하였다.

“그것은 아기의 뜻입니다.”

이내 이름을 지어 미륵(彌勒)이라 하였다. 부모는 한량없이 기뻐하였다.

그 아이의 뛰어난 이름은 온 나라에 퍼졌다. 왕은 그 말을 듣고 두려움을 품고 생각하였다.

‘그 어린애의 아름다운 이름과 상은 높이 드러났다. 만일 높은 덕이 있으면 반드시 내 자리를 빼앗을 것이다. 아직 자라기 전에 미리 제거해 버려야겠다. 오래 두면 반드시 화가 될 것이다.’

이렇게 계획하고 곧 재상에게 분부하였다.

“들으니, 그대에게 아들이 있는데 그 상이 특별하다는데 그대는 데리고 오시오. 나도 보고 싶소.”

그 때 궁중 사람들은 왕이 아이를 보고자 한다는 소문을 듣고는 왕이 제거하려는 계획인 줄 알고 모두 들끓었다.

그 아이에게 외조부가 있었는데, 이름이 파바리(波婆梨)였다. 그는 파리불다라국(波梨弗多羅國)의 국사(國師)가 되어 총명하고 많이 알며 지혜와 재주가 뛰어나 5백 제자들이 항상 그를 따라 배웠다.

그 때 재상은 그 아들을 사랑하고 가엾이 여겨 왕의 해를 입을까 두려워하였다. 그래서 가만히 꾀를 내어, 사람을 시켜 아이를 코끼리에 태워 외조부에게 보내었다. 외조부는 미륵의 좋은 상을 보고 더욱 사랑하고 중히 여겨 마음에 두고 길렀다. 아이가 자라 공부를 시키자 하루 배운 것이 다른 아이의 1년 배운 것보다 나았으니, 공부한 지 1년이 못 되어 모든 경서에 두루 통달하였다.

그 때 파바리는 그 외생(外甥)이 공부를 시작한 지 오래지 않아 모든 경서에 통달한 것을 보고, 큰 연회를 베풀어 그 이름을 드러내고자 하였다. 그리하여 한 제자를 바라내에 보내어 그 재상에게 아이의 공부를 말하고, 약간의 보물을 청하여 연회를 베풀기로 하였다.

그 제자는 가는 도중에 어떤 사람에게서 부처님의 한량없는 덕행을 듣고 사모하여 부처님을 뵈러 가다가 중간에도 이르기 전에 호랑이에게 잡아먹히었다. 그러나 그 착한 마음으로 말미암아 첫째 4왕천에 났다.

파바리는 할 수 없이 자기 재산과 또 남의 부조를 얻어 큰 연회를 베풀고, 여러 바라문을 청하여 모두 모으고 갖가지 맛있는 음식을 준비해 차렸다. 연회를 마치고는 다시 큰 보시를 행하여 한 사람에게 각각 5백 냥씩 주었다. 이리하여 보시를 마치자 그 재산은 모조리 없어졌다.

그 때 노도차(勞度差)라는 바라문은 가장 뒤에 와서 파바리를 보고 말하였다.

“나는 뒤늦게 와서 음식은 얻어먹지 못하지마는, 그 예에 따라 내게도 5백냥 돈을 주시오.”

파바리는 말하였다.

“이제는 내 재산이 모두 떨어져 당신의 청대로 따르지 못하게 되었소.” “당신이 보시한다는 말을 듣고 큰 기대를 가지고 왔는데, 어째서 보시하지 않고 헛걸음을 시키시오. 만일 끝내 거절하고 주지 않으면 당신은 이레 뒤에 머리가 부숴져 일곱 조각이 날 것이오.”

파바리는 이 말을 듣고 가만히 생각하였다.

‘이 세상에는 모진 주문(呪文)이나 다른 고도(蠱道)가 있어 무시할 수 없으니, 혹 그렇게 될지도 모른다. 그러나 재물이 이제 다 없어졌으니 갑자기 어떻게 할 방법이 없구나.’

이렇게 생각하고는 매우 근심하고 두려워하였다.

그 때에 전날 심부름 가다가 죽어 천상에 난 제자가 그 스승이 근심에 잠겨 있으면서도 힘입을 곳이 없는 것을 보고, 곧 하늘에서 내려와 그 앞에 이르러 스승에게 물었다.

“왜 걱정하십니까?”

스승은 그 사정을 자세히 이야기하였다. 하늘은 그 말을 듣고 곧 스승에게 아뢰었다.

“그 노도차란 자는 최상의 법을 알지 못합니다. 그는 어리석고 미욱하며 사악한 사람입니다. 그가 무슨 일을 하겠기에 그처럼 걱정하십니까? 지금 부처님께서 계시는데 그 분만이 최상의 법을 아시는 위없는 법왕(法王)으로 특히 귀의할 만한 어른이십니다.”

그 때 파바리는 하늘에게서 부처님이란 말을 듣고 다시 물었다.

“부처님이란 어떤 사람인가?”

하늘은 곧 대답하였다.

“부처님께서는 가비라위 정반왕의 아들로 태어날 때, 오른쪽 옆구리에서 나셨습니다. 나자 이내 일곱 걸음을 걸으면서 천상과 인간에서 제일 높다고 하셨습니다. 서른두 가지 거룩한 모습과 여든 가지 특별한 모양을 갖추었으며, 그 광명은 천지를 비추었고 범천과 제석천이 곁에서 모셨으며, 서른두 가지 상서가 천지를 흔들면서 나타났습니다.

관상쟁이들은 그 상을 보고 두 가지로 예언하였는데, ‘집에 있으면 전륜성왕이 될 것이요, 집을 떠나면 부처가 되리라’고 하였습니다. 그는 늙음과 병과 죽음을 보고는 나라의 왕위를 좋아하지 않고, 궁성을 넘고 나라를 벗어나 6년 동안 고행한 끝에 보리수 밑에서 16억 마군을 쳐부수었습니다.

이른 새벽에 불법을 두루 성취하시어 3명(明)·6통(通)·10력(力)·무외(無畏)·18불공(不共)을 모두 원만히 갖추었습니다.

그는 바라내로 가시어 처음으로 법륜을 굴리시어, 아야교진여 등 다섯 사람은 번뇌가 없어졌고, 8만의 하늘들은 법안이 깨끗하게 되었으며, 무수한 천인(天人)들은 큰 도의 뜻을 내었습니다.

다음에 마갈로 가시어 울비라와 사리불·목건련 등을 제도하시고, 1천 2백50 비구를 만들어 교도로 삼으시니, 그것을 중승(衆僧)이라 합니다.

공덕과 지혜가 헤아릴 수 없으니, 그를 통틀어 이름하여 부처님이라 합니다. 그 분은 지금 왕사성의 취두산에 계십니다.”

그 때 파바리는 부처님의 덕을 찬탄하는 그 말을 듣고 가만히 생각하였다.

‘반드시 부처님이 있다. 우리 책에도 부처별[佛星]이 아래로 나타나 천지가 크게 진동하면 장차 성인이 나시리라 하였는데, 지금 그런 징조가 모두 나타났으니, 아마 이 분이 그 분인 것 같다.’

그는 곧 미륵 등 16제자에게 분부하였다.

“너희들은 가서 구담을 보라. 만일 그 상호에 여러 가지 상을 갖추었거든 마음으로 물어 보라.

‘우리 스승 파바리는 몇 가지 상이 있는가?’

지금 내 몸에는 두 가지 상이 있다. 첫째는 검푸른 머리털이요, 둘째는 넓고 긴 혀이니라.

만일 그가 그것을 알아 내거든 다시 마음으로 물어 보라.

‘우리 스승 파바리는 지금 나이가 얼마인가?’

지금 내 나이는 120세이니라.

만일 그가 그것을 알아내거든 다시 마음으로 물어 보라.

‘우리 스승 파바리는 어떤 종성(種姓)인가?’

내 종성을 알고 싶은가? 나는 바라문 종성이니라.

만일 그가 그것을 알고 대답하거든 다시 마음으로 물어 보라.

‘우리 스승 파바리는 제자가 몇인가?’

지금 내 제자는 5백 명이니라.

만일 그가 이 숫자를 알고 대답한다면 그는 틀림없이 부처이니, 너희들은 그의 제자가 되라. 그리고 한 사람을 보내어 내게 그 소식을 알려야 한다.”

그 때 미륵 등 제자들은 왕사성으로 떠나 취두산에 이르러 부처님 발자국을 보았다. 천 폭 바퀴 무늬가 그림처럼 분명하였다. 그들은 어떤 사람에게 물었다.

“이것은 누구의 발자국인가?”

그는 대답하였다.

“그것은 부처님 발자국이다.”

그 때 미륵 등 제자들은 드디어 우러러 사모하는 마음이 생겨 그 발자국 가를 돌면서 간절히 흠모하고 있었다.

그 때 찰라(刹羅)라는 비구니는 죽은 벌레 한 마리를 가져다 부처님 발자국에 두고 미륵 등에게 보이면서 “모두 이것을 보시오. 당신들은 이 발자국을 보고 흠모하고 찬탄하지마는, 이 중생을 밟아 죽였습니다. 무엇을 기이하다 하겠습니까?”

미륵 등은 앞으로 나아가 그 죽은 벌레 꼴을 자세히 살펴 보았다. 그것은 저절로 죽은 벌레였다. 그들은 비구니에게 물었다.

“너는 누구 제자인가?”

비구니는 대답하였다.

“나는 부처님 제자입니다.”

그러자 미륵 등은 저이끼리 말하였다.

“부처님 제자 중에도 이런 사람이 있구나.”

그들은 차츰 부처님께로 나아가 멀리서 부처님을 바라보았다. 광명은 밝게 빛나고 온갖 상호는 분명히 드러났다. 그 상호를 세어 보았으나 두 가지 상이 보이지 않았다.

부처님께서는 그들을 위하여 혀를 내어 얼굴을 덮고, 다시 신통으로 음장(陰藏)을 보이셨다. 그들은 그 상호의 수가 찬 것을 보고 더욱 기뻐하였다. 그리고 그 스승의 분부대로 멀리서 마음으로 물어 보았다.

“우리 스승 파바리는 몇 가지 상이 있는가?”

부처님께서는 곧 멀리서 대답하셨다.

“너희들 스승 파바리는 두 가지 상밖에 없다. 첫째는 검푸른 머리털이요, 둘째는 넓고 긴 혀이니라.”

그들은 이 말을 듣고 다시 마음으로 물어 보았다.

“우리 스승 파바리는 지금 나이가 몇인가?”

부처님께서는 곧 대답하였다.

“너희들 스승 파바리는 지금 나이 120세이니라.”

그들은 이 말을 듣고 다시 마음으로 물어 보았다.

“우리 스승 파바리는 무슨 종성인가?”

부처님께서는 곧 멀리서 대답하셨다.

“너희들 스승 파바리는 바라문 종성이니라.”

그들은 이 말을 듣고 다시 마음으로 물어 보았다.

“우리 스승 파바리는 제자가 몇 사람인가.”

부처님께서는 곧 멀리서 대답하셨다.

“너희들 스승 파바리는 제자 5백 인이 있느니라.”

그 때 부처님 곁에 있던 제자들은 부처님 말씀을 듣고 부처님께서 혼자서 그런 말씀하시는 것을 이상히 여겨 모두 꿇어앉아 부처님께 여쭈었다.

“부처님께서는 왜 혼자서 그런 말씀을 하십니까?”

부처님께서는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파바리불다라국에 있는 파바리라는 사람이, 그 16제자를 내게 보내어 일부러 내 상을 보고, 이내 마음으로 내게 묻는 것이 있기에 내가 낱낱이 그들에게 대답한 것이다.”

그 때 미륵 등은 그들의 물음에 대한 부처님의 대답을 들으니 낱낱이 사실과 같아서 조금도 틀림이 없었다. 그들은 매우 공경하고 우러르는 마음이 생겨 부처님께 나아가 땅에 엎드려 예배하고 한쪽에 물러나 앉았다. 부처님께 서는 그들을 위하여 설법하셨다. 그들 16인은 두 법안이 깨끗하게 되어 자리에서 일어나 출가하기를 청하였다.

부처님께서 “잘 왔구나” 하시자 그들의 수염과 머리털은 저절로 떨어지고 법복은 몸에 입혀져 이내 사문이 되었다. 부처님께서는 거듭 방편으로 그들을 위하여 설법하셨다. 그들 중 15인은 모두 아라한이 되었다.

미륵 등은 서로 의논하였다.

“지금 파바리 스승님은 멀리서 못내 궁금하실 것이다. 곧 사람을 보내어 이 소식을 전해 드려야겠다.”

그 16인 중에 빈기기(賓祈奇)라는 사람이 있었다. 그는 파바리의 생질이었다. 여러 사람들은 그를 보내어 이 소식을 전하기로 하였다. 그는 본국으로 돌아가 지금까지 보고 들은 것을 모두 파바리에게 자세히 설명하였다.

파바리는 이 말을 듣고 기쁜 마음이 솟아났다. 곧 자리에서 일어나 꿇어않아 합장하고, 왕사성을 향하여 진심으로 아뢰었다.

“이 세상에 나되 성인의 세상을 만나기는 참으로 어렵습니다. 거룩한 얼굴을 뵙고 맑으신 교화를 받고 싶으나, 나이 늙어 다리 힘이 강하지 못하므로, 비록 정성은 있으나 뜻대로 되지 않습니다. 부처님의 크신 자비는 사람 마음을 미리 아시니, 원컨대 왕림하시어 제도하여 주소서.”

그 때 부처님께서는 멀리서 그 마음을 아시고, 팔을 굽혔다 펼 사이에 그의 앞에 나타나셨다. 그는 곧 예배하고 머리를 들어 부처님을 뵙고는 놀라고 기뻐하면서 다시 예배하고 문안 드렸다. 그리고 자리에 앉히시고는 공경하고 엄숙하게 부처님을 모셨다.

부처님께서 그를 위해 설법하시자 그는 곧 아나함이 되었다. 그리고 부처님께서는 취두산으로 돌아가셨다.

그 때 정반왕은 부처님께서 도를 이루시고 돌아다니면서 교화하시어 많은사람을 제도하신다는 말을 듣고, 보고 싶은 생각이 간절하여 우타야(優耶)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부처님께 가서 내 뜻을 전하기를, ‘너는 본래 도를 얻으면 돌아온다고 약속하였다. 원컨대 약속대로 곧 돌아와 만나자’고 아뢰어라.”

우타야는 부처님께 나아가 왕의 뜻을 자세히 전하였다.

부처님께서는 허락하시고 말씀하셨다.

“이레 뒤에 가리라.”

우타야는 기뻐하며 돌아와 그 소식을 아뢰었다. 정반왕은 이 소식을 듣고 여러 신하들에게 분부하였다. “우타야가 돌아와서 말하기를, ‘부처님이 돌아오신다’고 하였다. 성 안을 장엄하되 아주 깨끗이 하고, 더러운 거리를 고치고 당기와 번기를 두루 세우고 꽃과 향을 많이 쌓아 오실 때를 기다려 공양하라.”

이렇게 준비를 마치고, 왕은 여러 신하들과 40리 밖에까지 나가 부처님을 맞이하였다.

그 때 부처님께서는 대중을 거느리고 오실 때, 여덟 금강역사(金剛力士)는 8면에 서고 4천왕은 앞에서 인도하며, 제석천은 욕계(欲界)의 제천(諸天)들을 데리고 왼쪽에서 호위하고, 범천왕은 색계(色界)의 제천(諸天)들을 데리고 오른쪽에서 호위하며, 여러 비구들은 그 뒤를 죽 따르고, 부처님께서는 그 복판에서 큰 광명을 놓아 천지를 비추시니, 그 위엄은 해나 달보다 더하였다.

부처님께서는 대중과 함께 허공을 타고 오시다가, 차츰 왕에게 가까이 가려고 사람 키만큼 내려오셨다. 왕과 신민과 부인과 궁녀들이 그 대중을 보니, 빛나는 광명을 함께 나타내며 부처님께서는 한복판에 계시는데, 마치 별 가운데 달과 같았다. 왕은 매우 기뻐하며 얼떨결에 내려가 예배하고, 문안한 뒤에 본국으로 같이 돌아갔다. 부처님께서는 니구로다(尼拘盧)의 승가람(僧伽藍)에 계셨다.

그 때의 그 나라 법에는 남녀의 차별이 있었다. 그래서 왕과 신민들은 날마다 부처님 법을 들었고, 깨달아 구제되는 이가 많았다. 그래서 여자들은 모두 원망하였다.

“부처님께서 대중과 함께 본국에 돌아오시자, 남자들은 운이 좋아 부처님을 뵙고 법을 들을 수 있지마는, 우리 여자들은 그 혜택을 입지 못한다.”

부처님께서는 여자들 마음을 아시고 왕에게 말하였다.

“지금부터는 온 나라 남녀들로 하여금 번갈아 법을 듣되, 하루 걸러 한번씩 듣게 하십시오.”

그 뒤로는 여자들도 구제를 입는 이가 매우 많았다.

그 때 부처님 이모 마하파사파제(摩訶波闍波提) 부인은 부처님께서 집을 떠나신 뒤에 손수 길쌈하여 미리 금색 천 한 필을 짜 두고, 마음에 잊지 않고 부처님만 기다렸었다. 이제 부처님을 뵙자 마음 속에서 기쁨이 솟아나 곧 그 천을 가지고 가서 부처님께 바쳤다. 부처님께서는 교담미(憍曇彌)에게 말씀하셨다.

“이모님은 이 천을 가져다 저 스님들에게 주십시오.”

파사파제는 아뢰었다.

“부처님께서 집을 떠나신 뒤에 늘 마음으로 그리워한 나머지, 내 손수 이것을 짜 진심으로 부처님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이 뜻을 가엾이 여겨 받아 주소서.”

부처님께서는 다시 말씀하셨다.

“이모님이 정성을 다하여 내게 주려고 만드신 줄을 나도 잘 압니다. 그러나 개인의 은혜와 사정에 마음이 치우치면, 그 복은 넓고 크지 못합니다. 그러나 저 스님들에게 보시하면 그 얻는 과보는 더욱 많을 것입니다. 나는 이런 이치를 알기 때문에 그렇게 권하는 것입니다.”

부처님께서는 이어 말씀하셨다.

“만일 어떤 시주로서 열여섯 사람을 모두 청하되, 그들을 따로따로 청하면, 그는 복의 과보를 얻더라도 많지는 못할 것입니다. 그 열여섯 사람이란, 비구·비구니 각기 있는 여덟 사람씩을 말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스님들 중에서 가리지 않고 네 사람을 한꺼번에 청하면, 그 공덕과 복은 위의 것보다 많고, 위의 것의 복은 이것보다 16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합니다.

미래 말세에 법이 다하려 할 때에는, 비록 비구로서 아내를 두고 자식을 둔 이름만의 스님이더라도, 그들이 네 사람 이상이면, 사리불이나 목건련 등처럼 공경히 받들어야 할 것입니다.”

그 때 마하파사파제가 그 마음이 열려 그 옷을 여러 스님들에게 바칠 때에, 스님들 앞으로 차례로 돌렸으나 아무도 받으려 하지 않았다가 미륵 앞에 이르자 그는 곧 받았다.

그 뒤에 부처님께서는 여러 비구들과 함께 바라내로 돌아다니면서 교화하셨다. 그 때 미륵은 그 금색 옷을 입었다. 몸은 단정한데 얼굴빛은 검은 금빛이어서, 안팎이 서로 어울리고 위의는 조용하였다. 그는 바라내성에 들어가 걸식하려다가, 어떤 큰 길 위에서 발우를 들고 서 있었다. 사람들은 그의 색상을 보고, 둘러서서 구경하면서도 염증을 내지 않았고, 모두 우러러 공경하였으나 아무도 음식은 주지 않았다.

어떤 구슬꿰는 이[穿珠師]가 우연히 그 길에 이르러 미륵을 보았다. 그는 매우 공경하고 흠모한 나머지 물었다.

“대덕님은 음식을 얻었습니까?”

미륵은 대답하였다.

“얻지 못했습니다.”

그는 곧 미륵을 청하여 같이 집으로 돌아가 음식을 장만하여 공양하였다. 미륵은 공양을 마치고 손을 씻고 양치질한 뒤에 그를 위해 묘법을 연설하였다. 그 말소리는 웅장하고 아름다워 아무리 들어도 싫증이 나지 않았다.

그 때 어떤 장자는 그 딸을 시집보내려고, 먼저 그 구슬꿰는 이에게 구슬 하나를 주어 꿰게 하고, 다 꿰면 돈 10만 냥을 주기로 하였다. 그래서 장자는 사람을 시켜 구슬을 찾으러 왔다. 그러나 구슬꿰는 이는 설법을 들으면서 마음이 흠뻑 도취되어 말하였다.

“우선 가시오. 조금 있다 꿰어 드리리다.”

그 사람은 재촉하였다.

“지금 급히 쓸 것입니다. 생각났을 때 시작하시오.”

이렇게 부탁하고 그 사람은 돌아가 장자에게 자세히 전하였다. 장자는 조금 있다가 다시 사람을 보내어 구슬을 찾았다. 그러나 아직도 법을 듣노라고 구슬을 꿰지 않았다. 그 사람은 돌아가 장자에게 전하였다. 장자는 화를 내 말하였다.

“이미 비싼 삯을 정하였고 그저 청탁한 것이 아닌데, 아직도 뒤로 미루어 내 요구를 듣지 않는구나.”

다시 사람을 보내면서 돈을 가져 가게 하고 말하였다.

“만일 아직도 꿰지 않았거든 구슬을 도로 찾아오너라.”

사환이 갔으나 그는 아직도 법을 듣고 있었다. 사환은 아직 구슬을 꿰지 않은 줄 알고 빨리 돌려 달라고 하였다. 그도 할 수 없어 곧 구슬을 돌려 주었다.

구슬꿰는 이는 미륵 앞에서 차례로 법을 들으면서 조금도 염증을 내지 않았다. 그 아내는 성을 내어 남편을 나무랐다.

“잠깐만 수고하면 10만 냥 돈을 얻어 집안의 모자라는 의식을 이어갈 것인데, 사문의 그 번지레한 말을 듣느라고, 그런 재물의 이익을 잃고 마는구나.”

그는 이 말을 듣고 후회하고 한탄하였다. 미륵은 그 마음을 알고 그에게 말하였다.

“그대는 지금 나와 함께 절에 가 보겠습니까?” “그리하겠습니다.”

미륵은 그와 함께 절에 가서 그를 데리고 스님들 앞에 나아가 스님들에게 물었다.

“만일 어떤 시주가 계율을 가지는 청정한 한 사문을 자기 집에 청하여 공양하면, 어떤 사람이 10만 냥 돈을 얻는 것과 그 이익이 어떠한가?”

그 때 교진여는 대답하였다.

“설령 어떤 사람이 백 수레의 보배를 얻더라도 그 복리를 헤아린다면, 깨끗한 계율을 가지는 한 사문을 청하여 자기 집에서 공양하는 데서 얻는 이익의 많은 것보다는 못합니다.”

사리불은 말하였다.

“가령 어떤 사람이 이 염부제 안에 가득 찬 보배를 얻더라도, 그것은 계율이 깨끗한 한 비구를 청하여 자기 집에서 공양함으로써 얻는 이익의 더욱 많은 것보다는 못합니다.”

또 목건련은 말하였다.

“가령 어떤 사람이 두 천하 안에 가득 찬 일곱 가지 보배를 얻더라도 청정한 한 사문을 청하여 집에서 공양함으로써 얻는 이익의 아주 많은 것보다는 못합니다.”

그 밖의 비구들도 이와 같이 비유를 들어 비교하여 모두 저것(보배)보다 많다고 하였다.

그 때 아나율(阿那律)도 말하였다.

“가령 네 천하에 가득 찬 보배를 얻더라도 그 이익은, 한 청정한 사문을 자기 집에 청하여 공양함으로써 얻는 이익의 특별히 많은 것보다 못합니다. 왜냐 하면 내가 바로 증인이기 때문입니다.

생각하면 과거 91겁 전에 비바시라는 부처님이 계셨습니다. 그 부처님이 열반에 드시고 법이 장차 사라지려 할 때에, 이 염부제 안에 큰 나라가 있었는데, 이름이 바라내였습니다.

그 때 그 나라에 큰 상주(商主)가 있었습니다. 그는 큰 부자로서 아무 모자람이 없었습니다.

그에게는 얼굴이 단정한 두 아들이 있었습니다. 큰아들은 이름이 누타(淚)요, 작은아들은 아루타(阿淚)였습니다. 아버지는 임종 때에 두 아들에게 분부하였습니다.

‘나는 할 수 없이 저승으로 가게 되었다. 너희 형제는 서로 받들고 생각하면서 마음을 합하고 힘을 모아 부디 따로 살지 말라. 왜냐 하면, 마치 한 가닥 실로는 코끼리를 잡아 맬 수 없지마는, 많은 실을 합치면 코끼리를 제어할 수 있는 것과 같다. 또 갈대 하나는 혼자 불붙지 못하지마는, 그것을 묶어 한 묶음을 만들면 그 불은 꺼지지 않는 것과 같다. 너희 형제도 그와 같다. 서로 의지하고 믿으면 남들이 헐지 못하고, 안으로 화목하여 살림에 힘쓰면 재산이 날로 늘어갈 것이다.’

이렇게 부탁하여 훈계한 뒤에 기운이 끊어져 목숨을 마쳤습니다. 형제는 아버지 유언대로 얼마 동안 한 집에 살았습니다. 뒤에 아루타의 아내는 생각하였습니다.

‘지금 같이 살게 되니 형 집이 방해되어 손님이나 친척이 와도 마음대로 대접할 수 없다. 만일 각기 갈라져 제각기 노력하면, 마음에 어려울 것이 없어 집을 이룩하게 될 것인데.’

이 일을 생각하고 남편에게 자세히 설명하였습니다.

아루타는 아내 말을 듣고 옳지 않다고 하였습니다. 아내가 다시 여러 가지로 이치를 따져 간절히 청하자, 아루타도 마음이 변해 그 사정을 형에게 아뢰었습니다. 형은 아버지의 유언을 끌어오고, 또 여러 가지 비유를 들어 옳지 않은 이유를 말하였습니다.

그러나 아루타의 아내는 그 남편에게 자꾸 권하였습니다. 그 남편도 뜻을 결정하고 빨리 나누어 살기를 원하였습니다. 형은 그 뜻이 굳은 것을 보고 살림을 나누어 주었습니다.

따로 살게 된 뒤로 아루타 부부는 마음대로 방종하여 패거리를 불러모아 마시고 먹고 사치하면서 예의와 법도를 따르지 않았습니다. 몇 해를 지나지 못하고 가산을 탕진하여 곤궁하게 되었으나 계책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형에게 가서 구걸하였습니다. 형은 가엾이 여겨 돈 10만 냥을 주었습니다.

그는 그것도 다 쓰고 또 청하였습니다. 이렇게 여섯 번을 되풀이하여 전부 60만 냥을 주었습니다.

그 뒤에 그는 또 와서 청하였습니다. 형은 꾸짖었습니다.

‘너는 돌아가신 아버지의 유훈을 받들지 않고 얼마 지나지 않아 분가를 청하더니, 절도가 없이 함부로 낭비하여 살아갈 수 없게 되었으므로, 지금까지 너에게 60만 냥을 주었다. 그런데 너는 만족할 줄 모르고 또 와서 청하는구나. 이제 다시 10만 냥을 준다. 있거나 없거나 다시는 와서 청하지 말라.’

그 아우는 형의 꾸중을 듣고 창피스럽게 생각하며 돈을 받았다. 그 뒤로 그 부부는 마음을 고쳐 몸을 조심하고 쓰임새를 절약하며 살림에 부지런하였으므로 재산은 날로 늘고 점점 부자가 되어 다시는 모자람이 없었습니다.

그 형 누타는 잇달은 재앙을 만나, 집이 망하고 재물이 흩어지고 살림이 아주 곤궁하였으나 방책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아우에게 가서 오랫동안 적조한 것을 말하고 약간의 돈을 얻어 군색을 면하려 하였습니다. 아우는 퉁명스럽게 형에게 말하였습니다.

‘형님 집은 가난을 모를 줄 알았는데, 어째서 내게 와서 돈을 구합니까?’

형은 이내 돌아가 스스로 깜짝 놀랐습니다.

‘살거나 죽거나 간에 무엇이 두려우랴. 몸을 나눈 형제도 은혜를 모르거늘 하물며 남이겠는가.’

의리를 생각하자 세상이 곧 싫어졌습니다. 그래서 집을 버리고 산으로 들어가 고요히 앉아, 모든 법의 나고 사라짐을 생각하다가 마음이 열리어 벽지불이 되어 위의를 갖추고 성에 들어가 걸식하였습니다.

그 뒤에 흉년이 들어 백성들이 굶주리게 되자, 벽지불은 걸식하였으나 얻기 어려웠습니다.

그 때 아우 아루타는 점점 빈궁하게 되었습니다. 거기에 또 흉년을 만나 식량을 이어갈 수 없어 날마다 섶나무를 캐어다 팔아 피[椑]를 사서 처자와 함께 겨우 살아갔습니다.

하루는 이른 아침에 섶을 캐러 늪으로 들어가다 성문에서 벽지불이 위의를 갖추고 걸식하러 성으로 들어가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가 섶을 캐어 돌아오다가 성문에 이르자 또 그 벽지불이 빈 발우를 들고 나오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는 마음 속으로 생각하였습니다. 이 도사가 새벽에 성으로 들어가는 것을 보았는데, 지금 빈 손으로 돌아온다. 만일 지금 나와 함께 집으로 간다면, 나는 음식을 나누어 저에게 주리라. 이렇게 생각하였다가 그만두고 떠났습니다.

그 때 벽지불은 당장 그 마음을 알고, 곧 그 뒤를 따라 그 집 문 앞에 이르렀습니다. 아루타는 그를 보고 매우 기뻐하여, 곧 자리를 펴고 들어와 앉게 하였습니다. 그리고 자기 몫의 피죽을 손수 가져다 벽지불에게 바쳤습니다.

그 때 벽지불은 아루타에게 말하였습니다.

‘당신도 주렸을 터인데 같이 갈라 먹읍시다.’

아루타는 말하였습니다.

‘우리 세속 사람들은 밥을 먹는 데에 일정한 시간이 없습니다. 그러나 존자님은 하루에 한 끼이니, 어서 드십시오.’

벽지불은 식사를 마치고, 그 지성에 감동하여 ‘이런 흉년을 만나 부자(父子)끼리도 서로 구하지 않는데, 능히 자기 몫을 나누어 주는구나. 나는 신통을 나타내어 저를 기쁘게 하리라’ 하고, 곧 허공을 날면서 몸에서 물과 불을 내었습니다. 신통을 두루 나타내고는 그 앞에 도로 와 서서, 아루타에게 말하였습니다.

‘무엇을 원하든지 당신 마음대로 따르겠습니다.’

그는 신통을 보고 기뻐 뛰면서 앞으로 나아가 지극한 마음으로 서원을 세웠습니다.

‘일체 중생들은 여러 가지로 재물을 구합니다. 세상마다 재물이 모자람이 없이 무엇이나 가지고 싶으면 뜻대로 되기 원합니다. 또 오는 세상에서, 당신보다 백천만 곱이나 공덕이 뛰어난 분을 만나, 나로 하여금 그 앞에서 번뇌가 다하고 신통 변화를 얻되, 당신과 다름이 없게 하소서.’

이렇게 원을 세우고는 더욱 기뻐하였습니다. 그 때 벽지불은 자기 처소로 돌아갔습니다.

그리고 아루타는 나무하러 늪으로 들어갔습니다. 거기서 토끼 한 마리를 보고 그것을 잡으려고 자꾸 쫓아 가까이 가서 낫을 던졌습니다. 그러자 토끼는 땅에 쓰러졌습니다. 그가 다가가서 잡으려 하자 토끼는 죽은 사람으로 변하여 그의 등에 올라와 얼른 그 머리를 싸 안았습니다. 그는 힘을 다해 떼치려 하였으나 떼쳐지지 않았습니다. 그는 두려운 생각이 들어 당황하며 괴로워하였습니다. 빨리 성으로 들어가 아내와 힘을 합해 떼려고 생각하였습니다. 그러나 사람이 보고 들어오지 못하게 할까 두려워하여 날이 저물기를 기다려 옷으로 덮고, 시체를 업고 성에 들어가 자기 집으로 갔습니다.

자기 집에 이르자 시체는 저절로 땅에 떨어지면서 한 덩이 염부단금(閻浮檀金)으로 변하였습니다. 그 광명은 빛나고 환하여 이웃 집까지 두루 비추었습니다.

이 소문은 차츰 퍼져 위로 왕에게까지 들렸습니다. 왕은 곧 사람을 보내어 사실인가 알아 보라 하였습니다. 사신이 그 집에 와서 볼 때 그것은 죽은 사람이었습니다. 그는 돌아가 왕에게 아뢰었습니다.

‘그것은 죽은 사람이었습니다.’

왕이 다른 사람에게 물을 때 여전히 금이라고 말하였습니다. 왕은 그 까닭을 괴상히 여겨 다시 사람을 보내어 가 보라고 하였습니다. 이렇게 일곱 법 되풀이하였으나 보고하는 말은 일정하지 않았습니다. 왕은 친히 가서 보았습니다. 그것은 죽은 사람으로서 형상은 참혹하고 썩는 냄새가 나려고 하였습니다. 왕은 곧 아루타에게 물었습니다.

‘너는 이것을 무엇이라고 보는가?’

그는 대답하였습니다.

‘이것은 진실로 금이라고 봅니다.’

조금 떼어 왕에게 바쳤습니다. 왕은 그 찬란한 금빛을 보고, 세상에는 없는 것이라고 귀중히 여겨 그 유래를 물었습니다.

‘어떤 인연으로 이것을 얻었는가?’

이에 아루타는 그 내력을 자세히 왕에게 아뢰었습니다.

‘이것은 반드시 벽지불에게 보시한 까닭일 것입니다.’

왕은 그 말을 듣고 찬탄하였다.

‘장하다. 너는 좋은 이익을 얻어 그런 뛰어난 사람을 만난 것이다.’

다시 벼슬을 주어 대신을 삼았습니다.

이와 같이 여러분, 그 아루타란 바로 내 몸입니다.

나는 그 세상에서 벽지불에게 피죽을 조금 보시하고, 또 스스로 서원을 세웠기 때문에 그 뒤로 91겁 동안 천상이나 인간에 태어나 아무 것도 모자람이 없고, 세 가지 일이 뛰어나 얼굴이 단정하여 남의 칭찬을 받으며, 원하는 것이 마음대로 되었습니다.

그리고 지금 이 몸으로 집에 있을 때에도 나는 항상 일 없이 놀면서 세상 일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형님 마하남(摩訶男)이 항상 원망하면 어머님은 말하였다.

‘저 아이는 복덕이 많아 그렇단다.’

형님은 말하였습니다.

‘나만 혼자 살림과 농사에 애를 쓰고, 저 애는 저렇게 빈둥빈둥 누워서 먹는데, 어떻게 복덕이 많겠습니까?’

어머니는 시험하려고, 나를 밭에 보내어 농사를 감독하게 하고 밥을 보내 주지 않았습니다. 나는 밥이 늦는 것을 이상히 여겨 사람을 보내어 밥을 청하였습니다. 어머니는 사람을 보내어 내게 말하였습니다.

‘아무 것도 없다.’

나는 돌아가 어머니께 아뢰었습니다.

‘원컨대 나를 위해 아무 것도 없는 그대로 보내 주십시오.’

그 때 어머니는 내 말을 듣고, 곧 보배상에 그릇을 갖추어 차리고 그 위에 보자기를 덮어 내게 보내고, 형님을 시켜 쫓아가 보라 하였습니다. 형님이 내 앞에 왔을 때 나는 보자기를 벗겼습니다.

온갖 맛있는 음식이 그릇마다 가득 차 있었습니다. 이와 같이 다른 때에도 가는 곳마다 뜻대로 되었습니다.

가령 네 천하에 가득 찬 보배를 얻는다 하더라도, 겁(劫)이 다할 때에는, 그것은 모두 다 없어져 오래 가지 못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나는 벽지불에게죽을 조금 보시하였기 때문에 91겁 동안 복리가 줄어든 적이 없었고, 또 그 공덕으로 말미암아 부처님을 뵙고 괴로움에서 구제되었습니다.

이로 미루어 보아도, 계율이 깨끗한 한 비구를 청하여 집에서 공양하여 얻는 이익은, 저 네 천하의 보배보다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는 것입니다.”

아나율은 이와 같이 말하였다.

그 때 부처님께서는 밖에서 들어오시다가 아나율이 과거 일을 이야기하는 것을 들으시고,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 비구들은 과거 일을 이야기하였다. 나는 이제 미래 세상 일을 말하리라. 이 땅이 고르고 편편하며 평탄하고 넓어 산이나 내가 없고, 땅에는 부드러운 풀이 나서 마치 천의(天衣)와 같을 것이다. 그 때의 사람들은 수명이 8만 4천 세요, 키는 여덟 길[丈]이며 얼굴은 단정하고 묘할 것이다. 사람들 성질은 어질고 고와 열 가지 선행을 두루 닦을 것이다.

그 때 전륜성왕이 있어 이름을 승가(勝伽)[진(晋)나라 말로는 구(具)라는 뜻이다]라 할 것이다. 또 그 때 어떤 바라문 집에서 한 사내를 낳아 이름을 미륵이라 할 것이다. 그는 몸이 자금색이요, 서른두 가지 거룩한 모습[三十二相]과 온갖 좋은 상을 갖추어 광명이 특히 빛날 것이다.

그는 집을 떠나 도를 배워 가장 바른 깨달음을 이루고 널리 중생을 위하여 거룩한 법륜을 굴릴 것이다. 그 첫째 번 법회에서는 93억 중생을 제도할 것이요, 둘째 번 법회에서는 96억 중생을 제도할 것이며, 셋째 번 법회에서는 99억 중생을 제도할 것이다.

비구들이여, 이 세 번의 법회에서 구제를 입은 이들은 모두 내가 끼친 법을 중생들에게 심은 이와 3보(寶)를 일으킨 이와 집을 떠나거나 집에 있거나 재법과 계율을 가진 이와 향을 사르고 등불을 켜고 예배한 이들로서, 그들은 다 그 세 번 법회에 있게 될 것이다. 그리고 미륵은 그 세 번 법회에서 내가 남긴 중생들을 제도한 뒤에, 인연이 같은 중생들을 교화할 것이다.”

그 때 미륵은 부처님의 이 말씀을 듣고, 자리에서 일어나 앉아 부처님께 아뢰었다.

“저는 그 미륵부처님이 되기를 원합니다.”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네 말과 같다. 너는 장래에 거기 나서 미륵부처가 되어 위와 같이 교화할 것이니, 그는 바로 너이니라.”

그 회중에 아시다(阿侍多)라는 비구가 있었다. 그는 꿇어앉아 부처님께 아뢰었다.

“저는 그 전륜성왕이 되기를 원합니다.”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너는 다만 긴 밤 동안에 생사를 탐하기만 하여 벗어나기를 구하지 않을 것이다.”

그 회중의 대중들은, 부처님께서 미륵에게 수기를 주시되, 장래에 부처가 되어도 이름을 미륵이라 하리라는 말씀을 듣고, 모두 의심하면서 그 까닭을 알고자 하였다.

존자 아난이 곧 일어나 부처님께 여쭈었다.

“미륵이 부처가 되어도 미륵이라 이름한다 하니, 알 수 없습니다. 그 이름은 어디서 생겼습니까?”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아난이여, 자세히 듣고 명심하라. 지나간 세상, 한량없는 아승기겁 전에 이 염부제에 큰 나라 왕이 있었는데, 이름이 담마류지(曇摩留支)였다. 그는 염부제의 8만 4천 작은 나라와 6만의 산천과 80억의 촌락과 2만 부인과 궁녀와 1만 대신들을 거느리고 있었다.

그 중의 한 작은 나라는 매우 풍족하고 즐거웠고, 그 나라 왕의 이름은 파새기(波塞奇)였다. 그 때 불사(弗沙)부처가 처음으로 세상에 나와 그 나라에 있으면서 중생을 교화하였다.

파새기왕은 신하들을 데리고 오로지 부처님과 비구 스님들을 공양하느라고, 큰 나라 왕에게 가서 조회할 겨를이 없었고, 공물(貢物) 바치기와 문안 편지도 아주 끊었었다. 그래서 대왕은 그 끊어진 것을 이상히 여기고 까닭을 문책하려고 곧 사자를 보냈다. 사자는 가서 왕의 명령을 전하였다.

‘근년에 와서 사람과 통신이 모두 끊어졌다. 너는 남의 신하가 되어 왜 법을 어기는가. 어떤 다른 마음을 먹고 장차 반역하려 하는 것이 아니냐?’

그 때 파새기는 대왕의 문책을 받고는 제 잘못인 줄 알고 어쩔 줄을 몰랐다. 곧 나아가 부처님을 뵙고 이런 사정을 아뢰었다. 부처님께서는 왕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근심하지 말고 다만 사신을 돌려보내되 정성으로 말하기를, (부처님께서 우리 나라에 계시어 아침 저녁으로 받들어 섬기느라고 대왕을 가서 뵐 겨를이 없었습니다. 그리고 나라의 재물은 부처님과 스님들을 공양하느라고 대왕께 바칠 만한 나머지가 없습니다)라고 하라.’

파새기왕은 부처님 분부를 듣고, 부처님 말씀대로 일러 사자를 보냈다. 사자는 돌아가 왕을 보고 이 말을 자세히 전하였다. 대왕은 이 말을 듣고 매우 화를 내어 곧 신하들을 모으고 이 일을 의논하였다. 여러 신하들은 말하였다.

‘저 왕은 오만하여 당치 않은 이유를 붙입니다. 군사를 일으켜 가서 치는 것이 좋습니다.’

왕은 옳다 하고, 군사를 모아 몸소 이끌고 나갔다. 앞선 군사가 가까이 오자, 파새기는 그것을 알고 몹시 두려워 황급히 부처님께 달려가 아뢰었다.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걱정하지 말라. 그저 스스로 찾아가서 보고 먼저 이른 대로 말하라.’

파새기왕은 신하들을 데리고 국경으로 나아가 대왕을 보고, 예배하고 문안한 뒤에 한쪽에 서 있었다. 대왕은 문책하였다.

‘너는 무엇을 믿기에 거만스럽게 법을 어기고 조회하러 오지 않는가.’

파새기왕은 말하였다.

‘부처님 세상은 만나기 어렵고 부처님을 뵙기는 더욱 어렵습니다. 요즘 부처님께서는 저희 나라에 계시면서 백성들을 교화하시기에 아침, 저녁으로 받들어 모시느라고 법을 어겼습니다.’

대왕은 거듭 꾸짖었습니다.

‘그것은 그렇다 하지마는 왜 공물까지 끊었는가?’

파새기는 대답하였다.

‘부처님께는 제자들이 있습니다. 그것을 중승(衆僧)이라 부릅니다. 그분들은 계행이 청정하여 세상의 좋은 복밭입니다. 그래서 온 나라에 있는 물건을 모두 가져다 공양합니다. 그러므로 조공 바칠 만한 풍족한 물건이 없었습니다.’

담마류지는 이 말을 듣고 말하였다.

‘그만두라. 내가 부처를 보리니, 부처를 보고 돌아와서 다시 네 죄를 물으리라’

곧 군사들을 거느리고 부처님 계신 곳으로 갔다.

그 때 부처님께서는 대중에 둘러싸이어 모두 고요하고 단정히 앉아 선정에 들어 있었다. 어떤 비구는 자삼매[慈三昧]에 들어 금빛 광명을 놓으매, 그것은 큰 불덩이 같았다.

담마류지가 멀리서 부처님을 바라보니 광명이 빛나고 밝아 해보다 더하였고, 대중에 둘러싸인 것은 마치 별 가운데 달과 같았다. 그는 부처님께 예배하고 법답게 문안한 뒤에 다시 그 비구의 특별한 광명을 보고 부처님께 여쭈었다.

‘저 한 비구는 어떤 선정에 들었기에 저처럼 빛납니까?’

부처님께서는 대왕에게 말씀하셨다.

‘저 비구는 자삼매에 들어 있다.’

왕은 그 말을 듣고 더욱 흠앙하여 말하였다.

‘이 자삼매는 저처럼 거룩합니까? 나도 저 자삼매를 배우겠습니다.’

이렇게 원을 세우고 자삼매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해지자, 마음은 아주 부드러워져 다시는 해칠 마음이 없어졌다. 그래서 곧 부처님과 비구들을 청하였다.

‘원컨대 마음을 돌리시어 저희 큰 나라로 가시기 바랍니다.’

부처님께서는 승낙하시고 날을 정하여 가시기로 하셨다.

파새기왕은, 부처님께서 큰 나라로 가려 하신다는 말을 듣고, 안타까운 마음으로 근심하고 한탄하면서 가만히 생각하였다.

‘만일 내가 큰 나라 왕이라면 부처님께서는 항상 우리 나라에 계실 것이다. 그러나 나는 작은 나라 왕이기 때문에 뜻대로 되지 않는구나.’

이렇게 생각하고 곧 부처님께 여쭈었다.

‘모든 왕 중에 어느 왕이 제일 큽니까?’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전륜왕이 제일 크니라.’

파새기왕은 이내 원을 세웠다.

‘나는 지금까지 부처님과 스님들을 공양하였다. 그 공덕으로 오는 세상마다 전륜성왕이 되게 하소서.’

이와 같이 아난이여, 그 때의 대왕 담마류지는 지금의 저 미륵이다. 그는 처음으로 그 세상에서 사랑하는 마음을 내었기 때문에 그 뒤로도 항상 미륵이라 이름하였다. 그리고 그 파새기왕은 지금의 저 기타(祇)로서, 그는 거기서 전륜왕이 되리라는 원을 세웠기 때문에 그 뒤로는 세상마다 항상 전륜왕이 되어 지금에 이르도록 공덕이 다하지 않았다. 그래서 지금도 그것을 청하는 것이다.”

그 때 구슬꿰는 이는 이 말을 듣고, 곧 위없는 바르고 참된 도의 뜻을 내었다. 그리고 그 밖의 대중들은 부처님 말씀을 듣고 수다원을 얻는 이도 있었고, 사다함이나 아나함이나 아라한까지 얻는 이도 있었으며, 위없는 바르고 참된 도의 뜻을 내는 이도 있었고, 물러나지 않는 자리에 머무르는 이도 있었다. 그리하여 모두 기뻐하여 받들어 행하였다.

51.이앵무문사제품(二鸚鵡聞四諦品)

나는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의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 때 수달(須達) 장자는 불법을 공경하여 믿고 스님들의 시주가 되어 일체 필요한 것을 모두 이바지하였다. 그래서 여러 비구들은 그 필요를 따라 날마다 왕래하면서 설법하여 가르쳤다.

수달 집에는 앵무새 두 마리가 있었다. 한 마리 이름은 율제(律提)요, 또 한 마리 이름은 사율제(律提)였다. 그들은 성품이 영리하고 지혜로와 사람 말을 잘 알아들었다. 여러 비구들이 그 집에 내왕하면 그 때마다 그들이 먼저 그 집 사람들에게 알려 주었다. 그래서 그 집 사람들은 자리를 털어 정돈하고 손님을 기쁘게 맞이하였다.

그 때 아난은 그 집에 가서 새들이 영리한 것을 보고, 마음으로 사랑하여 그들에게 말하였다.

“너희들에게 법을 가르쳐 주리라.”

새들은 기뻐하였다. 아난은 4제법(諦法)을 가르쳐 주고, 두가(豆佉)·삼모제야(三牟提耶)·니루타(尼樓)·말가(末加)[진(晉)나라말로 고(苦)·습(習)·멸(滅)·도(道)라는 뜻이다]도 게송으로 외우게 하였다.

그 집 문 앞에 나무가 있었다. 새들은 법을 듣고 기쁘게 외우면서 차례로 날아 나무를 오르내렸다.

이렇게 그들이 배운 4제의 묘법을 외우면서 일곱 번을 되풀이하다가 날이 저물어 나무에서 잘 때에 들살쾡이가 와서 잡아먹었다. 그러나 그 법을 외운 공덕으로 4왕천(王天)에 태어났다.

이튿날 때가 되어 존자 아난은 가사를 입고 발우를 가지고 성에 들어가 걸식하다가, 새들이 살쾡이한테 잡아먹혔다는 말을 듣고 가엾이 여겨 부처님께 돌아가 아뢰었다.

“수달 집에 앵무새 두 마리가 있기에 제가 어제 4제를 가르쳐 주었는데, 어젯밤에 죽었다고 합니다. 알 수 없습니다. 새들은 지금 어디 가서 태어났습니까? 원컨대 부처님께서 저를 가엾이 여겨 가르쳐 주소서.”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자세히 듣고 잘 명심하라. 그것을 설명하여 너를 기쁘게 하리라. 그들은 너한테서 법을 듣고 기쁜 마음으로 받들어 가졌기 때문에 목숨을 마치고는 4왕천에 났느니라. 이 염부제의 50년은 저 4왕천의 하룻밤인데, 거기도 30일을 한 달로 삼고 열두 달을 한 해로 삼는다. 그런데 그 4왕천의 수명은 5백 세이니라.”

아난은 여쭈었다.

“그들은 거기서 목숨을 마치면 어디 가서 나겠습니까?”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욕계(欲界) 6천(天)의 둘째인 도리천(忉利天)에 날 것이다. 이 염부제의 백 년은 이 도리천의 하루 낮 하룻밤인데, 거기서도 30일을 한 달로 삼고 열두 달을 한 해로 삼는다. 그런데 저 도리천의 수명은 천 세이니라.”

아난은 다시 여쭈었다.

“거기서 또 목숨을 마치면 어디 가서 나겠습니까?” “욕계 6천의 셋째인 염마천(炎摩天)에 날 것이다. 이 염부제의 2백 년은 저 염마천의 하루 낮 하룻밤이다. 거기서도 30일을 한 달로 삼고 열두 달을 한 해로 삼는다. 그런데 저 염마천의 수명은 2천 세이니라.”

아난은 다시 여쭈었다.

“거기서 또 목숨을 마치면 어디 가서 나겠습니까?” “욕계 6천의 넷째인 도솔천에 날 것이다. 이 염부제의 4백 년은 그 하늘의 하루 낮 하룻밤이다. 거기서도 30일을 하루로 삼고 열두 달을 한 해로 삼는다. 그런데 그 도솔천의 수명은 4천 세이니라.” “거기서 또 목숨을 마치면 어디 가서 나겠습니까?” “욕계 6천의 다섯째인 불교락천(不憍樂天)에 날 것이다. 이 염부제의 8백 년은 그 하늘의 하루 낮 하룻밤이다. 거기서도 30일을 한 달로 삼고 열두 달을 한 해로 삼는다. 그런데 그 하늘의 수명은 8천 세이니라.” “거기서도 목숨을 마치면 어디 가서 나겠습니까?” “욕계 6천의 여섯째인 화응성천(化應聲天)에 날 것이다. 이 염부제의 1천6백 년은 그 하늘의 하루 낮 하룻밤이다. 거기서도 30일을 한 달로 삼고 열두 달을 한 해로 삼는다. 그런데 그 여섯째 하늘의 수명은 1만 6천 세이니라.” “거기서 또 목숨을 마치면 다시 어디 가서 나겠습니까?” “도로 다섯째 하늘에 날 것이다. 이렇게 차례로 4왕천에 내려올 것인데, 일곱 번을 오르내릴 것이다. 욕계 6천에 나서는 마음대로 복을 받으면서 하늘 수명을 다할 때까지는 중간에서 일찍 죽는 일이 없으리라.” “그 6천의 수명이 다하면 어디 가서 나겠습니까?” “도로 이 염부제로 내려와 인간에 태어나서는, 집을 떠나 도를 배울 것이다. 전생에 새로 있을 때에 4제를 외워 가졌기 때문에 마음이 스스로 열려 벽지불이 될 것이니, 하나는 이름을 담마(曇摩)라 하고, 또 하나는 수담마(修曇摩)라 할 것이다.”

부처님께서는 이어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모든 부처님이나 성현이나 천상·인간의 사람들이 많거나 적거나 복을 받는 것은 다 좋은 법에 선(善)의 인(因)을 심었기 때문이요, 그 때문에 뒷날에 제각기 묘한 결과를 얻는 것이다.”

그 때 아난과 여러 비구들은 부처님 말씀을 듣고 기뻐하여 받들어 행하였다.

52.조문비구법생천품(鳥聞比丘法生天品)

나는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의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 때 어떤 비구는 숲 속에 앉아 참선하여 도를 닦고 공양한 뒤에 거닐면서 이내 경을 외웠다. 그 음성은 맑고 고우며 묘하고 좋아 비할 데 없었다.

그 때 어떤 새 한 마리가 그 소리를 매우 사랑하여 나무 위에 앉아 듣고 있을 때, 어떤 사냥꾼이 활을 쏘아 그를 죽였다. 그 새는 경을 들은 공덕으로 욕계(欲界)의 둘째 하늘인 도리천(忉利天)에 태어났다. 그는 부모 무릎 위에서 갑자기 자라나 여덟 살 �

댓글 달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항목은 *(으)로 표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