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우경(賢愚經) 제02권
08.바사닉왕녀금강품(波斯匿王女金剛品)
나는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의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 때 바사닉왕의 큰부인은 이름이 마리(摩利)였고, 그는 딸을 낳아 이름을 바사라(波闍羅)[진(晉)나라 말로는 금강(金剛)이라는 뜻이다]라 하였는데, 그 딸은 얼굴이 추악하고 살갗은 거칠어 낙타 가죽 같았으며 머리털은 억세어 말총과 같았다.
왕은 그 딸을 보고도 조금도 기쁜 마음이 없었다. 그래서 궁 안에 명령하여 정성껏 단속하여 바깥 사람으로 하여금 그를 보지 못하게 하였다. 왜냐 하면 비록 그 얼굴은 추악하여 사람 같지 않았으나, 그는 마리 부인의 소생이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다시 명령하였다.
“이 아이가 비록 추악하나 가만히 사람을 보내어 잘 보호해 기르라.”
그 딸이 차츰 자라 시집 갈 나이가 되자 왕은 매우 걱정스러웠으나 다른 방법이 없었다. 그래서 곧 사신에게 명령하였다.
“그대는 지금 가서, 근본은 큰 성바지[豪姓]의 거사(居士) 종족이었으나 지금은 가난하여 재물이 없는 이를 찾아 곧 데리고 오라.”
사신은 분부를 받고 나가 어떤 빈궁한 큰 성바지 아들을 찾아내었다. 사신은 그를 불러 왕에게로 데리고 왔다.
왕은 그를 데리고 그윽한 곳으로 같이 가서 자세한 사정을 그에게 이야기하였다.
“내게 딸이 하나 있는데 얼굴이 매우 추악하여 출가할 곳을 찾으려 하였으나 아직 적당한 곳이 없었다. 들으니 그대는 큰 성바지로서 지금은 비록 가난하지마는 그것은 내가 모두 공급하겠다. 바라건대 그대는 거절하지 말고 내 딸을 받아들여라.”
장자 아들은 꿇어앉아 아뢰었다.
“대왕의 분부를 받들겠습니다. 가령 왕이 개를 주신다 해도 받아들여야 하겠거늘 하물며 대왕의 끼치신 몸인 공주님이겠습니까?”
왕은 곧 딸을 그 가난한 이의 아내로 주고, 그들을 위해 궁전과 집을 짓고 문을 일곱 겹으로 만들게 하였다.
그리고 사위에게 명령하였다.
“너는 자물쇠를 가지고 있으면서 혹 밖에 나갈 일이 있거든 문을 밖으로 잠가야 한다. 내 딸은 세상에 없이 추악하다. 바깥 사람들이 그 꼴을 보지 못하도록 항상 문을 잠그고 으슥한 곳에 가두어 두라.”
왕은 곧 재물과 모든 필요한 것을 사위에게 대어 주어 모자람이 없게 하고 그 위에 벼슬까지 주어 대신으로 삼았다. 그래서 그는 재물이 풍족하였다.
그는 여러 귀족들과 날마다 번갈아 가면서 연회를 베풀었다. 그 연회 때에는 부부가 같이 나와 남녀가 섞이어 서로 즐겼다. 그런데 다른 사람들은 모일 때마다 모두 부인을 데리고 나오는데 이 대신만은 언제나 혼자였다.
그래서 여러 사람들은 이상하게 생각하였다.
“저 사람 부인은 얼굴이 단정하고 아름다워 뛰어난 미인이거나 그렇지 않으면 너무 추해 나타나지 못하는 것이리라. 그래서 저 사람은 일부러 데리고 나오지 않는 것이다. 이제 우리가 꾀를 부려 그 부인을 한번 보도록 하자.”
이렇게 의논한 뒤에 자꾸 술을 권하여 취해 눕게 하였다. 그리고 그가 가진 자물쇠를 끌러 가지고 다섯 사람을 보내어 집에 가서 그 문을 열어 보았다.
그 때 그 여자는 마음으로 괴로워하고 스스로 업을 꾸짖으면서 한탄하고 있었다.
‘나는 전생에 무슨 죄를 지었기에 남편의 미움을 받아 항상 어두운 방에 갇혀 있으면서 해도 달도 사람들도 보지 못하는가.’
그리고 이렇게 생각하였다.
‘지금 부처님께서는 세상에 계시면서 일체 중생을 이익되게 하시므로 괴로운 액을 만난 이는 모두 그 구원을 입는다는데……’
여인은 지극한 마음으로 멀리서 세존께 예배하면서 빌었다.
“원컨대 저를 가엾이 여기시어 제 앞에 나타나 잠깐 가르쳐 주소서.”
여인의 정성과 공경하는 마음은 순수하고 돈독하였다. 부처님께서는 그 뜻을 아시고 곧 그 집으로 오시어 여인 앞에서 땅에서 솟아올라 검푸른 머리털을 나타내어 그 여자로 하여금 보게 하셨다.
여인은 고개를 들어 부처님 머리를 보고 못내 기뻐하였으므로 공경하는 마음이 더욱 깊어졌다. 그러자 그 여자의 머리털도 저절로 가늘고 부드러워지면서 검푸른 색으로 변하였다.
부처님께서는 다시 얼굴을 나타내셨다. 여자가 그것을 보고 기뻐하자, 얼굴이 단정해지면서 추악한 모양과 거친 피부는 저절로 사라졌다.
부처님께서는 다시 상반신을 나타내어 금빛처럼 빛나는 몸을 그 여자로 하여금 보게 하였다. 여인은 부처님 몸을 보고는 더욱 기뻐하였다. 기뻐하였으므로 추악한 모양은 곧 사라지고 몸은 단엄하여졌다. 마치 천녀처럼 기묘하여 세상에서 아무도 따를 이가 없었다.
부처님께서는 그 여자를 가엾이 여기시고 다시 온몸을 나타내셨다.
여인도 자세히 살펴보면서 눈도 깜짝이지 않고 기뻐서 어쩔 줄을 몰랐다. 그러자 그 여인의 온몸도 단정해지면서 그 모양은 보통이 아니어서 세상에서 드물었으며 추악한 모양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부처님께서는 그를 위해 설법하셨다. 여인은 곧 온갖 허물이 없어지고 어느새 수다원(須洹)의 도를 얻었다. 여인이 도를 얻자 부처님께서는 이내 사라지셨다.
이 때 그 다섯 사람은 사립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 보았다. 그 부인은 단정하고 뛰어나게 아름다워 짝할 이가 없었을 것 같았다. 그들은 저희끼리 말하였다.
“그 사람이 그 부인을 데리고 다니지 않는 것을 이상히 여겼더니, 과연 그 부인이 이처럼 아름답구나.”
그들은 부인을 보고는 문을 도로 닫고 돌아와서 자물쇠를 그 사람의 허리 띠에 도로 매어 두었다.
그는 술이 깨어 연회를 파하고 집으로 돌아갔다. 문을 열고 들어가 부인을 보았다. 그 얼굴은 단정하고 기묘하며 특별히 뛰어나 인간에서는 보기 어려운 모습이었다. 그는 놀라 물었다.
“당신은 누구요?”
아내는 대답하였다.
“저는 당신의 아내입니다.” “당신은 그처럼 추악하였는데 지금은 어떻게 이처럼 아름답소?”
아내는 그 동안의 일을 자세히 설명하였다.
“저는 부처님 인연으로 이런 몸을 받았습니다.”
아내는 이어 말하였다.
“저는 지금 부왕을 뵙고 싶습니다. 당신은 저의 뜻을 전해 주십시오.”
그는 아내 말대로 곧 왕에게 가서 아뢰었다.
“공주가 지금 와서 뵈려고 합니다.”
왕은 대답하였다.
“그런 말 말고 어서 문을 굳게 잠그고 밖에 나오지 못하도록 하라.”
사위는 말하였다.
“어찌 그렇게 하겠습니까? 공주는 지금 부처님 은혜를 입고 얼굴이 아름답기 천녀 같습니다.”
왕은 그 말을 듣고 말하였다.
“만일 그렇다면 어서 가서 데리고 오라.”
곧 수레를 보내어 딸을 맞아 궁으로 들어오도록 했다. 왕은 그 딸이 뛰어나게 아름다운 것을 보고 기뻐서 어쩔 줄을 몰랐다.
왕은 곧 수레를 명령하여 부인과 딸과 사위를 데리고 부처님께 나아가 예배하고는 한쪽에 섰다.
바사닉왕은 꿇어앉아 부처님께 아뢰었다.
“이상합니다. 이 아이는 전생에 어떤 복을 지었기에 부귀하고 즐거운 왕가에 태어났으며, 또 어떤 허물을 지었기에 추하고 더러운 몸을 받아 피부와 모발은 거칠고 억세어 축생보다 더하였습니까? 원컨대 세존께서는 말씀하여 주소서.”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사람이 세상에 태어나매 단정하고 추한 것은 다 전생에 지은 죄와 복의 갚음으로 되는 것이니라.
지나간 먼 세상에 바라내(波羅)라는 큰 나라가 있었고, 또 그 나라에는 재물이 한량이 없는 큰 장자가 있었다. 그 장자의 온 집안은 벽지불(辟支佛)을 늘 공양하였다.
그런데 그 벽지불은 몸이 거칠고 얼굴은 추하며 여윈 그 꼴은 차마 볼 수 없었다.
그 때 그 장자에게는 한 딸이 있었다. 그는 날마다 오는 그 벽지불을 보고 미워하고 업신여겨 ‘얼굴은 추하고 피부는 거친 것이 어찌 저리 미운가’ 하고 꾸짖었다.
그러나 벽지불은 자꾸 그 집에 가서 공양을 받았다.
그는 세상에 오래 살다가 열반에 들려고 하였다. 그래서 그 단월(檀越:시주)을 위해 갖가지 신통을 부렸다. 즉 허공에 솟아올라 몸에서 물과 불을 뿜으면서 동쪽에서 솟아 서쪽으로 꺼지고 서쪽에서 솟아 동쪽으로 꺼지며, 남쪽에서 솟아 북쪽으로 꺼지고 북쪽에서 솟아 남쪽으로 꺼졌다. 또 허공에서 앉기도 하고 눕기도 하면서 갖가지 변화를 나타내었고 사람들을 모두 보게 한 뒤, 허공에서 내려와 그 집으로 돌아왔다.
장자는 그것을 보고 한량없이 기뻐하였고, 그 딸은 곧 잘못을 뉘우치고 스스로 꾸짖고는 사죄하였다.
‘원컨대 존자는 용서하소서. 저는 전에 나쁜 마음으로 지은 죄가 너무 무겁습니다. 바라건대 마음에 두지 마시고 모든 죄를 다 용서하소서.’
벽지불은 그 참회를 들어 주었느니라.”
부처님께서는 이어 말씀하셨다.
“그 때의 그 여자는 바로 지금의 공주이다. 그 여자는 그 때에 나쁜 마음 으로 벽지불을 비방하였기 때문에 스스로 입의 허물을 지어 그 이후로는 언제나 추한 형상을 받았고 신통을 보고 스스로 참회하였기 때문에 도리어 단정한 몸을 받고 사람보다 뛰어난 재주는 아무도 따를 이가 없었으며, 그 벽지불을 공양하였기 때문에 세상마다 부귀하고 이제 해탈을 얻었다.
대왕이여, 이와 같이 형상이 있는 일체 중생은 부디 몸과 입을 잘 단속해 함부로 남을 업신여기거나 나무라지 말아야 한다.”
그 때 바사닉왕과 여러 신하들과 대중들은 부처님께서 말씀하시는 인연과 과보(果報)를 듣고 모두 믿고 공경하여 부처님 앞에서 감탄하였다.
그 믿는 마음으로 말미암아 초과(初果)에서 4과(果)까지 얻은 이도 있고, 위없고 평등한 뜻을 내는 이도 있으며, 또 물러나지 않는 자리에 머무는 이도 있었다.
그래서 모두 간절히 우러르는 마음으로 부처님의 교훈을 공경히 받들고 기쁘게 좇아 행하였다.
09.금재인연품(金財因緣品)
나는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의 기수급고독원에서 큰 제자 1천 2백50인과 함께 계셨다.
그 때 그 성 안에 큰 장자가 있었고, 그 부인은 아이를 낳아 그 이름을 금재(金財)라 하였다. 그 아이는 단정하고 뛰어나 세상에 짝할 이가 없었다.
그 아이는 태어날 때에 주먹을 쥐고 났었다. 부모는 놀라고 괴상히 여겨 상서롭지 못한 일이라 생각하고 손금을 보려고 아이의 두 주먹을 폈다가 돈 두 닢이 있는 것을 보았다. 부모는 기뻐하여 그것을 거두어 가졌다. 거두어 가지면 그 자리에서 돈이 다시 생기고 그것을 가지면 다시 생기곤 하였다. 이렇게 부지런히 취하여 돈은 창고에 가득 찼지마는 아이 손에서는 다하는 일이 없었다.
아이는 장성하자 부모에게 아뢰어 출가하기를 청하였다. 부모는 망설이지않고 허락하였다.
그 때 금재는 부처님께 나아가 땅에 엎드려 예배하고 아뢰었다.
“원컨대 세존께서는 저를 가엾이 여겨 제가 출가하여 도에 들어가기를 허락하소서.”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너의 출가를 허락한다.”
금재는 부처님의 허락을 받아 수염과 머리를 깎고 가사를 입고 사미(沙彌)가 되었다.
나이가 차서 큰 계를 받게 되자, 여러 스님들을 모으고 구족계를 받게 하였다. 그는 단(壇)에 나아가 여러 스님들에게 차례로 예배하였다. 예배할 때에 두 손을 땅에 짚으면 손을 짚은 곳에는 돈 두 닢이 있었다.
이렇게 차례로 전부에게 예배하면 예배하는 곳에는 모두 돈이 있었다. 계율을 받고는 부지런히 공부하여 아라한을 얻었다.
아난은 부처님께 아뢰었다.
“알 수 없습니다. 세존이시여, 이 금재(金財) 비구는 본래 어떤 복을 지었기에 나면서부터 손에 돈을 쥐었습니까. 원컨대 세존께서는 말씀하여 주소서.”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너는 잘 기억하라. 내가 지금 설명하리라.
먼 옛날 91겁(劫)에 비바시(毘婆尸)라는 부처님이 세상에 나타나 바른 법으로 교화하여 헤아릴 수 없는 중생을 제도하셨다.
그 부처님이 스님들을 데리고 나라 안으로 들어가시면 여러 귀족들과 장자들은 음식을 마련하여 부처님과 제자들을 공양하였다.
그 때 어떤 가난한 사람은 재물이 없어 항상 들에 나가 나무를 해다 팔았는데, 마침 나무를 팔아 돈 두 닢을 받았다.
그는 부처님과 스님들이 왕의 초청을 받는 것을 보고, 기쁘고 공경하는 마음으로 곧 그 돈 두 닢을 부처님과 스님들에게 보시하였다. 부처님께서는 그를 가엾이 여겨 그것을 받아 주셨느니라.”
부처님께서는 이어 말씀하셨다.
“그 때의 그 가난한 사람은 돈 두 닢을 부처님과 스님들에게 보시하였기 때문에 91겁 동안 항상 돈을 쥐어 마음대로 재물을 쓰되, 다하는 일이 없었다.
그 때의 그 가난한 사람이 바로 그 금재 비구였다. 비록 그가 도를 얻지 못하였더라도 미래의 과보는 한량없을 것이다. 그러므로 아난아, 일체 중생은 모두 부지런히 보시하는 것으로 업을 삼아야 하느니라.”
그 때 아난과 대중들은 부처님 말씀을 듣고 모두 믿고 이해하였다. 그래서 수다원과(須洹果)를 얻는 이도 있었고, 사다함(斯含)·아나함(阿那含)·아라한(阿羅漢)을 얻는 이도 있었으며, 위없는 바르고 참된 도로 향하는 마음을 내는 이도 있었고, 물러나지 않는 자리에 머무르게 된 이도 있었다.
모든 대중들은 부처님 말씀을 듣고 받들어 행하였다.
10.화천인연품(華天因緣品)
나는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의 기수급고독원에서 큰 비구 1천 2백50인과 함께 계셨다.
그 때 그 나라 안에 어떤 부호(富豪) 장자가 아들을 낳았다. 아이는 얼굴이 단정하였다.
그 아이가 나자 저절로 하늘에서 온갖 꽃이 내려와 온 집안에 가득 찼다.
그래서 아이 이름을 불파제바(弗波提婆)[진(晉)나라 말로는 화천(華天)이라는 뜻이다]라 하였는데, 아이는 장성하여 부처님께 나아가 견줄 데 없는 부처님 상호를 보았다.
기쁜 마음이 생겨 가만히 생각하였다.
‘나는 세상에 나서 성인을 만났다. 이제 부처님과 저 스님들을 청하리라.’
그는 부처님 앞에 나아가 아뢰었다.
“원컨대 세존께서는 스님들과 함께 내일 저의 집에 왕림하셔서 나물밥이나마 받아 주시면, 저는 큰 복이요 경사이겠습니다.”
부처님께서는 그 근기를 아시고 그 청을 받아 주셨다.
이튿날 공양 때가 되어 부처님과 스님들은 그의 집으로 갔다.
화천은 곧 신통으로 보배 자리를 만들어 온 집안에 두루 펴서 엄숙하게 장엄하였다. 부처님과 스님들은 그 자리에 앉으셨다.
또 화천이 갖가지 음식을 준비하려고 생각하자, 그의 복덕(福德)으로 음식은 저절로 차려졌다.
부처님과 스님들은 공양을 마치고 발우를 거두고는, 그를 위해 온갖 법을 자세히 설명하셨다.
화천의 집안 사람들은 모두 수다원을 얻었다.
그 때 화천은 곧 부모에게 하직하면서 집을 떠나 부처님 제자 되기를 청하였다. 부모는 허락하였다.
그는 곧 부처님께 나아가 땅에 엎드려 부처님 발에 예배하고, 비구가 되어 부처님의 가르침을 받기를 청하였다.
부처님께서는 그가 도에 들어오기를 허락하고 칭찬하셨다.
“어서 오너라, 비구여.”
이렇게 말씀하시자 그의 수염과 머리는 저절로 떨어지고 가사는 몸에 입혀져서 사문이 되었다. 그리고 부처님의 가르침을 따라 수행하여 아라한을 얻었다.
아난은 이 사실을 보고 부처님께 나아가 꿇어앉아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이 화천 비구는 본래 어떤 복을 심었기에 이렇게 하늘 꽃이 저절로 내려오고 또 능히 자리와 음식을 신통으로 만듭니까? 세존이시여, 이 의심을 풀어 주소서.”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알고 싶으면 잘 들어라. 과거에 비바시(毘婆尸)라는 부처님이 세상에 나와 중생을 제도하셨다.
그 때 어떤 사람이 가난하여 재물이 없었다. 스님들을 보고 기뻐하였으나 공양할 거리가 없는 것이 한스러웠다. 그는 들에 나가 온갖 꽃을 꺾어다 스님들에게 흩으면서 진심으로 예배하고 떠났느니라.”
부처님께서는 이어 말씀하셨다.
“그 때 그 스님들에게 꽃을 흩은 가난한 사람이 바로 지금의 저 화천 비구이다. 그는 과거에 믿고 공경하는 마음을 내어 꽃을 꺾어 스님들에게 흩으면서 지극한 마음으로 원하였기 때문에 91겁 동안 나는 곳마다 몸이 단정하였고, 마음에 필요하다고 생각해 음식이나 자리나 침구를 얻고자 하면, 그것들은 곧 생각대로 이르렀으며, 그 복으로 말미암아 스스로 도를 얻었다.
그러므로 아난아, 일체 중생의 작은 보시를 복이 없다 하여 가벼이 여기지 말라. 지금 저 화천이 모든 것을 스스로 얻는 것과 같으니라.”
그 때 아난과 대중들은 부처님 말씀을 듣고 기뻐하여 받들어 행하였다.
11.보천인연품(寶天因緣品)
나는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의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 때 어떤 장자가 아들을 낳았다. 아이가 태어날 때에 하늘에서 일곱 가지 보배가 두루 내려와 집안을 가득 채웠다.
그는 곧 관상 보는 이를 불러 아이 상을 보았다.
관상쟁이는 그 기이한 상을 보고 장자에게 말하였다.
“이 아이 상은 뛰어나고 특별합니다.”
장자는 이 말을 듣고 못내 기뻐하면서 이름을 지어 달라고 하였다.
관상쟁이는 물었다.
“이 아이가 날 때에 어떤 징조가 있었습니까?”
장자가 대답하였다.
“이 아이가 날 때에 하늘에서 일곱 가지 보배가 내려와 우리 집안을 가득 채웠다.”
관상쟁이가 대답하였다.
“그것은 이 아이의 복덕입니다. 그러므로 이름을 늑나제바(勒那提婆)[진(晉)나라 말로는 보천(寶天)이라는 뜻이다]라 하십시오. ”
아이가 차츰 자라나자 온갖 기술에 다 통하였다. 그는 부처님의 신성함과 뛰어난 덕이 짝할 데 없다는 말을 듣고 마음으로 간절히 사모하여 집을 떠나려고 하였다.
그는 부모에게 하직하고 부처님께 나아가 땅에 엎드려 예배하고 아뢰었다.
“원컨대 세존께서는 저의 출가를 허락하소서.”
부처님께서는 곧 허락하시며 말씀하셨다.
“어서 오너라, 비구여.”
그러자 그의 수염과 머리는 저절로 떨어지고 가사가 몸에 입혀졌다.
부처님께서는 그를 위해 설법하셨다.
그는 곧 아라한을 얻었다.
아난은 부처님께 여쭈었다.
“알 수 없습니다. 세존이시여, 저 보천 비구는 본래 어떤 복을 지었기에 그가 날 때에는 하늘에서 온갖 보배가 내렸고, 옷과 밥이 저절로 생겨 모자람이 없습니까?”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지나간 세상에 비바시라는 부처님이 세상에 나와 헤아릴 수 없는 중생을 제도하셨다.
그 때 여러 스님들이 촌락을 다니면서 그 촌락의 여러 거사들은 모두 스님들을 청해 갖가지로 공양하였다.
그 때 어떤 가난한 사람은 스님들을 보고 기쁜 마음은 가졌으나, 집에는 재물이나 공양거리가 없었다. 그는 곧 구슬과 같은 흰 조약돌 한 줌을 쥐어 스님들에게 흩으면서 큰 서원을 세웠느니라.”
부처님께서는 이어 말씀하셨다.
“그 때 구슬을 공양한 가난한 사람이 바로 저 보천 비구이니라. 그는 과거에 믿고 공양하는 마음으로 구슬 같은 흰 조약돌을 스님들에게 흩었기 때문에 91겁 동안 한량없는 복을 받아 재물과 보배가 많았고, 옷과 밥이 저절로 생겨 모자람이 없었으며, 그 때에 믿고 공경하는 마음이 있었기 때문에 지금 나를 만나 도를 깨닫게 되었느니라.”
그 때 대중들은 부처님 말씀을 듣고 스스로 믿는 마음이 생겨 초과(初果)를 얻는 이도 있었고 나아가서는 4과(果)까지 얻는 이도 있었으며, 다시 마음을 내어 물러나지 않는 자리에 머무르는 이도 있었다.
대중들은 부처님 말씀을 듣고 기뻐하여 받들어 행하였다.
12.찬제파리품(提波梨品)
나는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나열기의 죽원림(竹園林)에 계셨다.
그 때 세존께서는 처음으로 도를 얻어 아야교진여(阿若憍陳如)를 제도하시고, 다음에는 울비라가섭(鬱卑羅伽葉) 형제들 1천 명을 제도하셨다. 사람을 제도하시는 범위는 점점 넓어져 그 은혜를 입는 이가 많았다.
그래서 나열기 사람들은 한량없이 기뻐하면서 찬탄하지 않는 이가 없었다.
“여래께서 세상에 나오심은 참으로 기이하고 특별한 일로서 중생들은 모두 고통에서 벗어난다.”
또 교진여(憍陳如)와 울비라(鬱卑羅) 무리들을 칭송하였다.
“저 대덕 비구들은 전생에 여래와 무슨 인연이 있었기에 법고(法鼓)가 처음 울리자 남 먼저 듣게 되었으며, 감로법(甘露法)의 맛을 먼저 맛보았는가?”
그 때 비구들은 여러 사람들의 이런 칭송을 듣고, 곧 부처님께 나아가 그 사실을 자세히 아뢰었다.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나는 과거에 저 무리들과 함께 큰 서원을 세웠다. 만일 내가 도를 이루면 먼저 저들을 제도하리라고”.
비구들은 이 말씀을 듣고 다시 부처님께 아뢰었다.
“오랜 과거에 함께 서원을 세우신 그 사실은 어떠합니까? 저희들을 가엾이 여겨 해설하시기 바랍니다.”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자세히 듣고 잘 기억하라. 오랜 과거 한량없고 가없으며, 헤아릴 수 없는 아승기겁에 이 염부제에 큰 나라가 있었는데, 이름이 바라내였고, 당시 국왕의 이름은 가리(迦梨)였다.
그 때 그 나라에 큰 선인(仙人)이 있었는데, 이름이 찬제파리(提波梨)였다. 그는 5백 제자들과 함께 숲 속에 살면서 인욕(忍辱)을 수행하고 있었다.
어느 때 국왕은 신하들과 부인과 궁녀들을 데리고 산에 들어가 놀게 되었다.
그 때 왕은 피로해 누워 쉬고 있었다. 여러 궁녀들은 왕을 버려 두고 돌아다니면서 꽃 핀 숲을 구경하였다. 그러다가 찬제파리가 단정히 앉아 생각에 잠겨 있는 것을 보고 가만히 공경하는 마음이 생겨 온갖 꽃을 따다 그 위에 흩고 이내 그 앞에 앉아 그의 설법을 듣고 있었다.
왕은 잠을 깨어 사방을 돌아보았으나 여인들이 보이지 않아 네 명의 대신을 데리고 같이 가서 찾아보았다. 그러다가 그 여인들이 선인 앞에 앉아 있는 것을 보고 곧 선인에게 물었다.
‘너는 4공정(空定)을 얻었는가?’
선인은 대답하였다.
‘얻지 못하였습니다.’ ‘4무량심(無量心)은 얻었는가?’ ‘얻지 못하였습니다.’ ‘4선정(禪定)은 얻었는가?’ ‘얻지 못하였습니다.’
왕은 화를 내어 말하였다.
‘너는 그런 공덕을 모두 얻지 못하였으니 일개 범부이다. 그러면서 혼자 여인들과 그윽한 곳에 있으니 어떻게 믿을 수 있겠는가?’
왕은 다시 물었다.
‘너는 항상 여기 있으니 어떤 사람인가? 또 무엇을 수행하는가?’
선인은 대답하였다.
‘인욕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왕은 곧 칼을 빼며 말하였다.
‘만일 인욕한다면 나는 너를 시험해 능히 참는가를 알아보리라.’
그리고는 곧 그의 두 손을 끊었다. 그리고 물었다.
‘그래도 인욕한다고 말할 수 있겠는가?’
또 두 다리를 끊고 물었다.
‘그래도 인욕한다고 말할 수 있겠는가?’
다음에는 귀와 코를 끊었다. 그는 얼굴빛도 변하지 않았다.
‘그래도 인욕한다고 말할 수 있겠는가?’
그 때 천지는 여섯 가지로 진동하고, 그 선인의 5백 제자는 허공을 날면서 스승에게 물었다.
‘그런 고통을 당하고도 인욕하는 마음을 잃지 않습니까?’
스승은 대답하였다.
‘마음은 변하지 않는다.’
왕은 깜짝 놀라 다시 물었다.
‘너는 인욕한다고 말하지마는 무엇으로 증명하겠는가?’
선인은 대답하였다.
‘만일 내가 인욕하는 것이 진실이요, 거짓이 아니라면 피는 젖이 되고 몸은 전처럼 회복될 것입니다.’
그 말이 끝나자 피는 곧 젖이 되고 몸은 전처럼 회복되었다.
왕은 그 인욕의 증명을 보고 더욱 두려워하여 말하였다.
‘아, 제가 잘못으로 큰 선인을 비방하고 욕보였습니다. 원컨대 가엾이 여겨 제 참회를 받아 주소서.’
선인은 말하였다.
‘왕은 여자로 말미암아 칼로 제 몸을 해쳤지마는 저의 참음은 땅과 같습니다. 제가 뒤에 부처가 되면 먼저 지혜의 칼[慧刀]로 당신의 3독(毒)을 끊을 것입니다.’
그 때 산중에 있던 여러 용과 귀신들은 가리왕(악독한 왕)이 인욕하는 선인을 해친 것을 보고 모두 걱정하여 큰 구름과 안개를 일으키고 뇌성벽력을 치면서 그 왕과 권속들을 해치려 하였다.
선인은 하늘을 우러러 말하였다.
‘만일 나를 위하거든 저 왕을 해치지 말라.’
가리왕은 참회한 뒤에는 늘 선인을 청하여 궁중에서 공양하였다.
그 때 다른 범지들 수천 인은 왕이 찬제파리를 공경히 대우하는 것을 보고 매우 시기하여 그가 앉은 그윽한 곳에 티끌과 흙과 더러운 물건들을 끼얹었다.
선인은 그렇게 하는 것을 보고 곧 서원을 세웠다.
‘내가 지금 이 인욕을 수행하여 중생들을 위해 쉬지 않고 그 행을 쌓으면 뒤에는 반드시 부처가 될 것이다. 만일 불도를 성취하면 먼저 법의 물로써 너희들의 티끌과 때를 씻고 탐욕의 더러움을 없애어 영구히 청정하게 할 것이다.'”
부처님께서는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그 때의 찬제파리가 누구인지 알고 싶은가? 그 이는 바로 이 내 몸이요, 그 때의 가리왕과 네 명의 대신은 바로 지금의 교진여 등 다섯 비구요, 내게 티끌을 끼얹던 천 범지는 바로 지금의 울비라 등 천 비구들이다.
나는 그 때 인욕을 수행하면서 저들을 먼저 제도하리라고 서원을 세웠다. 그러므로 내가 도를 이루자 그들이 먼저 괴로움에서 벗어나게 되었느니라.”
그 때 비구들은 부처님 말씀을 듣고 일찍이 없는 일이라고 찬탄하면서 기뻐하고 받들어 행하였다.
13.자력왕혈시품(慈力王血施品)
나는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의 기원(祇洹)에 계셨다.
그 때 존자 아난은 점심을 마친 뒤에 숲 속에서 좌선하고 앉아 가만히 생각하였다.
‘여래께서 세상에 나오심은 참으로 놀라운 일이다. 중생들은 모두 그 힘으로 안락하구나.’
또 생각하였다.
‘교진여(憍陳如) 등 다섯 큰 비구는 어떤 선(善)의 근본을 심고 어떤 인연을 의지하였기에 법문(法門)이 처음으로 열리자 먼저 들어가게 되고, 법고(法鼓)가 처음으로 울리자 먼저 듣게 되었으며, 감로법(甘露法)이 내리자 특별히 먼저 젖게 되었을까?’
이렇게 생각하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부처님께 나아가 그 생각한 것을 자세히 아뢰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교진여 등은 전생에 나와 참으로 인연이 많았다. 지나간 세상에 나는 내 몸의 피로 그의 굶주림과 목마름을 충족시켜 안온하게 하였다. 그러므로 그는 지금 몸으로 먼저 내 법을 듣고 해탈을 얻게 된 것이다.”
현자 아난은 다시 여쭈었다.
“과거에 피로써 그 굶주림을 구제한 그 일은 어떠하였습니까? 원컨대 자세히 가르쳐 주시고, 또 이 대중들로 하여금 모두 알게 하여 주소서.”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오랜 과거 아승기겁에 이 염부제에 큰 나라 왕이 있었는데, 이름이 미가라발라(彌佉羅拔羅)[진(晉)나라 말로는 자력(慈力)이라는 뜻이다]였다. 그는 염부제의 8만 4천 작은 나라의 왕을 거느렸고, 2만의 부인과 1만의 대신을 두었다.
왕은 자비가 있고 4등심(等心:네 가지 평등한 마음)을 갖추어 일체 중생을 항상 가엾이 여기되, 일찍이 게으르거나 싫증을 내지 않았고, 언제나 열 가지 선행[十善]으로 백성을 가르치니 사방이 모두 왕의 교화와 다스림을 흠모하였으며, 나라가 안락하여 경하하고 의지하지 않는 이가 없었다.
온갖 염병 귀신들은 항상 사람의 피와 기운을 먹고 스스로 살아가는 것이다. 그런데 그 때 사람들은 몸과 말과 뜻을 잘 단속하여 열 가지 선행을 독실히 따랐기 때문에 온갖 삿된 것과 나쁜 병도 감히 가까이 해 침노하지 못하였고, 굶주림과 병과 가난과 쇠약도 힘을 쓰지 못하였다.
그 때 다섯 야차가 왕에게 와서 말하였다.
‘우리 무리들은 사람의 피와 기운을 의지하여 신명을 보전하게 됩니다. 그런데 왕의 교훈과 지도로 말미암아 백성들은 모두 열 가지 선을 가집니다. 그러므로 우리들은 지금부터 먹고 마실 것이 없어 굶주림과 목마름과 가난에 시달려 살 길이 없습니다. 대왕의 자비로써 어찌 가엾이 여기지 않습니까.’
왕은 그 말을 듣고 매우 슬퍼, 곧 몸을 다섯 군데 찔러 혈맥을 터뜨렸다. 다섯 야차는 제각기 그릇을 가지고 와서 피를 받아 마시고 배가 불렀다.
그래서 모두 왕의 은혜를 힘입어 한량없이 기뻐하였다.
왕은 또 말하였다.
‘너희들은 이제 배가 불렀으면 열 가지 선을 생각하고 닦아라. 나는 지금 내 몸의 피로 너희들의 굶주림과 목마름을 구제하여 안온을 얻게 하였다.
내가 뒷날 부처가 될 때에는 마땅히 법신(法身)의 계율과 선정과 지혜의 피로써 너희들의 3독(毒)과 온갖 탐욕의 굶주림과 목마름을 없애고 열반의 안온한 곳에 편히 살게 하리라.’
아난아, 알고 싶으냐. 그 때의 자력왕(慈力王)은 지금의 이 내 몸이요, 다섯 야차는 지금의 교진여 등 다섯 비구이다.
나는 세상마다 서원을 세워 저들을 먼저 제도하리라고 허락하였다. 그러므로 내가 처음 설법할 때에 저들은 그것을 듣고 곧 해탈하였느니라.”
그 때 존자 아난과 대중들은 부처님 말씀을 듣고, 모두 더욱 공경하고 우러르고 기뻐하여 받들어 행하였다.
14.항육사품(降六師品)
나는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왕사성(王舍城)의 죽원(竹園)에서 1천 2백50의 비구들과 함께 계셨다.
그 때 병사왕(沙王)은 이미 초과(初果)를 얻고, 믿고 공경하는 마음이 더욱 독실하여 항상 훌륭하고 묘한 4사[事: 네 가지 필요한 물품]을 베풀어 부처님과 비구 스님들을 공양하였다. 그리고 백성들과 착한 일 하기를 즐기고 백성들에게 불법을 권하고 지도하였다.
그 나라에 부란나(富蘭那) 등 여섯 외도의 스승이 있었다. 그들은 일찍부터 세상에 나와 삿된 소견과 뒤바뀐 주장으로 사람들을 속이고 유혹하였으므로 어리석고 어두운 무리들이 그 사교를 믿고 또 널리 퍼뜨려 나쁜 무리들이 나라에 가득 찼다.
그 왕에게는 아우가 있었다. 그는 그 여섯 스승[六師]들을 공경히 받들면서 그들의 삿되고 뒤바뀐 소견을 믿고 혹하여 거기에 참된 도가 있다고 하여 가산을 기울여 그들에게 바쳐온 터였다.
부처님의 해[佛日]가 처음 나타나고 지혜의 물이 일찍부터 흘렀으나, 그는 교화받을 마음이 없이 어두운 겹 그물에 빠져 있었다.
그 형 병사왕은 그 아우를 매우 사랑하고 소중히 여겼으므로 은근한 마음으로 타일러 부처님을 믿게 하려 하였지만, 아우는 그 삿된 이치를 고집하여 왕의 말을 따르지 않았다, 또 왕이 자주 명령하여 부처님을 청해 공양하라고 하면 아우는 말하였다.
“제게는 따로 스승이 있으므로 새삼스레 가서 구담(瞿曇)을 받들 수 없습니다.”
그러나 왕의 명령이라 차마 거역할 수 없어 말하였다.
“큰 모임을 베풀어, 오는 사람은 제한하지 않겠습니다. 만일 그가 스스로 오면 저는 마땅히 공양하겠습니다.”
왕의 허락을 받고 그는 공양할 거리를 장만하고 자리를 펴는 등 모임의 준비를 끝냈다. 그는 사람을 보내어 여섯 스승을 불렀다. 그들은 모두 와서 모여 윗자리에 앉았다.
그러나 부처님과 스님들이 오지 않는 것을 이상히 여겨 그는 왕에게 가서 아뢰었다.
“왕께서 전에 여러 번 구담을 청하라고 분부하셨습니다. 그래서 지금 그를 위해 공양을 베풀었습니다. 그런데 어찌하여 때가 다 되었는데도 그들은 오지 않습니까?”
왕은 아우에게 말하였다.
“만일 네가 직접 가서 청하지 못한다면 사람을 보내어 때가 되었다고 여쭈어라.”
아우는 분부를 받고 사람들을 보내어 아뢰었다.
그 때 부처님께서는 대중을 데리고 모임에 오셔서 그 여섯 스승이 윗자리에 먼저 앉아 있는 것을 보시고, 부처님과 스님들은 다음 자리에 차례로 앉았다.
그 때 부처님께서는 신통으로써 그 여섯 스승과 그 제자들을 갑자기 아랫줄에 있게 하였다. 여섯 스승들은 창피하게 여겨 제각기 일어나 자리를 옮겼다. 그러나 앉고 보면 도로 그 아래에 있었다.
이렇게 두 번 세 번 자리를 옮겨 위로 올라갔으나 여전히 자기들 몸은 아래에 있는 것이었다. 그러나 어찌할 수 없어 머리를 숙이고 앉아 있었다.
단월들이 손 씻을 물을 돌릴 때에 윗자리에 먼저 오자 부처님께서는 그 시주에게 말씀하셨다.
“너희 스승에게 먼저 올려라.”
시주가 물을 가지고 스승 앞에 가서 초롱을 들고 물을 따르려 하면, 초롱 주둥이는 저절로 막혀 물이 나오지 않았다. 그래서 도로 부처님 앞으로 가서 부처님을 비롯해 차례로 돌리면 그제야 물이 나왔다. 그래서 모두 손을 씻을 수 있었다.
손을 씻은 다음 축원(祝願)을 받을 때가 되어 단월들이 밥을 가지고 윗자리로 이르자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본래 우리를 위한 것이 아니니 너희 스승 앞에 가서 그들로 하여금 축원을 하게 하라.”
그 분부를 받고 여섯 스승 앞으로 가니, 여섯 스승은 입이 닫혀 말을 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제각기 손을 들어 부처님을 가리켰다. 부처님께서는 곧 웅장하고 맑은 음성으로 축원하였다.
축원을 마친 다음 음식을 돌릴 때가 되어 윗자리에서 차례로 돌리려 하자 부처님께서는 또 말씀하셨다.
“너희 스승에게 먼저 올려라.”
음식을 가지고 가서 여섯 스승으로부터 시작해 돌렸다. 음식은 갑자기 공중에 떠올라 각기 그 머리 위에 떠 있었으므로 먹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부처님과 스님들에게 밥을 다 돌리고 나니, 음식이 도로 내려와 각각 제 앞에 놓여 있었다.
부처님과 스님들과 대중들의 식사가 끝나 발우를 씻고 양치질한 뒤에 도로 앉아 설법할 때가 되었다. 부처님께서는 단월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 스승께 설법하게 하라.”
그들이 이내 여섯 스승에게 설법을 청하였으나, 그들은 또 입이 닫혀 모두 손을 들어 부처님을 가리켰다.
그 때 부처님께서는 대중들을 위하여 부드럽고 연한 음성으로써 법의 성품과 그 이치를 분별해 연설하시어 그들의 뜻에 맞게 하셨다. 그들은 모두 설법을 듣고 마음이 열렸다.
그 때 병사왕의 아우는 법안이 깨끗하게 되었고, 그 밖의 사람들은 초과(初果)에서 3과(果)까지 얻고, 출가하여 번뇌가 없어지고, 위없는 도의 마음을 내어 물러나지 않는 자리에 머물렀으며, 그 마음의 사모하는 바를 따라 모두 그 원을 성취하였다. 그래서 각각 참다운 이치를 알고 삼보를 믿어 공경하였다. 그리고 그 여섯 스승을 천하게 여겨 다시는 받들어 공양하지 않았다.
이에 여섯 스승은 매우 번민하고 성을 내어 제각기 한적한 곳으로 가서 술법[奇術]을 배웠다.
그 때 천마(天魔) 파순(波旬)은 저들의 마음이 약해져서 나쁘고 삿된 법을 펴지 못할까 걱정하고, 곧 내려와 여섯 스승의 모양으로 변하여 한 사람 앞에서 다섯 사람의 술법을 가르쳐 주었다. 즉, 공중을 날아다니면서 몸에서 물과 불을 내기도 하고, 몸을 여러 개로 나누는 등 백 가지로 변화를 부렸다. 어리석은 무리들은 다시 그들을 믿고 받들었다.
그들은 전날 욕을 당하고 공양을 잃은 것을 분히 여겨 한데 모여 의논하였다.
“이제 우리 술법은 구담보다 못하지 않다. 우리가 전에 한번 욕봄으로 해서 사람들의 마음이 떠났으니, 기묘한 변화를 보면 넉넉히 저들을 항복 받을 수 있을 것이다. 국왕에게 나아가 저들과 한번 승부를 판가름하도록 해보자.”
이렇게 결의하고 왕에게 나아가 자기들의 지혜와 신통과 영술(靈術)을 설명하고 말하였다.
“저 사문과 신기한 변화를 부려 시험해 보면 그 가부가 저절로 나타날 것입니다.”
왕은 웃으면서 말하였다.
“너희들은 어찌 그리 어리석은가. 부처님의 덕은 넓고 크며 신통은 걸림이 없다. 너희들이 겨루어 본다는 것은 마치 반딧불로 해와 빛을 겨루고, 소 발자국의 물로 바다와 크기를 견주며, 여우 힘으로 사자와 용맹을 다투고, 개미 밥으로 수미산과 높이를 겨루려는 것과 같아서 크고 작은 형상은 차별이 환한데, 어리석고 혹하여 크게 계획하니, 어찌 그리도 어리석은가?”
여섯 스승은 다시 말하였다.
“일은 겪어본 뒤에라야 아는 것입니다. 대왕은 우리들의 뛰어난 변화를 보지 못하고 편벽된 마음으로 저쪽만 장하다고 말하지마는, 한번 시험해 보면 크고 작은 것은 저절로 결정될 것입니다.”
왕은 다시 말하였다.
“겨루어 보고 싶으면 겨루어 보라. 그러나 다만 너희들이 스스로 욕을 부를까 걱정이다. 그런데 만일 부처님과 신통을 다투려거든 우리가 모두 같이 그것을 참관하도록 하라.”
여섯 스승은 말하였다.
“이레 뒤로 날을 정하겠습니다. 원컨대 대왕은 시합할 장소를 잘 손보아 놓으소서.”
여섯 스승들이 떠난 뒤에 왕은 수레를 타고 부처님께 나아가 그 사실을 아뢰었다.
“저 여섯 스승들이 부처님과 신술을 시험해 보겠다고 시끄럽게 굴기 때문에 이치로써 나무랐지마는 그들은 단념하지 않았습니다. 원컨대 세존께서 그 신력을 떨치시어 저 사악(邪惡)을 항복 받으시면 그제야 선(善)으로 돌아올 것입니다. 그리고 저희들로 하여금 그 신통을 보게 하소서.”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내가 때를 알아 하리라.”
왕은, 부처님께서 신통을 겨루겠다고 허락하심을 알고, 곧 신하들에게 명령하여 넓은 곳을 편편하게 닦고 좌상(座床)을 벌려 놓고, 온갖 당기와 번기를 세우고 꽃과 구슬을 꿰어 얽어 장엄하고 화려하게 꾸며 놓았다. 그리고 사람들은 모두 그 날을 기대하였다.
그 전날 부처님께서는 스님들을 데리고 왕사성을 나와 비사리(毘舍離)로가셨다. 비사리의 여러 율창(律昌)들은 사람들을 데리고 나와 맞이하였다.
그 날이 되어 사람들은 부처님을 찾았으나 계시지 않아 사실을 물어 보고, 비로소 비사리로 가신 줄을 알았다.
여섯 스승들은 떠돌며 외쳤다.
“우리는 오래 전부터 구담의 지혜와 도술이 보잘것없는 줄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사람들은 의심하면서 우리 말을 믿지 않았지마는 술법을 다툴 기일이 되자, 제가 이기지 못할 줄 알고 그만 비사리로 도망쳐 가버렸다.”
그들은 더욱 뽐내면서 서로 이끌고 말하였다.
“어디든지 쫓아가 보자.”
그 때 병사왕은 음식을 준비하여 5백 수레에 가득 실었다. 신하들과 14억 무리들도 각각 양식을 준비하고 부처님을 따라 앞뒤로 줄을 지어 비사리에 모였다.
여섯 스승들은 다시 여러 율창들에게 아뢰었다.
“우리가 저 구담과 신력을 시합하고 실성(實性)을 변론하는 것을 허락하시고, 만일 보고 들으려거든 이레 뒤에 오십시오.”
그 때 율창들은 다시 부처님께 가서 아뢰었다.
“저 여섯 스승들은 어리석어 스스로 도가 있다고 일컬으면서 부처님과 신력을 다투려고 합니다. 원컨대 세존께서는 신력을 보이시어 항복 받으소서.”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내가 때를 알아 하리라.”
율창들은 신하들을 데리고 병사왕처럼 시합장소를 준비하였다. 그리고 사람들은 모두 그 날이 오기를 기대하였다.
그 전날 부처님께서는 제자들을 데리고 구섬미(拘睒彌)로 떠나셨다. 구섬미의 우전왕(優塡王)은 신하들을 데리고 나와 맞이하였다.
이튿날 새벽에 비사리(毘舍離) 사람들이 부처님을 찾았으나 부처님께서는 이미 구섬미로 떠나신 뒤였다. 이 말을 들은 여섯 스승들은 더욱 교만하여져서 그들의 무리를 한데 모아 어디까지나 쫓아가려 하였다. 율창들은 음식을 준비하여 5백 수레에 싣고 부처님을 공양하려고 7억 대중을 거느리고 병사왕과 함께 구섬미에 모여 부처님과 여섯 스승이 신력을 시험하는 것을보려고, 앞뒤로 줄을 지어 길을 메우며 갔다.
여섯 스승들도 구섬미에 이르러 우전왕을 보고 위에서와 같이 그 사정을 말하였다.
“사문은 스스로 돌아보아 자신이 없기 때문에 자꾸 도망만 치므로 붙잡을 수가 없습니다. 왕은 꼭 안정시켜 우리와 겨루도록 하여 주십시오.”
우전왕은 부처님께 여섯 스승들의 말을 설명하고 아뢰었다.
“세존께서는 겨루시겠습니까?”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내가 때를 알아 하리라.”
우전왕은, 부처님께서 그 나라에서 시합하시기를 바라고, 병사왕처럼 시합 장소를 준비하였다.
시합 전날 부처님께서는 다시 제자들을 데리고 월지국(越祇國)으로 가셨다. 월지국의 둔진타라왕(屯眞羅王)은 신민들을 데리고 나와 부처님을 맞이하였다.
그 이튿날 구섬미의 사람들은, 부처님께서는 이미 월기국으로 떠나셨다는 말을 들었고, 여섯 스승들은 곧 그 뒤를 쫓아갔다.
그 때 우전왕은 팔억 대중과 병사왕 등 여러 나라 사람들을 데리고 모두 월기국으로 가서 모였다.
여섯 스승들은 왕을 보고 제 말을 늘어놓았다.
“저 구담으로 하여금 우리와 시합하게 하십시오.”
둔진타라왕은 부처님께 아뢰었다. 부처님께서는 대답하셨다.
“내가 때를 알아 하리라.”
왕은 시합 장소를 장엄하게 준비하였다.
날이 가까워 오자 부처님께서는 제자들을 데리고 특차시리(特叉尸利)로 향하셨다. 그 나라의 왕 인타바미(因婆彌)는 여러 신하들을 데리고 나와 맞이하였다.
둔진타라왕은 5억 대중과 병사왕과 신하들을 데리고 부처님을 따라 특차시리로 향하였다. 여섯 스승들도 거기 와서 인타바미왕에게 잔뜩 뽐내며 큰 소리로 말하였다.
“저 구담과 신력 시합하는 것을 허락하십시오.”
인타바미는 부처님께 나아가 아뢰었다. 부처님께서는 여전히 대답하셨다.
“내가 때를 알아 하리라”
왕은 시합 장소를 장엄하게 준비하였다.
그 날이 되자 부처님께서는 다시 그곳을 버리고, 여러 스님과 함께 바라내로 가셨다. 바라내 왕 범마달은 신하들을 데리고 몸소 나와 맞이하였다.
그 이튿날 특차시리 사람들은 부처님께서 떠나신 줄을 알았다. 여러 스승들은 부처님 뒤를 쫓아 달려갔다.
인타바미왕은 6억 대중과 병사왕 등과 함께 모두 부처님을 따라갔다. 여섯 스승들도 거기 와서 앞에서와 같이 왕에게 청하였고, 왕은 앞에서와 같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부처님께서는 여전히 대답하셨다.
“내가 때를 알아 하리라”
회장 준비가 되고 그 날이 되었다. 부처님께서는 그곳을 버리고 비구들과 함께 가비라위국(迦毘羅衛國)으로 가셨다. 가비라위(迦毘羅衛)의 여러 석가 종족[釋種]들은 대중을 거느리고 모두 나와 맞이하였다.
그 이튿날 바라내 사람들은 부처님께서 떠나심을 알았다. 여섯 스승들은 계속해서 쫓아갔다.
범마달왕은 8억 대중과 병사왕 등 여섯 나라 사람들을 데리고 줄을 지어 부처님을 따라갔다. 여섯 스승들도 거기 와서 석가족들을 향하여 기술과 재능을 들어 시끄러이 말하였다.
“구담과 신력을 대결할 것을 허락하십시오.”
석가족들은 부처님께 나아가 그 사실을 자세히 아뢰었다. 부처님께서는 여전히 대답하셨다.
“내가 때를 알아 하리라”
석가 종족들은 회장을 장엄하게 준비하였다. 그 날이 가까워 부처님께서는 대중들과 함께 사위국으로 가셨다. 사위국의 바사닉왕은 신하들을 데리고 모두 나와 맞이하였다.
석가족들은 그 이튿날에야 부처님께서 떠나신 것을 알았다. 여섯 스승들은 무리들을 데리고 뒤를 쫓아갔다.
석가족들은 9억 대중과 병사왕 등 여러 나라 사람들과 함께 내를 건너고 들을 메우면서 사위국으로 쫓아갔다. 여섯 스승들도 거기 와서 파사닉왕을 보고 그 동안의 사정을 자세히 말하였다.
‘우리는 구담과 신력을 겨루려 하였으나 기일만 되면 그는 도망쳐 붙잡을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지금 대중들과 함께 왕의 나라까지 쫓아온 것입니다. 대왕은 그를 시켜 우리와 대결하도록 하십시오.”
바사닉왕은 웃으면서 말하였다.
“부처님의 뛰어나신 신변은 헤아리기 어렵거늘, 어떻게 너희들의 그 비루하고 못남으로써 큰 법왕과 힘을 겨루려 하는가?”
여섯 스승들은 수선거리면서 말소리가 거칠어졌다.
바사닉왕은 나아가 부처님을 뵈옵고 아뢰었다.
“저 여섯 스승들은 저처럼 간청합니다. 원컨대 세존께서는 신통을 보이시어 저들을 항복 받아 일체 대중들로 하여금 거짓과 참을 분별하게 하소서.”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내가 때를 알아 하리라.”
바사닉왕은 곧 신하들에게 명령하여 회장을 편편하게 만들고, 향과 꽃을 많이 쌓고 좌상을 벌여 놓고 온갖 깃대를 세워 장엄한 준비를 끝냈다.
대중들은 모두 모였다.
섣달 초하룻날 부처님께서는 시험장으로 가셨다.
바사닉왕은 그 날 이른 새벽에 부처님께 공양하고 손수 양지(楊枝: 버들가지로 만든 이닦이)를 올렸다. 부처님께서는 그것을 받아 씹고 나서 나머지를 땅에 던졌다. 그러자 그것은 곧 살아나서 무럭무럭 자라더니, 줄기는 높이 뻗어 5백 유순(由旬)이요, 가지와 잎은 구름처럼 퍼져 그 둘레도 또한 그와 같았다.
거기서 다시 꽃이 피어 크기는 수레바퀴와 같고 또 열매가 맺어 크기는 다섯 말 드는 병과 같았다. 뿌리와 줄기·가지·잎사귀는 순전히 일곱 가지 보배로 되어 있고, 여러 가지 빛깔은 휘황찬란하였으며, 그 빛깔은 광명을 내어 해와 달을 가리었다.
그 열매를 먹으면 맛나기는 단 이슬 같고 향기는 사방에 퍼지며 향기를 맡으면 마음이 즐거워졌다. 향기로운 바람이 불어와 가지와 잎사귀가 부딪치면, 그것은 모두 화창한 소리를 내며 미묘한 법을 연설하여, 듣는 사람은 싫증이 나지 않았다.
사람들은 모두 그 나무의 변화를 보고 공경하고 믿는 마음이 더욱 순수하고 도타워졌다.
이에 부처님께서는 그들의 뜻에 맞추어 설법하셨다. 그들은 모두 법을 이해하였고, 부처님께 귀의하는 수많은 사람들은 천상에 나는 큰 결과를 얻었다.
둘째 날에는 우전왕이 부처님을 청하였다.
부처님께서는 그 양쪽에 두 보배산을 만드시니 그 장엄함은 볼 만하였다. 그것은 온갖 보배로 되어 있고, 오색은 찬란하고 광명은 휘황하였다. 여섯 가지 나무는 그 산 위에 줄을 지어 섰고 꽃과 열매는 무성하며 미묘한 향기를 내었다.
그 한쪽 산 위에는 쌀이 누렇게 익어 부드럽고 아름다웠으며, 온갖 맛이 나고 달아 입에 맞았다. 그래서 사람들은 마음대로 그것을 먹었다.
또 그 한쪽 산 위에는 부드럽고 연한 풀이 살지고 맛 있게 자라, 그것으로써 축생을 기르는데, 먹고 싶은 놈은 가서 그것을 배가 부르게 먹고 즐거워했다.
대중들은 그 산의 신기한 것을 보고 공양한 뒤에는 모두 기뻐하면서 부처님을 우러러 사모하는 정이 더욱 깊어졌다.
부처님께서는 그들 뜻에 맞도록 설법하셨다. 그들은 모두 법을 이해하여 위없는 마음을 내었고, 수많은 사람이 천상에 나는 결과를 얻었다.
셋째 날에는 둔진타라왕이 부처님을 청하여 공양하고 깨끗한 물을 받들어 양치질하시기를 기다렸다. 부처님이 물을 뱉어 버리시니 그곳이 보배 못이 되었는데, 사방 둘레는 각각 2백 리요, 순전히 일곱 가지 보배로 섞바뀌어 온갖 빛깔은 서로 비치고 광명은 찬란하였다.
못 속의 물은 여덟 가지 공덕을 갖추었고, 물 밑에는 일곱 가지 보배 모래가 모두 깔렸다. 여덟 가지 연꽃은 크기가 수레바퀴 같았고, 파랑·노랑· 빨강·흰색·보라빛·녹색·자줏빛이 섞바뀌었다. 향기로운 향기는 사방에 멀리 퍼지며 그 연꽃 빛깔을 따라 제각기 광명을 놓아 그 광명은 천지를 휘황하게 하였다.
대중들은 그 보배 못의 기묘한 것을 보고 기뻐하면서 부처님의 한량없는 덕을 칭송하였다.
부처님께서는 대중들의 마음을 관찰하시고, 방편으로 설법하시어 모두 이해하여 위없는 마음을 내게 하셨다. 그들은 하늘에 태어날 과보를 얻어 복업을 더욱 더한 이가 헤아릴 수 없이 많았다.
넷째 날에는 인타바미왕이 부처님을 청하였다.
부처님께서는 그 날 그 보배 못 사방에 저절로 여덟 개 도랑물이 흘러 도로 못에 들어가게 하고 저절로 돌게 하니, 물이 흐르는 소리는 맑고 아름다웠으며, 모두에게 5근(根)·5력(力)·7각(覺)·8도(道)·3명(明)·6통(通)·6도(度)·4등(等)과 대자대비(大慈大悲)를 연설하여 격려하고 인도하였으며, 갖가지 법을 연설하여 듣고 보는 대중들은 모두 마음이 열리어 부처님께 귀의하였고, 천상에 날 과보를 얻어 복과 지혜를 더욱 쌓은 이가 매우 많았다.
다섯째 날에는 범마달왕이 부처님을 청해 공양하였다.
부처님께서는 그 날 입에서 광명을 놓으시니 황금빛이 휘황하게 대천 세계를 두루 비추었고, 그 광명에 부딪힌 일체 중생들은 3독(毒)과 5음(陰)이 모두 저절로 사라졌고, 몸과 마음이 시원하고 즐거워져 마치 비구가 제3선(禪)을 얻은 것과 같아졌다.
대중들은 기이하다고 칭송하면서 부처님 덕을 마음으로 사모하였다.
부처님께서는 그들을 위해 설법하셨다. 그들은 모두 그 법을 이해하고 큰 도의 마음을 내어 천상에 날 과보를 얻었고, 복을 더하고 지혜를 닦은 이가 매우 많았다.
여섯째 날에는 여러 율창들이 차례로 다시 부처님을 청하였다. 부처님께서는 그 날 그 모임의 일체 중생으로 하여금 마음과 마음을 서로 알게 하셨다. 그래서 한 사람이 각각 여러 사람이 마음으로 생각하는 선악과 뜻의 가는 업행(業行)을 모두 알게 되자, 그들은 모두 놀라고 기뻐하면서 부처님의 덕을 칭송하였다.
부처님께서는 그들을 위해 여러 가지 묘한 법을 연설하셨다. 그들은 모두 이해하게 되어 부처 되기를 맹세하였고, 천상에 날 과보를 얻은 이가 매우 많았다.
일곱째 날에는 석가 종족들이 부처님을 청하였다.
부처님께서는 그 날 대중들로 하여금 모두 전륜성왕을 보게 하셨다. 그래서 그들은 일곱 가지 보배와 1천 왕자와 여러 왕의 신민들이 그를 공손히 받들어 모시고 우러르는 마음이 줄지 않음을 모두 보았다. 그들은 놀라고 이상스럽게 여기면서 한량없이 기뻐하였다.
부처님께서는 곧 그들 뜻에 맞추어 설법하셨다. 그들은 위없는 바른 깨달음의 마음을 내었고, 천상에 날 과보를 얻는 이가 헤아릴 수 없이 많았다.
여덟째 날에 부처님께서는 제석의 청을 받았다. 제석은 부처님을 위해 사자좌(師子座)를 만들었다. 부처님께서 그 자리에 올라앉으시자 제석은 위쪽에 모시고 법왕은 오른쪽에 모셨으며 모든 대중들은 고요히 좌정하였다.
부처님께서는 천천히 팔을 펴 손으로 자리를 만지시니, 갑자기 큰 소리가 났는데, 코끼리의 외침 같았다. 그 때에 큰 귀신 다섯이 여섯 스승의 높은 자리를 끌어내어 부수어 버렸다. 그리고 금강밀적(金剛密迹)은 금강저(金剛杵)를 잡았는데 그 금강저 끝에서 불이 일어나 여섯 스승들을 잡아 치려 하였다. 여섯 스승들은 놀라 달아나다가 욕됨을 부끄러워하여 강물에 몸을 던져 죽었다. 그리고 여섯 스승의 무리 7억은 모두 와서 부처님께 귀의하여 제자 되기를 청하였다.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어서 오너라, 비구들이여”
그들의 수염과 머리는 저절로 떨어지고, 법복은 몸에 입혀져 모두 사문이 되었다.
부처님께서는 그들을 위해 설법하여 미묘한 법을 보이시자 그들은 번뇌가 없어지고 결박이 풀려 모두 아라한을 얻었다.
그 때 부처님께서는 8만 털구멍에서 다 광명을 놓으시니, 허공에 두루 찼다. 낱낱 광명 끝에는 큰 연꽃이 있고, 낱낱 연꽃 위에는 화불(化佛)이 있어대중에 둘러싸이어 설법하였다. 대중들은 이 위없는 조화를 보고 믿고 공경하는 마음이 더욱 융성해졌다.
부처님께서는 그들을 위하여 설법하셨다. 그 응하는 바를 따라 큰마음을 내거나 천상에 날 과보를 얻거나 복과 선(善)을 대하거나 하는 이가 매우 많았다.
아홉째 날에는 범왕이 부처님을 청하였다. 부처님께서는 스스로 몸을 변화시켜 높이가 범천에 이르렀고, 위엄은 번듯하고 의젓하여 헤아리기 어려웠으며, 큰 광명을 놓으시니 천지가 휘황하였다. 대중들은 우러러보며 모두 그 말을 들었다.
부처님께서는 그들을 위하여 여러 가지 미묘한 법을 열어 보여 그들로 하여금 마음을 내어 부처를 찾게 하시니, 천상에 날 과보를 얻은 이가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였다.
열째 날에는 4천왕(天王)이 부처님을 청하였다.
그 때 부처님께서는 대중들로 하여금 부처님의 색신(色身)이 모든 하늘에 두루 계심을 보게 하셨다. 4천왕에서 색구경천(色究竟天)에 이르기까지 모두 부처 몸을 나타내어 큰 광명을 놓으면서 각각 대중들을 위하여 미묘한 법을 연설하셨다.
그들은 모두 멀리서 우러러 분명히 바라보았고, 공경하고 우러르는 마음이 더욱 더하여졌다.
부처님께서는 그들을 위하여 설법하시니, 그 뜻을 따라 모두 큰마음을 내어 물러나지 않는 자리에 머무르거나, 혹은 천상에 날 과보를 얻거나 하는 이가 이루 헤아릴 수 없었다.
열한째 날에는 수달(須達) 장자가 부처님을 청하였다. 부처님께서는 그 날 높은 자리 위에서 스스로 그 몸을 숨기고 아주 고요하게 하여 나타나지 않으셨다. 다만 광명을 놓고 부드럽고 연한 음성을 내어 미묘한 모든 법을 분별하시고 연설하셨다. 그 법을 듣고 깨달아 큰마음을 내어 물러나지 않는 자리에 머무르는 이도 있었고, 천상에 날 과보를 얻은 이도 매우 많았다.
열두째 날에는 질다(質多) 거사가 부처님을 청해 공양하였다. 부처님께서는 그 날 자심(慈心)삼매에 드시어 금색 광명을 놓아 대천 세계를 두루비추셨다. 그 광명에 부딪히는 중생들은 3독(毒)의 마음이 사라지고 저절로 사랑하는 마음을 일으켜 중생을 평등하게 보기를, 아버지나 어머니나 형이나 아우처럼 하되 사랑하는 마음은 조금도 더하고 덜함이 없었다.
그 때 부처님께서는 그들을 위하여 여러 가지 묘한 법을 말씀하시니, 그들은 큰마음을 내어 물러나지 않는 자리에 머무르거나, 혹은 천상에 날 과보를 얻은 이도 이루 다 헤아리기 어려웠다.
열셋째 날에는 둔진타라왕이 부처님을 청하여 공양을 차렸다.
부처님께서는 그 날 높은 자리에 올라 배꼽으로 광명을 놓아 두 갈래로 나누되, 몸에서 일곱 길이 떨어지게 하였다. 그 광명 끝에는 각각 연꽃이 있고 연꽃 위에는 화신불이 있어 부처님과 다름이 없었다. 그 화신불도 배꼽으로 광명을 놓아 두 갈래로 나누되 몸에서 일곱 길이 떨어지게 하였다. 그 광명 끝에는 연꽃이 있고 연꽃 위에는 화신불이 있었다. 이렇게 전변하여 대천 세계에 두루하였다. 대중들은 그것을 우러러 보고 놀라고 기뻐하였다.
그 때 부처님께서는 그 뜻을 따라 설법하셨다. 그들 중에는 큰 마음을 내어 물러나지 않는 자리에 머무르는 이도 있었고, 천상에 날 과보를 얻은 이도 매우 많았다.
열넷째 날에는 우전왕이 부처님을 청하였다. 그 때 우전왕은 부처님 위에 꽃을 흩었다. 부처님께서는 곧 그 꽃을 변화시켜 1천 2백50개의 보배수레를 만드시니, 그 높이가 범천에 이르렀고, 그 광명은 금산보다 빛났다. 온갖 보배의 여러 가지 빛깔은 아름답게 서로 비추어 한량없이 찬란하였고, 신기한 구슬과 영락을 그 사이사이에 섞박았다. 그 높은 수레 안에는 모두 부처 몸이 있었는데 큰 광명을 놓아 삼천 세계를 두루 비추었다. 대중들은 그 변화를 보고 기쁜 마음과 공경하는 마음이 뒤섞이었다.
부처님께서는 곧 설법하시니 병을 따라 약을 쓰는 것과 같았다. 그들 중에는 모두 큰마음을 내어 물러나지 않는 자리에 머무르는 이도 있었고, 혹은 도를 얻어 천상에 나는 이도 매우 많았다.
열다섯째 날에는 병사왕이 부처님을 청하였다. 부처님께서는 미리 왕에게 분부하시되, 음식 그릇만 준비하라 하셨다. 그래서 왕은 다만 그릇만 많이 준비하였다. 밥 때가 되자 모든 그릇에는 갖가지 맛나고 아름다운 음식이 가득하여 대중들이 실컷 먹고도 남았고, 먹은 뒤에는 몸과 마음이 저절로 편하고 즐거워졌다.
그 때 세존께서 손으로 땅을 가리키시니 18지옥이 한꺼번에 나타나고 거기서 죄를 받는 티끌 수 같은 한량없는 사람들이 제각기 모두 말하였다.
‘나는 본시 이와 같이 악을 지었기 때문에 지금 이런 고통을 받는다.’
대중들은 그것을 모두 듣고 보고는 매우 슬프고 가엾어 온몸에 소름이 끼쳤다.
부처님께서는 그들 뜻에 맞게 설법하셨다. 그들 중에는 큰마음을 내어 물러나지 않는 자리에 머무르는 이도 있었고, 천상에 날 과보를 얻은 이도 이루 다 셀 수 없었다.
지옥 중생들도 부처님을 뵈옵고 법을 들음으로 말미암아 공경하고 우러르는 마음이 생겨 모두 멀리서 귀의하였다. 그래서 마침내 모두 천상이나 인간에 나게 되었다.
그 때 병사왕은 꿇어앉아 부처님께 아뢰었다.
“부처님의 서른두 가지 신기한 모습 중에서 몸이나 손의 모습은 일찍 뵈었습니다. 그러나 아직 부처님 발바닥의 바퀴 모양은 보지 못하였습니다. 원컨대 대중들에게 모두 보여 주소서.”
부처님께서는 곧 다리를 내어 대중에게 보였다. 대중들은 부처님 발바닥의 바퀴 모양이 단엄하고 빛나며 그 무늬가 그림 같아서 모두 환히 나타난 것을 보았다. 아무리 보아도 싫증이 나지 않았다.
왕은 더욱 기뻐하면서 다시 여쭈었다.
“알 수 없습니다. 세존께서는 본래 어떤 공덕을 지으셨기에 그런 묘한 바퀴 모양을 이루셨습니까?”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나는 과거에 내 스스로 열 가지 선행을 닦았고, 또 남에게도 가르쳤기 때문에 이처럼 분명히 나타난 모양을 얻은 것이오.”
왕은 또 여쭈었다.
“알 수 없습니다. 세존이시여, 스스로도 열 가지 선행을 닦고 또 남에게도 가르쳤다는 그 일은 어떤 것입니까? 원컨대 가르쳐 주소서.”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자세히 듣고 잘 명심하시오. 과거 무수한 아승기겁에 이 염부제에 큰 나라 왕이 있었는데, 이름이 시타니미(施尼彌)였소. 그는 8만 4천 나라와 8만억 촌락과 1만 대신을 거느렸었소.
또 왕에게는 2만 부인이 있었소. 그러나 아무도 아들이 없었소. 왕은 매우 근심하면서 나라의 대(代)가 끊어질까 걱정하여 여러 하늘에 널리 기도하였소.
왕의 첫째 부인은 이름이 수리파라만(須梨波羅滿)이었소. 그는 몇 시간이 지나고 곧 임신된 것을 깨달았소. 아이를 밴 뒤로는 심성이 총명하여지고 인자하고 측은한 마음이 있어 남에게 선행을 권하였소. 달이 차서 한 사내를 낳았소. 얼굴은 뛰어나게 단정하고 모양은 두드러지게 아름다우며 온몸의 털구멍에는 모두 광명이 있었소. 왕은 몹시 기뻐하여 아무리 보아도 싫증이 나지 않았소.
곧 관상쟁이를 불러 그 길흉을 상보게 하였소. 관상쟁이는 자세히 보고는 찬탄하였소.
‘신기합니다. 이 아기의 상은 뛰어납니다. 그 덕은 천하를 편안하게 하여 천하가 공경히 받들 것입니다.’
왕은 더욱 기뻐하여 이름을 지으라고 명령하였소.
상쟁이는 아뢰었소.
‘어떤 기이한 징조가 있었습니까?’
왕은 말하였소.
‘이 아이를 밴 뒤로 그 어미는 총명하고 지혜로우며 인자하여 선행을 권하였소. 다른 징조도 많았으나 이 징조가 매우 이상하였소.’
관상쟁이는 놀라고 기뻐하면서 왕에게 아뢰었소.
‘어머님이 미리 지혜로웠고 자기 몸에 광명이 있으니 이름을 나파라만(那波羅滿)[진(晉)나라 말로는 혜광(惠光)이라는 뜻입니다]이라 하소서. ‘
태자는 점점 자라나서 그 지혜는 남보다 뛰어났소. 부왕이 세상을 뜨자 그 장례를 마치고 신하들은 모여 태자에게 왕위를 잇도록 권하였소. 그러나 태자는 굳이 사양하면서 말하였소.
‘나는 감당할 수 없다.’
신하들은 말하였소.
‘대왕이 이미 돌아가시고 오직 태자가 있을 뿐이요, 다른 형제가 없는데 싫다고 말씀하시니, 누구에게 미루어 줍니까?’
태자는 대답하였소.
‘세상 사람이 악을 행할 때는 반드시 순하게만 할 수 없소. 만일 그들에게 형벌을 주면 내게 죄됨이 적지 않을 것이오. 그러므로 만일 백성을 다스리되 열 가지 선행을 두루 행하게 할 수 있다면 나는 나라 일을 맡을 수 있소.’
신하들은 말하였소.
‘좋습니다. 원컨대 궁전에 오르소서. 열 가지 선행의 길은 명령을 내려 행하도록 하소서.’
그 때 태자는 곧 왕위에 올라 인민들에게 명령을 내려 열 가지 선행을 두루 행하라 하였소. 백성들은 공경하고 순종하여 마음을 고치고 행동을 바꾸었소.
그 때 마왕은 그것을 시기하여 왕의 교화를 무너뜨리려 가만히 글을 만들어 여러 나라에 보내면서 명령하였소.
‘전에 명령하여 선을 행하라 하였지마는 그것은 아무 효과가 없을 뿐 아니라 한갓 노고만 더하여 쓸 데 없는 짓을 한 것이다. 지금부터는 백성들이 열 가지 나쁜 일 행하는 것을 허락한다. 다시는 꺼리지 말라.’
여러 왕들은 이 글을 받고 그 다른 조서를 괴상히 여기되, ‘무엇 때문에 이치를 어기어 사람에게 악을 따르라고 권하는가?’ 하고, 각기 친서를 보내어 다시 그 까닭을 물었소.
왕은 그 글을 보고 깜짝 놀라 말하였소.
‘나는 그런 영을 내린 일이 없는데 어떻게 된 일일까.’
곧 수레를 타고 몸소 여러 나라로 돌아다니면서 백성들을 만나보고, 그 다른 영은 고친다고 선언하였소.
그 때 그 악마는 길가에서 어떤 사람으로 변하여 큰 불 속에 빠져 있었는데, 그 울부짖는 소리가 몹시 슬프고 간절하였소.
왕은 가서 물었소.
‘너는 왜 그러는가?’
그는 아뢰었소.
‘저는 전생에 남에게 열 가지 선행을 권하였기 때문에 지금 이렇게 견디기 어려운 고통을 받고 있습니다.’ ‘어떻게 그런 일이 있겠는가. 남에게 선행을 닦으라고 권하고 도리어 고통을 받겠는가?’ 하고 왕은 다시 물었소.
‘열 가지 선행을 권하였기 때문에 너에게 그런 고통을 받게 한다면, 이전에 그 권함을 받아 열 가지 선을 행한 사람은 좋은 갚음을 받았는가?’
그는 대답하였소.
‘이전 사람은 좋은 복을 얻었습니다. 다만 남에게 가르쳤기 때문에 홀로 이런 고통을 받습니다.’
왕은 그 말을 듣고 기뻐하면서 말하였소.
‘다만 먼저 사람으로 하여금 좋은 복을 받게 하였다면 그 고통을 달게 받을 것이요, 그것을 한탄할 것이 없다.’
악마는 이 말을 듣고 곧 형상을 숨기고 사라졌소.
왕은 여러 나라를 두루 돌아다니면서 열 가지 선행을 폈소. 백성들은 거기에 교화되어 몸과 말과 뜻을 조심하여 바른 교화가 두루 펴졌소. 백성들은 모두 우러러 사모하고 왕의 덕은 높아지고 빛났소.
그래서 상서로운 징조가 나타날 때에 금바퀴가 먼저 응하고 일곱 가지 보배가 한꺼번에 이르렀소. 왕은 천하를 돌아다니면서 선으로 인도하는 것을 의무로 삼았소.
이와 같이 대왕은 알아야 하오. 그 때의 그 시타니미왕은 바로 지금의 내 아버지 정반왕이요, 그 어머니는 지금의 내 어머니 마하마야이며, 그 때의 그 혜광왕으로서 열 가지 선행으로 백성을 교화한 이는 지금의 내 몸이오.
나는 그 세상에서 스스로도 열 가지 선을 행하고 또 백성들에게 권해 그것을 행하게 하였기 때문에 오늘 이 발바닥의 천 폭의 바퀴 모양을 얻게 된 것이오.”
그 때 병사왕은 다시 아뢰었다.
“저 여섯 스승의 무리들은 미욱하여 자기들의 실력은 헤아리지 못하고 이양(利養)에만 탐착하고 질투심을 일으켜 세존과 신력을 겨루려 하였습니다. 그래서 말하기를, ‘부처가 한 가지를 부리면 우리는 두 가지를 부린다’고 하였습니다. 그러나 부처님께서, 신묘하여 헤아릴 수 없는 신변을 나타내시니 저들은 그만 움츠러들어 한 가지 술법도 부리지 못하고, 제 꼴이 부끄러워 몸을 던져 물에 빠져 죽었습니다. 그리고 그 무리들도 모두 흩어져 스스로 그 재앙을 남겼으니, 그 미욱함을 생각하면 어찌 그리도 심합니까?”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저 여섯 스승의 무리가 이름과 이익을 다투기 때문에 내게 대결을 구하다가 제 몸을 죽이고 그 무리를 잃은 일은 오늘만이 아니오. 지나간 세상에서도 나와 다투다가 나는 그를 죽이고 그 무리를 빼앗은 일이 있었소.”
왕은 꿇어앉아 다시 여쭈었다.
“알 수 없습니다. 세존께서 지나간 세상에 저 여섯 스승들과 싸워 그 무리를 빼앗은 일은 어떠합니까? 원컨대 자세히 말씀하여 주소서.”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명심하고 잘 들으시오. 과거 무량 무수 아승기겁에 이 염부제에 한 나라의 왕이 있었는데 이름이 마하사구리(摩訶仇利)였소. 그는 작은 나라 왕을 거느리고 5백 부인을 두었소. 그러나 그 뒤를 이을 태자가 없었소. 그 왕은 가만히 생각하였소.
‘나는 차츰 나이가 들어가는데 왕위를 이을 만한 아들이 없다. 만일 하루 아침에 내가 죽게 되면, 여러 왕과 신민들은 명령을 받들지 않고 반드시 군사를 일으켜 백성들을 해침으로써 장차 나라가 어지럽게 될 것이니 그 고통이 얼마나 심하겠는가.’
이렇게 생각하고는 마음이 근심 바다에 빠져 있었소.
그 때 제석천은 멀리서 왕의 근심을 알고, 곧 하늘에서 내려와 한 의사로 변하여 왕에게 나아가 그 근심하는 까닭을 물었소. 왕은 그 사정을 그에게 이야기하였소. 의사는 아뢰었소.
‘다시는 근심하지 마시오. 제가 왕을 위해 설산에 들어가 여러 가지 약을 캐어 모아 그것을 부인에게 드려 먹게 하겠습니다. 그 약을 먹으면 모두가 반드시 아기를 밸 것입니다.’
왕은 이 말을 듣고 근심을 놓으면서 의사에게 말하였소.
‘그렇게 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겠는가.’
그 의사는 곧 설산으로 들어가 갖가지 약초를 캐어 가지고 왕궁으로 메고 돌아와서 젖에 달여 큰 부인에게 주었소. 그러나 큰 부인은 냄새를 싫어하고 또 마음으로 믿지 않아 의사가 하늘로 돌아간 뒤에도 그것을 먹으려 하지 않았소. 그래서 다른 작은 부인들이 그것을 다 나누어 먹었소.
작은 부인들은 그것을 먹은 지 오래 되지 않아 아이를 밴 것을 깨닫고 그 사정을 큰 부인에게 알렸소.
큰 부인은 이 말을 듣고 후회하면서, ‘먹고 난 나머지가 있는가?’라고 물었소. 그러나 나머지가 없다는 대답이었소. 큰 부인은 재차 물었소.
‘그 약초는 지금도 있는가?’ ‘아직 있습니다.’
곧 명령하여 젖을 가져다 그것을 다시 달여 자기에게 달라고 하였소. 큰 부인도 그것을 먹은 지 며칠 안 되어 아이 밴 줄을 알았소.
그 때 여러 작은 부인들은 달이 차서 모두 사내를 낳았는데 얼굴이 뛰어나게 단정하였소. 왕은 그 왕자들을 보고 뛸듯이 기뻐하였소. 그러나 큰 부인의 해산이 더딘 것을 답답하게 생각하였소.
큰 부인도 달이 차서 사내를 낳았소. 그러나 그 얼굴은 지극히 추해서 마치 썩은 나무 그루터기 같았소. 부모는 그것을 보고 마음이 언짢아서 이내 이름을 다라후시(多羅施))[진(晉)나라 말로는 주올(株)이라는 뜻이다]라고 짓고는 명령하여 기르게 하였소.
[진(晉)나라 말로는 주올(株)이라는 뜻이다]라고 짓고는 명령하여 기르게 하였소.
나이 점점 들어 다른 여러 형들은 모두 장가를 들었으나 오직 주올만은 생각도 하지 못하였다.
그 뒤에 변방 나라에서 군사를 일으켜 쳐들어왔소. 5백 왕자들은 군사를 거느리고 나가 항거하였으나 첫 싸움에 패하여 성으로 되돌아왔소. 주올 왕자는 그 형들에게 물었소.
‘왜 쫓겨왔습니까, 무섭고 두려운 것 같습니다.’
형들은 말하였소.
‘싸움이 불리하여 적군에게 쫓겨 되돌아왔다.’
주올은 말하였소.
‘그 따위 적군에게 침범을 당할 수 없습니다. 저 천사(天寺) 안에 있는 우리 선조가 쓰던 큰 활과 고둥을 가져 오시오. 내가 가서 무찌르겠습니다.’
그 선조란 바로 전륜왕이오. 곧 여러 사람을 보내어 그것을 메고 와서 주올에게 주었소. 그가 활을 잡아매어 퉁기니 활 소리는 우레 같았고 화살 소리는 40리에 들렸소. 그는 활과 고둥을 가지고 혼자서 치러 나갔소.
진터에 나가 그는 먼저 고둥을 불었소. 그 소리는 벽력 같았소. 적군은 그 소리를 듣자 혼비백산하여 흩어져 달아났소. 적군은 물러가고 그는 돌아왔소. 부왕은 그제야 달리 대우하고 사랑하여 장가를 들이려고 여러 가지 방편을 깊이 생각하였소.
그 때 어떤 나라의 왕이 있었는데, 이름이 율사발차(律師跋蹉)였소. 그에게 딸이 있었는데, 절세 미인으로 이름이 있었소.
마하사구리왕은 사신을 보내어 혼인을 청하되 그의 한 형을 가리키면서, ‘이 아이를 위해 당신의 딸을 청한다고 하라’고 하였소.
사신이 분부를 받고 가서 왕의 말을 자세히 전하자, 율사발차는 곧 혼인을 허락하였소. 사신은 돌아와 왕에게 아뢰었소.
왕은 못내 기뻐하여 곧 수레와 말을 보내어 맞이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