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겁경(賢劫經) 제1권 -2
- 발타기삼매(起三昧)라고도 하며, 진(晉)에서는 현겁정의경(賢劫定意經)이라 한다.-
서진(西晉)의 월지삼장(月氏三藏) 축법호(竺法護) 한역 이진영 번역
03. 사사품(四事品)
“보살은 네 가지 일로 빨리 이 선정에 이르게 되니, 네 가지란 무엇인가? 첫째는 보시이니 대가를 바라는 생각을 품지 않고 일체를 복되게 베푸는 것이요, 둘째는 계율을 지키는 것이니 모든 금계(禁戒)를 범하지 않고 큰 도(道)에 뜻을 두는 것이며, 셋째는 항상 자비로운 마음을 품는 것이니 원수이거나 친한 벗이거나 두 마음을 갖지 않는 것이요, 넷째는 삼계의 모든 중생들을 다 나의 친족(親族)처럼 살펴서 일찍이 외면한 적이 없는 것이니, 이것이 바로 네 가지 일이니라.
보살은 또 다른 네 가지 일로 빨리 이 선정에 이르게 되니, 네 가지란 무엇인가? 첫째는 항상 대자(大慈)를 행하여 중생을 보호하는 것이요, 둘째는 항상 대비(大悲)를 행하여 세 가지 나쁜 길[三塗]에 떨어진 중생들의 고뇌를 보고는 그들을 위해 비 오듯 눈물을 흘리면서 건져 구하고자 하는 것이며, 셋째는 미혹된 중생들이 다섯 가지 갈래[五趣]를 헤매면서 스스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을 보고는 바른 길을 나타내 보이고 공덕을 베풀어서 벗어나게 하는 것이요, 넷째는 중생들이 처음부터 끝까지 세 가지 흐름[三流]을 돌아다니면서도 몸과 마음의 고뇌를 조금도 끊지 못함을 관찰하고는 그들을 가엾이 여겨서 죄복(罪福) 생사(生死) 일삼음이 없는[無爲] 근본을 펼쳐 설해주는 것이니, 이것이 바로 네 가지 일이니라.
보살은 또 다른 네 가지 일로 빨리 이 선정을 얻게 되나니, 네 가지란 무엇인가? 첫째는 중생들이 삿되고 미혹한 62종류의 소견으로 주저하고 신음하다가 그물[羅網]에 떨어지는 것이, 마치 새가 스스로 몸을 던져 작은 이익을 탐하다가 자기를 해치는 줄도 모르는 것과 같음을 관하는 것이요, 둘째는 96종류의 미혹된 길에서 스스로 어리석음을 일으켜 마치 누에나방이 스스로 등불에 뛰어드는 것처럼 이미 세 가지 나쁜 길[三塗]과 다섯 가지 갈래[五趣]에 빠져 끝없이 돌아다니면서 몸을 벗어나지 못할 때에 오직 여러 부처님과 대보살들이라야만 구제할 수 있는 것이요, 셋째는 외도의 무리들이 번뇌로 뒤덮인 업과 부적, 주술로 사람을 해치니 마치 미치광이가 물에 빠져 허우적거리다가 후회한들 어쩔 수 없는 것과 같아서 보살이 이를 불쌍히 여겨 구제하는 것이요, 넷째는 마치 사냥꾼이 뭇 새들을 쏘아 떨어뜨리고 어부가 그물로 많은 고기를 잡아 그 죄를 쌓는 것처럼 중생들이 무수한 억겁 동안 세 가지 나쁜 갈래에 떨어지므로 보살이 자신의 안락을 버리고 가서 구제하되 그들을 위해 죄와 복, 삶과 죽음의 환란을 펼쳐 설하고 일삼음이 없는 업을 보여주며 혹은 위없는 참된 법을 나타내어 각각 안락함을 얻게 하는 것이니, 이것이 바로 네 가지이니라.
보살은 또 다른 네 가지 일로 빨리 이 선정을 얻게 되나니, 네 가지란 무엇인가? 첫째는 부처님 형상을 만들어 연꽃 위에 모시거나 벽이나 모직물[布] 위에 단정하고 보기 좋게 그려서 중생들에게 환희심을 일으켜 이로 말미암아 도복(道福)을 얻게 하는 것이요, 둘째는 이 경전을 대나무나 비단에 베껴 써서 그 문자를 정성껏 받들고 정돈하는 것이요, 셋째는 이 경전을 밤낮으로 외워 정진하되 문장 그대로를 완전히 통달하여 조금도 머뭇거림 없이 듣는 이에게 알도록 하는 것이요, 넷째는 이 삼매를 지니고서 모든 부처님의 본말(本末)을 하나하나 분별하여 다른 사람들에게 그 이치를 밝혀주며 보살의 위없는 진정한 법을 잘 설명하여 일체의 중생들이 모두 함께 찬탄하여 의심하지 않고 각각 통달하게 하는 것이니, 이것이 바로 네 가지이니라.”
부처님께서 이것에 대하여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이 경전 듣고 지극한 덕을 즐거워하여
만약 어떤 사람이 이 도를 구한다면
훌륭하도다.
그는 이 네 글귀를 배웠기 때문에
열 가지 힘을 얻어 80억 사람 중에 왕이 되고
여러 60해27) 동안 편안히 머무르며
항상 배우는 사람들이 이 삼매를 외울 수 있도록 옹호하며,
만약 이 경전을 듣는다면 좋은 이익을 얻을 것이요
이미 들었다면 믿고 즐거워 할 수 있어서
도에 대해 의심하지 않으며
생사가 없음을 보게 되리라.
불도를 행하려면 이 경을 듣고서
공훈을 즐거워하여 게으르지 않아야만
일체의 지혜를 손바닥 보듯이 하고
이 경전을 베껴 쓰고 지니어
백천겁의 과거를 기억함으로써
변재를 갖추어 부처님께 이르리니,
가장 뛰어난 선정을 얻은 월(月)왕자는
일찍이 이 경전을 자세히 들었기에
국토를 버리고 사문(沙門)이 되어
밤낮으로 부지런히 법을 들었으며
마지막 목숨이 끝난 후세에 가서는
곧 다른 불국토에 왕생하였으니
강가의 모래보다 더 많은 모든 하늘들이
부처님께 공양하고 그가 있는 곳을 따라 삼매를 듣고 나서
3겁 동안에 불도를 이루었네.
정광(定光) 부처님께 교화 받은
무염보(無厭寶) 부처님도
이 경전 듣고서 덕과(德果)를 얻었으니
그러므로 들었다면 게으름 피우지 말고
시방을 위해 항상 구제해야 하리라.
이제 내가 정성껏 너희들에게 부탁하노라.
어진 이들은 언제나 부드럽고 온화하게 말할지니
이것이 바로 법을 늘리는 것이며 도의 보배로운 곳집이니라.
04. 법사품(法師品)
부처님께서 희왕 보살에게 말씀하셨다.
“지난 과거에 이루 헤아릴 수 없이 많은 겁수(劫數) 때에 변엄정뢰음후여래지진등정각(辯嚴淨雷音吼如來至眞等正覺)이란 부처님이 계셨는데, 그 부처님 때에 무량덕변당영변음(無量德辯幢英變音)이란 법사가 있어서 일찍이 그 부처님으로부터 이 삼매에 대한 말씀을 듣고는 이 삼매를 배워 그 이치를 분별함과 동시에 중생들을 교화하고 무수한 억백천의 모든 하늘과 인민들을 모두 제도하였느니라.
그 때 정복보중음(淨福報衆音)이란 왕태자(王太子)가 이 삼매를 듣고는 마음속으로 기뻐한 나머지 곧 백천의 값진 훌륭한 옷으로 법사를 입히고서 이렇게 말하였다. ‘널리 일체의 중생들로 하여금 삼계의 액운을 벗어나 다 이 삼매를 얻게 하소서’
이 덕이 뿌리가 되어 80억 강모래 같은 여러 부처님을 뵙고서 뭇 행을 지어 평등한 법을 받들며, 모든 부처님 계시는 곳마다 이 삼매를 듣고서 널리 선포하여 누구나 다 이 선정의 이치를 충분히 감당할 수 있게 하며, 태어나는 곳마다 항상 전생을 기억하여 한량없는 공덕으로 청정한 불찰(佛刹)에서 가장 바른 깨달음을 이룩하였으니, 이 정복보중음왕태자가 바로 지금 현재의 서방아미타불(西方阿彌陀佛)이며, 중생을 교화하여 제도하던 그 법사가 바로 지금의 대월여래(大月如來)이니라.
그 왕태자는 무량덕변당영변음 법사에게 귀의하여 공양하였으므로 마침내 7만 겁에 이르러 뭇 죄의 덮개를 없앴으며, 이 삼매의 선정을 설하는 것을 들었기 때문에 태자가 되어서 모든 스님들의 원수를 제거하고 온갖 장애를 없애서 도품(道品)을 펼쳐 연설하며, 태어나는 곳마다 한량없는 다라니의 행을 얻었으므로 한 때라도 뜻을 발하면 손가락 튕길 정도의 짬이라도 불법을 여의지 않았느니라.”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 때 또 면열이구월수장위여래지진등정각(面悅離垢月首藏威如來至眞等正覺)이란 부처님이 세간에 출현하시어 이 삼매를 강설하셨는데, 어떤 장자(長者)의 아들인 요정광심(曜淨廣心)이 그 부처님의 설법을 듣고는 곧 신심을 내어 가업(家業)을 탐하지 않고 집을 나와 사문이 되었느니라.
그는 사문이 되기 위하여 7만의 채녀( 女)를 버렸고, 네 보배 창고에 가득한 그 많은 보물들과 그 밖의 진귀한 구슬들이 땅에 쌓여 30만 천 8백 곳의 유람하는 처소에 두루 하였어도 일찍이 그 땅에 발걸음도 하지 않았음은 물론 그것들에 조금도 마음을 두지 않았으며, 국토와 국왕을 버리고서 출가하여 사문이 되었느니라.
사문이 된 뒤로는 1만 6천 년 동안 한 마음으로 항상 고행하고 정진하여 일찍이 쉰 적이 없었으며 애당초 게으른 생각을 내지도 않았으니, 곁에서 시중드는 이들을 물리치고 손수 밥짓고 빨래하고 몸을 씻었으며, 잠을 자지 않고 항상 깨어 있는 그대로 꼿꼿이 앉아서 1만 6천 년을 마치었느니라.
그리고 나서 그는 즉시 부처님께서 설하신 법을 다 받아서 외워 통달하였으니 그 음성이 화창하고 유순하였으며, 다라니를 얻음으로써 이름이 널리 퍼져나가 모든 중생들로 하여금 부처님께 머리 숙여 예배하도록 하였으며, 66해()의 모든 하늘 무리들이 다 그를 따라 찬탄하고 시봉하였으므로 정진하는 몸과 마음이 편안함과 동시에 함께 여래를 받들어 공양하였느니라.
그는 현재 남방에서 바른 깨달음을 성취하였으니 이름이 일체덕엄(一切德嚴)이고, 그 세계를 덕정(德淨)이라 하는데, 저 국토에서는 그가 가장 바른 깨달음을 성취하였느니라.”
그 때 부처님께서 이 게송을 설하시었다.
나 전생 일을 기억하건대
강모래 같은 무수한 겁 이전에
변엄정뢰음후라는 부처님이 계셨고
법을 지닌 한 비구가 있었네.
그 때 그가 사자좌에 앉아
이 삼매에 대해 강설하자
왕태자가 듣고는 기뻐하였고
값진 옷을 입혀서 법사를 공양하였으므로
널리 여러 부처님을 뵙고
마침내 아미타불이 되었으니
그 전생의 모든 죄와
옛날에 범했던 모든 업까지
이 삼매를 설함을 듣고서
남김 없이 모두 다 없애버렸네.
또 이구월이란 부처님께서
이 삼매를 설하였는데
장자의 아들이 듣고는
존경하여 곧 출가하였으니,
1만 6천 년 동안
이 삼매를 받들어 정진하여
잠시라도 잠잔 적이 없었고
또한 게으른 생각을 내지 않았으며,
정성껏 이 불도를 받들어
듣고 받아 지녔기 때문에
다시 세간의 일을 즐거워하지 않고
은애(恩愛)도 생각하지 않았으며,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부처님을 뵙고
그 부처님들을 따라 설법을 듣고는
모든 도업(道業)에 다 들어가
불도를 빨리 성취하여
모든 서원을 원만하게 갖추었으므로
그 이름 듣는 사람 기뻐하였고
때가 됨에 불도를 얻었으니
누군들 이 업을 부지런히 닦지 않으리요.
그러므로 미래의 세상에서라도
이 지혜의 인(印)을 듣는다면
재물이나 가업에 안주하지 말고
출가하여 탐착하지 말 것이며,
욕설과 매질을 당하거나
비방하는 자가 있더라도
각각 이 법을 들어서 알게 하고
부처님 말씀을 널리 펼치며,
백천의 고액(苦厄)을 만나더라도
능히 참아내고 음욕을 여의며
모두 번뇌임을 관찰하여
스스로 불도를 연설하며,
꿈에서라도 부처님을 뵙는다면
스스로 바르게 깨달았음을 기뻐하고
이 삼매의 법을 즐거워하여
불도를 의심하지 않을 것이며,
그 훌륭한 음성 널리 펼쳐
이 경전의 말씀을 듣게 하여
각각 스스로 그 마음 깨우쳐
오래지 않아 불도를 이루게 할 것이니,
이 경전의 중요한 이치를 들었기에
세간의 일에 대해 듣더라도
다시 아무런 걸림이 없기가
마치 허공에 머무는 것과 같으리라.
그러나 만약 출가를 빙자하여
무수한 이끗[利養]을 얻거나
친족들의 허물을 이용하여
서로 비방하는 마음을 내며,
온갖 환란에서 벗어나기 위해
함부로 성인의 말씀을 이용하고
도리어 다른 사람을 멸시하고는
스스로 불도를 이룩한 체하며,
어떤 광명을 보게 되어
훌륭한 성주(聖主)를 공양함으로써
그 걸음걸이 스스로 교만하여 '내가 불도를 얻었노라'고 한다면
그러한 아첨하고 그릇된 자는
불도를 아주 멀리 여의게 되고
다른 사람을 멸시한 인연으로
자주 근심 걱정만 갖게 되리라.
만약 이 경전을 들은 이는
곧 불도를 얻을 줄 알고
오래지 않아 정각을 성취하여
아미타불을 보게 될 것이지만
뒤바뀜에 의지한 자는
도에서 점점 멀어지고
근본을 따르지 않으므로
부처님께서 수기하지 않을 것이니,
보아라, 이 장자의 아들은
모든 재보를 다 보시하고 나서 출가하여
집집마다 다니며 걸식하였으며
정광여래(定光如來)를 따라
일찍이 이러한 이치를 들었기에
이와 같이 삼매를 본받아서
부지런히 닦고 공경하여 받들어 행하였느니라.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보살이 도를 행함에 있어서는 대자대비로 시방을 옹호하고 모든 미치지 못하는 자들을 교화하며, 6도무극(度無極 : 波羅蜜)과 4등(等 : 無量心), 4은(恩), 6통(通 : 神通)의 훌륭한 방편으로 중생의 무리들을 교화하되 끝없이 제도하여 길이 편안하게 하며, 각각 가업을 버리고 도법을 융성하게 일으키게 하며, 그들을 위해 단 이슬을 비내려 경전을 선전하기를 마치 훌륭한 의사가 약으로 풍증(風症) 한증(寒症) 열증(熱症)의 세 가지가 합쳐진 병을 치료하여 그 병을 다 제거하는 것과 같이 하느니라.
마음에는 네 가지 병이 있으니, 첫째는 탐심과 음욕이요, 둘째는 성내고 미워하는 것이며, 셋째는 어리석음이요, 넷째는 ‘나’라는 생각이니라.
그러므로 지혜의 정의(正義)로써 이 네 가지 병을 남김없이 다 소멸하고 10종력(種力)과 4무외(無畏)를 이루어야 할 것이니 비유하자면 마치 해가 솟아오름에 따라 뭇 어둠이 가는 곳 모르게 사라지는 것과 같으며, 훌륭한 방편의 지혜로써 성인의 광명을 떨쳐서 삼계를 비추어 5음(陰 : 蘊)과 6쇠(衰 : 塵)와 12견련(牽連 : 緣起)을 어디로 갔는지 모르게 자연스럽게 없애야 할 것이니 마치 달이 어두운 밤에 있으면 뭇 어둠을 깨뜨려서 자연히 밝게 되는 것과 같아서 보살도 이와 같이 도의 지혜를 밝히어 생사의 경계에 처하더라도 그 마음이 삼세의 번뇌에 집착되지 않고 시종 끝없는 환란을 제도하며, 비롯됨이 없는 삼매를 얻어 일체를 구제해야 하느니라.
또한 마치 큰 바다에서 여러 가지 진귀한 구슬들과 빼어난 보물이 나오므로 들어가 그것을 채취하는 자는 부족함이 없이 각각 보물을 가득하게 얻는것처럼 보살도 이와 같이 대승(大乘)의 바다에 들어가 현묘한 법을 취해 가지고 도량과 3해탈문(解脫門)을 장엄하여 두루 삼세의 고액(苦厄)을 구제하며, 마치 전륜왕(轉輪王)이 사방을 맡아 주관함으로써 온 천하가 우러러 받드는 것처럼 보살도 이와 같이 일체의 생로병사(生老病死)에 두루 흘러다니면서 네 가지 평등한 마음을 갖추어 이 네 가지 병을 교화하여 영원히 남기지 않고 처음부터 끝까지 썩어 없어지게 해서 어디로 갔는지 알 수 없도록 홀연히 다 사라지게 하며, 마치 뱃사공이 왔다갔다 끊임없이 사람들을 건네주는 것처럼 보살은 다라니 상자[篋]에 담긴 것으로 심오한 도법의 참뜻을 펼쳐 연설하며 무수한 겁을 돌아다니지만 수고롭다고 여기지 않느니라.
또한 마치 부모가 그 자식을 길러주어 사람다운 사람으로 자라게 하는 것처럼 보살도 이와 같이 법의 권지(權智 : 方便智)로써 대자비를 행하되 어리석음을 깨우쳐 도심(道心)을 내게 하고, 5계(戒)28)와 10선(善)29), 4등(等), 4은(恩)30), 6도무극으로 훌륭한 방편을 행하여 널리 시방에 이르러 10주(住)31)를 구족한 일생보처(一生補處)32)에서 위없는 바른 진리로 최상의 깨달음을 이루어 생사에 빠져 헤매는 일체의 중생들을 건져내 마음을 편안하게 해서 흐름을 거슬러 근원에 이르게 하느니라.
또한 마치 나무를 심으면 뿌리 싹 줄기 마디 가지 잎사귀가 자라나 꽃이 피고 열매를 맺어 무성하게 되는 것처럼 보살도 이와 같이 처음 발심하였을 때부터 곧 기뻐하는 뜻을 얻으므로 몸과 마음이 쉬더라도 5음(陰)과 세 가지 나쁜 갈래[三塗]의 근심, 8난(難)의 고통이 없으며, 보시 지계 인욕 정진 선정 지혜의 6도무극을 다 갖추어서 비롯됨도 의지함도 아주 없으므로 모든 것을 계교하지 않으며, 다시 나와 남이라는 분별과 오래 살 거라는 생각이 없으므로 있는 곳마다 나타나 생로병사에 빠져 세상을 떠도는 중생들을 구제하되 때에 맞는 훌륭한 방편으로 인도하여 미혹되고 어리석어 죄의 덮개에 덮이지 않도록 하니 허공처럼 맑아져서 뭇 환란들을 두려워하지 않으며, 수승한 지혜와 죽지 않는 약으로 일체의 가고 오는 고액(苦厄)을 치료하느니라.
또한 마치 장자가 많은 아들을 낳고는 그들을 위해 각각 10층 누각을 만들어서 여러 태자(太子)들로 하여금 누각 위에서 놀게 하고 갖가지 춤과 음악으로 위아래에서 관람하는 사람들을 즐겁게 하는 것처럼 세존도 이와 같이 덮개 없는 대자(大慈)와 끝없는 대비(大悲)로 훌륭한 방편을 행하여 삼계의 중생의 무리들을 교화하되 그들에게 나아갈 길을 열어 보이고, 10주(住)에 있어서 처음의 발심한 때로부터 다 기뻐하게 하여 첫 번째 주[一住]에서부터 보살도를 행하여 보시로써 빈궁한 이들을 구제하게 하며, 나아가 일곱 가지 재보로 삼계의 중생들 가운데 도에 빈궁한 자를 구제하되 일체지(一切智)와 바르고 참된 계율로서 보시하여 보살의 끝없는 지혜에 굳게 머물게 하며, 치우친 소견을 갖지 않고 인화(仁和)한 뜻을 배워서 삼보를 독실하게 믿어 끝없는 대자비에 들게 하느니라. 네 가지 평등한 마음을 갖추되 그 네 가지 평등한 마음을 이미 갖추었다면 5통(通)을 성취할 것이며, 그 다섯 가지 신통을 이미 이루었다면 6도무극을 갖출 것이며, 그 6도무극에 이미 통달하였다면 유순한 지혜[柔順忍]를 얻을 것이며, 이미 이 지혜에 이르렀다면 이를 일러 제2, 제3의 향인(響忍)이라 할 것이니 일체의 소리가 본래 다 비어 적막하므로 삼계(三界)의 소리도 모두 허무하여 실로 한 가지도 참된 이치가 없음을 알게 되고, 이 이치를 분명하게 앎으로써 점점 생사 없는 법의 지혜[無生法忍]에 들어가 삼계가 모두 근본이 없으며 다섯 가지 갈래[五趣]가 원인이 없음을 통달하리니, 이 지혜를 분명하게 아는 자는 곧 생사 없는 법의 지혜를 얻어 나고 죽음이 있는 모든 곳에 들어가더라도 마음에는 아무런 나고 죽는 것이 없으므로 마치 허공과 같아 미워하거나 사랑함이 없어서 방편을 따라 수결(受決)하게 되고, 이미 수결을 얻었다면 현재의 선정을 이루어 시방 부처님을 보게 되느니라.
또한 마치 눈 밝은 사람이 그 눈의 맑고 투명함으로 허공에 구름이 없는 밤이면 별들을 관찰하여 동서남북으로 끝없이 많은 별들의 위치를 다 아는 것처럼 보살도 이와 같이 현재의 선정을 얻어 시방의 모든 부처님을 보되 그 부처님의 계신 곳과 이름, 가르침, 보살들과 제자권속이 얼마나 많은지를 죄다 알고 또 설법에 따라 제도 받는 중생들의 숫자를 모두 알며, 삼매에서 깨어나 다른 이들을 위해 법을 설함에는 모든 공(空)한 지혜를 행하므로 그 설법을 들은 이들은 다 위없는 바르고 참된 도에 뜻을 두게 되고, 수행을 쌓아 국토를 바로 잡고 중생을 가르치되 그들의 근본을 보고서 병에 따라 약을 먹이는 것과 같이 상 중 하의 마음을 교화하여 각각 마땅한 자리를 얻게 하느니라.
또한 마치 많은 아들을 둔 위대한 왕(聖王)이 그들의 재능에 따라 벼슬을 주어 등용하되 혹은 태자(太子)로 삼아 뒷날 국왕으로서 사천하를 주관하게 하고, 혹은 대신으로 삼아 곁에 두고서 자기의 신변을 호위하게 하며, 혹은 비서로 삼아 왕의 명령을 받들어 알리게 하는 것처럼 보살도 이와 같이 일체를 교화하되 상 중 하의 근기에 따라 열어 인도하나니 혹은 보살의 위없는 바른 진리를 나타내어 근본 구경[本際]의 한 가지 선정의 지혜를 알게 하지만 부처님이 있거나 없거나 간에 서로 비슷한 상태에 머물러 있기 때문에 마음이 깊은 곳에 들어가지 못하여 이 가르침을 분명하게 알지는 못하며, 혹은 연각의 법을 보여주어 앞으로 나오도록 이끌어서 무궁한 지혜에 이르러 성인의 밝음에 통달하게 하니 마치 모든 물이 바다로 흘러가서 합쳐져 한 가지 맛으로 되는 것과 같이 본래 두 가지가 없기 때문이며, 생사와 삼계의 환란과 지옥 아귀 축생의 고액(苦厄)을 두려워하여 성문의 법을 구하는 것을 보고는 일부러 생사의 고난에 끝없이 헤매면서 다섯 가지 갈래에 전전하기를 그치지 않고 열반의 쾌락을 찬탄하되 나지도 늙지도 병들지도 죽지도 않으며, 굶주림과 목마름 추위와 더위도 없으며, 원수도 친한 이도 없고, 열리지도 닫히지도 않으며, 근심도 기쁨도 없고, 높고 낮음도 없으며, 이어지고 끊어짐도 없고, 오고 가고 모이고 흩어짐도 없으므로 길이 뭇 고난을 떠나 도(道)와 더불어 통하여 같아짐과 동시에 쉽고 어려움과 괴롭고 편안한 길을 알려주어 그들로 하여금 차츰차츰 일삼음이 없는[無爲] 법을 배워 마침내 큰 도에 이르게 하며, 마치 사방의 물이 바다로 들어가면 약간의 차별도 없이 한 가지 맛이 되는 것과 같이 3승(乘)도 그러하여 마지막 위없는 바른 진리와 끝없는 본래의 깨끗함에 일치하여 통달함으로써 10주(住)를 얻으니 이를 일러 용복(勇伏)이라 하는데, 왜냐 하면 마치 대군을 거느린 용맹한 장수가 많은 적군을 항복시켜서 꺽어 복종하게 하는 것과 같기 때문이니라. 그러므로 보살도 이와 같이 용복시키는 선정을 얻어서 삼계를 두루 돌면서도 있음과 없음을 초월하여 도(道)로 마음을 비추어 꿰뚫어 보지 않음이 없고 각각 스스로 귀의하여 모두 도심(道心)을 발하여서 보리수 아래에 앉아 뭇 마군들을 항복시켜 시방을 건져 벗어나게 해야 하느니라.”
부처님께서 그때 게송을 읊으셨다.
보살이 대자(大慈)를 행함에는
항상 그 마음부터 조복하고
아울러 다른 중생들을 교화하여
편안한 곳으로 인도해야 하나니
마치 훌륭한 의원이
풍증 한증 열증을 치료하듯이
보살도 3독(毒)을 제거하고
해가 떠오르면 뭇 어둠이 사라지듯이
열 두 인연을 비추어 없애며,
장자의 10층 누각에서처럼
10주(住)에 나아가고
나무를 심어 점점 자라게 하는 것처럼
처음 발심부터 도를 이루게 하네.
어리석은 이는 집 떠나 사문이 되어도
그 마음 고향의 권속들에게 있어
이끗과 물질의 무거운 짐 지고
속가에 있기를 즐겨하여
청정한 법을 듣지 않으므로
마침내 출가하지 못하고 계행도 없나니
그러므로 불도를 성취하려면
게으름 피우지 않고 배워야 하네.
말세에 와선 이 경전 배우고 듣되
공양의 이끗을 탐하기 때문에
명예를 구해 다른 사람을 비방하고
앞에서는 머리 숙여 예배하면서 '훌륭하십니다'라고 찬탄하다가
그와 헤어져 돌아간 뒤에는
곧바로 그의 잘못을 말하면서
거짓으로 근심하며 눈물 흘리고
돌아와서는 자기의 몸만 생각하며,
대중들의 모임에선 그 나쁜 행을 퍼뜨려
스승을 공경히 받들려 하지 않고
어른과 성인의 명령에도 따르지 않으며
자기의 뛰어남을 구하기 위해
선정을 어지럽히면서도 늘 깨끗하다 하며,
다른 이의 공덕은 헐뜯고 싶어하고
자기의 공훈은 끝없이 칭찬하며
존귀한 줄 알게되면 질투심을 내고
다른 이가 공양을 얻으면 미워하며
꽃과 향 또는 의복과
풍악과 깃발, 일산 따위로
부처님 사리를 공양하고는
자기가 부처님을 뵈었다고 하네.
만약에 이 경전을 듣고서
참된 공양을 하고자 한다면
일체의 즐거움을 버리고
늘 이 긴요한 행을 배워야만
자신을 위해 쌓임[陰]과 덮임[蓋]을 버릴 수 있으며,
항상 경전을 공경하기를
마치 수보리가 탐심과 애욕, 목숨까지 다 버리고
한가하게 있기를 늘 익혀서
이 세상에서의 목숨이 다될 때까지
부지런히 이 도경(道經)을 닦은 것처럼 해야 하리라.
이제 희왕에게 고하노니
이 행해야 할 업을 들었다면
자기의 마음부터 조복시켜야함을 알고
이미 믿는다면 받들어서 따라 행하여라.
항상 부처님을 비방하는 자들은
진리의 말씀을 진리가 아니라 하고
도리어 사부 대중들에게 자기의 말을 진리라 하면서
이끗이 되는 업만을 탐하여
부처님의 바른 도는 즐겨하지 않으므로
아무리 존경을 받으려 해도
해탈과는 너무도 거리가 머네.
내가 이제 신족(神足)의 변화로
여기에 큰 세력을 나타내는 것은
다 금법(禁法)을 옹호함으로써
받들어 행하여 도를 얻고자함이니
다라니로 계법(戒法)을 높여서
마치 어리석어 미치지 못하는 것처럼 행하고
이끗을 탐함을 죄다 버리고는
선정을 익혀서 한가롭게 거할지라.
이제 부처님께서 이것을 세우셨으므로
부처님 말씀은 헛되지 않아서
장래의 말세에도 이 경전 받드는 곳에서는
언제나 한량없는 광명을 만나
성냄이 없는 부처님을 다시 뵈오리니
62억 부처님을 대중들이 다 함께 뵐 것이며,
부처님께서 다 이것을 맡기셨으므로
분부 따라 이 법을 옹호해야 하고
이 경 때문에 도장을 받았으므로
함께 가지고 보호해야 하리라.
그 때 가늘고 미묘한 꽃을 비내려
삼천세계의 하늘과 사람들이
다 함께 기뻐 찬탄하리니
이는 모두 이 법을 들었기 때문이네.
그 때 희왕보살이 3만의 사람들과 함께 부처님 말씀을 듣고는 눈물을 흘리면서 공경하고 두려워한 나머지 의복을 단정히 하고 오른쪽 어깨를 드러내어자리로부터 일어나 합장하고 한 목소리로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희들은 장래의 말세에 다섯 가지 더러움에 젖은 세상에 살더라도 법사(法師)를 경멸하지 않겠습니다. 만약 공경하지 않고 오히려 모든 지혜로운 이들을 헐뜯으려는 자가 있거나, 또는 법이 다 되려고 학식 있고 총명한 이들이 점점 적어지거나, 깨끗하고 올바른 법이 곧 사라지려 하거나 혼란하게 될 때에는 저희들의 몸과 목숨을 아끼지 않고 여래의 일체지(一切智)의 경전을 보호하여 길이 안전하게 하겠습니다.
그리고 홀로 있으면서 오로지 배우기를 마치 무소처럼 일심(一心)으로 불상과 경전을 보호하고, 여래의 모든 품장(品藏)을 간직함에 있어서는 온갖 지혜와 말재주를 다하여 한량없는 공덕의 근본임을 분명히 깨달아 권하여 교화해서 법인(法印)으로 도장 찍고, 다라니 종성(種性)으로 마군의 권속들을 항복시켜 일체지를 깨달아 공훈을 세우겠으며, 나아가 이 경전을 대나무와 비단에 베껴 써서 지옥에 있는 중생들까지도 모두 고통에서 벗어나게 하고, 이 삼매의 힘을 지녔기 때문에 삼계와 다섯 가지 나쁜 갈래를 두루 돌아다니더라도 지치지 않게 하며, 네 가지 평등한 마음을 행하여 자비로 기쁘게 옹호하고 네 가지 은혜를 베풀어 인애(仁愛)로 사람들을 이롭게 하겠습니다.
또한 시방의 어리석고 어두운 무리들을 두루 구제하여 모두 도의(道意)를 발하게 함으로써 지옥이 쉬고, 아귀가 배부르며, 축생이 나쁜 갈래에서 벗어나 하늘이나 인간 세상에 태어나고 ,하늘과 인간은 마음이 열리어 도법을 즐거워해서 다섯 가지 나쁜 갈래를 마음으로 깨달아 삼보를 믿고 공경하여 세간의 영화를 탐내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삼계를 관찰하되 마치 눈속임이나 그림자 메아리 아지랑이 파초(芭蕉) 꿈 물거품처럼 생각하여 일체의 법이 다 참되지 않음을 알았으므로 모두 도의를 발하여 시방의 모든 고액(苦厄)과 환란을 제도하고자 합니다.”
이렇게 아뢰고 나서 희왕보살은 마음속에 슬픔과 기쁨이 가득하여 곧 게송을 읊었다.
저희들은 이 업을 알고서
뜻대로 도의(道義)를 좋아하게 되었으므로
법사를 가벼이 여기지 않고
어떤 말세에서도 법을 옹호하리니
몸과 목숨 버리더라도
부처님의 지극한 도를 구하고
항상 후세를 두려워하여
이 삼매의 선정을 지니며
만약 한량없는 겁(劫)에 걸쳐
지옥에 있더라도
이 삼매를 즐겨 지녀서
항상 모든 괴로움 견뎌 내리다.
일체 중생들을 청하여
바라는 것 없이 법을 설하고
뭇 재물들을 보시하여
모든 생명들을 가엾이 여기며
설령 몸과 목숨이 다하고
골수(骨髓)와 혈맥(血脈)이 끊어지더라도
끝내 게으르지 않으리니
후세에 다시 태어나는 곳에서
한적하게 거하며 이 삼매를 익히리이다.
일체의 가진 것을 다 버리고
중생의 무리들을 두루 사랑하기를
아픈 이에게 약 주듯이 하며
일찍이 이 업을 배우지 못한 자에겐
삿된 행을 돌이켜 이 진실된 말씀을 닦아
경전의 가르침을 좇아서
항상 받들어 게으르지 않고
부처님의 가르침을 따르도록 하리다.
어떤 중생일지라도 짐짓 참아냄은
그들 모두가 우리의 짝이기 때문이니
홀로 있거나 무리들 속에 있거나
어디에 있더라도 두려워하지 않으며
이끗을 탐하지 않고
존귀한 부처님 도를 널리 펼치겠나이다.
부처님께서 이 경을 설하실 때에, 70 강모래 수와 같은 중생들이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여러 불국토로부터 와서 이 경전을 듣고는 모두 불퇴전(不退轉)33)의 지위를 얻어 위없는 바르고 참된 도를 이루었으며, 수만의 보살들은 모두 이 삼매의 선정을 얻었으므로 미래의 말세에서라도 법사를 받들어 공양할 것을 스스로 맹세하였고, 30해()의 모든 하늘과 사람들은 다 이미 불퇴전의 지위를 얻어 정각(正覺)을 이루었으며, 60해의 모든 하늘과 사람들은 법안정(法眼淨)34)을 얻었고, 80억의 사람과 네 무리[四輩]들은 모두 법안(法眼)이 생겨서 세 갈래 나쁜 길[三惡塗]이 모두 다 사라졌다.
부처님께서 광명을 놓아 시방을 비추시니 각각 강모래 수와 같은 여러 부처님 세계에서 아래로는 지옥부터 위로 지극한 세계에 이르기까지 33 천(天)의 일체 중생들이 모두 편안함을 얻어 다시는 뭇 근심들이 없게 되었다.
또 그 광명을 따라서 각각 자연히 교화되어 한량없는 보배가 생겨나고 억해(億) 백천의 연꽃이 청정해졌는데, 그 하나하나의 연꽃마다 모두 여래께서 앉아 계셨고 권속의 무리들이 모두 와서 앉아 있었으며, 이 모든 부처님의 곁에는 각각 희왕보살이 있어서 무릎 꿇고 합장하여 모든 여래께 이 삼매의 선정을 설해주시길 권청하였으니, 이 모든 것은 부처님께서 이루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모임에서 무한한 중생의 무리들을 교화하시어 그들이 다 끝없는 진리를 분명하게 알아 거리낌이 없어지고 평등한 깨달음에 이를 수 있도록 하신 일이었다.
05. 법공양품(法供養品)
그 때 부처님께서 희왕보살에게 말씀하셨다.
“의복과 음식으로 여래를 받들어 섬기는 것을 제일 가는 공양이라고 생각하지 말아라. 부처님을 공양하고자 한다면 마땅히 법으로 공양해서 받들어 섬겨야 할 것이니, 왜냐하면 다음과 같은 인연이 있었기 때문이니라.
지난 과거에 무수한 겁(劫)과 이루 헤아릴 수 없는 시간 때에 금용결광(金龍決光)이란 부처님이 계셨는데, 수명은 한량이 없었고, 나라 이름은 무량정(無量淨)이었으며, 무리들이 모여들면 이루 헤아릴 수 없이 많았다.
거기에 무한량보음(無限量寶音)이라는 법사가 최후의 말세에 있으면서 수행하여 이 삼매를 배웠는데, 그 나머지 일체의 비구들이 모두 다 그를 배척하였다.
그러나 법사는 조금도 겁먹거나 약해지지 않고 몸과 목숨을 탐하지 않았기 때문에 산으로 들어가 과일로 허기를 달래며 다시 부지런히 정진하여 이 삼매에 대해 강설하였으니, 사천왕과 천상의 모든 하늘사람[天人]들이 위로는 24아가니타(阿迦尼 )35) 하늘사람들에 이르기까지 모두 와서 이 경을 들었으며, 무수한 무리들이 다 함께 생각하고 그리워하되 마음이 흡족하지 않아 다시 보기를 원하였으며, 명성만 듣고도 그 법음(法音)을 듣고싶어 하였다.
그 때 세간에는 사중무우열음(使衆無憂悅音)이라는 전륜성왕이 있었는데, 그 법사가 있는 곳으로 가서 이 삼매를 듣고는 너무나 기뻐하였다.
이 법사 비구에게 말하였다. ‘겁내거나 두려워하지 말고 마음껏 이 삼매를 선전하십시오. 내가 사람을 보내어 번갈아 묵으면서 호위하게 하고, 다시 3만의 사람들을 보내어 곁에 두겠으니, 이제 법사께서는 겁내지 마십시오. 이 듣기 어려운 부처님의 말씀을 내가 마땅히 지키고 보호하겠습니다.’
전륜성왕은 한 사람이 천 명을 상대할 수 있는 용맹스럽고 특출난 그의 아들 천명을 보내어 에워싸고 보호하게 하였으며, 3만의 무리들에게 맛있는 음식으로 그를 공양하게 하여 일체를 다 그의 편리에 따라 보시하고, 항상 화락한 마음으로 그 뜻을 손상시키는 일이 없이 죄다 만족하게 하였다.
그러므로 저 법사는 자기 위신(威神)의 힘을 세워 반겁(半劫) 동안 이 삼매를 연설하였고, 이 덕이 뿌리가 되어 국왕과 태자들 및 모든 권속들이 다 화동(和同)하게 되었으며, 다시 80겁 동안 60억 3나술해(那術)의 여러 부처님들을 뵙고 모두 다 이 부처님을 따라서 이 삼매를 얻었으며, 마음이 원하는 대로 부처님 국토를 받아 가졌느니라. 희왕아, 그 때의 법사가 누구인지 알고 싶으냐? 지금의 아미타불이 바로 그이니라. 그 때의 무우열음이란 국왕은 바로 지금의 아촉불(阿
佛)이며, 그 왕의 천 명의 아들은 발타겁(魃陀劫) 중에 일어난 천 분의 부처님이 바로 그들이니라.”
부처님께서 다시 말씀하셨다.
“희왕아, 그 때 법사를 보호하기 위하여 왕이 보냈던 3만의 사람들은 바로 지금의 희왕 등 보살 3만 인이 그들이니, 그 때 심은 공덕 때문에 소원하던 대로 지금 그 과보를 얻어서 이 삼매의 선정을 이루어 편안하게 모든 보살의 업을 따라 공양하는 것이니라. 그러므로 희왕보살아, 이 삼매를 배워 얻고 싶다면 마땅히 공경하는 마음으로 받아 지니고 베껴 외우며, 분별하여 설하고 정성껏 받들어 행하여야 하느니라.”
부처님께서 다음과 같은 게를 설하셨다.
일체를 보시하여 중생을 편안하게 하려면
억천(億千)의 창고를 가득 채워 만족시키는 것보다
그들을 발심시켜 존귀한 도에 이르게 하는
그 공덕과 복 이루 말 할 수 없으니,
가령 시방의 모든 중생들을
다 연각의 도를 성취시키려고
한 겁 동안 공양을 갖춘다하더라도
그 복으론 도심(道心)을 발한 것에 비할 수 없으며,
모든 중생들이 불도를 이루게 하려고
한 겁 동안 안락하게 공양한다 하더라도
그들을 존귀한 도에 발심하게 한 것이
그 복 얼마나 많은지 비유할 수 없도다.
그러기에 모든 불법을 구하더라도
발심하여 도의(道意)를 일으키지 않는다면
이 네 글귀의 게송을 지녀서
도심을 따르고 옹호하는 그 복이 오히려 많을 것이며,
가령 이 세간의 중생들로 하여금
그 원력을 다 불도에 세우게 하려면
이 글귀 듣고 머리 숙여 받게만 하여도
마음에 두려움이 없는 그 복 훌륭할 것이며,
강모래 같은 억백천 겁 동안
일체의 진귀한 보배로 모든 불찰을 가득 채워
항상 모든 보살들을 공양하게 될 것이니
한 게송만 옹호하여도 이렇게 뛰어나다네.
이 삼매는 의론(議論)할 수는 없지만
만약 네 구의 게송을 받아 지녀서
부처님의 공덕을 옹호할 수 있다면
모두가 찬탄하여 마지않을 것이며,
목숨이 다 할 때엔 무수한 부처님들이
다 자연스럽게 그 앞에 나타나고
시방 불국토의 모든 부처님들도
네 구의 게송을 옹호하여 일어나시리니,
이처럼 목숨이 다 할 때에 무수한 부처님들이 오셔서
그 마음 잊어버리지 않도록 보호해주시므로
바라는 대로 태어날 곳 얻음은
이 삼매를 기뻐하였기 때문이네.
몸이 길이 편안하고 마음도 화락하며
천상에 가서 성현들을 뵈옵고
고통을 모르고 불도에 이르러
권유하여 돕는 것을 용맹하다 이르나니,
그는 억백천의 무량한 법문에 들어가
가장 뛰어난 광명의 갈무리[藏]를 얻으리라.
내가 선포한 이 삼매의 힘을 따라
모두 부지런히 선정을 닦아야 하고
여러 부처님께서 선포하신 것을 따라서도
받들어 정진해야 할 것이니
부처님을 본받아 현재 부지런히 수행한다 하여도
얻음이 없다면 뒷날 다시 후회할 것이네.
이 법을 보았다면 곧 손에 잡아
화락한 마음으로 청정하게 받들지니
모두가 끝없이 교화해야할 나의 자식들이므로
부처님의 앞뒤를 이어서 인자를 행하여라.
그 때 세존께서 이 삼매에 대해 말씀하시고는 다시 삼매에 드셨으며, 희왕보살도 이 삼매로부터 70가지 바른 법에 들어 그 법을 가려 택하여서 마침내 삼매의 위신(威神)을 갖추었다.
이 때 유야리성(維耶離城) 안에 8만 4천의 사람들이 있었고 성 바깥에도 8만 4천의 사람들이 있었는데, 그들이 각각 마음속으로 생각하기를 ‘여래의 지극한 진리는 만나기 매우 어려워서 오랜 세월이 지나야만 부처님께서 나타나실 뿐이라 뵙고 말씀을 듣기가 힘들다. 이제 이 많은 중생들을 가엾이 여기시어 편안하게 하시고 모든 하늘들과 시방 사람들을 불쌍히 생각하시어 고요한 방에서 삼매에 들어 계시니, 우리들이 방편으로 여래께 도움을 청하여 삼매에서 일어나시도록 해야겠다.’
이에 유야리성 안팎에 있던 각각 8만 4천의 사람들이 먼저 사리불(舍利弗)에게 찾아가 청하였다.
“사리불이시여, 부처님의 출현은 드문 일이고 신심 있는 이들은 오랜 수명을 얻기 어려운데, 이제 부처님께서 삼매에 들어 계시니, 누가 우리들을 위해 깨달음을 일으켜줄 수 있겠습니까? 오직 바라건대 가장 바른 깨달음을 이룬 이께서 삼매로부터 일어나시어 저희들을 불쌍히 여기시고 일체를 베풀어 옹호하도록 하여 주십시오.”
이 말을 들은 사리불은 곧 자리에서 일어나 부처님 계신 곳으로 가 음성을 높이고 힘껏 손을 들어 두 무릎을 치면서 여래로 하여금 삼매에서 일어나시게 하려고 하였으나, 그 삼매의 힘 때문에 자신도 여래와 같이 삼매에 드는 것을 알지 못하였다.
때에 사리불이 목건련이 있는 곳으로 가서 유야리성 안팎의 사람들이 모두 여래께서 삼매에서 일어나시길 바라고 있다는 본말의 사정을 말해주었다.
그러자 목건련은 자기의 신족력(神足力)으로 3천대천세계를 흔들고 범천(梵天)에 올라가 큰소리로 외쳐서 여래의 삼매를 깨우려고 하였으나, 역시 그렇게 할 수 없었다.
사리불과 목건련은 곧 현자(賢者) 아야구륜(阿若拘倫)과 파제(波提) 피파(披破) 대칭(大稱) 교항발(憍恒鉢) 나운(羅云) 분누(分耨) 수보리(須菩提) 가전연(迦旃延) 가섭(迦葉) 아난(阿難) 분나(分那) 여대(餘大) 겁빈나(劫賓奴) 화리(和利) 미륵(彌勒) 등 5천의 보살들과 함께 부처님 계신 곳으로 가서 부처님을 에워싸고 각각 자기들이 항상 서던 자리에 섰으며, 사대천왕(四大天王)을 비롯한 제석천(帝釋天), 염천(炎天), 도솔천(兜率天), 타화자재천(他化自在天)과 욕계(欲界) 가운데 끝을 헤아릴 수 없이 많은 하늘사람들이 각각 장엄하고서 모두 부처님 계신 곳으로 와 부처님 발에 머리 숙여 예를 올리고 한 쪽에 물러서서 합장하고는, 근심과 감격에 싸여 그리워하면서 부처님께 귀의하였으며, 범천(梵天)과 광음천(光音天), 청정천(淸淨天), 이계천(離界天), 정신천(淨身天)과 그 수를 이루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천자(天子)들이 모두 한 마음으로 머리 숙여 부처님께 귀의하면서 일어나시게 하고자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