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공잉보살경(虛空孕菩薩經)

허공잉보살경(虛空孕菩薩經)

사나굴다(闍那崛多) 한역 김달진 번역
이와 같이나는 들었다.

어느 때 바가바(婆伽婆)께서 가라저가산(佉羅坻迦山), 옛날 신선이 살던 곳에서 모든 비구 무리와 함께 머무셨는데, 그들은 도량(度量)이 뛰어나고 번뇌[漏]가 다한 큰 사문들이었다. 또 보살마하살의 무리도 있었고, 한량없고 그지없는 아승기 항하의 모래알만큼 많은 대인(大人)이 함께 하였으며……(이하 자세한 내용은 생략함)……세존께서 공덕천(功德天)이 될 것이라고 수기를 주신 뒤였다. 이 때 세존께서는 잠자코 계셨으며 모든 대중들 역시 잠자코 있었다.

서방에 응주(應株)1)가 하나 있었는데, 이 때 이 마니 보배가 홀연히 출현하였으며, 또 만 개의 제석천 보배가 좌우로 마니응주(摩尼應株)를 에워쌌다. 저 응주가 가장 앞에 있었는데, 응주가 나타나자 저 산에 있는 모든 색깔과 빛이 다 보이지 않았다. 아울러 모든 하늘·인간·큰 신·왕들과 성문·보살·대지·불·바람·모든 물의 색깔과 빛은 가려졌으나 오직 여래의 광명만은 사그라지지 않았다.

여래의 광명은 한량없고 그지없어 말로는 설명할 수 없을 정도였고, 허공과 같이 시방에 가득하였는데, 이 때 큰 법회에 모인 이들은 이것을 보았다. 세존의 광명과 위엄은 특수하게 빛나고 현격하게 빛나서 가장 묘하고 가장 훌륭하였다.

그 때 저 큰 모임에 모인 중생들은 각각 자신에게 있는 빛과 매우 묘한 색깔이 모두 가려져서 나타나지 않는 것을 보았다. 자기의 색상(色相)과 촉(觸)과 수(受)) 등도 마찬가지였으며, 보고 있던 곳이 다 허공 같은 모습이 되어 보이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해·달·별·땅·물·불·바람·모든 빛깔·갖가지 광명이 눈에 들어오지 않고, 귀로는 소리를 듣지 못하며, 코로는 냄새를 맡지 못하고, 혀로는 맛을 보지 못했으며, 심의식(心意識) 등도 경계를 연(緣)할 수 없었으며, 또한 상대도 나도 없고, 6입(入)도 없었다.

땅·물·불·바람을 찾아서 그것들을 보려 하였으나 어느 방향, 어느 곳에서도 전혀 볼 수 없었고, 오직 부처님의 몸에서 나오는 빛과 상호만 특별하고 존귀하게 나타나 보였다. 멀리 저 구슬을 바라보니 한량없고 셀 수 없는 석제환인(釋提桓因)이 몸에 묘한 구슬을 차고 좌우로 에워쌌으며, 저 훌륭한 마니가 홀로 앞에 있었다.

대중 가운데 이 상서로운 모양을 보고도 놀라거나 두려워하지 않고 물러서거나 후회하지 않은 자는 오직 10지(地)에 오른 모든 보살이나 수릉엄삼매(首楞嚴三昧)를 얻은 자나 일생보처(一生補處)를 얻은 보살들뿐이었다. 왜냐 하면 저 모든 보살은 일체법의 진실한 이치를 다 통달하였으며, 일체법의 실상을 훤히 깨닫고 부지런히 공문(空門)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놀라거나 두려워하지 않았으며 후회하거나 물러나지도 않았다.

그 나머지 보살마하살 등과 모든 성문(聲聞)·천룡(天龍)·야차(夜叉)·아수라(阿修羅)·가루라(迦樓羅)·긴나라(緊那羅)·구반다(鳩槃茶)3) 및 모든 아귀(餓鬼)·비사차(毗舍遮)4) ·부단나(富單那) 5)·가타부단나(迦吒富單那)·사람[人]·사람 아닌 존재[非人] 등 모인 자는 다 놀라고 두려워하면서 여기서막히고 물러나 피안에 대해서는 깨닫지를 못하였다. 놀라서 두려워하는 마음으로 서로를 찾았으나 나타나지 않으므로 각각 마음에 의혹을 품고 이런 생각을 했다.

‘이게 무슨 모양이며, 무엇 때문에 이런 일이 일어났으며, 이것이 누구의 위력일까?’

그리고 스스로 의혹을 풀고자 했으나 물을 곳이 없었다.

그 때 저 바다 같은 법회에 범궐(梵橛)이라는 보살마하살이 한 명 있었는데, 그가 자리에서 일어나 합장하고 부처님을 향해 게송으로 말하였다.

모든 법의 특성을 
아는 자 진실로 없습니다.


모든 음[諸陰]1)에 머문 자는 
6근(根)이 다 막혔으니 

한 음(陰)이 실제 아님을 관찰하나 
이른바 색음(色陰)뿐입니다.


저들은 모든 불법 의심하는 
미혹한 중생들입니다.



훌륭하십니다, 위대하신 세존이시여.


실다운 법과 여래의 피안을 
부디 말씀해주시어 
공(空)을 아는 방편을 알게 하소서.



매우 부지런히 정진하는 자는 
정(定)에 들어 몸소 설하기 어렵습니다.


가장 큰 마니 보배 
머리에 이고 그를 장엄하며 
천제(天帝)는 몸에 구슬 차고 
한량없이 좌우를 에워쌌습니다.



저들이 오고자 하였기 때문에 
먼저 이 상서로운 모양 나투셨고 
저들 모든 보살은 다 
수릉엄(首楞嚴)삼매를 얻었습니다.



이 같은 지혜로운 무리들 
부처님 세존을 보고자 하여 
저들이 여기에 왔으니 
깊은 법 설하시리라 의심치 않습니다.



부처님 이 대중 위로하시고 
저들은 그대들을 불쌍히 여기리.


이들이 오고자 한 까닭에 
먼저 이 경계를 나투셨습니다.



이 때 부처님 세존께서 저 보살에게 말씀하셨다.



한결같이 네가 말한 대로 
이것은 삼매의 경계이다.


어떤 사람이 듣고서 머물지 않는다면 
저 사람은 지혜에 머물 것이다.



이것은 허공잉(虛空孕)의 
삼매 위력으로 나타낸 경계이니 
설함 없는 곳에 안주한다면 
삼매가 모양에 앞서 나타난다.



어떤 사람이 상대적인 견해[二見]에 머물면 
저들은 항상 미혹하며 
단견[斷]과 상견[常]에 물들어 
바로 피안을 잃는다.



상대적인 견해에 빠진 이들이 
속히 해탈하고자 한다면 
이들은 말을[言說] 말아야 
속히 모든 지위를 증득하리라.

이 때 세존께서 이 게송을 설하고 나서 저 보살에게 이렇게 말씀하셨다.

“그대 착한 자여, 그렇긴 하나 다만 처음 배우는 사람과 모든 보살들에게 꼭 가르치고자 하거든 저들에게 언설의 모양으로 가르쳐야 한다. 방편의 힘으로 또한 6바라밀에 반연하며, 내지는 모든 큰 체상(體相)이 차례로 서로가 서로를 생기게 한다는 것을 가르쳐야 한다. 가르침을 따라서 증득하게 하고, 증득하고 난 후에야 일체 모든 법에 언설이 없음을 알 수 있으니, 본체가 생겨나는 곳을 알아야 한다.

반연을 멸하여 모든 음(陰)이 체가 없음을 증득해 알게 하여 단멸한다거나 항상하다는 견해에 떨어지지 않게 해야 한다. 이 두 가지 극단적인 생각을 버리고 나면 놀라거나 두려워하지 않으며, 물러나거나 후회하지 않는다. 일체 법 가운데서 반연하려는 생각을 내지 않으며, 일체 바라밀을 속히, 그리고 원만구족하게 성취하며, 또한 단상(斷常)의 두 견해에도 머물지 않는다.”

세존께서 이 법을 설하시고 나서 거기 모인 대중들이 다시 서로를 바라보자 본래대로 전과 다름없었다. 보이는 모든 색과 빛도 여전했으며, 들리는 것도 다시 그대로였으며, 증득한 것과 촉(觸)도 다 그러하였다.

이 때 세존께서 즉시 오른손을 들고 이렇게 외치셨다.

“이것은 허공잉보살마하살이 나의 처소에 왔기 때문이다. 그는 모든 삼매를 큰 바닷물같이 얻었으며, 보살의 행을 수미산같이 구족히 성취하였다. 큰 지혜 가운데서는 마치 허공과 같으며, 정진을 부지런히 실천하는 것이 큰 바람 같으며, 갖가지 참음[忍]에 있어서는 금강과 같으며, 반야 가운데서는 마치 허공과 같으며, 보살의 무리에 있어서는 마치 큰 깃대와 같다. 열반의 길을 향해 감은 큰 상인과 같으며 모든 선근을 쌓은 것이 땅 속의 창고와 같다.

가난하고 궁핍한 자에게는 떡과 같으며, 어두운 중생에게는 햇빛과 같으며, 길 잃은 자에게는 보름달과 같다. 놀라고 두려워하는 무리에게는 수미산과 같으며, 모든 번뇌와 병고에 시달리는 중생에게는 감로약(甘露藥)과 같으며, 선근을 끊어버린 중생들에게는 주장자와 같다.

하늘에 태어나는 길이나 열반으로 가는 길에서는 다리가 되어주고, 저 언덕으로 건너가는 데서는 큰 배가 되어주고, 더 높은 하늘에 태어나는 데는 구름다리가 되어주고, 남에게 비방을 당해 괴로워하는 자에게는 일산이 되어준다.

모든 외도에게는 사자와 같으며, 모든 번뇌의 뜨거움에는 냉수와 같다. 마귀나 원수나 적에 대해서는 갑옷과 같으며, 잘못 배운 자에게는 지혜로운 스승과 같다. 모든 선근에 있어서는 대지와 같으며, 꽃타래를 사랑하는 자에게는 향기로운 꽃과 같으며, 계율을 지님과 만족함을 아는 자에게는 밝은 거울과 같다.

부끄러움이 없는 사람의 처소에서는 칼과 같으며, 병든 중생 안에서는 훌륭한 의사와 같으며, 주린 중생에게는 공덕천과 같으며, 목마른 중생에게는 월주(月珠)1)와 같으며, 피곤하고 궁핍한 무리에게는 평상이나 돗자리와 같으며, 부지런히 삼매(三昧)를 구하는 자들의 처소에서는 일주(日珠)2)와 같다.

깨달음 얻는 길을 향한 마음을 낸 중생에게는 수레와 같으며, 선정을 좋아하는 중생에게는 시원한 연못과 같으며, 깨달음을 얻는 데 도움이 되는 수행을 하는 중생에게는 꽃타래와 같다.

저 선남자는 갖가지 바라밀을 행하는 자에게 큰 열매와 같으며, 모든 지위(地位)를 닦는 자에게는 그때그때 응대해서 나투는 저 마니 보배와 같으며, 수릉엄삼매를 닦는 자에게는 파리질다라(波利質多羅)나무와 같을 것이다.

저 선남자는 날카로운 칼과 같아서 모든 견해의 결박을 끊어버리기 때문에, 금강과 같아서 모든 습기와 번뇌를 파괴해 버리기 때문에 일체 마구니 무리에게 항복을 받아낸다. 지장(地藏)을 이해하듯 방편으로 중생을 교화하는 자에게는 저 선남자가 수승한 지혜, 훌륭하고 교묘한 방편을 나타낸다.

저 선남자는 일체 법의 진실한 본체 가운데서 주지(住持)가 되며, 또 일체 벽지불의 처소에서는 꽃타래가 되며, 또 일체 성문들의 처소에서는 덮는 옷이 된다. 모든 하늘 무리에게는 청정한 눈이 되며, 모든 사람에게는 곧은 길이 되며, 모든 축생에게는 귀의처가 되며, 아귀를 불쌍히 여겨 지옥의 괴로움을 뽑아준다. 또 모든 중생의 처소에서는 큰 보배 그릇이 되는데 이것이 복을 생성하는 밭이 된다. 모든 보살에게는 큰 수레가 된다. 저 선남자는 마치 큰 신하와 같아서 삼세 모든 부처님 여래(如來)·달타아가도(怛他阿伽度)·아라하(阿羅呵)·삼먁삼불타(三藐三佛陀) 곁에서 항상 모든 법의 성문(城門)을 수호한다.

저 선남자는 18불공법(不共法)으로 몸을 장엄하였고, 모든 부처님의 지혜를 구족하였기 때문에 여래를 제외한 일체 중생이 갖가지로 바치는 공양과 공양구를 받을만하다.

이 법회에 모인 너희들은 미리 모든 공양구를 가지고 가서 맞이하되 힘껏, 분수껏 공급해야 되며, 갖가지 보배와 모든 번개(幡蓋)와 향기로운 꽃, 보배 깃대, 갖가지 꽃타래와 가루 향, 바르는 향, 꽃타래로 장식한 갖가지 영락으로 치장하고 그를 존경하고 찬탄해야 한다. 모든 보배 그릇에 향기로운 목욕물을 담아서 길에다 깨끗하게 뿌리고, 갖가지 영락으로 길 양쪽을 장식하여 갖가지로 찬탄하고 노래해야 한다. 왜냐 하면 너희들도 다 오래지 않아 갖가지 공덕이 담긴 이런 그릇을 얻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 때 법회 대중이 다 앉은자리에서 일어나서 허공잉보살마하살이 올 서쪽을 향해 머리를 숙이고 합장하여 멀리 예를 올리고 극진히 공경을 표하였다. 한없이 기쁜 마음에 펄쩍펄쩍 뛰다가 웃음을 머금고 똑바로 서 있었다.

저 대중 가운데 최승(最勝)보살마하살과 큰 사문·천왕·용왕·야차왕·아수라왕·가루라왕·긴나라왕·마후라가왕·다섯 신통(神通)을 갖춘 선인(仙人)들이 각각 생각하였다.

‘우리들이 지금 어떤 공양구를 올려야 가장 훌륭하게 장엄한 공양구로 저 선남자에게 공양하고 공급하겠는가?’

이 때 허공잉보살마하살이 신통한 힘을 나타내어 이 삼천대천세계를 반듯하고 고르게 변화시켜내고 일곱 가지 보배를 합해 만들었다. 그리고 모든 산천과 모래·갯벌·높은 봉우리·바위 절벽·구릉·구덩이·흙덩이·자갈·냄새 나는 곳·썩어서 더러운 것·가시나무·모래자갈을 하나도 남김없이 제거하였으며 모든 구름·안개·티끌·연기 등 가리우는 것들과 모든 나쁜 소리, 갖가지 음악을 제거하였다.

이 대천세계의 갖가지 모든 나무는 일곱 가지 보배로 변했으며, 그 모든 보배 나무의 가지와 잎, 꽃, 열매는 미묘한 향기를 뿜었다. 땅에서 나는 갖가지 약초도 크거나 작거나, 가지와 잎이 있거나 없거나 일곱 가지 보배가 되었다.

이 사바 대천세계에서 병을 앓는 환자는 다 나았으며 일체 지옥과 아귀와 축생도 모든 일체 괴로움을 없애버렸다.

저들 중생 중에 주린 자는 음식을 얻고, 목마른 자는 마실 것을 얻었으며, 헐벗은 자는 옷을 얻었으며, 다시 갖가지 미묘한 영락을 얻었다.

이 사바세계의 안에 있는 모든 중생들은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다 만족스럽게 채웠으며, 그들의 몸은 세간에 비할 수 없이 아름다워 가장 훌륭하고 매우 특수하였다. 눈·귀·코·혀·몸·정신 중에 빠진 것 없고, 4지가 활달하였으며, 모든 번뇌를 떠나 마음이 고요해졌으며, 착한 행동 실천하기를 좋아하여 부처님과 법과 스님들께 청정한 믿음을 가졌다.

이 모임에 모인 갖가지 이런 대중들이 좌우 두 손에 다 응주(應珠)를 지녔는데, 응주 가운데서 다시 갖가지 미묘한 광명이 나와 이 삼천대천세계를 빠짐없이 비추니 밝게 빛나지 않는 곳이 없었다. 저 응주에서는 다시 갖가지 미묘한 음성을 내었으며, 갖가지 보배와 갖가지 번개(幡蓋)와 갖가지 영락과 갖가지 꽃향기의 비를 내렸으며, 갖가지 꽃타래와 갖가지 보배 그릇과 갖가지 감미로운 과일의 비를 내렸다.

다시 값을 계산할 수 없는 갖가지 의복과 갖가지 금실[金縷]의 비를 내렸으며, 다시 갖가지 진주가 달린 그물의 비를 내렸으며, 다시 갖가지 우발라화(優癖花)·분다리화(分陀利花)·파두마화(波頭摩花)·구물두화(拘物頭花) 등의 꽃비를 내렸다. 침수향에 이어 우두(牛頭)향·전단향 및 붉은 전단향·흰 전단향 등 갖가지 모든 가루향의 비를 내렸다.

저 보살이 오는 길은 저절로 물이 뿌려져 청소가 되었으며, 길 양편은 일곱 보배로 장엄한 회랑으로 변했는데 마치 제석천왕이 기거하는 난승법당(難勝法堂)과 같았다. 그 회랑 안에는 저절로 변화하여 이루어진 갖가지 옥녀(玉女)가 있었는데, 그들의 형상은 욕계(欲界) 마왕의 아내나 첩과 같았다. 이들은 모두 다섯 가지 미묘한 소리를 내면서 혼자서, 혹은 함께 즐기며 노래도 하고 춤도 추었다.

보배로 된 이런 회랑을 짓고 나서는 조화를 부려 부처님 머리 위 허공에다 일산을 하나 지었는데, 범천왕이 쓰는 것과 같이 가로와 세로가 똑같고 넓이는 100유순(由旬)에 가득하였다.

보배실로 올올히 짰으며, 진주를 달아 사방으로 흘러 내렸다. 나머지 영락들로 곳곳을 장식하였는데, 그 영락 속에서는 다섯 가지 소리가 나왔다.

대지에 나는 모든 초목들도 크거나, 작거나, 길거나, 짧거나, 좋거나, 나쁘거나 모두 다섯 가지 하늘 음악을 연출하였는데 듣지 못하는 중생이 하나도 없었다. 저 소리를 듣고 나서는 다 같이 물러나지 않는 지위를 얻었으며, 마침내 아뇩다라삼먁삼보리까지 얻었다.

이 때 저 모임에 있던 모든 대중이 허공잉보살이 큰 신통력을 나타내어 이렇게 장엄하는 것을 보고 매우 기뻐서 한없이 펄쩍펄쩍 뛰며 특수하다는 생각을 내고는 다시 이런 생각을 하였다.

‘우리들은 지금 세존 앞에서 어떻게 하면 저 선남자를 위해 다른 좌석을 펼 수 있을까?’

그러자 부처님 앞에 저절로 연꽃 자리가 하나 즉시 생겨났다. 그 연꽃은 줄기가 흰 은(銀)으로 되어 있었으며, 잎은 붉은 금으로 되어 있었으며, 대(臺)는 마노(馬瑙)로 되어 있었으며, 꽃술은 범마니(梵摩尼) 보배로 되어 있었는데 가로와 세로가 반듯하고 평평하였으며 넓이는 1구로사(俱盧舍)였다. 그잎은 만 개가 한량없는 곱절이 되는 수였으며, 그 꽃 주위에는 자연히 한량없고 끝없는 백천의 꽃 좌석이 솟아 나왔는데 한결같이 앞의 꽃과 똑같았다.

그리고 저 큰 연꽃 위에 허공장보살마하살이 가부좌하고 있는 것이 보였는데, 저절로 환하게 드러나 보이도록 머리에 응주(應珠)를 이었으며, 저 주위 연꽃 위에 다시 한량없고 끝없는 권속인 모든 보살들이 가부좌를 하고 앉아 있는 것이 환히 드러나 보였다. 이 때 미륵보살마하살이 즉시 게송으로 약왕보살마하살에게 말하였다.

먼저 오신 큰 보살과 
큰 명성 있는 자도 
세존의 발에 정례하고 
연꽃 위에 물러나 앉았는데 
이 훌륭한 사람은 오자마자 
큰 장엄 환하게 나타내고 
세존의 발에 예하지 않고 
바로 연꽃 좌석에 앉는다.

약왕보살마하살이 다시 게송으로 미륵보살마하살에게 대답하였다.

이것은 그대[仁者]가 본 
모든 부처님의 진여법(眞如法)이라.


중생이 있음도 보지 않으면 
분별에 물들지 않으리.

미륵보살마하살이 다시 게송으로 약왕보살마하살에게 대답하였다.

만일 중생을 보지 않는다면 
이는 실제에 안주하는 것인데 
무엇 때문에 장엄을 나타내었는가? 
그대는 내 의심을 풀어주시라.

약왕보살마하살이 다시 게송으로 미륵보살마하살에게 대답하였다.

이는 지혜로운 자가 모든 방편으로 
일체 중생 교화하기 위해 나타낸 것인데 
진여(眞如)를 이해하지 못한 자 
어리석게 집착하여 분별에 머문다.



이 지혜가 출현하여 세속의 가르침 되었는데 
뭇 고통에 쫒기고 시달려 진여를 알지 못하므로 
저들을 해탈케 하고자 
이 같은 장엄한 일 나타내신다.

이 때 세존께서 약왕보살마하살을 찬탄하셨다.

“훌륭하다 어진이여, 그렇다, 그렇다. 네가 말한 대로다. 가령 일체 범부들인 저들 중생들은 마침내 수다원(須陀洹)이 성취한 경계·방편·해탈의 일을 알지 못한다. 가령 일체 중생들이 다 수다원과를 성취했다 해도 저들 중생도 또한 한 사다함(斯陀含)의 경계·방편·해탈 등의 일을 알지 못하며, 내지는 사다함도 아나함(阿那含)의 경계와 방편을 알지 못한다.

그 아나함 또한 아라한(阿羅漢)의 경계, 방편을 알지 못하며 그 아라한도 한 벽지불의 방편, 해탈을 알지 못한다. 가령 모든 중생들이 짝 없이 홀로 다니는 물소처럼 독각과 벽지불의 도를 얻었다 해도 저들 연각은 무생법인(無生法忍)의 경계와 방편과 해탈의 일로 중생을 교화하는 것을 알지 못한다. 가령 모든 중생들이 무생인(無生忍)을 얻었다 해도 한 변재수릉엄삼매(辯才首楞嚴三昧)보살마하살이 방편과 신행으로 진여(眞如)에 계합하고 관찰하여 건립하는 줄을 알지 못하며, 어디로부터 났으며 어디로 멸하는지를 본래 알지 못한다.

이 선남자, 허공잉보살은 무생법인(無生法忍)을 얻고 나서 한량없고 가없는 겁을 지났으며, 또한 이미 걸림없는 변재수릉엄삼매를 얻어 모든 중생의 마음이 어디로 가는지를 안다. 이런 보살이기 때문에 한량없고 끝없는 중생에게 큰 장엄을 보이고 신통한 힘을 환히 나타내어 번뇌의 세계를 싫어하는 지위[厭地]에 머물게 한다.

이 같은 선남자가 이곳에서 없어져 몸을 숨겨 나타나지 않고 서방에 출현하였는데, 이 세계는 3승(乘)의 가르침이 섞여 있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일부러 가없는 허공삼매신통의 훌륭한 지혜를 나타냈으며, 삼매를 나타내고 나서는 모든 중생으로 하여금 ‘싫어서 떠나겠다는 생각’을 내게 한 것이다. 그런 뒤에 세속의 가르침[世諦]을 나타내며, 장엄삼매에 들어감을 나타낸다. 삼매에 들어감을 나타내고 나서는 이 삼매를 바탕으로 한량없고 가없는 중생을 교화한다.

선남자야, 이 선남자가 만일 진여의 경계와 무생법인과 장엄한 일들을 곧장 나타내 보인다면 즉시 세간의 모든 하늘과 인간의 마음이 시끄럽고 어지러워 바로 미혹하게 되며, 심지어는 8지(地 : 불퇴전)보살이라 해도 오히려 미혹에 빠지는데 더구나 나머지 사람이겠느냐?
선남자야, 이 큰 보살이 마음을 움직이는 경계와 그것이 드러나는 분명한 모습을 아는 자가 아무도 없다. 이 선남자는 이같이 매우 깊고 미묘한 공덕의 법에 들어갔기 때문에 이같이 한량없고 가없이 교묘한 방편의 지혜가 있다. 이미 모든 불법의 바다에 들어가서 의심이 없으므로 다른 것을 따라서 깨닫지 않으며, 자신이 방편을 알아 일체 큰 중생을 위해 대왕이 될 만하다.

선남자야, 이 선남자 허공잉보살은 마치 보배 깃대와 같아서 일체 중생을 위하여 천도(天道)에 해탈하는 길을 나타내 보이며, 중생의 마음에 생긴 번뇌의 병을 제거하며, 그들의 몸에서 괴로움의 독을 모두 제거한다.

선남자야, 어떤 중생들은 삿된 견해의 광야 속에 떨어져 액난을 당해 미혹하며, 방편을 알지 못한 채 하늘에 태어나기를 구하며, 열반을 구하고자 한다. 저들 중생이 만일 지극한 마음으로 침수향(沈水香)을 사르고 저 허공잉보살마하살의 발에 정례하고 공경을 바친다면 이 선남자가 저 중생의 마음이 행하는 진실한 존경심과 신심을 안다. 그리고 저 중생이 번뇌의 견해를 일으켜 미혹하고 전도한다 해도 만일 지난 옛날에 지은 마음의 업으로 모든 선근을 심되, 자기 능력에 따라 모든 부처님 주위에서 모든 선근을 심거나, 혹은 법의 주위에서 혹은 스님의 주위에서 보시나 지계의 업을 지으며, 혹은 마음속으로 법을 증득하고자 한다면, 이 선남자가 꿈속에서, 혹은 한낮에 그의 앞에 나타나서 훌륭한 방편으로 지극히 참된 도를 나타내 보인다.

이 방편을 짓고 나서는 모든 중생들이 모든 사견에서 벗어나 착한 원을 내서, 모든 삿된 길을 끊고 모든 삿된 도를 멸하여 바른 견해에 돌아가 저 참되고 바른 3행(行)을 실다이 얻어서 바로 진정한 깊은 마음에서 원하는 바를 얻게 한다.

혹은 참된 선지식을 만나 선지식을 따라서 냄새나는 곳과 번뇌와 사견의 병을 다 끊으며, 또는 속히 악도에서 벗어나겠다는 원을 성취하여 즉시 착한 행을 닦는 수승한 원의 인연을 얻는다. 저들은 마음의 행이 속히 자재해지며 열 가지 깊은 인(忍)속에 안주하게 된다.

본래 마음을 잃어버렸거나, 혹은 눈을 잃었거나 혀를 잃어 6근(根)이 안으로 구족치 못한 자나 신체가 조금이라도 온전하지 못한 중생이 있는데, 저들 중생이 만일 지극한 마음으로 허공잉보살에게 정례하거나 그 이름을 부른다면 다 뜻대로 될 것이다.

병을 다스리려 하는 자가 새벽 시간에 향기로운 물에 목욕하고 몸과 입을 청정히 하고, 얼굴을 동쪽으로 향하여 침수향을 사르고 허공잉보살마하살 대덕의 발에 정례한다면, 저 선남자는 잠을 자는 중에 꿈속에서 바라문의 몸이 되거나 혹은 제석천·공덕천·대변천(大辯天)의 몸이 된다.

혹은 찰리2)의 몸이 되거나 대신의 몸이 되거나 일을 결단하는 관리의 몸이 되며, 혹은 의사나 부모, 동자 동녀의 몸이 되어 병든 자 앞에 홀연히 와서 나타나 이 방편으로 저 병을 속히 낫게 한다. 혹은 좋은 약을 지어 방편으로 저 병자의 모든 근심을 없애서 낫게 하기도 한다.

어떤 중생은 재물을 구하고, 어떤 중생은 경과 논을 많이 듣고 외우려 하고, 어떤 중생은 고요함을 좋아하고 깊이 생각하여 선정에 들고, 어떤 중생은 지혜를 구한다. 혹은 명예를 얻고자 하며, 기술과 솜씨를 얻고자 하며, 고행을 닦고자 하며, 관리의 지위에 오르고자 한다. 혹은 아름다운 외모를 갖고자 하며, 재물과 보배를 갖고자 하며, 선근(善根)을 심고자 하며, 좋은 음성을 갖고자 한다. 혹은 자식이 번성하기를 구하거나 처첩을 구하거나 권속을 구하거나 많은 무리를 구하기도 한다. 혹은 보시·지계·인욕·정진·반야를 구하기도 한다. 혹은 좋은 음성과 말솜씨를 갖고자 하며, 다른 사람을 섬기면서 그의 마음에 들고자 하며, 많은 죄에서 벗어나고자 하며, 다른 사람에게 보시를 하라고 권하고자 하며, 내지는 지혜를 행하라고 권하고자 하며, 혹은 오래 살고자 한다.

재물이 궁핍하여 항상 간탐을 내는 중생이 있다면 저들이 간탐을 버리고 보시를 행하도록 하며, 계를 파계하는 자에게는 계를 지니도록 하며, 게으른 자에게는 정진을 하도록 하며, 내지는 지혜 없는 자에게는 지혜를 배우도록 한다. 정승(定乘)을 얻지 못하고 소승의 행을 가르치는 중생이나 자신만을 구제하여 연각승(緣覺乘)을 가르치는 중생에게는 이 선남자가 방편을 나타내 보여 상승(上乘)의 행을 이해하게 한다.

어떤 중생은 자비심이 없어서 오직 자신만 보호할 뿐 다른 사람의 고통을 구해주지 않는다. 어떤 중생은 ‘내가 지금 어떤 방편을 지어야 하나’ 하고 생각한다. 어떤 중생은 도를 향해 마음을 내고자 하는데 다른 사람이 장애가 된다. 저 중생들이 저 마음을 돌이키고자 이런 방편을 지어 나타내 보이고 저 중생들을 가르쳐 네 가지 범행(梵行)에 안주케 하고, 내지는 대자대비를 실천하라고 가르치고자 한다면 저들 중생은 허공잉보살에게 정례해야 한다.

혹은 조용한 수행처에 머물거나 한적한 곳에 자리잡고, 침수향을 사르거나 다가라향 혹은 전단향을 사르고, 향기로운 목욕물로 목욕하여 몸과 입을 청정히 하고, 무릎을 끓고 합장하여 몸 전체를 땅에 던져 시방 모든 부처님께 정례하고 이 주문을 외워야 한다.

이 주문을 외울 때 저 선남자가 혹은 사람의 형체나 야수의 형체나 새의 형체로 즉시 와서 앞에 나타나기도 하였으며, 혹은 와서도 몸을 숨겨 나타나지 않기도 한다.

저 중생이 복업을 지은 정도를 관찰하여 몸 받은 대로 혹은 음성을 내어 훌륭하고 교묘한 1승(乘)의 방편을 나타내 보여 저 중생으로 하여금 한 방편으로부터 무량 백천의 중생을 교화케 한다. 정승(定乘)에 아직 안주하지 못했으면 정승에 안주하게 하며, 혹 성문에 안주하거나 혹 연각에 안주한 저들 중생이 잠깐 사이에 지혜 방편을 내어 적은 공업을 쓰면 물러나지 않은 대승의 지위에 들어가게 하며, 뿐만 아니라 갖가지 삼매의 모든 다라니와 인욕바라밀 등을 가르치고 보이며, 결국은 열 번째 보살행의 지위[第十菩薩行地]에 머물게 한다.

선남자야, 이 허공잉보살은 이렇게 훌륭하고 교묘한 방편과 큰 자비와 큰 지혜를 얻은 자이다.

선남자야, 내가 지금 너를 위하여 요점만 추려서 말하겠다.

가령 어떤 사람이 허공을 재고, 허공 끝을 다 잴 수 있다 해도 이 선남자의 방편과 큰 지혜와 큰 자비와 다라니와 삼매는 헤아리기 어렵다. 이 큰 보살은 이렇게 불가사의한 공덕의 법을 얻었다.

선남자야, 어떤 중생은 아첨을 버리고 삿된 마음을 멀리 여의고 순후한 마음을 내어 바른 견해를 성취하며, 다른 사람을 훼방하지 않고 자기를 칭찬하지 않으며, 인색함과 질투를 버리고 아첨이 없으며, 명예를 구하지 않고 믿는 마음이 청정하다. 허공잉보살이 이런 자를 본다면 저들 청정한 중생을 연민히 여기고 방편과 지혜와 정진을 나타내 보인다. 이와 같은 방편과 이와 같은 지혜와 이와 같은 정진으로 액난에서 그들을 건지고, 깨달음을 향해 마음을 내서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게 한다. 저 중생들에게 선근을 보리에 회향케 하면, 그들은 바른 도에서 물러나지 않는 지위를 얻어 속히 아뇩다라삼먁삼보리에 이르게 된다.

이와 같은 방편의 이익을 짓게 하고 지혜와 정진으로 6바라밀을 원만히 성취하게 하며, 아주 힘있는 마음을 내어 속히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성취하게 한다.

선남자야, 허공잉보살은 이렇게 불가사의하고 특수한 방편과 매우 뛰어난 지혜를 얻어 중생을 교화한다.”

이 때 미륵보살마하살이 부처님께 고하였다.

“세존이시여, 이 선남자는 무슨 뜻으로 머리에 응주(應珠)를 이고 있습니까? 이 선남자는 이러한 불꽃과 이러한 위력을 잘 나타내 보이는데, 나머지 다른 보살들에게는 이런 일이 없습니다.”

부처님께서 미륵보살마하살에게 말씀하셨다.

“선남자야, 이 선남자인 허공잉보살마하살은 모든 중생을 위하여 큰 자비를성취하였다. 항상 쉴새없이 중생을 교화하며, 모든 중생이 큰 액난에 빠진 것을 보고는 괴로움을 뽑아주고자 하기 때문에 한시도 쉬지 않는다.

만일 어떤 중생이 4중금계(重禁戒)를 범하여 악도에 떨어져 선근을 버리고 뭇 선법을 흩어 없애려 한다면 이 선남자가 저 중생을 위해 큰 의사가 된다. 저 중생이 무명(無明)에 떨어져 사견의 그물에 들어가 액난을 당하는 위태로운 지옥에 있는 것을 보면, 이 선남자가 저 중생을 위해 마치 햇빛이 비추듯 저 죄를 밝게 비추어 네 가지 무거운 업을 없애주고 마음에서 의심의 가시를 뽑아 버린다.

어떤 중생이 마음의 그릇을 파괴한다면, 그 중생이 법다운 행을 파멸하여 번뇌의 언덕을 만들고, 바른 법을 잃어버리고 악도에 들어가려 한다면, 그리하여 귀의할 곳도 구해줄 자도 없이 갖가지 지혜를 버리는 것을 보면, 이 선남자는 죄악을 짓는 저 중생들을 위해 마치 지팡이로 바른 길을 가르쳐주듯 한다. 죄에 찌든 때와 번뇌, 더러운 악을 씻어 향기롭고 깨끗하게 하여 나쁜 길을 등지게 한다. 마치 큰 수레가 하늘의 처소에 들어가 속히 열반을 얻으려는 것과 같다.

어떤 중생은 욕심이 마음을 핍박하여 미혹하고 번뇌에 시달린다. 어떤 중생은 화가 치성하여 서로 싸우며, 교만과 질투 때문에 마음이 잠시도 쉬지 못해 번뇌에 어지럽혀져 본래의 마음을 잃는다. 어떤 중생은 무명이 어둡게 가리웠는데도 벗어날 마음이 없으며, 원인이 있음을 알지 못해 오는 세상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혹 어떤 중생은 널리 재물과 보배를 모아 만족할 줄 모른다. 어떤 중생은 쉴새없이 열 가지 악을 빠짐없이 저지른다. 이 선남자는 저들을 위해 악도로 들어가는 문을 닫고 천상과 인간으로 가는 길을 연다. 마치 묘한 수레를 몰아서 위로 태어나게 하여 열반과 해탈의 바른 도에 자리잡아 주는 것과 같다.

이런 일 때문에 이 선남자는 여래·아라하·삼먁삼불타를 제외한 모든 천상과 인간에게 응당 공양을 받는다.”

이 때 미륵보살마하살이 부처님께 고하였다.

“세존이시여, 부처님께서 앞에서 네 가지 무거운 죄를 말씀하셨는데 어떤 것들이 넷입니까? 네 가지 무거운 죄를 범한 중생들은 모든 착함을 잃고, 선근을 끊어 없애며, 악도에 떨어져 본래의 서원을 위배하고 번뇌에 짓눌려 모든 천상과 인간에게 미움을 받습니다.

그런데 이 선남자는 이런 모든 악한 중생들을 보고 저들의 고통을 뽑아 안락한 곳에 자리를 잡아 충족함을 얻게 합니다.”

부처님께서 미륵보살에게 말씀하셨다.

“선남자야, 모든 찰리왕에게 다섯 가지 무거운 악이 있다. 만일 저 국왕이 다섯 가지 악을 범한다면 지난 옛날에 지은 선근을 잃어버리고 본래 서원을 잃어 번뇌에 덮이게 되므로 천상과 인간의 모든 즐거운 일을 멀리 여의고 악도에 떨어져 나올 기약이 없다.

선남자야, 만일 찰리(刹利 : 찰제리)로 관정(灌頂)한 왕이 강제로 부처님 물건을 뺏거나 혹은 승려의 물건이나 절의 물건을 뺏거나, 신심으로 보시한 물건을 뺏는다면, 자신이 직접 뺏든지 다른 사람을 시켜서 뺏든지 간에 이것을 제1극악중죄(第一極惡重罪)라 한다.

만일 찰리로 관정한 왕이, 성문승이나 연각승이나 대승의 정법을 비방하고 믿지 않으며, 다른 사람에게도 행하지 못하게 하고 덮어 숨기게 한다면 이것을 제2극악중죄(第二極惡重罪)라 한다.

만일 찰리로 관정한 왕이, 나를 위해 출가하여 수염과 머리를 깎고 가사를 입은 모든 제자들이 계를 지니거나 계를 지니지 않거나 간에 몸에서 가사를 벗기고 저들을 논죄하여, 때리거나 결박하거나 꾸짖고 욕되게 하거나, 다른 지방으로 유배하여 혹은 물건을 나르게 하거나, 옥에 가두거나, 목숨을 끊는 벌을 준다면 이것을 제3극악중죄(第三極惡重罪)라 한다.

만일 찰리로 관정한 왕이 고의적으로 아버지의 생명을 끊거나 어머니의 생명을 끊으며, 혹은 나의 제자 아라한의 생명을 끊고 화합한 승단을 파괴하며 부처님 몸에 피를 낸다면, 이들 5역(逆) 중에 한 가지라도 범하거나 그럴 마음을 처음 낸다면 이것을 제4극악중죄(第四極惡重罪)라 한다.

만일 찰리로 관정한 왕이 원인이 있음을 말하지 않고 내세를 버리며, 10악업(惡業)을 행하며 10악업 속에서 중생에게 10불선행(不善行)을 시켜 10악(惡)을 건립케 하는 일이 많다면, 이것을 제5극악중죄(第五極惡重罪)라 한다.

선남자야, 만일 찰리로 관정한 왕이 이 다섯 가지 악 중에 하나만 범하더라도 저 찰리왕은 지난 옛날에 지은 선근을 잃어 다 흩어져 없어지게 되며, 본래의 서원을 어기고 번뇌에 덮여 천상과 인간에서의 즐거움 잃은 후에 악도에 떨어져 한량없는 겁토록 빠져나올 기약이 없다.

선남자야, 이 허공잉보살마하살이 저 중생을 위하여 일부러 변방 땅에 태어나 사문이나 바라문의 모습으로 자신의 몸을 나타내 배우는 곳[庠序]에서 위엄을 갖추고 저 중생이 어떤 몸을 따라 교화될까를 관찰한다. 방편으로 이 같은 모습의 몸을 나타내 보이고, 어디에 있든지 국왕의 앞에서 이같이 법을 설한다. 여래께서 설하신 일체 지혜의 법이 담긴 매우 깊은 경전과, 지계와 인욕과 모든 단계의 수행 등 옛날에는 듣지 못했던 것들을 허공잉보살이 그들을 위해 설하여 나타내 보인다.

저 찰리로 관정한 왕이 옛날에 지은 모든 죄와 착하지 못한 행을 스스로 후회하고 스스로 부끄러워하여 사과하고 다시는 감히 짖지 않고자 하여 악한 일을 버리고 잘못을 뉘우친다면, 허공잉보살이 그를 알고 뒤에 복덕의 행을 짓고 크게 보시하며, 착한 업을 건립케 하여 상계(上界)에 가서 태어나 바로 해탈을 얻게 한다.

선남자야, 모든 대신에게도 다섯 가지 무거운 죄가 있다.

만일 대신이 부처님 물건을 탈취하거나 혹은 스님 물건, 절의 승려의 물건을 빼앗는다면 이것을 첫 번째 무거운 죄라 한다.

만일 대신이 나라, 촌, 읍을 파괴하거나, 혹은 부락이나 성을 파괴하며, 혹 다른 나라를 파괴한다면 이것을 두 번째 무거운 죄라 한다.

만일 대신이 성문승·연각승·일체지승(一切智乘) 등의 바른 법을, 자신이 직접 비방하거나 다른 사람을 시켜 비방하고, 수행하지 못하게 하며 숨어서 나타나지 못하게 한다면 이것을 세 번째 무거운 죄라 한다.

만일 대신이 부처님 세존에게 출가한 제자를 고의로 요란시켜 공포를 주며, 그 제자가 계를 지키든 지키지 않든, 정진을 하든 하지 않든 간에, 가사를 벗겨 핍박하여 환속케하거나, 혹은 결박하여 묶어 두고 욕을 보이고 꾸짖으며 공포를 주거나, 혹은 물건을 나르게 하거나, 혹은 옥에 가두거나 목숨을 끊어버린다면 이것을 네 번째 무거운 죄라 한다.

만일 대신이 5역죄 중에서 혹은 하나, 혹은 둘, 혹은 셋, 혹은 넷을 짓거나, 혹은 다섯 가지 악업을 다 짓는다면 이것을 다섯 번째 무거운 죄라 한다.

선남자야, 대신이 이 다섯 가지 중에 하나라도 범한다면 저들은 지난 업을 잃고 지은 선근이 모두 멸할 것이다. 본래의 서원을 어기고 천상과 인간에서의 즐거움을 잃어버리고 악도에 떨어져 큰 괴로움을 받을 것이다.

선남자야, 이 허공잉보살마하살이 저 중생들을 위해 변방 땅에 태어나 일부러 변방 땅에 머물며 몸을 나타내 보이는데, 사문의 몸이 되어 학교에 위엄스럽게 거동하여 그들을 위해 법을 설하기도 하며, 혹은 바라문의 몸을 나타내어 용모와 거동을 엄숙하게 하며, 혹은 동자의 몸이 되어 법을 설하며, 어디서든지 태어나는 모양을 나타내 보인다.

허공잉보살은 저들이 가진 선근을 알고 그에 따라 법을 설하는데, 모든 부처님께서 설하신 깊고 묘한 경전과 모든 다라니·인욕·모든 단계·위로하고 비유하는 것 등 이제껏 없었던 법을 설한다. 이런 방편을 써서 모든 대신들이 허물을 뉘우치고 저절로 부끄러운 마음이 우러나게 한다. 저 악한 업을 참회하고 많은 죄를 버리며 보시와 정진과 지계를 닦게 하여 착한 업을 건립하고 윗세상에 가서 태어나 열반의 도를 얻게 한다.

선남자야, 성문의 도를 닦는 사람에게도 다섯 가지 크고 무거운 죄[大重罪]를 범하는 일이 있는데, 무엇이 다섯 가지인가?
첫째는 살생이고, 둘째는 음란한 짓을 하는 것이고, 셋째는 겁탈하고 도둑질하는 것이고, 넷째는 거짓말을 하는 것이고, 다섯째는 부처님의 형상을 파괴하고 부처님 몸에 피를 내는 것이니, 이것을 다섯 가지 크고 무거운 죄를 범한다고 한다.

만일 나의 모든 성문 제자들이 다섯 가지 중에서 하나라도 범하거나 위에 말한 것과 같은 일에 이른다면, 이 허공잉보살마하살이 저들을 위하여 일부러 저곳에 가서 태어나 사문이나 바라문 등의 모습으로 몸을 나타내 보이고, 위엄스러운 거동으로 갖가지 미묘한 법의 뜻을 설한다. 모든 것을 아는 지혜로운 이[一切智人 : 부처님]가 설한 매우 깊은 갖가지 법문·수다라 등 모든 다라니와 일체 지위를 펼쳐 설하여 저들이 듣고 옛날에 지은 갖가지 모든 악을 뉘우치고, 잊지 않고 기억해서 깊이 부끄럽다는 생각을 하여 죄를 참회하고 다시는 짓지 않게 한다. 죄를 참회하고 나서는 보시를 닦아 행하고, 고행을 골고루 행하며, 용맹이 정진하게 한다. 그러다가 생명이 끝나면 윗세상에 태어난 뒤에 열반을 얻게 하며, 즉시 발심하여 대승에 들어가 보살행을 실천하게 한다.

선남자야, 대승을 닦는 사람에게도 여덟 가지로 큰 죄를 범하는 일이 있다. 여덟 가지 무거운 죄를 범하고 나서 저 처음 행하는 모든 보살들로 하여금 지난 옛날 심은 선근을 잃고 다 멸하게 한다. 본래의 서원을 어기고 번뇌에 덮여 모든 천상과 인간에게 무시를 당하게 하며, 대승을 어기고 바로 악도에 떨어져 많은 시간을 번뇌에 시달리는 처소에 있으며 선지식을 떠나 있게 한다.

선남자야, 무엇이 여덟 가지인가?
지난 옛날에 지은 악한 인연 때문에 깨끗하지 못한 세계에 태어난 중생은 선근을 심은 인연이 많지 않기 때문에 선지식을 따라야만 매우 깊은 대승의 미묘한 경전을 들을 수 있다. 저 중생들은 마음이 협소하고 하열하며 또한 심은 선근도 많지 않다. 이 처음 행하는 보살이 비록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향해 마음을 내서, 공의 실상이 담긴 매우 깊은 경전을 설하고, 그들을 위해 자기가 들은 대로 외운 대로 해설하고 독송해준다고 하더라도 그들은 듣고도 어리석어 말 못하는 양(羊)과 같다. 이런 중생의 무리를 위하여 선양(宣揚)하고 부연(敷演)하여 그들 앞에서 불법을 설하여 읽고 외우게 하지만 저 범부들에게는 아무 공이 없다.

범부의 마음으로는 매우 깊은 법의 뜻을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이 법을 듣고 나서는 두렵다는 마음을 내며, 후회를 하고 물러날 생각을 한다. 그리하여 즉시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위배하고 성문의 행 가운데서 발심하고 닦고 배운다.

선남자야, 이것을 보살이 범하는 첫 번째 큰 죄라 한다. 이 선남자가 이 일을 범하고 나면 지난 옛날에 지은 모든 선근들을 잃어버린다. 본래의 서원을 어겨서 번뇌에 덮여 윗세상에 태어나지 못하며, 또한 열반의 즐거움을 얻지 못하고 한갓 헛된 행만 하여 보살행을 행하면서도 보리심을 잃어버리며, 그런 후에 악도에 떨어진다.

선남자야, 그러므로 보살이 중생을 교화하고자 한다면 먼저 반드시 그의 마음을 알고 그의 행을 알아서 그가 행하는 것에 맞추어 법을 설해야 한다. 비유하면 큰 바다에 들어가고자 하는 사람은 먼저 저 물이 얼마나 깊은 지를 알고 난 후에 들어가야 하는 것과 같다.

대략 말하자면 이 허공잉보살마하살이 저들 모든 중생 무리를 위하여 저들의 나라에 태어나 몸을 나타내 보이고, 얼마간의 중생이 무거운 죄를 범하고 악도에 떨어질 것을 두려워하는지를 잘 안다. 그런데 어떤 사람이 지은 죄가 두려워 혹 허공잉보살의 이름을 부르라는 말을 듣거나, 혹은 저 보살을 즐겨 보고자 하거나, 깊고 무거운 죄를 참회하고자 하기 때문이라면 새벽녘에 향기로운 목욕물에 목욕을 하고 깨끗한 옷을 입고 침수향과 다가라향을 사르고 오른쪽 무릎을 땅에 대고 합장하고 동쪽을 향해 지극한 마음으로 저 허공잉보살의 명호를 불러야 된다.

그러면 허공잉보살이 처음 보리도를 향해 마음을 낸 저 사람이 행한 죄와 복의 가볍고 무거움을 알고 그 근성(根性)을 따라서 바라문의 몸이나, 내지는동남·동녀의 몸으로 그의 앞에 나타나 머문다.

앞에 나타나 머물고 나서는 처음 마음 낸 것을 불쌍히 여기고자 하기 때문에 저 보살이 본래 일으킨 무거운 업(業)과 죄과(罪過)의 인연을 관찰하고 참회하게 하며, 그를 위해 매우 깊고 훌륭하고 미묘한 방편을 나타내 보이고 가장 높은 대승의 법요(法要)를 설한다. 삼매의 인문(忍門), 모든 다라니, 모든 지위(地位) 등의 법을 건립하게 하여 그가 일체 악도와 무거운 죄의 인연에서 벗어나게 하고 물러나지 않는 지위에 안주하여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향하게 한다. 마치 금강과도 같이 큰 힘을 얻게 하며, 견고한 마음을 이루어 6바라밀 속에서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성취하게 한다.

이 허공잉보살은 중생 앞에서 자기 몸을 나타내기도 하며, 자기 몸을 나타내고 나서 법을 설한다. 만일 허공잉보살이 몸을 나타내지 않을 때는 저 처음 행하는 보살대사(大士)가 다시 새벽녘에 향기로운 목욕물에 목욕하고 깨끗한 옷을 입고 침수향을 사르고 저 동방 황백대사(黃白大士 : 태양)의 이름인 아루나(阿樓那)를 찾아 큰 소리로 이렇게 말해야 한다.

‘어지신 아루나여, 그대 큰 자비로 출현하여 이 염부제를 비추어 우리를 불쌍히 여기고자 하기 때문에 자비로운 마음 일으켜 나를 덮고 보호하소서. 나를 위해 허공잉보살에게 묻고 고하사 허공잉보살이 나에게 방편을 보이게 하소서. 나는 지금 모든 무거운 죄를 참회하고자 합니다. 나로 하여금 성스러운 대승 가운데서 큰 지혜의 눈을 얻게 하소서.’

이렇게 권청하고 예배하고 나서는 본래의 처소에 돌아가 편안히 잠을 자야 한다.

동방에 황백대사 아루나가 나올 때 허공잉보살이 즉시 꿈속에 나타나 저 무거운 죄를 범한 보살 앞에 자기 몸을 나타내 보인다. 저 무거운 죄를 범한 초행보살(初行菩薩)에게 큰 지혜 방편으로 범한 죄를 뉘우치게 하고, 혹은 다시 큰 방편의 지혜를 나타내 보여 저 처음 도심(道心)을 낸 자가 저 삼매를 얻게 하고 이름을 잃어버리는 일 없이 보리심으로 대승의 법 가운데 편안히 머물며 속히 6바라밀을 만족히 성취하게 한다.

또 선남자야, 초행 보살이 보살행을 실천하는 자를 보고 그 사람의 처소에 이르러 이렇게 말한다.

‘너는 보살의 6바라밀을 행하지 못하며, 또한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성취하지 못한다. 네가 성문(聲聞) 벽지불(辟支佛)의 마음을 내면 번뇌에서 즉시 벗어날 것이다.’

내지는 앞에서와 같이 말한다면, 선남자야, 이것을 보살이 범하는 두 번째 무거운 죄라 한다.

또 선남자야, 어떤 초행 보살이 저 중생을 보고 이렇게 말한다.

‘너 어진 이여, 바라제목차(波羅提木叉)1)·비니(毗尼) 계율을 행하지 말라. 이 가운데서는 정진을 하지 말라. 너는 속히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겠다는 마음을 내고, 너는 속히 대승경전을 읽어야 한다. 너는 몸과 입과 마음으로 세 가지 모든 번뇌행을 지었으니, 이 악업과 모든 번뇌 때문에 즉시 청정을 얻을 것이다.’

내지는 앞에서와 같이 말한다면, 선남자야, 이것이 초행 보살이 범하는 세 번째 무거운 죄라 한다.

또 선남자야, 다른 사람에게 이렇게 말하는 보살이 있다.

‘너희들 모두는 성문승을 버려야 한다. 듣거나 독송하지 말며, 다른 사람에게 말하지 말고, 숨기고 보이지 말라. 너희들 선남자는 성문승을 보이지 말라. 네가 만일 이 성문승을 행한다면, 큰 과보를 얻지 못하며 모든 번뇌의 결박을 끊어 제거하지 못하리라. 네가 청정한 대승경전만을 말하고 듣고 외우고 받아 지녀 다른 사람을 위해 분명히 말한다면, 이 인연으로 너는 일체 악도에서 벗어나 일체 모든 악업을 멸하고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속히 성취할 것이다.’

저 사람이 만일 처음 행하는 보살에게 이 같은 말을 듣고 이 행을 따른다면 저들 두 사람은 다 무거운 죄를 범한 것이다. 선남자야, 이것을 보살이 범하는 네 번째 무거운 죄라 한다.

또 선남자야. 항상 마음 따로, 말 따로 양설(兩舌)을 행하는 초행 보살이 있는데, 그는 명예를 얻기 위해, 물질적 이익을 얻기 위해, 남에게서 존경과공양을 받기 위해 대승경전을 독송한다. 이런 마음으로 경전을 독송하며, 다른 사람을 위해 해설하고 수지하며 널리 유통시킨다. 상황에 맞게 방편으로 다른 사람을 위해 설할 때도 남에게서 들은 것을 또 다른 사람에게 말해주면서, ‘지금 내 몸만이 대승을 행하는 사람이고 나머지는 아니다’라고 한다.

이렇게 질투심을 내는 것은 물질적인 이익[利養] 때문이다. 그는 또 나머지 대승을 행하는 자가 다른 사람에게서 얻은 재물보시와 네 가지 공양[四事供養]을 보고는 이 일로 바로 화를 내고 한을 품어, 저 보살은 비루하고 악하다고 소문을 퍼뜨리며, 훼방하고 비방하며 자기를 칭찬한다.

이런 질투심 때문에 다른 사람에게 상인법(上人法)을 설하되 ‘나는 상인을 얻었다. 이 같은 윗 법은 나만 얻고 나만 안다’고 한다.

이 인연 때문에 이 사람은 본래의 서원을 어겨서 번뇌에 항복하고 대승법을 등진다.

저들 중생은 대승 가운데서 크고 무거운 죄를 범하며, 나아가 몸을 버릴 때가 되면 악도에 떨어진다. 비유하자면 진기한 보배를 채취하려고 보배 섬 주변에 가고자 하나 바다에 들어가지도 못하는 격이다. 비록 바다에 들어간다 해도 도중에 스스로 배를 파괴하여 저 어리석은 사람이 바다 속에서 바로 목숨을 마치는 것과 같다.

선남자야, 이와 같이 처음 행하는 보살들이 발심하여 대승의 바다에 들어가고자 하나 저 어리석은 사람은 질투 때문에 훼방하는 말을 하고 망령된 말을 한다. 이 인연으로 저들 어리석은 사람은 신행(信行)의 배를 파괴하고, 신행을 파괴하고 나서는 지혜의 명근(命根)을 멸해버린다.

선남자야, 처음 행하는 보살이 이와 같이 어리석고 지혜가 없으며 들은 것이 적어 질투심 때문에 망령된 말로 다른 사람을 훼방하여 마침내 큰 죄를 범한다. 선남자야, 이것을 초발심 보살이 범하는 다섯 번째 크고 무거운 죄라 한다.

그리고 선남자야, 속인이든 출가인이든 미래 세상에 다음과 같은 초행 보살이 있을 것이다. 매우 깊은 공의 이치를 담은 미묘한 경전을 모든 다라니와모든 수행지위와 모든 인(忍)과 갖가지 행 등으로 장엄하고, 매우 지혜로운 자나 보살이 되고자 부지런히 고행하는 경계를 구한다. 대승의 경을 읽거나 외우거나 풀이하거나 남을 위해 분별하고 널리 펼치면서 다른 사람에게 이렇게 말한다.

‘나는 이런 경전을 저절로 이해하였다. 저절로 증득해 알았으며, 저절로 명료하게 알았다. 오직 나만이 너희들을 위해서 자비로 연설하는 것이니, 너희는 나를 따라 듣고 나서 이렇게 생각하고 이렇게 독송하면 이 같이 매우 깊은 법 가운데서 저절로 깨닫게 될 것이다. 이 인연으로 너는 지금의 나와 같은 지견을 얻을 것이다.’

그러면서 자신이 읽고 외워서 이 같이 매우 깊고 미묘한 경전을 그들을 위해 설한다고 말하려 하지 않는다. 이 같은 사람은 그 네 무리[四輩]를 따라서 이익을 구하기 때문에 자신의 몸을 스스로 판다. 이 인연으로 저 어리석은 사람들은 3세의 모든 다타아가도(多陀阿伽度)·아라하(阿羅訶)·삼먁삼불타(三藐三佛陀)와 큰 보살마하살과 모든 성인 부가라(富伽羅)의 처소에서 바라이죄(波羅夷罪)를 얻는다. 저 큰 죄를 범하고 허망하게 모든 천상과 인간을 속인다. 이렇게 어리석은 사람은 대승과는 전혀 관계가 없는데, 더구나 대승에 들어가겠는가. 하물며 어떻게 수승한 처소를 얻겠으며, 나아가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성취하겠는가.

비유를 들어 말하겠다. 어떤 사람이 먼 길을 가고자 떠났다가 광야에 이르러서 주림과 목마름에 시달리게 되었는데, 홀연히 과일나무 숲을 만나서 바로 저 숲에 들어갔다. 음식을 구해 살고자 했기 때문에 저 사람이 홀연히 꽃과 열매가 충족하며, 향기롭고 아름다운 큰 나무를 만난 것이다. 나무를 만나 맛을 보고 나서는 다른 나무 위로 다시 올라갔는데, 그 나무에는 독이 있었다. 그는 독이 든 과일을 먹고 명이 끊겼다.

선남자야, 이와 마찬가지로 어리석은 사람들이 지금 사람의 몸을 얻고 선지식을 만나 선지식을 의지하여 대승에 들어갔지만, 저들은 이익을 구하느라 자 신을 칭찬하고 다른 사람 비방하기를 좋아하여 이렇게 크고 무거운 죄를 범한 것이다. 무거운 죄를 범하고 나서는 모든 지혜로운 사람에게 무시당하고 악도에 떨어지게 되며, 이 인연으로 모든 찰리·바라문·비사수타(毗舍首他)를 가까이하지 못한다. 누구라도 저런 사람과 가까이 지낸다면, 그런 자들은 매우 지혜로운 성인들을 어기고 큰 죄과를 이룬다. 선남자야, 이것을 초행 보살이 범하는 여섯 번째 크고 무거운 죄라 한다.

그리고 선남자야, 미래 세상에 갖가지 악행을 저지르는 찰리 출신의 모든 국왕들과 바라문인 국사(國師)와 악행을 저지르는 대신과 의사들이 있을 것이다. 그들은 실제로는 어리석은데도 자기는 큰 지혜와 큰 재능이 있다고 여기며, 많은 봉록(封祿)을 받고 갖가지 보시행을 닦아 뭇 복업을 짓는다. 그러나 저들은 얼마 안 되는 보시로 수행한 것을 가지고 교만하고 방일하며 자기에게 도(道)가 있다고 말한다.

찰리왕에게 나의 제자인 모든 사문들과 서로 다투고 서로 파괴하라고 권하며, 혹은 사문에게 찰리왕과 서로 싸우라고 권한다. 저 악한 이들은 찰리왕에게 붙어서 비구에게 벌을 주는데, 혹은 재물을 세금으로 징수하기도 한다.

저 비구는 찰리왕과 모든 대신들에게 압박을 받아서 자기 물건이나 승려들의 물건이나 절의 공유물들을 수송한다. 이런 모든 물건을 세금으로 수송하여 관청에 공급하여 저 악한 사람에게 주면, 저 악한 사람은 이 모든 물건을 취하여 찰리왕을 받든다. 이 경우 저 두 사람은 다 크고 무거운 죄를 범한 것이다.

저 모든 찰리와 악인들이 모든 비구와 서로 싸워, 이 인연 때문에 저 바른 법[正法]을 버리고 그른 법[非法]을 건립하며, 저 그른 법을 취하고 바른 법을 멀리한다. 저 대승을 설한 경과 비니·계율·우바제사[論]·마하우바제사[大論]를 버리며, 자비와 반야바라밀의 훌륭하고 교묘한 방편과 그 밖의 경과 율에서 설한 행을 멀리 여의고, 여래의 말씀이란 말씀은 다 버린다.

모든 비구를 어지럽힐 요량으로 망령된 마음으로 아무렇게나 얽어서 부처님의 계율을 어기고 스스로 법제를 짓는다. 법제를 짓고 나서는 비구를 어지럽혀 모든 비구들이 다 사마타의 관행과 바른 행과 바른 생각을 멀리 여의게 하며, 내지는 선정하는 자들로 하여금 성내는 마음과 어지러운 마음을 내게 하여 항상 싸우게 한다. 이런 이유로 비구들에게 번뇌를 내게 하고 적정(寂 靜)을 얻지 못하게 한다.

이 때 저 비구들이 즉시 바른 신심을 잃어버리게 하며, 착한 비구의 위엄스러운 법도를 잃어버리고 갖가지 사견에 떨어지게 한다. 이렇게 해서 비구들을 다 게으르게 하고 세속적인 생각을 많이 하게 해서 계율을 지니지 못하고 파계하게 만든다. 계를 버리고 나면 다시는 사문의 법칙에 의지하지 못한다.

입으로는 ‘나는 사문 비구다’ 하며, ‘나는 범행을 한다’고 큰소리를 쳐서 거동과 기운찬 음성은 마치 여럿이 모여 찬송하는 소리[貝聲] 같지만 바른 법에 의지하지 않고 법을 설한다.

이런 모든 비구들과 모든 권속이 찰리왕의 처소에 모든 신하, 백성과 함께 물건을 더욱 수송하기 때문에 공양이 배로 증가한다. 이런 모든 무리나 모든 악한 비구는 속인 앞에서 덕행이 있는 비구나 절에서 수행하는 비구의 착하지 못한 일을 말하여 저 찰리와 모든 악한 신하들과 모든 권속들이 마침내는 계율을 지키며 정진하는 비구에게 착하지 못한 마음과 비방하는 마음을 내게 한다. 정진하는 비구의 처소에 살림살이나 돈이 있으면 다 탈취하며, 빼앗아 가지고는 경을 외우는 비구에게 보시하는데, 저들 두 종류는 다 무거운 죄를 범한 것이다. 왜냐 하면 선정을 닦는 그 비구는 진실한 복전(福田)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관찰하고 나서는 업을 닦게 할 것이요, 저들이 저 승려들의 일을 알지 못하게 해야 한다.

그러면 선정을 닦는 비구는 삼매와 모든 다라니와 모든 인(忍)과 모든 지(地) 등을 얻어 법을 담는 그릇이 된다. 참다운 복밭이며, 진실한 복의 그릇으로 세간의 눈이 된다. 저 세간을 위해 큰 빛이 되어 착한 길을 환히 보이며, 업의 땅을 번뇌의 밭에 건립하여 저 중생들을 다 제도하며, 제도하고 나서는 열반의 길을 건립한다.

선남자야, 이것이 초행 보살이 범하는 여덟 가지 무거운 죄1)인데, 힘을 들이지 않고도 두 가지는 버릴 수 있다.

저 초행 보살이 중죄를 범한 인연의 힘 때문에 옛날에 지은 모든 선근을 다 잃게 된다. 잃어버린 후에는 악도에 떨어져 본래의 서원을 어기고 번뇌에 항복 당해 천상과 인간에서의 즐거움을 잃어버리고, 허망하고 미혹하여 보리심을 잃어버린다.

선남자야, 이런 모든 선남자를 위해 이 허공잉보살이 저 국토에 태어나서 중생을 위하여 몸을 나타낸다. 혹은 비구의 몸이 되어 거동이 자연스럽고 위엄이 있으며 혹은 바라문의 몸이 되어 위의를 구족히 성취한 모습을 나타낸다. 내지는 축생으로 교화를 얻을 자에게는 축생의 거동하는 모습을 나타낸다. 내지는 간략히 말한다면 수릉엄삼매에서 말한 바와 같이, 여기서도 그런 줄 알아야 된다.

허공잉보살은 각 근기가 갖는 갖가지 마음의 능력을 잘 알아서 거기에 맞추어 몸을 나타내 저 중생에 따라 설법하여 이제껏 듣지 못했던 법을 가르친다. 모든 것을 아는 지혜를 갖추신 분이 설한 미묘한 경전과 모든 다라니·모든 인(忍)·모든 지(地) 등을 설하여 널리 드러내 보여 중죄를 범한 악한 사람들, 즉 저 초행 보살에게 부끄러운 마음을 내게 한다. 그리하여 그들이 두려워하는 마음과 뉘우치는 마음으로 저 무거운 죄를 참회하고 멀리 버려 다시는 영영 범하지 않게 한다.

선남자야, 저들 중생이 중죄를 범한 두려움 때문에 이 허공잉보살의 명호를 듣고는 스스로 그 몸을 보고자 한다면 그는 악도에 떨어질까 두려워 저 죄를 참회하기 때문이다. 이런 중생들은 허공잉보살마하살의 발에 이마를 대고 절해야 한다. 그리고 지극한 마음으로 그 명호을 부르면 그 때 저 허공잉보살마하살이 그들의 근기와 업을 따라서 보살의 모습으로 즉시 앞에 나타난다.

비구의 몸으로 제도를 얻을 자에게는 즉시 비구의 모습으로 몸을 나타내며, 바라문의 몸으로 제도를 얻을 자에게는 즉시 바라문의 모습으로 몸을 나타내며, 남자아이나 여자아이의 몸으로 제도를 얻을 자에게는 즉시 남자아이나 여자아이의 몸을 나타낸다. 저 초행 보살이 그러한 중죄를 범하는 것을 보고는 즉시 그러그러한 방편을 나타내 참회하게 한다.

매우 깊은 법, 위없는 승(乘) 가운데 훌륭하고 교묘한 방편의 행을 나타낸다. 바른 지위[正地]·바르지 않은 지위[非正地]·모든 삼매·모든 다라 니·모든 인(忍) 가운데서 교리와 행을 나타내 보이며, 나아가 차례로 가르쳐 8정도(正道)의 처소를 건립하게 한다.

허공잉보살의 힘 때문에 저들 중생도 악도의 모든 괴로움에서 벗어난다. 악도를 벗어나고 나서는 건립하여 물러나지 않는 지위에 위치하며, 뒤에 건립(建立)1)을 얻어 반드시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이룬다.

선남자야, 이렇게 이렇게 해서 저 보살들은 6바라밀을 행하는 가운데 번갯불과 같이 큰 힘으로 부지런히 닦아서 속히 아뇩다삼먁삼보리도를 이루게 된다.

선남자야, 만일 허공잉보살마하살이 중죄를 범한 보살 앞에 몸을 나타내지 않는다면 중죄를 지은 그 초행보살은 자신의 죄와 실수를 알아서 허공잉보살에게 권청해야 한다. 새벽녘에 향기로운 물에 목욕하고 깨끗한 옷을 입고 길게 무릎꿇고 합장하며 동쪽을 향해 침수향을 사르고 지극한 마음으로 동쪽 황백(黃白 : 해)아루나 천자에게 권청하며 이렇게 말해야 한다.

‘아루나여, 아루나여, 그대는 큰 자비와 큰 공덕이 있어 그대가 동쪽에서 나오자마자 염부제를 널리 비춥니다. 자비의 힘으로 부디 나를 보호하소서. 나를 위하여 속히 자비를 갖춘 허공잉보살에게 권청하여 저 보살께서 특별히 나를 위하여 잠자는 가운데 훌륭한 방편을 환히 보이게 하소서. 훌륭한 방편을 써서 내가 지은 중죄를 참회하게 하소서. 그리하여 큰 성인, 큰 가르침 가운데서 속히 지혜 눈을 얻게 하소서.’

중죄를 지은 저 초행 보살은 이 말을 하고 나서 방 안으로 돌아가 누워서 자야 한다. 그러면 동쪽 황백아루나가 염부제에 환히 나타날 때 저 허공잉보살이 즉시 뒤를 따라 보살의 몸이 되어 저 초행 보살의 눈앞에 나타나는데, 잠자는 꿈속에 훌륭한 방편을 나타내 죄를 범한 자에게 악업을 참회케 한다. 이 방편을 쓰고 나면 그 초행 보살은 즉시 한결같은 삼매를 얻는데, 그 삼매를 ‘보리를 잃지 않는 삼매’라 한다. 즉 대승 가운데 확고한 자리를 얻어 물러나거나 움직이지 않고 속히 6바라밀을 성취하여 오래지 않아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증득하게 되는 삼매이다.

선남자야, 이 허공잉보살은 가장 수고를 해서 가장 훌륭한 일을 해낸다. 훌륭하고 묘한 여의마니(如意摩尼)의 미묘한 보배를 성취하여 그 머리에 꿰었는데 그것은 매우 특수한 모양을 나타낸다. 선남자야, 이 허공잉보살에게는 이렇게 한량없고 불가사의한 공덕의 무더기가 있다.

그리고 선남자야, 허공잉보살의 명호를 듣는 중생이 그 보살의 형상을 만들어 갖가지 공양구로 그 보살에게 공양하고 존경하는 마음으로 공경하고 예배하고 찬탄하거나 혹은 갖가지 향기로운 꽃·꽃타래·바르는 향·가루 향·사르는 향·갖가지 번개(幡蓋)·보배 깃대를 공양한다. 또 공양하고 나서는 다시 공양하고 존경하는 마음으로 공경하며, 자신의 생명을 가지고 저 보살에게 맡긴다면, 이 보살의 위신력 때문에 불도 그 중생을 태우지 못하고, 물도 그 중생을 빠뜨리지 못하며, 일체 국토가 그를 해치지 못한다.

이 중에 생명이 다한 자를 제외하고는, 모든 곳에 있는 사람과 사람 아닌 존재가 결코 그의 정기를 뺏지 못한다. 설사 중병에 걸렸다 해도 오래지 않아 나으며, 굶주림이 생명을 앗아가지 못하며, 고을 관리가 멋대로 해코지하지 못하며, 무거운 죄를 범하지 않는다.

내지는 생명이 다하려고 눈으로는 색을 보지 않으며, 귀로는 소리를 듣지 않으며, 코로는 냄새를 맡지 않으며, 혀로는 맛을 보지 않으며, 몸으로는 촉감을 느끼지 않고 오직 미세한 호흡과 몸 속에 따뜻한 기운만 남아 있으며, 미세한 식(識)만 떠나지 않고 남아 있을 때 허공잉보살이 저 중생을 위하여 자기 몸을 나타낸다.

세상에 있을 때 바라문을 믿은 중생의 경우, 그의 마지막 식(識)이 몸을 떠나려고 할 때 허공잉보살이 바라문의 몸이 되어 그 선남자 앞에 환히 나타나 기쁨을 준다. 먼저 세상에서 마왕을 섬긴 중생이 뒤에 생명이 다하려할 때 이 허공잉보살이 마왕의 몸을 나타낸다.

내지는 세상에 있을 때 나라연천(那羅延天)·대자재천(大自在天)·제석천(帝釋天)·전륜성왕(轉輪聖王)·일월천(日月天)·제두뢰타천(提頭賴吒天)·비루륵차천(毗樓勒叉天)·비루박차천(毗樓搏叉天)·비사문천(毗沙門天), 내지는 세간의 갖가지 산신·물신·우물신을 섬긴 이 같은 중생에게는, 그들이 귀의하던 것에 따라 허공잉보살이 그런 몸이 되어 생명이 끝날 때저 무리들 앞에서 몸의 모양을 환히 나타내고, 저 중생이 마음속에 원하는 대로 다 그들 앞에서 몸을 나타내준다.

몸을 나타내고 나서는 이렇게 말한다.

어떤 사람이 지혜로
4제(諦)를 본다면
이 사람은 번뇌 속에서
즉시 저 언덕으로 건너가리.

저 중생들이 의식(意識)으로 이 법을 보고 알고 나서는 좋은 곳에 태어나게 된다. 만일 부처님 몸으로 교화해야 될 중생이 있다면 그 중생 앞에 즉시 부처님 몸을 나타내어 이렇게 말한다.

만일 부처님의 지혜 밑에서
번뇌의 바다를 건너면
속히 지혜를 증득하여
모든 고통에서 해탈하리라.

이 때 저 모든 중생이 부처님을 생각했기 때문에, 부처님 음성을 들었기 때문에, 기쁜 마음을 내어 생명이 끝난 뒤 오탁악세[五濁世]1)을 버리고 즉시 정토에 태어나 모든 부처님을 만나 뵙고 바른 법을 듣고 마음에 새긴다. 내지는 불(佛)과 마찬가지로 법(法)과 승(僧)도 그러하다.

선남자야, 이 허공잉보살은 이렇게 불가사의한 공덕의 법을 얻었다.

선남자야, 자기 마음속에 갖가지 삼매를 얻고 큰 자재를 얻고자 하는 중생이 있다면, 그들은 새벽녘에 잠자리에서 일어나 향기로운 물에 목욕하고 침수향을 사르고 힘껏, 분수껏 갖가지 공양구로 허공잉보살에게 공양하고 그의 발 아래 절을 해야 한다. 공양 예배하고 나서는 일체 중생에게 자비로운 마음을 내어 이렇게 말해야 한다.

‘허공잉보살은 큰 자비의 문을 얻으셨습니다. 이미 지혜의 문을 얻었으니 속히 나를 생각하고, 속히 나를 생각하소서. 부디 저에게 바른 생각과 삼매를 얻을 방편을 주소서’ 그리고는 즉시 주문을 외어야 한다.

이 주문을 외우고 나면 저 보살의 위신력 때문에 즉시 바른 생각을 얻고 삼매의 문에 들어간다.

또 부처님의 말씀이나 성문의 말씀이 담긴 갖가지 경론을 외우고자 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새벽녘에 동쪽에 해가 나타날 때 향기로운 물로 목욕하고 깨끗한 옷을 입고 동쪽을 향해 길게 무릎꿇고 침수향을 사르고 힘껏 준비한 공양으로 허공잉보살에게 정례하고 일체 중생의 처소에 자비로운 마음을 내고 이렇게 말해야 한다.

‘허공잉보살이시여, 선남자는 이미 일체 중생에게서 불가사의한 자비심을 얻었습니다. 매우 지혜로운 마음으로 저를 생각하소서, 저를 생각하소서. 그대는 보살 중에 가장 훌륭한 부가라이시니 저에게 바른 생각과 모든 삼매 방편과 교묘하고 깊은 큰 지혜를 주소서.’

그리고는 즉시 주문을 외워야 한다.

선남자야, 내지는 이런 중생들이 있다. 큰 바다에 들어가 모든 진기한 보배를 채취하고자 하거나, 지하의 아수라 궁전에 들어가고자 하거나, 늙지 않는 약을 먹고자 하거나, 견고한 옥에서 풀려나고자 하거나, 사랑하는 것과 헤어질 처지에 있거나, 싫어하는 것과 만날 처지에 있거나, 불난리를 만났거나, 물난리를 만났거나, 칼과 몽둥이의 난리를 만났거나 독충의 난리를 만났거나, 저주를 들었거나, 사자·호랑이의 난을 만났거나, 독사의 난을 입었거나, 도적을 맞았거나, 혹은 허깨비에게 홀렸거나, 공포스러운 갖가지 난리를 만난 중생이 있다. 또는 수갑을 차고 구금되는 난리를 만났거나, 고을 관아에 죄가 기록되었거나, 형벌을 받고 유배되어 목숨이 끊어지려하거나, 혹은 오랜 병에 시달리다 위독하게 평상에 있으면서 병에 핍박되어 죽음을 두려워하거나, 옷과 음식과 침구와 탕약과 살림살이가 궁핍한 중생이 있다. 저들 중생은 새벽녘에 해가 떠오를 때 향기로운 물에 목욕하고 깨끗한 옷을 입고 허공잉보살에게 정례하고 길게 무릎꿇고 합장하여 동쪽을 향해 힘껏, 분수껏 준비한 공양구로 저 보살에게 공양하고 모든 중생을 위해 자비로운 마음을 내서 큰 소리로 이렇게 말해야 한다.

‘허공잉이시여, 큰 자비를 갖추사 모든 중생 위하여 항상 이익을 지으십니다. 저를 생각하소서, 저를 생각하소서. 자비로운 마음으로 부디 저의 마음 관찰하소서. 앞에서 말한 어려움에서 부디 저를 벗어나게 하소서.’

그리고는 이런 게송을 말해야 된다.

저의 복 없는 모양 
원컨대 저에게 공덕을 주소서.


저는 지금 빈천하여 괴롭사오니 
지금 저의 소원 들어주소서.



허공잉보살은 
나의 귀의할 곳, 
이 세상이나 미래 세상이나 
저에게 즐거움을 주소서.

이 때 허공잉보살마하살이 저 중생의 말소리를 듣고는 보살 본래의 몸을 나타내기도 하며, 내지는 어린 남자아이나 어린 여자아이의 몸을 그들 앞에 나타내어 ‘모든 공포와 어려움에서 보호하여 모든 공포를 다 없애주리라’고 위로한다. 내지는 간략히 말하면 가난하고 외로운 중생이나 살림살이가 없거나 직업이 없는 중생이 있다면, 허공잉보살이 그들의 마음을 관찰하여 그들의 소원을 채워주며 결국에는 필요한 모든 것을 베풀어준다.

선남자야, 왕자가 관정(灌頂)의 지위를 얻고자 하며, 직위에 맞는 어떤 것을 얻고자 한다면 그런 모든 왕자는 저 큰 보살에게 공양하고 그 명호를 부르며 힘껏, 분수껏 저 허공잉보살에게 공양해야 한다. 이런 식으로 바라문의 지위를 얻고자 하거나, 큰 부자인 장자의 지위를 얻고자 하거나, 큰 거사의 지위를 얻고자 하거나, 모든 기술을 배우고자 하거나, 내법(內法)을 터득하고자 하거나, 주술을 얻고자 하거나, 예술적인 기교를 배우고자 하거나, 게송 한 구절을 듣고자 하거나, 해탈을 바란다면 그런 중생들은 모두 이 허공잉보살의 이름자를 듣고 새벽녘에 해가 떠오를 때 향기로운 물에 목욕하고 깨끗한 옷을 입고 동쪽을 향하여 길게 무릎꿇고 합장하고 허공잉보살에게 정례해야 한다. 귀의하고 나서는 합장하고 이렇게 권청해야 한다.

‘허공잉이시여, 크게 자비를 갖추셨습니다. 저는 지금 박복하오니 저에게 복된 일을 주시고, 제 마음속의 소원을 채워 주소서.’

그리고는 이런 게송을 말해야 한다.

저의 마음에 구하는 것 
빠짐도 모자람도 없게 하소서.


부디 불쌍히 여기는 마음 내시어 
자비로 저의 원을 들어 주소서.

이 때 허공잉보살은 사람의 귀보다 훌륭한, 깨끗한 하늘 귀로 저 중생의 이런 음성을 듣고 저 중생을 위해 저 중생 앞에 자신의 몸을 나타내 중생의 마음과 그 마음이 행하는 바를 관찰하여 감당할 만한 능력에 따라서 준다. 그러그러하게 저 중생을 위하여 방편을 나타내 보인다.

선남자야, 이 허공잉보살은 이 같은 방편과 공능을 얻어 구족히 큰 지혜의 바다에 들어간다.

이 허공잉보살에게는 이렇게 불가사의한 일이 있다.

선남자야, 어떤 사람이 4대해(大海)에 있는 물을 방울방울 세어서 얼마나 되는지는 알 수 있어도 이 허공잉보살마하살이 뛰어난 지혜와 방편으로 모든 중생들을 교화하는 현작방편(現作方便)은 헤아려 알지 못한다.

선남자야, 가령 어떤 사람이 시방 허공 중에 나타난 곳, 나타나지 않은 곳의 끝이 얼마나 되는지는 알 수 있어도 이 허공잉보살마하살이 훌륭한 방편으로 중생을 교화하는 한계는 얼마나 되는지를 헤아려 알지 못한다.

허공잉보살은 모든 중생을 위하여 교묘한 방편을 짓고 자기 몸을 변화하여 나타내는데, 혹은 부처님 몸이 되어 중생을 교화하며, 혹은 바라문의 몸이 되어 중생을 교화한다. 내지는 처지에 따라 갖가지 몸을 나타내 교화를 받을 자에 맞추어 그 몸을 나타내지만 분별하지는 않는다. 축생의 몸으로 교화를 받을 자에게는 즉시 축생의 몸을 나타내며, 지옥의 몸으로 교화를 받을 자에게는 즉시 지옥의 몸을 나타내어 중생이 있는 곳이면 어디나 그 앞에 나타나 변화몸[化身]을 환히 나타낸다.

잠자리의 꿈에서 몸을 나타내 이익을 얻을 중생에게는 잠자리 꿈속에서 즉시 몸을 나타내며, 목숨이 끊어질 때가 임박하여 오직 미세한 식(識)만 남은 중생이 많은 죄를 멸하여 악도를 끊고 착한 도로 가고자 하면 저 중생을 위해 갖가지 몸으로 변화한다.

생존해 있던 날에 어느 하늘엔가 귀의하여 저 하늘을 봐야만 안락을 얻는 중생이 내지는 장차 착한 데 처하고자 한다면 즉시 저 하늘 몸을 나타내어 그를 기쁘게 한다. 선남자야, 그러므로 이 허공잉보살이 교화하는 몸의 숫자가 얼마나 되는지 한계를 아는 자가 없다.

선남자야, 이 허공잉보살은 이런 불가사의한 방편과, 수승한 지혜·공능을 얻어 특수하고 오묘한 법을 구족하였다. 이 허공잉보살마하살은 이미 모든 부처님의 공덕 바다에 들어갔다.

선남자야, 그러므로 허공잉보살마하살은 마니(摩尼)의 응보(應寶)를 머리에 이고 환히 나타낸다.

이 때 모임 가운데 있는 모든 대중들이 부처님께 들은 바를 따라 허공잉보살을 찬탄하고 나서 허공잉보살에게 즉시 희유하고 특수하다는 생각을 했으며, 극히 존중하고 공경하는 마음을 내어 다 합장하고 우러러 보며 주지(住持)하였다. 갖가지 향기로운 꽃·가루향·바르는 향·번개(幡蓋)·보배 깃대·여러 색깔의 의복·여러 보배로 된 영락과 갖가지 음악을 노래하고 찬탄하며 허공잉보살에게 공양하였다.

그 때 허공잉보살마하살이 앞에 공양구를 가지고 세존께 공양해 바쳤다. 세존께 받들고 나서는 세존 앞에서 길게 무릎 꿇고 합장하고는 부처님께 고하였다.

“세존이시여, 어떻게 오탁악세, 크게 어두운 무명에 뒤덮힌 모든 중생들 안에서 부처님의 일을 하겠습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선남자야, 비유를 들어 말하겠다. 허공은 결박하거나 풀지 못하며, 볼 수도 없고 길을 잃는 일도 없다. 허공의 체는 본래 성품이 청정하지만 허공 안에서 바람의 움직임 때문에 티끌·안개·연기·구름이 나타난다. 그러므로 허공이 깨끗하지 못하다 하지만 물과 비로 인하여 저 티끌 등 모든 장애 하는 것을 여의면 해·달·별이 환히 나타나 바로 시간·라파(羅婆)·시절·밤낮의 길고 짧음·반달·온달·연도의 수를 알게 된다.

마찬가지로 선남자야, 여래의 일체 법, 진여(眞如)는 허공 마음의 본래 모양을 따라 본성이 청정하지만 다만 모든 중생이 객진(客塵)번뇌로 마음과 뜻이 탁함을 이룰 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여래께서 자비 등의 법문으로 자비의 비를 내려 번뇌에 탁해진 모든 중생 무리에게 뿌리면 그들은 즉시 청정해져서 모든 때가 없어진다. 그리하여 저 중생은 마음에 청정을 얻어 즉시 부처님의 해가 세상에 출현한 것을 보고 지혜 광명이 자기를 윤택하게 함을 얻고 부처님 불가사의한 공덕안에서 스스로 깨닫는다.

저들을 수승한 4념처(念處)1)와 8성도(聖道) 가운데 건립하며, 내지는 18불공법(不共法)과 대자대비의 진실한 법 가운데 건립한다. 그러므로 모든 아라한, 벽지불 등 모든 보살의 무리가 세상에 출현한다.

선남자야, 너는 어떻게 생각하느냐? 허공의 성품이 눈에 머물 수 있느냐?”

대답하였다.

“아닙니다, 세존이시여.”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눈이 식(識)에 머물 수 있느냐?”

대답하였다.

“아닙니다, 세존이시여.”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눈이 촉(觸)에 머무느냐?”

대답하였다.

“아닙니다, 세존이시여.”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눈 안에는 촉을 인하여 나는 세 가지 수(受)가 있다. 이 속에 허공의 성품이 머무느냐?”

대답하였다.

“아닙니다, 세존이시여.”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간략히 말한다면 내지는 귀·코·혀·몸도 이와 같이 관찰해야 된다. 선남자야, 너는 어떻게 생각하느냐? 의식[意]이 허공계에 머무느냐?”

대답하였다.

“아닙니다, 세존이시여.” “내지는 의식 가운데 허공이 머무느냐? 이 법들을 인하여 모든 부처님 여래·응공·정변지가 세상에 출현하느냐?”

대답하였다.

“아닙니다, 세존이시여.”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선남자야, 모든 중생들이 허공을 의지해 머무느냐?”

대답하였다.

“아닙니다, 세존이시여.”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선남자야, 너는 어떻게 생각하느냐? 허공의 성품이 중생을 의지하여 머무느냐?”

부처님께서 이 말씀을 하시고 나자 허공잉보살마하살이 부처님께 고하였다.

“세존이시여, 각각 서로 의지하여 머물지 않으며, 자기 경계를 각각 서로 침범하지 않습니다.

세존이시여, 일체 모든 법은 경계가 없습니다. 비었기 때문에 물듦이 없으며, 한결같이 실제이며, 한결같이 여여(如如)합니다. 응당 이렇게 알아야 됩니다.

세존이시여, 허공은 파괴하지 못하며, 분별하지 못하며, 나누지 못하며, 움직이지 않으며, 걸림이 없으며, 싹도 없으며, 씨와 열매도 없으며, 이름자도 없고 사념(思念)도 없습니다.

그렇습니다, 그렇습니다. 세존이시여, 일체 법의 모양도 이와 같이 알고 나면 보살마하살이 일체 법 가운데 무생인(無生忍)을 얻습니다.”

이 때 세존께서 주문을 외우셨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훌륭하다, 훌륭하다. 선남자여, 네가 이 같이 눈을 항복 받고 승사자안상보수빈신후다라니(勝獅子安詳步水嚬申吼陀羅尼)를 얻어 모든 중생이 임종하려고 마지막 숨을 내쉬며 목숨이 넘어가려할 때 번뇌장(煩惱障)과 업장(業障)과 법장(法障)을 없애주고, 이런 장애들을 없애주고 나서는 청정한 세계에 태어나게 하는구나.

선남자야, 네가 한량없고 가없는 모든 부처님 세계에 모든 중생을 위하여 자비로운 마음을 일으켜 촌락·성읍·부성(府省)·현관(縣官)·궁전 및 모든 국토에 가는구나.

그곳에 이르고 나서는 갖가지 형상과 갖가지 몸가짐을 나타내어 대승경전을 설하여 중생을 교화하는구나. 찰리(刹利)의 악행과 사문의 악행과 끊어야 마땅한 갖가지 착하지 못한 업을 모든 착한 법 가운데 자리잡게 하는구나.”

세존께서 이 법을 설하실 때 대중 가운데 한량없고 가없는 모든 하늘과 세상 사람들이 갖가지 삼매다라니와 모든 인(忍)을 얻었다. 더러는 10지법(地法) 가운데 진실한 지혜를 얻기도 하였으며, 만 명 이상이 무생법(無生法) 가운데서 무생인(無生忍)을 얻기도 하였다. 허공이 작위가 있다고 집착하던 중생들은 이 등(燈)의 광명을 얻고 나서는 작위로 하는 보시의 뿌리가 다 단멸하였으며 그 자리에서 작위 없는 보시행을 속히 성취하였다.

부처님께서 경을 설하시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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