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루터기 태자
석존께서 왕사성의 영취산에서 많은 사람들을 모아놓고 설법하셨을 때의 일이다.
당시 인도에 샤그리라는 국왕이 있었다. 오랫동안 왕위에 올라 있었지만 아직도 왕위를 이을 태자가 없었다. 왕은 그것 때문에 밤낮으로 고민을 하여 보시를 하기도 하고 기도를 올리기도 하여 아이가 생기기를 빌었다.
제석천왕(帝釋天王)은 이것을 불쌍히 여겨 의사로 둔갑을 해서 왕을 찾아가 무슨 근심이 있느냐고 물었다. 그래서 왕은 자상히 이야기하여 태자가 없는 것을 한탄하였다. 의사로 둔갑한 제석천은 왕에게,
『히말라야 산중에 영약이 있습니다. 그것을 왕후가 드시면 반드시 왕자가 태어날 것입니다. 제가 그 영약을 캐어 오겠습니다.』
왕은 크게 기뻐하고 영약의 채집을 부탁했다. 의사는 히말라야산으로 들어가 약초를 캐서 왕궁으로 돌아와 젖으로 그것을 다려 왕비에게 권했다.
왕비는 처음부터 이 의사를 믿지 않았다. 더구나 그 약이 몹시도 구렸기 때문에 왕비는 약을 마시려고 하지 않았다. 그래서 의사도 할 수 없이 물러가고 말았다.
그러나 다른 후궁들은 앞을 다투어 그 약을 나누어 마셨다. 이것을 마신 후궁들은 얼마 후에 모두 임신을 했다. 이것을 보자 왕비도 크게 후회하고 그 약을 찾았지만 남아 있을 리가 없었다. 다만 약간 먹다 남은 것이 있어서 이것을 젖으로 다려 마셨더니 왕비도 그 효염이 있어 임신을 하였다.
이리하여 많은 후궁들은 달이 차서 모두 옥동자를 낳았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왕비도 사내아이를 낳았다. 왕은 대단히 기뻐했다.
그러나 얼굴이 몹시도 흉하여 그루터기 같은 모양을 하고 있어서 이 아이를 본 왕이나 왕비도 좋아하지 않았다. 이래서 그 왕자는 그루터기 태자라는 별명이 붙어 냉대를 받게 되었다.
그러나 이 그루터기 태자는 장성함에 따라서 세상에 그 상대가 없는 장사가 되었다. 하루는 이웃나라의 군대가 대거 국경을 침범하였다. 태자는 이것을 맞아 순식간에 격퇴하고 말았다. 그로부터는 왕은 이 태자를 몹시 사랑하게 되었다.
그 무렵 멀리 떨어진 나라에 리히밧사라는 왕이 있었다. 이 왕에게 딸이 하나 있는데 미인으로 그 이름이 높았다. 샤그리왕은 사신을 보내어 친교(親交)를 요청하였더니 리히밧사왕도 쾌히 승낙하였다.
그러나 다른 여섯 나라들도 이 소식을 듣고 공주를 사모한 나머지 다투어 친교를 맺기를 원했다. 그래서 드디어 한 사람의 공주 때문에 군대를 이끌고 서로 다투게 되었다. 그래서 공주의 아버지는 그루터기 태자에게 말했다.
『한사람에게만 허락한다면 다른 사람이 원망한다. 다른 나라들을 모두 무찌르고 온 자에게 공주를 주겠다.』
그루터기 태자는 이 말을 듣고,
『좋습니다. 제가 여섯 나라를 모두 정복하고 오겠습니다.』
태자는 분전역두(奮戰力斗)를 거듭한 끝에 마침내 여섯 나라를 멸망시키고 여섯나라 왕의 목을 그 왕에게 바쳤다. 왕은 크게 기뻐하고 당장 그루터기 태자를 사위로 삼았다. 태자는 공주를 데리고 많은 병졸들을 거느리고 본국에 돌아왔다.
그러나 결혼을 하기는 했으나 공주는 항상 태자의 흉한 얼굴 때문에 무서워 피하고만 있었다. 왕 태자는 그 꼴을 당하자 크게 실망한 나머지 자살을 할 결심으로 산속으로 들어가 버렸다.
제석천은 멀리서 이것을 보고 하계(下界)로 내려와 태자에게로 가서 여러 가지 위로를 하고 한 개의 구슬을 내놓으며 말했다.
『이것을 당신 머리의 가리마가 있는 한 가운데에 놓으십시오. 그러면 나하고 똑같은 모습이 될 것입니다.』
태자는 무릎을 꿇고 이것을 받아 그 구슬을 가리마가 있는 곳에 놓으니 이상하게도 미남자가 되어버렸다. 그는 기뻐서 집에 돌아와 공주와 얼굴을 마주 보았지만 공주는 태자인줄 모르고,
『당신은 뉘십니까.』
하고 물었다.
그래서 태자는 자상하게 구슬을 얻게 된 경위를 이야기 했다. 공주도 크게 기뻐하고 태자를 사랑하게 되었다. 그로부터는 그루터기라는 이름은 없어지고 새로 스다라샤라는 이름이 붙여졌다고 한다.
이때의 샤그리왕은 지금의 슛도다나, 왕비는 마야부인, 그루터기 태자는 석가모니이며, 공주는 야쇼다라부인, 여섯나라의 왕이란 프란나카쇼 등의 육사외도(六師外道)이다.
(菩蔭本生 論第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