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사 조오빙
석존께서 사위국의 기원정사에 있으면서 많은 사람들을 모아 놓고 설법하고 계실 때의 일이다.
바라나시국의 아다왕은 五백 명의 신하를 가지고 있으며, 그 덕망은 이웃 나라에도 잘 알려져 있었다. 그런 까닭으로 이웃 나라들의 여러 왕은 모두 그의 덕을 사모하여 이 나라에 잘 오곤 하였다.
언젠가, 남인도로부터 일기당천(一騎當千)의 강력무쌍(强力無 )한 조오빙이라는 대호걸(大豪傑)이 이 나라의 어느 대신 집에 찾아왔다.
대신은 일찍이 그의 이름을 들어서 알고 있었으므로 곧 국왕에게 알현(謁見)케 하여,
『대왕님이여, 여기 데리고 온 이 사람은 조오빙이라는 용감한 호걸이온데 높은 녹을 주어 데리고 계심이 어떠할까 합니다.』
하고 그는 채용할 것을 권하였다.
아다왕은 대신의 권고를 받아들여 그를 놀랄만큼 높은 녹을 주어 등용하기로 하였다.
그 때에, 이웃나라에 용감한 군대를 가지고 있는 왕이 있어, 아다왕의 명성을 늘 마음속으로 부러워 하여 기회가 있으면 그에게 타격을 주려고 벼르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때, 갑자기 상병(象兵)·마병(馬兵)·차병(車兵)·보병(步兵)의 四군을 갖추어 아다왕의 나라를 쳐들어왔다. 느닷없는 습격을 받은 아다왕은 자기 나라의 안전을 위하여 그 군대를 맞아 싸워 보기좋게 적군을 무찔러 국경 밖으로 격퇴하였다.
싸움에 진 이웃나라의 왕은 참패를 하고 본국으로 돌아갔으나, 어떻게 해서든지 보복을 하지 않으면 안 되겠다고 중신들을 모아 의논한 결과 비라나시국의 대신을 매수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는데 여러 사람의 의견이 일치하여, 밀사(密使)를 보내어,
『우리나라는 다시 한번 귀국을 칠터인데, 대신 여러분은 싸움에 참여하지 않기를 바란다. 만일 전쟁에서 우리 군대가 이긴 날에는 아다왕이 당신들에게 주고 있는 녹의 몇 배를 주어 우대할 터이니……』
하고 아다왕의 중신들을 매수하려 하였다. 명예와 물욕에 눈이 어두워진 대신들은 높은 녹에 탐이 나서, 五백 명의 중신은 불충하게도 아다왕을 배반하고 가까운 이웃의 적국과 내통하게 되었다.
적장을 매수한 이웃 나라의 왕은 이제 되었다고 다시 四군을 동원하여 아다왕을 공격하였다. 아다왕은 부득이 또 군대를 내어 나라를 지키기 위한 싸움을 하지 않으면 안 되게 되었다.
그런데, 적국에 매수된 중신들은 싸움터에 나가기는 했지만, 한 사람도, 칼을 들고 적과 싸우는 사람은 없고 다만 적이 하는 대로 그저 바라보고만 있었다.
이것을 보고 아다왕과 새로 등용된 조오빙은 중신들이 적에게 매수된 것을 비로소 깨닫고, 있는 힘을 다하여 분전하였다.
그 때 조오빙은,
『오랫동안 친하던 벗은 모두,
왕을 버리고 가 버렸네.
오직 한사람 조우빙만이,
언제까지나 왕을 저버리지 않으리.』
하고 노래하였다.
조오빙은 더욱 있는 힘을 다하여 불충한 동료 五백의 대신을 죽였다. 아수라(阿修羅)가 미친 듯이 날뛰는 듯한 무시무시한 모습의 조오빙은 또 다시 적군에게 검을 휘두르며 쳐들어갔기 때문에 적군은 그 용맹에 겁이 나서 퇴각해 버리고 말았다.
아다왕은 그의 큰 용맹과 그 충성을 칭찬하여 더 중용한 것은 말할 나위도 없는 일이다.
아다왕이란 지금의 석가모니시고, 용사 조오빙은 지금의 아난(阿難)이다.
<毘奈耶破僧事第十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