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숭이와 선인
석존께서 왕사성의 영취산에서 많은 사람들을 모아놓고 설법하고 계실 때의 일이다.
우로몬다산의 세 골짜기에 五백명의 연각(緣覺=스승 없이 부처님의 진리를 깨친 사람)과 五백명의 선인과 五백 마리의 원숭이가 각각 살집을 만들어 살고 있었다.
그 중에서 원숭이의 두목은 아주 잔악하여 자기 부하 중에 새끼를 낳은 놈이 있으면 그 새끼를 모두 죽여 버렸다.
암원숭이들은 이것을 슬퍼하여 하루는 비밀리에 모여서 상의를 했다.
『우리들의 두목은 참으로 잔악한 분이다. 우리들이 아이를 낳으면 모두 죽여 버린다. 어떻게 하면 좋겠습니까.』
『다음에 만약 임신을 하면 두목에게 알리지 말고 살짝 나아서 몰래 키우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얼마 후에 한 원숭이가 임신을 했다. 다른 원숭이들은 그를 멀리 아무도 모르는 곳에 데려가 살게하고 매일 교대로 나무 열매를 따다가 먹였다.
이 원숭이는 달이 차서 한 마리의 수컷을 낳았다. 그들은 이를 숨겨 키워서 어엿한 원숭이로 성장시켰다. 그렇게 성숙한 원숭이는 동료들의 집으로 돌아와 잔혹한 두목을 쫓아내고 말았다.
원숭이가 동료들에게서 떨어져 혼자 산 속을 헤매다가 멀리서 연각의 이야기하는 말소리를 들었다. 원숭이는 그 소리를 쫓아서 연각의 집을 찾아가 그들 속에 끼어서 살았다.
그리고 나무 뿌리나 열매를 따와서는 연각에게 바치고 자기는 그들이 먹다 남은 것을 얻어먹고 살았다. 연각들은 식사가 끝나면 반드시 결가부좌(結伽趺坐)를 하고 선정(禪定)에 들어가는 것을 일과로 삼고 있었다. 원숭이도 이를 흉내 내어 식사가 끝나면 똑같이 결과부좌를 했다.
이런 생활을 계속한 얼마 후 연각들은 생각했다.
『이미 깨우칠 것은 모두 깨우쳤다. 우리가 할 일은 모두 끝났다. 이 더러운 육신을 버리고 열반(涅槃)에 들어갈 때가 왔다.』
그들은 하늘로 치솟더니 몸에서 불꽃을 내고 또는 몸에서 감우(甘雨)를 내리고 또는 몸에서 광명을 발하면서 무여열반(소승불교의 최종 목적인 심신을 모두 무로 돌아가게 하는 일. 몸을 재로하고 앎을 멸한다고 해서 대승불교에서는 이를 일종의 허무주의라고 비판하고 있다)에 들어갔다.
그 원숭이는 이것을 보고 슬퍼하며 연각들이 살고 있었던 동궁 안에 들어가 보니 그곳에는 유해가 줄지어 있었다. 원숭이는 반가워서 달려가 그 옷에서 그리운 사람들의 모습을 찾아보려고 했다.
그러나 하늘의 신들은 이 원숭이가 연각의 유해를 먹어 버리지 않을까 걱정하고 급히 원숭이를 동굴 밖으로 내 쫓아버리고 돌로 그 입구를 막아버렸다. 입구가 막힌 것을 보고 원숭이는 소리를 내어 울고 슬퍼하며 자기의 집으로 돌아갔다. 인간의 무리 속에 들어간 이 원숭이는 사람이 그리워 견딜 수가 없었다. 그리고 사람의 목소리를 들어보려고 산중을 헤매어 다녔다.
하루는 산중을 헤매다가 선인의 목소리를 들었다. 이 소리를 듣자마자 그는 길을 잃은 사람이 사람의 목소리를 들은 것처럼 정신없이 그 소리를 찾아 달려갔다. 그곳에는 선인들이 모여서 고행(苦行)을 하고 있었다. 어느 사람은 손을 들고, 어느 사람은 한쪽 발을 들고, 또 어떤 사람은 오열(五熱)로써 몸을 태우고 있었다.
원숭이는 아무런 두려움도 없이 선인들 사이에 끼여서 연각들에게 했듯이 꽃이나 나무 열매를 따서 그들에게 주고 자기는 그 찌꺼기를 얻어먹고 생활을 했다.
얼마 후 이 원숭이는 선인들의 고행을 중단시키고 연각들처럼 결가부좌를 시키고 싶어졌다. 그는 손을 들고 있는 사람 앞에 가서는 그 손을 잡아다녀 내리게 하고 스스로 결가부좌를 해 보이며 자기에게 따르도록 했다. 또 한쪽 발을 들고 있는 사람 앞에 가서는 그 발을 잡아내려 자기가 결가부좌를 해보였고, 오열로 몸을 태우고 있는 사람 앞에 가서는 그 불을 끄고 그 앞에서 결가부좌를 해 보였다. 많은 선인들은 이 이상한 원숭이 때문에 고행을 계속할 수 없었다.
그래서 그들은 스승에게 호소했다.
『이상한 원숭이가 와서 고행을 방해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말하며 그 광경을 자세하게 말했다.
그러자 스승은,
『그 원숭이는 그러한 모습으로 도를 닦는 신선을 보았을 것이 틀림 없다. 그 원숭이를 본 따 결가부좌를 해서 수행을 하십시오.』
스승의 말에 따라 많은 선인들은 결가부좌를 하고 수행했다.
이들 선인들은 과거에 인연이 있었던 모양이다. 가르치는 사람도 없는데도 삼십칠의 도품(道品)을 얻고 연각의 깨우침을 얻었다.
그 후로부터 선인들은 깊이 이 원숭이를 존경하고 손수 나무 열매를 따서 바쳐 그 전파는 반대로 원숭이가 먹다 남은 것을 얻어먹고 생활하였다. 이 원숭이가 죽자 그들은 여러 나라에서 갖가지 향을 구해 와서 장작을 쌓아 화장을 했다고 한다.
이 때의 원숭이는 지금의 우바키쿠타의 전신이다.
<根本說一切有部毘耶藥事第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