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글자를 깨치지 못한 사미
이름이 전하지 않는 스님이 진군(秦郡) 동사(東寺)에 있었다.
한 사미(沙彌)에게 법화경을 가르쳐 주어 매우 깊이 통달하였는데, 다만 약초유품(藥草喩品)의 애체(瞹彩, 뭉게구름) 두 글자만은 가르쳐 주면 잊어버리고 가르쳐 주면 잊어버리고 하여 일천 번에 이르렀으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스님이
「너는 법화경을 환히 통달했는데, 어찌하여 이 두 글자는 그렇게도 깨닫지 못하느냐?」
하고 몹시 꾸짖었다.
그날 밤 스님의 꿈에 한 스님이 나타나서,
「그대는 사미를 너무 꾸짖지 마오. 그 사미는 전생에 절 동쪽 마을에서 우바이(優婆夷, 여자신도)의 몸으로 태어나 법화경을 독송했는데, 그 집 법화경 약초품의 애체 두 글자를 좀이 쏠아 알아볼 수 없으므로 이제다시 태어나 새로 배우게 되자 얼른 깨치지 못하는 것이오.
그 때의 경전이 지금도 아무게 집에 있으니 믿지 못하겠거든 가서 알아보시오.」
하였다.
이튿날 아침 스님이 그 마을에 가서 그 집을 찾아가 주인에게,
「댁에 무슨 경전이 있습니까?」
하고 물으니 주인은,
「예, 법화경 한 권이 있습니다.」
하고 대답했다.
책을 내어다가 보니 과연 약초유품의 그 두 글자가 떨어져 나갔다.
주인이 다시
「이 경전은 죽은 큰 며느리가 살아 있을 때 늘 독송하던 것인데, 죽은 지 17년이 되었습니다.」
고 하였다.
며느리의 죽은 달과 사미의 잉태한 달을 맞추어 보니 틀림이 없었다.
그 뒤 사미는 세상을 마쳤는지 아무도 아는 사람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