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순제와 숲속의 부처

원순제와 숲속의 부처

해주(海州)에서 얼마 되지 않은 북고산(北高山)에는 신광사(神光寺)라는 절이 있다.

이 신광사는 중국 원나라 순제(順帝)가 창건한 절이라고 한다.

순제가 어려서 아목가라는 벼슬에 있을 때, 죄가 있어 고려의 탐라(耽羅-지금의 제주도)로 귀양을 왔다가 나중에는 황해도 대청도(大靑島)로 옮기었다.

별로 감시가 심하지 않았으므로 황해도 연안 일대의 명산대천을 두루 돌아다니다가 해주 북고산에 이르게 되었다.

주위의 경치에 취하여 발길이 닿는 걸음을 옮기다가 문득 수풀 속으로부터 아름다운 빛이 나는 것을 보았다. 이상히 생각하여 점점 가까이 가본즉 부처님 한 분이 수풀 속에 있었다.

그는 부처님 앞에 무릎을 꿇고 엎드려 생각하니 부처님의 신세가 자기의 처지와 비슷한 것처럼 느껴져 더욱 설움이 북받쳐 올라 하소연 하는 것이었다.

「부처님께서 이 설한풍에 우로를 막을 길 없이 묻혀 계시니 애절하기 그지없습니다. 저로서는 다만 이런 마음뿐이지, 귀양살이하는 처지이니 어찌할 도리가 없습니다. 」

하고, 길게 탄식하면서 샘솟듯 흐르는 눈물을 멈추지 못했다.

그러나 부처님은 그리 크지 않았으므로 고이 파내어 맑은 내를 찾아가 말끔히 씻고는 양지바른 어느 큰 바위 밑에다 모시었다. 낙엽 잎에다 정화수를 떠가지고 지극히 3일 동안을 기도드리었다.

「이렇게 꼼작 못하는 귀양살이 신세로서는 어찌할 수 없으니, 부처님이시여, 부디 저를 불쌍히 여기셔서 고국에 돌아가 왕위에 오르게 하여 주신다면, 3개월 이내에 곧 절을 지어 부처님을 모심은 물론 널리 정법을 위하여 이바지할 것을 다짐하옵니다.」

무릎이 터져 피가 나도록 수 없이 절하였다.

나흘째 되던 날 쇠진한 몸으로 발길이 떨어지지 않는, 석별을 고하고 대청도에 이르렀더니 며칠이 못되어 고국인 원나라에서 사신이 배를 가지고 와있었다.

그 간에 나라에 큰 변화가 생겨 귀양살이가 풀리고 임금의 자리에 오르게 되었다는 것이다.

새로 국사를 맡아 산적한 일을 하다 보니 어느덧 3개월이 지났다.

꿈에 북고산 바위 밑에 모셔둔 부처님이 나타났다가 아무 말씀도 않고 돌아서는 것이었다.

그제서 부처님께 맹서했던 기억을 크게 뉘우치고 곧 태감인 송골아(宋骨兒)로 하여금 37명의 유명한 목수를 골라 북고산에 나가 절을 짓게 하였으니 그것이 바로 신광사이다.

<韓國寺刹史料集>

댓글 달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항목은 *(으)로 표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