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을 만나고도 알지 못하다

성인을 만나고도알지 못하다

고씨가 세운 제나라(高齋, 550-1619) 때에 명욱(明郁)대사는 정주(定州)사람으로 어려서부터 마음이 고상하였다.

일찍이 화엄경을 읽다가 오대산에 문수보살이 계신 줄을 알고 경을 지고 들어가서 깊은 골짜기와 높은 봉우리를 안 다닌 곳이 없었다.

하루는 어떤 스님을 만났는데 용모가 이상하였다.

서로 인사하면서

「어리석은 사람을 제도 하소서.」

하였고, 얼마 후에 어디서 오느냐고 물어 사는 곳을 말하였다.

명욱은 동무를 만났다고 기뻐하면서 의심 없이 3일 동안 동행하다가 동대(東臺)에 이르렀더니, 쓰러져가는 집이 있고 중이 몇 사람 있으나 얼굴이 누추하고 행동도 변변치 못하였다.

명욱은 보잘 것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날이 저물어 할 수 없이 그 집에서 자게 되었다.

한 밤중이 되어 동행하던 스님이 병이 나서 자못 위중하더니, 날이 새어도 차도가 없고 악취가 나서 코를 들 수가 없었다.

그 스님이 말하기를

「나는 병이 심하여 동행할 수없으니 스님은 먼저 떠나시오.」

하였다.

명욱은 함께 머무를 수도 없어서

「순례를 마치고 회로에 찾겠노라」

하고, 떠나서 두어 걸음 걷노라니, 뒤에서 댕그랑하는 소리가 들렸다 돌아보았더니 집도 없고 스님도 없었다.

그제서야 성인의 소위인 줄을 깨닫고 자기의 우매함을 한탄하였으나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10여 일을 헤매면서 다시 뵈옵기를 간구하였으나 모두 허사였고, 고향으로 돌아와서 큰 스님께 그 사실을 말하니 큰스님은 이렇게 말했다.

「그대에게 두 가지 허물이 있다. 하나는 스님을 보고 변변치 못하다고 생각한 것이요,

또 하나는 병난 동행을 버린 것이다. 그래서 보살을 만나고도 알아보지 못한 것이니라.」

명욱은 그 말을 듣고 일생에 잊지 않고 병난 이를 간호하는 것으로 수행을 삼았다.

<문수성행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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