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적과 소녀

산적과 소녀

어떤 산골에 아리따운 소녀가 살고 있었다.

마을은 그리 크지 않으나 천연의 요새가 평화를 유지할 수 있도록 모든 조건이 잘 갖추어져 있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모르게 산적 떼들이 그로부터 멀지 않은 곳에 자리 잡아 종종 찾아드는데 처음에는 그래도 양심을 가지고 물건만 빼앗아 갈 정도였는데, 차차 포악하여져서 사람까지 해치는 일이 종종 생기게 되었다.

하루는 산적이 온다는 소문이 쫘악 퍼져 마을 사람들은 씨도 남지 않고 모두 다 도망쳤다.

오직 그 어여쁜 아가씨 한 사람만이 문을 활짝 열어놓고, 방 한가운데서 오똑히 서서 도둑들이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야밤이 되어 급기야 산적들이 나타났다.

「야, 문이 열려 있다?」

한편 의아하게 생각하면서도 한편 거침없이 안으로 쑥 들어갔다.

선봉으로 들어서서 안방으로 들어간 사람이

「얏!」

하고 소리했다.

「무엇이냐?」

대장이 묻자

「사람의 그림자가 있습니다.」

여러 도적들이 그리로 모여 창, 칼을 들고 기습 태세를 갖추었다.

그때, 아무말 없이 두 눈에서 광명을 발하는 어여쁜 소녀가 나타났다.

「너는 누구냐?」

「나는 이 집의 주인입니다.」

「모든 사람들이 다 도망했는데 어하여 너만 남아 있느냐?」

「연약한 여인이 도망치면 어디로 갈 것입니까?」

「딴은 그렇겠다.」

도둑놈 대장은 잠시 마음을 안정시키고 여인을 처다 보았다. 전혀 악의가 없었다.

워낙 흥분된 마음으로 거리를 달려 왔으므로 목이 말랐다.

「물 좀 먹었으면 좋겠다.」

때가 왔다는 듯 처녀는 부엌에 들어가 물을 떠왔다.

그리고 촛불을 켜서 그의 앞에서 그 물을 유심히 들여다보았다.

「뭘 그렇게 보고 있느냐?」

「캄캄한 곳에서 퍼 왔기 때문에 혹 머리칼이나 먼지가 뜨지 않았나 해서 살펴봅니다.」

저윽이 안심이 되었다. 참으로 착한 여자였다.

「참으로 고맙다. 마치 나의 동생과 같구나?」

「나도 대장님과 같이 힘이 세고 잘생긴 오빠가 있었으면 했습니다.」

「그럼 오늘부터 내 동생을 삼겠다. 」

「그렇다면 오빠는 나의 부모님처럼 우리들에게 공포심을 일으키지 아니할 수 있는 오빠가 되어 주세요.」

도둑들은 모두 환호성을 올리고 감격해 하였다. 도둑놈 대장이 눈짓을 하고 나아갔다.

그로부터 그 마을에는 다시는 도둑이 나타나지 않아 옛과 같이 평화로운 마을이 되었다.

도둑놈들도 크게 뉘우치고 그의 말과 같이 그들이 사는 산골을 널리 개간하여 만인을 주제하는 만덕(萬德)을 건설하였다.

<속편 영험설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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