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경찬잡비유경(衆經撰雜譬喩經) 02. 하권

중경찬잡비유경(衆經撰雜譬喩經) 02. 하권

23

외국에 용을 저주하는 어떤 사람이 있었다. 그는 항아리에 물을 담아 가지고, 용이 사는 못 가에 가서 일심으로 주문을 외웠다. 그 용은 곧 큰 불이 못 밑에서 일어나 온 못이 다 끓는 것을 보고, 몹시 당황하여 머리를 내어 산을 바라보았다. 거기서 다시 큰 불이 모든 산을 태우는 것을 보고, 다시 산꼭대기를 우러러보았으나, 거기는 허공뿐이어서 머무를 곳이 없었다.

그리고 모두가 다 뜨거워 도망할 곳이 없었는데, 오직 항아리 속에 물이 있어서, 그 불을 끄고 몸을 피할 수 있음을 보고, 몸을 조그만하게 만들어 항아리 속으로 들어갔다.

그 용이 사는 곳은 욕계에 비유한 것이요, 바라보는 산은 색계에 비유한 것이며, 우러러보는 산꼭대기는 무색계에 비유한 것이요, 용을 저주하는 사람은 보살에 비유한 것이다. 그리고 항아리의 물은 열반에 비유한 것이요, 그 주술(呪術)은 방편에 비유한 것이며, 큰 불이 타는 것은 덧없음을 나타낸 것이요, 용의 큰 몸은 교만에 비유한 것이며, 조그마한 몸으로 변하는 것은 겸손에 비유한 것이다.

이것은 보살이 겁(劫)이 다하여 욕계와 색계가 모두 불타는 것을 나타내어, 덧없음의 큰 불에 두려워하는 중생들로 하여금 교만을 버리고 겸손하게 된 뒤에 열반에 들어가게 한다는 것을 말한 것이다.

24

옛날 어떤 새 잡는 사람[捕鳥師]이 늪 위에 그물을 치고, 새 먹이를 그 안에 두었다. 새들이 짝을 지어 다투어 와서 먹이를 먹을 때, 새 잡는 사람은 그물을 당겨 새를 모두 그물 속에 떨어지게 하였다.

그 때 어떤 새 한 마리는 몸이 크고 힘도 세어, 몸으로 그 그물을 들고 여러 새들과 함께 날아갔다. 새 잡는 사람은 그 그림자를 바라보며 쫓아갔다.

어떤 사람이 새 잡는 사람에게 말하였다.

“새는 허공을 날아가는데 너는 걸어서 쫓아가는구나. 어찌 그리 어리석은가?”

새 잡는 사람은 대답하였다.

“그렇지 않다. 해가 저물어 저 새들이 깃들 곳을 찾을 때에는, 나아가는 곳이 같지 않아서 반드시 떨어질 것이다.”

그리하여 그는 쉬지 않고 쫓아갔다.

해가 차츰 저물어갔다. 올려다 보니 새들은 어지러이 날면서 서로 다투었다. 혹은 동쪽으로 가려 하고, 혹은 서쪽으로 가려 하며, 혹은 숲으로 가려 하고 혹은 못으로 가려 하였다. 이렇게 쉬지 않고 다투다가 어느새 모두 떨어졌다.

그리하여 새 잡는 사람은 그것을 모두 잡아 차례로 죽였다.

새 잡는 사람은 파순(波旬)과 같고, 그물을 치는 것은 매어부림[結使]과 같으며, 그물을 진 채로 나는 것은 사람이 매어부림을 떠나지 못한 채 생사를 벗어나려는 것이요, 해가 저물어 그치는 것은 사람이 게으른 마음을 내어 더 나아가지 않는 것과 같으며, 깃들 곳을 찾되 꼭 같지 않은 것은 예순두 가지 소견을 일으켜 항상 서로 반대하는 것이요, 새가 땅에 떨어지는 것은 사람이 삿된 소견의 갚음을 받아 지옥에 떨어지는 것과 같다.

이것은 매어부림과 번뇌는 악마의 그물이라는 것을 밝힌 것이다. 두 가지 길 중에서 몸과 말을 잘 단속하여, 방일함으로써 이 그물 속에 있지 않도록 하라. 세 가지 나쁜 길의 괴로움은 생사가 길고 멀어 견딜 수 없는 곳이다.

25

옛날 5백 명의 상인이 보배를 구하려고 배를 타고 바다에 나아갔다.

마침 마갈고기가 머리를 물 위에 내고 입을 벌리고 중생을 잡아먹으려고 하였다.

그 때 바람은 적은데 배는 화살처럼 빨리 달렸다. 우두머리 상인은 여러 사람들에게 말하였다.

“배가 너무 빨리 간다. 돛을 내려라.”

그 말대로 곧 돛을 내렸으나 배는 더욱 빨리 달려 멈출 수가 없었다.

우두머리 상인은 망루(望樓) 위에 있는 사람에게 물었다.

“무엇이 보이는가?” “위에는 두 개의 해[日]가 떠 있고 밑에는 흰 산이 있으며 중간에는 검은 산이 보입니다.”

우두머리는 놀라면서 말하였다.

“그것은 큰 고기이다. 어찌하겠느냐? 나와 너희들은 지금 모두 곤액(困厄)을 만났다. 저 고기 뱃속에 들어가면 다시 살아날 도리가 없다. 너희들은 제각기 그 섬기는 바를 따라 일심으로 살려주기를 빌어라.”

이에 여러 사람들은 각기 그 받드는 바에 일심으로 귀의하여 액난에서 벗어나기를 빌었다. 그러나 구하는 바가 간절할수록 배는 더욱 빨리 달려가서 잠시도 쉬지 않고, 곧 고기 입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이에 우두머리는 여러 사람들에게 말하였다.

“나는 큰 신(神)을 부르는데 이름을 부처라 한다. 너희들은 본래 받들던 것을 버리고 일심으로 이 부처님을 불러라.”

그 때 5백의 사람들은 모두 큰 소리를 내어 불렀다.

“부처님께 귀의합니다.”

고기는 부처님의 이름을 듣고 생각하였다.

‘지금 이 세상에 부처님께서 계시는데 내가 어찌 진짜로 중생을 해치겠는가?’ 이렇게 생각하고 곧 입을 다물었다. 물은 모두 거꾸로 흘러 고기 입에서 자꾸 멀어져 5백 명의 상인들은 한꺼번에 그 액을 벗어나게 되었다.

그 고기는 전생에 도인으로서 죄를 짓고 고기 몸을 받았는데, 일찍이 부처님의 명성을 들었기 때문에, 이내 전생 일을 기억해 생각하고 착한 마음이 생겼던 것이다.

이것은 5백 명의 상인이 다만 일심으로 부처님을 생각하고 그 명호를 부른 것만으로도 곧 천지에 가득한 재난에서 벗어나게 된 것을 밝힌 것이다. 그런데 하물며 부처님을 생각하는 삼매를 받들어 가져 중한 죄를 가볍게 하고 가벼운 죄를 소멸하게 하는 그런 갚음이야 어찌 대단한 것이 아니랴.

26

옛날 어떤 백정[屠兒]이 아사세왕에게 가서 한 가지 소원을 청하였다.

왕은 물었다.

“네 소원이 무엇인가?”

그는 대답하였다.

“왕께서 명절 모임 때에는 반드시 짐승을 잡을 것인데, 그 일을 제게 맡기시면 제가 다 하겠습니다.” “짐승을 죽이는 일은 아무도 좋아하지 않는데, 너는 왜 그것을 기꺼이 하려고 하는가?”

그는 대답하였다.

“저는 전생에 가난하여 백정 집에서 일하면서 살았습니다. 그 때문에 사천왕(四天王)에서 났다가 거기서 천수가 다하여 인간으로 태어나 계속해서 양백정 노릇을 하였고, 거기서 목숨을 마치고는 둘째 천상에 났습니다. 이렇게 여섯 번 양백정 노릇을 하였기 때문에 여섯 하늘에 두루 나서 한량없는 복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지금 왕에게 청하는 것입니다.”

왕은 말하였다.

“비록 네 말과 같다 하더라도 무엇으로 그것을 알았는가?” “저는 전생 일을 압니다.” “저것은 거짓말이다. 저런 하천한 사람이 어떻게 전생을 알겠는가?”

그 뒤에 부처님께 나아가 여쭈었다. 부처님은 대답하였다.

“진실로 그 말과 같고 거짓말이 아닙니다. 그 사람도 전생에 일찍 벽지불을 만나보고 기쁜 마음이 생겨 지극한 마음으로 자세히 살펴보면서, 그 머리를 우러러보고 그 발을 내려다보다가 곧 착한 마음을 냈습니다. 그 공덕으로 낱낱 여섯 하늘에 두루 나게 되었고, 인간에 내려와 나서는 스스로 전생 일을 알게 된 것입니다.

복덕이 익었기 때문에 여섯 번 천상과 인간에 나게 되었고, 그 죄가 아직 익지 않아 지금 당장은 과보를 받지 않지마는, 저 몸을 마친 뒤에는 반드시 지옥에 떨어져 양백정의 갚음을 받을 것이요, 지옥에서 나와서는 양의 무리로 태어나 낱낱이 그 갚음을 받아야 할 것입니다.

그 사람은 전생을 아는 지혜가 옅어서 오직 여섯 천상의 일만을 알고, 과거의 일곱째 몸은 모르기 때문에 양을 잡는 것이 곧 하늘에 나는 원인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니, 이와 같이 다만 전생 일만을 아는 것은 통(通)도 아니요, 명(明)도 아닙니다.”

그러므로 공덕을 닦는 이는 반드시 원을 세우고 함부로 하지 않아 그 과보를 어둡게 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을 이것으로 징험을 삼을 수 있다.

27

아난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부처님께서는 왕가에서 탄생하시어 나무 밑에 앉아 6년 동안 도를 생각하시다가 이와 같이 부처님이 되셨는데, 그것은 매우 쉽게 되신 일입니다.”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옛날 어떤 장자는 큰 부자로 온갖 보물을 두루 갖추었으나, 오직 빨간 진주가 없어 그것 때문에 만족하지 못하였다. 그리하여 사람을 데리고 바다에 들어가 구슬을 캘 때, 험한 곳을 많이 지나서야 비로소 보배가 있는 곳에 이르렀다. 거기서 자기 몸을 찌르고 피를 내어서는, 기름주머니에 싸서 바다 밑에 달아 두었다.

구슬합자[珠蛤]는 그 피 냄새를 맡고 그것을 먹고서야 합자[蚌]를 내게 되는데, 그 조개를 쪼개어 구슬을 꺼냈다. 이렇게 3년 동안 구슬을 캔 뒤에야 비로소 빨간 진주[珮] 하나를 얻어 바닷가로 도로 나왔다.

동행한 친구는 그가 좋은 보물을 얻은 것을 보고, 그것을 가지려고 함께 나가 물을 긷다가 그를 우물에 밀어 넣고 그 위를 덮고는 떠났다.

그는 우물 밑에서 오래 있다가, 어떤 사자 한 마리가 그 곁의 구멍으로 들어와 물을 먹는 것을 보았다. 그는 그것을 보고 또 겁이 났다가, 사자가 떠난 뒤에 이내 구멍을 찾아 본국으로 돌아왔다.

그는 그 친구 집으로 가서 친구를 불러 말하였다.

‘그대는 아무도 모르게 내가 얻은 보물을 가졌고 또 나를 해치려 하였다. 그대는 그것을 가만히 내게 돌려주라. 그러면 나는 끝내 폭로하지 않으리라.’

그 사람은 당황하여 구슬을 모두 돌려주었다. 구슬 주인은 그것을 가지고 집에 돌아왔다. 집에 있는 두 어린애가 구슬을 가지고 놀다가 서로 물었다.

‘이 구슬이 어디서 났는가?’ ‘이 주머니 속에서 나왔다.’ ‘우리집 항아리 속에서 나왔다.’

아버지가 그것을 보고 웃으니, 그 부인이 물었다.

‘왜 웃으십니까?’

그러자 그는 말하기를, ‘나는 그처럼 애를 써서 저 구슬을 얻었소. 아이들은 내게서 저것을 얻었는데 그 내력을 알지도 못하고 항아리 속에서 나왔다고 말하는 것이오’라고 하였다.”

부처님께서 이어 말씀하셨다.

“너는 다만 내가 부처가 된 것만 보고 내가 수없는 겁 동안 공부한 끝에 지금에야 얻은 것을 알지 못하고서 그저 쉽게 얻었다고 말하는 것이, 마치 그 어린애들이 그 구슬을 주머니 속에서 나왔다고 말하는 것과 같으니라.”

그러므로 만행(萬行)을 닦으려면 여러 겁 동안 공을 쌓아야 하는 것이요, 다만 하나의 일이나 하나의 행이나 하나의 몸으로만 얻어지는 것이 아니니라.

28

옛날 어떤 길잡이가 보배를 캐러 바다에 나아갈 때 5백 사람이 그를 따라 떠났다.

길잡이는 그들에게 말하였다.

“바다에서는 다섯 가지 어려움이 있다. 첫째는 사나운 물결이요, 둘째는 거센 소용돌이며, 셋째는 큰 고기요, 넷째는 여자 귀신이며, 다섯째는 취하는 과실이다. 이 어려움을 견딜 수 있어야 같이 갈 수 있을 것이다.”

여러 사람은 약속을 마치고는 바람을 타고 바다에 들어가 보물섬에 이르러 각기 보물을 캐기 시작하였다.

그 중의 한 사람은 과실의 향내를 이기지 못해 그것을 먹었는데 한 번 취하면 이레나 갔다.

다른 사람들은 보물도 풍족하게 캐고 또 돛에 바람이 불어 돌아가려고 북을 울려 사람들을 모았다. 그러나 한 사람이 타지 않아 사방으로 찾다가 그가 취해 나무 밑에 누워 있는 것을 보았다. 그래서 붙들고 돌아와 나뭇가지를 꺾어 지팡이 삼게 하여 함께 본국으로 돌아왔다.

집안 사람들은 돌아왔다는 소식을 듣고 기뻐하여 모두 나와 맞이하였다. 그러나 취한 사람은 아무 얻은 바가 없는 것을 보고 혼자 시름하고 슬퍼하였다. 그래서 그는 쓸쓸히 지팡이를 짚고 들어갔다. 어떤 장꾼이 지팡이 값으로 2만 냥을 내놓기에 그는 팔면서 물었다.

“이 지팡이가 어떤 공덕이 있는가?” “이것은 보배 나무로서 이것을 태워 기왓장이나 돌에 연기를 쏘이면 그것들이 모두 보물이 되오.”

그는 그것을 후회하고 조금 얻어 가지고 돌아가 시험하였더니, 과연 그 말과 같아서 연기에 쐬이는 것마다 모두 온갖 보배로 변하였다.

비유하면 길잡이는 보살을 말하는 것이요, 다섯 가지 어려움은 5음(陰)을 말하는 것이며, 보물섬은 반야의 일곱 가지 재물이요, 취함이란 마음을 멋대로 놓아 게으름 피우는 것이며, 보배 나무를 꺾는 것은 스스로 닦고 힘써 다시 정진하는 것이요, 기왓장이나 돌에 연기를 쏘여 보배가 된다는 것은 법의 도로써 온갖 악행에 쏘여 모두 법의 그릇으로 만든다는 뜻이다.

29

옛날 어떤 산중에 사문 두 사람이 한가히 살면서 도를 닦아 6통(通)을 얻었다.

거기서 멀지 않은 곳에 사자 한 마리가 새끼 두 마리를 낳았다. 사자 어미는 어디를 다녀오려고 가만히 생각하였다.

‘오직 도력이 있고 자비스러운 저 두 사람이면 이것들의 목숨을 맡길 만하다’

그리하여 곧 그들에게 말하였다.

“어디를 좀 갔다 오겠는데 저 두 새끼를 사람이 해칠까 두려우므로 도인님에게 맡길까 합니다. 부디 사랑하고 보호하여 주시면 돌아와서 뵙겠습니다.”

도인은 허락하였다. 사자는 갔다가 돌아와 그 새끼들이 도인들에게 의지해 있는 것을 보고 그대로 두고 또 갔다. 도인들은 걸식하고 돌아오면 남은 밥을 같이 먹었다. 그래서 사자 새끼는 도인들이 돌아오는 것을 볼 때마다 기뻐하면서 나와 맞이하였다.

도인이 떠난 뒤에 새끼들은 사냥꾼을 만나 풀 속으로 달려 들어갔다. 사냥꾼은 도인으로 꾸미려고 그 방에 있는 가사를 입고 풀 속으로 들어가 그들을 사로잡으려 하였다. 사냥꾼은 그들을 때려 죽여 가죽을 벗겨 천금의 가치가 있는 사자가죽의 옷을 만들었다.

도인들은 돌아와 사자 새끼가 보이지 않으므로 선정에 들어 관하여 그들이 사냥꾼에게 죽은 것을 알고 곧 신통의 힘으로 그 가죽을 뺏아와 요를 만들고 그 위에 앉아 입으로 축원하였다.

그리고 다시 선정에 들어 관하여 그들이 그 나라의 어떤 장자 집의 쌍둥이로 태어날 것을 알았다. 도인은 그 집에 가서 장자에게 물었다.

“무엇이 부족합니까?”

장자는 대답하였다.

“오직 자식 없는 것이 걱정입니다.”

도인은 곧 장자를 위하여 아들을 구하겠다고 대답하자, 장자는 매우 기뻐하였다. 도인은 말하였다.

“만일 아들을 얻는다면 무엇으로 갚겠습니까?”

장자는 대답하였다.

“아들이 자라나면 보시하여 사미로 만들겠습니다.”

도인은 말하였다.

“이 약속을 잊지 마시고 오직 아이 배기를 기다리시오.”

장자는 그 뒤에 과연 쌍둥이 아들을 낳아 1년 밖에 안 된 듯한데 어느새 8, 9세가 되었다.

도인이 지나가는 것을 보고 두 아이는 저절로 기쁜 마음이 생겼다. 도인은 장자에게 말하였다.

“본래의 맹세를 아십니까?”

장자는 감히 맹세를 어기지 못하여 곧 두 아들을 사문에게 주었다. 사문은 그들을 데리고 산에 들어가 공부를 시켜 오래지 않아 그들도 아라한이 되어 항상 제 가죽 위에 앉아 있었다.

그리하여 날마다 선정에 들어 스스로 관하다가 이내 그 자리가 자기 전생 몸의 가죽임을 알고 각기 일어나 사례하였다.

“스승님의 은혜로운 힘은 우리들로 하여금 도를 얻게 하셨으니, 이것은 다 자비스런 생각의 힘입니다.”

짐승의 선한 마음도 오히려 해탈하거늘, 하물며 지극한 마음으로 원을 세워 어찌 해탈하지 못하겠는가?

30

옛날 어떤 백정이 도인에게 공양하려 하였으나 자기의 악행 때문에 가지 못하고 있었다.

그 뒤에 새로 된 어떤 사문의 위의가 의젓한 것을 보고 그는 그를 청하여 자기 집으로 돌아가 음식으로 공양하였다. 공양을 마치고 돌아가려 할 때에 그는 도인에게 청하였다.

“원컨대 몸을 마칠 때까지 저의 집에서 공양하십시오.”

도인은 곧 받아들였다. 그리하여 오랫동안 사귀어 친하게 되자, 그 앞에서 살생하는 것을 자주 보고도 감히 나무라지 못하였다.

여러 해를 지낸 뒤에 그 백정의 아버지가 죽어 강물 속의 귀신이 되었다가, 칼로써 제 몸을 베어 본래의 얼굴로 돌아왔다.

도인이 강을 건널 때 귀신은 그 배를 붙잡고 사공에게 말하였다.

“이 도인을 죽여 강물 속에 던져 버려야 보내 주리라.”

사공은 매우 두려워하여 떨고 있었다.

귀신은 다시 말하였다.

“옛날 우리집에서 이 도인을 여러 해 공양하였지마는 그는 우리의 살생하는 것을 보고도 나무라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이런 재앙을 받았기 때문에 그를 죽이려고 하는 것이다.”

사공은 말하였다.

“보통 살생으로도 그런 재앙을 받았거늘, 하물며 도인이겠는가?”

귀신은 말하였다.

“나는 네가 원망함을 안다. 만일 나를 위해 보시하여 복을 짓고 내 이름을 불러 축원해 준다면 놓아 주리라.”

사공은 그를 위해 복을 지어 주기를 승낙하고, 귀신은 그를 놓아 주었다. 도인은 곧 귀신을 위해 보시회를 열고는 그의 이름을 부르며 축원해 주었다.그리고 다른 사람도 그를 위해 보시회를 열고는 강에 나가 귀신을 불러 물었다.

“너는 복을 얻었는가?”

귀신은 말하였다.

“복을 얻었다. 이제는 고통이 없다.”

사공은 다시 말하였다.

“내일 너를 위해 복을 지을 것이니 올 수 있겠는가?” “갈 수 있다.”

이튿날 아침에 귀신은 바라문의 형상으로 변하여 그 집에 가서 손수 공양하고 스스로 축원을 받았다. 상좌가 그를 위해 설법하니 귀신은 곧 수다원의 도를 얻고 기뻐하면서 떠났다.

그러므로 주인과 손의 도리로는 마땅히 그 잘못을 충고하여 바르게 하여야 하나니, 비록 나쁜 길에 떨어지더라도 좋은 인연은 여전히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선지식은 바로 좋은 인연이라 할 수 있느니라.

31

옛날 어떤 장사꾼들이 보배를 캐러 바다에 나아갔을 때 큰 용신(龍神)이 배를 들어 뒤엎으려 하였다. 사람들은 모두 두려워하였다. 용은 말하였다.

“너희들은 혹 아무 나라에서 노닌 일이 있는가?”

뱃사람들은 대답하였다.

“일찍이 지나간 일이 있다.”

용은 다섯 되들이의 큰 알 하나를 주면서 말하였다.

“너희들은 이 알을 그 나라 시장 복판의 큰 나무 밑에 묻어 두라. 만일 그렇게 하지 않으면 뒷날에 너희들을 죽이리라.”

그들은 승낙하고 뒤에 그 나라를 지나면서 알을 시장의 큰 나무 밑에 묻어 두었다. 그 뒤로 그 나라에는 재앙과 역병(疫病)이 많았다. 그 나라 왕은 도술을 가진 사람을 불러 점치게 하였다. 그는 말하였다.

“큰 뱀 알이 이 나라에 있기 때문에 재앙과 역병이 있습니다.”

왕은 곧 조사하여 그것을 파내어 태워 버렸다. 그러자 병은 모두 없어졌다.

그 뒤에 장사꾼들은 바다에 들어갔다가 용신을 만나자, 용신은 그 사정을 다시 물었다 장사꾼들이 말하였다.

“전날 용신이 시키는 대로 그 알을 시장에 묻었더니, 그 나라에는 나쁜 병이 많았다. 그래서 왕은 어떤 범지를 불러 그것을 점쳐 알고, 알을 파내어 태워 버렸더니 병자들이 모두 나았다.”

용신이 말하였다.

“그 종놈들을 죽여 버리지 못한 것이 한스럽다.”

뱃사람은 물었다.

“왜 그렇게 말하는가?” “너희들은 일찍이 아무 나라의 건장한 사내 아무개의 이름을 들은 일이 있는가?” “들었다. 그는 이미 죽었다.”

용신은 말하였다.

“그가 바로 나다. 내가 살아 있을 때 그 나라 사람들을 해치기 좋아하였지마는, 그들은 조금도 나를 가르치거나 꾸짖지 않고, 나를 칭찬만 하였다. 그래서 나를 이 뱀의 무리 속에 떨어지게 하였으므로 나는 그들을 모두 죽이려고 한 것이다.”

그러므로 사람은 마땅히 서로 충고하여 선을 따라 순종할 것이요, 제 세력을 믿고 남을 해침으로써 앉아서 그 화를 부르지 않도록 하여야 한다. 삼악도의 괴로움은 다만 그 말로만 들을 것이요, 몸으로 살 곳은 아니니라.

32

옛날 바라내국에 5백 명 장님이 있었다. 그들은 돌아다니면서 구걸하였는데, 마침 세상의 흉년을 만나 아무것도 얻지 못하였다.

그들은 저희끼리 의논하였다.

“지금 부처님은 사위성에 계시면서 사람들로 하여금 보시하게 하신다. 우리도 저 나라에 가면 목숨을 구제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각기 말하였다.

“한 사람을 사서 우리를 끌고 저 나라로 가게 하자.”

그들은 각각 은전 한 푼씩을 내었다.

품팔이꾼은 곧 그들을 데리고 그 나라로 가기를 승낙하고, 이내 길을 떠나다가, 그들에게 말하였다.

“이 밑에는 길이 험합니다. 당신들은 그 가진 돈을 내게 맡기시오. 혹 도적을 만나더라도 내가 간직하겠습니다.”

장님들은 각기 가진 돈을 모두 그에게 맡겼다. 그는 돈을 받자 그들을 버려 두고 떠나버렸다.

장님들은 며칠을 돌아다니다가 굶주리고 목말랐으며 갈 길을 알지 못하였다. 그래서 그들은 모두 부처님께 귀의하며 말하였다.

“거룩하신 부처님은 저희들을 가엾이 여겨 이 액을 면하게 하여 주소서.”

부처님께서 갑자기 그들 앞에 신(神)을 나타내어, 손으로 그들의 머리를 어루만지셨다. 그들은 모두 눈이 밝아지고 배가 불러졌다. 그리하여 기뻐 뛰면서 부처님의 제자 되기를 원하였다. 그러자 수염과 머리털은 곧 떨어지고 가사가 입혀지고 발우가 들려졌다.

부처님은 그들을 위해 설법하시니, 그들은 모두 아라한이 된 뒤에, 날아서 부처님을 따라 기원(祇洹) 동산으로 돌아왔다.

아난은 부처님께 아뢰었다.

“저 5백 사람들은 전생에 어떤 죄와 복을 지었습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지나간 세상에 어떤 장자가 있었다. 그는 품꾼 5백 명을 부렸는데, 그 5백명 품꾼들은 품값을 먼저 받고는 그를 버리고 모두 흩어져 가버렸다. 그 때문에 그 뒤로는 여러 세상을 지내면서 그들은 이런 액을 받았으니, 그 때의 장자가 바로 지금 돈을 가지고 간 저 사람이다. 그들은 빚을 갚고, 마침 나를 만나 마음이 열리어 모두 도를 얻었으니, 죄와 복은 이와 같으니라.”

그러므로 사람이 업을 짓는 일은 똑같지가 않아서, 혹은 업을 짓는 일이 되고 혹은 업을 갚는 일이 되는 것이니, 삼가지 않아서는 안 되느니라.

33

옛날 어떤 두 사람은 매우 친한 친구가 되어 조금도 서로 어기지 않았다.

그 뒤에 한 사람은 죽을 죄를 범하고 곧 도망쳐 그 친구집으로 갔다. 친구는 문을 열지 않고 도리어 물었다.

“그대는 어떤 사람인가?”

그는 대답하였다.

“나는 그대 친구인데 죄를 짓고 왔다.”

친구는 말하였다.

“무사할 때에는 친구가 되지마는 급할 때에는 각기 떠나야 한다. 그러므로 들일 수 없다.”

그는 매우 섭섭히 여기면서 가만히 생각하였다.

‘사람이 무사할 때에는, 드나들고 오가며 음식을 먹을 때도 서로 떠나지 않다가, 어찌하여 급할 때에는 서로 버리는가. 이것이 어찌 두터운 우정인가?’

그리하여 그 곳을 떠나 산으로 들어가려 하였다.

또 어떤 다른 선지식이 그 집을 지나자, 그 사람은 곧 문을 열고 감추어 주면서 말하였다.

“그대는 나와 성긴 사이지마는 나는 그대를 안온한 곳으로 보내 주리라.”

그리고는 곧 수레에 보물을 싣고 함께 다른 나라로 가서 그 나라의 왕과 여러 장자들에게 알리어, 궁실을 짓고 농사와 재보를 마련하여 모든 것을 이바지한 뒤에 그를 두고 돌아왔다.

그 때 부처님은 이 사람을 보시고 곧 비유로 말씀하셨다.

“죄를 범한 사람은 사람의 정신과 같고 친한 벗은 네 가지 요소로 된 몸과 같으며, 선지식은 삼귀(三歸)와 5계(戒)와 같은 것이다.”

이것은 사람이 이 몸을 기를 때 맛있는 음식 따위의 네 가지 일에 하나도 모자람이 없이 하지마는, 죽음이 와서 나쁜 길에 떨어지게 되었을 때, 피할 곳을 구하나 어느 새 문을 닫고 받아 주지 않는 데 비유한 것이다.

뒤에 선지식이 왔을 때에는 그는 선지식을 데리고 다른 나라로 가서 모든 필요한 것을 대어주되 모자람이 없게 하는 것은, 보시와 계율은 몸이 죽게 될 때 복의 힘에 끌리므로, 천상으로 가서 일곱 가지 보배의 궁전에 살면서, 하늘보배 옷을 입고, 온갖 맛있는 하늘 음식이 저절로 와서 지극한 즐거움이 한량없다는 데 비유한 것이다.

그러므로 사람이 세상에 나서 자기의 이양(利養)을 탐함으로써 지은 복을 감하지 말라. 그것은 네 가지 요소의 몸을 기르는 것과 같아서 아무 이익이 없는 것이다. 그러므로 지혜로운 사람은 수행하여야 하느니라.

34

부처님께서 열반에 드신 지 백 년 뒤에 어떤 국왕은 천신(天神)을 섬겼다.

그 제사 때에는 소와 양·돼지·개·닭 따위를 각기 백 마리씩 쓰는데, 그것을 모두 요리사에게 주어 죽이게 하였다.

요리사 중에 어떤 우바새가 있어 그는 말하였다.

“나는 부처님의 계율을 가졌으므로 살생할 수 없습니다.”

요리사의 우두머리는 매우 화를 내어 왕에게 아뢰어 죄를 다스리려 하였다.

왕은 물었다.

“너는 일부러 내 명령을 어기려 하는가? 너를 죽이리라.”

그는 대답하였다.

“나는 부처님 제자로서 5계를 받들어 가집니다. 차라리 내 몸을 죽일지언정 부처님의 교훈을 어기어 살생하지는 않겠습니다. 만일 내가 왕의 명령을 따라 살생한다면, 나는 죽은 뒤 지옥에 들어가 여러 억만 년이 지나서야 죄를 마치고, 나오더라도 항상 목숨이 짧을 것입니다.

그러나 계율을 완전히 가지고 왕에게 죽으면, 죽어서는 천상에 올라가 복을 얻어 소원이 저절로 이뤄질 것입니다. 가령 지금 죽더라도 이 생의 몸을 바꾸어 천상의 몸을 받을 것이니, 죄와 복의 갚음은 그 거리가 아주 멉니다. 나는 이 때문에 죽습니다. 그러나 죽더라도 계율은 범하지 않을 뿐입니다.”

왕은 말하였다.

“이레의 기한을 준다. 그 때에는 코끼리를 시켜 너를 밟아 죽이게 하되, 만일 죽지 않으면 네 말이 진실일 것이다.”

이레 뒤에 그 우바새인 요리사의 몸은 부처님 몸으로 변하고 얼굴은 부처님 얼굴로 화하였다. 왕은 시험하기 위해 5백 마리 코끼리를 보내 밟게 하였다.

그 우바새가 부처님 법대로 곧 손을 들자, 다섯 개 큰 산으로 변하고, 한 산에서 사자 한 마리씩 나왔다. 코끼리는 사자를 보고 모두 두려워 떨면서 땅에 엎드렸다. 그것은 마치 부처님이 세상에 계실 때와 같았다.

그제야 왕은 부처님이 계시는 줄을 진실로 알고, 곧 천신의 제사를 버리고는 그에게서 부처님의 계율을 받았다. 그리고 대신과 관리와 백성들도 모두 그를 따라 계율을 받고, 그는 나라의 스승이 되었다.

현자가 계율을 가져 사람을 제도하는 것이 이와 같으니라.

35

옛날 부처님께서 세상에 계실 때, 어떤 우바이는 아침 저녁으로 부처님께 나아가 공양하되, 정성을 다해 게으른 일이 없었다.

부처님께서 그 뜻을 아시면서 일부러 물으셨다.

“무엇이 소원인가?”

그는 아뢰었다.

“만일 복의 갚음이 있다면 현세에서 아들 넷을 낳는 것이 원입니다.”

부처님께서 다시 물으셨다.

“무엇 때문에 아들 넷을 바라는가?”

그는 아뢰었다.

“만일 네 아들이 자라나면, 하나는 살림을 살되 장사하여 재물을 모으게 하고, 또 하나는 농사와 목축을 맡되 6축(畜)과 곡식을 쌓게 하며, 또 하나는 벼슬을 구해 녹(祿)을 먹으면서 문호를 보호하게 하고, 또 하나는 집을 떠나 사문이 되어 도를 성취한 뒤에는 돌아와서 부모와 모든 사람들을 구제하게 하겠습니다. 네 아들을 원하는 것은 바로 이 때문입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너의 소원을 이루게 하리라.”

우바이는 매우 기뻐하면서 예배하고 떠났다.

그 뒤에 그 우바이는 아들 하나를 낳았다. 그는 총명하고 지혜로워 어머니는 세상에 견줄 데 없이 그를 사랑하였다. 그 뒤 아들은 자라나 어머니에게 물었다.

“어머님은 어째서 이처럼 저를 예뻐하고 사랑하십니까?”

어머니는 말하였다.

“원래 아들 넷을 원하였는데 오직 너 하나만을 얻었으므로, 그 사랑이 모두 너에게 쏠리기 때문이다.”

그리고 자기의 바라는 뜻을 모두 아들에게 말하였다.

아들은 어머니의 말을 듣고 어머니의 뜻에 깊이 감동되었다. 그리하여 곧 장사를 시작하여 1년도 차지 못해 수억의 재물을 얻었다.

다음에는 농사와 목축과 개간에 힘써 소와 말과 쌀이 한량없었다.

다음에는 부지런히 공부하여 벼슬에 오르고는 장가들고 아들을 낳아 드디어 호귀(豪貴)한 문호를 이루었다.

아들은 다시 어머니에게 아뢰었다.

“네 아들을 구한 것은 각기 한 가지씩 일을 맡도록 하신 것인데, 이제 제가 대신하여 세 가지 일은 거의 성취하였습니다. 오직 한 가지 일이 모자라는데 이제 집을 떠나면 매우 좋겠습니다.”

어머니는 말하였다.

“네 아들의 원을 모두 갖추게 되었구나.”

그리고 가만히 생각하였다.

‘네 아들에게 각기 한가지씩 일을 맡겨도 이루지 못할까 걱정하였는데, 이 아이의 성취한 일은 본래의 소망을 넘어섰다. 이 아이로 하여금 집을 떠나게 하면 반드시 도를 이룰 것이다.’

그리하여 곧 집 떠나기를 허락하였다.

아들은 어머니를 하직하고 부처님께 나아가 사문이 되어 완전히 정진하여 오래지 않아 아라한의 도를 얻었다. 그리고는 돌아와 부모와 모든 사람들을 구제하였고, 사람들은 복과 도를 얻었으므로 모두 기뻐하였다.

그러므로 복을 짓고 원을 세우는 것은 오직 한 뜻에 있는 것으로서, 애써 나아가면 얻지 못할 것이 없느니라.

36

옛날 어떤 노모가 있었는데, 오직 하나 있는 외아들이 병을 얻어 목숨을 마쳤다.

노모는 시체를 가져다 무덤 사이에 두고 슬픔을 이기지 못하고 4, 5일 동안을 아무것도 먹지 않았다.

“오직 아들 하나가 있어 이 늙은 몸을 의지하려 하였는데, 이제 나를 버리고 죽었으니, 나는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 나 혼자 돌아갈 수가 없으니 여기서 같이 죽으리라.”

부처님께서 그것을 알고 5백 비구들을 데리고 그 무덤 사이로 가셨다.

노모는 멀리서 부처님의 위신과 광명을 보자, 미혹과 취함이 한꺼번에 깨이어, 부처님 앞으로 나아가 예배하고 섰다. 부처님은 노모에게 말씀하셨다.

“어째서 무덤 사이에 있소?”

노모는 아뢰었다.

“오직 아들 하나가 있었는데 나를 두고 죽었습니다. 사랑하는 정이 너무 간절하여 여기서 같이 죽으려 합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아들을 다시 살리고 싶으시오?” “살리고 싶습니다.” “향불을 구해 오시오. 내가 축원하여 다시 살게 하겠소.”

부처님께서 이어 말씀하셨다.

“그런데 불을 구하되, 사람이 죽어 본 적이 없는 집에서 불을 얻어 와야 합니다.”

이에 노모는 불을 구하러 나가 만나는 사람마다 물었다.

“당신 집에는 혹 지금까지 죽은 사람이 없었습니까?” “선조 때부터 다 죽었소.”

지나는 집마다 물어 보아도 그 대답은 모두 한결같았다.

수십 집을 지났으나 불을 얻지 못하고, 그는 곧 부처님께 돌아와 아뢰었다.

“두루 다니면서 불을 구하였으나 사람이 죽지 않은 집은 없었기 때문에 빈 손으로 돌아왔습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하늘과 땅이 열린 뒤로 한 번 태어나서 죽지 않은 사람이 없거늘, 뒤의 사람이 또 태어난다 하여 무엇을 기뻐하겠소. 그런데 노모는 왜 혼자 미혹하여 아들을 따라 죽기를 원합니까?”

노모는 마음이 열려 덧없음의 이치를 깨달았다. 부처님께서 그로 인하여 자세히 경법(經法)을 설하시니, 노모는 곧 수다원의 도를 얻었다. 그리고 무덤 사이에서 구경하던 수천 사람도 모두 위없는 바른 도의 마음을 내었다.

37

옛날 어떤 한 사람이 두 부인을 거느리고 있었다. 큰 부인은 아이가 없고 작은 부인은 아들 하나를 낳았는데, 얼굴이 아름답고 사랑스러워 그 남편이 매우 기뻐하였다.

큰 부인은 마음으로 미워하지마는 겉으로는 자기가 낳은 아들인 냥 더욱 사랑하는 체하였다.

아이 나이 한 살쯤 되었을 때, 온 집안에서는 모두 큰 부인이 그 아이를 사랑하고 소중히 여긴다는 것으로 알고 의심하지 않았다. 큰 부인은 바늘로 아이 정수리를 찌르되 보이지 않게 깊이 찔렀다. 아이는 병을 얻어 울기만 하면서 젖도 먹지 않았다. 그러나 온 집안 사람들은 아무도 그 까닭을 모르는 중에 이레 만에 죽고 말았다.

큰 부인도 슬피 울었지마는 작은 부인은 생각이 막혀 밤낮으로 쉬지 않고 슬피 울며 음식도 먹지 않고 거의 죽게 되었다.

그 뒤에 작은 부인은 아이가 큰 부인에게 죽은 줄 알고는 원수를 갚으려고 절에 가서 비구들에게 물었다.

“대덕(大德)님, 마음속의 소원을 이루려면 어떤 공덕을 닦아야 합니까?”

비구들은 대답하였다.

“소원을 이루려면 팔관재(八關齋)를 받들어 가져야 합니다. 그렇게 하면 소원이 뜻대로 될 것입니다.”

작은 부인은 곧 비구에게서 팔관재를 받고 떠나 이레 뒤에 죽었다. 그리하여 몸을 바꾸어 큰 부인의 딸로 태어나니 얼굴이 매우 아름다웠다. 큰 부인은 몹시 사랑하였으나 나이 한 살이 되자 이내 죽었다.

큰 부인은 단정히 앉아 음식도 먹지 않고 슬피 울며 상심하는 것은 작은 부인보다 더 심하였다.

이렇게 일곱 번을 되풀이하는데, 혹은 2년, 3년 혹은 4, 5년 혹은 6, 7년이었다. 그리하여 아이 얼굴은 갈수록 더욱 단정하여 앞의 아이보다 곱절이나 훌륭하였다.

최후의 딸은 나이 열넷이 되었을 때, 혼인을 허락하고 막 문을 나가 그날 밤에 갑자기 죽었다.

큰 부인이 울며 괴로워하는 것은 다시 말할 것도 없었다. 음식도 먹지 않고 밤낮으로 슬피 울다가는, 눈물을 흘리며 가서 시체를 널에 넣고도 뚜껑을 덮지 않고 날마다 가보았다. 시체의 빛나는 얼굴은 더욱 아름다워 생시보다 더하였다.

20여 일이 지나 어떤 아라한은 그를 제도하려고 그 집에 가서 밥을 빌었다. 부인은 종을 시켜 한 발우의 밥을 가져다 주게 하였다. 그러나 그는 받으려 하지 않고 종에게 말하였다.

“너의 주인을 만나고 싶다.”

종은 들어가 부인에게 알렸다.

“마님을 뵙고 싶답니다.”

부인은 말하였다.

“나는 지금 근심에 빠져 죽게 되었는데, 어떻게 나가 사문을 뵐 수 있겠느냐? 네가 무엇이나 물건을 가져다주어 돌아가게 하라.”

종은 물건을 가지고 가서 사문에게 주었다. 그러나 그는 여전히 가려 하지 않고 주인을 만나고 싶다고만 하였다.

종은 이렇게 여러 번 갔다 왔다 하였으나 사문은 떠나지 않았다.

부인은 근심스럽고 아무도 의지할 사람이 없어서 생각하였다.

‘사문이 기어코 떠나지 않고 뜻을 어지럽히니 견딜 수가 없구나.’ “불러 오라.”

사문은 안으로 들어가 부인을 보았다. 부인은 자기 손으로 마른 얼굴을 가리는데 머리는 빗질도 하지 않았다. 사문은 말하였다.

“왜 그러십니까?”

부인은 대답하였다.

“지금까지 딸 일곱을 낳았는데 모두 총명하고 사랑스러웠으나 다 죽었습니다. 그 중에서 이 딸이 제일 컸는데, 막 문을 나가려다가 또 갑자기 죽어 나를 이렇게 애통하게 합니다.”

사문은 말하였다.

“머리를 빗고 얼굴을 닦으시오. 당신에게 할 말이 있습니다.”

부인은 여전히 울면서 그치려 하지 않았다. 사문은 말하였다.

“집의 작은 부인은 지금 어디 있습니까? 본래 무슨 죄로 죽었습니까?”

부인은 이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

‘이 사문이 어떻게 그것을 알까?’

사문은 말하였다.

“머리를 빗으십시오. 나는 당신을 위해 말해 주겠습니다.”

부인은 곧 머리를 쓸어 올렸다.

사문은 말하였다.

“작은 부인의 아들은 무엇 때문에 죽었습니까?”

부인은 이 말을 듣고 잠자코 대답하지 않고 마음속으로 부끄러워하여 다시는 말을 못하였다.

사문은 말하였다.

“당신은 남의 아들을 죽여 그 어머니로 하여금 근심하고 괴로워하다가 죽게 하였기 때문에 그 어머니는 일부러 와서 일곱 번이나 자식으로 태어났소. 그것은 바로 당신의 원수로서, 근심과 고통으로 당신을 죽이려 한 것이오. 한 번 더 가서 저 관속의 죽은 딸을 보시오. 어떤가를 알 것입니다.”

부인은 곧 가 보았다. 시체는 이내 문드러져 썩은 냄새로 가까이 할 수 없었다. 사문은 물었다.

“그래도 생각하시오?”

부인은 매우 부끄러워하여 곧 시체를 땅에 묻어 버리고, 그 사문에게 가엾이 여겨 주기를 구하며 계율을 받고자 하였다. 사문은 말하였다.

“내일 절에 오시오.”

죽은 여자는 이내 독사가 되어, 그 부인이 계율을 받으러 갈 줄을 알고 도중에서 기다리다가 물어 죽이려고 하였다. 그리하여 부인이 갈 때 독사가 앞을 막아 더 갈 수가 없었다. 날이 어두워지려 하였다. 부인은 매우 당황하여 가만히 생각하였다.

‘나는 사문에게 가서 계율을 받으려 하는데 이 독사가 왜 내 앞을 막고 가지 못하게 하는가?’

사문은 그것을 알고 곧 부인이 있는 곳으로 갔다.

부인은 사문을 보고 기뻐하여 앞으로 나와 예배하였다.

사문은 독사에게 말하였다.

“네가 후세에 다시 남의 작은 부인이 되어 서로 죽이기로 하면 그것은 끝이 없을 것이다. 이 세상에서 큰 부인이 한 번 너의 아들을 죽였다 하여, 너는 이미 일곱 번이나 그를 괴롭게 하였다.

지금까지 너의 죄는 다 제도될 수 있다. 그러나 이 부인이 지금 계율을 받으러 가는데 네가 그 길을 막으면, 너는 세상마다 지옥에 들어가 끝날 때가 없을 것이다. 지금 그 독사의 몸이 이 부인의 몸과 어떠한가?”

독사는 이 말을 듣고서야 비로소 전생 일을 스스로 알고는 마음이 답답하여 몸을 오그리며 머리를 땅에 대고 숨도 쉬지 않으면서 사문의 말을 생각하고 있었다.

사문은 축원하였다.

“너희들은 전생에 서로 괴롭혔지마는 그 죄는 지금부터 끝났으니 이제는 세상마다 다시 나쁜 뜻으로 서로 대하지 말라.”

그들은 모두 참회하였다. 그리고 독사는 곧 목숨을 마치고 인간에 태어났다.

부인은 사문의 말을 듣고, 마음이 열리고 뜻이 풀리어 기뻐하면서 수다원의 도를 얻었다. 그리고 사문을 따라가서 계율을 받고 우바이가 되었다.

그러므로 죄업의 원수 갚기는 이러한 것이니, 삼가지 않으면 안 되느니라.

38

옛날 사위국에서 하루아침에 피비[血雨]가 내렸는데, 그 범위가 40리에 뻗쳤다.

왕과 대신들은 놀라고 이상히 여겨 곧 여러 도술을 가진 이와 점쟁이들을 불러 그 길흉(吉凶)을 점쳐 알게 하였더니, 점쟁이는 대답하였다.

“옛날 기록에 피비의 재앙은 반드시 사람구렁이[人蟒] 따위의 독한 생물을 낸다고 하였습니다. 마땅히 온 나라를 조사하여 그 재앙을 밝혀야 할 것입니다.”

왕은 말하였다.

“어떻게 그것을 분별하겠는가?” “나라에 영을 내려 갓난아이를 모두 데리고 오게 하소서.”

그리하여 빈 항아리에 그 아이들의 침을 뱉게 하였다. 그 중의 어떤 아이가 항아리에 침을 뱉자, 그 침은 곧 불꽃으로 변하였다. 그로써 그 아이가 바로 사람구렁이임을 알았다.

그리고 의논하였다.

“이것은 세상에 둘 수 없다.”

그리하여 곧 사람이 없는 쓸쓸하고 깊숙한 곳에 옮겨다 두고는, 그 나라에서 죽어야 될 사람을 보내 주면, 구렁이는 독을 토하여 그 사람을 죽였다. 그리하여 그 독에 죽은 사람이 모두 7만 2천이었다.

그런데 어떤 사자 한 마리가 나와 울부짖자 40리 안의 사람과 동물은 모두 놀라 엎드렸으며, 그것이 저지르는 사나운 해독은 어떻게 제어할 수 없었다.

왕은 곧 나라에 영을 내렸다.

“저 사자를 물리치는 사람에게는 천금을 주고 또 한 고을을 봉해 주리라.”

그러나 아무도 그 부름에 응하는 이가 없었다.

대신들은 왕에게 아뢰었다.

“오직 저 사람구렁이라야 물리칠 수 있을 것입니다.”

왕은 곧 관리에게 명령하여 사람구렁이를 불러왔다.

그가 멀리서 사자를 보고는 달려가 그 앞에서 독한 기운을 뿜으니, 사자는 이내 죽어 몸뚱이마저 녹아 없어지고 나라는 깨끗하고 태평하였다.

그 뒤에 사람구렁이는 늙고 병들어 목숨을 마치려 하였다. 부처님께서는 그의 죄가 중해 한번 악도에 떨어지면 다시는 나올 기약이 없음을 가엾이 여겨 사리불에게 말씀하셨다.

“네가 가서 권하여 그로 하여금 무거운 재앙에서 벗어나게 하라.”

사리불은 그 집에 신통으로 들어가 갑자기 그 앞에 섰다.

사람구렁이는 잔뜩 성을 내어 생각하였다.

‘나는 아직 사람에게 업신여김을 당한 일이 없었는데, 이 사람은 아무 말도 없이 들어와 내 앞에 서는구나.’

그래서 독한 기운을 뿜으면서, 능히 해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하였다. 그러나 사리불은 자비와 지혜로 독기를 물리치면서 얼굴은 더욱 빛나고 털 하나 까딱하지 않았다.

이렇게 세 번 독기를 뿜었으나 해치지 못하게 되자, 그는 곧 거룩한 이인 줄을 알고는 마음이 열리고 선한 생각이 생겨 자비스런 마음으로 아래 위로 일곱 번 사리불을 훑어보았다.

사리불이 절에 돌아온 뒤에 사람구렁이가 독한 기운을 마시고 목숨을 마치자, 바로 그날 천지가 크게 진동하였다. 극히 선한 것도 천지를 진동시키지마는 극히 악한 것도 진동시키는 것이다.

그 때 마갈왕이 부처님께 나아가 머리를 조아려 땅에 대고 아뢰었다.

“그 사람구렁이는 목숨을 마치고 어디로 갔습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지금 첫째 하늘에 났느니라.”

왕은 부처님 말씀을 듣고 이상히 여겨 다시 아뢰었다.

“큰 죄인이 어떻게 천상에 납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는 자비스런 마음으로 사리불을 일곱 번 아래위로 훑어 보았다. 그 공덕으로 첫째 하늘에 났고, 거기서 복이 다하면 장차 둘째 하늘에 날 것이다.

이렇게 일곱 번을 되풀이한 뒤에는 벽지불이 되어 열반에 들 것이다.”

왕은 다시 아뢰었다.

“7만 2천 인을 죽인 죄의 갚음은 받지 않겠습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최후로 벽지불이 되었을 때, 그 몸은 자마금(紫磨金)과 같을 것이다. 마침 길가 나무 밑에 앉아 선정에 들었을 때, 7만여 명의 큰 군사가 지나가다가 그 벽지불을 금사람이라 생각하고, 그를 부수어 각기 나누어 가져 손바닥에 놓고, 그것이 살덩이임을 보고는 모두 도로 모아 두고 떠날 것이다.

벽지불은 열반에 들었기 때문에 그 때 이 세상의 죄가 엷어져 그 갚음이 아주 끝날 것이니라.”

부처님께서 이어 왕에게 말씀하셨다.

“선지식을 만나면 산처럼 쌓인 죄도 모두 사라질 뿐 아니라, 또 도(道)도 얻게 되느니라.”

부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실 때, 왕과 대중들은 모두 매우 기뻐하며 예배하고 떠나갔다.

39

옛날 어떤 사문이 나무 밑에 앉아 경을 외우고 있을 때, 새 한 마리가 나무 위에 와서 그 경을 듣고 있었다. 일심으로 경을 들으면서 좌우를 돌아보지 않았기 때문에 사냥꾼의 화살에 맞아 죽었다.

새는 죽음에 다달았을 때, 그 마음이 어지럽지 않았기 때문에 그 혼은 곧 천상에 났다. 거기서 제가 말미암아 온 근본을 생각하다가 곧 한 세상의 전생 일을 알게 되었다. 그리하여 천상에서 내려와 나무 밑에 앉아 있는 도인 위에 꽃을 뿌렸다. 그리고 그 천인은 도인에게 말하였다.

“나는 도인의 경을 외우는 은혜와 복을 입고 그 새의 몸을 벗고 천인이 되었습니다.”

도인은 그 새의 말을 듣고 이내 도의 자취를 얻어 잠깐 있다가 갑자기 나타나지 않았다. 그리고 천인은 본래 자리로 돌아갔다.

스승은 말씀하셨다.

“도를 배우는 사람으로서 목숨을 마치려 할 때 마음이 산란하지 않으면, 나는 곳마다 나쁜 길의 괴로운 곳에 떨어지지 않고, 또 바뀌어져 온 전생 일을 아느니라.”

그러므로 경전을 내어 뒤에 오는 사람들에게 보이는 것이다.

40

옛날 부처님께서 세상에 계실 때, 기원(祇洹) 밖 7리 쯤에 술을 잘마시는 어떤 노인이 있었다.

부처님 제자 아난이 가서 충고하고 달래었다.

“지금 부처님께서 여기 계십니다. 가서 뵙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노인이 말하였다.

“나도 부처님께서 여기 계신다는 말을 듣고 가서 뵙고자 합니다. 그러나 부처님은 사람들에게 5계를 주시면서 술을 마시지 못하게 하십니다. 내가 술을 마시지 못하게 되는 것은 어린애가 젖을 얻지 못하는 것과 같아서 곧 죽고 말 것입니다. 나는 그것을 견딜 수 없기 때문에 가지 않는 것입니다.”

그리고 또 가서 술을 마셨다. 술에 취하여 날이 저물어 돌아오는 길에 다리가 툭 불거져 나온 그루터기에 걸려 땅에 쓰러졌다. 마치 큰 산이 무너지는 것과 같아서 온몸이 모두 아팠다. 그는 스스로 말하였다.

“이 아픔이 얼마나 날카로운가? 그러나 아난이 항상 ‘부처님께 가라’고 하였으나 그 말을 따르지 않았더니, 지금 이 고통은 말할 수 없구나.”

그는 집안의 노·소들에게 말하였다.

“나는 지금 부처님께 가고 싶다.”

집안 사람들은 이 말을 듣고 모두 놀라면서 말하였다.

“당신은 처음부터 부처님께 가려고 하지 않았는데, 지금은 무슨 까닭으로 가려고 하십니까?”

말이 끝나자 그는 떠나 기원동산 문 밖에 가서 서 있었다.

그 때 아난은 그 노인이 온 것을 보고 기뻐하여 부처님께 아뢰었다.

“기원 밖 7리 쯤에 사는 노인이 와서 문 밖에 있습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 노인은 혼자 올 수 없다. 5백 마리 흰 코끼리가 애써 온 것이다.”

아난이 아뢰었다.

“5백 마리 흰 코끼리가 없이 혼자 왔습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5백 마리 흰 코끼리는 그의 몸 속에 있느니라.”

이에 아난은 그 노인을 불렀다. 그는 부처님 앞에 나아가 예배하고 아뢰었다.

“나는 오래 전부터 부처님께서 여기 계신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그러나 미련한 소치로 일찍 와서 뵙지 못하였습니다. 원컨대 부처님께서는 용서하시고 저의 죄를 없애 주소서.”

부처님께서 그에게 물으셨다.

“5백 수레의 섶나무를 땅에 쌓고 모두 태워 버리려고 하는데, 몇 수레의 불이라야 다 태울 수 있겠는가?”

그는 아뢰었다.

“많은 불이 필요없습니다. 콩알 만한 불로 태우면 잠깐 사이에 모두 없어질 것입니다.”

부처님께서 또 물으셨다.

“그대는 그 옷을 얼마 동안이나 입었는가?”

그는 말하였다.

“제가가 이 옷을 입은 지는 1년 되었습니다.”

부처님께서 또 물으셨다.

“그 옷의 때를 빨려면 몇 해나 걸리겠는가?”

그는 대답하였다.

“순수한 잿물 한 말로 빨면 잠깐 동안에 깨끗해질 것입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대의 쌓은 죄는 5백 대 수레의 섶나무와 같고 또 1년 입은 옷의 때와 같다. 노인은 부처님을 따라 5계를 받들어 가져라.”

그리고 부처님께서 수백의 법을 말씀하셨다. 그는 뜻이 탁 트이어 곧 아유월치를 얻었다.

41

옛날 부처님께서 열반하신 지 백 년 뒤에 아육이라는 왕이 있었다.

그는 교만하고 사치하여 세로와 너비가 10리 되는 큰 궁전을 짓고, 여러 작은 나라의 화가들을 불렀다. 화가들은 모두 와서 각기 제 뜻대로 갖가지 형상을 그렸다.

계빈 북쪽에 있는 어느 작은 나라는 제일 멀었기 때문에, 한 사람의 화가를 보내어 맨 뒤에 왔다. 그가 보니 벽이나 집 안팎에 두루 그림이 그려져 있고 오직 문 가의 다섯 자 쯤에는 아직 그림이 그려지지 않았다. 그리고 다시 그려진 여러 가지 형상을 우러러보고는 무엇을 그려야 할 지 알지 못하였다.

그는 생각하였다.

‘나는 처음 여기 올 때 한 다른 성을 지났다. 그 성 둘레에는 못이 있고 못에는 연꽃이 있었으며, 거기 있는 어떤 여자의 단정하고 아름다운 모양은 천하의 어머니가 될 만한 것을 보았었다.’

그는 이렇게 생각하고 곧 성과 못과 연꽃과 여자의 얼굴을 모두 다 그렸다.

마침 왕이 와서 궁중에 들어가기 전에 이 그림을 보고 물었다.

“누가 이 그림을 그렸는가?”

신하가 대답하였다.

“뒤에 온 화가가 그렸습니다.”

왕은 곧 그에게 물었다.

“너는 이 그림을 어떤 형상을 보고 그렸는가, 상상으로 그렸는가?”

그는 대답하였다.

“형상을 보고 그렸고 상상이 아닙니다.” “너는 그 형상 그대로 그렸는가, 좋도록 꾸몄는가?” “좋도록 꾸민 것이 아니요, 그대로일 뿐입니다.”

이에 왕은 그 여자가 천하의 어머니가 될 만한 얼굴임을 상보아 알고, 곧 사자를 보내어 맞이하여 황후로 삼으려 하였다.

사자는 왕의 명령을 받고 그 나라로 가서 여자의 부모를 보고 말하였다.

“왕은 당신의 딸을 맞이하여 황후로 삼으려 합니다.”

여자의 아버지는 말하였다.

“그러나 시집을 갔는데 어찌하겠습니까?”

사자는 그 여자의 남편 집으로 가서 말하였다.

“우리 왕이 나를 시켜 이 여자를 찾아오라 하셨는데, 길이 멀어 3년 만에 왔소. 그대가 이미 취했다 하지마는 왕은 지존(至尊)이시라, 그대는 아끼지 말고 왕에게 드려야 할 것이오.”

그 남편은 우바새라, 가만히 생각하였다.

‘사람은 재물과 여자로 그 몸을 위태롭게 한다. 만일 양보하지 않으면 혹 죄를 줄는지도 모른다.’

그리하여 곧 그 아내를 사자에게 주었다.

사자는 돌아가 왕에게 아뢰었다. 왕은 그 여자를 보고 매우 기뻐하여 황후로 봉하였다.

황후는 좋은 꽃을 가지자 곧 슬피 울었다. 왕은 물었다.

“왜 우시오?”

황후는 대답하였다.

“만일 왕께서 내 죄를 용서해 주신다면 나는 말하겠습니다.” “말해 보시오.” “이것은 전 남편의 몸 향기와 같습니다. 그래서 우는 것입니다.”

왕은 화를 내어 말하였다.

“그대는 천하의 어머니가 되어서도 여전히 빈천한 사람을 생각하는구나. 만일 그대가 바로 늙은 할미처럼 함부로 말한다면 곧 다스리리라.”

왕은 곧 사자를 보내어 “그 옛날 남편의 몸에서 향내가 나는가를 조사하라. 만일 향내가 나지 않으면 죄로 다스리리라”고 하였다.

사자는 그 집에 가서 물었다. 그 집 사람은 말하였다.

“그 현자는 부인을 잃은 뒤에 부모에게 알리고 집을 떠나 사문이 되어 아라한의 도를 얻었습니다.”

사자는 그 부처님 나라에 가서 그 도인에게 말하였다.

“왕이 도인의 공양을 받으려 합니다.”

도인은 말하였다.

“내게는 아무것도 없는데 나를 다시 보아 무엇하려 하는가?” “왕이 도인에게 공양하려 합니다.”

도인은 사자를 따라 왕에게로 갔다. 왕은 도인을 보니 몸의 향기는 연꽃보다 더하였다. 왕은 말하였다.

“이 사람은 몸에 향을 발랐다. 더운 물에 목욕시키라.”

그러나 목욕시켜도 향기는 더욱 더하였다. 또 비단으로 몸을 싸 보았다. 그러나 그 몸의 향기는 더욱 배나 되었다.

왕은 그제야 믿고 도인에게 물었다.

“어떤 인연으로 그러한 향기를 얻었습니까? 가르쳐 주십시오.”

도인은 말하였다.

“나는 전생에 바라문이 되어 길을 가다가 멀리서 어떤 사람의 설법하는 것을 보고 합장하고 기뻐하여 일심으로 보살을 찬양하였소. 그리고 향을 사르어 공양하였소. 그래서 복을 얻고 도의 결과에까지 이르게 된 것이오.”

42

옛날 어떤 부자(父子) 두 사람이 같이 살면서 산에 들어가 숲을 베다가 그 아들이 샘물에 있는 황금을 보았다. 그래서 곧 돌아와 그 아버지에게 그 집 재산에서 자기 몫을 청하였다.

“저는 다른 물건은 필요없습니다. 다른 물건은 모두 아버지에게 드리겠습니다. 제게는 오직 우차(牛車) 한 대와 쌀 두 섬과 호미 하나를 주십시오.”

아버지는 듣지 않았다. 그러나 그치지 않고 자꾸 청하여 마침내 아버지는 그것을 주면서 말하였다.

“너는 다시 돌아오지 말라.”

아들은 산에 들어가 그 샘물 속의 금을 팠다. 날마다 팠으나 마침내 얻지 못하였다.

아버지는 아들을 데리고 가 보았다. 거기서 그 금을 보고는 산꼭대기를 올려다보니, 산 모양 같은 금이 있어서 그 그림자가 샘물에 비치는 것이었다. 아버지는 곧 산에 올라가 큰 나무로 쳐서 그 금을 땅에 떨어뜨렸다.

아버지는 아들에게 말하였다.

“구하는 법이 어떠냐, 자꾸 물만 파면 언제 금을 얻겠느냐?”

그 아들이 금을 구하는 법을 알지 못하는 것은, 마치 사람이 5계는 가지지 않고 다만 빛깔과 소리만을 쫓아다니는 것에 비유한 것이니, 사람의 몸을 어떻게 도로 얻을 수 있겠는가?
그 아버지란 지혜로 금을 구한 사람에 비유한 것이니, 그 본말(本末)을 잘 보아 부처님의 5계(戒)를 가지고, 거기에 10선(善)을 행하여 천상에 나는 것이다. 그는 세상마다 사람의 몸을 잃지 않다가 뒤에는 부처님 도의 결과를 얻느니라.

43

옛날 제석천왕은 제7 범천왕과 서로 친하게 지냈다.

그 때 범천왕이 아래로 내려와 도리천에서 제석천왕과 같이 놀 때, 제석천왕이 즐거워하지 않는 것을 보고 물었다.

“왜 즐거워하지 않는가?”

제석천왕은 대답하였다.

“그대는 우리 천인이 자꾸 줄어드는 것이 보이지 않는가? 저 밑의 사람들은 선을 짓지 않으므로 모두 나쁜 길에 들어가 위에 와서 나는 이가 없고, 천인은 밑으로 인간에 내려가 나서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근심하는 것이다.”

범천왕은 제석천왕에게 말하였다.

“그대는 아주 위세가 있는 한 마리 사자로 변하고, 나는 바라문이 되어 함께 저 염부제로 내려가 천하 사람들을 가르쳐 선을 행하게 하자. 선을 행하면 죽어서 모두 하늘에 날 것이다.”

그리하여 그들은 각기 교화할 만한 곳을 따라 어떤 나라로 내려갔다. 사자가 그 성문(城門)에서 말하였다.

“나는 사람을 잡아먹고 싶다.”

그 나라 사람들은 사자를 보고 모두 두려워하여 머리를 조아리며 살려 주기를 빌었다. 그러나 사자는 떠나려 하지 않았다.

바라문으로 변한 범천왕은 그 나라 사람들에게 말하였다.

“이 사자는 모질어서 죽게 된 죄인 30인을 주어야 스스로 떠날 것이다.”

왕은 죽게 된 죄수 30인을 옥에서 내어 사자에게 주었다. 사자는 사람을 몰고 앞으로 나아가 어떤 깊은 산에 이르러 먹기 전에, 바라문으로 변한 천인은 여러 사람들에게 말하였다.

“그대들은 능히 5계를 지니고 열 가지 선한 도를 생각하여 몸과 입과 뜻이 서로 응하면, 이 사자는 너희들을 잡아먹지 않을 것이다.”

그러자 여러 사람들은 말하였다.

“우리는 죽게 되었는데 어찌 능히 가지겠다고 말할 뿐이겠습니까?”

그리하여 그들은 변한 사람에게서 계율을 받고 사자는 그들을 잡아먹지 않았다. 그리고 사자는 말하였다.

“우선 너희들을 가게 한다. 그러나 나는 너희들 마음을 안다. 만일 부처님의 5계를 가지지 않으면 나는 여전히 너희들을 잡아먹을 것이다.”

그들 30인은 본국으로 돌아갔다. 그 나라 사람들은 모두 놀라면서 물었다.

“그대들은 어떻게 돌아오게 되었는가?”

그들을 대답하였다.

“어떤 사람이 우리를 시켜 부처님의 5계를 받게 하자, 사자는 우리를 잡아먹지 않았다. 그래서 우리는 돌아왔다.”

사자는 다시 성문으로 갔다. 그 나라 사람들은 매우 두려워하여 그 30인에게서 5계를 받았다. 사자는 거기서 떠나 또 다른 나라로 갔다. 그리하여 8만 나라를 두루 돌면서 모두 선을 행하게 하고, 죽는 사람은 모두 하늘에 나서 천상은 다시 즐겁고 풍성하며 사람이 많아졌다.

보살이 방편으로 사람을 구제하는 것이 이와 같다. 그리하여 저절로 부처가 되게 한다.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사자로 변한 제석천왕은 바로 나요, 바라문으로 변한 범천왕은 지금의 가섭이니라. 가섭은 그 때 나를 도와 천하 사람을 교화하여 구제하였고 나는 부처가 되게 하였기 때문에, 나는 그와 나란히 앉아 그 때의 은혜를 갚은 것이다.”

44

옛날 가섭부처님 때에 구순니(拘旬尼)라는 왕이 있었다.

그는 부처님을 위하여 절을 세우고 또 정성껏 섬겼다. 그래서 왕의 일곱째 딸이 먼저는 범지를 섬기다가 뒤에는 부처님을 믿고 섬겼다. 범지는 그를 미워하여 중의 종년[僧婢]이라 불렀다.

왕은 열 가지 꿈을 꾸고 이상히 여겨 범지에게 물었다. 범지는 그 꿈을 생각하다가 그 딸을 모함하기 위하여 왕에게 말하였다.

“가장 사랑하는 여자를 구해 불에 태워 하늘에 제사하여야 길(吉)할 것입니다.”

왕은 매우 근심하였다. 딸이 왕에게 물었다.

“왜 그리 근심하십니까?”

왕은 그대로 설명하니, 딸이 말하였다.

“태워서 길하다면 제가 당하겠습니다. 몇일에 제사를 하시겠습니까?”

범지가 말하였다.

“지금부터 이레 뒤입니다.”

딸은 왕에게 아뢰었다.

“비록 죽을 몸이라도 부처님께 가는 것을 허락해 주시고, 성 남쪽 사람들로 하여금 모두 저와 같이 가게 하소서.”

왕은 명령하여 모두 같이 가게 하였다. 딸은 그들을 데리고 부처님께 나아갔다. 부처님께서 설법하시자, 그들은 모두 법을 보게 되었다.

이렇게 날마다 한쪽씩의 사람을 보내어 성의 사방 사람들이 모두 도를 보게 되었고, 다시 청하여 성 안 사람들을 보내는 것도 그와 같이 하였다.

엿새째 날에는 왕에게 청하여 왕과 궁중의 관리들을 보내게 하였다. 부처님께서 설법하시자, 그들도 모두 도를 보게 되었다.

왕은 그제야 범지의 속임수를 알고 범지에게 말하였다.

“너는 그릇되이 내 딸을 죽일 뻔하였다. 네가 만일 부처님을 위하여 사문이 되지 못하겠거든 이 나라를 떠나라.”

범지는 어찌할 바를 모르다가, 부득이 부처님께 나아가 사문이 되어 뒤에 아라한의 결과를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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