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을 쓰니 광명이 나오다
당나라 정주 중산 수덕(修德)선사는 고행으로 절개를 이루고 성품으로 도를 지키며 사람에게 오로지 화엄경을 지송케 했었다.
영위 4년, 경을 쓸 발심을 하고 별원을 짓고 닥나무를 심어 삼마을 지나 그 껍질을 벗겨 향수에 씻은 뒤에 깨끗한 종이를 만들어 놓고 위주에 사는 왕공서(王恭書)를 청했다.
목욕재계하고 새 옷을 입고 향을 사르고 꽃을 깔고 여러 가지 번개(暢蓋)를 달고 경에 절하고 참회한 뒤 자리에 앉아 글을 쓰기 시작하였다.
붓을 내릴 때는 향을 머금고 붓을 들 때는 기를 토하여 정성을 다하였다.
스님은 방에 들어가 생각을 고요히 움직여 매일 일권씩 써서 다 쓴 뒤에 그 경사스러움을 축하하기 위하여 재를 베풀었는데 스님이 대중 앞에 나아가 향을 사르고 꽃을 뿌리며 서원하기를,
「이 공덕으로 생계의 함생이 함께 불바다(涕海)에 유욕(遊浴)하게 하여 주십시오.」
하니 그 경 함 속에서 큰 광명이 쏟아져 나와 주위 70여리를 비치니 그를 보고 신앙심을 내지 않는 사람이 없었다.
<會玄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