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조대사포교의 전법

5조대사포교의 전법

영남 신주 백성 노혜능(盧漂能)은 나무지게를 짊어지고 여관집에 팔러 갔다가 한 중의 금강경(金剛經) 읽는 소리를 듣고 마음이 홀연히 열림을 느꼈다.

「그런 글은 어디서 배웁니까?」

「기주 황매현 5조 홍인(弘忍) 스님을 찾아가면 배울 수 있습니다.」

혜능은 이 말을 듣고 불연간 은전 열량을 구해 홀로 제신 어머님의 의량(衣糧-옷과 식량)을 삼게 하고 집을 떠난 지 삼십여일 만에 황매현에 도착했다.

「어디서 무엇하러 왔느냐?」

「예, 저는 영남 신주 백성이온대 부처가 되고자 함이옵고 다른 뜻이 없습니다.」

「영남 사람은 무지렁인데 부처가 어떻게 될 수 있겠는가?」

「사람은 남쪽 사람과 북쪽 사람이 있사오나 불성이야 본래 남북이 없거늘, 무지렁이의 몸은 스님과 같지 않으나 마음이야 어찌 다르겠습니까?」

5조 스님께서 더 말씀 하시려다가 옆에 사람들이 많이 모여 있는 것을 보고 그만 말을 마치고

「나가서 대중과 함께 일이나 하라.」

하였다.

혜능이 후원에 나와 방아를 찧고 장작을 쪼개기 여덟 달에 이르러서야 5조께서 가만히 와서 보시고, 「네 소견이 가히 씀직하다고 생각하였으나 나쁜 사람들이 너를 해칠런지 몰라서 짐짓 모른 체하였는데 너는 그 뜻을 알겠느냐?」

「예, 저도 스님의 뜻을 짐작하였기 때문에 감히 스님계신 방문 앞에도 가지 않았습니다.」

스님은 고개를 끄덕이시고, 밖으로 나와 대중을 모으고 일렀다.

「다 듣거라. 너희들에게 할 말이 있다.

우리가 나고 죽는 것보다 더 큰 일이 없거늘 너희들은 다만 복이나 구하려 하였지 생사고해에서

헤어나려고는 하지 않는구나. 만일 제 성품을 모르면 옳은 복인들 어찌 구하여 질 것이냐?

너희들은 각기 돌아가서 스스로 지혜를 보고 제 성품의 반야성품(般若性品-지혜의 마음)을 잡아서

게송을 하나씩 지어오라. 보아서 만일 대의를 깨달았으면 의법(衣法)을 전하여 제 6대조를 삼으리라.

불같이 급히 하여 지체하지 말지니 생각으로 헤아려서는 맞지 않으리라.」

하셨다.

그러나 한 사람도 언하(言下)에 글을 지어 바치는 사람이 없고 모두 교수사(敎授師) 신수(神秀) 스님께 미루었다.

「신수상좌는 우리들의 스승이요, 또한 스님의 친척이니 필시 의법은 그리로 전하리라.

우리는 고생하여 글을 지으려 애쓰지 말자.」

이렇게 여러 사람이 글을 짓지 않는 이유를 안 신수상좌는 손에 땀을 쥐고 글을 생각하였으나 글이 나오 질 않아 전전긍긍하다가 겨우 다음과 같은 시를 지어 5조 스님께서 거처하시는 당(堂) 앞에 갔다 몰래 붙여 놓았다.

신시보제수(身是菩提樹)몸이 깨달은 나무라면

심여명경대(心如明鏡臺)마음은 밝은 거울의 틀이로다.

시시근불식(時時勤拂拭)때때로 부지런히 털고 닦아

물사야진애(勿使惹塵埃)먼지 않고 때 끼지 않도록 하세.

이튼 날 아침 5조 스님께서 보시고 곧 신수의 글임을 알고 신수를 불러,

「네가 지은 글은 아직 견성을 못한 글이다. 겨우 문 밖에 이르렀으니 다시 지어오라.」

하였다.

만일 통과하면 자기가 지었다 하고 그렇지 않으면 모른다 하려 하였는데 스님께서는 먼저 그 마음까지 알고 그를 불러 이렇게 꾸짖으시니 참으로 부끄럽고 부끄러운 일이었다.

그러나 5조께서는 대중들로 하여금 그 글 앞에 향과 초를 사르도록 하고 다같이 그것을 외우라 하였다.

「이 게송대로만 닦아도 악도에는 떨어지지 않을 테니 너희들은 그대로 읽고 행하라.」

스님의 말씀이 떨어지자 마치 벌떼가 왕왕거리는 것 같은 소리가 났다.

한 행자가 그것을 외우며 혜능이 방아 찧는 앞을 지나갔다.

혜능이 듣고 그 뜻을 곧 알 수 있으므로,

「그것은 누가 지은 글인가?」

「우리 교수사 신수스님이 지은 것이다. 5조께서 외우면 큰 이익이 있다 하였는데 그대는 그것도 모르고 있었는가?」

「착한 행자야, 내 이곳에 묻혀 방아만 찧고 있는데 무엇을 알겠는가? 나도 그것을 친히 뵙고 인사드릴 수 있겠는가?」

「그건 어렵지 않다.」

「그럼 나를 좀 인도해다오.」

이렇게 해서 혜능은 그 곳을 찾아보게 되었다.

그러나 글을 모르는지라 장님 굿 보는 격이었다.

「여러분, 나는 글을 모르니 누가 크게 한번 읽어 주시오.」

그때 강주별가 장일용이 옆에 섰다가 크게 읽었다.

혜능이 듣고 나서,

「나도 게송을 하나 지어 볼 터이니 별가는 좀 써 주시오.」

하니 별가는 하도 뜻밖의 일이라 같잖게 여기고,

「너 같은게 다 게송을 짓겠다니 희한한일도 다 있구나.」

하고 조롱했다.

그러나 혜능은 엄숙히 또 정중히,

「위없는 깨달음을 배우려거든 처음 들어온 사람을 깔보지 마시라. 아무리 낮고 낮은 사람이라도 높은 지혜가 있을 수 있고 높고 높은 사람이라도 어리석을 수 있나니 사람을 업신여기는 것은 큰 죄가 됩니다.」

하니 별가는 이 말에 눌려,

「그렇다 네 말이 옳다. 내가 써 줄터이니 만일 법을 얻거든 나부터 제도해 다오.」

하고 붓을 들었다.

보제본무무(菩提本無楙)깨달음에 본디 나무가 없고

명경역비대(明鏡亦非臺)‘밝은 거울 또한 틀이 아닐세

본내무일물(本來無一物)본래 한 물건도 없거늘

하처태진애(何處態塵埃)어느 곳에 때가 끼고 먼지 앉을까?

말이 떨어지자 옆에 모였던 대중들의 눈이 휘둥그레지며,

「이상도 하다. 참으로 사람이란 겉만 보고는 알 수 없는 것이다. 육신보살(肉身菩薩)이 아니고서야 어찌 저런 글이 저 속에서 나올 수 있으랴!」

하고 서로 감탄해 하였다.

5조께서 대중들이 웅성거리며 소란을 피우는 것을 보고 나쁜 사람이 해칠까 염려하므로 신짝으로 혜능의 게송을 문질러 지우시면서,

「이것도 아직 견성한 글이 못 된다.」하셨다.

사람들은 그 말을 곧이듣고 뿔뿔이 헤어졌다.

다음 날 5조께서 다시 방앗간에 오셔서 혜능이 허리에 돌을 달고(방아는 무겁고 몸은 가벼우므로) 방아를 찧는 것을 보시고,

「도를 구하는 사람은 마땅히 그래야 하느니라.」

하시고,

「쌀이 얼마나 익었느냐?」

물으셨다.

「쌀은 익은 지 오래 되었으나 키질을 아직 못하였나이다.」

대답하니 짚고 오신 지팡이로 방아확을 세 번 치시고 돌아가셨다.

혜능이 그 뜻(쌀이 얼마나 익었느냐 하신 말씀은 공부가 얼마나 되었느냐 하는 말씀이고

쌀은 익은 지 오래이나 키질을 아직 못하였다 함은 공부는 다했어도 스승을 선택치 못하였다는 뜻이며 지팡이로 방아확을 세 번치고 돌아간 것은 밤 3시경에 찾아오라는 뜻이다.)을 알고 조실(祖室)에 들어가니 5조께서 벌써 둘레를 가리시고 금강경을 펼쳐 놓았다.

5조께서 금강경을 설해 가시는데,

「마땅히 머무른바 없이 그 마음을 내라」

하는 대목에 이르러 혜능이 크게 깨닫고,

「어찌 제 성품이 본래 청정함을 알았으리까?

어찌 제 성품이 본래 나고 죽지 않음을 알았으리까?

어찌 제 성품이 본래 부족함이 없음을 알았으리까?

어찌 제 성품이 본래 흔들림 없음을 알았으리까?

어찌 제 성품이 능히 만법을 냄을 알았으리까?」

하였다.

5조께서 혜능이 비로소 본 성품을 깨달은 줄 아시고,

「본 마음을 알지 못하면 아무리 법을 배워도 유익할 것이 없느니라.

제 본 마음을 알고 제 성품을 보면 곧 이것이 대장부며, 천상과 인간에 스승이며, 부처인 것이다.」

이렇게 하여 법을 받으니 아무도 이 세상에 아는 이가 없었다.

스님은 법문을 다 마치시고 전래로부터 내려오는 옷과 바루를 주시면서,

「이제 너는 제 6대조가 되었으니 잘 지키어 나가며 널리 중생을 제도하여 앞으로 끊어짐이 없이 하라.」하시고 다음과 같은 시를 읊었다.

유정내하종(有情來下種)뜻이 있는 데서 씨가 내리어

인지과환생(因池果還生)원인 되는 곳에 과가 도로 나네.

무정기무종(無情旣無種)뜻 없으면 씨도 없나니

무성역무생(無性亦無生)성품 없으므로 남도 없느니라.

스님께서 다시 말씀하셨다.

「옛날 달마대사께서 처음으로 이 땅에 오시어 사람들이 믿지 아니하므로 이 옷과 바루를 전하여 믿음의 표식으로 삼아왔다. 대사께서 예언하시되 『내 멸후 이백년 후에는 이것을 전하지 말라.』하셨다.

그릇 다투는 빌미가 되기 쉽기 때문이다. 모든 부처님과모든 조사가 오직 본심만을 전하여 가만히 부치셨던 것이니 이것은 여기서 그치고 너는 속히 이 곳을 떠나라. 어리석은 사람들이 너를 해칠까 걱정하는 까닭이다.」

「어디로 가면 좋으리까?」

「회(懷)자 든 곳에 가서 머무르고 회(會)자 든 곳에 가서 감추어라.」

혜능이 의발을 받아 지니고 3경에 떠나니 스님은 친히 구강역(九江驛)까지 나오셔서 손수 노를 잡으셨다.

「스님, 노는 제가 젓겠습니다. 스님께선 앉으십시오.」

「아니다 내가 너를 건네어주마.」

「아니올시다. 제가 모를 때에는 스님께서 건네어 주시지만, 알고 나서는 제 힘으로 건너는 것이 옳은 일인가 하나이다. 건넨다는 말은 하나이오나 경우에 따라 다른가 하나이다.」

「그렇다, 앞으로 불법이 너로 말미암아 크게 퍼지리라. 나는 3년 후면 이 세상을 떠날 것이니 너는 부디 잘 가되 남방으로 향할 것이며 때가 되기 전에 미리 말하지 말라. 불법을 일으키는 일이 그리 쉽지 않느니라.」

혜능이 5조스님을 하직하고 황매산을 떠난지 며칠이 지나도 스님께서 전혀 당(堂)에 오르시지 않자 대중이 물었다.

「어디 편치 않은 곳이 있으십니까?」

「아니다. 의법이 이미 남쪽으로 갔을 뿐이다.」

청천벽력과 같은 말씀이었다.

대중들은 모여서 일시에 공사를 붙이고 그 무지몽매한 방아지기 혜능이란 놈을 잡아 없애도록 공론하였다.

이렇게 공사가 끝나자 사방으로 사람을 풀어 혜능을 찾아 쫓는데 혜능이 남쪽 대유령(大庾嶺)에 이르렀을 때 전에 4품 장군을 지낸바 있는 진혜명(陳懇明)이란 자가,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너 이놈, 노행자 거기 있거라. 도망치면 살지 못하리라.」

이 소리를 들은 혜능은 얼른 그 옷과 바루를 큰 바위 위에 올려놓고,

「이것은 믿음의 표시인데 누가 힘으로 감히 이것을 다투겠는가?」

하고 숲 속에 숨었다.

그때 혜명이 이르러 의발(衣鉢)을 보고 너털웃음을 웃으면서

「목적이 바로 이것에 있으니 사람을 해친들 무슨 이익이 있겠는가?」

하고 곧 그것을 들어 올리려 하였다.

그러나 천지부동(天地不動), 그 바위가 움직이고 산이 요동하면서도, 그 바루는 바위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혜명은 주르르 땀을 흘렸다.

「행자여, 나오소서. 나는 법을 위하여 온 것이요 의발을 탐내어 온 것이 아닙니다.」

그 때 혜능이 나와,

「불사선 불사악하라, 바로 이러할 때 어떤 것이 명상좌(明上座)의 본래 면목인고?」

다그쳐 물었다.

이에 혜명이 깨달고

「제가 그동안 황매에 있었으나 실로 제 본래 면목을 알지 못하였더니 이제 가르침을 받잡고 마치 물을 마셔보고 차고 더운 것을 스스로 아는 것 같습니다. 이제 행자께서는 저의 스승이 되어 주십시오.」

하였다.

이에 대사는 묵묵히 허락하고

「네가 만약 그렇다면 나와 함께 황매의 문인이니 잘 지키어 나아가라.」

하시고 길을 떠났다. 괴이하다. 한 글자도 모르는 나뭇꾼이 마음을 깨달아 법을 받으니 법을 받는 것도 쉽지 않거늘 무슨 일로 의발이 바위에 붙어 떨어지지 않았는고.

어제의 제자가 오늘의 스승이 되니 깨달음에 본디 스승이 없고 마음에 본래 제자가 없는 탓일리라.

<六祖法寶壇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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