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조범지청문경(長爪梵志請問經)

장조범지청문경(長爪梵志請問經)

대당(大唐) 의정(義淨) 한역(漢譯)김철수 번역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한때 박가범(薄伽梵)께서 왕사성(王舍城)의 취봉산(鷲峯山)에서 대필추(苾芻)1) 무리 1,250명과 함께 계셨다. 아울러 다른 필추ㆍ필추니2)ㆍ근사남(近事男:우바새)ㆍ근사녀(近事女:우바이)와 국왕ㆍ대신(大臣)ㆍ사문ㆍ바라문 및 외도의 부류와 하늘ㆍ용ㆍ야차ㆍ인비인(人非人) 등이 부처님을 우러러보며 머물러 있었다.

그때 세존께서는 스스로 증득하신 미묘한 법을 설하셨으니, 이른바 처음과 중간과 나중이 모두 훌륭하고 문장의 뜻도 공교롭고 오묘하였으며, 순일(純一)하고 원만하며 청정하고 분명한 범행(梵行)의 모습이었다.

그때 장조(長爪)라는 바라문[梵志]이 부처님 계신 곳으로 찾아와서, 지팡이를 짚고 서서 여쭈었다.

“교답마(喬答摩)이시여, 당신은 일찍이 진실로 말씀하시기를, ‘세상은 자신의 업으로 말미암은 것이니, 업이 줄[授] 수 있고, 업이 태어날 곳을 결정하며, 업이 친족을 이루며, 업이 의지할 곳이 된다’라고 하셨습니다.”

부처님께서 바라문에게 말씀하셨다.

“나는 ‘세상은 자신의 업으로 말미암은 것이니, 업이 줄 수 있고, 업이 태어날 곳을 결정하며, 업이 친족을 이루며, 업이 의지할 곳이 된다’라고 말했 다.”

바라문이 말하였다.

“만약 이와 같다면, 사문 교답마께서는 이전에 어떤 업을 지으셨기에 당신께서는 금강과 같이 파괴되지 않는 견고한 몸을 얻게 된 것입니까?”

부처님께서 바라문에게 말씀하셨다.

“나는 전생에 유정(有情)3)의 명근(命根)4)을 살해하는 일을 멀리하였으니, 그 업력(業力)으로 말미암아 지금 이러한 과(果)를 얻게 되었다.”

바라문이 다시 말하였다.

“사문 교답마시여, 이전에 어떤 업을 지으셨기에 당신께서는 손가락이 가늘고 길며 손가락 사이에 그물막이 있는 모습을 얻게 된 것입니까?”

부처님께서 바라문에게 말씀하셨다.

“나는 전생에 다른 사람의 재물을 훔치는 일을 멀리하였으니, 그 업력으로 말미암아 지금 이러한 과보를 얻게 되었다.”

바라문이 다시 말하였다.

“사문 교답마시여, 이전에 어떤 업을 지으셨기에 당신께서는 모습이 아름다움[色力]을 갖추고 몸의 모든 기관이 원만하게 된 것입니까?”

부처님께서 바라문에게 말씀하셨다.

“나는 전생에 여인을 탐해 물드는 일을 멀리하였으니, 그 업력으로 말미암아 지금 이러한 과보를 얻게 되었다.”

바라문이 다시 말하였다.

“사문 교답마시여, 이전에 어떤 업을 지으셨기에 당신께서는 넓고 긴 혀로 당신의 얼굴을 덮을 수 있게 된 것입니까?”

부처님께서 바라문에게 말씀하셨다.

“나는 전생에 다른 사람에게 거짓말하거나 궤변을 늘어놓거나 속이는 말을 멀리하였으니, 그 업력으로 말미암아 지금 이러한 과보를 얻게 되었다.”

바라문이 다시 말하였다.

“사문 교답마시여, 이전에 어떤 업을 지으셨기에 당신께서는 위의(威儀)가 반듯하셔서 마치 사자가 걷는 것과 같게 된 것입니까?”

부처님께서 바라문에게 말씀하셨다.

“나는 전생에 온갖 술과 방일한 처소를 멀리하였으니, 그 업력으로 말미암아 지금 이러한 과보를 얻었다.”

바라문이 다시 말하였다.

“사문 교답마시여, 이전에 어떤 업을 지으셨기에 당신께서는 미묘한 상호(相好)가 그 몸을 장엄하게 된 것입니까?”

부처님께서 바라문에게 말씀하셨다.

“나는 전생에 노래와 춤과 여자광대[倡艶]의 일을 멀리하였으니, 그 업력으로 말미암아 지금 이러한 과보를 얻었다.”

바라문이 다시 말하였다.

“사문 교답마시여, 이전에 어떤 업을 지으셨기에 당신께서는 가장 좋고 미묘한 향기가 몸에서 풍겨나게 된 것입니까?”

부처님께서 바라문에게 말씀하셨다.

“나는 전생에 향과 꽃과 영락으로 장식하는 일을 멀리하였으니, 그 업력으로 말미암아 지금 이러한 과보를 얻었다.”

바라문이 다시 말하였다.

“사문 교답마시여, 이전에 어떤 업을 지으셨기에 당신께서는 금강승묘(金剛勝妙)의 자리[座]를 수용할 수 있게 된 것입니까?”

부처님께서 바라문에게 말씀하셨다.

“나는 전생에 높거나 큰 침상 등 교만하고 방종한 마음을 내게 하는 물건을 멀리하였으니, 그 업력으로 말미암아 이러한 과보를 얻었다.”

바라문이 다시 부처님께 말하였다.

“사문 교답마시여, 이전에 어떤 업을 지으셨기에 당신께서는 40개의 치아가 곱고 깨끗하며 가지런하게 된 것입니까?”

부처님께서 바라문에게 말씀하셨다.

“나는 전생에 식사 시간이 아닌 때 여러 가지 음료나 음식을 마시거나 먹지 않았으니, 그 업력으로 말미암아 지금 이러한 과보를 얻었다.”

바라문이 다시 말하였다.

“사문 교답마시여, 이전에 어떤 업을 지으셨기에 당신께서는 정수리 위에 원만하고 아름다운 육계(肉髻)를 얻게 된 것입니까?
부처님께서 바라문에게 말씀하셨다.

“나는 전생에 삼보와 두 분의 스승과 사문ㆍ바라문ㆍ부모님ㆍ어른을 받들어 공경하고 오체투지[五輪著地]하여 교만한 마음 없이 경건하고 정성스럽게 예를 올렸으니, 그 업력으로 말미암아 지금 이러한 과보를 얻었다.”

그때 바라문은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인과(因果)가 허망하지 않음을 알고 부처님께 아뢰었다.

“교답마시여, 이것을 어떤 복이라고 이름하며, 어떻게 받아 지닐 수 있습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이것을 8지정계(支淨戒)라 할 것이니, 만약 하루 낮과 하루 밤 동안 혹은 그보다 좀 더 긴 시간 동안 스승으로부터 받아 지닌다면 이와 같은 과보를 얻을 수 있다.”

그때 장조 바라문은 부처님 계신 곳에서 밤낮 동안 8지정계를 설하시는 것을 듣고, 먼저 비루하고 악한 업을 멀리 여의었기 때문에 곧바로 뛰어나고 오묘한 장엄을 얻었다. 그리고 깊은 마음으로 믿고 받아들여 뛸 듯이 기뻐했다.

그는 곧 부처님 앞에서 자신을 높이는 마음과 교만한 마음을 버렸으며, 지팡이를 땅에 던지고 합장 공경하여 부처님의 두 발에 예를 올리고 말씀드렸다.

“세존이시여, 저는 이제 선악의 업에 과보가 감응하여 헛되지 않음을 알았습니다.

저는 오늘부터 목숨이 다하는 날까지 불타양족존(佛陀兩足尊)께 귀의합니다.

또한 목숨이 다할 때까지 달마리욕존(達磨離欲尊)께 귀의합니다.

또한 목숨이 다할 때까지 승가제중존(僧伽諸衆尊)께 귀의합니다.

저는 8지정계를 받아 지금부터 내일 아침 해가 뜰 때까지 그 사이에 정계에 가까이 머물겠습니다.”

일체의 생명을 해치지 않고
다른 사람의 재물을 훔치지 않으며
음행이나 거짓말을 하지 않고
술을 마시고 방일하지 않겠습니다.

몸을 꾸미거나 노래하고 춤추며
높고 큰 자리나 때 아닌 때 먹는 것을
저는 이제 모두 멀리 여의고
깨끗한 여덟 가지 계를 받아 지니겠습니다.

바라문은 두 번 세 번 계속해서 이와 같이 다짐하여 말하였다.

부처님께서 바라문에게 말씀하셨다.

“훌륭하고, 훌륭하다.

그와 같이 행하고, 그와 같이 간직하도록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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