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왕호국반야바라밀다경(仁王護國般若波羅蜜多經) 02. 하권

인왕호국반야바라밀다경(仁王護國般若波羅蜜多經) 02. 하권

5. 호국품(護國品)

그 때 세존께서 바사닉왕 등 모든 큰 나라 왕에게 말씀하셨다.

“자세히 듣고 자세히 들으라. 내가 그대들을 위하여 나라를 보호하는 법을 설할 것이다. 일체 국토가 만약 어지러워지려고 할 때 모든 재난과 도적이 와서 파괴하니, 그대들 모든 임금은 마땅히 반야바라밀다를 기억하여 외우며 도량을 장엄하게 꾸미어 백 개의 부처님 형상을 모시고 백 개의 보살상을 모시고 백 개의 사자좌에 백 명의 법사를 청하여 이 경을 설하라. 모든 자리 앞에는 갖가지 등을 켜고 갖가지 향을 사르고 여러 가지 꽃을 흩으며, 의복ㆍ와구(臥具)ㆍ탕약ㆍ방사(房舍)ㆍ자리[床座]등 일체 공양하는 일로 널리 공양하며 매일 두 때[二時]에 이 경을 읽어라.

만약 왕이나 대신, 비구ㆍ비구니ㆍ우바새ㆍ우바이가 듣고 기억하여 읽고 법답게 수행하면 재난이 곧 멸할 것이다.

대왕이여, 모든 국토 가운데 한량없는 귀신이 있고 하나하나의 귀신에 다시 한량없는 권속이 있어서 만약 이 경을 들으면 그대의 국토를 보호할 것이다.

만약 나라가 어지러워지려 하면 귀신이 먼저 어지러워지니, 귀신이 어지러운 까닭에 곧 만인이 어지러워지며 마땅히 적이 일어남이 있으니, 백성을 잃고 국왕ㆍ태자ㆍ왕자ㆍ백관이 서로 시비하며 천지가 변괴하고 해와 달, 뭇 별이 때를 잃고 법도를 잃으며 큰 불ㆍ큰 물ㆍ큰 바람 등이 일어나게 된다. 이런 모든 어려움이 일어날 때 마땅히 이 반야바라밀다를 강설하거나 혹은 이 경을 기억하여 외우면, 일체 구하는 벼슬과 재산의 넉넉함과 남녀와 지혜와 가고 옴이 뜻대로 되며, 사람과 하늘의 과보를 다 만족하게 얻으며 질병과 액난이 곧 없어져 나으며, 큰 칼을 쓰고 발에 쇠고랑을 채우며 몸이 묶여도 다 벗어나게 될 것이며, 네 가지 중한 계와 5역죄(逆罪)를 짓고 또 모든 계를 깨뜨린 한량없는 죄라도 다 소멸하게 될 것이다.

대왕이여, 지난 과거 석제환인(釋提桓因)이 정생왕(頂生王)이 되어 사군(四軍)의 무리를 이끌고 천궁(天宮)에 올라와서 제석(帝釋)을 멸하려 하였다. 그 때 그 하늘의 왕[天主]이 곧 과거 부처님 법에 의하여 백 개의 높은 자리[百高座]를 펴고 백 명의 법사를 청하여 『반야바라밀다경』을 읽으니, 정생왕이 곧 물러나서 하늘 대중이 안락하였다. 대왕이여, 옛날 천라국왕(天羅國王)에게 한 태자가 있었는데, 이름이 반족(斑足)이었다. 그가 왕위에 오를 때 선시(善施)라는 외도의 스승이 있었는데, 왕에게 관정(灌頂)의 예를 행하고는 반족에게 명령을 내려 천 개의 왕의 머리를 취하여 무덤 사이에 마하가라대흑천신(摩訶迦羅大黑天神)에게 제사지내라고 하였다. 그가 왕위에 오르고 나서 이미 구백구십구 명이나 되는 왕의 머리를 얻었는데 오직 한 왕의 머리가 부족하여 북쪽으로 만리를 가서 보명(普明)이라는 한 왕을 얻으려고 하였다. 그 보명왕이 반족에게 말하기를 ‘원컨대 하루만 삼보에 예배하고 공경하며 사문에게 밥을 공양하고자 하니 들어 주시옵소서’ 하니, 반족이 듣고 나서 곧 허락하였다. 그 왕이 이에 과거 모든 부처님께서 설하여 가르치신 법에 의하여 백 개의 높은 자리를 펴고 하루 두 때에 반야바라밀다 팔천 게송을 강설하니, 이 때 그 대중 가운데 제일가는 법사가 보명왕을 위하여 게송을 설하였다.

겁의 불[劫火] 타오르니 
대천(大千)세계 함께 무너지고 
수미산의 큰 바다도 
갈리어 닳아 없어져 남음 없도다.


범왕ㆍ제석ㆍ하늘ㆍ용 
모든 유정들도 
모두 다 멸하는데 
하물며 어찌 이 몸이리오.



생ㆍ노ㆍ병ㆍ사와 
근심ㆍ슬픔ㆍ고뇌와 
원망과 친함이 핍박하여 
능히 소원과 어긋나네.



애욕에 얽매어 
스스로 부스럼과 혹을 만드니, 
삼계가 편치 않은데 
나라인들 무슨 즐거움 있으리.



유위(有爲)는 진실하지 않아 
인연에서 일어나고 
성하고 쇠함 번개같이 바뀌어 
잠시 있는 듯하다 곧 없어지네.



모든 세계 중생은 
업의 인연 따라 나타나니 
그림자 같고 메아리 같아 
일체가 다 공하도다.



식(識)은 업으로 말미암아 떠다니며 
4대(大) 타고 일어나 
무명(無明)과 애착 얽매여 
나와 내 것 생기도다.


식은 업 따라 옮겨가는 것 
몸은 곧 주인 없나니 
마땅히 알라. 국토도 
환화(幻化)와 같아 또한 그러하도다.

그 때 법사가 이 게송을 설하고 나니, 보명왕이 법을 듣고 깨달아 공삼매(空三昧)를 증득하였고 왕의 모든 권속이 법의 눈이 공함을 얻었다.

그 왕이 곧 바로 천라국(天羅國)에 나아가 모든 왕의 대중들 가운데서 이렇게 말하였다.

‘그대들이 지금 명을 따를 때가 이르렀도다. 모두 과거 모든 부처님께서 설하신 반야바라밀다 게송을 가지고 외우시오.’

모든 왕들이 듣고 또한 다 깨닫고 공삼매(空三昧)를 얻고 각각 기억하여 외우니, 반족왕이 모든 왕들에게 물었다.

‘그대들은 지금 무슨 법을 외우시오?’

그 때 보명이 곧 위의 게송으로써 반족왕에게 대답하니, 왕이 이 법을 듣고 또한 공정(空定)을 얻어 뛸듯이 기뻐하며 모든 왕들에게 말하였다.

‘나는 외도의 삿된 스승에게 미혹되었었는데, 그것은 당신들의 허물이 아니었습니다. 당신들은 각각 나라로 돌아가서 마땅히 법사를 청하여 반야바라밀다를 해설하십시오.’

이 때 반족왕은 나라를 동생에게 맡기고 도를 위하여 출가하여 무생법인(無生法忍)을 얻었다.

대왕이여, 과거 다시 오천(五千) 국왕이 있어서 항상 이 경을 외우고 현생에서 과보를 얻었다. 그대들 열여섯 모든 큰 나라 국왕은 국법을 다스려 보호하려면 마땅히 이와 같이 이 경을 받아 지니고 읽고 외우고 해설해야 할 것이다. 만약 미래세에 모든 국왕들도 나라를 보호하고 자신을 보호하고자 하는 자는 또한 마땅히 이와 같이 이 경을 받아 가지고 읽고 외우고 해설해야 할 것이다.”

이 법을 설할 때 한량없는 사람 대중들이 물러나지 아니함[不退轉]을 얻고 아수라들은 천상에 태어나게 되었고 한량없고 수없는 욕계와 색계의 모든 하늘은 무생인(無生忍)을 얻었다.

6. 부사의품(不思議品)

그 때 열여섯 국왕과 모든 대중은 부처님께서 반야바라밀다의 매우 깊은 글귀의 뜻을 말씀하시는 것을 듣고 뛸듯이 기뻐하며 백만억 가지의 보배 연꽃을 뿌리니, 허공 가운데서 보배의 꽃자리가 이루어져 시방의 모든 부처님들과 수많은 대중들이 그 자리에 함께 앉아 반야바라밀다를 설하였다.

그 때 모든 대중이 십천(十千)의 금연화(金蓮華)을 가지고 석가모니부처님 위에 뿌리니, 수레바퀴 같은 꽃이 되어서 모든 대중들을 덮었다.

또 팔만 사천 분타리(芬陀利)꽃을 흩으니, 허공 가운데서 흰구름의 대(臺)가 이루어지고, 그 대 가운데서 광명왕불(光明王佛)께서 시방의 모든 부처님과 한량없는 대중과 함께 반야바라밀다를 연설하셨다. 이에 모든 대중은 만다라(曼陀羅)꽃을 가지고 석가모니 부처님과 모든 대중에게 흩었다. 또 만수사(曼殊沙)꽃을 흩으니, 허공 중에서 변화하여 금강의 보배성이 만들어지고 성 가운데 사자분신왕불(獅子奮迅王佛)이 시방의 모든 부처님과 큰 보살대중과 함께 승의(勝義) 반야바라밀다를 연설하였다.

또 한량없는 하늘의 모든 아름다운 꽃을 흩으니, 허공 가운데서 보배 구름의 일산이 만들어져 삼천대천세계를 두루 덮고 이 꽃 일산 가운데 항하의 모래알과 같은 꽃이 공중에서 내렸다.

이 때 바사닉왕과 대중이 이 일을 보고 나서 일찍이 없었던 일이라고 찬탄하며 합장하고 부처님을 향하여 이렇게 말하였다.

“과거ㆍ현재ㆍ미래의 모든 부처님께서 항상 반야바라밀다를 설하여 주시기 원합니다. 모든 중생이 항상 보고 들어서 오늘 저희들과 다름이 없게 되기 원합니다.”

부처님께서 대왕에게 말씀하셨다.

“그대가 말한 것과 같이 이 반야바라밀다는 이 모든 부처님의 어머니요 모든 보살의 어머니다. 공덕과 신통이 생기는 곳은 같지 아니하나 모든 부처님께서 같이 설하시어 능히 많은 이익이 있으리니, 이런 까닭에 그대들은 항상 응당히 기억하라.”

그 때 세존께서 모든 대중을 위하여 불가사의한 신통변화를 나타내시어 하나의 꽃에 한량없는 꽃이 들어가고 한량없는 꽃이 하나의 꽃에 들어가며 하나의 부처님 세계가 한량없는 부처님 세계에 들어가며, 한량없는 불국토가 하나의 불국토에 들어가고, 하나의 먼지 같은 국토[塵刹土]가 한량없는 먼지의 국토에 들어가며 한량없는 먼지 같은 국토가 하나의 먼지 같은 국토에 들어가며, 한량없이 큰 바다가 하나의 털구멍에 들어가며, 한량없는 수미산이 겨자씨 가운데 들어가며, 한 부처님 몸에 한량없는 중생의 몸이 들어가고 한량없는 중생이 한 부처님 몸에 들어가며, 큰 것이 또 작은 것을 나타내고 작은 것이 또 큰 것을 나타내며, 깨끗한 것이 또 더러운 것을 나타내고 더러운 것이 또 깨끗한 것을 나타내시니, 부처님 몸은 불가사의하고 중생의 몸도 불가사의하며 나아가 세계가 불가사의하였다. 부처님께서 이런 신통변화를 나타내실 때에 십천(十千) 여인이 여자 몸이 바뀌어 신통삼매를 얻고, 한량없는 하늘 사람이 무생법인(無生法忍)을 얻고 한량없는 아수라 등이 보살도를 이루고 항하의 모래알만큼 많은 보살이 현재의 몸으로 성불하였다.

7. 봉지품(奉持品)

그 때 바사닉왕은 부처님의 신통변화로써 천 개의 꽃으로 된 대(臺) 위에서 두루 비추시는 여래와 천 개의 꽃잎 위의 천 분의 화신불(化身佛)과 천 개의 꽃잎 속의 한량없는 모든 부처님께서 각각 반야바라밀다를 설하시는 것을 보고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이와 같은 한량없는 반야바라밀다는 식(識)으로 알 수 없고 지혜로 알 수 없는데, 어떻게 모든 선남자가 이 경 가운데서 밝게 깨달아 알아서 남을 위하여 연설합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대왕이여, 그대는 지금 자세히 들으라.

처음 인(忍)을 익힘에 금강정(金剛定)에 이르기까지 법답게 13관문(觀門)을 수행함이 다 법사를 의지하여 이루어지는[建立] 것이니, 그대들 대중은 마땅히 부처님같이 공양하고 백천만억 하늘의 아름다운 향과 꽃으로써 받들어 올려야 한다.

선남자여, 그 법사란 습종성(習種性) 보살이다. 만약 비구ㆍ비구니ㆍ우바새ㆍ우바이가 십주행(十住行)을 닦아 불ㆍ법ㆍ승을 뵙고 보리심을 발하여 모든 중생을 불쌍하게 여겨 이익하고 안락하게 하고 스스로 자기 몸의 6계(界)의 모든 근원[根]이 일체가 무상하고 고통이고 공하고 나란 것이 없음을 관찰하여 생사와 열반의 업행(業行)을 알면 나와 남을 이롭게 하고 안락하고 풍요하게 하며, 부처님을 칭찬하거나 부처님을 헐뜯는 것을 들어도 마음이 안정되어 움직이지 아니하고, 부처님이 계시거나 부처님이 계시지 않거나 마음이 안정되어 물러나지 않는다. 3업(業)을 그르침 없이[無失] 6화경(和敬)을 일으켜서 훌륭하고 교묘한 방편으로 중생을 조화롭게 조복(調伏)하여 부지런히 십지를 배워서 신통으로 교화하여 이롭게 할 것이다. 하품(下品)은 팔만사천 바라밀다를 닦으니, 선남자여 습인(習忍) 이전에는 십천겁(十千劫)을 지날 동안 10선행을 행하며 물러갔다 나아갔다 한다. 비유하면 가벼운 털이 바람 따라 나는 것과 같이, 만약 인위(忍位)에 이르면 정정취(正定趣)에 들어가서 5역죄를 짓지 아니하고 정법을 비방하지 아니하며 나라는 것과 법의 모양이 다 공함을 아는 까닭에 해탈의 위치에서 일 아승기겁을 머물러서 이 인(忍)을 닦고 익혀 능히 바라밀다의 수승한 행[勝行]을 일으킨다.

또 성종성(性種性) 보살은 분별이 없는 데 머물러서 10혜관(慧觀)을 닦으니, 재물과 생명을 보시하기 때문이요, 청정한 계를 지키기 때문이요, 마음을 낮추어 겸손하기 때문이요, 나와 남을 이롭게 하기 때문이요, 생(生)과 사(死)에 어지러움이 없기 때문이요, 모양이 없음[無相]이 매우 깊기 때문이요, 있음[有]이 환(幻)과 같다고 통달했기 때문이요, 과보를 구하지 않기 때문이요, 걸림 없는 해(解)를 얻었기 때문이요, 생각생각에 부처님의 신통력을 나타내기 때문이요, 네 가지 전도된 것[四顚倒]과 세 가지 선하지 못한 근[三不善根]과 삼세의 혹업(惑業)의 열 가지 전도된 것을 대치했기 때문이다. 나와 남과 지견(知見)은 생각생각에 허망하니, 이름도 거짓이요[名假], 사물을 대하여 받아들이는 것도 거짓이요[受假], 법이란 것도 거짓[法假]이어서 모두 얻을 수 없음을 깨달아 나와 남이라는 모습이 없어서 진실한 관[眞實觀]에 머무른다. 중품(中品)에서 팔만사천 바라밀다를 이(二) 아승기겁 동안 닦고 익히어 모든 수승한 행을 행하여 견인(堅忍)의 위(位)를 얻는다.

또 도종성(道種性) 보살은 견인(堅忍) 중에 머물러서 모든 법성(法性)을 관하여 생멸(生滅)이 없음을 얻고 4무량심(無量心)으로 능히 모든 어둠을 깨뜨리고 항상 여러 부처님을 뵙고 널리 공양을 일으키며 항상 모든 부처님이 머무는 회향(廻向)을 배우며 닦는 선근은 다 실제(實際)와 같이 능히 삼매에서 널리 불사(佛事)를 일으키어 가지가지의 몸을 나타내어 4섭법(攝法)을 행하고 분별함이 없는 데 머물러서 중생을 이롭게 교화한다. 지혜는 밝고 밝아 매우 깊게 관찰하여 일체의 행원(行願)을 널리 닦고 익히어 능히 법사가 되어 유정(有情)을 길들인다. 5온(蘊)과 3계(界)와 2제(諦)를 관찰하여 나와 남이란 모양이 없는 여실한 성품[如實性]을 얻는다. 비록 항상 최상의 진리[勝義]를 닦지만 삼계에 생(生)을 받으니, 왜냐하면 업의 익힌 과보가 아직 다 없어지지 않은 까닭에 사람과 하늘 가운데서 도에 수순하여 태어나기 때문이다. 상품(上品)에서 팔만사천 바라밀다를 닦고 익히어 삼 아승기겁동안 두 가지 이익[二利]을 닦고 광대한 이익을 행하며 모든 삼마지(三摩地:三昧)를 잘 조복(調伏)하고 훌륭한 관찰에 머물러 생사를 벗어나 열반에 들어가는 행을 닦아[出離行] 능히 평등한 성인의 지위를 증득하는 까닭이다.

또 환희지(歡喜地)의 보살마하살은 어리석은 범부의 지위를 넘어서 여래의 집에 태어나 평등인(平等忍)에 머문다. 처음 무상(無相)의 지혜로 승의제(勝義諦)를 비추어 한 모양으로 평등하여 모양도 아니요 모양도 없으니[非相無相], 모든 무명을 끊고 삼계의 탐욕을 멸하여 미래의 한량없는 생사가 영원히 생기지 않기 때문이요, 대비를 으뜸으로 삼고 모든 큰 서원을 일으켜 방편의 지혜에서 생각생각마다 한량없는 훌륭한 행을 닦고 익히어 증득함도 아니요 증득하지 아니함도 아닌 일체를 두루 배우기 때문이요, 머물지도 아니하고 머물지 아니함도 아니하니 일체지를 향하기 때문이다.

생사에 행하되 마(魔)가 움직이지 못하기 때문이요, 나와 내 것을 여의어 두려움이 없기 때문이요, 나와 남의 모습이 없이 항상 중생을 교화하기 때문이요, 원력(願力)이 자재(自在)하여 모든 정토에 태어나기 때문이다. 선남자여, 이것은 처음 깨닫는 지혜라 같지도 아니하고[非如] 지혜도 아니며 있는 것도 아니요 없는 것도 아니며, 두 가지 모양이 없는 묘용(妙用)의 방편이라 전도됨도 아니요 머무는 것도 아니요 움직이는 것도 아니요 고요함도 아니요 두 가지 이로움을 자재하니 물과 물결같아 같지도 않고 다르지도 아니하며, 지혜로 모든 바라밀다를 일으키니 또한 같지도 다르지도 아니하며, 사 아승기겁에 백만의 행원(行願)을 만족하게 닦고 익히니 이 지(地)의 보살은 삼계의 업을 익힌 것도 없고 다시 새로 짓지도 아니하며 지혜의 힘으로 말미암아 따라서 서원으로 태어나는 까닭이다. 생각생각에 항상 보시바라밀다를 행하고 보시와 애어(愛語)와 이행(利行)과 동사(同事)하여 광대하고 청정하게 능히 잘 안주(安住)하여 중생을 이롭게 한다.

또 이구지(離垢地)의 보살마하살은 4무량심과 가장 훌륭한 적멸로 성냄 등의 습기를 끊고 일체행을 닦는다. 이른바 살해하는 것을 멀리 여의고 주지 않는 것을 가지지 아니하고 마음에 욕심이 없고 진실한 말을 하고 화합하는 말을 하고 부드러운 말을 하고 조복시키는 말을 하고 항상 버리는 마음을 행하며 항상 자비심을 일으켜 정직한 마음에 머물며, 고요하고 순수한 선으로 파계하는 번뇌[垢]를 여의며 자비관(慈悲觀)을 행하여 생각생각에 앞에 나타나며 오 아승기겁에 계(戒)바라밀다를 구족하고 청정하며 뜻이 용맹하여 영원히 모든 번뇌[染]를 여윈다.

또 발광지(發光地)보살마하살은 분별함이 없는 데 머물러 무명의 어둠을 멸하고 모양이 없는 인[無相忍]에서 3명(明)을 얻어 삼세가 오는 것도 없고 가는 것도 없음을 다 알고 4정려(靜慮)와 4무색정(無色定)에 의하여 분별없는 지혜[無分別智]로 차례로 수순하여 훌륭한 선정을 구족하여 5신통을 얻어 현재의 몸으로 크고 작게 하거나 숨고 나타남을 자재로이 하며 천안(天眼)이 청정하여 모든 취(趣)를 다 보고 천이(天耳)가 청정하여 온갖 소리를 다 들으며 타인의 마음을 아는 지혜로 중생의 마음을 알고 과거세에 살았던 한량없는 차별을 능히 알며 육 아승기겁 동안 일체의 인욕(忍辱)바라밀다를 행하여 큰 총지(總持)를 얻어 이익되게 하고 안락한다.

또 염혜지(焰慧地)보살마하살은 순인(順忍)을 수행하여 영원히 미세한 신견(身見)과 변견(邊見)을 끊어 섭수하는 것이 없는 이요, 끝없는 보리분법(菩提分法)을 닦고 익히어 4념처(念處)ㆍ4정근(精勤)ㆍ4신족(神足)ㆍ5근(根)ㆍ5력(力)ㆍ7각지(覺支)ㆍ8정도(正道)를 구족하고 10력(力)ㆍ4무소외(無所畏)ㆍ18불공법(不共法)을 성취하고자 하여 칠 아승기겁 동안 한량없는 정진(精進)바라밀다를 닦고 익히어 해태함을 멀리 여의고 널리 중생을 이익하게 한다.

또 난승지(難勝地)보살마하살은 4무소외로 진여에 수순하여 청정하고 평등하여 차별의 모습이 없으며 소승의 낙(樂)을 끊고 열반을 구하며, 모든 공덕을 모으고 모든 진리[諦]를 자세히 관한다. 이것은 고성제(苦聖諦)ㆍ집성제(集聖諦)ㆍ멸성제(滅聖諦)ㆍ도성제(道聖諦)와 세속제와 승의제와 한량없는 진리[諦]를 관하고, 중생을 이익하게 하기 위하여 기예(技藝)를 익히나니, 문자와 의약의 처방과 찬탄하고 읊으며[讚咏] 놀이하고 웃으며[戱笑] 재주와 주술[呪術], 외도들의 다른 논(論)과 길흉의 상을 점치고 하는 등에 하나도 착오가 없으며, 다만 중생에게 손해되거나 괴롭히지 아니하며, 이익되게 하는 까닭에 다 열어 보여서 점점 무상보리에 안주하게 하며, 모든 지(地) 가운데서 도에서 나오는 것과 도에 장애됨을 알고 팔 아승기겁 동안 항상 삼매를 닦고 모든 행을 개발한다.

또 현전지(現前地)보살마하살은 위의 순인(順忍)을 얻어 3해탈문(解脫門)에 머물러 능히 삼계의 모인 인[集因]과 모인 업에 거친 작용의 모양[麁現行相]을 다하며 대비를 일으켜서 모든 생사의 무명의 어두운 덮개와 업의 모임과 식(識)의 종자ㆍ명색(明色)ㆍ6처(處)ㆍ촉(觸)ㆍ수(受)ㆍ애(愛)ㆍ취(趣)ㆍ유(有)ㆍ생(生)ㆍ노사(老死) 등은 모두 나에 집착하기 때문이라고 관찰하니, 무명의 업과(業果)는 있는 것도 아니고[非有] 없는 것도 아니어서[非無], 하나의 모양[一相]과 모양이 없음이되 둘이 아니기 때문이다. 구 아승기겁 동안 백만의 공(空)과 무상(無相)과 무원(無願)의 삼매를 행하여 일체 반야바라밀다를 얻어 끝없는 빛을 비춘다.

또 원행지(遠行地)보살마하살은 무생인(無生忍)을 닦아 법에 차별이 없음을 깨달아 모든 업과(業果)의 미세한 작용의 모양[細現行相]을 끊고 멸진정[滅定]에 머물러 수승한 행을 일으킨다. 비록 항상 적멸하나 널리 중생을 교화하고 성문(聲聞)에 들어감을 보이고 항상 부처님 지혜를 따르며 외도와 같이함을 보이고 마왕이 되는 것을 보이며 세간에 수순하되 항상 세간을 벗어난다. 십 아승기겁 동안 백만삼매를 행하여 선교방편으로 널리 법장(法藏)을 펴며 일체를 장엄하여 다 원만하게 한다.

또 부동지(不動地)보살마하살은 무생인에 머물러 체(體)에 증감이 없으며, 모든 공용심(功用心)을 끊고 마음이 적멸하여 몸의 모양[相]이나 마음의 모양이 없어 마치 허공과 같다. 이 보살에게 불심(佛心)ㆍ보리심(菩提心)ㆍ열반심(涅槃心)이 다 일어나지 않는 것은 본래의 서원인 까닭이다. 모든 부처님께서 가호[加持]하여 능히 일념 사이에 지혜와 업을 일으키되, 평등하게 쌍조(雙照:둘다 긍정)하여 10력(力)의 지혜로써 말할 수 없는 대천세계의 모든 중생을 따라 널리 다 이롭고 즐겁게 하며 천 아승기겁 동안 백만의 큰 서원[大願]을 만족히 하며 마음과 마음이 나아가 일체종자[一切種:아뢰야식]와 일체지지(一切智智:佛智)에 들어간다.

또 선혜지(善慧智)보살마하살은 위의 무생인에 머물러 마음과 마음의 모양을 멸하고 지혜의 자재함을 깨달아 무애의 장애[無碍障]을 끊고 대신통력을 갖추고 10력(力)과 4무소외를 닦아 능히 모든 부처님의 법장(法藏)을 잘 수호하며 걸림 없는 지혜[解]로 법의 뜻과 말씀의 변재를 얻어 널리 정법을 연설하여 끝도 없고 다함도 없으며 일 찰나 사이에 말로 다할 수 없는 모든 세계 가운데서 모든 중생의 어려운 물음을 한 음성[一音]으로 해석하여 널리 다 기쁘게 하며 만 아승기겁 동안에 능히 백만 항하의 모래와 같은 모든 부처님의 신통력을 나타내어 무진한 법으로 원만하게 이익되게 한다.

또 법운지(法雲地)보살마하살은 한량없는 지혜로 신심을 낼 때부터 사유하고 관찰하여 백만 아승기겁을 지나면서 널리 한량없는 도를 돕는 법[助道法]을 닦아 모아 끝없이 큰 복과 지혜를 늘리고 업을 자재하는 것을 깨달아 신통의 장애됨을 끊고 일념 사이에 능히 시방의 백만 아승기 세계의 미진수 국토를 두루 다니며, 일체 중생의 마음의 행에 상ㆍ중ㆍ하의 근기가 있음을 알고 삼승(三乘)을 설하여 널리 바라밀다를 닦고 익히게 하여 부처님께서 행한 10력과 4무소외에 들어가서 여래를 따라 점점 적멸에 의지하게 한다.

선남자여, 처음 습인(習忍)에서 금강정에 이르기까지 다 일체 번뇌를 조복하는 모양이 없는 신인[伏一切煩惱無相信忍]이라 이름하며 승의제(勝義諦)를 비추어 점점 조복하여 멸하되, 생멸하는 마음을 가지고 생멸이 없는 것을 얻나니, 이 마음이 만약 멸하면 곧 무명이 멸한다. 금강정 앞에 있는 지견은 다 지견[見]이라 이름하지 못하며, 오직 부처님만이 단번에 일체지를 갖추어 가지는 지견만이 지견이라는 이름을 얻는다.

선남자여, 금강삼매가 현재 앞에 나타날 때에도 또한 아직 능히 무등등(無等等)과 같지 못하니, 비유하면 어떤 사람이 높은 대에 올라 널리 일체를 두루 보면 이에 보지 못할 것이 없는 것과 같다.

만약 해탈위에 오르면 하나의 모양과 모양이 없음은 생함도 없고 멸함도 없어 진제(眞諦)와 같고 법성(法性)과 같으며 공덕의 창고[藏]가 가득하여 여래의 위에 머문다.

선남자여, 이와 같이 모든 보살마하살은 이 경을 받아 지니고 해설하며 다 시방의 모든 부처님 세계에 가서 유정들을 이롭고 편안하게 하고 실상을 통달하게 하되, 나의 현재와 같아 다름이 없다.

선남자여, 시방 법계의 일체 여래는 다 이 문에 의하여 성불한다. 만약 이것을 벗어나서 성불한다고 말하면 이는 마군들이 말하는 것이며, 부처님의 말씀이 아니다. 이런 까닭에 너희들은 이와 같이 알고, 이와 같이 보고, 이와 같이 믿고 이해해야 한다.”

그 때 세존께서 거듭 이 뜻을 펴시고자 게송으로 설하였다.

저 복인(伏忍)보살은 
불법을 장양(長養)하여 
13심(心)을 견고하게 하였으니 
불퇴전이라 한다.



처음 평등한 성품 깨달아 
여러 부처님 가문에 태어나고 
처음 깨달음 얻으면 
환희지라 한다.



더러움에 물듦과 성냄 등의 
가지가지 때[垢] 멀리 여의고 
계(戒)를 갖추어 공덕 청정하면 
이구지(離垢地)라 한다.



무명의 어둠 깨어 없애면 
모든 선정 이루어 
지혜의 빛으로 비추니 
발광지(發光地)라 한다.



청정한 보리분법(菩提分法)은 
신견(身見)과 변견(邊見) 멀리 여의고 
지혜의 불꽃 활활 타니 
염혜지(焰慧地)라 한다.



실답게 모든 진리[諦] 알고 
세간의 모든 기예(技藝) 
가지가지로 많은 중생 이롭게 하니 
난승지(難勝地)라 한다.



연(緣)하여 생기는 법을 관찰하여 
무명에서 늙고 죽음에 이르기까지 
능히 그 매우 깊음 깨달으면 
현전지(現前地)라 한다.



방편의 삼마지(三摩地)로 
한량없는 몸 나투어 
선교(善巧) 교묘하게 온갖 중생 대하면 
원행지(遠行地)라 한다.



모양 없는 바다[無相海]에 머물러 
일체 부처님 가호로 
자재로이 마군 무너뜨리면 
부동지(不動地)라 한다.



네 가지 걸림없는 지혜 얻어 
한 음성[一音]으로 일체를 연설하여 
듣는 자 다 기뻐하면 
선혜지(善慧地)라 한다.



지혜는 짙은 구름같이 
법계에 두루 가득하여 
널리 감로법으로 씻어주면 
법운지(法雲地)라 한다.



번뇌 없는 세계[無漏界]에 만족하여 
항상 청정한 해탈의 몸이 
적멸하여 불가사의함을 
일체지라 한다.

부처님께서 파닉왕에게 말씀하셨다.

“내가 멸도(滅度)한 후 법이 없어지려 할 때 일체 유정이 악업을 짓는 까닭에 모든 국토에서 가지가지 재난이 일어난다. 모든 국왕들이 자신과 태자ㆍ왕자ㆍ후비ㆍ권속ㆍ백관ㆍ백성과 모든 국토를 보호하려면 마땅히 이 반야바라밀을 받아 지니면 다 안락을 얻을 것이다. 나는 이 경을 국왕에게 부촉하고 비구ㆍ비구니ㆍ우바새ㆍ우바이에게는 부촉하지 아니하니, 왜냐하면 왕의 위력이 없으면 능히 일으키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그대들은 항상 받아 지니고 읽고 외우고 해설해야 한다.

대왕이여, 내가 지금 교화하는 대천(大千)세계에는 백억의 수미산과 백억의 일월(日月)이 있는데 하나하나의 수미산에 사천하가 있으며 이 섬부주(贍部洲)에는 열여섯 큰 나라와 오백의 중간 나라와 십만의 작은 나라가 있으니, 이 모든 나라 안에 만약 일곱 가지 재난이 일어날 때 모든 국왕이 재난을 없애기 위하여 이 반야바라밀다를 받아 가지고 해설하면 일곱 가지 재난이 곧 없어지고 국토가 안락할 것이다.”

바사닉왕이 아뢰었다.

“무엇을 일곱 가지 재난이라 합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첫째는 해와 달이 궤도를 잃어 햇빛이 변하여 백색ㆍ적색ㆍ황색ㆍ흑색이 되며, 혹은 둘ㆍ셋ㆍ넷ㆍ다섯 개의 해가 함께 비추며 달빛이 변하여 적색 황색이 되며, 일식이나 월식이 나타나며 혹은 해무리가 겹쳐서 하나ㆍ둘ㆍ셋ㆍ넷ㆍ다섯 겹으로 나타난다.

둘째는 별들이 궤도를 잃어 혜성(慧星)ㆍ목성ㆍ화성ㆍ금성ㆍ수성ㆍ토성 등 모든 별이 각각 변하며 혹은 같은 시간에 다 나타난다.

셋째는 용의 불과 귀신의 불ㆍ사람의 불ㆍ나무의 불ㆍ큰 불이 사방에서 일어나 만물을 태운다.

넷째는 시절이 변하나니, 추위 더위가 항상 고르지 아니하여 겨울에 비가 오고 번개가 치며, 여름에 서리와 얼음과 눈이 내리고 흙과 돌의 산과 모래ㆍ자갈이 비같이 내리며, 때가 아닌데 우박이 내리고 붉고 검은 물이 내리어 강과 하수가 범람하고 돌이 흘러가고 산이 떠내려간다.

다섯째는 폭풍이 자주 일어나 해와 달을 어둡게 가리고 집이 뽑혀 가고 나무가 뽑히고 모래가 날고 돌이 굴러간다.

여섯째는 천지에 햇빛이 강하여 못이 마르고 초목이 말라 죽고 온갖 곡식이 자라지 못한다.

일곱째는 사방에서 도적이 침입하여 나라 안팎에 병사가 다투어 일어나니, 백성을 잃어버리게 된다.

대왕이여, 내가 지금 간략하게 이와 같이 모든 재난을 설하였다. 또 해가 낮에 나타나지 아니하고 달이 밤에 나타나지 아니하고 하늘의 가지가지 재앙으로는 구름과 비와 눈이 없고, 땅의 갖가지 재앙으로는 땅이 진동하며 갈라지는 일이 있으며, 혹은 다시 피흘리는 귀신이 나타나고 새ㆍ짐승들의 괴이한 일이 생긴다. 이와 같은 재난이 한량없고 끝이 없으니, 하나하나의 재난이 일어나면, 다 이 반야바라밀다를 받아 지니고 읽고 외우고 해설해야 할 것이다.”

그 때 열여섯 국왕이 부처님께서 설하신 것을 듣고 다 놀라 두려워함에 바사닉왕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무슨 까닭으로 천지에 이런 재앙이 있습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대왕이여, 섬부주의 크고 작은 나라 읍(邑)의 모든 백성들이 부모에 불효하고 스승과 어른을 공경하지 아니하고 사문ㆍ바라문과 국왕ㆍ대신들이 정법을 행하지 아니하는 까닭이니, 이 모든 악함으로 말미암아 이런 재앙이 일어난다.

대왕이여, 반야바라밀다는 능히 일체의 모든 불법과 일체 보살의 해탈법과 일체 국왕의 위없는 법과 일체 유정의 생사를 벗어나는 법이 마니 보배와 같이 몸에 온갖 덕을 갖추어 능히 독룡(毒龍)과 모든 악한 귀신을 누르고 능히 사람의 마음을 따라 구하는 것을 만족하게 하여 능히 전륜왕의 이름난 여의주에도 응하여 주며 능히 난타(難陀)와 발난타(跋難陀) 등의 모든 큰 용왕으로 하여금 단비를 때맞추어 내리게 하여 초목을 윤택하게 한다. 만약 어두운 밤에 높은 깃대 위에 두면 빛이 천지를 비추어 밝기가 해 뜨는 것과 같다. 이 반야바라밀다도 또한 다시 이와 같다. 그대들 모든 왕들은 마땅히 보배 깃대와 번개를 만들고 향을 태우고 꽃을 흩어 널리 크게 공양하며, 보배함에 경을 넣어서 보배 책상에 두었다가 만약 행사할 경우는 항상 그 앞에서 인도할 것이며, 경이 있는 곳에는 칠보의 장막을 치고 온갖 보배로 자리를 만들고 경을 위에 올리고 가지가지로 공양하며 부모 섬기듯 할 것이며 또한 모든 하늘이 제석천을 받들어 섬기듯이 할 것이다.

대왕이여, 내가 보건대 모든 나라 일체 사람의 왕은 다 과거 오백 부처님을 공경하고 공양하여 제왕이 되었으며 일체 성인으로 도과(道果)를 얻은 이는 내생에 그 나라에 태어나서 큰 이익을 주게 될 것이지만 만약 복이 다하여 도가 없을 때는 성인이 버리고 가서 재난이 다투어 일어날 것이다.

대왕이여, 만약 미래세에 모든 국왕이 정법을 세우고 삼보를 보호하는 자는 내가 오방(五方)보살마하살 대중이 가서 그 나라를 보호하게 할 것이다.

동방의 금강수(金剛手)보살마하살은 손에 금강저(金剛杵)를 가지고 청색의 빛을 놓으며 4구지(俱胝) 보살과 함께 가서 그 나라를 보호할 것이다.

남방의 금강보(金剛寶)보살마하살은 손에 금강마니(摩尼)를 가지고 태양 빛을 놓으며 4구지 보살과 함께 가서 그 나라를 보호할 것이다.

서방의 금강리(金剛利)보살마하살은 손에 금강검을 들고 금색 광명을 놓으며 4구지 보살과 함께 가서 그 나라를 보호할 것이다.

북방의 금강약차(金剛藥叉)보살마하살은 손에 금강요령을 들고 유리색 광명을 놓으며 4구지의 야차와 함께 가서 그 나라를 보호할 것이다.

중방의 금강바라밀다보살마하살은 손에 금강륜(金剛輪)을 가지고 오색 광명을 놓으며 4구지 보살과 함께 가서 그 나라를 보호할 것이다.

이 다섯 보살마하살은 각각 이와 같이 한량없는 대중과 함께 그대들 나라에 큰 이익을 줄 것이니, 마땅히 형상을 세워서 공양하도록 하라.”

그 때 금강수보살마하살 등이 곧 자리에서 일어나 머리 숙여 부처님 발에 예배하고 물러나 한쪽에 앉아서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희들의 본원은 부처님의 신통력을 입어서, 시방세계 일체 국토에 만약 이 경을 받아 가지고 읽고 외우고 해설하는 곳에는 우리들이 마땅히 각각 이와 같은 권속과 함께 일념 사이에 곧 그 곳에 가서 정법을 수호하고 정법을 일으키어 그 나라에 모든 재난이 없게 하고 병난[刀兵]과 질병 일체를 다 없앨 것입니다.

세존이여, 우리들은 다라니가 있어서 능히 가피력으로 옹호할 것이며, 이는 일체 부처님 본래의 처소에서 수행하는 가장 빠른 문이니, 만약 사람이 들어서 한 번만 귀를 스쳐 지나가도 있던 죄장이 다 소멸될 것인데 하물며 다시 읽고 익히어 날카로운 칼날과 같이 걸림없이 통하게 하는 것이겠습니까? 법의 위력으로 마땅히 나라의 경계안에 영원히 여러 재난이 없게 할 것입니다.”

그리고는 곧 부처님 앞에서 이구동성으로 다라니를 설하였다.

그 때 세존께서 이 말을 듣고 나서 금강수 등 모든 보살의 말을 찬탄하여 말씀하셨다.

“훌륭하고, 훌륭하다. 만약 이 다라니(陀羅尼)를 지니고 외우는 이는 나와 시방의 모든 부처님께서 다 항상 가호하고, 모든 악한 귀신이 부처님처럼 공경할 것이며, 오래지 않아 마땅히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을 것이다.

대왕이여, 나는 이 경을 그대들에게 부촉한다. 비사리국(毘舍離國)ㆍ교살라국(憍薩羅國)ㆍ실라벌국(室羅筏國)ㆍ마가다국(摩伽陀國)ㆍ파라니사국(波羅泥斯國)ㆍ가비라국(迦毘羅國)ㆍ구시나국(拘尸那國)ㆍ교섬시국(憍睒彌國)ㆍ반차라국(般遮羅國)ㆍ파타라국(波吒羅國)ㆍ말토라국(末土羅國)ㆍ오시니국(烏尸尼國)ㆍ분타발다국(奔吒跋多國)ㆍ가시국(迦尸國)ㆍ첨파국(瞻波國) 등의 이와 같은 일체 모든 국왕들은 다 응당히 반야바라밀다를 받아 가질 것이다.”

이 때 모든 대중의 아수라(阿修羅) 등이 부처님께서 설하신 재난의 일을 듣고 온 몸의 털이 쭈뼛해져 다 같이 높은 소리로 외쳐 말하였다.

“원컨대 우리들은 미래에 그 나라에 태어나지 않겠습니다.”

그 때 열여섯 왕이 곧 왕위를 버리고 출가하여 도를 닦아 8승처(勝處)와 10일체처(一切處)를 구족하고 복인(伏忍)ㆍ언인(言忍)ㆍ무생인(無生忍)을 얻었다.

그 때 일체 하늘과 사람의 대중과 아수라 등이 만다라꽃ㆍ만수사꽃ㆍ바사가꽃ㆍ소마나꽃을 흩으며 부처님께 공양하고, 그 종성(種性)에 따라 3해탈문(解脫門)과 생공(生空)ㆍ법공(法空)ㆍ보리분법(菩提分法)을 얻었으며, 한량없고 수없는 보살마하살은 구물두꽃ㆍ파두마꽃을 흩으며 부처님께 공양하고 한량없는 삼매가 다 앞에 나타나며 순인(順忍)ㆍ무생법인(無生法忍)에 머무는 것을 얻었으며, 한량없고 수없는 보살마하살은 항하사의 모든 삼매문을 얻었으며 진속(眞俗)이 평등한 무애의 지혜를 갖추고 항상 대비를 일으켜 백만억 아승기 부처님 세계의 먼지 수[微塵數]와 같은 세계에 널리 중생을 이익하게 하고 현재의 몸으로 성불하였다.

8. 촉루품(囑累品)

부처님께서 바사닉왕에게 말씀하셨다.

“지금 그대들에게 경계[誡]하노라. 내가 멸도한 후에 정법이 멸하려 할 것이니, 오십년 뒤ㆍ오백 년 뒤ㆍ오천 년 뒤에는 부처님과 승이 없어질 것이다. 이 경과 삼보를 모든 국왕에게 부촉하니, 세워서[建立] 수호하여 나의 사부(四部)의 모든 제자들이 받아 지니고 읽고 외워 그 뜻과 이치를 해석하고 자세히 중생을 위하여 법의 요점을 널리 설하여 닦고 익히는 자로 하여금 생사에서 벗어나게 하라.

대왕이여, 뒤의 오탁악세에 일체 국왕ㆍ왕자ㆍ대신이 스스로 고귀함을 믿고서 나의 가르침을 파멸하며, 억제하는 법을 만들어 나의 제자인 비구와 비구니를 제지하고, 출가수행의 정도(正道)를 듣지 아니할 것이다. 또한 다시 부처님과 탑의 형상을 만드는 것을 들어주지 아니하며 속인[白人]은 높은 자리에 앉고 비구는 땅에 서며 병사와 노예의 법과 같아 다른 점이 없을 것이다. 마땅히 알아야 한다. 그 때는 법이 멸할 때가 오래지 아니할 것이다.

대왕이여, 나라를 파멸하는 인연은 다 그대들이 스스로 만드는 것이다. 자기의 위력을 믿고 사부대중을 억제하여 복 닦는 것을 듣지 않는다. 모든 나쁜 비구들은 별청(別請)의 법을 받아들이고 서로 아는[知識] 비구들은 같이 한 마음이 되어 서로 친하게 제회(齋會: 영가와 승려에 공양하는 법회)를 열어 복을 구하나니, 이것은 외도들의 법이요 전혀 나의 가르침이 아니니, 백성들은 질병과 고난이 한량없을 것이다. 마땅히 알아야 한다. 그 때는 국토가 파멸할 것이다.

대왕이여, 법이 말세가 될 때는 국왕ㆍ대신ㆍ사부(四部)제자가 각각 법답지 아니한 행을 하고 부처님의 가르침을 비껴가며 여러 가지 허물을 만들어 법에 맞지 않고 율(律)에 맞지 않게 비구를 얽어 묶어 옥의 죄수를 다루는 법과 같이 할 것이다. 마땅히 알아야 한다. 그 때가 되면 법이 오래지 않아 멸할 것이다.

대왕이여, 내가 멸도한 후에 사부제자와 일체 국왕ㆍ왕자ㆍ모든 대신들이 맡아 지니고 삼보를 보호하는 자가 스스로 불법을 파멸할 것이니, 마치 사자 몸 가운데 벌레가 생겨 사자의 살을 파먹는 것과 같으리니, 외도들이 파괴하는 것이 아니다.

나의 법을 무너뜨리는 자는 큰 죄와 허물을 얻으리니, 정법이 쇠하여 엷어지고 백성은 바른 행이 없고 모든 악이 점점 늘며 그 수명이 날로 감소하고 다시 효자가 없으며 육친은 불화하고 하늘과 용은 돕지 아니하고 악귀와 악한 용이 날로 와서 침해하고 괴이한 재난이 서로 이어지며 재앙이 종횡으로 일어나며 마땅히 죽어서는 지옥ㆍ아귀ㆍ축생에 떨어질 것이다. 만약 사람으로 태어나더라도 빈궁하고 하천하며 모든 근(根)이 불구가 될 것이니, 형상을 따르는 그림자와 같고 소리에 응하는 메아리와 같으며 사람이 밤에 글을 쓸 때 등불이 꺼져도 글자는 남아 있듯이 법을 허무는 과보도 또한 다시 이와 같다.

대왕이여, 미래 세상에는 일체 국왕ㆍ왕자ㆍ대신이 나의 제자와 마음대로 호적을 기록하여 세우며, 벼슬 자리와 법을 주장하는 사람을 만들어서 대소의 승통(僧統)을 이치에 없이 부릴 것이다. 마땅히 알아야 한다. 그 때가 되면 불법이 오래가지 아니할 것이다.

대왕이여, 미래 세상에 일체 국왕과 사부제자는 마땅히 시방의 일체 모든 부처님께 의지하여 항상 행하는 바의 도를 세워서 유통하도록 하라. 나쁜 비구는 명리(名利)를 구하여 나의 법에 의지하지 아니하고 국왕 앞에서 스스로 허물된 일과 근심되는 것을 말하여 법을 깨뜨리는 인연을 만들리니, 그 왕은 분별하지 않고 이 말을 믿고 받아들여 마음대로 억제하는 법을 세워서 부처님의 계(戒)에 의지하지 아니할 것이니라. 마땅히 알아야 한다. 그 때가 되면 법이 오래지 않아 멸할 것이다.

대왕이여, 미래 세상에 국왕ㆍ대신ㆍ사부제자가 스스로 법을 파멸하고 나라를 파멸할 인연을 만들어서 스스로가 그 법을 받아들일 것이니, 불법의 잘못이 아니다. 하늘과 용이 버리고 가서 오탁(五濁)이 점점 늘어날 것이다. 만약 자세히 설하려면 겁이 다하여도 다하지 못할 것이다.”

그 때 열여섯 큰 나라의 왕이 미래에 이와 같은 여러 가지 경계하는 말씀을 듣고 슬피 울며 울부짖으니, 소리가 삼천세계를 진동하고 천지가 캄캄하여 광명이 나타나지 않았다.

이 때 모든 왕들이 각각 지극한 마음으로 부처님의 말씀을 받아 가지고 사부대중이 출가하여 도를 배우는 것을 억제하지 아니하고 마땅히 부처님 가르치심과 같이 하였다.

그 때 항하의 모래알만큼 한량없는 대중이 다 같이 탄식하며 말하였다.

“그 때는 세간이 텅비게 될 것이니, 이것이 부처님 없는 세상이다.”

그 때 바사닉왕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마땅히 이 경의 이름을 무엇이라 하며 우리들은 어떻게 받들어 지녀야합니까?”

부처님께서 대왕에게 말씀하셨다.

“이 경은 이름을 『인왕호국반야바라밀다(仁王護國般若波羅蜜多)』라 하고 또한 감로법약(甘露法藥)이라 한다. 그것은 만약 이 약을 먹으면 능히 모든 병을 고치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대왕이여, 반야바라밀다가 가진 공덕은 마치 허공과 같아 측량할 수 없다. 만약 받아 지니고 읽고 외우는 자가 얻는 공덕은 능히 인왕(仁王)과 모든 중생을 보호함이 담장과 같고 성벽과 같을 것이다. 이런 까닭에 그대들은 응당히 받아 지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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