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피한 누명
석존(釋尊)께서 태어나신 시대보다 훨씬 옛날로 쿠루손 부처님의 재세(在世)하신 당시, 정광(定光)이라는 선인이 오백명의 선인과 함께 심산의 초굴(草窟)에 살고 있었을 때의 일이다.
어떤 때 한 사람의 매우 아름다운 부인(婦人)이 이 산중을 지나다가 소나기를 만나, 공교롭게 우비의 마련은 없는데다 업친데 덮치기로 센 바람은 불고 날은 추워지며 비를 피하려 해도 산중이라 적당한 곳이 눈에 뜨이지 않아 진퇴양난(進退兩難), 정광선인의 초굴에 하룻밤 드새기를 간청했다. 정광선인도 대단히 가엾이 여겨 쾌히 그녀의 간청을 받아들였다.
이튿날 아침 그녀는 선인의 후의를 사례하면서 초굴을 떠났는데 그 후에 오백의 선인은 정광선인에 대하여 의혹의 눈으로 보았다. 그녀와 불미스러운 관계를 맺었으리라고 억측하며 이것저것 정광선인을 욕하는 것이었다.
정광선인은 이 일을 듣고 오백선인의 마음이 천박함을 가엾게 생각하며, 또 오백의 선인이 비방(誹謗)의 죄로 지옥으로 떨어짐을 측은히 여겨 그들 눈앞에서 공중으로 솟아올라, 약 육십간 정도로 올라가 십팔변(十八變)을 시현(示現)했다.
오백의 선인은 정광선인의 신통력(神通力)을 눈앞에 보자 한편으로 놀라고 한편으로 뉘우치며 몸이 땅에서 두 자나 떨어질 수 있으면 음욕(淫欲)은 없을 것인데 하물며 정광선인은 높이 육십간(間)이나 공중에 솟아오르고 그 위에 신변(神變)을 나타낸 것은 털끝만한 음욕도 없는 증거(證據)이다.
그런줄 모르고 어리석게도 청정(淸淨)한 사람을 비방(誹謗)한 죄과(罪果)만도 무서운 것이다. 라고 입을 모아 참회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오백의 선인은 깊이 참회하는 것이었다.
이렇게 오백의 선인이 깊이 참회하는 정성을 보였으므로, 지옥에 떨어질 죄는 면했다는 얘기이다.
이 정광선인이란 현재의 미륵보살이고, 오백의 선인이란 오백의 장로이다.
<雜寶藏經第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