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자와 구렁이

사자와 구렁이

석존께서 왕사성의 영취산에 계시면서, 많은 사람들을 모아 놓고 설법하실 때의 일이다.

어느 산중 숲속에 한 마리의 사자가 살고 있었다. 어느 때 이 산중을 5백명의 상인이 떼를 지어 지나갔다.

그 때 이 산중에 살고 있는 큰 구렁이가 상인들의 말소리에 깨어나서 그들이 쉬고 있는 곳을 그 커다란 몸뚱이로 둘러싸 버렸다. 상인들은 깜짝 놀라 소리를 질러 제천(霽天)에게 구원을 청하였다.

이 소리를 듣고 그 사자가 와 보니 큰 구렁이가 상인을 에워싸고 삼켜 버리려 하고 있다.

사자는 급히 그 근처에 살고 있는 젊은 코끼리를 찾아가 말하였다.

『5백명의 상인이 큰 구렁이한테 잡아 먹히려 하고 있다. 둘이서 힘을 모아 목숨을 걸고 그들을 구해주자.』

코끼리는 그 자리에서 이에 응하였다.

『그래 그러자, 그런데 어떤 방법으로 할까?』

사자가 말하였다.

『내가 네 머리 위에 올라가 뒷발로 네 머리를 붙잡고 앞발로 구렁이의 골통을 내려치는 것이다. 그런데 내 뒷발의 힘을 너는 죽어야 한다. 내 앞발에 얻어맞고 구렁이는 반드시 죽는다. 구렁이가 내뿜는 독기로 나도 죽어 버리는 것이다.』

이리하여 사자와 코끼리는 큰 구렁이와 싸웠다. 사자는 코끼리 머리 위에 올라가 구렁이의 골통을 내리쳤다.

구렁이가 죽는 것과 함께 뒷발의 힘으로 말미암아 코끼리도 죽어 버렸다. 사자도 구렁이의 독기에 닿아 쓰러져 버렸다. 세 마리는 한꺼번에 그 목숨을 버리었다. 상인들은 가까스로 몸을 구할 수가 있었다.

상인들이 위험한 고비는 벗어나 여기를 떠나려 하는데 제천은 상인들에게 일러 말하였다.

『이 사자야말로 보살의 화신인 것이다. 너희들을 위하여 목숨을 버린 것이다. 이 보살을 공양한 뒤에 떠나도록 하여라.』

상인들은 이 사자의 주검을 가지 가지로 공양하고 나서 다시 나그네길을 떠났다.

그 때의 사자란 지금의 석가모니이시다.

<根本設一切有部毘奈耶藥事 第十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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