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음비유경(五陰譬喩經)
후한(後漢) 안식삼장(安息三藏)안세고(安世高) 한역
최민자 번역
이와 같이 들었다.
한때 부처님께서 미승국(靡勝國)에서 노니시면서 강나루를 건너시다가 강 복판에서 큰 물거품 덩어리가 물을 따라 흐르는 것을 보시고, 곧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모든 비구들이여, 비유하면 이 큰 물거품 덩어리가 물을 따라 흐르는 것과 같다. 눈이 있는 사람은 이것을 보고 자세히 살펴보아 곧 그것은 있는 것이 아니요, 허무하고 진실하지 않아 곧 사라져 없어질 것을 안다. 무엇 때문인가? 물거품은 굳셈이 없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비구들이여, 모든 색(色)의 대상인 과거, 미래, 현재와 안팎, 거칠고 고움, 아름답고 추함, 멀고 가까운 것을 비구는 이것을 보고 마땅히 자세히 살펴서 그것은 있는 것이 아니요, 허무하고 진실하지 않으며, 다만 결박이고 다만 부스럼이고, 다만 거짓이며, 참되지 않고, 항상 하지 않고, 괴롭고 공(空)하고 실체[身]가 아니며, 소멸되어 없어질 것을 관(觀)해야 한다. 무엇 때문인가? 색의 성품은 굳셈이 없기 때문이다.
비구들이여, 비유하면 하늘에서 비가 내려 방울져 떨어지는 물이 하나의 물거품이 되어 일어났다가 하나의 물거품으로 곧 사라지는 것과 같다. 눈이 있는 사람은 이것을 보고 잘 살펴보아 곧 그것은 있는 것이 아니요, 허무하고 진실하지 않아 곧 사라져 없어질 것임을 안다. 왜냐 하면, 그 물거품은 굳셈이 없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비구들이여, 모든 통(痛:受)의 대상인 과거, 미래, 현재와 안팎, 거칠고 고움, 아름답고 추함, 멀고 가까운 것을 비구는 이것을 보고 알아서 마땅히 자세히 살펴서 그것은 있는 것이 아니요, 허무하고 진실하지 않으며, 다만 병이고, 다만 결박이고 다만 거짓이고 다만 부스럼이고, 참되지 않고, 항상 하지 않으며, 괴롭고 공하고 실체가 아니며, 사라져 없어질 것을 관해야 한다. 무엇 때문인가? 통(痛)의 성품은 굳셈이 없기 때문이다.
비구들이여, 비유하면 늦여름 한창 더울 때 한낮의 열기[炎]와 같다. 눈이 있는 사람은 이것을 보고 잘 살펴보아서 곧 그것은 있는 것이 아니요, 허무하고 진실하지 않아 곧 사라져 없어질 것을 안다. 무엇 때문인가? 열기에는 굳셈이 없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비구들이여, 모든 상(想)의 대상인 과거, 미래, 현재와 안팎, 거칠고 고움, 아름답고 추함, 멀고 가까운 것을 비구는 이것을 보고 마땅히 자세히 살펴서 그것은 있는 것이 아니요, 허무하고 진실하지 않으며, 다만 음욕이고, 다만 결박이고 다만 부스럼이고 다만 거짓이며, 참되지 않고 항상 하지 않으며 괴롭고 공하고 실체가 아니며 사라져 없어질 것을 관해야 한다. 무엇 때문인가? 상(想)의 성품은 굳셈이 없기 때문이다.
비구들이여, 비유하면 어떤 사람이 좋은 재목을 구하려고 도끼를 메고 숲속으로 들어가 큰 파초가 크고 곧으며 굽지 않은 것을 보고 그 밑둥을 잘라 가지를 베고 잎을 자르고 결대로 조각조각 쪼개면 그 속의 중심이 텅 비어 없는 것과 같으니, 어찌 견고함이 있겠는가. 눈이 있는 사람은 그것을 보고 살펴보아서 곧 그것은 있는 것이 아니요, 허무하고 진실하지 않아 곧 사라져 없어질 것을 안다. 무엇 때문인가? 그 파초에는 굳셈이 없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비구들이여, 모든 행(行)의 대상인 과거, 미래, 현재와 안팎, 거칠고 고움, 아름답고 추함, 멀고 가까운 것을 비구는 이것을 보고 마땅히 잘 살펴서 그것은 있는 것이 아니요, 허무하고 진실하지 않으며, 다만 병이고 다만 결박이고 다만 부스럼이고, 다만 거짓이며 참되지 않고 항상 하지 않으며 괴롭고 공하고 실체가 아니며 사라져 없어질 것을 관해야 한다. 무엇 때문인가? 행(行)의 성품은 굳셈이 없기 때문이다.
비구들이여, 비유하면 환사(幻師)가 그 제자와 함께 네거리에서 많은 사람 을 모아 놓고, 약간의 환술로 많은 코끼리, 많은 말, 수레, 보병, 시종하는 이들을 화작하여 보여 주는 것과 같다. 눈이 있는 사람은 그것을 보고 잘 살펴보아서 곧 그것은 있는 것이 아니요, 허무하고 진실하지 않고, 형체가 없어 사라질 것을 안다. 무엇 때문인가? 환영에는 굳셈이 없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비구들이여, 모든 식(識)의 대상인 과거, 미래, 현재와 안팎, 거칠고 고움, 아름좋고 추함, 멀고 가까운 것을 비구는 이것을 보고 마땅히 자세히 살펴서 그것은 있는 것이 아니요, 허무하고 진실하지 않으며, 다만 음욕이고 다만 결박이고 다만 부스럼이고 다만 거짓이며, 참되지 않고 항상 하지 않으며 괴롭고 공하고 실체가 아니며 사라져 없어질 것을 관해야 한다. 무엇 때문인가? 식의 성품은 굳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 부처님께서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물거품 덩이를 색(色)에 비유하고,
통(痛:受)은 물 속 거품과 같고,
상(想)은 더울 때의 열기에 비유하고
행(行)은 파초와 같고
모든 환영을 식(識)에 비유하니
부처님의 말씀이 이와 같네.
마땅히 이것의 요체(要體)를 관해야 하니
자세히 살피고 사유하여
텅 비어 허망한 것을 깨달아
그것이 항상 하다고 보지 말아야 하네.
5음(陰)을 보려면 그렇게 해야 하니
참지혜로 말함이 모두 그러하네.
세 가지 일[三事]을 끊을 때에
몸에는 곧은 것이 없어
목숨ㆍ숨ㆍ따뜻함ㆍ의식이
몸을 버리고 떠나갈 것을 알게 되네.
죽어서 땅에 누울 때에
풀과 같이 아는 것이 없으니
그 모양이 이러함을 관해야 하지만
다만 홀린 듯한 어리석음과 탐욕으로
마음과 마음 편안함이 없고
또한 굳고 단단함도 없네.
5음이 이와 같음을 알아
비구는 마땅히 정진해야 하네.
그러므로 항상 밤낮으로
스스로 바른 지혜 깨우치고 생각하며
적멸(寂滅)의 도를 받아 행하여
가장 안락한 법을 닦아야 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