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야경(玉耶經)
동진(東晋) 천축삼장(天竺三藏) 축담무란(竺曇無蘭) 한역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舍衛國)의 기수급고독원(祇樹給孤獨園)에서 네 무리의 제자들을 위하여 설법하고 계셨다.
이 때 급고독의 집에서는 지난 번에 아들을 위하여 장자의 집 딸을 며느리로 데려왔는데 이름은 옥야였다. 그녀는 단정하고 아름다웠지만 교만을 부리며 며느리의 예로 시부모와 남편을 받들어 섬기지 않았다.
급고독 장자 부부는 의논하였다.
“며느리가 불순하여 예법을 따르지 않는구려. 매를 때리자니 이런 일은 하고 싶지 않고, 그렇다고 내버려두고 가르치고 꾸짖지 않는다면 그 허물이 점점 더하여질 것이니, 어찌하면 좋겠소?”
장자가 말했다.
“오직 부처님 대성(大聖)만이 중생을 잘 교화하시어 강하고 굳센 자도 감히 복종하지 않음이 없으니, 부처님을 모셔다가 교화하는 것이 좋겠소.”
아내는 말했다.
“대단히 좋은 말씀입니다.”
이튿날 아침 옷을 차려 입고 부처님 계신 곳에 가서 머리와 얼굴을 땅에 대어 예배하고 부처님께 아뢰었다.
“저의 집에서는 자식을 위하여 며느리를 데려왔는데 매우 교만하여 예절로써 제 자식을 섬기지 않습니다. 원컨대 세존이시여, 내일 몸소 여러 제자를 거느리고 저의 집에 와서 공양하시고, 아울러 옥야를 위하여 설법해 마음을 깨우치고 허물을 고쳐 착한 일을 행하게 하여 주소서.”
부처님께서 장자에게 말씀하셨다.
“좋습니다, 좋습니다.”
급고독장자는 부처님께서 허락하시는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부처님께 예배하고 뛰어갔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와 재계하고 점심밥을 준비하였다.
이튿날 부처님께서는 1천2백50명의 제자를 데리고 장자의 집에 이르셨다.
장자는 기뻐하며 부처님을 맞아 예를 올렸고 부처님께서 좌정하시자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모두 나와 예를 올리고 물러섰다. 그러나 옥야는 도망쳐 숨어서 부처님께 예를 올리려 하지 않았다. 부처님께서는 곧 신통 변화를 부려 장자의 집 담과 벽을 모두 유리 수정의 빛으로 만들어 안팎이 서로 보이게 하였다. 옥야는 부처님의 32상과 80종호와 온 몸이 자금색으로 빛나는 것을 보고 황공하고 놀란 마음에 털이 쭈뼛하여 곧 나와서 부처님께 예를 올리고 머리 숙여 참회하며 오른쪽에 물러서 있었다.
부처님께서 옥야에게 말씀하셨다.
“여자는 용모가 단정한 것을 믿고 남편을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된다. 무엇이 단정인가? 간사한 태도와 84종의 허물을 없애고 뜻을 고요히 해 마음을 한결같이 하는 것이 단정이지, 안색과 면목과 두발과 비단옷으로 단정을 삼는 것은 아니다.
여자의 몸에는 열 가지 악한 일이 있다. 무엇무엇이 열 가지인가? 첫째는 여자가 처음 나서 땅에 떨어지면 부모가 기뻐하지 않는 것이요, 둘째는 양육하며 재미 없이 생각하는 것이요, 셋째는 여자는 마음으로 항상 사람을 두려워하는 것이요, 넷째는 부모가 항상 시집 보낼 걱정을 하는 것이요, 다섯째는 부모와 살아서 이별하는 것이요, 여섯째는 항상 남편이 두려워 그 얼굴빛을 보아 남편이 기뻐하면 문득 좋아하고, 성내고 노하면 두려워하는 것이요, 일곱째는 임신하여 생산하기가 매우 어려운 것이요, 여덟째는 여자가 어렸을 때에 부모의 단속을 받는 것이요, 아홉째는 자라서 남편의 제재를 받는 것이요, 열째는 늙어서 자손에게 앙살을 받는 것이니 나서부터 죽을 때까지 자유를 얻지 못한다. 이것이 열 가지 악한 일인데 여인들이 스스로 깨닫지못한다.”
옥야가 무릎을 세워 꿇어앉아 합장하고 부처님께 아뢰었다.
“천한 몸을 타고나 예의에 익지 못하오니, 원컨대 세존께서 아내 노릇하는 법에 대한 가르침을 말씀하여 주소서.”
부처님께서 옥야에게 말씀하셨다.
“여자가 시부모와 남편을 섬기는 데는 다섯 가지 착한 것과 세 가지 악한 것이 있다. 무엇무엇이 다섯 가지 착한 것인가? 첫째, 아내는 마땅히 늦게 자고 일찍 일어나며, 머리를 빗질하고 의복을 정돈하며, 얼굴을 깨끗이 씻어서 때가 없게 하며, 무슨 일을 할 때에는 먼저 어른께 여쭤보고, 마음으로 항상 공순하며, 달고 맛있는 음식이 있더라도 먼저 먹지 않는 것이다. 둘째는 남편이 꾸짖더라도 노하거나 한탄하지 않는 것이다. 셋째는 남편에 대해 한결같은 마음을 지켜 간사하고 음란한 생각을 하지 않는 것이다. 넷째는 항상 남편이 장수하기를 원하며, 남편이 출타하면 아내가 집안을 정돈하는 것이다. 다섯째는 항상 남편이 착하다고 생각하고 악하다고 생각지 않는 것이다. 이것이 다섯 가지 착한 것이다.
무엇무엇이 세 가지 악한 것인가? 첫째, 며느리의 예로써 시부모와 남편을 받들어 섬기지 않고, 다만 맛있는 음식을 욕심 내어 먼저 취하여 먹으며, 어둡지도 않아서 일찍 자고 해가 돋아도 일어나지 않으며, 남편이 가르치고 꾸짖으려 하면 눈을 흘기며 남편을 쳐다보고, 거역하며 쫑알거리는 것이다. 둘째는 한마음으로 남편을 향하지 않고 다른 남자만 생각하는 것이요, 셋째는 남편이 일찍 죽어 다시 개가하기를 바라는 것이다. 이것이 세 가지 악한 것이다.”
옥야는 묵묵히 대답하는 말이 없었다.
부처님께서 다시 옥야에게 말씀하셨다.
“세간에는 일곱 가지 종류의 아내가 있다. 첫째는 어머니 같은 아내요, 둘째는 누이 같은 아내요, 셋째는 선지식(善知識) 같은 아내요, 넷째는 며느리 같은 아내요, 다섯째는 종 같은 아내요, 여섯째는 원수 같은 아내요, 일곱째는 명을 빼앗는 아내이니, 이것이 일곱 종류의 아내이다. 네가 알겠는가?”
옥야는 부처님께 여쭈었다.
“일곱 종류의 아내가 다 무엇을 행하는지 모르겠습니다. 부처님께서 해설하여 주시옵소서.”
부처님께서 옥야에게 말씀하셨다.
“자세히 들으라, 자세히 들으라. 그리고 잘 생각하라. 내가 너를 위하여 분별하여 해설하겠다.
무엇이 어머니 같은 아내인가? 어머니 같은 아내는 남편을 아끼고 생각하기를 어머니가 자식 사랑하듯 하여 밤낮으로 모시며 좌우를 떠나지 않고, 정성을 다해 공양하며 때를 놓치지 않으며, 남편이 가고 오는 데 남들이 만만히 여길까 염려하여 걱정하고 생각하되 마음이 지치고 피로할 줄 몰라서 남편을 자식처럼 걱정한다. 이것을 어머니 같은 아내라 한다.
무엇이 누이 같은 아내인가? 누이 같은 아내는 남편을 마치 같은 기운에 형상만 달라 뼈와 살이 매우 비슷하고 같은 마음인 형제처럼 여겨 공경과 정성을 다해 받들어 섬기며, 높여 받들고 공경하기를 누이가 형을 섬기듯 한다. 이것을 누이 같은 아내라 한다.
무엇이 선지식 같은 아내인가? 그 남편을 모시며 간절히 사랑하고 생각하며, 서로 의지하고 그리워하여 서로 떨어지지 못하며, 사적이고 비밀스런 일을 항상 서로 이야기하며, 잘못하는 것이 있으면 충고하여 행실에 실수가 없게 하며, 착한 일로 서로 가르쳐 지혜가 더욱 밝아지게 하며, 선지식처럼 서로 사랑하여 세상을 건너게 한다. 이것이 선지식과 같은 아내이다.
무엇이 며느리 같은 아내인가? 정성과 공경을 다하여 어른을 공양하며, 겸손하고 순종하는 것으로 남편을 받들어 섬기며, 일찍 일어나고 밤 늦게 자며, 말하고 명령하는 것을 공손히 하고 조심하여 입에는 잘못된 말이 없고 몸에는 잘못된 행동이 없으며, 착한 것이 있으면 다른 사람에게 양보하고 허물이 있으면 자기가 했다 하며, 가르치고 훈계하며 어질게 베풀어 도로 나아가도록 권하며, 마음이 단정하고 한결같아 조금도 간사함이 없으며, 아내의 예절을 세세히 닦아 폐하거나 빠트리는 일이 없으며, 나서거나 물러서거나 예의를 잃지 않으며, 오직 화목한 것을 귀하게 여긴다. 이것이 며느리 같은 아내이다.
무엇이 종 같은 아내인가? 항상 두려워하고 조심하는 생각을 품어서 감히 자만하지 않으며, 조심성 있게 일해 나가되 피하고 꺼리는 것이 없으며, 항상 공손하고 조심하는 마음으로 충성과 효도를 다한다. 말이 부드럽고 성품은 항상 화목하여 입으로는 추하고 간사한 말을 하지 않고 몸으로는 방종하는 행동을 하지 않으며, 정숙·선량하고 순수 전일하며, 진실·소박하고 정직 신실하여 항상 스스로 엄하게 단속하고 예로 자신을 다스린다. 남편이 사랑하더라도 교만을 부리지 않고, 설사 박대를 하더라도 원망을 하지 않으며, 혹 얻어 맞더라도 그대로 받아들여 노하지 않으며, 꾸지람과 욕을 듣더라도 묵묵히 원망하지 않고, 달가운 마음으로 즐거이 받아들여 다른 뜻을 품지 않으며, 남편이 좋아하는 사람이 있으면 권지하고 질투하는 말을 하거나 낯빛을 보이지 않으며, 억울하거나 섭섭한 일을 당하더라도 진실을 호소하지 않으며, 아내의 절도를 힘써 닦아 옷과 밥을 간택하지 않고, 오로지 공손하고 조심하여 오직 미치지 못할까 두려워하며, 남편을 공경하고 받들어 종이 상전을 섬기듯 하는 것이니, 이것이 종 같은 아내이다.
무엇이 원수 같은 아내인가? 남편을 봐도 좋아하지 않고 항상 분노를 품으며, 밤낮으로 서로 떨어질 생각만 하며, 부부의 마음이 없이 항상 빌붙어 사는 손같이 여기며, 두려워하고 꺼리는 것도 없이 으르렁거리며 싸우고, 헝클어진 머리를 하고 누워서 일을 하지 않으며, 가사를 돌보거나 자식을 양육할 생각을 하지 않으며, 혹 음탕한 짓을 하고도 부끄러운 것을 알지 못하며, 개나 짐승 같은 형색으로 친척을 욕되게 하는 것이 마치 원수와 같으니, 이것이 원수 같은 아내이다.
무엇이 목숨을 빼앗는 아내인가? 밤낮으로 자지 않고 노한 마음으로 서로를 대하며 무슨 방법을 써야 서로 헤어질 수 있을까를 생각한다. 독약을 먹이자니 남들이 알까 두려워 혹 원근의 친척을 찾아가 그들에게 빌붙어 분노를 일으키게 하여 항상 함께 해하려 하며, 혹은 보물을 가지고 사람을 사서 해하려 하며, 혹은 간부를 시켜 틈을 엿보아 죽이게 하여 억울하게 남편의 생명을 빼앗으니, 이것이 생명을 빼앗는 아내이다. 이런 것들이 일곱 종류의 아내이다.”
옥야는 묵묵히 말이 없었다.
부처님께서 옥야에게 말씀하셨다.
“다섯 종류의 착한 아내는 항상 명예가 있고 말과 행동에 법도가 있어 여러 사람들이 사랑하고 공경하며, 종친·9족이 함께 그 영광을 누리며, 천룡·귀신이 모두 찾아와 옹호하고 횡액을 당하지 않게 한다. 죽은 뒤에는 천상의 7보 궁전에 태어나 어디에 있건 저절로 시종이 좌우에 따르고, 바라는대로 수명이 연장되며, 쾌락은 이루 말할 수 없다. 또 천상에서 수명이 다하여 세간으로 내려오면 부유하고 귀한 왕이나 공후의 자손으로 태어나 단정하고 총명하여 사람들의 존경을 받는다.
악한 아내는 항상 악한 이름을 얻어 현재의 몸이 안녕을 얻지 못하며, 자주 악귀와 독기로 병이 들어 눕거나 일어나는 것이 편안하지 못하고 악몽에 놀란다. 소원을 이루지 못하고 횡액을 많이 만나며, 죽은 뒤에 혼신이 형을 받아 지옥·아귀·축생에 들어가 3도를 헤매는데 여러 겁이 지나도록 끝나지 않는다.”
부처님께서 다시 옥야에게 말씀하셨다.
“이 일곱 가지 아내 중에 너는 어떤 것을 행하려 하는가?”
옥야는 눈물을 흘리며 앞으로 나와 부처님께 아뢰었다.
“제 마음이 어리석고 미련하여 무지한 행동을 하였습니다. 지금 이후로는 지난 것을 고치고 오는 것을 닦아서 종 같은 아내가 되어 시부모와 남편을 받들어 섬기며 제 수명이 다하도록 감히 교만을 부리지 않겠습니다.”
부처님께서 옥야에게 말씀하셨다.
“착하고 착하구나. 허물 없는 사람이 누가 있겠느냐. 능히 고치기만 한다면 이보다 더 훌륭한 것은 없느니라.”
옥야는 곧 앞에 나와 10계를 받아 우바이가 되기를 청하였다. 부처님께서 옥야에게 말씀하셨다.
“지켜야 할 첫째 계는 살생하지 않는 것이요, 둘째 계는 도둑질하여 다른 사람의 재물을 취하지 않는 것이요, 셋째는 다른 남자와 간음하지 않는 것이요, 넷째는 술을 마시지 않는 것이요, 다섯째는 말을 함부로 하지 않는 것이요, 여섯째는 나쁜 말로 욕하지 않는 것이요, 일곱째는 꾸미고 공교한 말을 하지 않는 것이요, 여덟째는 질투를 하지 않는 것이요, 아홉째는 눈을 흘기거나 노하지 않는 것이요, 열째는 착한 일을 하면 복을 얻고 악한 일을 하면 죄를 받는 것을 믿어야 하며, 부처를 믿고 법을 믿고 비구승을 믿는 것이다. 이것이 우바이가 지켜야 할 법인 10계이니, 종신토록 받들어 행하고 어기거나 범하지 말라.”
부처님께서 경을 말씀하시고 나자 여러 제자들이 모두 예배하였으며 급고독 장자 부부와 권속과 옥야는 모두가 손씻을 물을 돌리고 부처님께 갖은 음식을 공양하였다.
부처님께서 옥야에게 말씀하셨다.
“보시를 하면 항상 그 복을 받고 뒷세상에서도 다시 장자의 집에 태어난다는 것을 믿으라.”
옥야는 대답했다.
“예, 믿겠습니다.”
부처님께서는 공양을 마치고 축원을 하셨다.
“50선신이 네 몸을 옹호할 것이다.”
부처님께서 다시 옥야에게 말씀하셨다.
“경과 계를 부지런히 생각하라.”
옥야는 아뢰었다.
“저는 부처님의 은혜로 경법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모두가 앞에 나와 부처님께 예를 올리고 물러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