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난칠몽경(阿難七夢經)
동진(東晉) 천축(天竺)축담무란(竺曇無蘭) 한역 권영대 번역
아난(阿難)이 사위국(舍衛國)에 있을 때에 일곱 가지 꿈을 가지고 와서 부처님께 여쭈었다.
첫째는 물이 고인 땅에서 불꽃이 하늘에 닿은 것이요, 둘째는 해와 달이 없어지고 별들도 없어진 것이요, 셋째는 출가한 비구가 굴러서 더러운 구덩이에 빠졌는데 재가한 속인이 머리에 올라타고 나오는 것이요, 넷째는 돼지 떼들이 와서 전단향 숲을 치받고 괴이하게 여기는 것이요, 다섯째는 머리에 수미산을 이었는데 무겁지 아니한 것이요, 여섯째는 큰 코끼리가 작은 코끼리를 버리는 것이요, 일곱째는 화살(華撒)이라는 사자 왕이 머리에 일곱 개의 털이 났는데, 그가 죽어서 땅에 있으니 모든 짐승들이 보고는 두려워하다가 나중에 그 몸뚱이에서 벌레가 나오는 것을 보고야 먹는 것이었다.
이러한 악몽(惡夢)을 꾸고 와서는 그에 대해 부처님께 여쭈었는데, 마침 부처님께서는 사위국에 보회강당(普會講堂)에서 바사닉왕(波斯匿王)에게 고(苦)․집[習]․멸(滅)․도(道)를 설명하시다가 아난이 근심하고 괴로워함이 말할 수 없음을 보셨다.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네가 꾼 꿈은 모두 다가오는 오탁악세(五濁惡世)에 대한 것이지 너에게 해로운 것이 아니거늘 어째서 근심하는 얼굴빛을 하고 있느냐?
첫째 물 고인 땅에서 불꽃이 하늘에 치솟는 꿈은, 곧 다가오는 세상에 비구들이 착한 마음은 점점 적어지고 악함이 치성하여 서로 살해함이 헤아릴수 없는 것을 나타냄이요, 둘째 해와 달이 없어지고 별 또한 없어지는 꿈은, 부처가 열반한 뒤에 모든 성문(聲聞)들이 부처님을 따라 열반하고 세상에 있지 않으니 중생의 눈이 없어짐을 나타냄이요, 셋째 출가한 비구가 굴러서 깨끗하지 못한 구덩이에 빠졌는데 재가한 속인이 머리에 올라 나오는 꿈은, 곧 다가올 세상에서 비구들이 독한 질투를 품고 서로 살해하여 도사(道士)의 머리를 베게 되는 지경까지 이르게 되면 속인은 이것을 보고 간(諫)하고 꾸짖지만 듣지 아니하고 결국엔 죽어서 지옥에 들어가며, 반면 속인은 정진하여 죽어서 천상에 나는 것을 나타냄이요. 넷째 돼지 떼들이 와서 전단향 숲을 치받고 괴이하게 여기는 꿈은, 곧 오는 세상에서 속인이 절에 들어와서 비구들을 비방하고 좋은 점과 나쁜 점을 찾으며 탑을 헐고 비구를 해칠 것을 나타냄이요, 다섯째 머리에 수미산을 이었는데도 무겁게 느끼지 않은 꿈은, 곧 부처가 멸도한 뒤에 아난이 1천 아라한을 위해서 경전을 내는 스승이 되는데 한 구절도 잊어버리지 않으며, 깨달은 것이 또한 많지마는 무겁다고 여기지 아니함을 나타냄이요, 여섯째 큰 코끼리가 작은 코끼리를 버리는 꿈은 앞으로 삿된 견해가 치성해서 나의 불법이 무너지면 덕 있는 이들은 다들 숨어 나타나지 아니함을 나타냄이요, 일곱째 사자가 죽은 꿈은 부처가 열반하고 1,470년 후에 나의 제자들이 덕 있는 마음을 닦아서 일체의 악마가 어지럽히지 못함이니, 일곱 개의 털은 7백 년 뒤의 일이라는 것을 나타냄이니라.”
아난칠몽경(阿難七夢經) 해제
이 경은 아난의 일곱 가지 꿈을 부처님께서 풀이하신 경이다.
동진(東晋)의 효무제(孝武帝) 때 천축삼장(天竺三藏)인 담무란(曇無蘭)에 의해 한역된 1권 458자의 작은 경이다.
이 경의 내용은, 부처님께서 사위국의 보회강당(普會講堂)에서 바사닉왕(波斯匿王)에게 4제(諦)를 설하고 계실 때 아난이 일곱 가지 꿈을 꾸고 부처님을 찾아와 꿈의 내용을 풀이해 달라고 청하자, 부처님께서 아난의 꿈을 차례로 설명하는 것이다. 일곱 가지 꿈은 다음과 같다.
첫째, 못에 화염이 충천하는 꿈은 장래의 비구가 포악하여 서로 살해할 것을 뜻한다.
둘째, 해와 달이 지고 별까지도 빛을 잃는 꿈은 부처님과 모든 성문(聲聞)이 멸(滅)하여 중생의 눈이 없어짐을 가리킨다.
셋째, 출가한 비구가 더러운 웅덩이 안에 굴러 떨어져 재가(在家) 비구의 머리 위에 올라서 있는 꿈은, 장차 비구가 서로 해치며 도사(道士)가 머리를 깎고 흰옷을 입기를 간청하나 듣지 않으면 지옥에 떨어질 것을 가리킨다. 그리고 흰옷은 정진을 의미하며, 천상(天上)에 태어날 것을 의미한다.
넷째, 멧돼지가 무리져 와서 전단(栴檀) 숲을 파헤치는 꿈은 장차 속인(俗人)이 사원에 뛰어들어 승려를 해칠 것을 예언한 것이다.
다섯째, 수미산(須彌山)을 머리에 이고도 무겁지 않은 꿈은 부처가 열반한 뒤 경을 결집하는 스승이 된 아난이 경의 한 구절도 잊지 않을 것을 뜻한다.
여섯째, 큰 코끼리가 작은 코끼리를 버리는 꿈은, 장차 삿된 소견이 치성하여 덕이 있는 사람이 숨어서 나오지 않음을 가리킨다.
일곱째, 사자왕(師子王)의 죽음은 부처가 열반한 뒤 1,470년이 되면 모든 제자는 덕을 닦고 쌓은 마음으로 해서 일체의 악마가 불법(佛法)으로 해치지 못할 것임을 예언한 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