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가타경(僧伽吒經) 제 2권
원위 우선니국 왕자 월파수나 한역 이진영 번역
“이 때 선인이 저 사람에게 말하였다.
‘지난 옛날 셀 수 없는 아승기겁 전에 정월(淨月)이라는 국왕이 있었는데, 그는 법답게 세상을 다스렸다. 선남자야, 그 때 정월왕이 태자를 하나 낳았는데, 점치고 관상 보는 바라문들을 불러다가 물어보았다.
(지금 이 동자에게는 어떠한 상이 있는가?)
관상 보는 사람이 대왕에게 고하였다.
(지금 이 태자에게는 상서롭지 못한 상이 있습니다. 이 태자를 살려두면 반드시 상서롭지 못한 일이 있을 것입니다.)
대왕이 물었다.
(무슨 말인가?)
관상 보는 사람이 고하였다.
(이 태자는 일곱 살이 되면 부모를 해치게 됩니다.)
왕이 대답하였다.
(차라리 내가 죽을지언정 내 아들은 죽이지 않겠다. 사람 몸은 얻기 어렵다. 한량없는 겁 동안 수행을 해야만 사람 몸을 얻을 수 있으니 이 몸 때문에 다른 사람이나 짐승을 죽여서는 안 된다.)
이 때 태자는 태어난 지 한 달 만에 한 살 된 아이와 같았다. 왕은 태자가 자신을 죽이게 될 것을 알았다. 정월왕이 왕위를 자식에게 물려주면서 이렇게 말하였다.
(네가 나라 일을 다스려라. 모든 재물은 하고 싶은 대로 하되, 법에 맞게 세상을 다스리고 잘못된 법으로 다스리지 말아라.)
정월왕은 왕위를 물려주고 난 뒤에는 국내에서 다시는 왕의 교화와 명령을 시행하지 않았다.
이 때 한량없는 대신들이 정월왕의 처소에 와서 대왕에게 고하였다.
(무엇 때문에 왕의 교화와 명령을 시행하지 않습니까?)
대왕이 대답하였다.
(나는 한량없는 겁 동안 항상 나라 일을 보면서 싫증을 느끼지 않았는데, 이제 싫어졌으니 그만두고 수행이나 하련다.)
이 때 태자가 얼마 안 가서 부모를 죽이고 5역죄(逆罪)를 지었다.
선남자야, 내가 지난 옛날 일을 기억해 보니, 왕을 죽이고 나서 슬피 울며 자책하고 허물을 뉘우쳤다. 이 때 내가 대비심으로 그를 위해 법을 설했더니, 그가 법을 듣고 나서는 5역죄가 소멸하였다.’
그가 질문하였다.
‘그 때 어떤 법을 설하셨습니까?’
선인이 대답하였다.
‘그 때에 승가타 법문을 연설하였는데, 이 법을 들으면 아뇩다라삼먁삼보리에 이르게 되어 모든 죄를 멸하고 번뇌를 쉬게 된다. 너는 이제 자세히 듣거라. 너를 위해 설하여 네가 듣고 나서 속히 해탈을 얻게 하리라.
4구게를 듣고 중간을 빠뜨리지만 않아도 모든 악을 다 없애고 수다원의 과를 얻는다. 그런 뒤에 보시를 하여 모든 고통을 멀리 여의고, 고통받는 중생들에게 해탈을 얻게 하고, 공포에 떠는 중생에게 공포를 멀리 여의게 한다.’
그 때 저 사람이 합장하고 머리를 땅에 대어 예를 올리고 찬탄하였다.
‘훌륭하십니다, 훌륭하십니다. 참다운 선지식이시여, 착하지 못한 모든 업을 잘 제멸하시며, 승가타 법문을 훌륭히 설하시어 듣는 자를 착하게 하십니다.’
이 때 허공 중의 1만 2천 천자가 대선인의 처소에 이르러 합장하고 머리를 땅에 대어 예를 올리고 이렇게 고하였다.
‘대선이시여, 언제 적 일을 기억하고 계십니까?’
다시 네 용왕과 8만억의 야차 왕이 머리를 숙여 공경히 예를 올리고 대선에게 고하였다.
‘언제 적 일을 기억하십니까?’
대선이 대답하였다.
‘나는 백천억 아승기겁의 일을 기억한다.’
대선에게 질문하였다.
‘어떤 선근 때문에 그렇게 많은 일을 기억하십니까?’
대선이 대답하였다.
‘승가타 법문을 듣고 마음에 새겼기 때문이다. 대중 가운데 이 법문을 듣고 깨끗한 믿음을 낸 자는 다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으리라는 수기를 받았다. 5역죄를 지은 사람도 이 법문을 듣는다면 한량없는 백천억 겁의 죄를 잠깐 사이에 멸한다. 그에게는 악도의 문이 닫히고 하늘에 태어나는 길이 열린다. 이 법문 중에서 4구게를 들은 공덕도 이와 같은데, 더구나 베껴 쓰고 독송하며, 꽃과 향과 번(幡)과 일산을 공양하고, 공경히 존중하며 합장하고 예배하며 한마디라도 찬탄한 사람이야 어떻겠는가? 이와 같은 공덕은 헤아릴 수도 없고 말로 설명할 수도 없다.’ ”
이 때 일체용보살이 부처님께 고하였다.
“세존이시여, 무엇이 합장을 해서 공덕을 얻는 것이며, 누가 이 경을 읽고 한 번 합장하고 예를 올리겠습니까?”
부처님께서 일체용에게 말씀하셨다.
“선남자야, 어떤 사람이 스스로 5역죄를 짓고 다른 사람에게도 짓게 하고 남이 짓는 것을 보고 기뻐해도, 이 법문에서 4구게를 듣고 합장하고 청정하게 믿으면 5역죄를 멸할 수 있다. 하물며 이 법문을 온전히 베껴 쓰고 독송하며 공양한 사람의 공덕은 앞에서 말한 것보다도 한량없이 많지 않겠느냐?
선남자야, 햇빛이 비추지 않는 아나파달다(阿那婆達多) 연못 속으로부터 다섯 줄기의 큰 강이 나오는 것과 같다. 일체용아, 어떻게 생각하느냐? 이 다섯 큰 강의 물방울을 셀 수 있는 사람이 있겠느냐?”
일체용이 말하였다.
“없습니다, 세존이시여.”
부처님께서 일체용보살에게 말씀하셨다.
“선남자야, 이 법문을 들은 선근(善根)도 마찬가지로 백천 겁을 세도 다 세지 못한다. 일체용아, 어떻게 생각하느냐? 잠시라도 이와 같은 법문을 듣기가 어렵겠느냐?”
일체용이 말하였다.
“어렵습니다, 세존이시여.”
부처님께서 일체용에게 말씀하셨다.
“이 법문에 대해 믿음을 내는 것은 그보다 더 어렵다. 비유하면 아나파달다의 연못에서 다섯 큰 강이 나오면, 이 다섯 큰 강물의 물방울 수를 다 셀 수 없는 것과 같다.”
일체용 보살마하살이 부처님께 고하였다.
“세존이시여, 어떤 것들을 다섯 큰 강이라 이름합니까?”
부처님께서 일체용보살에게 말씀하셨다.
“다섯 큰 강이란, 항가강(恒伽江)·사타강(私陀江)·박차강(博叉江)·야모나강(耶牟那江)·월분강(月分江)이니, 이 다섯 큰 강이 다 바다로 들어간다. 이 다섯 큰 강은 하나의 강에 각각 5백의 작은 강을 권속으로 삼는다. 일체용아, 다시 다섯 큰 강이 허공에도 있는데, 한 강에 각각 천 줄기의 작은 강을 권속으로 삼는다.”
일체용 보살마하살이 부처님께 고하였다.
“세존이시여, 어떤 것들이 이 다섯 큰 강에 딸린 천 줄기 권속입니까?”
부처님께서 일체용보살에게 말씀하셨다.
“첫째는 수다라강(須陀羅江)인데 천 권속이 있으며, 두 번째는 전가강(羶佉江)인데 천 권속이 있으며, 셋째는 파가제강(婆呵帝江)인데 천 권속이 있으며, 네 번째는 질다사나강(質多斯那江)인데 천 권속이 있으며, 다섯 번째는 법개강(法蓋江)인데 천 권속이 있다. 일체용아, 이것을 두고 다섯 큰 강에 천 권속이 있다고 한다.
일체용아, 이 다섯 큰 강이 염부제에 이익을 준다. 때때로 비를 내려 꽃과 과일을 길러내며, 염부제에 깨끗한 빗물을 내려 심은 싹을 자라게 한다.
일체용아, 호세천(護世天)이 염부제와 하늘 세계를 안락하게 하는 것과 같이, 이 경도 염부제와 하늘 세계의 일체 중생을 삼십삼천과 같이 이익 되고 안락하게 한다.”
일체용보살이 부처님께 고하였다.
“세존이시여, 어떠한 것들이 삼십삼천입니까?”
부처님께서 일체용보살에게 말씀하셨다.
“석가(釋迦) 제파(提波)가 머무는 처소가 삼십삼천이다. 일체용아, 저 삼십삼천은 이와 같이 말한다.
‘입으로 선을 행하여 얻는 중생의 공덕은 셀 수도 알 수도 없다. 입으로 악을 행하여 지옥·아귀·축생에 떨어지는 중생도 셀 수도 알 수도 없다. 중생이 지옥·축생·아귀에 떨어져 큰 고뇌를 받을 때 저 중생을 구호해 주는 자가 없으면 세 갈래 악한 길에서 홀로 심한 괴로움을 받을 것이다. 입으로 악을 행하는 자는 악지식(惡知識)이며, 입으로 착한 말을 하는 자는 선지식이다. 만일 선지식을 본다면 여래를 보고, 여래를 본다면 착하지 못한 법은 다 멸할 것이다.’
일체용아, 호세천이 염부제와 하늘 세계를 위해서 이익을 짓는 것과 같이, 일체용아, 이 경도 염부제와 하늘 세계에서 부처님 일을 짓는다. 이 법문을 듣지 못한 자는 아뇩다라삼먁보리에 이르지 못하며, 법륜을 굴리지 못하며, 법의 북을 치지 못하며, 사자좌에 앉지 못하며, 열반의 세계에 들어가지 못하며, 가없는 광명을 성취하지 못한다. 이래서 이 법문을 듣지 못하면 보리수 아래 앉지 못한다.”
그 때 일체용 보살마하살이 부처님께 고하였다.
“세존이시여, 제게 조그만 의심이 있어 세존께 질문하고자 하나이다.”
부처님께서 일체용에게 말씀하셨다.
“네 질문에 답을 하여 의심을 끊어 주리라.”
일체용이 부처님께 고하였다.
“세존이시여, 그 때에 저 5역죄인을 제도하여 물러나지 않는 경지에 머물게 한 선인(仙人)은 어떤 사람입니까?”
부처님께서 일체용보살에게 말씀하셨다.
“선남자야, 너는 이제 자세히 듣거라. 여래께서 설하신 바는 미세하여 알기 어렵다. 이 승가타 법문이 선인의 모양을 나타내 보인 것이다. 이 법문이 부처의 몸을 보이는 것은 항하 곳곳에서 모래가 보이는 것과 같다. 이 법도 그러하여 스스로 지어 나타내 보이고 다른 사람을 위해 법을 설한다. 오직 부처님 여래의 도량만 부처님과 평등하듯, 이 법도 이와 같이 부처님과 평등하므로 이 법이 있는 곳에는 항상 모든 부처님께서 계신다.”
세존께서 다시 일체용보살에게 말씀하셨다.
“선남자야, 내가 지난 옛날 99아승기겁 전의 일을 생각해 보니, 그 때 보상(寶上)여래라는 부처님께서 계셨다. 그 뒤로 12억 부처님께서 계셨는데, 그 이름이 다 보상이었다. 그 때 내 이름은 정월(淨月)이었는데, 큰 보시를 행하였다. 12억 여래께 의복·침실의 도구·음식·탕약·향기로운 꽃·밝은 등 갖가지 오락 도구를 내가 다 공양하였다. 그러나 저 여래께서는 나에게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으리라는 수기를 주지 않으셨다.
일체용아, 내가 지난 옛날을 생각해 보니 18억 여래께서 세상에 출현하셨는데, 그 이름이 다 보명(寶明)이었다. 그 때 내 이름은 용정(龍正)이었는데, 큰 보시를 행하여 향기로운 꽃과 영락을 저 부처님께 공양하였다. 그러나 그 여래께서도 나에게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으리라는 수기를 주지 않으셨다.
일체용아, 내가 지난 옛날을 생각해 보니 20억 부처님께서 세상에 출현하셨는데, 그 이름이 다 식기(式棄) 여래·응공·정변지였다. 내가 그 때 큰 보시를 행하여 모든 오락 도구를 저 부처님께 공양하였다. 그러나 저 모든 여래께서도 나에게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으리라는 수기를 주지 않으셨다.
일체용아, 내가 지난 옛날을 생각하니 20억 부처님께서 세상에 출현하셨는데, 그 이름이 다 가섭(迦葉)이었다. 내가 그 때 큰 보시를 행하여 모든 향기로운 꽃·번개(幡蓋)·의복·갖가지 오락 도구를 저 부처님께 공양하였다. 그러나 저 모든 여래께서도 나에게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으리라는 수기를 주지 않으셨다.
일체용아, 내가 지난 옛날을 생각해 보니 60억 부처님 여래께서 세상에 출현하셨는데, 그 이름이 다 정광(淨光)이었다. 그 때 나는 큰 장자의 아들이었는데, 큰 보시를 행하여 일체 물질을 희사하였다. 저 60억 모든 부처님 여래께 향기로운 꽃·번개·의복·침실의 도구·음식·탕약을 다 공양하였으나 나에게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으리라는 수기를 주지 않으셨다.
일체용아, 내가 지난 옛날을 생각해 보니 95억 부처님 여래께서 세상에 출현하셨는데, 그 이름이 다 석가모니(釋迦牟尼) 응공·정변지였다. 그 때 나는 큰 국왕이 되어 법답게 세상을 다스렸으며, 저 95억 석가여래께 향기로운 꽃·번개·음식·의복·침실의 도구·탕약·갖가지 오락 도구를 다 공양하였다. 그러나 역시 나에게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으리라는 수기를 주지 않으셨다.
일체용아, 내가 지난 옛날을 생각해 보니 9억 부처님께서 세상에 출현하셨는데, 그 이름이 다 가라가구촌타(伽羅伽鳩村陀) 여래·응공·정변지였다. 그 때 나는 바라문의 아들이 되어 큰 부자로 한량없는 보시를 행하였다. 모든 향기로운 꽃·번개·의복·침실의 도구·음식·갖가지 오락 도구를 모든 부처님께 공양하였으나 저 모든 여래께서도 나에게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으리라는 수기를 주지 않으셨다.
일체용아, 내가 지난 옛날을 생각하니 18억 여래께서 세상에 출현하셨는데, 그 이름이 다 가나가모니(迦那迦牟尼) 여래·응공·정변지였다. 그 때 나는 큰 보시를 행하였다. 저 모든 여래께 향기로운 꽃·번개·의복·침실의 도구·음식·탕약·갖가지 오락 도구를 공양하였다. 그러나 저 여래께서도 나에게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으리라는 수기를 주지 않으셨다.
일체용아, 내가 지난 옛날을 생각해 보니 13억 부처님 여래께서 세상에 출현셨였는데, 그 이름이 다 광명덕(光明德) 여래·응공·정변지였다. 나는 모든 여래께 꽃·향·번개·의복·음식·갖가지 오락 도구를 공양하고 존중하였다. 그러나 저 모든 여래께서도 나에게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으리라는 수기를 주지 않으셨다.
일체용아, 내가 지난 옛날을 생각해 보니 25억 부처님 여래께서 세상에 출현하셨는데, 그 이름이 다 비사(弗沙) 여래·응공·정변지였다. 나는 그 때 출가하여 사문의 행을 닦으며 법도에 맞게 공양하였다. 모든 향기로운 꽃·영락·번개·의복·침실의 도구·음식·갖가지 오락 도구를 공양하며 존중하고 찬탄하였다. 그러나 저 여래께서도 나에게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으리라는 수기를 주지 않으셨다.
일체용아, 내가 지난 옛날을 생각해 보니 12억 부처님께서 세상에 출현하셨는데, 그 이름이 다 비바시(毘婆施) 여래·응공·정변지였다. 나는 저 모든 여래께 꽃·향·번개·음식·침실의 도구·탕약·갖가지 오락 도구를 다 공양하고 그 때 출가도 하였다. 그러나 저 모든 여래께서도 나에게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으리라는 수기를 주지 않으셨다.
마지막으로 비바시여래께서 이 법문을 설하셨는데, 염부제 중생이 듣고 나자 허공에서 7보가 비처럼 내렸다. 그 때 염부제에는 빈궁한 중생이 없었으나 나는 그 때에도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으리라는 수기를 받지 못했고, 다만 허공에서 ‘너는 머지않아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으리라는 수기를 받게 될 것이다’고 고하는 소리만 들렸다.”
일체용보살이 부처님께 고하였다.
“세존이시여, 얼마나 지나서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으리라는 수기를 받으셨습니까?”
부처님께서 일체용보살에게 말씀하셨다.
“자세히 듣거라, 선남자야. 92억 아승기겁을 지나 부처님께서 세상에 출현하셨는데, 이름이 연등(然燈) 여래·응공·정변지였다. 그 때 나는 마나파(摩那婆 : 바라문)의 아들이 되어 이름을 미가(彌伽)[위(魏)나라 말로 구름이라는 뜻이다.]라 하였고, 연등부처님 처소에서 동자가 되어 청정한 행을 닦았다. 내가 저 부처님을 뵙고 일곱 줄기의 푸른 연꽃을 연등여래께 공양하여 그 선근으로 아뇩다라삼먁삼보리에 회향하였더니, 그 때 연등여래께서 곧 나에게 수기를 주셨다.
‘동자야, 아승기겁을 지난 미래에 부처가 되어 이름을 석가모니 여래·응공·정변지라 할 것이다.’
일체용아, 내가 그 때 수기하시는 소리를 듣고, 다라(多羅)나무 12그루 높이로 몸을 솟구쳐 허공 가운데 머물면서 무생법인(無生法忍)을 얻었다. 한량없는 아승기겁에 닦은 청정한 6바라밀이 상응하여 모든 선근이 다 현전하였는데, 손바닥에 놓인 암마라(庵滅)나무의 열매를 보듯 분명하였다.
일체용아, 내가 그 때에 한량없는 백천억의 중생을 착한 법에 머물게 하였다. 일체용아, 하물며 지금 내가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이루어 중생을 이익되게 함에 있어서랴.
내가 중생을 관찰하고 무엇으로 제도하는가 하면, 각각에 맞는 방편을 따라 그들을 위해 법을 설한다. 모든 천신을 위해서는 천신의 몸을 나타내 법을 설하며, 용궁에 있을 때는 용의 몸을 나타내 법을 설한다. 야차 가운데서는 야차의 몸을 나타내어 법을 설하며, 아귀 가운데서는 아귀의 몸이 되어 법을 설하며, 사람에게는 사람 몸을 나타내 법을 설한다. 부처의 몸에서 교화를 받을 자에게는 부처 몸을 나타내 법을 설하며, 보살의 몸에서 교화를 받을 자에게는 보살의 몸을 나타내 법을 설한다.
내가 중생을 관찰하고 무엇으로 제도하는가 하면, 위에서 말한 대로 중생을 위해 각각의 경우에 맞게 몸을 나타내어 법을 설한다.
일체용아, 내가 중생을 위하여 모든 법을 연설하는 데 많은 방편이 있다. 어째서 그런가? 일체용아, 선근을 갖춘 중생이 이 법을 들으면 모든 선근이 다 자라나며, 간탐하는 자는 보시를 하게 되고, 복덕이 없는 자는 복덕을 닦고, 자기를 이롭게 하고 남을 이롭게 하면서 죽음을 생각하는 수행을 하기 때문이다. 그는 법을 들었기 때문에 이런 선근을 지을 수 있으며, 법을 들었기 때문에 과거 선근도 자라나고 밝아져 긴긴 밤에 모든 천신과 인간에게 이익과 안락을 줄 수 있다. 일체용아, 이와 같은 법문은 한 번 귀에 스치기만 해도 한량없는 공덕을 내게 된다.
일체용아, 그 때 중생들끼리 이런 말을 하였다.
‘남은 선법을 마저 닦으면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을 수 있는가?’
착한 중생들은 ‘법이 있고, 보시를 닦고, 입으로 착한 말을 하면 이런 법으로 좋은 과보를 얻어 최상의 도에 이른다’고 말하였다. 반면 어리석은 사람은 ‘법도 없고 보시할 것도 없다. 선악의 과보가 없으니 입으로 착한 말을 해도 선한 과보가 없다’고 말하였다. 저 어리석은 사람은 큰 죄의 과보를 얻었고, 결국은 악도에 떨어졌다. 여덟 큰 겁 동안 지옥에 떨어져 매우 괴로운 과보를 받았으며, 16겁 동안 아수라에 떨어졌으며, 9천 겁 동안 귀신으로 태어났다. 12겁 동안 아귀에 떨어져 아귀의 고통을 받았으며, 1만 4천 겁 동안 태어나 는 곳마다 벙어리가 되었으며, 1만 6천 겁 동안 모태에서 유산되었으며, 1만 2천 겁 동안 고깃덩어리가 되었으며, 1만 천 겁 동안 태어나는 곳마다 눈이 멀었다. 저들의 부모가 이와 같이 말하였다.
‘내가 낳은 아들은 헛되이 매운 고통을 받았다. 모태에서 보호받는 아홉 달 동안에도 주림·목마름·한기·열기의 모든 고통을 다 받았으나 아들이 은혜에 보답할 만한 힘을 얻지 못했다.’
일체용아, 이렇게 이 법을 비방한 중생은 지옥·축생·아귀에 떨어지며, 생명이 다하려 할 순간에는 근심과 고뇌의 화살이 그를 쏘고 지나간다.
일체용아, 입으로 착한 말을 하는 자는 ‘법도 있고, 보시도 있고, 선악의 업보도 있다’고 말한다. 저 사람은 이런 선근을 심은 인연으로 25겁 동안 울단월(蔚單越)에 태어나며, 25겁 동안 삼십삼천에 태어나 모든 천신이 받는 즐거움을 누린다. 하늘의 수명이 다하면 울단월에 태어나는데 모태에 들어가지 않는다. 눈으로는 백천 세계를 보는데, 그 세계의 이름은 모두 안락(安樂)이라 하며, 일체 국토의 모든 부처님을 보지만 제자리에서 움직이지 않고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이룬다.
일체용아, 이와 같은 법문에는 큰 신통의 힘이 있으므로 청정한 신심을 내게 하며, 변방 땅에 태어나지 않고 청정한 계를 갖추게 한다.
일체용아, 어떤 중생은 이렇게 말한다.
‘여래께서 밤낮으로 중생을 제도하지만 중생계는 그래도 끝이 없지 않은가? 한량없는 중생이 깨닫기를 원하며, 한량없는 중생이 천상에 태어나며, 한량없는 중생이 열반에 들어가는데, 무슨 인연 때문에 중생계가 다하지 않는가?’ ”
그 때 모든 외도 바라문 등이 말하였다.
“우리 사문 구담에게 이 이치를 따져 물어보자.”
그리고는 94억의 모든 외도 바라문 등이 왕사성으로 갔다.
이 때 세존께서 환하게 미소를 지으셨다. 미제례(彌帝隸)[위(魏)나라 말로 자애롭다는 뜻이다.]보살이 앉은자리에서 일어나 부처님 발에 머리를 대어 절을 하고 부처님을 향하여 합장하고 고하였다.
“세존이시여, 무슨 인연 때문에 여래께서 미소하셨습니까? 인연이 없다면여래께서 희유한 일을 나타내지 않으셨을 것입니다. 세존께서 무엇 때문에 미소를 보이셨는지 부디 말씀해 주소서.”
부처님께서 미제례보살에게 말씀하셨다.
“선남자야, 너는 이제 자세히 듣거라. 너를 위해 설하리라. 미제례야, 오늘 왕사성에서는 반드시 대중들이 집회를 할 것이다.”
미제례보살이 부처님께 고하였다.
“세존이시여, 어떤 대중이 집회를 합니까? 천신·용·야차·사람·사람 아닌 존재들입니까?”
부처님께서 미제례보살에게 말씀하셨다.
“선남자야, 이 모든 천신·용·야차 등이 모두 와서 모일 것이며, 8만 4천의 모든 바라문과 9천억의 모든 니건자가 와서 담론하고자 할 것이다. 내가 모든 바라문을 꺾고 그들을 위해 법을 설하여 다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겠다는 마음을 내게 하며, 9천억의 니건타(尼揵陀)가 다 수려다파제(須驢多波帝 : 성인의 무리에 들어간다는 뜻)를 얻을 것이다. 1만 8천억의 용왕이 다 집회에 와서 나의 설법을 듣고 다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겠다는 마음을 낼 것이다. 6만억의 정거천자(淨居天子)도 집회에 올 것이며, 3만억 악마와 그 권속들도 와서 모일 것이며, 1만 2천 아수라 왕도 다 와서 모일 것이며, 5백 대왕과 그의 모든 권속들도 다 집회에 와서 나의 설법을 들을 것이다. 법을 듣고 나서는 다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겠다는 마음을 낼 것이다.”
이 때 미제례보살이 앉은자리에서 일어나 부처님 발에 머리를 대어 절하고 오른쪽으로 세 바퀴를 돌고는 바로 사라져 나타나지 않았다. 이 때 일체용 보살마하살이 앉은자리에서 일어나 오른쪽 어깨를 드러내고 오른쪽 무릎을 땅에 대고 부처님을 향해 합장하고 고하였다.
“세존이시여, 저 5백 국왕의 이름은 무엇입니까?”
부처님께서 일체용에게 말씀하셨다.
“자세히 듣거라. 선남자야, 첫째는 환희왕(歡喜王)이며, 둘째는 선환희왕(善歡喜王)이며, 셋째는 우파난타왕(憂波難陀王)이며, 넷째는 승용왕(勝踊王)이며, 다섯째는 범장군왕(梵將軍王)이며, 여섯째는 범향왕(梵響王)이며, 일곱째는 선견왕(善見王)이며, 여덟째는 선환희왕(善歡喜王)이며, 아홉째는 환희장군왕(歡喜將軍王)이며, 열째는 환희정왕(歡喜正王)이며, 열한째는 빈바사라왕(頻婆娑羅王)이며, 열두째는 파사나왕(波斯那王)이며, 열셋째는 증장왕(增長王)이다. 이런 대왕이 5백이 있으며, 각각의 대왕에 천억의 권속이 있어 다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겠다는 마음을 내는데, 오직 증장왕만은 예외이다.
동쪽에서 3만억 보살이 모두 집회에 오며, 남쪽에서 5백억 보살이 함께 집회에 오며, 서쪽에서 6만억 보살이 함께 집회에 오며, 북쪽에서 8만억 보살이 함께 집회에 오며, 아래쪽에서 9만억 보살이 함께 집회에 오며, 위쪽에서 만억 보살이 함께 집회에 온다. 저 모든 보살은 10지(地)에 오른 자들이었다. 그들은 모두 왕사성으로 가서 여래의 처소에 이르러 아뇩다라삼먁삼보리에서 물러나지 않는 지위를 얻는다.”
그 때 세존께서 일체용 보살마하살에게 말씀하셨다.
“선남자야, 너는 시방 모든 부처님 세계에 가서 오늘 여래가 왕사성에서 큰 법을 설하신다고 모든 보살에게 고하라. 너희들은 시방 보살에게 합장 공경하고, 잠깐 사이에 속히 이 대중집회에 돌아와 법을 듣도록 하라.”
그러자 일체용보살이 앉은자리에서 일어나 부처님 발에 머리를 대어 절하고 부처님을 세 바퀴 돈 뒤에 나타나지 않았다. 그 때 일체용보살이 시방의 국토에 가서 모든 보살에게 고하였다.
“오늘 여래께서 왕사성에서 큰 법을 설하신다. 그대들은 이제 훌륭하다고 찬탄해야 할 것이니, 그대들에게 길이 안락과 이익을 얻게 할 것이다.”
일체용보살은 시방의 국토에 가서 모든 부처님께 공양하고 모든 보살에게 알리고는 이 국토에 돌아왔는데, 힘센 사람이 팔 한 번 굽혔다 펴는 듯한 잠깐 동안에 왕사성에 도착하여 여래 앞에 머물렀다. 그 때 일체 바라문과 모든 외도가 다 모였으며, 5백 대왕과 그의 권속들도 와서 모였으며, 3만억 악마와 그의 모든 권속들도 다 모였다. 그 때 왕사성의 땅이 크게 진동하였으며, 시방 모든 부처님 세계에는 가루 전단향이 비처럼 쏟아졌으며, 하늘의 묘한 꽃비가 내렸으며, 여래 위에는 큰 꽃으로 만들어진 좌석이 생겼으며, 금강역사는 금강의 방패를 잡고 여래 앞에 있었다. 그 때 사방에 있던 바람 왕이 왕사성에 들어가 성안의 더러운 흙과 모래를 다 쓸어다가 멀리 성 밖으로 치워 주었다. 시방 세계에서는 갖가지 향수가 비처럼 내렸으며, 시방 세계에는 우발라꽃·구물두꽃·분타리꽃이 비처럼 쏟아졌다. 허공 가운데는 변화로 이루어진 꽃 일산이 있었으며, 허공 가운데는 7보로 만들어진 8만 4천의 사자좌가 있었는데, 각각의 좌석 위에서는 여래께서 묘한 법을 연설하고 계셨다.
그 때 삼천세계가 여섯 가지로 진동을 하니 일체용 보살마하살이 부처님께 고하였다.
“세존이시여, 어떤 인연 때문에 왕사성에서 희유한 일을 나타내십니까?”
부처님께서 일체용보살에게 말씀하셨다.
“선남자야, 너는 이제 잘 듣거라. 비유를 들어 설명하겠다. 나는 잘났노라 하고 스스로 뽐내는 사람이 있었는데, 그의 집은 가난하였다. 그가 하루는 왕궁의 문전에 이르렀다. 왕궁 문 앞에 가서도 자신만만하게 그대로 들어갔는데, 그 때 문지기에게 잡혀서 맞고 결박을 당하였다. 왕은 어떤 사람이 왕궁의 문을 바로 들어갔다는 것을 듣고서, ‘이 사람이 나를 해치려고 바로 들어왔을 것이다’고 생각하였다. 왕은 화를 내면서 그 사람의 목숨을 끊어 버리고, 아울러 그의 부모·형제·자매와 권속들이 다 근심하고 슬피 울게 하라고 모든 신하에게 명하였다. 여래께서 법을 설하시는 것도 이와 같다.
나를 스스로 뽐내는 것은 모든 범부에 비유한 것이다. 부처님 몸을 보고, 귀로는 설법을 듣고는 스스로 교만한 마음을 내어 갖가지 말을 하며, 나라는 위치에 안주하여 스스로 듣고 받아들이지 않으며, 또한 법을 설하지도 않는다. 어떤 사람이 한 게송이나 한 비유로 법을 설해 주어도 듣고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이런 법은 나도 이미 알고 있었다고 한다. 왜냐 하면 아만(我慢)의 위치에 안주했기 때문이다. 혹은 견문이 많은 것을 과신하여 제멋대로 방일하면서 어리석은 사람과 함께 안주하여 바른 법을 듣지 않는다. 자신의 견문이 넓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방일에 빠져서 법대로 설하지 않고, 제멋대로 글을 짓고 제멋대로 그것을 설하여 세상 사람들을 속이고는 ‘재물 있거든 나에게 보시하라. 내가 복밭이다’고 한다. 어리석은 사람은 자신을 속이고 세상 사람들을 속였다. 그러나 저들이 믿고 보시한 것을 먹고는 소화해 내지 못했기 때문에 생명이 끝나려 할 때 큰 두려움을 낸다. 모든 사람들이 그에게 말하였다.
‘그대는 재주가 있는데 어찌 자신을 구제하지 못하는가?’
그가 대답하였다.
‘오늘의 근심과 고통은 재주로도 구제하지 못한다.’
여러 사람들이 말하였다.
‘한 사람 때문에 부모형제와 친한 마을 사람들과 그의 권속들까지 아무 지은 죄 없이 죽음을 당하는구나.’
중생이 이와 같이 악지식(惡知識)을 가까이하면 지옥·축생·아귀에 떨어진다. 그렇다, 그렇다. 모든 바라문과 모든 니건자여, 내가 이제 너희들에게 고하나니, 너희들은 방일하지 말라. 비유하면 새끼 새가 날개가 나지 않으면 높이 허공에 날 수 없는 것과 같이, 너희들도 이와 같이 신통한 힘이 없으므로 열반의 세계에 날아 이르지 못한다. 무엇 때문인가? 너희들이 행하는 법은 궁극적인 도가 아니라서 결국은 파괴될 것이기 때문이다. 너희들은 죽는 순간에 후회하는 마음이 들 것이다.
‘우리들이 헛되이 이와 같은 몸과 생명을 받아서 수행했으나 하늘에 태어나는 즐거움을 얻지 못했으며, 사람으로서 누리는 즐거움도 받지 못했으며, 열반을 얻지도 못했다. 우리들은 이 몸을 헛되게 지냈으니, 어느 길에 태어나게 되며, 어떤 몸을 받게 될까?’ ”
이 때 세존께서 모든 바라문과 니건자와 모든 외도에게 말씀하셨다.
“염부제에는 진기한 보배가 가득하니, 너희들은 희망을 잃지 말아라. 불법의 보배 가운데서 너희들은 딴 공부를 하지 말라. 너희들이 의심하는 바를 다 여래에게 질문하라. 부처가 너희들을 위해서 분별하여 설할 것이다.”
그러자 모든 바라문과 니건자 등이 앉은자리에서 일어나 한쪽 어깨를 드러내고 오른쪽 무릎을 땅에 대고 합장 예불하고 나서 부처님께 고하였다.
“세존이시여, 여래께서는 밤낮으로 태어나고 죽는 중생을 많이 제도하시지만 중생의 세계는 줄어들지도 않으며, 더하지도 않습니다. 세존이시여, 어떤 인연 때문에 중생들이 이와 같이 태어나고 멸합니까?”
그 때 약상(藥上) 보살마하살이 큰 서원으로 장엄하고 법의 횃불을 켜 들고 큰 일을 묻고자 하여 부처님께 고하였다.
“세존이시여, 미래 세상에는 태어나고 멸할 어린 중생도 없고 늙은 중생도 없을 것입니다.”
부처님께서 약상보살에게 말씀하셨다.
“중생에게 늙음이 있으면 어림도 있으니 이와 같이 태어나고 멸한다. 선남자야, 어떤 사람이 머리를 감고 새 옷을 입고 집에서 나오면 다른 사람들이 그에게 머리를 잘 감고 깨끗한 새 옷을 입었구나 하는 것과 같으며, 또 어떤 사람이 머리를 감고 낡은 옷을 빨아 입으면 사람들이 그에게 머리는 잘 감았지만 옷은 묘하지 않다고 하는 것과 같다. 그렇다, 그렇다. 약상아, 늙은 중생을 염부제에서는 묘하다 하지 않고, 젊은 자는 비록 묘하나 태어나고 멸함이 있음을 나타낸다.”
그 때 모든 바라문과 모든 외도와 니건자가 부처님께 고하였다.
“세존이시여, 어떤 것들을 늙음이라 하며, 무엇을 젊음이라 합니까?”
부처님께서 모든 외도에게 말씀하셨다.
“늙음이란 아귀·축생·지옥을 쉴새없이 오가며 괴로움을 받으면서도 싫증이 없는 것이다.”
모든 바라문·하늘·용·대왕이 부처님께 고하였다.
“저희들은 다시는 태어나고 죽는 고통을 받지 않는데, 저 모든 니건자는 젊은 중생이 없다고 말합니다.”
그 때 약상보살이 부처님께 고하였다.
“세존이시여, 보시다시피 이 중생들을 제도하기가 이렇게 어렵습니다.”
부처님께서 약상보살에게 말씀하셨다.
“여래가 오늘 분별하여 해설하리니 너는 자세히 듣거라. 9만 4천억의 새로 배우는 중생이 있었는데, 여래 앞에 있으면서 여래께 예불도 하지 않고 질문도 하지 않았다.”
약상보살이 부처님께 고하였다.
“세존이시여, 어떤 인연 때문에 그들 중생이 여래께 예불도 하지 않으며, 질문하여 의심을 결단해 주기를 청하지 않습니까?”
부처님께서 약상보살에게 말씀하셨다.
“선남자야, 너는 이제 자세히 듣거라. 너를 위하여 설하리라. 선남자야, 젊은 중생이 없다고 설하는 자가 있다면 그런 사람이 젊은 중생이다.”
저 사람이 질문하였다.
“저희들이 젊은 중생입니까? 세존이시여, 저희들이 젊은 중생입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렇다, 그렇다. 너희들을 젊은 중생이라 하는 것은 자신의 한량을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 때 9만 4천억의 새로 배우는 중생들이 다 10지(地)를 얻어 허공에 안주하니, 약상 보살마하살이 부처님께 고하였다.
“세존이시여, 이 모든 중생들이 속히 착한 이익을 얻어 생멸을 그쳤습니다. 세존이시여, 이 모든 중생이 나고 죽음을 여의고 10지에 안주하게 되었습니다.”
그 때 모든 바라문, 모든 외도, 니건자와 모든 용과 국왕과 악마의 권속이 부처님의 처소에 와서 부처님께 고하였다.
“세존이시여, 저희들이 부처님께 가서 이 법문을 들으면, 저희들도 다 여래의 묘한 색신과 형색과 모습을 얻게 하옵시며, 여래·응공·정변지와 같게 하옵소서.”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렇다, 그렇다. 선남자야, 너희들이 부처님 처소에 나아가 이 법문을 듣고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겠다는 마음을 낸다면, 오래지 않아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게 될 것이다.”
여래께서 이 말씀을 하시고 나자 모든 외도와 니건자 등이 다 무생법인(無生法忍)을 얻고 10지에 안주하였다. 그 때 모든 보살이 자기의 신통력으로 일곱 그루 다라나무만큼 뛰어 허공에 올랐다. 허공 가운데서 변화로 7보로 된 집을 만들어 여래께 받들어 보시하였으며, 허공 가운데 있으면서 갖가지 신통을 지어 스스로 변화하였다.
그 때 모든 천신이 허공 가운데서 여래 위에다 갖가지 묘한 꽃비를 내리며 부처님 여래를 생각하며 그 자신에서 부처님 몸이라는 생각을 일으켰다. 한량없는 백천의 모든 천자가 꽃을 부처님께 뿌리며 이렇게 말하였다.
“큰 이익을 주시는 사문 구담이시여, 참으로 세간의 크고 훌륭하신 복밭입니다. 삼매를 구족하시고 자재한 힘으로 이런 중생들에게 점점 방편을 갖추어 한 가지 착한 말씀을 하시어 생사를 여의게 하십니다.”
그 때 약상 보살마하살이 앉은자리에서 일어나 한쪽 어깨를 드러내고 오른쪽 무릎을 땅에 대고 합장하고 부처님께 고하였다.
“세존이시여, 이 모든 천자가 무슨 인연 때문에 이렇게 말하며, 모든 신통을 나타내어 훌륭히 여래를 찬탄합니까?”
부처님께서 약상보살에게 말씀하셨다.
“선남자야, 저 모든 보살은 나를 찬탄한 것이 아니고 스스로 자기 몸을 찬탄한 것이다. 그 자신이 법왕의 지위에 앉았기 때문이며, 그 자신이 법의 좌석에 앉았기 때문이며, 그 자신이 법의 광명을 나타내기 때문에 모든 부처님에게 보호받고 아뇩다라삼먁삼보리에서 바로 깨닫고 법을 설한 것이다.”
약상 보살마하살이 부처님께 고하였다.
“세존이시여, 대덕 세존이시여, 밤낮으로 항상 한량없는 중생을 제도하지만 그러나 모든 중생은 다하지 않습니다.”
세존께서 약상 보살마하살에게 말씀하셨다.
“훌륭하다, 훌륭하다, 선남자야. 이 뜻을 여래께 묻다니. 선남자야, 비유를 들어 말하겠다. 어떤 큰 부자가 있는데, 그는 재물이 넉넉하고 노비가 많으며, 넓은 토지·집·동산 숲·쌀·보리·밀·꼴·삼 등의 곡식이 많다. 그는 봄에 때맞춰 모든 씨앗을 심었다가 때가 되면 익고, 익으면 다시 거둬들여 각각 구별해서 담고, 담고 나서는 그것을 먹는다. 그리고 봄이 오면 전과 같이 때맞춰 그것을 심는다.
선남자야, 중생의 본래 업도 이와 같다. 즐거운 과보를 다 받고 나서는 다시 착한 업을 지어 모든 선근을 심으며, 모든 선근을 심고 나서는 착한 법을 늘려 가며, 착한 법을 늘리고 나서는 큰 기쁨을 얻는다. 약상아, 기뻐하는 마음 때문에 백억 겁 동안 즐거운 과보를 잃지 않는다. 선남자야, 초발심한 보살이 악도에 떨어지지 않고 모든 법을 다 아는 것과 같다.”
약상보살이 부처님께 고하였다.
“세존이시여, 무엇을 초발심 보살이 꿈을 본다고 합니까?”
부처님께서 약상보살에게 말씀하셨다.
“초발심 보살은 꿈에서 무서운 일을 많이 본다. 왜냐 하면 모든 업을 정화하여 몸으로 뭇 괴로움을 받지 않기 때문이다. 이 허물 때문에 꿈에서 무서운 일을 본다.”
약상이 부처님께 고하였다.
“세존이시여, 초발심 보살은 꿈속에서 어떤 공포들을 봅니까?”
부처님께서 약상보살에게 말씀하셨다.
“선남자야, 그 사람은 꿈에서 활활 타오르는 불덩이를 보고 ‘이 불덩이로 나의 모든 번뇌를 태워 주소서’라고 생각한다. 약상아, 이것이 꿈에서 무서운 일을 보는 첫 번째이다. 또 초발심 보살은 더럽고 탁한 물줄기를 꿈에서 보고 ‘나의 모든 결박된 번뇌를 씻어 주소서’라고 생각한다. 이것이 초발심 보살이 꿈에서 무서운 일을 보는 두 번째이다.”
약상보살이 부처님께 고하였다.
“세존이시여, 무엇을 보고 무서워하는 것입니까?”
부처님께서 약상보살에게 말씀하셨다.
“그는 꿈속에서 스스로 머리 깎는 것을 본다. 약상보살아, 보고 나서는 무서워하지 말아야 된다. 어째서 그런가? ‘탐냄·성냄·어리석음·6도(道)에 떨어져 태어남을 깎아 버린다’고 생각해야 하기 때문이다. 선남자야, 이와 같이 보살은 지옥에 떨어지지 않으며, 축생에 떨어지지 않으며, 아귀에 떨어지지 않으며, 용 가운데 떨어지지 않으며, 하늘 가운데 떨어지지 않는다. 약상아, 초발심 보살은 오직 청정한 불국토에만 태어난다.”
부처님께서 약상에게 말씀하셨다.
“미래 말세 중 마지막 5백 년에 보살들이 나와서 마음으로 보리를 원하지만 발심을 했기 때문에 많은 사람에게 비방과 욕을 먹고 맞기도 할 것이다. 약상아, 그들에게는 다만 그들을 위해 법을 설하고, 보살은 성내는 마음을 일으켜서는 안 된다.”
부처님께서 약상에게 말씀하셨다.
“내가 한량없는 백천억 겁에 모든 고행을 닦았지만, 선남자야, 나는 국토와 재산을 삶의 바탕으로 삼지는 않았다. 모든 법의 실상을 알았기 때문이다. 약상아, 나는 고행을 닦았지만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지는 못했었는데, 선남자야, 나는 이 법을 듣고 그 날로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었다. 약상아, 이 법은 매우 깊다. 이런 법문은 이름조차 듣기 어렵다. 만일 이 법문의 이름이라도 얻어듣는다면 모두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을 것이다.
약상아, 이 사람은 천 겁 동안의 생사를 뛰어넘어 청정한 부처님의 나라에 태어나 멸(滅)과 도(道)를 잘 알며, 첫째가는 도를 알며, 첫째가는 선근을 알며, 비할 데 없는 신통을 성취하고, 비할 데 없는 멸(滅)을 안다. 약상아, 너는 어떻게 생각하느냐? 무엇을 멸이라 하는가?”
약상보살이 부처님께 고하였다.
“세존이시여, 법이 처하는 곳을 멸이라 하나이다.”
부처님께서 약상에게 말씀하셨다.
“어떤 것들이 법에 처함인가?”
약상이 부처님께 고하였다.
“세존이시여, 법이 바로 법에 처함입니다. 세존께서 말씀하신 대로 부지런히 정진하며, 부지런히 계율을 지니며, 부지런히 인욕하는 것입니다. 이것을 두고 법을 간직함[法藏]이라 합니다.”
부처님께서 약상보살을 찬탄하셨다.
“훌륭하다, 훌륭하다. 선남자야, 부처가 이 뜻을 물었더니 네가 훌륭히 해설하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