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천왕반야바라밀경(勝天王般若波羅蜜經) 제7권

승천왕반야바라밀경(勝天王般若波羅蜜經) 제7권

13. 권계품(勸誡品)

그때 문수사리보살이 곧 자리에서 일어나 오른쪽 어깨를 드러내고 오른쪽 무릎을 땅에 대고 부처님을 향하여 합장하고 머리 숙여 발에 예배하고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여래께서 설하신 매우 깊은 반야바라밀을 미래세의 끝[末代]에 어떤 중생이 믿고 받지 않겠습니까? 만약 선남자와 선여인이 이 경을 듣고 믿음을 내고 비방하지 않으면 이와 같은 사람들은 어떤 공덕을 이룹니까?”

부처님께서 문수사리보살에게 말씀하셨다.

“미래 말세에 선남자와 선여인이 한량없는 부처님 처소에서 청정한 계와 선정과 반야를 닦아 가지면 이들은 부처님의 참된 아들이라 이 수다라를 믿어서 이룬 공덕은 헤아려 말할 수 없느니라. 가장 선한 으뜸의 법은 반야에서 생기니, 청정한 마음으로 받아 믿는다면 내가 지금 너를 위하여 간략히 비유로 설해주겠다.

문수사리야, 염부제주(閻浮提洲 : 사대주 중 남쪽 대주의 이름)는 세로 길이가 십천 유순으로 북쪽이 넓고 남쪽이 좁은데, 그 가운데 사람의 얼굴도 지형과 같다.

이 세계[洲] 안에는 수다원·사다함·아나함·아라한·벽지불 등이 두루 가득하며 조밀함이 대와 삼[麻]·사탕수수[甘蔗]·물억새 숲[荻林]과 같아 그 가운데 조그만한 공간이나 사이라도 빈틈이 없었다. 만약 선남자와 선여인이 네 가지 사물[四事]로 성인의 수명이 다하도록 공양하고, 혹은 칠보로 이 주를 가득 채워 범천에까지 이르게 하여 하나하나의 성인에게 각각 그러한 것을 보시하는데, 이 선남자와 선여인의 수명이 다하기까지 밤낮 삼십 모우다(牟尤多 : 시간)에 상속하여 끊어지지 않게 한다고 하자.

문수사리야, 너의 뜻은 어떠하냐? 이 사람은 인연공덕이 많겠느냐?”

문수사리보살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매우 많습니다, 바가바시여. 매우 많습니다, 수가타(修伽陀)시여.”

부처님께서 문수사리보살에게 말씀하셨다.

“선남자와 선여인이 이 수다라를 비방하지 않는 공덕은 그보다 으뜸으로 백분의 하나에도 미치지 못하며, 천분·백천분·만분의 일에도 미치지 못하며, 나아가 어떠한 수를 헤아려 비유하여도 미치지 못하느니라.

문수사리야, 구야니주(瞿耶尼洲 : 사대주 중의 서쪽 대주의 이름)는 세로 길이가 팔천 유순이요, 모양이 반달 같고, 사람의 얼굴도 그러하다. 그 세계 안에 역시 수다원·사다함·아나함·아라한·벽지불이 두루 가득하여 마치 대나무·삼·사탕수수·물억새 숲과 같고, 그 중간에는 적은 공간이나 빈틈도 없느니라.

만약 선남자와 선여인이 네 가지 사물로 성인의 수명이 다하도록 공양하고 나아가 열반한 후에는 사리로 탑을 일으키며, 혹은 칠보로 이 주를 가득 채워 범천에까지 이르게 하여 하나하나의 성인에게 각각 그러한 것을 보시하는데, 이 선남자와 선여인의 수명이 다하기까지 밤낮 삼십 모우다에 상속하여 끊어지지 않게 한다고 하자.

문수사리야, 너의 뜻은 어떠하냐? 이 사람은 이 인연으로 얻는 복이 많겠느냐?”

문수사리보살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매우 많습니다, 바가바시여, 매우 많습니다, 수가타시여.”

부처님께서 문수사리보살에게 말씀하셨다.

“만약 선남자와 선여인이 이 수다라를 믿는 공덕은 그보다 뛰어나서 백분의 일에도 미치지 못하고, 천분·백천만분의 일에도 미치지 못하며 나아가 어떠한 수를 헤아려 비유하여도 능히 미치지 못한다.

문수사리야, 불우체주(弗于逮洲 : 사대주 중의 동쪽 대주의 이름)는 세로 길이가 구천 유순이요, 모양은 보름달 같고, 사람들의 얼굴도 그러하다. 그 세계 안에 역시 수다원·사다함·아나함·아라한·벽지불이 두루 가득하여 조밀하기가 대나무·삼·사탕수수·물억새 숲과 같으며 그 중간에는 조그만한 공간이나 빈틈이 없느니라.

만약 선남자와 선여인이 네 가지 사물로 성인의 수명이 다하도록 공양하고, 혹은 칠보로 이 주를 가득 채워 범천에까지 이르게 하여 하나하나의 성인에게 각각 그러한 것을 보시하는데, 이 선남자와 선여인의 수명이 다하기까지 밤낮 삼십 모우다에 상속하여 끊어지지 않게 한다고 하자.

문수사리야, 너의 뜻은 어떠하냐? 이 사람이 이 인연으로 얻는 복은 많겠느냐?”

문수사리보살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매우 많습니다, 바가바시여. 매우 많습니다, 수가타시여.” “문수사리야, 울단월주(鬱單越洲 : 사대주 중의 북쪽 대주의 이름)는 사방이 십천 유순이요 사람의 얼굴도 네모졌으며, 이 세계 안에 역시 수다원·사다함·아나함·아라한·벽지불이 가득하며 조밀하기가 대나무와 삼·사탕수수·물억새 숲과 같고 그 중간에는 조그만한 공간이나 빈틈도 없느니라.

만약 선남자와 선여인이 네 가지 사물로 성인의 수명이 다하도록 공양하고, 혹은 칠보로 이 주를 가득 채워 범천에까지 이르게 하여 하나하나의 성인에게 각각 그러한 것을 보시하는데, 이 선남자와 선여인의 수명이 다하기까지 밤낮 삼십 모우다에 상속하여 끊어지지 않게 한다고 하자.

문수사리야, 너의 뜻은 어떠하냐? 이 사람은 이 인연으로 얻는 복이 많겠느냐?”

문수사리보살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매우 많습니다, 바가바시여, 매우 많습니다, 수가타시여.”

부처님께서 문수사리보살에게 말씀하셨다.

“만약 선남자와 선여인이 이 경을 받아 가지고 읽고 외우는 공덕은 그보다 뛰어나서 백분의 일에도 미치지 못하고, 천분·백천만분의 일에도 미치지 못하며, 나아가 어떠한 수로 헤아려도 비유할 수가 없느니라.

문수사리야, 사바세계를 다 먼지로 만들고 그만한 수의 성인에게 만약 선남자와 선여인이 네 가지 사물로 성인의 수명이 다하도록 공양하고, 그만한 미진수의 삼천대천세계에 가득한 칠보로 아가니타천(阿迦尼吒天 : 色究竟天)에까지 이르게 하여 하나하나의 성인에게 각각 그만한 것을 보시하는데, 이 선남자와 선여인의 수명이 다하기까지 한다면 문수사리야, 너의 뜻은 어떠하냐? 공덕이 많겠느냐?”

문수사리보살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앞의 복덕이 이미 불가사의한데, 하물며 이 공덕이겠습니까?”

부처님께서 문수사리보살에게 말씀하셨다.

“만약 선남자와 선여인이 이 수다라를 유통하여 남을 위하여 베풀어 설하면 공덕은 그보다 뛰어나서 백분의 일에도 미치지 못하고, 천분·백천만분의 일에도 미치지 못하며, 나아가 어떠한 숫자로도 비유할 수가 없느니라.

문수사리야, 이와 같은 공덕을 만약 아뇩다라삼먁삼보리에 회향하지 않는 자는 그만한 미진수겁에 타화자재천왕(他化自在天王)이 되며, 그만한 겁[爾許劫] 수에 화락천왕(化樂天王)이 되며, 그만한 겁 수에 도솔타천왕(琓率陀天王)이 되며, 그만한 겁 수에 야마천왕(夜摩天王)이 되며, 그만한 겁 수에 하늘의 제석(帝釋)이 되는데, 하물며 전륜성왕이겠는가? 살바야(薩婆若)에 회향하는 까닭에 반야바라밀로 야뇩다라삼먁삼보리를 성취하는 것이다.

문수사리야, 염부제 중에 두루 가득한 수다원·사다함·아나함·아라한·벽지불이 조밀하기가 대나무와 삼·사탕수수·물억새 숲 같은데 만약 어떤 악한 사람이 그만한 현성(賢聖)을 모두 살해한다면 문수사리야, 너의 뜻은 어떠하냐? 이 사람은 이 인연으로 얻을 죄가 많겠느냐?”

문수사리보살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한 사람의 성인을 죽여도 일 겁 동안 아비(阿鼻)지옥에 떨어지는데, 어찌 하물며 그만한 수이겠습니까? 그 죄가 너무 많아 헤아리지 못할 것입니다.”

부처님께서 문수사리보살에게 말씀하셨다.

“어떤 사람이 이 수다라를 비방하면 그 죄는 그보다 무거워 백분의 일에도 미치지 못하며, 천분·백천만분의 일에도 미치지 못하며, 나아가 어떠한 수를 헤아려도 비유할 수도 없느니라.

문수사리야, 구야니(瞿耶尼) 가운데 두루 가득한 수다원·사다함·아나함·아라한·벽지불이 조밀하기가 대나무·삼·사탕수수·물억새 숲 같은데 만약 어떤 악한 사람이 다 살해한다면 문수사리야, 너의 뜻은 어떠하냐? 이 사람은 이 인연으로 얻을 죄가 많지 않겠느냐?”

문수사리보살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이런 죄는 들을 수도 없고 듣지도 못하였습니다. 이 사람은 아비지옥을 벗어날 기약이 없을 것입니다.”

부처님께서 문수사리보살에게 말씀하셨다.

“어떤 사람이 이 경을 믿지 않는다면 그 죄는 그보다 무거워서 백분의 일에도 미치지 못하며 천분·백천만분에 일에도 미치지 못하며 나아가 숫자로 헤아려서는 비유할 수가 없느니라.

문수사리야, 만약 사천하를 다 먼지로 만들고, 그만한 수의 모든 부처님 여래를 만약 어떤 악인이 다 살해하고 두 가지 재물을 빼앗아서 법의 재물을 없애고 세간의 재물을 깨뜨린다면 문수사리야, 너의 뜻은 어떠하냐? 이 사람이 얻을 죄가 많겠느냐?”

문수사리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이런 죄는 듣지도 못하였고 헤아릴 수도 없으며 생각할 수도 없습니다.”

부처님께서 문수사리보살에게 말씀하셨다.

“만약 어떤 사람이 이 수다라를 장애하고 헐뜯고 비방하고 믿지 않는다면, 그 죄는 그보다 더 무거워서 백분의 일에도 미치지 못하고 천분·백천만분의 일에도 미치지 못하며, 나아가 숫자로 헤아려서는 비유할 수가 없을 것이니라.

가령 삼천대천세계의 일체 중생이 다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이룰지라도 이와 같은 악인은 오히려 그로 인해 아비지옥에서 나오지 못할 것이니라.

문수사리야, 이와 같은 악인은 한 세계의 아비지옥에도 가벼이 들어가지 못할 것인데, 하물며 다른 지옥·축생·아귀이겠느냐? 무슨 까닭이냐? 삼세 모든 부처님의 어머니를 헐뜯어 파괴하였기 때문이니라.

가령 앞에서와 같이 미진수의 겁에 3악도를 여의고 만약 사람으로 태어나도 아살사(阿薩闍 : 불치병)병을 얻을 것이요, 또 그만한 수의 미진수 겁 동안 혀가 없는 보를 얻을 것이요, 혹은 손이 없는 과보를 얻어서 각각 그만한 겁을 지날 것이니라.

문수사리야, 내가 만약 세상에 일 겁을 머물면서 그 일 겁이 다하도록 신통력을 가지고 이 악인의 죄보를 설할지라도 다하지 못할 것이니라.

문수사리야, 만약 현재와 미래세의 복락을 구하려면 이 수다라를 믿지 않거나 헐뜯고 비방하거나 큰 장애를 일으키지 말아야 할 것이니라.”

14. 이행품(二行品)

그때 부처님께서 문수사리보살에게 말씀하셨다.

“보살마하살이 반야바라밀을 행함에는 마땅히 앞뒤로 반야바라밀을 성취하여야 하느니라. 무슨 까닭이냐? 보살마하살에게는 두 가지 행(行)이 있으니, 반야를 성취하는 것과 중생을 교화하는 것이니라.”

문수사리보살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무엇을 보살마하살이 중생을 교화한다고 합니까?”

부처님께서 문수사리보살에게 말씀하셨다.

“처음 반야에서 마지막에 이르기까지 공용(功用)의 마음을 여의고 한없이 설법하여 중간에 쉼이 없이 3유(有)의 악도의 과보를 벗어나 모든 중생이 편안히 선도(善道)에 머물러서 3성과(聖果)를 얻게 함이니라.

문수사리야, 이것을 보살마하살이 반야바라밀을 행하여 중생을 교화한다고 하느니라.

문수사리야, 보살마하살이 반야바라밀을 행하여 끝이 없고 함이 없는[無爲] 것을 성취하니 이것을 보살마하살의 스스로 행함[自行]이라고 한다. 무슨 까닭이냐? 일체의 공덕을 성취하는 까닭이니라.”

문수사리보살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어떤 법이 보살마하살의 행과 상응하는 것입니까?”

부처님께서 문수사리보살에게 말씀하셨다.

“일체종지(一切種智)이니, 진실의 법은 생각을 멀리 여의고 미묘하여 모양도 없고 도리가 매우 깊어 볼 수도 없고 통달하기도 어려운 것이니라. 항상 고요함에 머무르고 맑고 서늘함이 두루 가득하여 분별할 수도 없으며, 집착할 것도 없고 막힘도 없고 도리를 수순하되 취하여 집착하지도 않으며, 아주 조용하고 지극히 고요하여 일체법 가운데 제일이라 위도 없고 대등한 것도 없느니라.

문수사리야, 보살마하살이 반야바라밀을 행함에 이 같은 법이 살바야와 상응하는 것이니라.”

문수사리보살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보살마하살은 어떤 경계(境界)에서 반야바라밀을 행합니까?”

부처님께서 문수사리에게 말씀하셨다.

“보살마하살이 반야바라밀을 행하는 경계는 매우 깊은 경계이고 광대한 경계이며 공덕의 경계이니라.

문수사리야, 매우 깊은 경계라고 하는 것은 체(體)가 무위(無爲)여서 서로 여읠 수도 없고 양 끝[邊]에 집착하지도 않으며 모든 막힘을 벗어나서 자성이 청정하니, 생각할 수도 없고 숫자로 헤아려 알 수도 없으며 성문이나 벽지불과도 함께 하지 못하느니라.

문수사리야, 광대한 경계라는 것은 보살마하살이 반야바라밀을 행함에 모든 부처님여래의 일체 공덕은 반야바라밀과 마하가루나(摩訶迦樓那 : 大悲)가 체가 된다. 이는 분별을 여읜 모습이요, 공용이 없는 마음으로 중생을 이익하게 하여 다 그들의 뜻을 말하여 잠시도 버리지 않느니라.

문수사리야, 보살마하살이 반야바라밀을 행함에 일체의 공덕과 상응하니, 32상(相) 80종호(種好)와 부처님의 위신력으로 가지가지 모양으로 다 나타내 보이며, 모든 중생의 근기와 욕심과 성품과 행을 따라 혹은 도솔천에 오르고 혹은 거기서 하강하며, 혹은 태에 있는 모습을 나타내고 혹은 처음 탄생하는 모습을 나타내며, 혹은 동자로 나타내고 혹은 동산에 노닐며, 혹은 출가를 나타내 보이고, 혹은 고행하는 모습을 나타내며, 혹은 보리수 아래 나아가는 모습을 나타내고 혹은 성불하는 모습을 나타내며, 혹은 법륜을 굴리는 모습을 나타내고 혹은 열반의 모습을 나타내느니라. 이와 같이 가지가지로 중생을 위하여 생사를 다하느니라.

문수사리야, 이것을 보살마하살이 반야바라밀을 행하는 경계라 하는 것이니라.”

문수사리보살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희유합니다, 세존이시여. 이와 같이 반야바라밀은 매우 깊고 모든 부처님의 경계는 불가사의합니다.”

부처님께서 문수사리보살에게 말씀하셨다.

“그와 같도다, 그와 같도다. 네가 말한 바와 같으니라. 반야바라밀은 이와 같이 함께할 수 없는 법이며 불가사의하니라. 무슨 까닭인가? 일체 범부와 성문·연각은 통달하지 못하니 그들의 경계가 아니기 때문이니라. 부처님 여래를 제외하고는 다시 얻을 자가 없느니라. 왜냐 하면 여여(如如)한 이치는 뜻이 매우 깊기 때문이니, 자재하여 움직이지 않고 무루계(無漏界)를 거둬들여서 중생을 교화하여 원만하게 이익 되게 하느니라. 이러한 것을 모든 부처님의 경계라 이름하며 모든 언어를 뛰어넘어서 제일의(第一義)로 거두어들이므로 각관(覺觀)이나 분별로 생각할 수 없으며, 모든 비유가 다 끊어지고 일체법 가운데 가장 상품(上品)이라 생사에도 머물지 않고 열반에도 머물지 않느니라.

문수사리야, 보살마하살이 반야바라밀을 행함에 무릇 다섯 가지 일이 불가사의하니 첫째는 자성이요, 둘째는 방향[方處]이요, 셋째는 머무는 곳[住]이요 넷째는 같고 다름[一異]이요, 다섯째는 이익함이니라.

문수사리야, 무엇을 자성이 불가사의하다고 하느냐? 색이 곧 여여하여 구하여도 얻지 못하고 색을 여의어도 여여하여 구하여도 얻지 못하며, 수·상·행·식도 이와 같으니라.

땅[地大]도 곧 여여하여 구하여도 얻지 못하고 땅을 여읨도 여여하여 구하 여도 얻지 못하며, 수(水)·화(火)·풍(風) 대(大) 모두가 다 그러하니라.

눈[眼入]도 곧 여여하여 구하여도 얻지 못하고 눈을 여읨도 여여하여 구하여도 얻지 못하며, 귀·코·혀·몸·뜻 모두가 다 그러하니라.

법이 있음[有法]도 여여하여 구하여도 얻지 못하며, 법이 없음도 여여하여 얻지 못하느니라.

만약 욕계에 있음이 불가사의하다면 욕계를 여읨도 불가사의하며 색계와 무색계도 모두가 다 그러하니라.

만약 동방에 있는 것이 불가사의하다면 혹은 동방을 여읨도 불가사의하며, 남·서·북방의 사유(四維)와 상·하 일체가 다 그러하니라.

안락하게 머무름도 불가사의하고 고요히[寂靜] 머무름도 불가사의하며, 마음이 머무름이 있는 것도 불가사의하고 마음이 머무름이 없는 것도 불가사의하니라.

3계의 여래가 같이 한곳에 있어 자성이 청정한 무루(無漏) 법계임에도 만약 같거나 다름도 불가사의하니라.

지혜와 신통력도 같은 법계요 반야와 방편의 두 모습도 평등하여 중생을 위하여 한량없이 이익 되게 하는 것이며, 말로써 나타낼 수도 없고 언어의 경계를 넘었으나 중생의 근기와 성품을 수순하여 가지가지 설법과 가지가지 모습으로 나타내 보이며, 32상 80종호로 중생의 뜻을 따라 이와 같이 나타내는 것이니라.”

문수사리보살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어떤 것을 32상 80종호라고 이름합니까?”

부처님께서 문수사리보살에게 말씀하셨다.

“여래의 상호(相好)는 다함도 없고 끝도 없어 말로써 다할 수 없으나 세상 법을 수순해서 간략히 32상 80종호를 말하겠다.

첫째 발바닥이 평평하고, 둘째 걸음걸이가 바르며[平正], 셋째 발바닥에 수레바퀴 같은 모양이 있어 바퀴통과 바퀴테와 천 개의 바퀴살을 모두 갖추어 장엄하였으며, 넷째 손가락이 가늘고 길면서 부드럽고 곧으며 뼈마디가 드러나지 않았고, 다섯째 몸이 크고 방정(方正)하며, 여섯째 손과 발가락 사이에 얇은 막[網縵]이 있어 손가락을 벌리면 거위왕(鵝王)과 같고, 일곱째손바닥이 붉은 연꽃 같으며, 여덟째 복사뼈[踝骨]가 드러나지 않았고, 아홉째 연니(㖶尼) 사슴왕의 무릎[膞]과 같으며, 열째 몸이 부드럽고 곧다.

열한째 남근이 말의 것과 같이 감추어졌고[陰馬藏], 열두째 몸이 원만하고 구족하여 니구로타(尼拘盧陀)나무와 같으며, 열셋째 몸의 털이 오른쪽으로 돌아 있는 모습이고, 열넷째 한 구멍에 하나의 털이 나고, 피부는 곱고 윤택하여[油滑] 먼지와 때가 타지 않고, 열다섯째 몸은 금색이며, 열여섯째 몸에서 원만한 광명이 사방으로 한 장(丈)씩 비치며, 열일곱째 일곱 군데가 평평하고[七處滿], 열여덟째 몸이 평정하고 위의가 엄숙하여 사자의 모습이며[師子臆], 열아홉째 두 팔이 평정하고 겨드랑이 아래가 원만하게 찼으며[腋下滿], 스무째 두 팔이 둥글면서 곧아 코끼리왕의 코와 같고 서면 무릎 아래까지 내려온다.

스물한째 입에는 사십 개의 치아가 가지런하고 조밀하게 서로 이어져 있는데 희기가 백옥과 같고 또한 눈과 같다. 스물두째 위아래로 네 개의 어금니는 모양이 초승달과 같고, 스물셋째 이마는 사자와 같으며[師子額], 스물넷째 머리는 둥글며, 스물다섯째 목구멍에는 천 가지의 맥이 구족하며, 스물여섯째 가슴뼈는 나라연(那羅延 : 금강역사)과 같고, 스물일곱째 정수리뼈[頂骨]는 저절로 솟아올라 있으며[踊起], 스물여덟째 혀의 모습은 넓고 길어 연꽃잎과 같고, 스물아홉째 음성은 범왕(梵王)의 하늘 북 소리 같으며, 서른째 눈동자는 청색으로 우발라꽃과 같고, 서른한째 속눈썹은 감색 불꽃[紺焰] 같아 마치 소의 왕[牛王]과 같으며, 서른두째 두 눈썹 사이에 흰 털이 있어 오른쪽으로 돌고 있는 모습으로 항상 빛을 놓는 상이다.

문수사리야, 이것을 32상이라 하느니라. 보살마하살이 반야바라밀을 행하면 다 이와 같은 공덕을 성취하는 것이니라.

문수사리야, 무엇을 80종호라 하느냐?
첫째 정수리를 볼 수 없고, 둘째 정수리뼈가 견실하며, 셋째 이마는 넓고 평평하고, 넷째 눈썹은 높고 길며 초승달 같고 색은 감색의 유리색이며, 다섯째 눈은 넓고 길며, 여섯째 코는 높고 둥글고 곧으면서 구멍은 보이지 않고, 일곱째 귀는 두텁고 넓고 길며 둥글게 이루었고, 여덟째 몸은 견실하여 나라연과 같으며, 아홉째 몸은 무너지지 않고, 열째 몸의 뼈마디는 굳고 조밀하다.

열한째 온몸을 돌려 돌아볼 때는 코끼리의 왕과 같고, 열두째 몸에는 광명이 있으며, 열셋째 몸은 고르고 곧고, 열넷째 항상 젊어 늙지 않으며, 열다섯째 몸이 항상 윤택하고, 열여섯째 몸을 스스로 보호하고 타인을 기다리지 않으며, 열일곱째 몸이 원만 구족하고, 열여덟째 인식작용[識]이 원만 구족하며, 열아홉째 얼굴과 위의[容儀]가 구족하고, 스무째 위덕이 멀리 떨친다.

스물한째 일체에 향하여 남을 등지지 않고, 스물두째 머무는 곳이 안온하고 위태로이 움직이지 않으며, 스물셋째 얼굴이 알맞아 크지도 않고 길지도 않고, 스물넷째 얼굴이 넓고 평평하며, 스물다섯째 얼굴이 둥글고 청정하고 보름달 같으며, 스물여섯째 얼굴이 야윈 곳이 없고, 스물일곱째 나아가거나 멈추어 있는 모습이 코끼리왕과 같으며, 스물여덟째 얼굴과 위의가 사자왕과 같고, 스물아홉째 걸음걸이가 거위왕과 같으며, 서른째 머리는 마타나(摩陀那) 열매와 같다.

서른한째 몸빛[身色]이 빛나고 기쁨을 주고[光悅], 서른두째 발바닥이 두터우며, 서른셋째 손톱은 붉은 구리잎과 같으며, 서른넷째 걸을 때는 발바닥의 무늬[印文]가 땅에 나타나며, 서른다섯째 지문이 장엄하며, 서른여섯째 지문이 밝고 명료하여 어둡지 않고, 서른일곱째 손의 무늬가 밝고 곧으며, 서른여덟째 손의 무늬가 길고, 서른아홉째 손의 무늬가 끊어지지 않았으며, 마흔째 손발이 뜻과 같다.

마흔한째 손발이 붉고 희어 연꽃과 같고, 마흔두째 모든 구멍의 모양이 구족하며, 마흔셋째 걸음 폭이 짧지 않고, 마흔넷째 걸음 폭이 길지 않으며, 마흔다섯째 걸음걸이가 편안하고, 마흔여섯째 배꼽은 깊고 두터우며 모양은 반사단(盤蛇團)과 같이 둥글면서 오른쪽으로 돌고, 마흔일곱째 털색은 푸르고 붉어 공작의 목과 같으며, 마흔여덟째 털색은 윤이 나고 맑고, 마흔아홉째 몸의 털은 오른쪽으로 누워 있으며, 쉰째 입에서는 위없는 향기가 나오고 몸의 털에서도 다 그러하다.

쉰한째 입술색은 붉고 윤이 나서 빈바(頻婆)의 열매 같고, 쉰두째 입술은 윤택하고 상하가 서로 맞으며, 쉰셋째 혀의 모양은 엷고, 쉰넷째 모든 것을 즐겁게 보며, 쉰다섯째 중생의 뜻을 따라 온화하고 기쁘게 말해 주며, 쉰여섯째 일체처에서 선한 말을 하지 않음이 없고, 쉰일곱째 만약 사람을 보면 먼저 더불어 말을 하며, 쉰여덟째 음성이 높지도 않고 낮지도 않아 중생이 기꺼이 따르며, 쉰아홉째 중생의 말을 따라서 설법하고, 예순째 설법에 집착하지 않는다.

예순하나째 중생을 평등하게 보며, 예순두째 먼저 살펴보고 뒤에 지으며, 예순셋째 한 음을 내어 중생의 소리에 대답하며, 예순넷째 차례로 인연이 있는 대로 설법하고, 예순다섯째 그 모습[相]을 다 볼 수 있는 중생이 없으며, 예순여섯째 보는 자는 싫어함이 없고, 예순일곱째 모든 음성을 구족하며, 예순여덟째 선한 모습을 나타내며, 예순아홉째 거센 사람을 보면 곧 조화를 이루어 복종시키고 두려워하는 자를 보면 곧 안온함을 얻게 하고, 일흔째 음성이 밝고 청정하다.

일흔하나째 몸을 기울여 움직이지 않고, 일흔두째 몸이 크며, 일흔셋째 몸이 길고, 일흔넷째 몸이 더럽혀지지 않으며, 일흔다섯째 빛이 온몸에 두루 하여 각각 한 길이나 되며, 일흔여섯째 걸을 때는 빛이 몸을 비춰주고, 일흔일곱째 몸이 청정하며, 일흔여덟째 빛의 색이 윤택하여 마치 푸른 구슬 같고, 일흔아홉째 손발이 원만하며, 여든째손발에 덕(德) 자(字)가 있느니라.”

15. 찬탄품(讚歎品)

그때 문수사리보살이 곧 자리에서 일어나 오른쪽 어깨를 드러내고 오른쪽 무릎을 땅에 대고 합장하고 부처님을 향하여 발에 예배하고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여래의 공덕은 희유하여 대등한 것이 없고 불가사의하며 삼세의 모든 부처님께서는 동일하여 차별이 없으며, 만약 여래를 보거나 혹은 그 공덕을 듣기만 해도 이들 중생 또한 불가사의하게 됩니다. 저희들은 금일 거듭 세존께서 큰 법륜을 굴리심을 뵈니, 뛸 듯이 기쁘며 미증유함을 얻었습니다.”

그리고는 문수사리보살이 곧 허공에 일곱 그루의 다라수(多羅樹) 높이로 올라가서 합장하고 찬탄하며 말하였다.

일체 중생에게는
오직 부처님만이 위대하시어[大尊]
오히려 같은 이는 없는데
하물며 더 수승한 이 있으랴.

사람과 법 둘 다 공하여
이치로도 견줄 자가 없고
오직 부처님 여래와
동등한 이와 같은 이 없네.

번뇌와 습기는
영원히 다하여 남음이 없고
아는 바의 법을
다 밝게 깨달아서

혹 지혜나 혹은 설법으로도
부처님을 따를 자가 없고
대천(大千)세계에
오직 부처님 홀로 존귀하시니

10력(力)과 두려움 없음(無畏)이
결코 허망하지 않고
제석이나 범천도
능히 얻지 못하리.

세존의 크신 은혜
모든 중생에게는
이 일조차 생각하기 어려워
능히 따를 자가 없네.

한량없는 선교와
가지가지 방편으로
중생을 위하여
이익을 얻게 하시네.

그때 대중 가운데 소루바(蘇樓波 : 妙色)라는 한 천자가 있었다. 천자는 곧 자리에서 일어나 오른쪽 어깨를 드러내고 오른쪽 무릎을 땅에 대고 부처님을 향하여 합장하고, 머리 숙여 발에 예배하고 게송으로 찬탄하였다.

세간에서 혹 부처님과 같다고 말하나 
이 같은 말은 이름에 지날 뿐, 
만약 법왕으로 가장 높은 이라 말한다면 
이것은 허망하지 않은 진실한 말이로다.



사람과 하늘 무리에게 바르게 묻기 어렵고 
능히 우리 큰 스승 꺾을 이가 없네.


선서(善逝)께서 마귀와 외도를 항복받아서 
세간을 인도하여 해탈에 이르네.



청정한 네 가지 변재의 무궁한 설법과 
감로의 미묘한 약을 중생에게 보시하고 
모든 법을 두루 관하시어 지혜는 막힘 없고 
일체의 생각 속에 빠진 것이 없네.



대비로 평등하게 중생을 보시고 
청정하신 마음은 세상에 물 안 들고 
근기·욕심·성품을 능히 잘 알아 
듣기 좋아함을 따라 설법하시네.


번뇌의 차별은 한두 가지 아님에 
한량없는 대치문(對治門)으로 
교묘한 인연 설법 부처님 같은 이 없어서 
오로지 중생을 이익 되게 할 뿐이다.



부처님의 설법을 듣고도 얻지 못하면 
이들 중생은 제도하기 극히 어렵네.


여래의 크신 이름 우러러 사모하리라.



세존을 뵈면 이익 됨이 한이 없으리.


부처님의 지혜로 마음을 청정케 하고 
바른 가르침을 들으면 생사 벗으리.



부처님 명호(名號)를 들으면 대길상(大吉祥)이라 
세존을 생각하면 항상 기쁨뿐이리.


발심하여 부처님께 나아가면 지혜 생기고 
가르침대로 닦으면 일체지를 이루리.



계행이 청정하면 번뇌[垢]가 없어지고 
마음 맑게[澄明]함에는 선정이 제일이라.


지혜는 가장 으뜸이라 움직이기 어렵고 
법의 바다가 청정하니 감로 같도다.



일체 중생은 방일하기 좋아하고 
부처님 여래께서는 세간을 여의며 
평등하게 중생을 자애하심이 외아들을 대하는 듯하시니 
깊고 두터운 은덕(恩德) 갚기 어렵네.



모든 번뇌[結賊]를 깨뜨리는 법을 먼저 설하시고 
오랜 뒤 하늘의 마귀와 허깨비 군단을 꺾었네.


세존께서 이미 삼계[三有]의 허물을 설하시어 
널리 열반의 무량한 덕을 보여 주셨네.

그때 대중 가운데 소나마(蘇那摩 : 陳나라 말로는 善名)라는 한 천자가 있었다. 그 천자는 곧 자리에서 일어나 오른쪽 어깨를 드러내고 오른쪽 무릎을 땅에 대고 부처님을 향하여 합장하며 머리 숙여 발 아래 예배하고 게송으로 찬탄하였다.

여래 지혜로 세존께서 대비를 행하시어 
설령 다른 이를 제도하신다면 
오히려 조달(調達)을 가장 먼저 얻게 하실 것이니 
하물며 그 다른 중생이리오.



나는 지금 만족하지 못하고 헛되이 지나 보내니 
정행(正行)을 닦아 부처님 은혜를 갚으리.


어떤 이는 이미 무루멸(無漏滅)을 증득하였다 하나 
이로써 부처님 은혜를 갚지는 못하리라.



만약 부처님의 바른 가르침을 닦으면 
이에 참된 불자라는 이름을 얻으리라.


부처님의 오랜 고행은 중생을 위함이라 
위없는 큰 은혜를 갚은 이 드무네.



대자비로 진실법을 열어 보여서 
수행과 교화를 함께하게 하시니 
부처님 여래께서 나오시지 않았다면 
일체 중생은 큰 고통 받았으리라.


선도는 다시 없고 오직 악도만 있으니 
다만 3악도 고뇌 소리뿐이요 
6도(道)에서 받는 고통 멸할 길이 없음은 
중생이 번뇌에 얽매여 있는 까닭이로다.



세존께서 맺힌 독을 풀어 주시고 
뒤집어 대비로 얽어 주셨다.


부처님은 이 세간의 큰 복전이시니 
가르침에 의지하여 바로 닦으면 악도를 여의리라.



가르침을 어기고 수행하지 않으면 
영원히 선한 세계[善趣]에 태어날 수 없고 
어떤 이는 부처님께 악한 마음을 일으켜 
혹 깊은 법을 듣고도 즐겨하지 않는다.



이들 중생은 매우 동정할 만하구나.


반드시 영원히 암흑에 살리.


부처님 세존같이 스스로 지혜를 안다면 
그들은 여래께서 능히 아시리.



부처님의 지혜는 우리들이 헤아릴 수 있는 것이 아니니 
시방의 세존께 경례합니다.


두려움 없는 지혜의 힘과 불공법은 
부처님 세존만이 원만히 갖추셨도다.



장엄하신 상호와 미묘한 음성 
보는 이는 싫증 없고 온갖 색을 초월하여 
세 가지를 열어서 잠시도 쉬지 않고 
청정하신 부처님께[佛華] 예배합니다.


부처님만이 잘 아시는 위없는 도 
일체 험난함을 벗어나시니 
부처님께서는 위없고 가장 제일이시라 
양족존께 머리 숙여 예배드립니다.



부처님 공덕과 정법의 물로써 
모든 더러운 때를 다 씻어 없애주셨다.


세존께서는 본래 안과 밖이 청정하시니 
나는 지금 청정신(身)께 머리 숙여 예배드립니다.

그때 사바세계 주인인 대범천이 자리에서 일어나 오른쪽 어깨를 드러내고 오른쪽 무릎을 땅에 대고 부처님을 향하여 합장하고 머리 숙여 발에 예배하고 게송으로 찬탄하였다.

공덕과 지혜를 구족하신 부처님께서는 
중생의 이익을 위해 잠시도 쉬지 않으시고 
감로수를 항상 내려 중생의 배를 불리시니 
나는 남을 이롭게 하는 이께 머리 숙여 예배드립니다.



세간에서 가장 공경할 분이라 
사람은 그런 까닭에 부처님을 공경하고 
모든 악을 물리치고 온갖 선을 갖추셨으니 
나는 지금 무등등(無等等)께 머리 숙여 예배드립니다.



하나의 행도 수학(修學) 아님이 없으시니 
중생을 구제하시고자 하신 까닭이라 
생사에서 제도하여 안락을 얻게 하였으니 
세상을 구제하시는 스승께 머리 숙여 예배드립니다.


미묘하신 금색신(金色身)에 경례합니다.


설하신 감로법에 경례합니다.


청정하고 때 없는 지혜에 경례합니다.


일체 공덕의 숲에 경례합니다.

그때 세존께서 대범천에게 말씀하셨다.

“훌륭하도다, 훌륭하도다. 대범천이 찬탄한 바와 같도다.” “세존이시여, 이 일이 진실입니다. 왜냐 하면 모든 부처님 여래께서는 무량겁에 가지가지 공덕과 지혜를 쌓은 까닭이요, 이런 까닭에 과(果)를 얻어 만족하게 갖추지 아니함이 없기 때문입니다. 왜냐 하면 단(檀 : 보시)바라밀·시(尸 : 지계)바라밀·찬제(羼提 : 인욕)바라밀·비리야(毘梨耶 : 정진)바라밀·선(禪)바라밀·반야바라밀을 구족하고, 몸이 청정하고 입이 청정하며 뜻이 청정하기 때문입니다. 이와 같이 청정한 까닭으로 여여한 실제(實際)를 통달하며, 모든 부처님 세존께서는 이 실제에 머물러서 말씀하신 바가 헛되지 않은 것입니다.”

그때 대범천이 곧 자리에서 일어나 오른쪽 어깨를 드러내고 오른쪽 무릎을 땅에 대고 부처님을 향하여 합장하고 머리 숙여 발에 예배하고 부처님께 아뢰었다.

“오직 원하옵니다, 세존이시여. 머물러 계시는 힘으로써 이 반야바라밀이 세간에 오래 머물게 하여 주소서.”

부처님께서 대범천에게 말씀하셨다.

“시방 삼세 모든 부처님께서 머물러 지니시는 힘으로 다 이 반야바라밀을 옹호하여 만약 세간에 하늘이나 혹은 마귀나 사문과 바라문이 허물거나 장애하지 못할 것이다. 무슨 까닭인가? 내가 생각하건대 과거세에 부처님이 계셨으니, 이름이 보월(寶月)여래·응공·정변지·명행족·선서·세간해·무상사·조어장부·천인사·불세존이었다. 그 나라의 이름은 불훼(不毁)요, 겁(劫)의 이름은 찬탄(讚歎)이었다. 이 부처님의 대중 가운데 두 비구가 있어서 법사가 되어 설법을 잘하였는데, 첫째 비구의 이름은 지성(智盛)이요 둘째 비구의 이름은 실여(實與)였다. 이 두 비구가 부처님이 법륜을 굴리심을 따라서 바로일 겁을 지나 삼천대천세계의 백억의 모든 마군이 다 교화를 받아 보리심을 발하였다.”

이때 선다의(扇多意)보살마하살이 곧 자리에서 일어나 오른쪽 어깨를 드러내고 오른쪽 무릎을 땅에 대고 부처님을 향하여 합장하고 머리 숙여 부처님 발에 예배하고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보월여래는 세상에 계실 것 같은데 이미 열반에 드시었습니까?”

부처님께서 선다의보살에게 말씀하셨다.

“선남자야, 여기서 동방으로 가서 십백천억 모든 부처님 세계에 한 세계가 있으니, 이름이 불훼(不毁)라 한다. 부처님의 수명은 십천 겁이요 그 불국토에는 반야바라밀을 설하여 천마 및 모든 외도가 장애할 수 없으며 다 발심하여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향하였느니라. 지성비구는 곧 문수사리보살이고 실여비구는 곧 승천왕이라, 이들 두 사람이 선교방편으로 가지가지로 옹호하여 반야바라밀을 오래오래 세상에 머물게 하고, 시방의 부처님 땅에서 반야바라밀을 설하였으며 이 두 사람이 곧 와서 받아 들음에 내가 금일 큰 광명을 놓으니, 이 광명을 찾아 와서 모인 것이다.”

16. 부촉품(付囑品)

그때 세존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네가 이 반야바라밀을 받아 지니겠느냐?”

그러자 아난이 곧 자리에서 일어나 오른쪽 어깨를 드러내고 오른쪽 무릎을 땅에 대고 부처님을 향하여 합장하고 머리 숙여 발에 예배하고 부처님께 아뢰었다.

“무엇을 받아 지닙니까?”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이 수다라를 받아 지님에 열 가지 법이 있다. 어떤 것이 열 가지인가?
첫째 베껴 쓰는 것이고, 둘째 공양하는 것이며, 셋째 유통하는 것이고, 넷째는 자세히 듣는 것이며, 다섯째는 스스로가 읽는 것이다. 여섯째는 기억하여 가지는 것이고, 일곱째는 널리 설하여 주는 것이며, 여덟째는 입으로 외우는 것이고, 아홉째는 사유하는 것이며 열째는 닦는 것이니라.

아난아, 이 열 가지 법이 이 경을 받아 지니는 것이니라.

아난아, 비유하면 대지에는 일체의 나무숲과 꽃과 약초가 다 의지하여 살듯이 일체의 선한 법은 다 반야바라밀에 의지하여 사느니라.

아난아, 비유하면 전륜성왕이 만약 세간에 있으면 칠보가 항상 나타나는 것처럼 반야바라밀도 이와 같아 이 수다라가 만약 세간에 있으면 곧 삼보의 종자가 항상 끊어지지 않는 것이니라.”

그때 대중들이 일시에 다 같이 여래의 얼굴을 보고 이구동성으로 같이 소리쳤다.

“모든 선남자야, 여래께서 멸도하신 후에 누가 짐을 지겠는가?
세존이시여, 이와 같이 크고 무거운 짐을 지고 한량없고 끝이 없는 아승기겁에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닦을 것입니다.”

이때 대중 가운데 일만 이천 보살마하살이 법을 보호하여 지닌 까닭에 곧 자리에서 일어나 오른쪽 어깨를 드러내고 오른쪽 무릎을 땅에 대고 부처님을 향하여 합장하고 머리 숙여 발에 예배하고 게송을 말하였다.

우리들의 신명을 버리어 
미래의 과보를 구하지 않고 
매우 깊은 법 보호하여 가지리.


세존께서 설하신 바를.

또한 대중 가운데 오백 천자와 어진 왕[賢王]이 우두머리가 되어 곧 자리에서 일어나 오른쪽 어깨를 드러내고 오른쪽 무릎을 땅에 대고 부처님을 향하여 합장하고 머리 숙여 발 아래 예배하고 게송으로 찬탄하였다.

모든 중생을 제도하려고 
대비의 서원을 이루어서 
매우 깊은 법을 보호하여 지니리라.


세존께서 설하신 것을.

그때 석제환인과 시기대범(尸棄大梵)과 비사문(毘沙門)천왕이 곧 자리에서 일어나 오른쪽 어깨를 드러내고 오른쪽 무릎을 땅에 대고 부처님을 향하여 합장하고 머리 숙여 두 발에 예배하고 게송으로 찬탄하였다.

반야의 미묘한 약은 
능히 모든 병을 고치니 
우리들은 머리에 받들리라.


세존께서 설하신 법을.

그때 집금강신(執金剛神)이 곧 자리에서 일어나 오른쪽 어깨를 드러내고 오른쪽 무릎을 땅에 대고 부처님을 향하여 합장하고 머리 숙여 두 발에 예배하고 게송으로 찬탄하였다.

법은 본래 이름이 없으나 
부처님께서는 이름으로 말씀하셨네.


세존의 대비하신 가르침을 
우리들은 머리에 받들어 지니리라.

그때 세존께서 시기범천에게 말씀하셨다.

“범천이여, 부처님께 세 가지 일이 있으니, 가장 수승하여 그 이상은 없다. 무엇이 셋인가? 첫째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발함이요, 둘째 정법을 보호하여 가짐이요, 셋째 들은 것과 같이 수행하는 것이다.

범천이여, 이와 같이 세 가지 법은 가장 제일이요 그 위는 없다. 만약 다시 어떤 사람이 수행한다면 이 사람은 여래께 공양하였다 할 수 있다.

부처님께서 만약 세상에 일 겁이나 혹은 그 일 겁이 지나는 동안 계시면서 그것을 설하신 공덕은 다하지 못한다.

범천이여, 만약 여래의 4구게 하나만이라도 보호하여 지닌다면 이 사람의 공덕도 오히려 헤아리지 못하는데, 하물며 다시 반야바라밀을 행함이겠느냐? 반야바라밀은 부처님의 어머니이다. 무슨 까닭인가? 범천이여, 모든 여래는 다 반야바라밀에서 생기며 법의 공양은 곧 이 모든 부처님 여래께 공양함이니 재물로써 공양하는 것을 공양이라고 함이 아니다. 법공양이 모든 공양 가운데 가장 제일인 것이다.

범천이여, 어떤 사람이 여래의 정법을 보호하여 지니면 마땅히 알라. 이 사람은 이세(二世 : 현재·미래)에 안락할 것이다. 이런 까닭에 범천이여, 마땅히 매우 깊은 경을 보호하여 지녀야 한다.

범천이여, 범천이 법을 옹호하는 까닭에 현겁(賢劫)의 천 부처님을 뵐 것이며, 모든 것을 청하여 묻는 주인이 될 것이다. 범천은 이 예토(穢土)에서 잠시 동안 정법을 보호하여 가진 까닭에 정토에서 일 겁 이상을 있게 되는 것이다. 이런 까닭에 마땅히 부지런히 정진하여 정법을 옹호할 것이다.”

그때 세존께서 다시 석제환인에게 말씀하셨다.

“교시가(憍尸迦)여, 이 『반야바라밀다경』이 있는 곳은 마땅히 알아야 하리니, 곧이 여래께서 보리를 얻은 곳이고 법륜을 굴리시던 곳이며 열반을 보이시던 곳이다.

무슨 까닭인가? 교시가여, 일체 보살과 일체 선법과 일체 보살이 다 이 경에서 탄생하셨기 때문이다.

교시가여, 만약 어떤 법사가 이 수다라를 유통하는 곳이 있다면 이 땅은 여래가 수행하시던 곳이니, 그 법사에 대해 마땅히 선지식이라는 마음과 존중하는 마음을 내되 부처님과 같다는 마음을 내라. 이 법사를 보면 공경하고 환희하고 존중하고 찬탄할 것이다. 교시가여, 만약 내가 세상에 일 겁이나 만약 겁이 지나는 동안을 머물면서 이 수다라를 유통하는 법사의 공덕을 설하여도 다하지 못하리라.

교시가여, 만약 이 법사가 가는 곳이면 선남자와 선여인은 마땅히 몸을 찔러서 피로서라도 이 땅에 뿌려서 먼지가 일어나지 않게 하여야 한다. 이와 같이 공양하여도 아직 만족하게 많다고 하지 못할 것이다. 무슨 까닭인가? 여래의 법륜은 받아가지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때 석제환인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미래세에 이 수다라를 설하는 곳이면 저와 권속들이 그 땅과 설법하는 자를 옹호할 것이요 만약 그 수다라가 있는 곳을 보면 곧 앞의 네 곳의 마음을 낼 것입니다.”

그때 세존께서 하늘의 제석에게 말씀하셨다.

“훌륭하도다, 훌륭하도다. 교시가여, 이 수다라를 부촉하노라. 교시가여, 미래 말세에까지 옹호하여 유통하게 하라.”

그때 석제환인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우리들 모든 하늘이 선도(善道)에 태어남은 다 이 수다라로 말미암은 까닭이요,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구하는 것도 다시 이 수다라로 말미암은 까닭이니, 저는 마땅히 신명을 돌아보지 않고 정법을 옹호하겠습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훌륭하도다, 훌륭하도다. 교시가여, 들은 바와 같이 수행할 것이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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