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선주의천자소문경(聖善住意天子所問經) 02. 중권

성선주의천자소문경(聖善住意天子所問經) 02. 중권

그 때 문수사리 동자는 그가 뜻한 대로 서른두 궁전을 신통으로 만들었는데, 네 각(角)과 네 기둥은 세로와 너비가 똑같았고, 갖가지로 장엄하여 매우 즐길 만하였다. 그 궁전에는 신통으로 만든 자리가 있었고, 하늘 보물로 그 위를 덮었으며, 낱낱 자리의 화현(化現)한 보살들은 다 32대인상(大人相)을 갖추었다.

그 때 문수사리 동자는 위신(威神)의 힘으로 이 연꽃으로 하여금 삼천대천세계(三千大千世界)를 두루 돌아 여래께서 계시는 곳으로 가서 세존과 비구 승가를 만 세 번 돌고는 허공에 머물러 광명을 두루 가득하게 하여 세존과 대중이 모인 사방을 에워싸게 하였다.

그 때 연화대 속의 보살과 변화한 궁전의 모든 화현한 보살들과 저 모든 보살들은 같은 소리로 여래를 게송으로 찬탄했다.

항하(恒河)의 모래 수 같은 
부사의(不思議)한 부처님 처소에서 
억의 부처님 공양하면서 
부지런히 정진하셨네.



제일의 보살행을 
이렇게 오래 수행하셨나니 
그는 매우 경사스러운 
모든 사람 중에 최상이시네.



광명의 빛깔 훌륭하고 묘하여 
삼계에서 가장 제일이신데 
상을 떠난 모니 어르신[牟尼尊] 
설법해 사람들을 듣게 하시네.



어디에도 사람이 없고 
목숨이 없고 장부 없다고 
세존께서는 이렇게 아시나니 
모든 사람의 주인이시네.



보시 행하고 계율 지니니 
제일의 율사(律師)이시며 
인욕(忍辱)하고 부지런히 정진하기 
선정(禪定)의 사량(思量) 같네.



깊은 반야(般若)를 구족하시고 
삼계에 집착 않는 분, 
피안(彼岸)의 길을 잘 아시나니 
그러므로 나는 귀의하옵네.



만일 억념하고 있음을 알거든 
세간 사람의 주인이시며 
법의 주인이신 세존을 
하늘과 사람들은 와서 공양하라.



매우 깊은 공(空)의 법에서 
구경(究竟)에 아무 남음 없나니 
알아야 하네. 이런 사람은 
세계의 높은 주인이시네.



과거의 모든 여래께서는 
여러 세상 사람의 주인, 
언제나 저 공한 법의 
물건도 상(相)도 없음 말씀하시네.



여기는 중생이 없고 
생이거나 사멸(死滅)이거나 
오지도 않고 가지도 않아 
일체 법의 모양이 공이네.



화현한 사람이 공중에서 조는 것 
이것은 진실한 봄[見]이 아니며 
이 법은 선서(善逝)의 말씀이네.


허깨비 같고 꿈과 같다고.



항하의 모래와 같은 세계의 보배를 
어떤 사람에게 보시하여도 
이 복의 과보는 유위(有爲)이거니 
공의 인(忍)은 이보다 훌륭하네.



항하의 모래 같은 겁에 
인간 중에서 높은 이에게 공양할 때 
향과 꽃과 음식을 받들었나니 
부처님의 깨달음 얻기 위해서였네.



사람도 목숨도 장부도 없다는 
이러한 법을 들으면 
저 인(忍)의 광명을 얻으리니 
최상인 여래께 공양하라.



음식과 코끼리·말 등으로 
많은 겁 동안 보시하여도 
그것은 해탈의 인(因)이 아니니 
사람이란 생각이 있기 때문이네.



저 고요한 최상의 사람 
많은 사람들을 해탈시키네.


공성(空性)의 본래 광명은 
해탈의 장엄임을 알겠네.



세상에 나오시는 부처님을 만나기 어렵고 
법을 듣고 믿음을 내기도 어려우며 
세상에 나와 사람되기 어려운데 
다행히도 불법에 들었네[入].



8난(難)을 이미 떠나고 
다시 얻기 어려운 것 얻고 
선서의 법을 믿고는 
잘 생각하고 뵙기도 했네.



마음을 오로지하여 법을 듣고 
그 음성대로 뜻을 취하지 말라.


항상 아란야(阿蘭若)에서 자면 
반드시 인간의 영웅 되리라.



선한 벗, 법의 그릇을 가까이하고 
악한 지식을 멀리 떠나며 
평등한 마음으로 중생 대하고 
부디 보살을 속이지 말라.



계율 지니고 즐겨 많이 들으며 
분소의(糞掃衣)9) 입고 밥을 빌며 
나무 밑에서 정진하고 
얻어지는 그대로 먹어라.



유위는 모두 덧없는 것 
한 모양이고 아지랑이 같나니 
한 번 듣고 진제(眞諦)를 알면 
보리의 깨달음 빨리 얻으리.



5음(陰)은 환화(幻化)와 같고 
안팎의 입(入)은 공으로 모인 것 
이런 법을 항상 말하면 
거기는 아무 지음 없으리.



탐욕·분노는 본래 공인 것 
우치와 교만은 분별에서 생기고 
과거도 미래도 현재도 없나니 
이렇게 알면 부처가 되리.

이 게송을 외웠을 때 그 회중의 2만 2천 명은 다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阿耨多羅三藐三菩提心)을 냈고, 5백 비구는 모든 법을 받지 않고 번뇌가 다해 마음이 해탈했으며, 3백 비구니는 번뇌를 멀리 떠나 법안(法眼)이 깨끗해졌으며, 7천 우바새(優婆塞)·우바이(優婆夷)와 2만 7천 천자는 번뇌를 떠난 법안(法眼)을 얻었고, 3백 보살은 무생법인(無生法忍)을 얻었으며, 이 삼천대천세계는 여섯 종류로 진동10)하였으니, 이른바 동(動)·편동(遍動)·등편동(等遍動)·진(震)·편진(遍震)·등편진(等遍震)이었다.

그 때 장로 사리불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누구의 위력으로 이 삼천대천세계가 여섯 종류로 진동하고, 이 연꽃 속의 궁전의 보살들이 모두 매우 깊은 이런 법을 연설하며, 큰 광명을 놓아 이 모임을 두루 비추며, 이와 같이 한량없이 많은 억 천자가 다 와서 모이고, 이와 같이 한량없이 많은 억 보살이 다 와서 모였습니까?”

부처님께서는 사리불에게 말씀하셨다.

“이것은 문수사리 동자의 위신력 때문이니, 그래서 이런 묘한 빛깔의 장엄을 보게 되는 것이다. 왜냐 하면 사리불이여, 문수사리 동자가 저 선주의 천자와 함께 오늘 여래께서 마군(魔軍)을 파괴한 삼매 법문을 청해 묻고, 불가사의하고 매우 깊은 불법을 법답게 질문하기 때문이다.”

존자 사리불은 말하였다.

“아닙니다, 세존이시여. 문수사리 동자는 이 모임에 오지 않았습니다. 저는 일찍이 보지 못했습니다.”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사리불이여, 그대는 자세히 보아라. 이와 같이 문수사리 동자는 지금 여기 있으면서 일체 악마와 일체 악마 무리와 일체 악마 궁전에 큰 쇠약해짐과 변화를 주기 위해 극히 크게 장엄하고 내게 왔느니라.”

그 때 문수사리 동자는 마군을 부수는 삼매 법문에 들었다. 문수사리가 마군을 부수는 삼매 법문에 들 때 약간의 삼천대천세계의 백억 악마 궁전이 무너지려고 썩고 어두워 위광(威光)이 없어졌으며, 일체 악마의 몸이 다 쇠약해지고 변해 아주 늙고 피폐해졌으므로 각각 제 몸을 돌아보아 알고는 지팡이를 짚고 떠났으며 악마의 권속도 그러하였다.

궁전이 변해 무너지려 하며 썩고 어두워 위광이 없어진 것을 보고는, 그 때 악마들은 모두 두려워하여 털이 일어서고 마음에 걱정이 생겨 이렇게 생각하였다.

‘무슨 인연으로 내 궁전이 변해 무너지려 하며 이렇게 썩고 이렇게 어두워 위광이 없는가? 내 몸이 여기서 타락하지 않게 하리라.’

악마들이 이런 마음을 낸 지 오래지 않아 그 때 문수사리 동자는 다시 변화로 백억 천자를 만들어 그들 앞에 두었다. 그 화현한 천자가 악마 파순(波旬)에게 말했다.

“두려워하지 말라. 네게 악이 있는 것이 아니요, 네게 쇠함이 있는 것이 아니며, 네가 타락하려는 것이 아니다. 지금 동자 보살마하살이 있으니 이름을 문수사리라 한다. 그는 불퇴전(不退轉)을 얻었다. 그는 지금 마군을 부수는 삼매 법문에 들어 있다. 이것은 저 보살의 위력이 지은 것이다.”

그 화현한 천자가 이렇게 말했을 때, 악마는 이미 문수사리 동자의 이름을 들은지라 더욱 두려워하였고, 그 모든 궁전까지도 다 떨었다. 그 때 악마 파순은 화현한 천자에게 이렇게 말하였다.

“원컨대 당신은 나를 구해 주십시오. 원컨대 당신은 나를 구해 주십시오.”

그 때 화현한 천자는 악마 파순에게 이렇게 말했다.

“두려워하지 말라, 두려워하지 말라. 너는 지금 석가모니 여래 부처님께로 가거라. 여래는 두려워하는 자를 크게 가엾이 여겨 무외(無畏)를 주시느니라.”

그 화현한 천자는 이렇게 말하고 거기서 갑자기 사라졌다. 그러자 악마 파순의 모든 권속들은 한 찰나(刹那), 한 라바(羅婆), 마후다(摩睺多) 사이에 백억 파순의 한량없는 권속들과 함께 아주 늙은이가 되어 지팡이를 짚고 떠났다. 그리하여 여래·응공·정변지께서 어디 계신가 하고 찾아 부처님께서 계신 곳에 이르러 모두 같은 소리로 부처님께 아뢰었다.

“우리를 구해 주소서, 세존이시여. 우리를 구해 주소서, 세존이시여. 우리를 구해 주소서, 선서(善逝)시여. 우리를 구해 주소서, 선서시여. 원컨대 세존이시여, 우리를 구해 주소서, 우리를 구해 주소서. 원컨대 선서시여, 우리를 구해 주소서, 우리를 구해 주소서. 우리는 본래 아름다웠사온데 지금은 이렇게 늙어빠졌습니다. 세존이시여, 우리는 차라리 억백천 부처님 여래의 명호를 들을지언정 문수사리 동자라는 한 이름은 듣지 않겠습니다. 왜냐 하면 우리는 이 문수사리 동자라는 이름을 듣기만 해도 몹시 두렵고 놀라며 타락할까 두렵기[恐] 때문입니다. 우리는 지금 이렇게 타락을 두려워하고 있습니다.”

그 때 세존께서는 악마 파순에게 이렇게 말씀하셨다.

“그대는 지금 왜 그런 말을 하느냐? 억백천 부처님 여래의 이름은 일체 중생의 이익을 짓지 않는다. 과거에도 짓지 않았고 현재에도 짓지 않으며 미래에도 짓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문수사리 동자는 항상 일체 중생의 이익을 짓는다. 과거에도 지었고 현재에도 지으며 미래에도 지을 것이다. 중생을 성숙시키고 해탈시킨다. 너는 지금 억백천 부처님 여래의 명호를 듣고도 고뇌를 내지 않고 두려움을 내지 않으면서 왜 문수사리라는 한 동자의 이름을 듣지 않겠다고 말하는가?”

그 때 악마 파순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는 매우 창피합니다. 저는 이렇게 늙었습니다. 저는 매우 두렵습니다. 세존이시여, 저는 본래의 제 몸을 생각하고, 저는 본래의 제 얼굴빛을 생각하면서 본래의 젊은 몸으로 돌아가고 싶습니다.”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파순아, 그쳐라 그쳐라. 우선 좀 기다려라. 문수사리 동자 보살이 곧 여기 올 것이다. 너의 지금의 이 몸은 참 몸이 아니니 버려야 할 것이다.”

그 때 문수사리 동자는 그 삼매에서 일어나 한량없는 백천의 모든 천자와 한량없는 백천의 모든 대보살과 모든 용(龍)·야차(夜叉)·건달바(乾闥婆)·아수라(阿修羅)·가루라(迦樓羅)·긴나라(緊那羅)·마후라가(摩睺羅伽)를 데리고 갔는데, 백천 음악은 다 묘한 소리를 냈으며, 우발라꽃[優鉢羅花]·발두마꽃[伐摩花]·구물두꽃[拘物頭花]·분타리꽃[芬陀利花] 등은비처럼 내렸으며, 극히 큰 장엄과 오락으로 즐거워하면서 부처님께 나아가 머리를 조아려 그 발에 예배하고 오른쪽으로 세 번 돌고는 한쪽에 섰다.

그 때 세존께서는 문수사리 동자에게 이렇게 말씀하셨다.

“그대는 일체 마군을 파괴하는 삼매문에 들었는가?”

문수사리는 여래께 대답하였다.

“이미 들었습니다, 세존이시여.”

그 때 세존께서는 동자에게 물으셨다.

“문수사리여, 어떤 부처님에게서 이 삼매를 얻었으며, 이 삼매를 들은 지는 얼마나 되느냐?”

문수사리 동자는 대답하였다.

“세존이시여, 보리심(菩提心)을 내기 전에 저는 저 부처님에게서 이 삼매 법문을 들었으며, 그래서 이 삼매를 이루었습니다.”

세존께서는 물으셨다.

“문수사리여, 그 부처님 여래의 이름은 무엇인데 이 삼매를 말했으며, 그대는 그 부처님에게서 이 삼매 법문을 들었는가?”

문수사리는 대답하였다.

“세존이시여, 과거 한량없고 가없고 불가사의한 아승기야, 아승기겁에 부처님께서 세상에 나오셨는데, 이름은 만다라바화향(曼陀羅婆花香) 여래·응공[應]·정변지(正遍知)·명행족(明行足)·선서(善逝)·세간해(世間解)·무상사(無上士)·조어장부(調御丈夫)·천인사(天人師)·불세존(佛世尊)이며, 그가 이 삼매 법문을 말씀하셨고, 저는 그 부처님에게서 이 마군을 파괴하는 삼매 법문을 들었습니다.”

세존께서는 물으셨다.

“문수사리여, 이 삼매문을 어떻게 얻었는가?”

문수사리는 대답하였다.

“세존이시여, 20법이 있습니다. 만일 보살마하살이 이 20법을 끝까지 성취하면 이 삼매를 얻어 마군을 파괴할 수 있습니다. 어떤 것이 20법인가 하면, 세존이시여, 보살이 탐욕을 파괴하고 탐하는 마음을 파괴하며, 분노를 파괴하고 성내는 마음을 파괴하며, 우치를 파괴하고 어리석은 마음을 파괴하며, 질투를 파괴하고 질투하는 마음을 파괴하며, 교만을 파괴하고 교만한 마음을 파괴하며, 구악(垢惡)을 파괴하고 더러운 마음을 파괴하며, 열뇌(熱惱)를 파괴하고 뜨거운 마음을 파괴하며, 상념(想念)을 파괴하고 생각하는 마음을 파괴하며, 견착(見著)을 파괴하고 보는 마음을 파괴하며, 분별을 파괴하고 분별하는 마음을 파괴하며, 취착(取著)을 파괴하고 취하는 마음을 파괴하며, 집착을 파괴하고 집착하는 마음을 파괴하며, 취하는 상을 파괴하고 상을 내는 마음을 파괴하며, 있는 법을 파괴하고 있는 마음을 파괴하며, 떳떳한 법을 파괴하고 떳떳한 마음을 파괴하며, 끊는 법을 파괴하고 끊는 마음을 파괴하며, 음(陰)의 법을 파괴하고 음의 마음을 파괴하며, 계(界)의 법을 파괴하고 계의 마음을 파괴하며, 입(入)의 법을 파괴하고 입의 마음을 파괴하며, 삼계(三界)를 파괴하고 삼계의 마음을 파괴하는 것이니, 이런 것이 스무 가지로서 보살이 이 20법을 끝까지 성취하면 이 삼매를 얻는 것입니다.

또 세존이시여, 네 가지 법이 있습니다. 만일 보살마하살이 이 네 가지 법을 끝까지 성취하면 이 삼매를 얻을 것입니다. 그 네 가지란, 첫째는 청정한 마음이요, 둘째는 아첨하지 않는 마음이며, 셋째는 깊은 마음이며, 넷째는 일체를 보시하는 것이니, 이것이 네 가지 법입니다. 만일 보살이 이 네 가지 법을 끝까지 성취하면 이 삼매를 얻을 것입니다.

또 네 가지 법이 있습니다. 만일 보살마하살이 이 네 가지 법을 끝까지 성취하면 이 삼매를 얻을 것입니다. 그 네 가지 법이란, 첫째는 믿음을 어기지 않는 것이고, 둘째는 끝까지 진실한 말이며, 셋째는 상행(想行)을 따르는 것이고, 넷째는 모든 법을 취하지 않는 것이니, 이것이 그 네 가지 법입니다.

또 네 가지 법이 있습니다. 만일 보살마하살이 이 네 가지 법을 끝까지 성취하면 이 삼매를 얻을 것입니다. 그 네 가지 법이란, 첫째는 선지식(善知識)을 친근하는 것이고, 둘째는 바른 생각으로 생각하는 것이며, 셋째는 법다이 수행하는 것이고, 넷째는 악인과 상종하지 않는 것이니, 이것이 그 네 가지 법입니다.

또 네 가지 법이 있습니다. 만일 보살마하살이 이 네 가지 법을 끝까지 성취하면 이 삼매를 얻을 것입니다. 그 네 가지란, 이른바 계율을 상하게 하지 않는 것이고, 계율이 새지 않게 하는 것이며, 계율을 의지하지 않는 것이고,계율을 흐리게 하지 않는 것이니, 이것이 그 네 가지 법입니다.

또 네 가지 법이 있습니다. 만일 보살마하살이 이 네 가지 법을 끝까지 성취하면 이 삼매를 얻을 것입니다. 그 네 가지란, 첫째는 성문(聲聞)의 마음을 버리는 것이고, 둘째는 벽지불(辟支佛)의 마음을 받지 않는 것이며, 셋째는 참고 견디어 주지(住持)하는 것이고, 넷째는 중생을 버리지 않는 것이니, 이것이 그 네 가지 법입니다.

또 네 가지 법이 있습니다. 만일 보살마하살이 이 네 가지 법을 끝까지 성취하면 이 삼매를 얻을 것입니다. 그 네 가지란, 첫째는 공법(空法)을 닦아 익혀 장부(丈夫)를 취하지도 않는 것이고, 둘째는 무상(無相)을 닦아 익혀 상을 취하지 않는 것이며, 셋째는 무원(無願)을 닦아 익혀 원하는 마음을 취하지 않는 것이고, 넷째는 마음이 탐착하지 않아 일체를 잘 버리는 것이니, 이것이 그 네 가지 법입니다.

세존이시여, 보살마하살이 이 법문을 끝까지 성취하면 그 때문에 이 마군을 파괴하는 삼매 법문을 얻습니다. 이와 같이 세존이시여, 저 만다라바화향 여래는 이 삼매문을 말씀하셨습니다. 저는 그 부처님으로부터 이 삼매문을 들었습니다. 그리고 또 여래께서 계셨는데, 이름을 일체주보전폐일월광(一切珠寶電蔽日月光) 여래·응공·정변지라 하였습니다. 저는 그 부처님으로부터 이 삼매를 듣고 구족히 성취하였으며, 그 부처님께서 이 삼매문을 연설하실 때 그 회중의 10천 보살이 다 이 삼매문을 성취하였습니다.”

그 때 장로 사리불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희유합니다. 세존이시여, 지금 이 동자 문수사리는 이 삼매문을 잘 얻었습니다. 그리고 이 삼매문을 성취하고는 악마 파순으로 하여금 이런 쇠약해지는 변화를 얻게 했습니다.”

그 때 세존께서는 존자 사리불에게 말씀하셨다.

“어떻게 생각하느냐? 사리불 너는 이 삼천대천세계의 악마 파순의 이런 변을 보았느냐? 보았다고 하지 말라. 왜냐 하면 사리불이여, 이와 같이 시방의 항하의 모래같이 많은 모든 부처님 세계의 악마 파순도 다 이렇게 쇠약해지고 변하는데 그것도 다 문수사리 동자의 위력이 지은 것이기 때문이다.”

그 때 세존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시고 다시 문수사리 동자에게 이렇게 말씀하셨다.

“문수사리여, 그대의 신력으로 들어간 삼매를 거두어 저 악마 파순으로 하여금 이전의 색상(色相)으로 완전히 돌아가게 하여라.”

그 때 문수사리 동자는 곧 신력을 거두었다. 그러자 악마 파순의 모든 색상은 완전히 본래대로 돌아갔다.

그 때 문수사리 동자는 악마 파순에게 말하였다.

“악마 파순아, 어디가 파순의 눈이며, 어디가 눈이라 생각하는 곳이며, 어디가 눈이 붙은 곳이며, 어디가 눈의 모양이며, 어디가 눈이 반연하는 곳이며, 어디가 눈이 장애 되는 곳이며, 어디가 눈이 억념하는 곳이요, 어디가 눈의 나[我]이며, 어디가 눈이 의지하는 곳이요, 어디가 눈이 좋아하는 곳이며, 어디가 눈이 희론(戱論)하는 곳이요, 어디가 눈의 내 것[我所]이며, 어디가 눈이 보호할 곳이요, 어디가 눈이 닦을 곳이며, 어디가 눈이 취하는 곳이요, 어디가 눈이 버리는 곳이며, 어디가 눈의 분별이요, 어디가 눈의 생각이며, 어디가 눈의 결정(決定)이요, 어디가 눈이 멸하는 곳이며, 어디가 눈이 생기는 곳이요, 어디가 눈이 잡는 곳이며, 어디가 눈이 온 곳인가. 이런 법은 바로 너의 경계요 악마의 업의 방해이니, 이렇게 지극한 뜻으로 이렇게 알아야 하며, 빛깔 내지 법도 이렇게 알아야 하느니라.

파순아, 어디가 눈이 아니요, 눈의 생각이 아니며, 눈의 붙음[着]이 아니요, 눈의 모양이 아니며, 눈의 반연이 아니요, 눈의 장애가 아니며, 눈의 억념이 아니요, 눈의 나가 아니며, 눈의 의지가 아니요, 눈의 좋아함이 아니며, 눈의 희론이 아니요, 눈의 내 것이 아니며, 눈의 보호가 아니요, 눈의 닦음이 아니며, 눈의 취함이 아니요, 눈의 버림이 아니며, 눈의 분별이 아니요, 눈의 생각이 아니며, 눈의 결정이 아니요, 눈의 멸이 아니며, 눈의 생김이 아니요, 눈의 잡음[執]이 아니며, 눈의 옴이 아닌가. 이런 법은 너의 경계가 아니다. 너는 그 가운데서는 주장이 없고 힘이 없으며 자재함이 없고 자재하게 취할 것도 아니니, 이렇게 지극한 뜻으로 이렇게 알아야 하며, 빛깔 내지 법도 이렇게 알아야 하느니라.”

그 때 문수사리 동자가 여여(如如)의 법을 연설하자, 저 악마들 중의 10천의 악마들은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내었고, 악마의 권속 8만 4천은 번뇌 를 멀리 떠나 법안이 깨끗해졌다.

그 때 장로 마하 가섭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는 문수사리 동자와 저 보살마하살을 보고 싶습니다. 왜냐 하면 세존이시여, 이런 선인(善人)은 만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그 때 세존께서는 문수사리 동자에게 말씀하셨다.

“문수사리여, 그대는 시방에서 오는 모든 보살마하살의 몸을 나타내어라. 이 모임의 대중들이 간절히 보고 싶어한다.”

그 때 문수사리 동자는 모든 보살, 즉 명법(名法) 보살·희유일광(希有日光) 보살·마장(魔杖) 보살·묘음(妙音) 보살·정악(定惡) 보살·적치(寂治) 보살·승치(勝治) 보살·법왕후(法王吼) 보살 등 이런 한량없는 보살마하살들에게 말하였다.

“그대들은 각각 그대들의 동자의 본신(本身)을 나타내시오. 그대들과 같이 저마다의 부처님 세계에 있는 모든 보살의 몸을.”

문수사리가 이렇게 말하자, 그 때 저 모든 보살들은 그 삼매에서 일어났고 삼매에서 일어나서는 각각 본신을 나타내어 모두가 다 볼 수 있었다.

그 대중 가운데의 어떤 보살은 몸이 수미산(須彌山)과 같았고, 어떤 보살의 몸은 8만 유순이었으며, 어떤 보살의 몸은 백천 유순이요, 어떤 보살의 몸은 90·80·70·60·50·40·30·20·10천 유순이었다. 또 어떤 보살마하살은 몸은 1천 유순이었고, 어떤 보살의 몸은 5백 유순이었으며, 어떤 보살의 몸은 1백 유순이요, 어떤 보살의 몸은 50·40·30·20·10·5유순 내지 1유순이었다. 또 어떤 보살마하살의 몸은 이 사바세계 중생의 3주(肘) 반의 몸인데, 그 보살은 이런 몸을 나타내 보였다.

그 때 이 삼천대천세계에는 지팡이를 던질 만한 빈틈도 없이 훌륭한 모든 보살마하살들이 다 모였다. 그 보살마하살 등은 큰 광명을 놓아 시방 억천의 모든 부처님 여래의 세계를 두루 비추었다.

그 때 문수사리 동자는 자리에서 일어나 왼쪽 어깨의 옷을 여미고 오른 무릎을 땅에 붙이고 몸을 거두어 단정히 앉아 부처님을 향해 합장하고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는 여래·응공·정변지께 한쪽 귀퉁이만을 여쭙고자 합니다. 그렇습니다, 세존이시여. 저는 지금 조금만 질문하려 합니다. 해설해 주십시오.”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문수사리여, 여래·응공·정변지에게 마음대로 물어라. 문수사리여, 마음대로 질문하여라. 나는 해설하여 너를 기쁘게 하리라.”

그 때 문수사리 동자와 모든 대중들은 지극한 마음으로 고요히 듣고 있었다. 문수사리는 말하였다.

“세존께서 말씀하시는 보살마하살이란 어떤 것을 말하는 것입니까? 무슨 뜻으로 보살마하살이라 합니까?”

부처님께서는 문수사리 동자에게 이렇게 말씀하셨다.

“문수사리여, 이른바 보살마하살이란, 모든 법을 깨달은 이를 보살마하살이라 한다. 문수사리여, 모든 법이란 말로 말하는 것으로 저 보살의 깨달음이니, 문수사리여, 이 보살의 눈의 깨달음[眼覺]과 귀의 깨달음, 코의 깨달음, 혀의 깨달음, 몸의 깨달음, 뜻의 깨달음이다. 문수사리여, 이 보살의 어떤 것이 눈의 깨달음이며, 어떤 것이 귀·코·혀·몸·뜻의 깨달음인가. 문수사리여, 이 보살은 눈의 본성이 공임을 깨달음이요 유아(有我)의 깨달음이 아니며, 귀·코·혀·몸·뜻 등의 본성이 공임을 분별하는 깨달음이요 유아의 깨달음이 아니며, 빛깔·소리·냄새·맛·감촉·법의 본성이 공임을 분별하는 깨달음이요 유아의 깨달음이 아니다.

또 문수사리여, 이른바 보살마하살이란 5취음(取陰)의 깨달음이다. 어떤 법의 깨달음인가. 이른바 공(空)의 깨달음, 무상(無相)의 깨달음, 무원(無願)의 깨달음, 무염(無染)의 깨달음, 열반[寂靜]의 깨달음, 원리(遠離)의 깨달음, 무물(無物)의 깨달음, 무체(無體)의 깨달음, 부동(不動)의 깨달음, 불생(不生)의 깨달음, 불래(不來)의 깨달음, 불거(不去)의 깨달음, 무유(無有)의 깨달음, 무주(無主)의 깨달음, 무기(無記)의 깨달음, 무지(無知)의 깨달음, 무견(無見)의 깨달음, 무인지(無人知)의 깨달음, 무희론(無戱論)의 깨달음, 무아(無我)의 깨달음, 분별기(分別起)의 깨달음, 무분별기(無分別起)의 깨달음, 인연생(因緣生)의 깨달음, 여환(如幻)의 깨달음, 여몽(如夢)의 깨달음, 여염(如焰)의 깨달음, 여향(如響)의 깨달음, 여파초견(如芭蕉堅)의 깨달 음, 불구견(不久見)의 깨달음, 무물공(無物空)의 깨달음이니라.

또 문수사리여, 이른바 보살마하살이란, 탐욕·분노·우치를 깨달았다는 것이니, 어떻게 깨달았는가. 분별로 좇아 일어난 탐욕·분노·우치라고 깨달은 것이다. 그러나 그 분별도 공이어서 유무(有無)의 체가 아니고 희론이 아니며 기(記)가 아니라고 깨달은 것이다.

또 문수사리여, 이른바 보살마하살이란, 욕계를 깨달음이요 색계와 무색계를 깨달음이다. 어떻게 깨닫는가. 나가 없고 행(行)과 이름과 공과 멀리 떠남을 깨달은 것이다.

또 문수사리여, 이른바 보살마하살이란, 중생의 행을 깨달음이다. 어떻게 깨닫는가. 이른바 이 중생의 탐욕한 행과 분노의 행과 우치의 행은 평등하며 평등한 행이기 때문에 행을 깨달아 잘 알고 그 깨달음을 깨닫고는 여여(如如)한 법을 설명하여 저 중생들을 여여히 해탈하게 하느니라.

또 문수사리여, 이른바 보살마하살이란, 일체 중생을 깨닫는 것이다. 어떻게 깨닫는가. 즉 ‘일체 중생은 오직 공(空)이요 이름이 있을 뿐이다. 그 이름을 떠나 따로 중생이 있지 않다. 일체 중생이 곧 한 중생이다. 저 중생이란 이 중생이 아니다’라고 만일 이렇게 알고 분별하지 않으면 그를 보살마하살이라 할 수 있다.

보살은 어떤 일체 법을 깨닫는가. 그가 보리를 깨달으면 보살이라 할 수 있고, 눈과 귀가 공임을 깨닫고 마음이 나를 분별하지 않아 이렇게 깨닫는 것을 보살이라 할 수 있으며, 코와 혀가 공임을 깨닫고 마음이 나를 분별하지 않아 이렇게 깨닫는 것을 보살이라 할 수 있고, 지혜로 몸을 깨닫고 뜻이 본래 공임을 깨닫고, 깨닫고는 말하면 보살이라 할 수 있으며, 빛깔·소리·냄새·맛·감촉·뜻의 즐거움이 모두 공임을 깨달으면 보살이라 할 수 있고, 몸[色]·감정[想]·상상[受]·행동[行]의 본성이 공임을 깨닫고 의식이 허깨비와 같음을 깨달으면 보살이라 할 수 있다.

5음(陰)이 꿈과 같아 한 상(相)이고 상이 없으며 내가 깨달았다고 집착하지 않으면 보살이라 할 수 있고, 내법(內法)이 생기지 않고 희론이 아님을 깨닫고, 유위를 말한다고 하나 그것은 무물(無物)을 이름하며 탐욕과 분노가 분별하는 마음에서 생김을 깨닫고, 분별하지 않으며, 항상 공이어서 물건이없으며, 우치가 분별에서 생기고 분별의 인(因)에서 생기나 그 봄을 얻지 못하며, 삼계가 공이어서 일체가 주인이 없고 조그만 물건의 행도 아님을 깨달으면 보살이라 할 수 있다.

미래와 과거의 욕계가 분별하는 가운데서 일어나고 색계와 무색계가 모두 주인이 없으며, 조그만 행을 닦는 중생의 지혜로 이런 탐욕행과 분노행과 우치행을 다 깨달으며, 일체 중생이 곧 한 중생이요 그 중생은 깨달은 법도 없고 생각도 없으며 모든 법은 뒤바뀐 마음에서 생김을 깨달으나 실상이 아님을 깨달으며, 일체 지혜 가운데서 선이 생기나 기억하거나 즐길 만한 한 소리도 없으며, 장애의 상이 없고 행을 따라 행하면 보살은 이로써 보살이라 할 수 있다.

자신의 살을 버려 의지하는 데가 없음을 차츰 깨달아 알면 보살이라 할 수 있고, 피안의 계율을 얻고 부처님 계율을 집착함이 없으며, 물건이 생기지 않은 것처럼 화합하지 않고 중생을 두루 사랑하되 중생을 취하지 않으며, 자기 이익을 깨닫기 때문에 큰 사랑이라고 말한다. 정진하는 곳에 머물러 유위의 행을 생각하되 세간이 공임을 깨달으면, 이것은 보리의 최상의 선정으로서 의지하는 데가 있다. 지혜로운 선정이 아닌 것에 반연하지 아니하면 이것은 지혜의 선정이다. 반야(般若)의 칼을 갈아 번뇌의 견해를 자르며 법성(法性)을 관찰하여 무너뜨리거나 베지도 않느니라.”

그 때 문수사리 동자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처음으로 보리심을 내는 보살을 왜 초발심(初發心)이라 합니까? 무슨 뜻으로 초발심이라 합니까?”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문수사리여, 어떤 보살이 삼계가 모두 생각[想]에서 생겼다고 바로 관찰하면 이것을 초발심자라 할 수 있다.”

문수사리가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제가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뜻을 알기로는 탐욕이 생기고 분노가 생기고 우치의 마음이 생기면 그것을 보살의 초발심이라 하옵니다.”

선주의(善住意) 천자가 문수사리 동자에게 말하였다.

“문수사리여, 만일 보살이 처음 발심할 때 탐욕과 분노와 우치가 생긴다면모도(毛道)11) 범부도 다 초심(初心)이 있으니, 마땅히 보살이라 해야 할 것입니다. 왜냐 하면 탐욕과 분노와 우치가 생기기 때문입니다.”

문수사리가 말하였다.

“그렇지 않습니다, 천자여. 모도 범부는 탐욕과 분노와 우치가 생길 힘이 없습니다. 왜냐 하면 천자여, 모든 부처님 여래와 연각과 성문과 불퇴전의 보살에게 탐욕과 분노와 우치가 생기기 때문입니다.”

천자는 물었다.

“문수사리여, 무슨 뜻으로 그런 말씀을 하십니까? 이 대중들은 당신의 그런 말의 뜻을 알지 못하여 모두 의심을 내고 있습니다. 왜 그런 말씀을 하십니까?”

문수사리는 물었다.

“천자여, 어떻게 생각합니까? 저 공중에 새가 날아갈 때 그 새의 자취에 날아감이 있다 하겠습니까, 없다 하겠습니까?”

천자는 말하였다.

“날아감이 있다 하겠습니다.”

문수사리는 말하였다.

“그렇습니다, 천자여. 그 모양을 말한 것처럼 나도 그렇게 말한 것입니다. 모든 부처님 여래와 연각·성문과 불퇴전의 보살에게는 탐욕·분노·우치가 생깁니다. 천자여, 알아야 합니다. 어느 곳을 따라서 의지함이 없이 생기며, 취할 곳이 없으면서 그것은 이렇게 생기며, 어디서도 차별이 없이 생깁니다.

천자여, 의지함이 없고 취할 곳이 어디에도 없고 차별도 없이 생기고 평등하지 않게 생기며 자취도 없고 글귀도 없으며 말의 자취를 얻을 수 없고 말의 글귀를 얻을 수 없나니, 이렇게 생긴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분별하지 않는 글귀이니 이렇게 생긴다고 말할 수 있고, 남이 내지 않는 글귀이니 이렇게 생긴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물체가 없는 글귀이니 이렇게 생긴다고 말할 수 있고, 물건이 없다고 말하는 글귀이니 이렇게 생긴다고 말할 수 있으며, 오지 않는 글귀이니 이렇게 생긴다고 말할 수 있고, 가지 않는 글귀이니 이렇게 생긴다고 말할 수 있으며, 생기지 않는 글귀이니 이렇게 생긴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또 받아 가짐이 없는 글귀이니 이렇게 생긴다고 말할 수 있고, 무기(無記)의 글귀이니 이렇게 생긴다고 말할 수 있으며, 조그만 티끌의 글귀이니 이렇게 생긴다고 말할 수 있고, 억념(憶念)이 없는 글귀이니 이렇게 생긴다고 말할 수 있으며, 물건의 행동이 없는 글귀이니 이렇게 생긴다고 말할 수 있고, 말할 수 없는 글귀이니 이렇게 생긴다고 말할 수 있으며, 파괴할 수 없는 글귀이니 이렇게 생긴다고 말할 수 있으며, 글자가 없는 글귀이니 이렇게 생긴다고 말할 수 있으며, 집착하지 않는 글귀이니 이렇게 생긴다고 말할 수 있고, 아리야(阿梨耶)가 없는 글귀이니 이렇게 생긴다고 말할 수 있고, 취하지 않는 글귀이니 이렇게 생긴다고 말할 수 있으며, 최상의 글귀이니 이렇게 생긴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천자여, 알아야 합니다. 초심 보살이 보리심을 낼 때는 이런 법을 억념하지도 않고 관찰하지도 않으며, 사량(思量)하지도 않고 일으키지도 않으며, 보지도 않고 듣지도 않으며, 알지도 않고 취하지도 않고 버리지도 않으며, 생하지도 않고 멸하지도 않습니다. 이와 같이 천자여, 보살마하살은 무엇을 의지하는가. 이 법계, 이 평등, 이 실제, 이 방편에서 탐욕이 생기고 분노가 생기며 우치가 생깁니다. 눈의 의지가 생기고 나아가 이와 같이 뜻의 의지가 생기며, 색무처취(色無處取)에서 생기고 이와 같이 식무처취에 이르러도 생기며, 이름에서 생기고 색에서 생기며, 인(因)에서 생기고 일체 견행(見行)에서 생깁니다.

또 무명(無明)에서 생기고 유애(有愛)에서 생기며, 나아가 12인연(因緣)의 유전(流轉)에서 생기고, 5욕(欲)의 공덕에서 생기며, 삼계처(三界處)에서 생기고, 나와 내 것에서 생기며, 자신에서 생기고 자신이란 견해에서 생기며, 자신의 근본 62견(見)에서 생기고, 부처님이라는 생각에서 생기며, 법이라는 생각에서 생기며, 승이라는 생각에서 생깁니다. 나라는 생각과 남이라는 생각에서 생기며, 땅이라는 생각, 물이라는 생각, 불이라는 생각, 바람이라는 생각, 허공이라는 생각, 의식이라는 생각에서 생기고, 4전도(顚倒)에서 생기며, 5개(蓋)에서 생기고, 4식주(識住)·8사(邪)·9뇌(惱)·10불선업도(不善業道)에서 생깁니다.

천자여, 알아야 합니다. 이와 같이 나아가 일체의 분별과 일체의 불분별(不分別)과 일체의 분별불분별과 일체의 모양과 일체의 희론(戱論)과 일체의 구함과 일체의 취착(取著)과 일체의 즐거움과 일체의 생각과 일체의 억념과 일체의 장애에서 보살이 다 납니다.

천자여, 이와 같은 법문을 이렇게 알아야 합니다. 천자여, 만일 이 법을 취하지 않고 좋아함이 없으면 어디서고 취하는 법을 이렇게 생긴다고 말하는 것입니다.”

그 때 세존께서는 문수사리 동자를 찬탄하여 이렇게 말씀하셨다.

“훌륭하고 훌륭하다, 문수사리여. 보살은 어디서 처음으로 이와 같은 보리심을 내었는가. 문수사리여, 그대는 이미 항하의 모래와 같이 많은 모든 불세존께 공양하였으므로 그런 말을 할 수 있느니라.”

그 때 존자 사리불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그렇습니다. 세존이시여, 그렇습니다. 문수사리 동자는 보살이 처음으로 보리심을 낸 것과 무생법인(無生法忍)을 얻은 것을 이미 말했습니다. 이 두 마음이 생기는 것은 평등하여 다름이 없습니다.”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그렇다, 사리불이여. 그대 말과 같다. 사리불이여, 연등(燃燈) 여래께서 내게 기별을 주시면서 말씀하시기를 ‘그대는 오는 세상 아승기겁에 부처가 되어 이름을 석가모니 여래·응공·정변지라 하리라’고 하셨다. 사리불이여, 나는 그 때부터 이 마음을 버리지 않고 무생법인을 얻은 것이다. 이와 같이 사리불이여, 이 초발심 보살은 문수사리 동자가 말한 것과 같으니라.”

그 때 문수사리 동자는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제가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뜻을 알기로는 일체 보살이 다 처음으로 발심합니다. 왜냐 하면 세존께서 말씀하신 것과 같이 일체 마음이 생기는 것이 다 생기지 않는 것이기 때문이며, 만일 생기는 것이 아니라면 저 보살이 처음 마음을 내는 것을 이렇게 생긴다고 말하는 것입니다.”

이 법을 설명했을 때 2만 3천 보살들은 다 무생법인을 얻었고, 5천 비구들은 모든 법을 받지 않고 번뇌가 없어져 마음이 해탈하였고, 60억 천자들은 번뇌를 멀리 떠나고 모든 법에서 법안이 깨끗해졌다.

그 때 장로 마하 가섭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문수사리 동자는 하기 어려운 일을 해내었습니다. 문수사리 동자는 이렇게 설법하여 중생들의 이익을 잘 지었습니다.”

문수사리는 말하였다.

“장로 대가섭이여, 이것은 제가 하기 어려운 일을 한 것이 아닙니다. 일체 모든 법은 다 지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이미 지은 것도 없고 지금 짓는 것도 없으며 장차 지을 것도 없습니다. 장로 대가섭이여, 나도 그와 같아 짓는 법도 없고 지음도 없으며 짓지 않음도 아니요 중생도 없으며 결박도 아니요 해탈도 아닙니다. 왜냐 하면 취할 물건 없는 것이 이 바른 법이기 때문입니다.

만일 대가섭님이 하기 어려운 일을 능히 해냈다고 이렇게 말하지만, 당신은 그렇게 말하지 마십시오. 즉 하기 어려운 일을 내가 잘 해냈다고 말입니다. 내가 하기 어려운 일을 한 것도 아니요 여래께서 하신 것도 아니며 아라한도 아니요 벽지불도 아닙니다. 장로 대가섭이여, 바로 말하면 누가 하기 어려운 일을 해내는가? 모도(毛道) 범부가 한다는 것이 바른 말일 것입니다. 왜냐 하면 장로 대가섭이여, 만일 일체 부처님께서 모두 이미 얻지 못하고 지금 얻지 못하고 장차 얻지 못하며, 만일 일체 성문과 일체 연각이 모두 이미 얻지 못하고 지금 얻지 못하고 장차 얻지 못하여도 모도 범부는 일체를 다 얻기 때문입니다.”

대가섭은 말하였다.

“문수사리여, 일체 모든 부처님께서 어떤 법을 얻지 못합니까?”

문수사리는 대답하였다.

“장로 대가섭이여, 일체 모든 부처님께서는 다 나를 얻지 못하고 중생을 얻지 못하고 수명을 얻지 못하고 장부를 얻지 못하며, 또한 단(斷)도 얻지 못하고 상(常)도 얻지 못하며, 음(陰)도 얻지 못하고 계(界)도 얻지 못하며, 입(入)도 얻지 못하고 마음도 얻지 못하며, 색(色)도 얻지 못하고 욕계도 얻지 못하며, 색계도 얻지 못하고 무색계도 얻지 못하며, 분별도 얻지 못하고 무분별도 얻지 못하며, 인생(因生)도 얻지 못하고 전도(顚倒)도 얻지 못하며, 탐욕과 분노와 우치도 얻지 못하며, 이 세상도 얻지 못하고 저 세상도 얻지 못하며, 나도 얻지 못하고 내 것[我所]도 얻지 못하며, 나아가 일체 모든 법을 얻지 못합니다.

장로 대가섭이여, 이 일체 법을 다 얻지도 않고 잃지도 않으며 빠뜨리지도 않고 취하지도 않고 버리지도 않으며 가까이하지도 않고 멀리하지도 않습니다. 이런 법문을 마하 가섭이여, 이렇게 알아야 합니다. 만일 일체 부처님께서 다 얻지 못하더라도 모도 범부는 모두를 다 얻습니다. 만일 이와 같이 하기 어려운 것을 부처님께서 하실 것도 아니요 성문이 할 것도 아니며 연각이 할 것도 아니라면 모도 범부가 다 할 것이라 할 것입니다.”

대가섭이 말하였다.

“어떻게 짓습니까?”

문수사리는 말하였다.

“단(斷)으로 짓고 상(常)으로 지으며 아리야(阿梨耶)로 짓나니, 억념과 지으려 함과 짓지 않음과 취하고 버림[耶捨]과 희론과 분별과 따름[隨順]과 들고 내리는 행동입니다. 장로 대가섭이여, 모든 불세존께서는 이 법을 짓지 않으십니다. 다 이미 짓지도 않으셨고 지금도 짓지 않으시며 장차도 짓지 않으실 것입니다. 그러나 저 범부들은 이런 짓기 어려운 것을 다 짓습니다.”

그 때 문수사리 동자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무생인(無生忍), 무생인이라 하시는데 어떤 것을 무생인이라 하옵니까? 세존이시여, 무슨 뜻으로 무생인이라 하오며, 어떤 법 중의 인(忍)을 법인(法忍)이라 하옵고, 보살은 어떤 법에서 무생법인을 얻나이까?”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문수사리여, 생 가운데서, 법 가운데서 무생인을 실제로 얻음이 없으며 실로 인을 얻음도 없다. 이른바 인을 얻음이란 오직 말이 있을 뿐이다. 왜냐 하면 실로 그 법인을 얻은 바 없기 때문에 법인을 얻지 않았으며 얻어도 얻은 것이 없으므로 얻지도 않고 잃지도 않은 것을 무생인을 얻었다고 말할 수 있느니라.

문수사리여, 무생법인은 생기지 않는 것이다. 일체 법인은 오지 않고 일체 법인은 가지 않으며, 일체 법인은 주인이 없고 일체 법인은 취할 것이 아니요 일체 법인은 버릴 것이 아니며, 일체 법인은 물건이 아니요 일체 법인은 실체 가 없으며, 일체 법인은 짝할 이 없고 일체 법인은 더욱 짝할 이 없으며, 일체 법인은 같은 것이 없고, 일체 법인은 티끌과 허공과 같으며, 일체 법인은 파괴되지 않고 일체 법인은 끊어지지 않으며, 일체 법인은 번뇌의 더러움이 없고, 일체 법인은 깨끗함이 없으며, 일체 법인은 공(空)이요 무상(無相)이며 무원(無願)이요, 일체 법인은 탐욕과 분노와 우치를 떠났으며, 일체 법인은 진여의 법계가 실제로 안치되었으며, 일체 법인은 분별하지 않고 분별이 없으며, 억념이 없고 희론이 없으며, 사량이 없고 짓지 않으며, 힘이 없고 연약하여 시간이 지나면 아무것도 남지 않으며, 공과 무(無)가 서로 갈리고[迭互] 허공처럼 공이며, 요술과 같고 허깨비와 같으며, 메아리와 같고 그림자와 같으며, 아지랑이와 같고 파초의 견고함과 같고 물거품과 같으니라.

일체 법인이란 무엇인가. 이 법인은 법도 아니요 법 아님도 아니며 오직 이름과 말만이 있을 뿐이다. 이 이름이란 장소도 없고 취할 것도 없고 본성을 스스로 떠난 것이다. 이렇게 말하는 인(忍)이란 것은 마음으로 믿고 알고 들어가 기억하지 않고 의심하지 않으며 놀라지 않고 두려워하지 않으며 몸으로 접촉하여 행하면서 그 몸을 얻지 못하는 것이다. 문수사리여, 이 법은 이리하여 보살의 무생법인이라 말할 수 있지마는 또한 일체 법상(法相)을 행하지 않느니라.”

문수사리 동자가 말하였다.

“세존이시여, 이른바 인(忍)을 왜 인이라 하옵니까?”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만일 저 경계에 상(傷)한 바 되지 않으면 그것을 인이라 할 수 있느니라.”

그 때 선주의 천자가 문수사리 동자에게 물었다.

“문수사리여, 어떤 법이 상합니까?”

문수사리는 대답하였다.

“천자여, 이른바 눈이 상합니다. 어떤 법에 눈이 상하는가. 이른바 법이란 사랑하고 사랑하지 않는 빛깔입니다. 이와 같이 귀에 대한 소리와 코에 대한 냄새와 혀에 대한 맛과 몸에 대한 감촉과 뜻에 대한 뜻함입니다. 이와 같이 천자여, 사랑하고 사랑하지 않는 법이 뜻을 상하게 하는 것도 그러한 것입니다.

천자여, 만일 보살이 눈으로 빛깔을 보고 상을 취하지 않고 좋음을 취하지 않으면 분별하지 않고 분별이 없으며 수순하지 않고 상을 분별하지 않으며 본성이 공함을 알아 생각하지도 않고 상하지도 않나니, 빛깔 내지 법도 그런 줄 알아야 하는 것입니다.

천자여, 만일 6입(入)에 집착하지 않아 상하지 않거나 만일 상하지도 않고 집착하지도 않으면 그것을 인이라 할 수 있습니다. 보살이 이렇게 무생법인을 얻으면 법을 분별하지 않을 것이며, 생기거나 생기지 않는 것에 샘[漏]과 새지 않음[不漏]이 없어서 법을 분별하지 않으며, 좋거나 밉거나 유위이거나 무위이거나 분별하지 않으면 이런 것을 무생법인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설법할 때 6만 2천 인은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냈고, 1만 2천 보살들은 무생법인을 얻었다.

그 때 선주의 천자가 문수사리 동자에게 물었다.

“문수사리여, 지지전행(地地轉行), 지지전행이라 하는데, 어떤 것을 보살의 지지전행이라 합니까?”

문수사리는 물었다.

“천자여, 만일 지지전행이라면 그것은 어떤 사람의 행입니까?”

천자는 대답하였다.

“문수사리여, 보살은 지지전행을 보지 못하며, 나아가 10지(地)의 전행도 보지 못합니다.”

문수사리는 말하였다.

“아닙니다, 천자여, 부처님 말씀에 모든 법은 다 환화(幻化)와 같다고 하셨는데 당신은 믿습니까?”

천자는 대답하였다.

“문수사리여, 나는 이 말씀을 믿습니다.”

문수사리는 물었다.

“천자여, 어떤 것이 환화인(幻化人)의 지지전행이며, 이와 같이 나아가 10지의 전행입니까?”

천자는 대답하였다.

“문수사리여, 환화인에게는 지지전행이 없으며, 나아가 10지의 전행도 없습니다.”

문수사리는 물었다.

“그렇습니다, 천자여. 만일 환화인에게 전행이 있다면 그것은 피아(彼我)의 전행입니다. 왜냐 하면 부처님 말씀과 같이 일체 모든 법은 다 환화(幻化)와 같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천자여, 나는 이렇게 말합니다. 즉 지(地)의 전행이란, 전행(轉行)하지 않는 것이며, 이것은 전행이 아니라고 말합니다. 왜냐 하면 일체의 법은 전행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법 가운데서 법과 법이 전행함을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즉 색(色)과 수(受)의 전행이 아니요 수와 색의 전행도 아니며, 상(想)과 행(行)의 전행이 아니요 행과 상의 전행도 아니며, 식(識)과 색의 전행이 아니요 색과 식의 전행도 아니며, 이와 같이 나아가 일체 모든 법이 다 그와 같아 모두가 네 종류의 설(說)입니다. 즉 눈과 귀의 전행이 아니요 귀와 눈의 전행도 아니며, 코와 혀의 전행이 아니요 혀와 코의 전행도 아니며, 몸과 뜻의 전행이 아니요 뜻과 몸의 전행도 아닙니다.

이 일체의 법은 각각 스스로 제 경계를 행하므로 법이 둔하고 욕심이 없으며 마음과 뜻의 행이 없어 생각하지도 않고 늘 생각하지도 않으며, 나아가 비교와 헤아림이 없으며, 풀과 같고 벽(壁)과 같으며 허깨비와 같아 무기(無記)이어서 유기(有記)가 아니며, 한 상(相)과 무상(無相)이 되나니, 그러므로 그것은 전행이 아니어서 오는 것도 아니요 가는 것도 아닙니다.

천자여, 알아야 합니다. 만일 보살이 이렇게 알면, 이런 보살은 전행하는 법이 없고 지(地)의 분별이 아니며, 지의 전행을 봄이 아니요 지(地)의 버림이 아니며 퇴전이 아닙니다. 보리의 전행은 실멸(失滅)이 아닙니다. 왜냐 하면 만일 누가 음(陰)과 계(界)와 입(入)의 실체를 본다면 그것은 전행이 아니요 실멸(失滅)도 아니니, 일체의 법성이 본래 깨끗하기 때문입니다.

또 천자여, 보살이 이렇게 지를 전행하는 것은 마치 요술쟁이가 요술의 힘으로 10층 궁전을 짓고는 곧 그 위에 앉는 것과 같나니,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와 같을 때, 거기에 그 사람이 앉을 자리가 있겠습니까?”

천자는 대답하였다.

“앉을 곳이 없습니다.”

문수사리가 말하였다.

“그와 같이 천자여, 보살이 10지의 전행이 있다고 보는 것도 그와 같은 것입니다.”

그 때 선주의 천자가 문수사리 동자에게 물었다.

“문수사리여, 만일 누가 당신에게 귀의하여 출가하려고 말하기를 ‘원컨대 저를 제도해 출가하게 해 주십시오’라고 한다면, 문수사리는 어떻게 말하고 어떤 작법(作法)으로 제도하여 출가시키며, 어떤 계품(戒品)을 주며 어떻게 교계(敎誡)하겠습니까?”

문수사리는 대답하였다.

“천자여, 만일 내게 와서 출가하기를 구한다면 나는 그에게 말할 것입니다. 즉 ‘그대 선남자여, 지금 그대는 참으로 출가할 마음이 있는가? 만일 그대가 참으로 출가할 마음이 있으면 나는 법에 의해 그대를 출가시켜 제도하리라’고 하겠습니다. 왜냐 하면 천자여, 출가하는 자는 혹은 욕계에 집착하고 혹은 색계에 집착하며 혹은 무색계에 집착하며, 혹은 세간의 5욕과 공덕과 9처(處)의 행에 집착하기 때문입니다. 이 선남자는 이렇게 법을 취합니다. 무엇이 9처인가. 천자여, 만일 조그만 곳에도 집착이 없으면 그 사람은 마음에 얻을 것이 없고, 만일 마음에 얻을 것이 없으면 그 사람은 출가를 구하지 않으며, 만일 출가를 구하지 않으면 그 사람은 출가할 마음이 생기지 않고, 만일 출가할 마음이 생기지 않으면 그 사람은 생기지 않는다고 말할 수 있으며, 만일 생기지 않으면 그는 고통이 다하고, 만일 고통이 다하면 그는 마침내 다하며, 만일 마침내 다하면 그는 다함이 없고, 만일 다함이 없으면 그는 다하지 않으며, 만일 다하지 않으면 그것은 곧 공(空)입니다. 천자여, 저 선남자에게 나는 이렇게 말할 것입니다.

또 천자여, 만일 누가 내게 와서 출가를 구하면 그에게 말할 것입니다.

‘선남자야, 그대는 지금 출가할 마음을 내지 말라. 왜냐 하면 그 마음은 남[他人]을 위해 낼 것이 아니니 그 마음을 가지지 말라.’

또 천자여, 만일 누가 내게 와서 출가를 구하면 나는 그에게 말할 것입니다.

‘선남자야, 그대는 머리를 깎지 말라. 그것이 훌륭한 출가이니 그렇게 하면출가라고 말할 수 있다.'”

천자는 물었다.

“문수사리여, 무슨 뜻으로 그런 말씀을 하십니까?”

문수사리는 대답하였다.

“여래의 설법은 끊어지지 않고 파괴되지 않습니다.”

천자는 물었다.

“어떤 법이 파괴되지 않습니까?”

문수사리는 대답하였다.

“천자여, 색(色)이 끊어지지 않고 파괴되지 않으며, 수(受)·상(想)·행(行)·식(識)이 끊어지지 않고 파괴되지 않습니다. 천자여, 사람에 따라서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즉 ‘내가 머리를 깎으면 저는 아만(我慢)에 머물고, 아만의 행이 아니면 평등하게 사람을 볼 것이다’라고. 이와 같이 나를 얻으면 저는 머리털을 얻고, 만일 머리털을 얻으면 중생을 얻으며, 만일 중생을 얻으면 곧 단상(斷想)을 얻을 것입니다.

천자여, 만일 나를 얻지 못하면 남을 얻지 못하고, 만일 남을 얻지 못하면 아만이 없을 것이며, 만일 아만이 없으면 피아(彼我)가 적멸(寂滅)할 것이요, 만일 나[我]가 적멸하면 저는 분별이 없을 것이며, 만일 분별이 없으면 발동하지 않을 것이요, 만일 발동하지 않으면 희론하지 않을 것이며, 만일 희론하지 않으면 취하지도 않고 버리지도 않을 것이요, 만일 취하지도 않고 버리지도 않으면 그것은 지음도 아니요 짓지 않음도 아니며, 끊는 것도 아니요 깨뜨림도 아니며, 상에 집착함도 아니요 상에 집착하지 않음도 아니며, 취하지도 않고 버리지도 않으며, 줄지도 않고 늘지도 않으며, 모이지도 않고 흩어지지도 않으며, 마음에 억념함이 없으며 말하지도 않고 답하지도 않으면서 그는 실로 편히 머무릅니다.”

천자가 물었다.

“문수사리여, 말하는 바가 실(實)이라면 그것은 어떤 말입니까?”

문수사리는 대답하였다.

“천자여, 실이란 허공이니 그것을 실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 허공은 다하는 것이 아니니 다하지도 않고 장구하지도 않으며, 혹은 있고 혹은 없습니다.

그러므로 허공은 실성(實性)이 공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이것은 실로 진여(眞如)요, 이것은 실로 법계이며, 이것은 실로 실제(實際)입니다. 그러나 이 실을 실이라 하면 그것은 실이 아닌 것입니다. 왜냐 하면 지금도 실유(實有)가 아니요 뒤에도 실유가 아니니, 그러므로 그것은 실인 것입니다.

또 천자여, 만일 누가 내게 와서 출가를 구한다면 나는 그에게 말할 것입니다. 즉 ‘그대 선남자는 취하지 말고 가사를 입지 말라. 이것이 그대의 출가이다. 만일 그렇게 하면 출가라 할 수 있다’라고.”

천자는 물었다.

“문수사리여, 무슨 뜻으로 그렇게 말씀하십니까?”

문수사리는 대답하였다.

“천자여, 여래께서 말씀하신 법은 다 취하지 않는 것입니다.”

천자는 물었다.

“문수사리여, 어떤 법을 취하지 않습니까?”

문수사리는 대답하였다.

“천자여, 이른바 상(常)이거나 무상이거나 색(色)을 취하지 않으며, 이와 같이 상이거나 무상이거나 수·상·행·식을 취하지 않습니다. 또한 상이거나 무상이거나 눈을 취하지 않고 빛깔도 취하지 않으며, 귀를 취하지 않고 소리도 취하지 않으며, 코를 취하지 않고 냄새도 취하지 않으며, 혀를 취하지 않고 맛도 취하지 않으며, 몸을 취하지 않고 감촉도 취하지 않으며, 뜻을 취하지 않고 법도 취하지 않으며, 탐욕도 취하지 않고 분노도 취하지 않고 어리석음도 취하지 않고, 전도(顚倒)도 취하지 않으며, 이와 같이 나아가 일체 모든 법을 다 취하지 않습니다.

천자여, 일체 모든 법을 취하지도 않고 버리지도 않으며, 떠나지도 않고 흩지도 않습니다. 천자여, 만일 가사를 취한다면 그것은 어리석은 생각입니다. 이리하여 그 사람은 이렇게 보고 행합니다. 천자여, 그러므로 나는 가사를 취하지 않는 것이 깨끗한 해탈이라고 말하는 것입니다. 왜냐 하면 천자여, 가사는 탁한 것인데 여래 세존의 보리는 탁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천자는 물었다.

“문수사리여, 어떤 법이 탁한 것입니까?”

문수사리는 대답하였다.

“천자여, 탐욕이 바로 탁하고, 분노가 바로 탁하며, 우치가 바로 탁하고, 인(因)이 탁하며, 견해가 탁하고, 이름이 탁하며, 색이 탁하고, 생각이 탁하며, 잡음[取]이 탁하고, 상(相)이 탁하고, 희론이 탁합니다. 그러나 천자여, 만일 바로 관찰하면 이 불선법(不善法)은 다 탁함이 없습니다. 만일 탁함이 없다면 나아가 조그만 물건도 머무르는 곳이 없으며, 만일 머무르는 곳이 없으면 그것은 빈곳으로서 잡아서 짓는 자가 없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천자는 물었다.

“문수사리여, 이른바 잡아 짓는 이가 없다고 하는데 잡아 짓는 이가 없다는 것은 무슨 말이기에 잡아 짓는 이가 없다고 말할 수 있습니까?”

문수사리는 대답하였다.

“천자여, 잡아 짓는 이가 없어 잡아 짓는 이가 없다고 하는 이런 말은 나아가 조그만 물건도 잡아 지을 것이 없다는 것이니, 이런 것을 잡아 지음이 없다고 말합니다. 천자여, 잡아 지음이 있다 하나 저 여래는 잡아 지음이 없다고 말씀하셨고, 이에 잡아 지음이 없다고 말하는 것입니다.”

천자는 물었다.

“문수사리여, 모르겠습니다. 어떤 법을 잡아 짓는 것이라 합니까?”

문수사리는 대답하였다.

“천자여, 평등을 초과한 것입니다. 평등을 초과한 뒤에 만일 법을 얻지 못하면, 지금에 얻는 것도 아니요 뒤에 얻는 것도 아니며, 지금에 생이 있는 것도 아니요 장래에 생이 있을 것도 아닙니다. 그 법은 허망하여 잡아 지음에 안주하나니, 이른바 나라는 분별이 잡아 지은 것이요, 중생·수명·장부·사람·마나바(摩那婆:淨行人)·단(斷)·상(常) 모두가 분별이 잡아 지은 것이며, 음(陰)·계(界)·입(入) 등도 분별이 잡아 지은 것이며, 불·법·중승(衆僧)도 분별이 잡아 지은 것이며, ‘이는 계율을 지니는 사람이요 이는 계율을 부수는 사람이다’라고 하는 것도 분별이 잡아 지은 것이요, 번뇌와 염정(染淨)과 얻는 과증(果證)도 분별이 잡아 지은 것이며, 수다원과(須陀洹果)·사다함과(斯陀含果)·아나함과(阿那含果)·아라한법(阿羅漢法)·벽지불법(辟支佛法)도 분별이 잡아 지은 것이요, 공(空)·무상(無相)·무원 (無願)·명해탈(明解脫)·무욕(無欲)도 분별이 잡아 지은 것입니다.

천자여, 이같이 이 법은 분별이 잡아 지은 것입니다. 모도(毛道) 범부는 여래의 분별이 잡아 지었다는 것을 일찍이 듣지 못하고, 마음이 법을 얻고자 하여 망상으로 헤아리고 집착하는 것입니다. 저 우치한 범부들은 분별과 분별을 굴려서 저 망상과 집착을 제거하려 하므로 여래께서는 잡아 지음이 없다고 찬탄하시는 것입니다.”

그 때 선주의 천자가 문수사리 동자를 찬탄하였다.

“장하고 장하십니다, 문수사리여. 이와 같은 잡아 짓는 법문을 잘 설명하였습니다.”

그 때 여래께서는 문수사리 동자를 찬탄하여 말씀하셨다.

“훌륭하고 훌륭하다, 문수사리여. 그대는 이 법을 시원스럽게 설명하였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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