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행도지경(修行道地經) 제1권-2
05. 오음성패품(五陰成敗品)
밝은 지혜 더없는 세존의 요법(要法)에
조순하기를 끝없이 하여 그 끝[際]을 얻고서
이미 경계를 초월하시어 가없는 언덕에 이르신
세존께 머리 숙여 예 올리고 한량없음을 찬탄합니다.
강론하시는 말씀 마치 밝은 해 같아
제자를 비추심이 이와 같으시며
번뇌에 대하여 분명하게 깨달아 아시고
두려움 없애기를 시든 꽃처럼 하셨네.
모든 것의 생겨남과 사라짐을 보시고
5음의 생겨남과 무너짐을 깨달으셨나니
부디 저 부처님께 머리 조아리고
내가 말하는 존귀한 분의 말씀 경청하라.
도를 수행하는 이는 마땅히 5음이 생겨나고 무너지는 변천을 알아야 한다.
어떤 것을 5음이 생겨나고 무너지는 것을 마땅히 알아야 한다고 하는가?
비유하면 마치 사람의 목숨이 끝나려고 할 때와 같다. 목숨이 끝나려 하면 핍박을 받기 때문에 그 사람의 몸에는 404 가지의 병이 앞뒤로 점점 이르게 된다.
그러면 문득 많은 혼몽한 일들에 직면하게 되는데, 좋은 일과 괴이한 일이 눈앞에 나타나 놀라움과 두려움을 품게 된다. 꿈에 꿀벌·까마귀·까치·매·독수리 따위가 그 사람의 정수리 위에 머물러 있는 것이 보이기도 하고, 많은 사람들이 집 안에 모여 즐기며 노는 모습이 보이기도 하며, 자신이 푸른색·노란색·하얀색·검은색으로 만든 옷을 입은 모습이 보이기도 하고, 털이 더부룩한 말을 타고 달리면서 소리쳐 부르는 모습이 보이기도 하며, 꿈에 큰 개[狗]를 베고 누워 있기도 하고 또는 원숭이를 베고 누워 있기도 하며, 흙 위에 누워 있는 모습이 보이기도 한다. 꿈속에서 죽었던 사람이나 백정[屠魁]이나 뒷간을 치는 사람들과 같이 한 그릇에 음식을 담아 먹거나 한 수레를 타고 같이 놀러 다니는 현상이 보이기도 하며, 혹은 참깨기름[麻油]이나 지방질(脂肪質)이 있는 제호(醍醐)를 가져다가 직접 제 몸뚱이에 뿌리거나 또는 먹거나 하는 모습 등이 보이는데, 이와 같은 모습들이 자주자주 보인다.
혹은 뱀이 그 몸뚱이를 감은 채 거꾸로 물 속으로 끌고 들어가는 것을 보기도 하고, 혹은 스스로 자신이 즐거워 뛰면서 허벅다리를 치며 깔깔대고 웃는 것을 보기도 하며, 혹은 스스로 화려한 치장거리가 잿더미에 떨어지거나 또는 재를 온 몸뚱이에 바르거나 다시 그것을 거두어 먹는 형상을 보기도 한다.
혹은 개미[蟻]가 그 몸뚱이를 오르내리는 모습이 보이기도 하고, 혹은 소금을 씹던 개와 원숭이가 무엇에 쫓기다가 서로 물어뜯는 모습이 보이기도 하며, 혹은 갓 시집온 부인이나 또는 사당(祠堂) 귀신의 모습이 보이기도 하고, 집이 무너지거나 사당과 절이 무너지는 모습이 보이기도 하며, 꿈속에서 밭가는 쟁기[犁]로 수염과 털을 깎는 모습이 보이기도 한다.
혹은 치아(齒雅)가 저절로 땅에 떨어지거나 또는 하얀 옷을 걸친 모습이 보이기도 하고, 혹은 자신이 나체가 되어 걸어다니거나 참깨기름[麻油]을 자기 몸에 바른 채 흙 속에서 뒹구는 것이 보이기도 하며, 혹은 꿈속에서 가죽이나 풀로 만든 너덜너덜 떨어진 옷을 입은 모습이 보이기도 하고, 꿈에 다른 사람이 낡은 수레를 타고 그 문 앞에 이르면 그를 맞아들이러 가는 모습이 보이기도 하며, 혹은 온갖 화갑전(花甲煎 : 향의 이름) 따위의 향을 피우는데 친척들이 가져다가 그 몸을 장식하는 모습들이 보이기도 하며, 혹은 죽은 조상들이 검푸른 얼굴색으로 나타나 앞에서 부르면서 잡아끄는 모습이 보이기도 한다.
묘지(墓地) 사이를 노닐면서 꽃과 영락 따위를 주워 모으거나 또는 빨간 연꽃이 목 위에 떨어지는 모습이 보이기도 하고, 큰 강물에 떨어져 물에 둥둥 떠다니거나, 또는 꿈속에서 밑바닥이 안 보이는 5호(湖)와 9강(江)에 거꾸로 떨어지는 모습이 보이기도 하며, 혹은 꿈에 그 몸이 우거진 숲 속에 들어갔는데 꽃과 열매는 하나도 없고 가시덤불에 몸이 찔리거나 긁히며 또는 와석(瓦石) 따위가 그 몸뚱이를 짓누르는 모습이 보이기도 하며, 혹은 가지와 잎이 하나도 없는 마른 나무가 보이기도 하고 꿈에 그 위에 올라가서 혼자 즐기며 놀거나, 묘단(廟壇)에 들어가 혼자 손뼉을 치고 춤을 추는 모습이 보이기도 한다.
혹은 깊은 숲 속에서 혼자 즐거워 껄껄 웃고 마른 나무 가지를 꺾어 묶어서 짊어지고 가는 것을 보거나, 혹은 깜깜한 집에 들어가 빠져나올 문을 알지 못해하거나 또는 산악(山嶽)이나 바위틈에 끼어서 빠져나올 곳을 알지 못해 하는 모습이 보이기도 하며, 혹은 산이 무너져 자기 몸뚱이가 짓눌려서 구슬프게 울부짖는 모습이 보이기도 하고, 혹은 코끼리 떼가 갑자기 달려와서 그 몸을 짓밟는 형상이 보이기도 하며, 꿈에 머리로부터 온 몸뚱이를 흙먼지로 뒤집어쓰는 모습이 보이기도 하고, 혹은 다 헤진 옷을 걸치고 허허벌판을 걸어다니는 형상이 보이기도 하며, 꿈에 범을 타고 날쌔게 달리거나 또는 나귀나 개를 타고 남쪽으로 여행을 하거나 또는 무덤 속에 들어가 손톱이나 머리칼을 태운 숯덩이를 거두어 모으는 모습이 보이기도 하며, 스스로 그 자신이 마른 꽃을 꽂고 태산(太山) 염왕(閻王)에게 끌려 들어가 문초를 받는 형상이 보이기도 한다.
이것을 게송으로 말한다.
세간에 있을 적엔 편안함이 많다가도
목숨이 다함에 이르면 급기야 두려워지고
병마에 상처를 입어
고달픈 핍박에 자재(自在)하지 못하네.
마음으로 번열하고 근심스럽게 번민하다
꿈에서 본 것으로 두려움을 품나니
마치 악한 사람에게 쫓김을 당하듯
근심과 두려움도 그와 같다네.
그 사람은 꿈에서 깨어나 마음에 두려움과 무서움을 품고 온몸을 벌벌 떨며, 목숨이 다하려 하는 것이라 헤아리면서 이것을 곱씹으며 의심하지 않는다. 그리고는 ‘지금 내가 꿈꾼 것은 예전엔 있지 않았던 일들이다’라고 생각하고는 마음에 겁을 먹었기 때문에 옷의 털이 곤두서고 급기야 질병이 더욱더 위독해지며, 진동이 일어나 불안해진다. 비유하면 사나운 코끼리 떼가 몰려와서 파초(芭蕉)를 짓밟는 것처럼, 병이 도져 침상(寢床)에 누워 있는 것도 비유하면 그와 같다.
그러다 너무나 절박한 나머지 다른 계책은 아무것도 없고 무턱대고 의원만 찾아오라고 하고, 형제와 친족들은 이렇게 곤욕을 치르는 것을 보고 사람을 시켜 의원을 부르러 보낸다.
그런데 심부름을 간 사람마저 몸뚱이엔 더러운 때가 많이 묻고 의복은 너덜너덜 떨어지며, 털과 손톱 그리고 발톱은 길게 자란 데다가 다 떨어진 일산을 받쳐 쓰고, 발에 신은 버선은 해지고 나막신은 깨지며 낡은 수레를 타게 된다. 얼굴 색은 아주 새까맣고 두 눈은 푸르스름한데 손으로는 수염과 머리카락을 자주 만지작거리며, 수레를 끄는 소는 혹은 푸르기도 하고 혹은 까맣기도 하며, 또는 아주 하얗기도 한데, 다급하게 의사를 부르면서 수레에 오르기를 독촉한다.
이것을 게송으로 말한다.
사람이 다니며 유람할 적엔
오직 쓸 데 없는 일만 좋아해서
하고 싶은 것을 제멋대로 행하며
일찍이 의사에 대해선 생각한 적 없다가
몸에 마침 중한 병이 걸려
위독하여 침상 위에 눕게 되자
그제서야 의원을 불러들여서
그 병을 고쳐보려고 애쓰네.
그 때에 의원이 마음속으로 생각하였다.
‘병자를 관찰해보니 틀림없이 죽을 것이다. 왜냐 하면 이렇게 괴이한 감응이 보이고, 게다가 날 부르러 온 사람의 복색(服色)과 그가 하는 말을 살펴보니 찢어진 일산을 받쳐 쓰고 수염과 손톱·발톱·머리카락 등이 어수선하고, 또 날 부르러 온 날짜도 아주 나쁜 날이다. 4일·6일·12일·14일, 이런 날짜에 오게 되면 모두가 상서롭지 못하다.’
그 의원은 기분이 좋지 않았다. 그는 다시 생각하였다. ‘흉한 별자리[星宿]가 범하였고 좋은 시기를 잃었으니, 이러한 때는 신선과 옛적 성인들도 꺼리는 날이다’.
그 의원은 다시 마음속으로 생각하였다. ‘비록 이렇게 괴이한 별자리의 길흉을 만났지만 어쩌면 치료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왜냐 하면 아무리 질병에 걸렸다 하더라도 방편으로 녹여 없앨 수 있으니 만일 본래의 한명(限命)이 다하지 않았으면 생각으로 마땅히 제거하여 낫게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만일 마주한 병자가 대(對)에 이르렀다면 그 병은 고칠 수 없을 것이다. 이로써 말한다면 좋은 날짜와 별자리의 길흉만 따질 필요가 없는 게 아닌가?
그러므로 지혜로운 이는 역일(曆日)을 좇아 좋은 시기만을 구하려 하지 않는다.
신선(神仙)이 항상 말하기를〈본래의 한명만 다하지 않았다면 마땅히 방편을 써서 혹 풍병(風病)이나 한병(寒病)을 다스릴 수 있고, 혹 횡사(橫死)할 일이 있더라도 이것들을 다스릴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한명이 다했다면 어쩔 도리가 없다. 그런 사람은 아무리 가서 고쳐보려고 해도 극복되지 않을 것이다〉라고 하지 않았는가?’
의원은 생각이 여기에 미치자 곧 일어나 떠나려고 하였다.
이것을 게송으로 말한다.
비유컨대 어떤 사람 둘이서
함께 출발해 바다로 들어가는데
혹은 저 언덕까지 가기도 하고
혹은 중간에서 그치기도 하듯이
질병의 바다에 떨어진 것도
비유하면 또한 이와 같아서
혹 좋은 시기를 따라 병이 낫기도 하고
여의치 않아 죽는 이도 있다.
그 때 그 의원은 이미 병자의 집이 이르렀는데, 사악하고 괴이한 현상이 나타나고 흉악한 소리가 들려왔다.
즉 잃어버리고 불타버리고 파괴되고 절단되고 깎아내고 끌어내고 죽을까 두려워서 떨고 끌려가는 등 우와좌왕(右往左往)하면서 구금되어 유폐당한 현상이 나타났다. 이런 일들로 인하여 점을 쳐보니 다시는 치료하지 못하고 죽고야 말 운명(運命)이었다. 남쪽에서는 여우가 울고 혹은 까마귀와 올빼미 우는 소리가 들리기도 하였으며, 혹은 어린아이가 흙을 쌓아 모으기도 하고, 또는 벌거벗은 채 마주 서서 서로 머리카락을 잡아당기기도 하였으며, 깨진 병(甁)과 동이[盆] 및 모든 기물들이 보였다.
이런 변괴를 보고 나서 앞으로 나아가 병든 사람을 살펴보니 극심한 괴로움에 빠져 침상 위에 누워 있었다.
이것을 게송으로 말한다.
의원이 병자의 상태를 점쳐보니
놀라고 질겁해 불안에 떨고 있었으니
앉건 서건 침상 위에 누워서건 그러 해
가쁘고 심한 열이 살갗을 태우는 듯했네.
의원은 이와 같은 것을 보고 곧 마음속으로 생각하였다.
‘내가 모든 의학서적들을 처음부터 끝까지 살펴보니 이 사람은 꼭 죽을 모습이다. 얼굴 색은 몹시 두려워하고 눈꺼풀은 씰룩거리며, 몸뚱이는 누렇게 뜨고 입에서는 침이 질질 흘러나오며, 눈은 어둠침침하고 콧구멍에서는 누런 콧물이 흘러내리며, 얼굴빛은 색을 잃었고 소리가 들리지 않으며, 냄새를 맡지 못하고 입술은 갈라지고 혓바닥은 메말라 그 모습이 마치 땅의 색깔처럼 누르스름하며, 온갖 혈맥은 푸른색이고 털과 머리칼은 모두 곤두섰으며, 머리칼을 잡아당기고 코를 막아도 전혀 감각이 없으며, 숨결이 고르지 못해서 혹은 느리기도 하고 혹은 빠르기도 하다.’
이것을 게송으로 말한다.
얼굴 색은 이미 변해버렸고
털과 머리카락은 곤두섰으며
응시하는 눈은 무언가 생각하는 듯하고
혀는 굳어 변괴가 이미 나타났네.
병든 이에게 이런 반응 나타나면
목숨이 얼마 남지 않은 것이니
빠른 열화(熱火)에 포위된 것이
마치 풀과 나무를 태우는 것 같다.
또 다른 의학 서적[經書]에서도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사람이 죽을 무렵이 되면 온갖 괴상한 변화가 일어난다. 설령 목욕을 시켰어도 마치 목욕하지 않은 사람과 같으며, 가령 좋은 향인 목밀향(木櫁香)·전단향(栴檀香)·근향(根香)·화향(花香) 등 이러한 여러 가지 향들을 피워서 그 향내가 아주 좋아도 병자가 그것을 맡게 되면 죽은 사람의 뼈·머리카락·털·손톱·살가죽·지방·골수·똥 따위를 태우는 냄새처럼 느껴지고, 또는 올빼미·독수리·여우·살쾡이·개·쥐·뱀·독사 따위를 태우는 냄새처럼 느껴진다. 또 병자의 음성도 변하여 마치 기왓장이 깨지는 듯한 소리로 말을 하고 목구멍이 꽉 막히며, 그 음성이 혹은 학·기러기·공작·소·말·호랑이·이리·천둥 소리와도 같다.
병자의 성질도 변하여 일정치 못하니, 어떨 때는 단정한 모습을 나타내는가 하면, 혹은 몸이 보드랍기도 하고 혹은 뻣뻣하기도 하는 등 신체가 자주 변하며, 혹은 가볍기도 하고 혹은 무겁기도 하여 몸이 원하는 것을 잃어버린다. 이와 같은 모든 변괴는 틀림없이 목숨을 마칠 조짐이다.”
이상의 현상 중에 몇 가지 것에 직면하면 누구나 오래 살지 못하게 된다.
이것을 게송으로 말한다.
여러 가지의 변괴가 나타나고
온갖 괴로움이 온몸을 핍박하며
마음속으로는 두려움을 품나니
액난(厄難)을 당함이 이와 같네.
사람의 성명(性命) 이처럼 파괴되어
신체의 변괴 한 가지만이 아니니
마치 대나무와 갈대의 열매처럼
저절로 생겼다가 저절로 사라지네.
지금 내가 배우고 들은 대로 헤아려보자면 사람이 죽음에 임박해지면 변괴가 나타나는데, 입으로는 맛을 알지 못하고 귀로는 소리를 듣지 못하며, 힘줄과 맥박이 오그라들고 숨결이 고르지 못하며, 몸이 아파 신음을 토해내고 피와 기운이 미약하며, 몸이 점점 여위고 힘줄이 툭 불거지며, 혹은 몸이 갑자기 살이 찌거나 혈맥(血脈)이 불쑥 일어나며, 양쪽 뺨이 아래로 처지고 머리를 자꾸 떨며, 보는 모습이 가증(可憎)스럽고 거동(擧動)이 느슨하며, 눈동자는 보통 때보다 몹시 검고 눈이 보이지 않으며, 대·소변이 통하지 않고 모든 뼈마디가 풀리고 모든 감관이 안정을 찾지 못하며, 눈과 입 속에는 온통푸른 기운이 맺히고 연달아 숨을 헐떡거리는 등, 모든 변괴가 각기 이와 같이 나타난다.
이것을 게송으로 말한다.
그 병의 괴로움 헤아릴 수 없고
혈맥과 정기가 모두 말라버리니
나무 뿌리에 물을 부어 주듯이
마땅히 가엾게 여겨 구원[拔栽]5)하소서.
그 때에 의원은 마음속으로 이렇게 생각하였다.
‘이와 같은 병이 들었으니 틀림없이 죽을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옛날에 의학 서적을 지어낸 훌륭한 의원들이 있었는데 그들의 이름은 어피제공(於彼除恐)·장이회장(長耳灰掌)·양언장육(養言長育)·급교다염(急敎多髥)·천우장개(天友長蓋)·대수퇴전(大首退轉)·초췌태백(憔悴太白)·최존노면(最尊路面)·조우기백(調牛岐伯)·의회편작(醫徊扁鵲) 등이다. 이들은 모두 다 몸의 병을 다스린 사람들이다.
이것을 게송으로 말한다.
이상 거론한 이들은
법을 존중하는 범지(梵志) 선인들로서
바르게 구제하여 결과가 있었으며
또한 국왕(國王)의 의원이었네.
이들은 주로 삶과 죽음을 다루었는데
해박한 지식으로 능히 횡액을 구제하였고
중생을 가엾이 여겨 의서로써 목숨 구제하길
범천(梵天)이 만든 법처럼 하였네.
또한 의원이 있었는데 그들은 주로 귀와 눈을 치료했다. 그들의 이름은 안현동요(眼眴動搖)·화투영명(和鬪鈴鳴)·월지영자(月氏英子)·협장선각(篋藏善覺)·조우목금독효(調牛目金禿梟)·역씨뇌명(力氏雷鳴) 등이다. 이들 의원들은 주로 귀와 눈을 치료하였다.
이것을 게송으로 말한다.
안현(眼眴) 등 의원들은
약을 명확하고 확실하게 조합하여
병에 걸려 잘못된 곳 없애기를
햇볕이 온갖 어둠 없애듯 하였네.
또 종창(腫瘡)에 능한 의원이 있어 모든 종창을 잘 치료하였는데, 그들의 이름은 법재치제(法財稚弟)·단정사약(端政辭約)·황금언담(黃金言談) 등이다. 이들 의원들은 모두 종창을 잘 치료하였다.
이것을 게송으로 말한다.
위의 의원들은 종창에 능한 이들로
온갖 종창 잘 치료하여
많은 질병의 액난 없애기를
저 평지를 걸어가는 것처럼 하였네.
법재(法財)들이 세간에 출현한 까닭은
의학 서적을 만들어
올바르게 종창의 질병을 치료해
중생들의 환난(患難)을 없애주기 위해서라네.
또 어린아이들의 질병을 잘 치료하는 의원이 있었는데, 그들의 이름은 존가섭(尊迦葉)·기역(耆域)6)·봉만속질(奉慢速疾) 등이다. 이들은 모두 어린아이의 질병을 잘 다스렸다.
이것을 게송으로 말한다.
비유하면 어떤 창두(蒼頭)와 같아
제 할 일을 버리고 교만을 없앴네.
그러므로 세속에 태어나
상처입은 이 가엾어 아이들의 병을 치료했네.
이 존가섭(尊迦葉) 등의 의원은
바른 법으로 인(仁)을 행하며
어린아이를 가엾게 여긴 까닭에
곧 의학 서적을 만든 것이네.
또 귀신들린 병을 잘 다스리는 의원이 있었는데, 그들의 이름은 대화(戴華)와 불사화(不死火) 등이다. 이들은 귀신이 사람에게 붙어 괴롭게 하는 것을 잘 물리친 의원들이었다.
이것을 게송으로 말한다.
모든 별자리 바뀌어 돌 듯이
인생도 또한 그러하건만
주로 두려운 것만 있어
위험과 해로움이 많이 있다네.
이 의학서적을 만든 것은
죄다 그 환란에서 풀려나게 하기 위함이니
마치 부처님께서 바른 법으로
어리석음 없애 밝음을 보게 하신 것 같네.
가령 이상에서 거론한 모든 의원들과 환사[幻蠱道], 그리고 무당들을 다 불러모은다 할지라도 그러한 병은 고칠 수 없으며, 결국엔 죽고 말 것이다.
이것을 게송으로 말한다.
죄를 짓고 근심거리 만들어
애쓰고 고달파하며 온갖 고뇌 품다가
병에 걸려 그 마음 산란하며
더러움 많은 목숨 날로 재촉 받건만
병마에 빠진 신세 되어서
죽을 증세 나타나서야 두려워하나니
천제(天帝)와 모든 신(神)들도
구원치 못하는데 나인들 어찌하리.
의원은 마음속으로 생각하고 중얼거렸다.
‘목숨이 아직 붙어 있구나. 명이 끊어지기 전에 얼른 피해가야 하겠다.’
그렇게 생각하고는 곧 여러 사람들에게 말하였다.
“지금 이 병자가 혹 밥과 맛있는 음식을 달라고 하거든 환자가 달라는 대로 다 주고 그의 뜻을 거슬리지 마시오. 나는 급한 일이 생겨 지금 떠났다가 그 일을 마치고 꼭 다시 돌아올 것입니다.”
일부러 그렇게 말하고는 곧 물러가 버렸다.
이것을 게송으로 말한다.
목숨이 끊어지려고 할 무렵
얻은 병이 너무도 위중한데
번뇌와 더불어 함께 어울려
죄가 이르러도 스스로 알지 못하네.
괴변이 저절로 일어나고
한명(限命)에 이르러 음열(陰熱)이 심하니
설사 저 집금강(執金剛)이라 할지라도
그 목숨을 건지지는 못하리.
이 때 병자 집안의 크고 작은 남녀 가족들은 의원의 말을 듣고, 곧 탕약과 모든 주술(呪術) 따위를 다 던져버리고 집안 권속들과 친척, 그리고 이웃들과 친한 벗들이 모두 모여 병자를 둘러쌓고 슬피 울면서 병세가 위독함을 바라보며 생각하였다.
‘비유하면 마치 도축업자들이 돼지를 붙들어 끌고 들어가서 잡으려고 할 때에 다른 돼지들도 다 놀라고 무서워서 벌벌 떨면서 귀를 세우고 죽어 가는 돼지의 소리를 듣고는 당황하고 놀란 모습으로 바라보는 것과 같구나.
또 비유하면 마치 사나운 호랑이 떼가 소를 후려쳐 잡을 적에 다른 소들이 그 모습을 보고 놀라 달아나 혹은 산 속 바위틈에 들어가기도 하고, 혹은 깊은 골짜기에 숨기도 하며, 또는 숲 속에 들어가 놀라 날뛰면서 소리를 지르기도 하는 것과 같구나.
비유하면 또 고기 잡는 사람이 그물로 물고기를 잡으면 다른 물고기들이 그 사실을 보고 놀라 흩어져 돌 틈이나 물풀 밑에 숨는 것과도 같고, 또한 보라매가 새 떼에 달려들어 후려쳐 잡을 적에 다른 새들이 그것을 보고 각기 흩어져 날아가는 것처럼, 사람도 그와 같이 덧없어 한명[對]에 다다르면 그 몸이 무너져 흩어지는구나.’
이렇게 생각한 온 집안 권속들과 친족들은 틀림없이 서로 이별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슬프게 울고 있었다.
이와 같이 목숨이 끊어지려고 할 즈음에 임하여 염왕(閻王 : 閻羅大王)의 사자(使者)가 저절로 이르렀고, 그 사자가 와서 쇠사슬로 얽어매고 화살로 쏘아 생사선(生死船)에 끌어다가 태워 가지고 떠나려고 하자, 온 집안 권속들과 친족들은 빙 둘러싸고 머리 풀어 헤치고 슬피 통곡하면서 먼지를 얼굴에 뒤집어쓰고, 애달프게 울며 탄식하면서 눈물이 얼굴에 뒤범벅이 된 채 모두들 말하였다.
“애통하구나. 어찌하여 서로들 이별해야 한단 말인가?”
이렇게 그들은 가슴을 치면서 답답해하면서 병든 사람의 생전의 여러 가지 덕행을 칭송하면서 마음속으로 오열하는 등 고뇌하였다.
이것을 게송으로 말한다.
그 사람 질병에 시달려서
몸은 차갑고 온기가 사라지자
온 집안 사람들 죄다 모여서
소리 높여 슬프게 우네.
지은 업은 또한 괴로움과 즐거움뿐
꿀벌이 꽃의 맛을 채취하듯 하다가
마음은 마침내 근심과 슬픔을 받고
온 집안 친족들까지 고뇌하게 하네.
사람의 질병은 이와 같아서 몸 속에 도풍(刀風)이 일어나 병자로 하여금 골절이 풀리게 한다. 또 과(科)라는 바람[風]이 일어나 모든 지절을 끊어지게 하고, 진(震)이라는 바람이 일어나 힘줄과 맥을 느슨하게 하며, 파골(破骨)이라는 바람이 일어나 병자의 골수를 녹게 하고, 감(感)이라는 바람이 일어나 사람의 얼굴빛을 변하게 하며, 또 눈·귀·코·입·목구멍을 모두 푸르게 한다.
이러한 바람이 모든 구멍을 드나들면서 그 몸을 끊어버리고 무너뜨리며 깎아버린다.
또 하나의 바람이 있으니, 그 이름은 지협(止脇)이다. 그 바람은 몸 속과 무릎·어깨·옆구리·등·척추·배·배꼽·대장·소장·간장·허파·염통·지라와 그 밖에 여러 장부(臟腑)들을 모두 끊어지게 하며, 또 선(旋)이라는 바람이 일어나 지방·피·대변·소변과 생장(生臟)·숙장(熟臟)의 먹은 음식을 소통하지 못하게 하고 한기(寒氣)와 열기(熱氣)를 죄다 마르게 한다.
또 절간(節間)이라는 바람이 일어나 모든 지절(支節)을 오그라지게 하기도 하고, 혹은 펴지게 하기도 하며, 손과 발을 들어 허공을 잡으려고도 하고, 일어났다 앉았다 하면서 번민하며 답답해하기도 하며, 어떤 때는 시시덕거리며 웃기도 한다.
또한 크게 탄식하기도 하는데 그 소리가 너무도 애처로우며, 뼈마디마다 끊어지고 힘줄과 맥박이 늘어지며 골수와 뇌가 녹아 내리며, 눈은 색깔을 보지 못하고 귀는 소리를 듣지 못하며, 코는 냄새를 맡지 못하고 입은 맛을 느끼지 못하며, 몸은 차갑고 기운은 끊어져 더 이상 의식이 없다. 그러나 아직 가슴 밑은 그래도 따뜻한 기운이 남아있어 혼신(魂神)이 부지하고 있지만, 뻣뻣하기가 마치 나무토막과 같아 조금도 움직일 수가 없다.
이것을 게송으로 말한다.
저 도풍이라는 바람이 일어날 땐
몸이 흔들려서 많이 불안해지고
온갖 인연이 모두 다 이르건만
그 모든 걸 스스로 깨닫지 못하네.
몸이 갖가지 괴로움 당하여
목숨이 곧 다하게 되나니
마치 활줄이 늘어지고 끊어져
쓰지 못하게 되는 것과 같네.
그 때에 그 사람[其人 : 병이 든 사람]은 마음이 초조한 채 소유하고 있던 4대(大)가 모두 쇠락(衰落)하고 미약한 목숨이 비록 붙어 있기는 하나 마치 꺼지려고 하는 등불과 같다.
그러나 이 사람의 마음속에는 신근(身根)과 의근(意根)이 있으므로 그가 살아오는 동안에 지었던 선과 악으로 인한 재앙과 복, 그리고 길함과 흉함을 마음속으로 기억하여 금생(今生)과 후생(後生)에 꼭 해야 할 것들을 마음으로는 모두 저절로 알게 된다.
그러므로 선을 받들어 행한 이는 얼굴빛이 화열(和悅)하고 악을 행한 이는 얼굴빛이 화열하지 못하다. 그 사람의 마음이 기쁘고 얼굴빛이 좋으면 틀림없이 좋은 세계로 돌아가고, 얼굴빛이 나쁘고 마음으로 기억하고 있는 것이 선(善)하지 못하면 곧 나쁜 세계로 나아가는 줄을 알게 된다.
가령 어떤 늙은 사람이 깨끗한 거울에 비추어보면 스스로 자신의 머리카락은 하얗고 얼굴은 주름지고, 이[齒]가 빠지고 상처 난 흔적과 때묻고 더러운 것과 가죽이 늘어지고 척추가 굽은 것과 나이 많아 허탈한 모습이 모두 보일 것이다.
이 같은 것을 보고는 도리어 스스로 부끄럽게 여겨 눈을 감은 채 거울을 치우면서 ‘나는 이미 젊음은 가버리고 쇠하고 늙음이 이르러 마음에 시름과 근심만 생기며, 이미 편안함은 없어지고 아주 곤궁한 지경에 이르게 되었구나’ 라고 할 것이다.
본래 악을 행한 이는 목숨이 다할 때에 이르러 흉악한 변괴를 보고는, 근심하고 슬퍼하며 두려워하고 무서워하면서 ‘나는 틀림없이 나쁜 세계로 돌아가게 될 것임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하면서 혼자 깊이 뉘우치고 꾸짖기를 마치 늙은 사람이 거울에 비추어 보고는 자신이 노쇠한 지경에 이르렀음을 아는 경우와 같다.
이것을 게송으로 말한다.
금전과 보물을 모으는데
재주 있고 졸렬함이 똑같지 않지만
가령 악을 행한 사람은
누구나 깊은 못에 빠지게 되리.
죽었다가 비록 다시 태어나더라도
돌이켜 보면 의지할 데 없는 것이
마치 물에 표류하는 것과 같나니
죽음에 이르는 것도 이와 같네.
착한 일을 행하는 것이 세 가지가 있다.
몸과 입과 뜻을 거두어 단속하여 깨끗하게 많은 덕을 닦고 법을 재물[財]로 삼는 것이니, 목숨이 다할 때에 이르러서는 마음속으로 기쁨을 품고 좋아서 펄펄 뛰면서 ‘나는 정녕코 하늘에 오르게 될 것이다’ 한다.
이를 비유하면 장사하는 이가 생계를 위해 멀리 장사를 떠나 험난한 길을 겪으면서 많은 이익을 얻어 가지고 집에 돌아옴에 기쁜 마음이 한량없는 경우와 같다.
또 비유하면 농사를 짓는 이가 밭 갈 때를 놓치지 않고 비바람이 절기를 맞추어 5곡(穀)을 많이 거두어 그릇마다 가득히 담아놓으면 마음이 매우 흡족한 경우와 같다.
또 비유하면 위중하던 병이 낫고 남의 빚[債]을 다 갚고는 마음이 기뻐 펄쩍펄쩍 뛰는 것과 같다.
또한 꿀벌이 꽃가루를 채취하여 꿀을 만드는 것처럼 덕을 쌓는 것도 또한 그러하여 마음속으로 크게 기뻐하면서 ‘나는 분명 하늘에 오를 것이다’ 한다.
이것을 게송으로 말한다.
저 배움이 있는 올바른 사람은
쌓고 쌓은 진실한 법 행하여
온갖 근심을 잘 넘기고
스스로 밝은 도를 이룩했나니
비유하면 한가하게 살고 있는 이가
높은 산 위에서 그 아래를 굽어보듯
저 사람도 목숨이 다하려 할 때에
좋은 길 보이는 것도 이러하다네.
그 때 그 사람이 목숨이 이미 다하고 나면 몸과 의식이 사라지고, 곧 중지(中止)7)를 받게 된다.
이를 비유하면 저울에 달아 그 가볍고 무거움을 따라 혹은 올라가기도 하고 혹은 내려가기도 하는 것처럼 선(善)과 악(惡)도 그와 같다.
정신이 사람의 몸을 떠나면 중지에 머물러 있게 되는데 5음(陰)이 다 원만하게 갖추어져 결함이나 부족한 점이 없다. 죽을 때에는 5음이 중지에 이르는 것은 아닐지라도 중지에서의 5음 또한 그 근본을 떠나 있는 것은 아니다.
이를 비유하면 인장(印章)을 가지고 인주[印泥]에 도장을 찍을 경우 그 인장은 인주에 밀착되어 있는 것도 아니지만 그것과 떨어져 있는 것도 아닌 경우와 같다.
비유하면 5곡을 심으면 싹에서 줄기가 나오고 열매가 맺는데 줄기나 열매가 본래 종자는 아니지만 또한 그 근본을 떠나지 않는 것과 같다. 이와 같이 사람이 죽으면 정신과 혼백(魂魄)이 5음과 같은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서 또한 그 근본을 떠나 있는 것은 아니다.
본래 심은 것을 따라 각기 과보(果報)를 얻나니, 덕을 쌓은 이는 선(善)한 중지에 머물고 악을 행한 이는 죄(罪)의 중지에 있게 되는데, 오직 도의 안목이 있어야 이것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중지에 머무는 데에는 세 가지 식(食)8)이 있나니, 첫째는 촉연(觸軟 : 觸食)이요, 둘째는 심식(心食 : 思食)이며, 셋째는 의식(意識 : 識食)이다.
중지에 머무는 자는 혹 적게는 1일에서부터 최고 7일 동안 머물러 있다가 부모들이 교합하는 데 이르나니, 그 본래 행한 것을 따라 세 갈래 길[三途]9)이나 인간 세계 또는 하늘로 나아가게 된다.
악을 많이 행한 이는 중지에 머물 때 큰 불이 일어나서 그 몸을 둘러싸는 것이 마치 들불[野火]이 풀과 나무를 태우는 것처럼 먼지가 자욱하게 일어나는 것이 보이며 까마귀·보라매·독수리와 흉악한 사람들이 손톱과 발톱이 모두 길고 얼굴과 눈은 추하고 더러우며, 의복은 너덜너덜 떨어졌고 머리 위에서는 불이 타오르는 채로 각자 무기나 막대기를 들고 때리기도 하며, 창으로 찌르고 칼로 쪼개는 것이 보여 마음에 공포를 품고 행여나 구원을 얻을까 하여 멀리 잔뜩 우거진 숲을 바라보다가 그곳으로 달려간다.
그 때 곧 중지에서의 5음을 잃고 도산검수(刀山劍樹 : 바늘산) 같은 니리(泥犁 : 地獄) 속으로 들어가게 되나니, 지옥에 떨어질 사람은 이와 같은 것이 보인다.
이것을 게송으로 말한다.
미혹하기는 취한 코끼리와 같아
거룩한 법교(法敎)를 어기고
더럽고 혼탁함은 흙탕물과 같아
어지러운 마음이 이러하다네.
항상 바른 도를 버리고
방심하여 삿된 길로 드나니
이런 사람은 많은 괴로움을 만나
목숨 마치면 지옥에 떨어지리.
악을 적게 행한 사람은 불이나 자욱한 연기와 먼지가 그 몸을 가득 둘러싸는 모습이 보이며, 또한 사자·호랑이·이리·뱀·독사·코끼리 떼에 쫓기는 현상이 보이며, 또는 옛 개천·깊은 물·무너지는 산·큰 시내를 보고는 마음에 두려움을 품고 그 가운데로 뛰어 들게 된다.
그 때 바로 중지에서의 5음을 잃고 축생(畜生)의 세계에 떨어지나니, 이런 변괴가 보이는 이는 짐승의 몸을 받을 줄 알게 된다.
이것을 게송으로 말한다.
어리석음을 익히고 지혜·방편을 버린 이는
혹은 취하여 저승길에 떨어지며
악한 입 놀려 항상 추악한 말만 하고
사람 때리기를 좋아하거나
또한 죄와 재앙을 범하고
착하지 못한 일 하기를 좋아하네.
이와 같이 자행(慈行)이 없는 사람은
짐승 가운데 태어나게 되리.
만일 죄가 미미한 사람은 사방에서 두루 뜨거운 바람이 일어나 신체를 푹푹 찌며, 저절로 배가 고프고 목말라 하는데 멀리서 사람들이 모두 칼·몽둥이·창·활·화살 따위를 잡고 와서 그를 빙 둘러싸는 현상이 보이고, 큰 성(城)을 바라보다가 그곳으로 들어가고 싶은 마음을 먹게 된다.
마침 이런 마음을 일으키면 곧 중지에서 받았던 5음을 잃어버리고, 아귀[薜荔] 세계에 태어나나니, 이와 같은 변괴가 보이는 사람은 마땅히 아귀(餓鬼)의 세계에 떨어질 줄 알게 된다.
이것을 게송으로 말한다.
강하고 야비하며 남을 모함하기 좋아하며
계율을 멀리하고 법을 따르지 않으며
금법(禁法)을 범하고 더럽고 혼탁한 일을 하며
음식을 탐하여 혼자 먹으려고 하면
농혈(膿血)이 흥건한 곳에 떨어져
배고픔과 번뇌가 극심하나니
마땅히 이러한 사람들은
아귀세계에 들어가는 줄 알아야 한다.
착한 덕을 깨끗하게 닦은 이는 사방에서 서늘한 바람이 불어오는데 그 바람이 매우 향기로우며, 여러 종류의 향기가 그의 몸 위에 쏟아지고 모든 기악(伎樂) 소리가 서로 화합하여 울려 퍼지는데 원관(園觀)을 바라보다가 수목(樹木)과 꽃과 열매 따위가 아주 무성한 것이 보이면, 그곳으로 가고싶다는 마음을 먹게 된다. 그러면 그 때 곧 중지에서의 5음을 잃고 그의 정신이 저절로 도리천(忉利天)에 오르게 된다.
이것을 게송으로 말한다.
법을 익히고 거룩한 도에 귀의하여
복업(福業)을 심으면 하늘에 태어나서
기악이 울리매 스스로 즐거워하고
모든 꽃나무 속에서 노닌다.
아름답고 고운 옥녀(玉女)들은
단정하고 안색도 조용하여
언제나 보아도 마음이 즐거우며
큰 산 꼭대기에 거처하리라.
행동이 순박하게 한결같지 못하여 혹 착하기도 하고, 혹 악하기도 한 사람은 마땅히 인간세계[人道]에 떨어지리니, 부모들이 교합하면 정신이 그 때를 놓치지 않고 곧 와서 자식으로 태어나게 되는데 부모의 덕상(德想)이 함께 동시에 동등해지면 그 어미의 태(胎)가 소통함에 구속이나 걸림이 없고 마음에 기쁨을 품고 좋아서 뛰고 삿된 생각이 없으며, 곧 부드러워져 서글퍼함이 없으며, 질병이 없어서 충분히 자식을 밸 능력이 있으며, 거들먹거리거나 또한 어긋난 행동이 없고 바른 법을 따르고 혼탁하고 더러운 것을 받아들이지 않아 곧 일체의 흠이 있거나 더러운 먼지를 버린다.
아비의 정(精)은 맑지도 않고 또한 흐리지도 않아 적당하며, 거세지도 않고 또한 부패하지도 않으며, 빨갛거나 까맣지도 않고 또는 풍한(風寒)과 온갖 독기가 섞여 있지도 않아 소변과는 아주 판이하다.
그러면 마땅히 와서 태어날 이의 영혼이 곧 다가와서 마음속으로 생각하며 말하기를 ‘가령 이 남자가 여자와 더불어 어울리지 않는다면, 내가 그녀와 더불어 통하여 저 남자의 노여운 마음을 일으키게 하고 싶다. 저 남자를 분노하게 하고 나서, 공경하는 마음을 품어 여자에 대하여 생각한다면 노여움과 기쁨이 한꺼번에 생기게 될 것이다’ 하면서 곧 남자를 배제하고 여인에게 향하려고 할 무렵 아버지의 정액이 떨어지면 그 영혼은 기뻐하며 ‘이것은 바로 나를 허락한 것이다’ 하고 말하게 될 것이다.
그러면 그 때 바로 중지에서의 5음을 잃고 포태(胞胎)에 들어가 부모들의 정기와 합해지게 된다. 이미 포태 속에 있게 되면 갑절이나 더 즐거워 펄펄 뛰는데, 이것은 중지에서의 5음은 아니지만 또한 그것과 떨어져 있는 것도 아니다.
포태 속에 들어가는 이것을 곧 색음(色陰)이라 하고, 기뻐하는 때를 통락음(痛樂陰 : 受陰)이라 하며, 정(精 : 父母의 交合)에 대한 생각이 있을 때를 곧 상음(想陰)이라 하고, 본래의 죄와 복의 인연으로 인하여 포태에 들어가는 것을 곧 행음(行陰)이라 하며, 영혼이 포태를 의지하여 거기에 머물러 있는 것을 곧 마땅히 식음(識陰)이라 하나니 이렇게 화합하는 것을 5음(陰)이라고 한다.
태 속에 들어있을 때에 두 가지 근(根 : 감관)을 얻나니, 곧 의근(意根)과 신근(身根)이다.
7일 동안은 그 속에 머물면서 늘어나거나 줄어들지 않다가 14[二七]일째에 이르면 그 태가 점차 변해서 멀건 타락[酪]처럼 되며, 21[三七]일째에 이르면 생 타락[生酪]처럼 되고, 28[四七]일째에 이르면 정기가 엉겨서 익은 타락[熟酪]처럼 되며, 35[五七]일째에 이르면 태와 정기가 드디어 변하여 마치 생소(生酥)처럼 되어 있다가 42[六七]일째에 이르면 변하여 굳은 살[息肉]처럼 되며, 49[七七]일째에 이르면 더욱 발전해서 한 조각의 살덩어리[段肉]처럼 되고, 또 56[八七]일째에 이르면 그 단단하기가 마치 질그릇[坏]처럼 되고, 63[九七]일째에 이르면 또 변하여 다섯 개의 포(皰)가 생기나니, 즉 두 팔꿈치와 두 허벅다리와 목 부위가 생기는데 안에서부터 생겨나온다.
70[十七]일째에 이르면 또다시 다섯 개의 포가 생기나니, 즉 두 팔목과 두 발목과 머리가 생기는 것이고, 77[十一七]일째에 이르면 계속 스물네 개의 포가 생기나니, 즉 손가락·발가락·눈·귀·코·입으로서 이것은 안에서부터 생겨나오며, 84[十二七]일째에 이르면 위의 모든 포의 모양이 점점 더 성숙해지고, 91[十三七]일째에 이르면 배[腹]의 모양이 나타나며, 98[十四七]일째에 이르면 간·허파·염통·지라·콩팥 등이 생기고, 105[十五七]일째에 이르면 대장(大膓)이 생기며, 112[十六七]일째에 이르면 소장(小膓)이 생기고, 119[十七七]일째에 이르면 위()가 생기며, 126[十八七]일째에 이르면 생장(生臟)과 숙장(熟臟) 이 두 가지가 생기고, 133[十九七]일째에 이르면 넓적다리·발꿈치·창자·갈비뼈·손바닥·발등·팔·마디·힘줄 등이 생기며, 140[二十七]일째에 이르면 음부[陰]· 배꼽·젖·턱·목 등의 모양이 생긴다.
147[二十一七]일째에 이르면 몸뚱이 뼈가 각기 나누어져서 그 응하는 바를 따르게 되나니, 두 뼈는 머리에 붙고 서른두 개의 뼈는 입에 붙고, 일곱 뼈는 목에 붙고 두 개의 뼈는 넓적다리에 붙으며, 두 개의 뼈는 팔꿈치에 붙고, 네 개의 뼈는 팔뚝에 붙으며, 열두 개의 뼈는 가슴에 붙고, 열여덟 개의 뼈는 등에 붙으며, 두 개의 뼈는 볼기[臗]에 붙고, 네 개의 뼈는 무릎[脥]에 붙으며, 마흔 개의 뼈는 발에 붙고, 미세한 뼈 108개는 몸뚱이 살과 합쳐지며, 열여덟 개의 뼈는 양쪽 갈비에 붙고, 두 개의 뼈는 어깨에 붙는다.
이와 같이 몸에 있는 뼈 300개가 서로 연결되어 있는데 그 뼈가 유연(柔軟)하여 금방 달린 조롱박과 같은 모양이다가 154[二十二七]일째에 이르면 그 뼈가 점차 단단해져서 마치 익지 않은 조롱박과 같아지고, 161[二十三七]일째에 이르면 그 뼈가 더욱 더 단단해져서 마치 호도(胡桃)와 같이 된다. 이 300개의 뼈가 각기 서로 연결되어 발 뼈는 발에 붙고 무릎 뼈는 무릎에 붙으며, 복사뼈는 복사뼈에 붙고 넓적다리뼈는 넓적다리에 붙으며, 볼기뼈는 볼기에 붙고 척추 뼈는 척추에 붙으며, 가슴뼈는 가슴에 붙고 갈비뼈는 갈비에 붙으며, 입술 뼈는 입술에 붙고, 목·턱·팔뚝·손·발의 모든 뼈가 모습이 바뀌어져 연결 된다.
이와 같이 합쳐진 뼈는 마치 환화(幻化)와도 같고 또는 조합해서 만든 수레와도 같나니, 뼈는 담장[垣墻]이 되고 힘줄은 흐르는 피를 묶었으며, 살갗과 살로 몸 속을 바르고 얇은 피부로 그것을 감싸고 있다.
본래의 죄와 복으로 인하여 과보를 얻어 이런 것을 이룩하는 것인데 생각이 없이 그 마음의 근원에 의지하고 바람을 따라 끌려서 거동(擧動)하게 된다.
이것을 게송으로 말한다.
저 다섯 개의 뼈가 모이고 합쳐
마음을 따라 가볍게 멋대로 움직이고
몸에 붙어 있어 서로 버티는 것이
마치 몸을 당겨 기어가는 뱀과 같네.
전생에 지었던 행인
선과 악이 일어나는 법은
비유하면 마치 사람이 다니는 길이
혹 평평하기도 하고 가시덤불도 있는 것과 같다.
168[二十四七]일째에 이르면 700개의 힘줄이 생겨 그 몸뚱이를 얽어매고, 175[二十五七]일째에 이르면 7천 개의 맥박이 생기는데 아직은 완전하게 성숙되지 못한 상태이며, 182[二十六七]일째에 이르면 모든 맥박이 다 빠짐없이 원만하게 갖추어지고 성숙해져서 마치 연 뿌리의 구멍[蓮華根孔]과 같아지며, 189[二十七七]일째에 이르면 363개의 힘줄이 모두 이루어지며, 196[二十八七]일째에 이르면 처음으로 살이 생기고, 203[二十九七]일째에 이르면 살이 점점 두터워진다.
210[三十七]일째에 이르면 겨우 피부 모양이 생기고, 217[三十一七]일째에 이르면 피부가 점점 변해서 두껍고 단단해지며, 224[三十二七]일째에 이르면 피부가 변해서 완전하게 이루어지고, 231[三十三七]일째에 이르면 귀·코·입술·손가락·발가락과 무릎의 마디가 모두 이루어지며, 238[三十四七]일째에 이르면 99만 개의 털구멍이 생기긴 해도 털구멍이 아직은 완전한 상태는 아니고, 245[三十五七]일째에 이르면 털구멍이 완전하게 갖추어지며, 252[三十六七]일째에 이르면 손톱과 발톱이 이루어진다.
259[三十七七]일째에 이르면 어머니의 뱃속에서 여러 가지 바람이 일어나나니, 바람이 일어나 아이의 귀·눈·코·입을 트이게 하기도 하고, 혹은 바람이 일어나 그 털과 머리카락을 물들게 하기도 하는데, 혹은 단정하게 하기도 하고 혹은 추하게 하기도 한다. 또 바람이 일어나 신체와 얼굴의 색을 형성하는데, 혹은 하얗게 하기도 하고 혹은 빨갛게 하기도 하고 까맣게 하기도 하며, 예쁘게 하기도 하고 혹은 밉게 하기도 하니, 이 모두는 전생에 지은 행으로 말미암은 것이다. 이 7일 동안에 풍(風)·한(寒)·열(熱)이 생기고 대변과 소변을 통하게 한다.
이것을 게송으로 말한다.
이 몸은 그 내부가 힘줄로 얽혀지고
모든 혈맥으로 된 것으로서
부정한 부패물만 담겨 있나니
물로 새어나가는 모든 구멍을 씻어라.
허망하게 덮여 마음에 부림을 당하고
교활함과 거짓이 합쳐 이루어지니
기계로 움직이는 나무 인형처럼
구하려 하는 것 얻기가 매우 어렵네.
266[三十八七]일째에는 어머니 뱃속에 있으면서 본래 지었던 행을 따라 저절로 바람이 일어나나니, 전생에 착한 일을 행한 사람은 곧 향기로운 바람이 일어나 몸과 뜻에 맞고 유연(柔軟)하여 티가 없게 하며, 그 골절에 불어넣어 단정하게 하므로 사랑하고 공경하지 않는 이가 없게 된다.
전생에 악한 일을 행한 사람은 냄새나는 바람이 일어나 몸이 편안치 못하고 마음과 뜻에도 맞지 않으며, 그 바람이 골절에 불어 등이 구부러지게 하고 단정하지 못하게 하며, 또한 못생긴 남자가 되게 하므로 사람들이 좋아하지 않게 된다.
이 266[三十九七]일은 4일이 모자라는 아홉 달째인데, 그 4일 동안에 아이의 신체와 골절이 자라나서 곧 완전한 사람이 된다.
이것을 게송으로 말한다.
사람 몸이 아홉 달을 거치는 동안
곧 모든 신체와 혈맥을 갖추고
골절이 모두 완성되며
원만하게 갖추어 결함이 없다.
뱃속에서 점차 저절로 갖추어져
차츰차츰 커지고 자라나서
기한이 되자 모두 완전하게 되는 것이
마치 달이 점점 보름달이 되가는 것과 같네.
그 어린아이의 신체는 두 부분으로 되어 있다. 한 부분은 아버지로부터 받은 것이고, 한 부분은 어머니로부터 받은 것이다.
신체에 난 모든 머리카락·털·뺨·눈·혀·목구멍·염통·간·지라·콩팥·창자·피 같은 연한 것은 어머니로부터 받은 것이고, 손톱·발톱·이[齒]·뼈·마디·골수[髓]·뇌(腦)·힘줄·맥박 같은 단단한 것은 아버지로부터 받은 것이다.
이것을 게송으로 말한다.
사람의 신체 서로 연계(連繼)됨이
모두 부모로부터 받아서 생겨났고
여러 가지의 골절 또한
인연이 변화하여 된 것이네.
이렇듯 의지하여 얼굴빛을 이루었다가도
모두 마땅히 노쇠하여 없어지고 마나니
여러 가지 재료를 합해 수레를 만들듯이
몸뚱이를 헤아려 보면 그 또한 그러하다.
화살 만드는 데는 두 가지가 있어야 하듯
몸을 이루는 것도 그와 같다.
부모로부터 그리고 과보를 인하여
그런 뒤에야 비로소 생겨나게 된다.
그 어린아이가 어머니의 뱃속에 있을 때에는 생장 아래와 숙장 위, 그 사이에 자리하고 있는데 사내 아이는 등을 밖으로 하고 얼굴은 안으로 향한 채 왼쪽 옆구리에 있고, 계집아이는 등을 어미에게 대고 얼굴은 밖으로 향한 채 오른쪽 옆구리에 있다.
냄새나는 곳에서 깨끗하지 못한 오로(汙露)를 고통스러워하면서 모든 골절을 구부린 채 펴지도 못하며, 가죽 주머니 속에 버려져 있고 창자 그물에 얽매이고 싸여 있다. 피투성이가 되고 더러운 것들이 묻은 채로 거처하고 있는데 너무나 좁아서 꼼짝도 하지 못하고 똥과 오줌 따위의 더러움에 밀착되어 있는 모습이 이와 같다.
아홉 달째 4일이 모자라는 그 동안에는 전생에 착한 일을 행한 사람은 첫 날과 다음 날에 마음을 내어 속으로 생각하기를 ‘나는 원관(園觀)에도 있었고 또한 천상(天上)에도 있었다’ 하는데, 악한 일을 행한 사람은 ‘나는 니리(泥犁 : 地獄)세계의 지옥에 있었다’ 하면서, 사흘이 지나는 동안 시름하면서 좋아하지 않다가 4일째에 이르면 어미의 뱃속에서 바람이 일어나, 혹은 위로 불기도 하고 혹은 아래로 불기도 하면서 그 아이의 몸을 굴려 머리를 거꾸로 하게 하여 산문(産門)으로 향하게 한다.
이 때 덕행이 있는 사람은 속으로 생각하기를 ‘나는 못에 몸을 던져 목욕하며 물 속에서 놀다가 높은 평상 꽃향기가 있는 곳으로 떨어진다’ 하는데, 복이 없는 사람은 스스로 생각을 내어 말하기를 ‘나는 산으로부터 떨어져 숲 속이나 언덕, 또는 깊은 구렁이나 더러운 곳에 떨어지거나 혹은 지옥 그물 속이나 가시덤불이나 넓은 들판이나 돌 틈이나 창과 칼 위에 떨어진다’고 하면서 시름하고 근심에 싸여 즐거워하지 않나니, 선과 악의 과보가 이와 같이 서로 같지 않다.
이것을 게송으로 말한다.
만일 타오르는 불 속에 뛰어들면
자욱한 연기가 몰려들어 둘러싸는 것처럼
방일하게 산 과보로 이루어진 것은
그 몸이 끓는 물 속에 있는 것 같네.
괴로움과 즐거움이 말미암는 바는
모두 죄와 복으로 인해 이루어지나니
여러 생(生) 동안 지었던 그대로
몸을 받는 것이 각각 이와 같네.
그 어린아이의 몸이 이미 산문(産門)에 당도했을 때나 또는 땅에 떨어졌을 때, 바깥에서 바람이 불어오고 여인이 손을 대어 따뜻한 물로 어린아이를 씻으면, 독한 기운이 핍박하여 그 고통이 마치 종창(腫瘡)을 앓는 것과 같다. 이와 같은 괴로운 고뇌(苦惱) 때문에 혹 죽는 게 아닌가 하고 두려움에 잠겨 문득 어리석음과 의혹이 생긴다.
그런 까닭에 혼미하고 심란해져서 본래 어떤 곳으로 따라 와서 어느 곳으로 가는지를 알지 못하게 된다.
마침 태어나 땅에 떨어져 피투성이가 되어 냄새나는 곳에 있을 때에는 귀신과 도깨비[鬼魅]가 와서 둘러싸 나쁘고 삿된 곳에 떨어지고, 비시(飛屍)에 접촉되며, 고도(蠱道)와 전귀(癲鬼)가 저마다 엿보다가 범하는 것이 마치 네 거리 길에 떨어져 있는 한 조각 고기 덩어리에 까마귀·솔개·보라매·이리 떼 따위가 각각 몰려와서 다투는 것과 같나니, 모든 요사스런 귀신과 도깨비가 아이에 대하여 틈을 엿보려고 빙 둘러 있는 모습도 또한 이와 같다.
전생에 선을 행한 이는 간사한 무리가 틈을 타지 못하지만, 혹 전생에 악을 행한 이는 온갖 간사한 무리가 곧 달라붙는다.
아이가 갓 태어났을 때에는 어머니의 젖으로 인하여 자라나다가 점점 커지게 되면 음식을 먹고 장성하게 된다.
이것을 게송으로 말한다.
어미의 태 안에 있을 때에도
온갖 괴로움을 받고
이미 태어나서 사람의 몸 얻어도
그 고통 백천 가지나 되네.
모든 감관[根] 이미 갖추고 나서
이로써 위태롭고 허약한 몸 태어나더라도
태어나면 반드시 늙고 죽는 것
이것은 가장 참답지 못한 것이라 한다.
아이가 이미 자라나면 젖을 먹고 몸을 기르다가 마침 곡식의 기운과 맛을 얻게 되면 바로 그 몸에 여든 가지 벌레가 생기게 된다.
두 종류는 머리카락의 뿌리에 있는데 첫째는 그 이름이 설지(舌舐)요, 둘째는 그 이름이 중지(重舐)이다. 세 종류는 머리에 있는데 그 이름은 견고(堅固)·상손(傷損)·훼해(毁害)이다. 한 종류는 뇌(腦) 속에 있고 두 종류는 뇌 표면에 있는데, 첫째는 그 이름이 철주(蛛)10)이고, 둘째는 그 이름이 모요(耗擾)이며, 셋째는 그 이름이 궤란(憒亂)이다. 두 종류는 이마에 있는데 첫째는 그 이름이 비하(卑下)이고, 둘째는 그 이름이 후부(朽腐)이며, 두 종류는 눈에 있는데 첫째는 그 이름이 설지(舌舐)이고, 둘째는 그 이름이 중지(重舐)이다. 두 종류는 귀에 있는데 첫째는 그 이름이 식미(識味)이고, 둘째는 그 이름이 현미영(現味英)이다.
두 종류는 귀뿌리에 있는데 첫째는 그 이름이 적(赤)이고, 둘째는 그 이름이 부적(復赤)이며, 두 종류는 코에 있나니 첫째는 그 이름이 비(肥)이고, 둘째는 그 이름이 부비(復肥)이다. 두 종류는 입 속에 있나니 첫째는 그 이름이 요(搖)이고, 둘째는 그 이름이 동요(動搖)이며, 두 종류는 이 속에 있나니 첫째는 그 이름이 악폐(惡弊)이고, 둘째는 그 이름이 흉포(凶暴)이다. 세 종류는 이 뿌리에 있나니 그 이름이 천식(喘息)·휴지(休止)·졸멸(捽搣)11)이다. 한 종류는 혀에 있나니 그 이름이 감미(甘美)이고, 한 종류는 혀뿌리에 있나니 그 이름이 내왕(來往)이며, 한 종류는 목구멍에 있나니 그 이름이 수후(嗽喉)이다.
두 종류는 눈동자에 있나니 첫째는 그 이름이 생(生)이고, 둘째는 그 이름이 불숙(不熟)이며, 두 종류는 어깨에 있나니 첫째는 그 이름이 수(垂)이고, 둘째는 그 이름이 부수(復垂)이다. 한 종류는 팔에 있나니, 그 이름이 주립(住立)이고, 한 종류는 손에 있나니, 그 이름이 주선(周旋)이며, 두 종류는 가슴에 있나니, 첫째는 그 이름이 액갱(額坑)이고, 둘째는 그 이름이 광보(廣普)이다. 한 종류는 염통에 있나니 그 이름이 반박(班駁)이며, 한 종류는 젖에 있나니 그 이름이 동현(湩現)이고, 한 종류는 배꼽에 있나니 그 이름이 위요(圍繞)이다. 두 종류는 옆구리에 있나니 첫째는 그 이름이 월(月)이고, 둘째는 그 이름이 월면(月面)이며, 두 종류는 척추에 있나니 첫째는 그 이름이 월행(月行)이고, 둘째는 그 이름이 월모(月貌)이다.
한 종류는 등과 가슴 사이에 있나니, 그 이름이 안풍(安豊)이고, 한 종류는 가죽 속에 있나니 그 이름이 호조(虎爪)이며, 두 종류는 살에 있나니, 첫째는 그 이름이 소부(消膚)이고, 둘째는 그 이름이 요수(遼樹)이다. 네 종류는 뼈에 있나니 그 이름이 심독(訝)·습독(習毒)·세골(細骨)·잡독(雜毒)이며, 다섯 종류는 골수에 있나니 그 이름이 살해(殺害)·무살(無殺)·파괴(破壞)·잡해(雜骸)·백골(白骨)이다. 두 종류는 창자에 있나니, 첫째는 그 이름이 강랑(蜣蜋)이고, 둘째는 그 이름이 강랑훼(蜣蜋)이며, 두종류는 작은 창자[細腸]에 있나니 첫째는 그 이름이 아자(兒子)이고, 둘째는 그 이름이 부자(復子)이다. 한 종류는 간(肝)에 있나니, 그 이름이 은시(喍)이고, 한 종류는 생장(生臟)에 있나니 그 이름이 피민(帔忟)이며, 한 종류는 숙장(熟臟)에 있나니 그 이름이 태식(太息)이다.
한 종류는 곡도(穀道)에 있나니 그 이름이 중신(重身)이고, 세 종류는 똥 속에 있나니 그 이름이 근목(筋目)·결목(結目)·편발(編髮)이며, 두 종류는 꽁무니에 있나니 첫째는 그 이름이 유하(流下)이고, 둘째는 그 이름이 중류(重流)이다. 다섯 종류는 포(胞)에 있나니 그 이름이 종성(宗姓)·악족(惡族)·와매(臥寐)·불각(不覺)·호즙(護汁)이고, 한 종류는 허벅다리에 있나니 그 이름이 과장(撾杖)이다.
한 종류는 무릎에 있나니 그 이름이 현상(現傷)이고, 한 종류는 복사뼈[踝]에 있나니 그 이름이 침훼(鍼)이고 한 종류는 발가락에 있나니 그 이름이 초연(燋然)이며, 한 종류는 발바닥에 있나니 그 이름이 식피(食皮)이다.
이 여든 가지의 벌레가 사람 몸에 있으면서 낮과 밤으로 몸을 갉아먹는다.
이것을 게송으로 말한다.
머리카락에서부터 발에 이르기까지
그 속에서 골고루 벌레가 사람을 갉아먹나니
헤아려보건대 모두 더러운 것뿐이어서
비유하면 마치 흐린 물[濁水]과 같네.
제 자신에서 생겨나 도리어 제 자신을 해치는데
마치 칼로 원수진 사람을 해치듯 하고
늘 몰려와서 그 몸을 씹어 해치기를
흘러가는 물이 양쪽 언덕을 무너뜨리듯 하네.
대개 사람의 몸 속에 풍(風)과 습(濕)12)으로 인해 일어나는 병이 101가지가 있고, 한(寒)과 열(熱)로 일어나는 병이 각기 101가지가 있나니, 모두 합 쳐 계산하면 404가지 병이 사람 몸 속에 있다.
마치 나무에서 불이 생겨나서 도리어 나무 자신을 태우듯이 병도 또한 이와 같아서 본래 몸으로 인하여 생겨나서 도리어 사람을 위태롭게 한다.
몸 속과 겉에도 여든 가지 벌레가 생겨나서 그 몸에서 요동하여 사람으로 하여금 편안치 못하게 만드는데, 더구나 몸 밖에서 일어나는 괴로움이야 어떠하겠는가?
이와 같이 몸을 헤아려본다면 늘 근심과 걱정뿐인데, 범부들은 스스로 편안하다고 생각하면서 들으려 하지도 않고 알려고 하지도 않는다.
왜냐 하면 진리를 보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것을 게송으로 말한다.
머리카락·털·손톱·발톱·치아와
염통·살·가죽·뼈가 합해진 것이며
정액·피·차가운 기운과 뜨거운 기운이 생기고
골수·뇌·비계·생장·숙장이 있다.
침과 눈물이 항상 흘러내리고
대변과 소변이 늘 새어나가고 있으니
따져 보면 무상하고 부정한 것뿐인데
어리석은 이는 이를 보배로 여기네.
사람의 몸을 헤아려 생각해 보건대 얇은 가죽으로 덮여 있는 것이 마치 매우 얇은 벗나무 껍질로 대추를 합하여 싸놓은 것과 같을 뿐이건만 번뇌가 가득한 사람들은 그것을 알지 못하고 있다.
가령 가죽만 벗겨버린다면 마치 미련한 고기 덩어리와 같은 것인데, 어찌 사람의 몸이라고 말할 수 있겠는가?
다만 골절이 서로 버텨주고 있어서 저 쇠사슬[鐵鎖]을 연결해 놓은 것과 같을 뿐이니, 진리를 깨달아 이와 같음을 안다면 오히려 발로 밟지도 않을텐데, 하물며 가까이하고 눈으로 쳐다보겠는가?
이것을 게송으로 찬탄하여 말한다.
근본을 따져보면 더러운 것뿐이어서
비유하면 냄새나는 시체와 같고
또한 모든 먼지나 때[垢]와 같으며
몸의 벌레 또한 모두 그와 같다.
또한 허울 좋은 그림과 같아
나중에는 부패로 돌아가나니
진리로 본다면 본래 없는 것[無]인데
어찌 의지하고 가까이 하겠는가?
헤아려 보건대 사람이 세간에서 재앙과 복을 짓다가 그 수명을 다하지 못한 채 중간에 일찍 요절하는 이가 있다.
비유하면 도자기 만드는 기술자[陶家]가 여러 가지 질그릇을 만드는데, 처음 만들기 시작할 때에는 더러 깨지기도 하고, 혹은 칼로 질그릇을 다듬을 때 깨지기도 하며, 혹은 그릇을 올리다가 깨지기도 하고, 혹은 내릴 때 깨지기도 하며, 혹은 땅에 놓을 때 깨지기도 하고, 혹은 다룰 때 깨지기도 하며, 혹은 그릇을 말릴 때 깨지기도 하고, 혹은 그릇을 굽는 가마 속에서 깨지기도 하며, 혹은 구울 때 깨지기도 하고, 혹은 옮길 때 깨지기도 하고, 혹은 사용할 때 깨지기도 한다. 설령 사용치 않더라도 오래 보관하다 보면 모두 깨지고 마는 것과 같다.
사람도 또한 그와 같아서 모처럼 발심하여 오다가 끝까지 이르지 못하고 죽기도 하고, 혹은 두 근(根)을 얻었을 적에나 태 안에서 생낙(生酪)과 같은 시기에서나 숙낙(熟酪)과 같은 모습일 때나 식육(息肉)과 단육(段肉)과 같이 되었을 적에나 6정(情)을 모두 원만하게 갖추었을 때나 또는 원만하게 갖추지 못하였을 적에 죽기도 하며, 태어나려고 할 무렵이나 막 땅에 떨어지자마자 죽기도 하며, 태어난 지 1일이나 100일, 혹은 한 살이나 열 살 되었을 적에 죽기도 하고 학업을 닦다가 죽기도 하며, 스무 살·서른 살이나, 마흔 살·쉰 살에 죽기도 하며, 한 살 때에 죽기도 하고 100살까지 살다가 죽기도 하며, 설령 아무리 오래 산다 하더라도 언젠가는 꼭 멸진(滅盡)에 돌아가게 마련이다.
그러므로 헤아리건대 5음은 본래 다 공(空)한 것이어서 이리저리 서로서로 의지하여 잠시 동안에 태어났다가 잠시 동안에 멸하며, 발[足]을 한 번 들었다 내려놓는 짧은 시간이기도 하여 모두 무상한 것이다.
그런데도 어리석은 사람들은 이런 사실을 듣지도 못하고 알지도 못하여 도리어 이 몸은 항상 존재하는 것이라고 헤아리고 있다. 그리하여 젊은 때로부터 늙어질 때까지 모두들 내 것이라고 고집하면서 한 가지로만 부르짖으며 덧없이 변하는 것임을 알지 못하고 있다.
도를 수행하는 사람이라면 생각하여 ‘이것으로부터 이것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이것을 없애면 무(無)가 된다’고 그렇게 헤아려야 한다.
본래 행한 것으로 인하여 재앙과 복이 생기는 까닭에 결국엔 죽어서 중지(中止)로 있다가 포태(胞胎)에 이르게 되면 정신이 거기에 의지하여 그 모양이 마치 멀건 낙(酪)이나 식육(息肉), 또는 단육(段肉)처럼 되고 점점 단단한 고기 덩어리 같이 되면, 그로 인하여 6근이 생기게 된다.
6근이 원만하게 갖추어지면 곧 태어난다. 그리하여 어린 때로부터 중년에 이르고, 마침내는 늙고 병드는 지경에 이르렀다가 다시 죽음으로 돌아가게 된다.
그 5음이 항상 생사의 바퀴에 굴러서 항상 흐르는 냇물처럼 그치지 않는다. 저 일체는 다 공(空)한 것이어서 비유하면 마치 허깨비[幻化]와 같나니 이와 같이 뒤바뀌어 늙고 병들고 죽기에 이르는 것이다.
비유컨대 큰 성(城)의 서쪽 문에서 불이 나서 차례차례 타올라 마침내는 동쪽 문에까지 이르러 모두 다 타서 잿더미가 되었을 적에 동쪽 문에서 난 불을 따져보면 이것이 맨 처음 난 불은 아니지만, 그러나 타는 것이 본래 불에서 떠나 있는 것이 아닌 것처럼 사람도 또한 그와 같아서 본래 인연으로부터 화(禍)와 복(福)이 따르므로 마땅히 이와 같음을 관찰하여 ‘이것으로부터 이것이 있다’고 알아야 한다.
어찌하여 이것이 없어지면 곧 무(無)라고 하는가?
재앙과 복, 그리고 다른 번뇌가 없으면 죽음으로 돌아가지 않고, 이미 죽음으로 돌아가지 않는다면 중지(中止 : 中陰)로 있지도 않나니, 가령 중지가 없다면 어디로부터 생겨남[生]이 있을 것이며, 이미 생겨남이 없다면 저 늙고 병들고 죽는 것이 어디로부터 있겠는가?
이 생사의 흐름[流]의 그 근본과 끝을 헤아려 보건대 이와 같으니, 도를 수행하는 이는 마땅히 5음이 어디로부터 좇아서 성하고 패하는가를 살펴보아야 한다.
이것을 게송으로 말한다.
모든 지혜의 이치를 밝게 알아서
청정한 마음 둥근 달과 같으시고
뜻 가짐이 한결 같으시어
삼계의 사람들을 가엾게 여기시네.
마치 물 속에서 핀 연꽃이
감미(甘美)롭고 부드러운 것처럼
입으로 베풀어 말씀하시는 것을
듣는 이들은 곧 기뻐하며 통달하네.
수행도지경(修行道地經) 제2권-1
06. 자품(慈品)
장사하는 사람이 벌판을 가다가
힘겨운 길에서 배고프고 목마를 적에
길잡이[導師]가 그를 구원하여
물과 과일이 있는 데로 데리고 가듯이
무위(無爲)의 도로써
모든 때[垢]와 독(毒)을 소멸하여
편안함을 쌓고 평등심을 얻게 하시는
불세존(佛世尊)께 머리를 조아립니다.
배를 타고 큰 바다를 다니다가
마갈어(摩竭魚)의 입을 향하게 되어
그 배가 고기의 뱃속에 들어가려 할 즈음
자비심 내시어 그 배를 구제하시고
배가 금방 함몰하려는 순간에
사람과 보배를 건져주듯이
헤아릴 수 없는 백천 겁 동안
나고 죽음의 괴로움과 즐거움을 알게 하심이
과거의 모든 성인들보다 뛰어나시어
그 덕이 커다란 산과 같으시고
도의 지혜 햇빛보다 더하신
부처님께 머리 조아려 받들기 원하옵니다.
도를 수행하는 이는 마땅히 진에(瞋恚)를 버리고 항상 자비로운 마음을 가져야 한다.
혹은 수행하는 이가 다만 입으로만 중생들을 편안하게 해달라고 발원하고, 무슨 인연으로서 구제하여 편안하게 할지 그 방법을 깨우쳐주지 못한다면, 아무리 그 말이 부드럽고 편안하다 할지라도 평등한 자비의 마음이 되지 못하는 까닭에 반드시 도를 수행하는 이는 입으로만 자비를 내세우지 말아야 한다.
혹 수행하는 이가 자비한 마음으로 일체 중생들을 편안하게 하려는 뜻만을 일으킨다면 그러한 자비심도 또한 좋기는 하지만 이는 도덕이 원만하게 갖추어진 자비심이 아니다. 그러므로 큰 도를 행하려고 하는 사람이라면 이러한 자비심은 일으키지 않아야 한다.
이것을 게송으로 말한다.
가령 도를 배우는 이가
자비를 마음만 먹고 입으로만 말한다면
곧 적은 편안함을 얻을 것이요
또한 얻는 복이 엷을 것이다.
비유하면 화살을 만드는 사람이
실수로 화살을 불에 떨어뜨려 태웠다면
어찌 능히 그 화살로 하여금
잘 만들어서 쓸 수 있겠는가?
도를 수행하는 사람이라면 큰 자비심을 세워야 한다.
장차 어떻게 행하여야 하는가?
수행하는 사람으로서 더운 곳에 있는 이는 시원한 곳을 구해 거처해야 편안해지고 추운 곳에 있는 이는 따뜻한 곳을 구해 거처해야 편안해진다. 배가 고픈 이는 밥을 얻고 목마른 이는 마실 것을 얻으며, 먼길을 걸어 몹시 피곤한 이는 수레와 말을 얻은 뒤에야 편안해지는 것과 같다. 오래 서있던 이는 앉아야 편안해지고, 몹시 피곤한 이는 누워야 편안해지며, 벌거벗은 이는 옷을 입어 가리고 몸에 때가 있는 이는 목욕해서 때를 씻어야 마음이 매우 상쾌해져서 안정되고 고요해지며, 여러 가지 괴로움이 있는 이는 각기 편안할 수 있는 데를 얻어야 몸과 뜻이 기뻐 뛰는 등 모든 편안함을 얻게 된다.
그러므로 마음을 잡아 어수선하지 않아야만 남에게 사랑 받고 공경을 받게 된다.
부모·형제·처자·친족·벗·선지식을 가까이하고 은애(恩愛)하여 모두 편안하게 해주며, 또한 모든 중생들의 온갖 괴로워하는 이를 내 몸처럼 여겨 편안하게 해주며, 시방 세계의 모든 사람들로 하여금 다 해탈케 하여 몸과 마음이 편안하게 해주며, 부모와 안팎의 종친들로 하여금 죄다 편안하게 하며, 다음에는 일반 사람들에게도 자비한 마음을 널리 베풀고, 원수의 집안까지도 차별하는 마음을 두지 말아서 다 해탈하게 하여 모두 내 몸처럼 해탈을 얻어 편안하도록 해주어야 한다.
설령 먼저 시방 세계의 인민(人民)들을 생각하고 다음 원수를 생각하는데, 그 마음이 혹 어수선하다거나 원수와 친한 벗, 그리고 평범한 사람들에게까지 처음의 마음이 능히 완벽하게 평등하지 못하다면, 마땅히 ‘내가 원수에 대하여 원한을 품고 미워하면 그 마음은 이미 허물이 있을 것이다’라고 관찰하여 이제 그런 생각을 당장 버리고 다시 매우 사랑하는 마음을 가지고 부모와 자신의 처자처럼 사랑하고 또한 종친을 공경하는 것처럼 해야 한다.
이와 같이 하여 다시는 원한을 품지 않고 저 다섯 갈래 세계[道]에 나고 죽는 근본을 살핀다면, 전생에 부모·처자·형제·벗이 되었었지만, 다만 그것이 오래 되어서 능히 식별치 못할 따름이다.
그러므로 마땅히 원한을 품지 않아야 한다.
이것을 게송으로 말한다.
마땅히 자비심을 일으켜 행하고
원수를 좋은 벗처럼 생각해야 할지니
반복되어 나고 죽음에 있어
일찍이 모두가 친족이었기 때문이네.
비유하면 나무에 꽃이 피어
점점 자라나 열매를 맺음과 다름없이
부모나 처자나 벗들이나
친족들도 다 그와 같다네.
도를 수행하는 이는 혼자 속으로 이렇게 생각해야 한다.
‘가령 다른 사람들을 향해 노여워한다면 그것은 곧 제 자신을 침해하는 것이다. 마치 나무가 불을 내지만 도리어 제 몸을 태우는 것과 같고, 또한 파초가 열매를 맺고는 곧 말라죽는 것과 같으며, 또한 노새가 새끼를 배면 도리어 제 몸이 위험한 것과 같이, 나도 또한 그와 같아서 설령 노여움을 품는다면 스스로를 위태롭게 하는 경우와 같다.’
만일 다른 사람을 향해서 성냄을 일으킨다면, 그 죄로 인하여 뱀이나 독사 따위의 동물로 태어나거나 나쁜 세계에 들어가게 되리니, 이와 같은 이치를 자세히 관찰하여 마땅히 악을 품지 말고, 미운 사람이라 할지라도 마땅히 자애(慈愛)하는 마음을 일으켜야 한다.
이것을 게송으로 말한다.
그 노여운 마음을 일으켜
남을 향하여 원한을 품고 해친다면
후생에는 뱀이나 독사가 되거나
혹은 잔악한 짐승이 되리라.
비유하면 저 대나무와 파초와 노새가
열매를 맺고 새끼를 배면
도리어 침해를 받는 것 그와 같으니
마땅히 자비로운 마음을 일으켜야 한다.
도를 수행하는 이는 마땅히 평등하고 자비한 마음을 행하여 부모·처자·형제·벗은 물론 원수까지도 멀리함이 없고 가까이함이 없으며, 평등하게 대하여 미워하거나 사랑하는 일이 없고, 한량없이 많은 시방세계에 대해서도 널리 자비한 마음으로 그들을 향하여 일찍이 더 살펴주고 덜 살펴주는 그런 일이 없어야 한다.
이와 같이 행해야 비로소 자비로운 행[慈行]에 호응하게 된다.
이것을 게송으로 말한다.
그 자비한 마음을 행하려고 하는 이는
평등한 마음으로 미워하고 사랑함이 없고
멀고 가까움을 따지지 않아야
곧 마땅히 크게 자비한 마음이 되리라.
평등한 마음으로 큰 자비를 베풀어
삼계의 사람들에게까지 미칠 것이니
자비로운 행을 이렇게 행하는 이는
그 덕이 범천(梵天)의 덕을 뛰어넘으리.
도를 수행하는 이가 자비한 마음을 성취하면, 불로도 태우지 못하고 칼로도 해치지 못하며, 또한 독기(毒氣)로도 해치지 못하고 온갖 사악한 귀신들도 해칠 틈을 얻지 못할 것이다.
이것을 게송으로 말한다.
칼로도 능히 해치지 못하고
관청[縣官]과 원수와
사악한 귀신이나 모든 나찰(羅刹)들과
뱀·독사·우레·벽력과
사자 또는 코끼리와 범과
그 밖에 모든 해로운 짐승들도
모두 감히 근접하지 못하고
또한 능히 상해(傷害)할 수 없으리.
도를 닦는 이가 자비로운 행을 닦아 익히면 마땅히 이와 같이 될 것이다. 밤에 잠자리가 편안하고 잠에서 깨어나면 기쁘며, 언제나 하늘 신이 잠자리를 옹호하여 일찍이 나쁜 꿈을 꾸지 아니하며, 얼굴빛이 화열(和悅)하고 의식이 모자라지 않으며, 범천(梵天)이 있는 곳에 태어나는데 태어날 적마다 항상 단정하고 아름다우며, 눈동자의 흑백(黑白)이 분명하고 신체가 유연(柔軟)하며, 질병이 적고 장수(長壽)할 수 있으며, 모든 하늘의 공경을 받는다. 또 태어나는 곳마다 도를 얻고 부처님께 칭송과 찬탄을 들으며, 번뇌를 소멸하고 불퇴전(不退轉)의 경지에 이르며, 편안함을 얻어 무여열반(無餘涅槃)의 경계에 이르고 적멸(寂滅)한 해탈[度]을 얻나니, 모두가 자비한 마음으로 말미암은 것이다.
이것을 게송으로 말한다.
저 자비로움을 행하는 이는
단정하고 의식이 풍부하며
사람들이 모두 높여 우러러보고
장수(長壽)하며 눈이 태양처럼 빛나리라.
자든지 깨든지 다니든지 멈추든지 다 편안하고
귀신과 하늘 신들이 모두 옹호하며
범천에 태어나고 여러 하늘들이 다 공경하며
세존으로부터 칭송과 찬탄을 듣게 되리라.
그러므로 도를 닦는 이는 마땅히 자비한 마음을 행해야 한다.
이것을 게송으로 말한다.
일체를 향하여 자비로운 마음을 행하라.
모든 분노와 침해를 없앰이 바로 자비이니
내가 지금 온갖 덕의 근본을 나타내기 위하여
부처님의 경전을 살피고 뽑아서 말하노라.
07. 제공포품(除恐怖品)
마땅히 깨달아 알아야 할 모든 것을
다 분별하여 해설해 주셨네.
과거 여러 부처님을 보아도
밝게 통달하심이 이와 같으셨네.
정등각(正等覺)을 이룩하신 까닭에
그 분을 부처님이라고 호칭하나니
밝은 지혜 있는 이와 하늘과 용들도
귀의하여 받들지 않는 이가 없었네.
온갖 부류의 세상을 교화하여
온갖 더러운 것을 없애 주시고
악하고 어두운 이를 교화하여
마음으로 하여금 광명을 얻게 하셨네.
모든 괴로움을 벗어나 평탄함을 얻게 하시고
수많은 두려움을 없애 주셨으니
저 부처님께 머리를 조아리면서
가장 수승한 분께 귀의하기를 원합니다.
부처님은 조복(調伏)하지 않는 이를 조복하시고
우레처럼 울리는 코끼리 같은 음성으로
뜻 세우신 그 소리를 널리 들리게 하시니
모두들 해탈하는 제도를 받게 되었네.
어리석기 그지없고 제멋대로 방자하여
세찬 비와 같이 이리저리 날뛰는
단발(檀鉢)이라고 이름하는 코끼리의
저 교만한 행동을 조복 받으셨네.
또한 모든 용왕과 귀신의 왕이
독기를 품고 눈으로 불을 뿜어냈어도
부처님께서는 훌륭한 교화로 구제하시어
그 몸이 항상 고요함을 얻게 하셨네.
해탈하여 걸림 없는 분이시기에
저는 지금 머리 조아려
고요하고 뛰어나신 분
세존의 발아래 귀의하기 원하옵니다.
마군[魔]이 마음에 독한 노여움을 품고
온갖 변화로써 불을 뿜어대면서
산을 이고[戴] 몽둥이를 휘두르고
칼과 창을 들고 달려드는 것을 보셨고
또 뱀과 독사가 큰 나무를 떠받들고
몰려와서 세존을 위협하려 하거나
온갖 귀신들이 몰려오는 것을 보시고도
조금도 놀라거나 겁내지 않으셨네.
송곳과 칼날 같은 그들의 털로
사방을 빙 둘러쌌는데
그 수가 아무리 많고 많아도
조금도 두렵게 여기지 않으셨네.
또한 일찍이 놀란 적 없으시고
온갖 어리석음이 없으시며
이미 모든 두렵고 어려운 일 버리신
가장 수승하신 분께 귀의하기 바라나이다.
도를 행하는 이가 만일 조용한 곳이나 은밀하게 가려진 곳에 있을 적에 혹 두려움이 일어나 옷과 머리카락이 곤두서거든 마땅히 여래의 거룩한 공덕과 그 훌륭한 형상과 얼굴 및 법과 승가 대중을 생각하며, 그 계율을 생각하고 모든 것은 공(空)하다는 것을 분별하여 알며, 6분(分) 12인연(因緣)법을 이해하고 자애(慈哀)를 받들어 행하여야 할 것이다.
설령 두려운 마음이 일어나더라도 이러한 것들을 생각한다면, 두려운 마음이 없어지게 될 것이다.
이것을 게송으로 말한다.
혹은 두려움 때문에 그 자리에 웅크려
바른 법에 스스로 서지 못할 때에는
그들로 하여금 굳게 계율을 지키게 하되
바람이 불어도 산이 요동하지 않듯이 해야 한다.
비유하면 꿀벌이 꽃의 꿀맛을 채취하듯
내가 경전을 뽑아 기록한 것도 그와 같다네.
글은 비록 얼마 안 되지만 유익함이 많으리니
두려워하는 마음 없애기 위해 이를 설하노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