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든 중의 피고름을 씻음

병든 중의 피고름을 씻음

석존께서 마갈타국의 죽림정사에서 많은 사람들을 모아 놓고 설법하실 때의 일이다.

한 스님이 나쁜 종기가 생겨서 고생하고 있었다.

온 몸에서 피와 고름이 흘러나와 냄새가 고약했으므로 아무도 가까이 하는 사람이 없었다. 그는 혼자 격리되어 쓰러져가는 오막살이에 누워있었다.

그 때, 석가모니께서 대신통을 나타내어 이 병자를 대중으로부터 안 보이게 가리워 놓았다. 그리고 자기 혼자서 병인에게 가서 그의 종기를 씻어 주려고 생각하시었다.

이 일이 욕계(欲界)의 일체 제천(諸天)에게는 가려지지 아니하였으므로, 제석천왕은 무량 백천의 겨레붙이들에게 앞뒤를 둘려싸여 하늘꽃을 뿌리고 하늘풍악을 울리는 속을 조용히 손에 백복 장엄(白福莊嚴)의 물통을 들고, 청정대비(淸淨大悲)의 맑은 물을 담아 가지고 석가모니 앞으로 나아가 그것을 바치었다.

석가모니께서는 천천히 일어서시어 백복 장엄의 팔을 펴고, 가늘고 긴 다섯 손가락에서 대광명을 내어 멀리 제천 대중을 비추었다가, 그 광명을 다시 여래 몸에 모아 가지고 병인에게로 가시어, 다시 정수리에서 빛을 내어 병인을 비추시었다.

앓는 스님은 그 빛이 비취자 아픔은 잊은 듯이 사라지어 피고름을 흘리면서 그 몸을 일으켜 여래를 예배하였다.

그러나 몸은 아직 마음대로 움직이지 아니하였다. 이에, 석가모니께서는 오른손에 제석이 바치는 병을 들어, 물을 스님의 머리에 붓고 왼손으로 스님의 종기를 씻어 주시었다. 석가모니의 손이 닿음에 따라 스님의 종기는 점점 회복되어갔다.

스님의 기쁨은 한량없었다.

『나무 대자비의 아버지, 나무 무상 최승(無上最勝)의 의왕(醫王), 자비로 말미암아 나의 병은 오늘 완전히 나았습니다. 오직 남은 바 마음의 병을, 제발 여래님의 자비로써 법약을 베푸시어 나의 마음의 병을 없애 주시옵소서.』

석가모니께서는 스님의 이 소원을 들으시고,

『여래는 이제 그대의 무거운 은혜를 생각하여 그 은혜에 보답하고자 한다.』

고 말씀하시고, 여러 가지로 깨우쳐 주시었으므로, 이윽고 그는 아라한이 갖추는 삼명육통(三明六通)의 덕을 얻고, 팔해탈(八解脫)을 갖출 수가 있게 되었다.

이것을 보고 들은 제석과 그의 겨레붙이 및 제천은 모두 커다란 의혹을 품었다. 그 의혹을 풀기 위하여, 제석은 일동을 대신하여 석가모니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세존이 그 신령스러운 덕을 굽히어 병든 중을 위하여 그 종기를 어루만지고, 피고름을 씻어내 주셨을 뿐 아니라, 중의 무거운 은혜에 보답한다 하셨습니다. 그 깊은 인연을 우리들에게 가르쳐 주십시오?』

『제석을 비롯하여 제천의 대중들이여, 내 이야기를 잘 들어보라. 인연을 이야기 할 터이니.』

이리하여 석가모니께서는 다음과 같이 설법하시는 것이었다.

몇 천만년이라는 옛날에 잔악무도한 왕이 있었다. 비리(非理)로써 백성을 억압하고 억지로 그 재물을 빼앗았다.

그 악왕은 한 사람의 형리를 신임하고 그에게 일러두었다.

『만일, 법을 범하는 자가 있거든 너는 하나도 빼어놓지 말고 가차 없이 처벌해야 한다. 그러나 재물을 뇌물로 바치거든 용서해 주어라. 그것은 너에게도 절반 나누어 줄 터이다.』

형리는 왕명을 지키어 항상 채찍과 몽둥이로 죄인을 사정없이 때렸다. 그리고 재물을 많이 내는 자는 용서해 주었다. 재산이 없는 자는 그 채찍에 목숨을 잃는 것이 상례였다.

그때에 한 우바새(優婆塞)가 있어 잘못하여 작은 죄를 범했으므로 형리의 채찍을 맞지 않으면 안되게 되었다.

그러나 형리는 이우바새가 착한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용서하고 채찍을 가하지 아니하였다. 우바새는 뜻밖에 이 고통을 면할 수가 있었는데, 그 기쁨은 이루 말할 수가 없는 것이었다.

이렇게 설법하시고 나서 석가모니께서는 다음과 같이 덧붙이시었다.

그 때의 형리는 지금의 앓는 스님이요, 우바새는 이 몸 이었다. 이 인연으로 말미암아 지금 가벼운 은혜를 무겁게 갚은 것이다.

<大方便佛報思經 第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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